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선원법의 위임을 받아 해양수산부장관 고시한「선원 최저임금고시」에서, 외국인 선원 유족보상보험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통상임금 및 승선평균임금 최저액을, 해당 선원노동단체와 선박소유자단체 간 단체협약으로 정할 수 있도록 재위임한 것이나 그에 따른 최저임금이 외국인 선원에게 적용되는 것이 무효라고 볼 수 없다고 본 사례.
【서울행정법원 2024.5.23. 선고 2022구합51758 판결】
• 서울행정법원 제13부 판결
• 사 건 / 2022구합51758 유족급여및장례비부지급처분취소
• 원 고 / 1. A ~ 5. E
• 피 고 /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
• 변론종결 / 2024.03.14.
• 판결선고 / 2024.05.23.
<주 문>
1. 피고가 2021.4.20. 원고 E에 대하여 한 유족급여 및 장례비 전부 부지급 처분 중 별지1 기재 부분을 취소한다.
2. 원고 E의 나머지 청구 및 나머지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원고 E와 사이에 생긴 부분의 60%는 원고 E가, 그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하고, 나머지 원고들과 사이에 생긴 부분은 나머지 원고들이 각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가 2021.4.20. 원고들에 대하여 한 유족급여 및 장례비 일부 부지급 처분을 취소 한다(청구취지변경 신청서 및 청구원인을 종합할 때, 원고들은 피고에 대한 당초 지급신청 금액 중 원고 E에 대한 전부 부지급 부분, 그리고 나머지 원고들에 대하여 인정되지 않은 부분의 각 취소를 구하고 있음이 명백하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등
가. 당사자들의 지위 및 재해의 발생
1) F(영문생략, 이하 ‘망인’이라고 한다)는 G 공화국 국적의 외국인으로, H(어선소유자이자 어선원보험가입자) 소유의 76톤 선박인 제***I호(이하 ‘이 사건 선박’이라 한다)의 어선원이었던 자이다.
2) 원고 A(이하 ‘원고1’이라고 한다)는 망인의 배우자이고, 원고 B(이하 ‘원고2’라고 한다)와 C(이하 ‘원고3’이라고 한다)는 망인의 자녀들이고, 원고 D(이하 ‘원고4’라고 한다)는 망인의 어머니, 원고 E(이하 ‘원고5’라고 한다)는 망인의 아버지이다.
3) 피고는 어선원 및 어선 재해보상보험법(이하 ‘어선원재해보험법’이라 한다) 제9조에 따라 해양수산부장관으로부터 어선원재해보상보험급여의 결정 및 지급 등 법률에 따른 보험사업과 관련된 업무를 위탁받아 처리하는 기관이다.
4) 망인은 2020.8.7. 06:21경 전남 신안군 J도 서방 해상에서 이 사건 선박의 유압모터로 감기는 어구 줄에 목이 걸려 질식 내지 경추부 골절로 사망하였다(이하 ‘이사건 사고’라고 한다).
나. 어선 외국인 선원 관련 단체협약 및 노사합의
1) 피고가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이하 ‘선원노련’이라 한다)과 사이에 체결한 어선 외국인 선원 단체협약(2018.5.14. 개정된 것, 이하 ‘이 사건 단체협약’이라 한다)에 의하면, 이 사건 단체협약은 20톤 이상 연근해 어선에 승선하는 외국인 선원에 대한 유일한 단체협약으로서 어선에 승선하는 외국인 선원에게 적용되고(제1조제1항), 고용주는 외국인 선원과의 근로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이 사건 단체협약의 기준을 하회하여서는 안 되며, 하회된 근로계약은 이 사건 단체협약에 따른다(제2조제2항). 고용주는 외국인 선원을 피보험자로 하여 어선원재해보험법에 따른 보험에 가입하여야 하며, 선원의 재해발생 시 어선원재해보험법에 의하여 보상처리하고(제10조제1항), 위 보험에서 보장하는 보험금 지급 시 적용되는 통상임금 및 승선평균임금 최저액을 외국인 선원 최저임금과 동일한 금액으로 한다(제10조제2항).
