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피고인은 이 사건 노동조합으로부터 단체협약에 따라 조합원 임금대장의 제공에 협조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음에도 그 요청에 아무런 회신 없이 응하지 아니하여 단체협약의 내용 중 편의제공에 관한 사항을 위반.

자료 열람 및 제공이 노동조합법 제92조제2호 마목의 ‘시설·편의제공’에 관한 사항에 해당하지 않고, 단체협약 제7조가 피고인의 의무를 규정한 것이라고 볼 수 없으며, 피고인이 단체협약 제7조를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을 모두 배척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

단체협약의 내용은 주제를 불문하고 효과적으로 이행되도록 할 필요성이 클 뿐만 아니라, 단체협약 제7조는 임금대장 등 자료의 열람 및 제공에 관해 규정한 것으로서 이 사건 단체협약의 중핵적인 내용(임금 등)과 불가분의 연관을 가지므로, 단체협약 제7조를 위반한 피고인의 행위를 가볍게 다룰 수 없는 점, 다만, 피고인이 대구지방고용노동청의 권고에 따라 임금대장 등 자료를 제공한 점, 피고인은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하여 피고인에 대한 형을 벌금 50만 원으로 정함.


【대구지방법원 2023.8.8. 선고 2023고정89 판결】

 

• 대구지방법원 판결

• 사 건 / 2023고정89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위반

• 피고인 / A (70년생, 남)

• 검 사 / 하용만(기소), 김명호(공판)

• 판결선고 / 2023.08.08.

 

<주 문>

피고인을 벌금 500,000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 유>

 

[범죄사실]

피고인은 대구 수성구에 있는 ‘B아파트’ 관리사무소장으로서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사용자이다.

피고인과 대구경북지역일반직노동조합(이하 ‘이 사건 노동조합’이라 한다) 등이 2021.3.5. 서명하여 체결한 단체협약(이하 ‘이 사건 단체협약’이라 한다) 제7조(열람 및 편의제공)는 ‘노동조합의 요청이 있을 시 조합원의 임금대장 및 조합업무와 관련된 자료의 열람 및 제공에 협조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2022.4.25.경 및 2022.4.28.경 B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이 사건 노동조합으로부터 단체협약 제7조에 따라 조합원 임금대장의 제공에 협조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음에도 그 요청에 아무런 회신 없이 응하지 아니하여 단체협약의 내용 중 편의제공에 관한 사항을 위반하였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의 일부 법정진술

1. C, D에 대한 각 경찰 진술조서

1. 각 전화등사실 확인내용

1. 2020년 단체협약 및 임금협약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92조제2호 마목, 제31조제1항(벌금형 선택)

1. 노역장유치

형법 제70조제1항, 제69조제2항

1. 가납명령

형사소송법 제334조제1항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에 관한 판단]

1.  주장의 요지

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 제81조제1항제4호와의 관계에 비추어, 노동조합법 제92조제2호 마목이 규정한 ‘시설·편의제공’이란 근로자의 후생자금 또는 경제상의 불행 그 밖에 재해의 방지와 구제 등을 위한 기금의 기부와 최소한 규모의 노동조합사무소의 제공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운영비 원조행위를 가리키는 것이므로, 단체협약 제7조의 ‘자료 열람 및 제공’은 노동조합법 제92조제2호마목의 ‘시설·편의제공’에 관한 사항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나. 단체협약 제7조는 단순히 자료 열람 및 제공 요청에 대한 ‘협조’를 규정하고 있을 뿐이고, 자료 열람 및 제공의 이행기한을 규정하고 있지도 않으므로, 그 위반 시 형사처벌까지 가능한 법적 의무를 규정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다. 이 사건 노동조합은 피고인에게 임금대장 제공에 필요한 시간적 여유를 충분히 주지 않았다. 피고인은 주된 업무인 다른 관리 업무를 수행하다보니 이 사건 노동조합에 임금대장을 제때 제공하지 못한 것일 뿐이고, 나중에 임금대장을 제공하였으므로, 피고인이 단체협약 제7조를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다.

