[1]원고용주에 고용되어 제3자의 사업장에서 제3자의 업무에 종사하는 자를 제3자의 근로자로 인정하기 위한 요건
[2]외형상으로는 사내도급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그 수급인의 근로자와 도급인 사이에 묵시적으로 직접적인 근로관계가 있는 것으로 평가한 사례
◆ 대법원 2008.07.10. 선고 2005다75088 판결[종업원지위확인]
♣ 원고, 상고인 / 원고 1외 29인
♣ 피고, 피상고인 / 주식회사 ◯◯미포조선
♣ 원심판결 / 부산고법 2005.11.9. 선고 2004나9787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으로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원고용주에게 고용되어 제3자의 사업장에서 제3자의 업무에 종사하는 자를 제3자의 근로자라고 할 수 있으려면, 원고용주는 사업주로서의 독자성이 없거나 독립성을 결하여 제3자의 노무대행기관과 동일시 할 수 있는 등 그 존재가 형식적, 명목적인 것에 지나지 아니하고, 사실상 당해 피고용인은 제3자와 종속적인 관계에 있으며, 실질적으로 임금을 지급하는 자도 제3자이고, 또 근로제공의 상대방도 제3자이어서 당해 피고용인과 제3자 간에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되어 있다고 평가될 수 있어야 한다(대법원 1979.7.10. 선고 78다1530 판결, 대법원 1999.7.12.자 99마628 결정, 대법원 1999.11.12. 선고 97누19946 판결, 대법원 2003.9.23. 선고 2003두3420 판결 등 참조).
원심이 확정한 사실에 의하면 다음의 점들을 알 수가 있다.
원고들이 소속된 용인기업은 약 25년간 오직 피고 회사로부터 선박엔진 열교환기, 시 밸브(Sea Valve), 세이프티 밸브(Safety Valve)의 검사·수리 등의 업무를 수급인 자격으로 수행하여 왔는데, 피고 회사는 용인기업이 모집해 온 근로자에 대하여 피고 회사가 요구하는 기능시험을 실시한 다음, 그 채용 여부를 결정하였고, 그 시험합격자에게만 피고 회사가 직접 지급하는 수당을 수령할 자격을 부여하였으며, 용인기업 소속의 근로자들에 대하여 징계를 요구하거나, 승진대상자 명단을 통보하는 등, 용인기업 소속 근로자들의 채용, 승진, 징계에 관하여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하였다.
뿐만 아니라, 피고 회사는 원고들의 출근, 조퇴, 휴가, 연장근무, 근로시간, 근무태도 등을 점검하고, 원고들이 수행할 작업량과 작업 방법, 작업 순서, 업무 협력 방안을 결정하여 원고들을 직접 지휘하거나 또는 용인기업 소속 책임자를 통하여 원고들에게 구체적인 작업 지시를 하였으며, 용인기업이 당초 수급한 업무 외에도 원고들로 하여금 피고 회사 소속 부서의 업무를 수행하게 하거나, 용인기업의 작업물량이 없을 때에는 교육, 사업장 정리, 타 부서 업무지원 등의 명목으로 원고들에게 매월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을 보장하는 등, 직접적으로 원고들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행사하였다.
더 나아가, 용인기업은 원칙적으로 수급한 물량에 대하여 시간단위의 작업량 단가로 산정된 금액을 피고 회사로부터 수령하였지만, 피고 회사는 용인기업 소속 근로자들이 선박 수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피고 회사의 다른 부서 업무지원, 안전교육 및 직무교육 등에 종사하는 경우 이에 대한 보수도 산정하여 그 지급액을 결정하였을 뿐만 아니라, 원고들에게 상여금, 퇴직금 등의 수당을 직접 지급하였다. 한편, 용인기업에 대한 작업량 단가는 피고 회사 소속 근로자(이른바 직영근로자)로 조직된 ◯◯미포조선 노동조합과 피고 회사 사이에 체결된 임금협약 결과에 따라 결정되었으며, 원고들의 퇴직금이나 건강보험 등 사회보험료 역시 피고 회사가 기성 대금과 함께 지급하는 등, 피고 회사가 원고들의 임금 등 제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였다.
마지막으로, 용인기업은 사업자등록 명의를 가지고 소속 근로자들에 대한 근로소득세 원천징수, 소득신고, 회계장부 기장 등의 사무를 처리하였으나, 이러한 사무는 피고 회사가 제공하는 사무실에서 이루어졌을 뿐만 아니라, 용인기업은 독자적인 장비를 보유하지 않았으며, 소속 근로자의 교육 및 훈련 등에 필요한 사업경영상 독립적인 물적 시설을 갖추지 못하였다.
이러한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용인기업은 형식적으로는 피고 회사와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소속 근로자들인 원고들로부터 노무를 제공받아 자신의 사업을 수행한 것과 같은 외관을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는 업무수행의 독자성이나 사업경영의 독립성을 갖추지 못한 채, 피고 회사의 일개 사업부서로서 기능하거나 노무대행기관의 역할을 수행하였을 뿐이고, 오히려 피고 회사가 원고들로부터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받고, 임금을 포함한 제반 근로조건을 정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원고들과 피고 회사 사이에는 직접 피고 회사가 원고들을 채용한 것과 같은 묵시적인 근로계약관계가 성립되어 있었다고 보는 것이 옳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들어 원고들과 피고 회사 사이에 직접 근로계약관계가 성립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단정하였는바,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외형상 도급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그 수급인의 근로자와 명목상의 도급인 사이에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있는 것으로 평가하여야 할 근로관계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할 것이고, 이 점을 지적하는 원고들의 상고는 이유가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으로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안대희(재판장) 김영란 이홍훈(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