2) 피고는 2018.5.14. 선원노련과 ‘20톤 이상 연근해 어선 외국인 선원 최저임금은 노사합의로 정한 금액으로 하고, 재해보상 시 적용되는 통상임금 및 승선평균임금 최저액도 이와 동일한 금액으로 하며, 본 합의서는 쌍방이 서명한 날부터 효력이 발생한다.’(제3항)는 내용의 ‘연근해 어선 외국인 선원 고용 등에 관한 노사합의서’에 서명하였다(이하 ‘이 사건 노사합의’라 한다). 피고와 선원노련은 ‘2020년 최저임금은 육상근로자 최저임금의 96% 수준’으로 합의하였고, 이 사건 노사합의에 따른 20톤 이상 연근해 어선에 승선하는 외국인 선원의 2020년 통상임금 및 승선평균임금은 각 1,862,240원(8,240원 × 월 근무시간 226시간)이다.
다. 유족급여의 결정 등
1) 원고1[원고2 내지 5는 원고1에게 급여청구를 위임하였다(갑 제6호증 참조)]은 망인의 사망과 관련하여 2020.9.경 유족급여 및 장례비 산정의 기초가 되는 승선평균임금이 4,583,140원임을 전제로 하여 유족급여 198,602,730원, 장례비 18,332,580원의 지급을 청구하였다(갑 제7호증 참조. 이하 ‘이 사건 청구’라고 한다).
2) 피고는 2021.4.20. 원고1 내지 4에 관하여 유족급여 64,556,960원[= 80,696,200원{= 1,862,240원(2020년 승선평균임금)/30일 × 1,300일} × 4/5{정당수급권자 5명(부, 모, 배우자, 자녀 2명) 중 ‘부’에 대한 대표수익자 지정합의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나머지 유족들 부분에 해당하는 부분만 급여를 지급함}], 장례비 5,959,104원[= 7,448,880원{= 1,862,240원(2020년 승선평균임금)/30일 × 120일} × 4/5] 합계 70,516,064원의 지급결정을 하고(갑 제4호증), 위 금액을 이 사건 선박의 선주인 H를 통하여 원고1 내지 4에게 지급하였다.
3) 원고1은 2020.8.7. 이 사건 처분에 불복하여 피고에 대하여 심사청구를 하였으나, 피고는 2021.9.30. ‘이 사건 노사합의에 따라 외국인 선원 재해보상 시 적용되는 통상임금 및 승선평균임금 최저액을 외국인 선원 최저임금과 동일한 금액으로 적용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처분은 타당하다.’는 이유로 위 심사청구를 기각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7, 11 내지 15, 19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1 내지 5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관련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별지 생략>
3.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여부
가. 원고 주장의 요지
1) 원고5는 망인의 아버지로 유족급여 수급권자에 해당하고, 원고5 또한 원고1에게 위임하여 이 사건 청구를 하였음에도, 원고5에 대하여는 전혀 급여를 지급하지 아니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2) 선원법 제59조에 따라 해양수산부장관이 고시하여 2020.1.1.부터 시행된 2020년도 선원 최저임금고시(해양수산부고시 제2019-184호, 이하 ‘이 사건 최저임금고시’라 한다) 제2.가.2)항은 어선원들의 재해보상을 두텁게 하겠다는 취지로서 국적과 임금 지급 형태(고정급인지 여부)와 무관하게 모든 어선원의 재해보상 시 적용된다. 이 사건 최저임금고시 제2.가.2)항에 따르면 어선원의 재해보상 시 적용되는 승선평균임금액은 월 4,583,140원임에도, 망인에 대하여 승선평균임금액을 월 1,862,240원으로 적용하여 이루어진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3) 이 사건 최저임금고시 제2.나.3)항 본문의 ‘외국인 선원의 경우 해당 선원노동단체와 선박소유자단체 간에 단체협약으로 최저임금을 정할 수 있다’는 부분은 유엔 사회권규약 제2조제2항, 제7조, 헌법 제11조와 제32조, 근로기준법 제6조를 비롯하여 법률유보원칙에 위반될 뿐만 아니라, 외국인 선원에 한하여 최저임금의 결정 권한을 선원노동단체와 선박소유자단체에 재위임하여 모법인 선원법 제59조에 위반되고 재위임의 한계를 일탈하여 무효이다.
