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이른바 공로퇴직의 법적 성질(=근로계약의 합의해지)
[2]계약당사자의 일방이 계약해지에 관한 조건을 제시한 경우, 그 조건에 관한 합의까지 이루어져야 합의해지가 성립하는지 여부(적극)
[3]공로퇴직을 전제로 한 근로자의 퇴직 의사표시에 대하여 사용자가 일반퇴직으로 처리한 경우, 그 퇴직처분의 법적 성질(=해고)
◆ 대법원 2007.11.30. 선고 2005다21647, 2005다21654 판결[면직처분확인등]
♣ 원고, 상고인 / 원고 1외 19인
♣ 피고, 피상고인 / 주식회사 대한◯◯◯공사
♣ 원심판결 / 서울고법 2005.3.17. 선고 2004나35078, 35085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근로자의 공로퇴직신청에 대하여 사용자가 이를 승인하여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는 형태의 공로퇴직제도에 있어서의 공로퇴직은 근로계약의 합의해지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한편, 계약이 합의해지되기 위하여는 일반적으로 계약이 성립하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계약의 청약과 승낙이라는 서로 대립하는 의사표시가 합치될 것을 요건으로 하는바, 이와 같은 합의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쌍방 당사자의 표시행위에 나타난 의사의 내용이 객관적으로 일치하여야 하므로 계약당사자의 일방이 계약해지에 관한 조건을 제시한 경우 그 조건에 관한 합의까지 이루어져야 합의해지가 성립된다(대법원 1996.2.27. 선고 95다43044 판결, 대법원 2000.3.10. 선고 99다70884 판결 등 참조).
따라서 공로퇴직을 전제로 한 근로자의 퇴직 의사표시에 대하여 사용자가 공로퇴직을 거절하고 일반퇴직으로 처리하였다고 하더라도, 공로퇴직을 전제로 한 근로계약의 합의해지에 관하여 쌍방의 의사표시가 합치되었다고 할 수 없고, 또한 근로자가 공로퇴직 의사와 별도로 그 일반퇴직에 대하여 별도로 승낙함으로써 일반퇴직에 관한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인정되지 않는다면, 위와 같은 일반퇴직은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일방적인 의사에 의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이어서 해고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원고들은 2001.3.24. 및 같은 달 26일 피고 회사에 2000.5.23.자 보충단체협약에서 합의된 ‘공로퇴직금’의 지급액을 실질적으로 증액하는 것으로 변경하는 내용의 2000.6.15.자 보충단체협약 변경합의서(이하 ‘이 사건 변경합의서’라고 한다)에 기하여 공로퇴직신청서를 제출한 사실, 이에 피고는 이 사건 변경합의서에 의한 공로퇴직금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하면서 위 공로퇴직신청서를 반려한 사실, 그 후 원고들은 2001.5.8. 피고를 상대로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2001가합2255호로 이 사건 변경합의서에 기한 공로퇴직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는데, 피고는 위 소송의 2001.7.18.자 답변서를 통하여, ‘근로계약관계를 계속 유지하고 있는 원고들이 공로퇴직금의 지급을 구하는 것은 부적법하므로 위 소송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퇴직의사를 분명히 하여야 할 것인데, 만일 원고들이 다시 일반퇴직이 아니라 공로퇴직신청을 하면 이를 일반퇴직으로 처리한 후 공로퇴직금의 지급 여부는 소송 결과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취지로 답변한 사실, 원고 1은 2001.8.17., 나머지 원고들은 같은 달 22일 이 사건 변경합의서에 기하여 재차 공로퇴직을 신청한 사실, 피고는 2001.8.17. 