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사용자의 근로자에 대한 해고가 구 근로기준법 제110조, 제30조제1항 위반죄에 해당하는지 여부의 판단 방법

[2]소규모 채권추심업체의 운영자가 채권회수업무 담당직원의 거부로 보수지급기준 변경에 대한 합의가 사실상 불가능해지자 그를 해고한 사안에서, 고용계약 및 보수 체계의 내용 등에 비추어 이를 부당해고라고 단정하여 구 근로기준법 제110조, 제30조제1항 위반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한 사례

 

◆ 대법원 2007.11.30. 선고 2005도2201 판결[근로기준법위반]

♣ 피 고 인 / 피고인

♣ 상 고 인 / 피고인

♣ 원심판결 / 서울중앙지법 2005.3.23. 선고 2004노4021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할 당시 사정으로 보아 해고를 할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 무리가 아니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함부로 사용자에게 구 근로기준법(2003.9.15. 법률 제697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10조, 제30조제1항 위반죄의 죄책을 지울 수 없는 것이다 (대법원 2005.10.7. 선고 2005도3763 판결, 대법원 2007.1.11. 선고 2005도8291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주식회사 ◯◯테크(아래에서는 ‘◯◯테크’라고 한다)의 근로자인 공소외 1이 그 의사에 반하여 부당하게 해고되었다고 판단하면서 그 이유로, ◯◯테크와 공소외 1 사이의 고용계약이 2002.9.23.부터 1년으로 정해져 있고, 보수 지급에 관하여 2002.10.23.경 기본급 80만 원 및 채권추심금액의 9%로 합의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불과 2달 만에 ◯◯테크가 다시 보수지급기준을 변경하려 하였고, 공소외 1이 이를 거부하자 몇 차례의 협상 끝에 ◯◯테크가 제시하는 보수지급기준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해지 통지를 하였다는 사정 등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이 대표이사로 있는 ◯◯테크가 공소외 1과의 채용계약을 해지한 것과 관련하여서는 아래와 같은 정황들 즉, ◯◯테크는 주로 주식회사 ◯◯상호저축은행(아래에서는 ‘◯◯상호저축은행’이라 한다)의 부실채권추심 등 업무를 위탁 받아 처리하고 일정한 수수료를 받아 운영되는 소규모의 회사로 ◯◯상호저축은행이 수수료 지급조건 등 위수탁계약 관계 변경을 요구할 경우 이를 거절하기 어려웠고, 이로 인하여 ◯◯테크의 채권추심업무 담당자 선발이나 보수 등에 관한 사항도 사실상 ◯◯상호저축은행의 요구에 따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점(공판기록 52, 108, 수사기록 21, 39, 42, 48), ◯◯테크가 2002.9.경 업무를 처음 시작할 당시 위 회사 전체 임·직원은 대표이사와 업무담당이사 외에 여직원 2명뿐이었고 채권추심업무 담당자로는 9.23. 공소외 1을 처음 채용하였으며 그 후 2003.1.10.까지도 채권추심업무 담당자로는 두 명을 더 채용하였을 뿐인데, ◯◯테크는 채용 조건 등에 관한 일반적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역시 채권추심업무를 해 본 경험이 없는 공소외 1을 1년간 ◯◯상호저축은행이 지정하는 채권추심 등 업무 담당자로 채용하면서 ◯◯상호저축은행과의 위수탁계약관계 변경가능성에 대비하여, 고용계약서에 “고용형태는 독립적인 계약형태이며 보수지급은 자유직업소득으로 한다.”(제4조제1항), “고용대금의 지급, 기타 계약내용의 변경 또는 추가사항이 있는 경우 그 필요에 따라 쌍방의 합의로 부속계약서를 작성하여 운용한다.”(제9조)고 정하였다는 설명이 나름대로 수긍할 만한 점(공판기록 27, 28, 37, 52, 수사기록 45, 48), 채용 당시 약정한 보수조건은 “기본급은 월 80만 원, 실적금은 월 회수 채권액의 10%”였는데 한 달 뒤 실적금을 월 회수 채권액의 9%로 변경하기로 합의하기에 이른 점, 그런데 ◯◯상호저축은행이 2002.12.