4) 이 사건 최저임금고시 제2.나.3)항은 ‘최저임금’에 관한 부분만을 단체협약으로 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 사건 단체협약 제10조제2항에서 ‘어선원재해보상보험에서 보장하는 보험금 지급 시 적용되는 통상임금 및 승선평균임금 최저액은 외국인 선원 최저임금과 동일한 금액으로 한다.’라고 규정한 것은, 이 사건 최저임금고시에서 위임한 ‘최저임금’ 부분을 넘는 부분까지 규정한 것으로서 위법하여 무효일 뿐만 아니라, 외국인 선원을 국적을 이유로 차별대우 하는 것으로서 헌법 제11조, 근로기준법 제6조에 위반되어 무효이다.
5) 또한 망인을 비롯한 외국인 선원이 선원노련의 조합원이 아니므로, 이 사건 단체협약은 체결 권한이 없는 단체에 의하여 체결된 것이어서 무효이다. 또한 이 사건 단체협약은 합리적 이유 없이 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최저임금을 차별하고 있으므로, 민법 제103조, 근로기준법 제6조, 선원법 제5조 및 제59조 등에 위배되어 무효이다.
나. 이 사건 청구 중 원고5에 대한 부분에 관한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보면, 원고5는 망인의 아버지로서 어선원재해보험법 시행령 제23조제1항 및 제2항, 선원법 시행령 제29조, 제30조에 따라 원고1 내지 4와 동순위의 유족급여 수급권자에 해당하는 사실, 원고5 또한 이 사건 청구 당시 원고1에게 유족급여 청구에 관한 권한을 위임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원고5의 대표수급권자지정합의(위임)가 없음을 이유로 원고5에 대하여 이루어진 유족급여 및 장례비 전부 부지급 처분 중 피고가 본래 인정한 원고5의 수급분 부분[승선평균임금 1,862,240원을 적용하여 산정한 망인에 대한 유족급여 80,696,200원 및 장례비 7,448,880원 중 원고5수급분(1/5)에 해당하는 17,629,016원(유족급여 16,139,240원 + 장례비 1,489,776원) 부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다. 망인에 대하여 적용할 승선평균임금액 관련 주장에 관한 판단
1) 이 사건 최저임금고시 제2.가.2)항이 망인과 같이 고정급만을 임금으로 지급받는 선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지 여부
다음과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이 사건 최저임금고시 제2.가.2)항은 국적 및 임금지급형태와 무관하게 모든 어선원의 재해보상 시 적용되는 것, 즉 ‘월 고정급만 지급받는 국내외 어선원’의 경우도 이 사건 최저임금고시 제2.가.2)항의 적용대상에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함이 타당하다.
가) 이 사건 최저임금고시 제1항에 적용대상으로서 선원법 제2조제1호의 규정에 의한 ‘선원’이라고만 되어 있을 뿐 달리 제2.가.2)항의 경우 생산수당 또는 비율급으로 임금을 지급받는 선원에게만 적용된다는 기재가 없는 이상, 이 사건 최저임금고시 제2.가.2)항을 생산수당 또는 비율급으로 지급받는 어선원에게만 적용하는 것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나) 이 사건 최저임금고시 제2.가.2)항이 처음에는 임금을 월 고정급 및 생산수당 또는 비율급으로 지급받아 실제 지급받는 임금이 일정하지 않은 어선원에게 재해보상시 재해보상액 최소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제정되었고 주로 그러한 어선원의 경우에 위 조항이 문제된다고 하더라도, 제2.가.2)항에서 적용대상을 ‘생산수당 또는 비율급으로 지급받는 어선원’으로 특정하지 않았고, 임금 지급형태에 따라 재해보상 최저액을 달리 적용하는 것에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보이지 않으므로, 이 사건 최저임금고시 제2.가.2)항의 적용에 있어서는 월 고정급만을 지급받는 어선원에게도 제2.가.2)항의 최저액이 적용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다) 이 사건 최저임금고시 제2.나.항은 최저임금 적용의 특례를 정하면서도 ‘월 고정급만 받는 내국인 선원’에 대해서는 명시하고 있지 않은데, 그렇다고 해서 ‘월 고정급만 받는 내국인 선원’에 대하여 ‘임금을 월 고정급으로 받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 사건 최저임금고시 제2.가.2)항의 적용을 배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그렇다면 ‘월 고정급만 받는 외국인 선원’의 경우에도 명시적으로 이 사건 최저임금고시 제2.가.2)항의 적용을 배제하는 특례 규정이 없는 이상, ‘임금을 월 고정급으로 받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 사건 최저임금고시 제2.가.2)항의 적용을 배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라) ‘월 고정급만 받는 외국인 선원’에 대해서까지 이 사건 최저임금고시 제2.가.2)항을 적용함으로써 ‘생산수당 또는 비율급으로 임금을 지급받는 어선원’과의 형평과 관련하여서는 이 사건 최저임금고시 제2.나.3)항과 같은 규정을 통하여 해결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최저임금고시 제2.가.2)항이 ‘월 고정급으로 임금을 지급받는 어선원’에게도 적용된다고 보더라도 불합리하지 않다.
