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업무와 관련한 사고 등으로 기존의 질병이 악화되거나 그 증상이 비로소 발현된 경우, 선원법상의 ‘직무상 재해’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2]선원법상 요양보상에서 기왕증 등 손해 확대에 기여한 부분이 있음을 이유로 보상액을 감액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 대법원 2008.03.27. 선고 2007다84420 판결[진료비]
♣ 원고, 피상고인 / 원고
♣ 피고, 상고인 / ◯◯해상화재보험 주식회사
♣ 원심판결 / 부산고법 2007.11.14. 선고 2007나13381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상고이유 제1점에 관한 판단
원심은 그 채용 증거들을 종합하여, 판시와 같이 인성해운 주식회사와 보험자인 피고가 체결한 이 사건 보험계약의 내용과 인성해운 주식회사 소유 선박에 승선중이던 소외인에게 발생한 이 사건 1, 2차 사고의 경위와 내용, 이후 소외인이 원고가 경영하는 ◯◯병원 등에서 받은 상해진단과 치료의 내용 및 그로 인한 진료비의 발생내역, 그리고 이 사건 진료비와 그 밖의 장해보상금을 둘러싸고 원고와 소외인, 인성해운 주식회사와 피고 등과의 사이에서 전개된 관련소송과 그 과정에서 이루어진 소외인에 대한 신체감정촉탁 결과 등에 관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그 인정 사실에 나타난 다음과 같은 사정 즉, 소외인의 증상에 관한 전문가들의 의견 중 그 의견제출 경위의 중립성, 조사방법의 직접성 등을 감안하여 신뢰성이 더 있어 보이는 인제대학교 부속 부산백병원 의사들의 감정 결과에서 소외인의 요추간판탈출증은 외상에 의하여 증상이 악화되었을 것으로 보고 이에 대한 이 사건 각 사고의 관여도는 각 50%이거나 1차 사고보다 2차 사고가 더 높은 것으로 평가한 점, 소외인은 20년 넘게 주로 조리장으로 승선근무하여 오면서 비록 그 사이에 퇴행성 변화로 인한 퇴행성척추염, 척추관협착증, 요추간판팽윤 등의 기왕증이 진행되었지만 그로 인하여 적어도 이 사건 1차 사고 전까지는 업무를 수행하는 데에 지장을 받지는 아니하였던 점, 그리고 소외인은 이 사건 1차 사고 후로도 허리통증이 있기는 했지만 2차례 약물치료를 받았을 뿐 승선근무를 계속하였던 점, 그런데 소외인은 이 사건 보험기간 중에 위와 같은 계속적인 승선근무로 인하여 그 증세가 악화되어 가던 중 미골골절이 함께 수반될 정도의 이 사건 2차 사고까지 당하였고 그리하여 이 사건 2차 사고 후로는 극심한 허리통증으로 인하여 정상적인 근무를 하지 못할 정도가 되었으며 그런 가운데서도 주방일을 대신할 사람이 없어 부산항에 입항할 때까지 주방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던 점, 그런 끝에 소외인은 수술적 치료가 포함된 이 사건 진료를 받기에 이른 점, 치료 종결 상태에서 소외인은 요통, 요부운동장해, 좌하지 방사통, 우하지 동통 등의 후유증이 있어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별표 2]신체장해등급표상 제5급 제8호에 해당하는 신체장애를 지니게 된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진료의 대상이 된 소외인의 증상은 당초 업무수행에 지장을 주지 않은 정도의 퇴행성 변화로 인한 기왕증이 있는 상태에서 이 사건 보험기간 전에 발생한 이 사건 1차 사고로 인하여 그 증세가 다소 악화되었지만 업무수행을 할 수 없거나 수술적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에는 이르지 않았는데 이 사건 보험기간 중의 계속적인 승선근무와 그 중에 발생한 이 사건 2차 사고로 인하여, 자연적 경과를 넘어 급격히 악화됨으로써 업무수행을 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고 급기야 수술적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에 이른 것이라 할 것이어서 이는 특히 요양급여와의 관계에서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그 원인사실이 이 사건 보험기간 내에 발생한 것이라 할 것이므로, 따라서 이에 대한 진료로 발생한 이 사건 진료비는 이 사건 보험계약상의 보상하여야 할 손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규정된 업무상 재해는 근로자가 업무수행에 기인하여 입은 재해를 뜻하는 것이어서 업무와 재해발생과의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지만 그 재해가 업무와 직접 관련이 없는 기존의 질병이더라도 그것이 업무와 관련하여 발생한 사고 등으로 말미암아 더욱 악화되거나 그 증상이 비로소 발현된 것이라면 업무와의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존재한다고 보아야 하고(대법원 1999.12.10. 선고 99두10360 판결 등 참조), 이와 같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업무상 재해에 관한 인과관계의 법리는 선원법상의 직무상 재해에 관해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위 법리 및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위와 같이 이 사건 진료의 대상이 된 소외인의 증상은 퇴행성 변화와 보험기간 전에 발생한 이 사건 1차 사고로 인한 기여 부분이 포함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보험기간 중에 발생한 이 사건 2차 사고로 말미암아 자연적 경과를 넘어 급격히 악화된 것으로서 선박소유자에게 선원에 대한 요양보상을 규정한 선원법 제85조 소정의 직무상 재해에 해당된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한편 이 사건 보험계약은 그에 적용되는 근로자재해보장보험 보통약관 제5조, 재해보상책임담보특별약관 제1조제1항제2호에 따라 선원법 적용 근로자에 대하여는 ‘ 선원법 제85조 내지 제92조에 정한 재해보상금액의 지급으로 인하여 피보험자에게 발생하는 손해’를 보상하는 것임이 기록상 분명하므로, 같은 취지에서 이 사건 진료비가 이 사건 보험계약이 보상하는 손해에 해당한다는 원심의 판단도 정당하다.