먼저 공로퇴직을 신청한 원고 1 등에게, ‘공로퇴직금 청구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공로퇴직금을 지급할 것이나, 그 전에 공로퇴직금을 인정할 수 없고, 위 원고 등의 공로퇴직신청은 일반퇴직신청으로 간주하여 같은 달 24일자로 수리할 것인데, 만약 일반퇴직을 원하지 아니한다면 같은 달 22일 이전에 퇴직신청을 철회할 수 있고, 그 경우에는 퇴직신청이 없었던 것으로 간주하겠으나, 입장 표명이 없다면 피고의 입장을 이해하여 퇴직신청을 한 것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취지의 답변서를 보내었고, 같은 달 23일 나머지 원고들에 대하여도 같은 취지와 함께 입장 표명이 없을 경우 같은 달 30일자로 퇴직을 수리하겠다는 취지의 답변서를 보낸 사실, 그러나 원고들은 그 기한 내 아무도 퇴직신청을 철회하지 아니하였고, 이에 따라 피고는 원고 1을 2001.8.24.자로, 나머지 원고들을 같은 달 30일자로 각 의원면직처리한 후(이하 ‘이 사건 면직처분’이라고 한다), 2001.9.3. 법정퇴직금 상당액을 원고들의 각 계좌에 입금한 사실, 이에 원고들은 2001.9.4. 위 퇴직금을 반환하면서 피고에 대하여 공로퇴직금을 지급해 줄 것을 요구하며 이의한 사실, 피고는 2001.9.10. 다시 원고들에게 원고들이 퇴직신청을 철회하지 아니하였기에 통보한 대로 일반퇴직처리를 한 것이고 이에 따라 퇴직금을 지급한 것이므로 위 퇴직금을 원고들의 계좌에 재입금할 것이며, 만일 원고들이 다시 반환한다면 피고가 이를 보관하거나 법원에 공탁할 것이라는 취지로 통지한 후, 2001.9.12. 원고들의 계좌에 위 퇴직금을 재입금한 사실, 이에 원고들이 2001.9.12. 피고에 대하여 위 퇴직금을 공로퇴직금의 일부로 보겠으니 공로퇴직금 잔액을 지급하라고 요구하면서 이 사건 퇴직금을 수령한 사실, 피고는 2001.10.10. 다시 원고들에게 위 퇴직금의 성격이 공로퇴직금이 아닌 법정퇴직금임을 강조하는 내용의 통보를 하자 원고들은 2001.10.15. 다시 피고에 대하여 공로퇴직금 잔액의 입금을 요구한 사실, 위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2001가합2255호 퇴직금청구소송에서 이 사건 변경합의서는 효력이 없다는 이유로 원고들 등의 청구는 기각되었고, 이에 대한 원고들측의 항소와 상고도 모두 기각된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실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들의 공로퇴직신청에 대하여 피고가 이를 승인하지 아니하여 공로퇴직의 합의가 있었다고 할 수 없고, 피고는 원고들의 공로퇴직신청을 일반퇴직신청으로 간주하여 임의로 의원면직처분을 하였는데 원고들이 의원면직처분을 승낙하지 아니하였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피고의 법정퇴직금 지급에 대하여 수차 이의를 제기하면서 공로퇴직금의 지급을 요청하는 등 원고들의 퇴직 의사표시가 공로퇴직을 전제로 한 것임을 분명히 하였으므로 일반퇴직에 관하여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의사의 합치가 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면직처분은 실질적으로 피고의 일방적인 의사에 의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이어서 해고에 해당할 것인데, 원고들을 해고할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다는 점이나 정당한 징계절차를 밟아 해고하였다는 점 등에 관하여 피고로부터 아무런 주장·입증이 없으므로 위 해고는 부당해고로서 무효라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이와 다른 전제에서 원고들은 공로퇴직이 거부되더라도 사직을 강행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였다고 하여 이 사건 면직처분이 유효하다고 판단하고 말았으니, 원심판결에는 의사표시의 해석 내지 근로계약의 합의해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고, 이는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
그러므로 주위적 청구에 관한 나머지 상고이유와 예비적 청구에 관한 상고이유를 판단할 필요 없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능환(재판장) 김용담 박시환(주심) 박일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