2) 이 사건 최저임금고시 제2.나.3)항이 단체협약의 형식으로 최저임금을 정하도록 재위임하는 것이 적법한지 여부
이 사건 최저임금고시 제2.나.3)항은 외국인 선원이 소속된 선원노동단체로 하여금 선박소유자단체와 사이에 단체협약으로 최저임금을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바, 이처럼 단체협약의 형식으로 최저임금을 정할 수 있도록 재위임하는 것이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 그 구체적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근로자 임금의 최저수준을 법률로써 보장하기 위하여 제정된 최저임금법은 제3조제2항에서 ‘이 법은 선원법의 적용을 받는 선원에게는 적용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다. 선원법 제5조제1항에 의하면 선원의 근로관계 중 임금, 근로시간 및 휴식, 구제 제도 등에 관하여는 근로기준법 규정을 준용하지 않고 선원법이 자체적으로 규정하게 되어 있다.
나) 외국인 선원의 경우 통상 국내에 체류 허용기간 내에서 일시적으로만 체류하여야 하므로 주거의 안정을 확보하기 위하여 사업주로부터 주거비, 식비 등을 지원받는 것을 선호하는 특성이 있어, 내국인 선원과 달리 외국인 선원 표준근로계약서 양식에 따라 근로계약을 체결한다. 피고가 제출한 외국인 선원 표준근로계약서 양식(을 제6호증)을 보면, 제10조(숙식조건)에서 ‘고용주는 외국인 선원에게 숙박시설을 무료로 제공하고, 필요한 생활용품(치약, 칫솔, 면도기, 수건), 침구, 구급상비약을 제공하여야 하며, 식사를 무료로 제공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고, 제8조(송환)에서 “외국인 선원이 계약기간 종료로 귀국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고용주는 외국인 선원에게 출국교통비 및 출국 시까지의 숙식비(이하 ‘송환비용’이라 한다)를 지급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다) 외국인 선원에 대한 근로조건의 내용이 내국인 선원과 차이가 있는 이상, 숙식비 내지 송환비용 지원 등이 문제되지 않는 내국인 선원과 달리 외국인 선원은 그 최저임금을 법령에서 일괄적으로 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단체협약을 통하여 이를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재위임할 필요성이 있으므로, 이러한 재위임이 합리적 근거 없이 국적에 따라 외국인 선원을 차별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 사건 최저임금 고시 제2.나.3)항은 외국인 선원이 소속된 선원노동단체로 하여금 선박소유자단체와 사이에 단체협약으로 최저임금을 정할 수 있도록 하여, 경제적으로 열악한 지위에 있는 외국인 선원의 권익을 어느 정도 보호하고 있고, ‘최저임금이 종전의 임금수준을 낮추어서는 안 된다’는 단서를 두어 외국인 선원의 기본적 근로조건 보장을 위한 제한을 두고 있다.