2.  관련 법령 등의 규정

▣ 노동조합법
제31조(단체협약의 작성) ① 단체협약은 서면으로 작성하여 당사자 쌍방이 서명 또는 날인하여야 한다.
제81조(부당노동행위) ① 사용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이하 “不當勞動行爲”라 한다)를 할 수 없다.
4. 근로자가 노동조합을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행위와 근로시간 면제한도를 초과하여 급여를 지급하거나 노동조합의 운영비를 원조하는 행위. 다만, 근로자가 근로시간 중에 제24조제2항에 따른 활동을 하는 것을 사용자가 허용함은 무방하며, 또한 근로자의 후생자금 또는 경제상의 불행 그 밖에 재해의 방지와 구제 등을 위한 기금의 기부와 최소한의 규모의 노동조합사무소의 제공 및 그 밖에 이에 준하여 노동조합의 자주적인 운영 또는 활동을 침해할 위험이 없는 범위에서의 운영비 원조행위는 예외로 한다.
제92조(벌칙)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2. 제31조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체결된 단체협약의 내용중 다음 각목의 1에 해당하는 사항을 위반한 자
가. 임금·복리후생비, 퇴직금에 관한 사항
나. 근로 및 휴게시간, 휴일, 휴가에 관한 사항
다. 징계 및 해고의 사유와 중요한 절차에 관한 사항
라. 안전보건 및 재해부조에 관한 사항
마. 시설·편의제공 및 근무시간중 회의참석에 관한 사항
바. 쟁의행위에 관한 사항
▣ 이 사건 단체협약 제2장(노동조합활동)
제7조(열람 및 편의 제공) 각 단지별 대표는 이 사건 노동조합의 요청이 있을 시 조합원의 임금대장 및 조합업무와 관련된 자료의 열람 및 제공에 협조하여야 한다(단, 기밀에 속하거나 대외비를 제외한다).
제10조(조합원의 교육 및 회의참석) 조합간부 및 조합원의 교육 및 회의참석은 다음과 같이 시행한다.
2. 교육 및 회의참석은 상급단체의 공문에 의거 참석할 수 있으며 그 시간은 유급으로 인정한다.
▣ 이 사건 단체협약 제3장(임금 및 퇴직금)
제14조(임금의 원칙) 각 단지별 대표는 매월 25일에 급여를 지급하여야 한다.
제16조(퇴직금) 각 단지별 대표는 퇴직금을 1년에 30일분으로 한다.

3.  판단

가. 자료 열람 및 제공이 노동조합법 제92조제2호 마목의 ‘시설·편의제공’에 관한 사항에 해당하는지 여부

노동조합법 제92조제2호 마목은 단체협약의 내용 중 시설·편의제공에 관한 사항을 위반한 자를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① 단체협약은 협약자치의 원리에 따라 체결된 계약이면서 노동조합법 제33조가 부여한 강한 규범력으로써 집단적 노동관계를 규율하는 기능을 갖는 것이므로 단체협약의 내용은 주제를 불문하고 효과적으로 이행되도록 할 필요성이 큰 점, ② 단체협약 제7조는 ‘열람 및 편의제공’이라는 표제를 사용하여 노동조합법 제92조제2호 마목의 “편의제공”이라는 문언을 염두에 두고 작성된 것이라 보이는 점, ③ 이 사건 단체협약 제2장(노동조합활동)에는 단체협약 제7조 뿐만 아니라 ‘조합원의 교육 및 회의참석’이라는 표제를 갖는 제10조도 포함되어 있는데, 이는 노동조합법 제92조제2호 마목의 나머지 부분인 “근무시간 중 회의참석에 관한 사항”에 상응하는 내용인 점, ④ 이 사건 단체협약의 장별 제목(제2장 노동조합활동, 제3장 임금 및 퇴직금, 제4장 근로시간, 휴가 및 휴게, 제5장 인사, 제6장 징계, 제7장 안전보건 및 복지후생, 제8장 단체교섭, 제9장 노동쟁의)은 각 노동조합법 제92조제2호 각목의 내용과 상응하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으로 하여금 이 사건 노동조합의 요청이 있을 시 조합원의 임금대장 등 자료를 열람 및 제공하도록 규정한 단체협약 제7조는 노동조합법 제92조제2호 마목의 ‘시설·편의제공’에 관한 사항을 규정한 것이라고 함이 타당하다.