경 ◯◯테크에게 위탁할 부실채권이 많으니 채권추심업무 담당자를 15명 정도 더 증원하되 채권추심업무 담당자들의 보수는 모두 기본급 50만 원(3개월 후에는 30만 원으로 감액)에 회수금액의 10%로 조정하라고 요구하였고, ◯◯테크가 이를 공소외 1을 포함한 채권추심업무 담당자 3명에게 설명하자 다른 2명은 수용하였으나 공소외 1은 종전 보수조건의 유지를 주장하였고, ◯◯테크가 ◯◯상호저축은행과 다시 협의하였으나 ◯◯상호저축은행은 새로운 보수조건을 따를 것을 요구한 것으로 보이는 점(공판기록 38, 53, 수사기록 41), 이로 인하여 ◯◯상호저축은행이 제시하는 새로운 보수조건을 따를 것을 요구하는 ◯◯테크와 종전 보수조건의 보장을 요구하는 공소외 1 사이에 분쟁이 발생하게 되었고, 몇 차례 절충점을 찾기 위한 접촉이 이루어졌으나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오히려 감정 악화로 인해 분쟁이 심화되기에 이르자 결국 ◯◯테크는 2003.1.11.자로 공소외 1에게 채용계약을 해지한다고 통보한 점(공판기록 38~42), 한편 평소 ◯◯테크의 채권회수업무 담당자들은 스스로를 위 회사의 지시·감독을 받는 일반 직원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해 온 것으로 보이며, 이는 위와 같은 분쟁 과정에서 공소외 1이 ◯◯테크의 보수조건 변경 요구에 반대하면서 보낸 우편물에 “저는 촉탁직 직원이 아니며 자유직업 소득자임에도 불구하고 계약 내용을 수시로 변경요구 및 부당한 대우를 행하는 것은 저를 하나의 인격체로 보지 않고”라고 기재한 것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점(공판기록 91~95, 102~109, 수사기록 18) 등 여러 정황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위와 같은 ◯◯테크와 ◯◯상호저축은행 사이의 특수한 관계, ◯◯테크의 규모, ◯◯테크와 공소외 1 사이의 고용계약 및 보수 체계, 채권회수업무 담당자들의 인식 등을 종합해 보면, ◯◯상호저축은행이 ◯◯테크에게 새롭게 제시한 채권추심담당 직원들에 대한 보수기준을 전제로 한 채용조건에 관한 합의가 더 이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테크가 공소외 1에 대한 채용계약 해지를 통보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판단하였다고 하여 이를 무리하다거나, 위 해지 통보 당시에 ◯◯테크의 대표이사인 피고인에게 근로자인 공소외 1을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한다는 인식이 있었다고 섣불리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테크와 ◯◯상호저축은행 사이의 특수한 관계를 비롯하여 ◯◯테크가 공소외 1과의 채용계약을 해지하게 된 구체적인 경위 등에 대하여 좀 더 자세하게 심리해 본 다음 그러한 해지가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것인지, 나아가 피고인에게 근로자인 공소외 1을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한다는 인식이 있는 것인지에 대하여 판단하였어야 할 것인데, 이에 이르지 아니한 채 판시한 바와 같은 이유만을 들어 피고인에게 구 근로기준법 제110조, 제30조제1항 위반죄의 죄책이 인정된다고 본 원심판결에는 위 조항 위반죄의 범의 등에 관한 법리오해, 채증법칙 위반 등의 위법이 있어,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하여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그대로 유지될 수 없다 할 것이다.

 

2.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일환(재판장) 김용담(주심) 박시환 김능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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