라) 헌법상 평등원칙은 본질적으로 같은 것을 자의적으로 다르게 취급함을 금지하는 것으로서, 일체의 차별적 대우를 부정하는 절대적 평등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입법을 하고 법을 적용할 때에 합리적인 근거가 없는 차별을 하여서는 안 된다는 상대적 평등을 뜻하므로, 합리적 근거가 있는 차별 또는 불평등은 평등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대법원 2018.10.25. 선고 2018두44302 판결 등 참조). 외국인 선원에 대하여 선원법이 근로기준법의 일부 규정만 적용되게 한 점, 외국인 선원들은 체류허용기간이 정해져 있어 계약기간이 다소 짧은 점, 외국인 선원의 고용주로서는 통상적으로 이들의 숙식비 내지 송환비용 등도 부담하는 등 위에서 본 사정들에 의하면 외국인 선원을 내국인 선원과 다르게 처우할 합리적 근거가 있다[한편 원고들은 최저임금에 관하여 국회에서 법률로 결정하여야 함에도, 해양수산부장관으로 하여금 최저임금을 정하도록 한 선원법 제59조가 법률유보원칙, 명확성 원칙에 반하여 위헌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앞서 본 사정들에, 선원이라는 특수한 분야에 관련한 최저임금 설정과 관련하여 법률에서 상세하게 규정하는 것의 입법기술상 어려움과 전문적, 정책적 판단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점, 해양수산부장관이 선원의 최저임금을 독단적으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해양수산부 정책자문위원회의 자문을 거쳐 정하고 있는 점, 선원 외의 일반 근로자들에 대하여 적용되는 최저임금의 경우에도 국회에서 직접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선원법 제59조가 위헌·무효라고 단정할 수 없다].
3) 이 사건 단체협약 제10조제2항이 이 사건 최저임금고시 제2.나.3)항의 위임범위를 일탈하였는지 여부
이 사건 최저임금고시 제2.나.3)항에서 이 사건 단체협약으로 정할 수 있도록 위임한 범위는 제2.가.1)항의 선원 최저임금(이하 ‘㉠‘이라 한다), 제2.가.2)항의 어선원의 재해보상 시 적용되는 통상임금 및 승선평균임금 산정을 위한 월 고정급의 최저액(이하 ‘㉡’이라 한다), 어선원의 재해보상 시 적용되는 승선평균임금(이하 ‘㉢’이라 한다)을 모두 의미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므로, 이 사건 단체협약 제10조제2항이 위 고시의 위임범위를 일탈했다고 볼 수 없다. 그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이 사건 최저임금고시 제2.가.항은 ‘최저임금액 및 적용방법’의 ‘일반사항’이라는 표제 하에 ㉠, ㉡, ㉢을 함께 규정하고 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고시에서의 ‘최저임금’은 위 ㉠, ㉡, ㉢을 모두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나) 이 사건 최저임금고시 제3항은 ‘선박소유자 이행사항’으로, 이 고시에 따라 책정된 사업장별 최저액 이상의 임금을 선원에게 지급해야 하고(가.항), 이 고시에 따라 사업장별로 책정된 최저액 이상의 승선평균임금을 산정하여 재해 발생 시를 대비해야 한다(나.항)고 규정하고 있어, 제3항에서도 ‘최저임금’은 ㉠, ㉡, ㉢을 모두 포함하여 의미하고 있다고 보인다. 이처럼 이 사건 최저임금고시 제2.가.항 및 제3항에서의 ‘최저임금’이 ㉠, ㉡, ㉢을 모두 포함하고 있음에도, 이 고시의 일부인 제2.나.항의 ‘최저임금’만이 따로 ㉠만을 의미한다고 보는 것은 부자연스럽다.
다) 이 사건 최저임금고시 제3.나.항의 ‘이 고시에 따라 사업장별로 책정된 최저액’이라는 부분은, 이 고시 제2.나.항의 적용으로 인하여 각 사업장마다 승선평균임금최저액이 다를 수 있음을 전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라) 이 사건 최저임금고시 제2.나.항의 1), 3)항에서 동거의 친족만을 선원으로 승선시키는 경우나 외국인 선원의 경우 최저임금을 달리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위 각 경우에서의 ‘선원’이 어선원일 수도 있고 어선원 아닌 선원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 ㉡, ㉢을 모두 달리 정할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함이 자연스럽다.