원심판결에 이 사건 보험계약의 약관상 ‘보상하는 손해’에 관한 사실오인, 심리미진, 보험금지급책임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2. 상고이유 제2점에 관한 판단
원심은 근로기준법상의 재해보상책임에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과실책임의 원칙과 과실상계의 이론이 적용되지 않는 것이며, 특히 근로기준법 제81조에 의하면 휴업보상과 장해보상에 대하여는 근로자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음을 이유로 그 보상책임을 면할 수 있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으나 요양보상에는 아무런 규정이 없으므로 기업자는 근로자에게 과실이 있다고 하여도 그 과실비율에 상당한 요양보상금의 지급을 면할 수 없는 점(대법원 1983.4.12. 선고 82다카1702 판결 등 참조),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요양급여는 업무상 재해로 상실된 노동능력을 일정 수준까지 보장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하는 장해급여 등과는 달리 업무상 재해에 의한 상병을 치료하여 상실된 노동능력을 원상회복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하는 것이므로 재해 전후의 장해상태에 관한 단순한 비교보다는 재해로 말미암아 비로소 발현된 증상이 있고 그 증상에 대하여 최소한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요양이 필요한지에 따라서 그의 지급 여부 등이 결정되어야 하는 점(대법원 2000.3.10. 선고 99두11646 판결 등 참조), 선원법의 재해보상 내지 요양보상은 근로기준법이나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그것과 제도적 성격을 같이하는 점 등에 기초하여 이 사건 요양보상에 있어서 기왕증 등이 손해 확대에 기여한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감액하여서는 안 된다고 판단하여 이에 관한 피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는바, 원심이 판시한 근거와 이 사건 보험이 ‘ 선원법 제85조 내지 제92조에 정한 재해보상금액의 지급으로 인하여 피보험자에게 발생하는 손해’를 보상하는 책임보험이며 인성해운 주식회사의 재해보상책임에 대한 피고의 보상범위에 관하여 이를 제한하는 특약을 두고 있지 않은 점(재해보상책임담보특별약관 제2조는 요양보상의 특례로서 보험가입금액에 따른 요양보상의 제한을 인정하고 있다.)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보험금 감액 여부에 관한 심리미진과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상고이유 제3, 4점에 관한 판단
원고가 인성해운 주식회사를 대위하여 피고에게 보험금의 지급을 구하는 이 사건 진료비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2차 사고로 소외인에게 요양보상이 필요한 증상이 발현된 데 따른 것이고, 이 사건 1차 사고로 인하여 별도의 직무상 재해가 발생하여 그로 인한 진료비에 관해서도 피고에게 보험금 지급의무가 있음을 주장하여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하는 것은 아닌 이상, 원심판결에는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대위권 판단의 법리오해나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또한, 기록에 의하면 인성해운 주식회사와 피고 사이의 보험계약사항(갑 제1호증) 타보험사항란에 “P&I CLUB”라고 기재되어 있으며, 이 사건 보험계약의 보통약관 제19조에서 같은 위험을 담보하는 다른 보험계약이 있을 경우 일정 비율로 지급보험금을 감액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을 알 수 있으나, 이러한 약관적용에 따른 지급보험금 감액 여부에 관하여 피고가 원심의 변론종결에 이르기까지 명시적으로 주장한 바가 없을뿐더러 위 “P&I CLUB”의 보험내용이 이 사건 보험계약과 같은 위험을 담보하는 것인지 어떤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도 제출하지 않은 이상, 원심이 이 사건 보험금지급의무와 관련하여 피고가 주장하지도 않은 사항에 관하여 적극적으로 심리할 의무가 있다고는 할 수 없으므로, 원심판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다고도 볼 수 없다.
4. 결 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안대희(재판장) 김영란 김황식(주심) 이홍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