4) 이 사건 단체협약 제10조제2항이 외국인 선원을 국적을 이유로 하여 부당하게 차별하여 무효인지 여부
피고가 원고들의 유족급여를 내국인 선원의 유족들에 비하여 낮게 책정한 것이 외국인 선원인 망인이나 그 유족인 원고들을 ‘국적’에 따라 부당하게 차별한 것으로 볼 근거는 없고, 오히려 망인의 실제 임금 수준이 다른 선원에 비하여 낮았기 때문에 초래된 자연스러운 결과로 보인다. 이 사건 단체협약 제11조가 ‘고용주는 외국인 선원이 승선 근무하는 동안 양질의 충분한 식량(제1호), 적당한 크기와 규모의 숙박 시설(제2호), 한국 선원과 동등한 수준의 작업에 필요한 물품(작업복, 작업화 등)(제3호)을 무상으로 제공하여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는 점(을 제5호증) 및 외국인 선원 표준근로계약서 양식(을 제6호증) 등에 비추어 보면, 외국인 선원의 임금 수준이 낮은 것은 외국인 선원의 특성상 주거의 안정을 확보함과 동시에 주거비, 식비 등을 지원받는 것이 중요하고, 국내에 체류하는 동안 정기적이고 안정적인 고정 임금을 지급받는 것에 대한 수요가 높아, 성과에 연동하지 않는 월 고정급의 지급 형태가 일반적이기 때문으로 보이며 원고들에 대한 유족급여 액수가 결과적으로 낮게 책정되었다는 사실만으로는 망인이나 원고들을 합리적 이유 없이 내국인 선원이나 그 유족들에 비하여 차별적으로 처우한 것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
오히려 원고들이 주장하는 대로 유족급여를 책정하게 되면, 원고들로서는 망인이 수령하였던 임금 수준과 실제 납부한 보험료에 비하여 높은 수준의 유족급여를 지급받게 되어 다른 선원들과의 형평에 어긋나는 문제가 발생한다. 즉, 이 사건 단체협약 제10조제2항을 무효라고 보게 되면, 월 고정급을 받던 망인에게도 이 사건 최저임금 고시 제2.가.2)항이 적용됨으로써 원고들은 망인의 실제 임금 수준의 2배를 현저히 초과하는 승선평균임금을 기초로 산정된 보험급여를 수령하게 되는데, 이는 망인보다 고액의 임금을 수령하여 망인보다 고액의 보험료를 산정하고 납부한 다른 선원들과의 형평에 어긋난다.
5) 이 사건 단체협약에 따른 최저임금이 망인에게 적용되는 것이 무효인지 여부
다음과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이 사건 단체협약이 체결 권한 없는 단체에 의하여 체결된 것으로 무효라거나 그 효력이 망인에게 미치지 아니한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들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가) 이 사건 최저임금고시 제2.나.3)항은 ‘해당 선원노동단체와 선박소유자단체 간에 단체협약으로 최저임금을 정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있는 바,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아니한 외국인 선원들에 대하여도 일률적으로 적용되어야 하는 최저임금의 특성을 고려하여 보면 ‘해당 선원노동단체’는 외국인 선원들에 대하여 대표성을 가지는 선원노동단체가 최저임금과 관련한 협의의 주체가 된다는 것이고, 반드시 외국인 선원들이 직접 가입한 노동조합이 각별로 최저임금에 관한 협의를 하여야 최저임금으로서 효력이 있다고 해석할 것은 아니다.
나) 현재 우리나라 법체계상 외국인선원의 근로조건 및 고용기준에 관하여 직접 규정하는 법률은 없다. 다만 선원법 제107조, 제115조에서 외국인 선원의 고용을 포함한 인력 수급에 관한 개략적 사항만을 정하면서 대통령령에 일임하였고 이에 근거한 선원법 시행령 제39조 역시 그 고용에 관한 기준을 해양수산부장관이 정하도록 하였을 뿐이다. 이에 사실상 외국인선원을 관리하는 ‘외국인선원 관리지침’(해양수산부고시 제2018-138호)과 이 사건 최저임금고시가 기본적 규범으로서 최소한의 역할을 하고 있음은 불가피하다. 위 관리지침과 이 사건 최저임금고시에 의해 선원노련을 대표자로한 단체협약을 체결하도록 하고 그 단체협약을 기본으로 한 표준근로계약서 작성을 통해 외국인선원의 근로조건이 정해짐으로써 기본적 근로관계가 규율되고 있다. 위와 같이 근로기준법이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대하여 일종의 특별법인 선원법 제59조의 위임을 받은 해양수산부장관이 외국인 선원들에 대한 최저임금 결정의 방법으로 외국인 선원들 전체에 대하여 일응의 대표성을 지니는 ‘해당 선원노동단체’로 하여금 선박소유자단체와 외국인 선원의 최저임금에 관하여 협의하도록 하고 그에 따라 결정된 최저임금을 외국인 선원들 전체에 대하여 적용되도록 하는 것 또한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 물론 위와 같은 과정에서 일부 내국인선원과 비교한 불평등한 결과가 있음은 부인할 수 없으나 앞서 보았듯이 선원과 어업의 특성, 국제적인 선원 관련 관습적인 제도와 그 배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이는 일응 불가피한 합리적 차별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 이는 향후 외국인선원 관련 단체협약 및 근로계약 체결에 관한 해양수산부 내지 고용노동부의 직접 확인 내지 승인 제도 등을 도입함으로써 개선해야 할 사항으로 입법적 보완이 필요하나 현 법제도 하에서는 일정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마찬가지 이유로 이 사건 단체협약은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하의 일반적 단체협약과 그 성질 및 제도적 취지를 달리하므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서 인정되는 유일 단체협약 체결권자의 불인정 내지 단체협약의 일반적 기속력의 한계 등 문제를 이 사건에서 동일하게 적용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위와 같은 근거를 들어 이 사건 단체협약의 무효를 주장하는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
다) 선원노련의 내부규약을 담은 ‘선원노련규약집’은 제5조제5호에서 선원노련의 사업 활동 중 하나로 ‘가맹조합 조합원의 근로조건 유지개선을 위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규정한 단체교섭을 대행하는 활동’을 규정하고 있다(갑 제19호증 제6쪽 참조).
라) 이 사건 단체협약은, 총칙에서 ‘선원노련은 20톤 이상 연근해 어선에 승선하는 외국인 선원의 유일한 단체협약 체결권자로 인정된다.’라고 정하고, 제1조에서 ‘본 협약은 20톤 이상 연근해 어선에 승선하는 외국인 선원에 대한 유일한 단체협약으로서 어선에 승선하는 외국인 선원에게 적용한다.’라고 정하고 있다(을 제5호증).
마) 선원노련과 피고는 어선에 승선하는 외국인 선원에 대한 유일한 단체협약 체결권자로서 상호를 인정하고, 선원노련은 외국인 선원을 특별회원으로 하며, 고용주가 외국인 선원을 채용하고자 할 때 임금 체불 여부, 승무 정원 준수 여부, 어선원보험 가입 여부 등을 확인한 후, 외국인 선원 고용 여부에 대한 의견을 내고, 외국인 선원 1인 당 특별회비 내지 복지기금을 납부하도록 정하고 있다.
라. 소결론
이 사건 최저임금고시 제2.나.3)항에서 이 사건 단체협약을 통해 외국인 선원의 최저임금을 달리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였는데, 이러한 위임이 위법하다고 볼 수 없고, 위 ‘최저임금’에는 이 사건 최저임금고시 제2.가.2)항의 ㉡, ㉢도 포함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며, 이 사건 단체협약이 무효라고 볼 사정도 없으므로(이 사건 단체협약 제10조제2항 및 이 사건 노사합의 개정 부분이 ‘종전의 임금 수준’을 낮추는 것으로서 이 사건 최저임금고시 제2.나.3)항 단서에 위배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외국인 선원의 ‘보험금 지급 시 적용되는 통상임금 및 승선평균임금 최저액’을 ‘외국인 선원 최저임금’과 동일한 금액으로 한다는 이 사건 단체협약 제10조제2항은 유효하다. 따라서 원고에게는 이 사건 최저임금고시 제2.나.3)항, 이 사건 단체협약 등이 적용되어야 한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 중, 원고5의 위임이 없음을 이유로 일부 부지급 처분이 이루어진 부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하나, 이 사건 단체협약 제10조제2항에 따라 이 사건 노사합의로써 정한 ‘외국인 선원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유족급여를 산정한 부분은 위법하지 아니하다.
4. 결 론
그렇다면 원고5의 청구는 일부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고, 원고5의 나머지 청구 및 나머지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