피고인 및 변호인은 부당노동행위에 관한 노동조합법 제81조제1항제4호 단서를 근거로 하여 이를 부정하나, 노동조합법 제81조제1항은 노동조합의 자주적인 운영 또는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사용자가 근로자 또는 근로자 단체를 상대로 할 수 없는 행위를 나열한 조항으로서, 협약자치의 원리에 따라 사용자와 근로자 간 체결된 단체협약의 내용이 최대한 효과적으로 이행되도록 하려는 노동조합법 제92조제2호와는 규율의 근거와 목적을 전혀 달리 하므로, 피고인 및 변호인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나. 단체협약 제7조가 피고인의 의무를 규정한 것인지 여부

근로자의 생활보장 및 근로자 간 형평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볼 때 단체협약의 내용 중 임금 및 퇴직금에 관한 사항은 단체협약의 중핵을 이룬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만일 노동조합이 사용자가 보유하고 있는 조합원의 임금대장을 열람할 수 없거나 이를 제공받을 수 없다면 단체협약의 내용 중 임금 및 퇴직금에 관한 사항이 유명무실화될 수 있으므로, 노동조합이 사용자에게 요청하여 조합원들의 임금대장을 열람하거나 제공받을 수 있는 권한은 최대한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단체협약 제7조는 그와 같은 권한을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서, 단체협약 제7조에 포함된 ‘협조’라는 표현은 피고인의 의무를 배제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없다(법률을 비롯한 각종 규범의 해석상 ‘협력의무’ 내지 ‘협조의무’를 도출할 수 있는 경우는 적지 않다). 또한, 단체협약 제7조가 자료 열람 및 제공의 이행기한을 규정하고 있지 않은 것은 사실이나, 협약자치에 따라 체결되는 단체협약은 세부적인 내용에 있어 다양한 모습을 가질 수 있고, 피고인과 이 사건 노동조합이 자유로운 합의에 따라 단체협약 제7조에 자료 열람 및 제공의 이행기한을 설정하지 않은 것으로 볼 여지도 있는 점, 단체협약 제7조의 이행 여부는 노동조합의 자료 열람 및 제공 요청 경위, 열람 및 제공 요청에 대한 사용자의 반응 내지 태도, 사용자가 노동조합으로 하여금 열람하게 하거나 제공한 자료의 내용, 사용자의 자료 제공 등에 소요된 기간의 상당성 등의 구체적인 사정 내지 요소를 종합하여 판단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여 보면, 단체협약 제7조는 피고인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형사처벌의 근거도 될 수 있음이 분명하다. 따라서 피고인 및 변호인의 이 부분 주장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

다. 피고인이 단체협약 제7조를 위반하였는지 여부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이 사건 노동조합은 B아파트 관리사무소장으로서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해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사람인 피고인에게 조합원들의 식대와 근속수당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여 임금을 재산정해 줄 것을 요청하였는데도 피고인이 이에 응하지 않자 2022.3.23. 피고인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한 다음 2022.4.25. 및 2022.4.28. 피고인에게 각 2022.4.26. 및 2022.5.2.을 이행기한으로 하여 조합원 임금대장의 제공에 협조해 달라는 요청을 하였던 점(증거기록 9, 10쪽), 그럼에도 피고인은 이 사건 노동조합에 위와 같은 요청을 수령하였다거나 회신 기한을 연장하여 달라는 등의 내용으로 회신을 하지 않은 채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은 점, 피고인은 다른 관리 업무수행으로 분주하여 임금대장 제공 업무에 신경을 쓰지 못했을 뿐이라고 주장하나, 이 사건 노동조합의 자료 제공 요청은 위와 같이 2차례에 걸쳐 이루어졌고, 두 번째 자료제공 요청에는 ‘2022.5.2.까지 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행정기관에 단체협약 위반으로 제소하겠다’는 내용까지 포함되어 있었으며, 피고인은 위 각 자료 제공 요청의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하고 직접 서명까지 하였던 점(증거기록 42, 43쪽), 피고인이 대구지방고용노동청의 권고로 2022.6.16. 대구지방고용노동청 직원에게 이메일로 조합원 급여대장 및 연차대장을 제출한 사실은 인정되나, 위 시점은 이 사건 노동조합이 최종 이행기한으로 삼은 2022.5.2.로부터 약 한 달 반이 경과한 시점이고, 급여대장 및 연차대장의 제출이 그와 같이 지연될 만한 사정을 찾아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은 판시와 같이 이 사건 노동조합의 조합원 임금대장 제공 협조 요청에 불응한 사실이 인정된다. 따라서 피고인은 단체협약 제7조를 위반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인 및 변호인의 이 부분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않는다.

 

[양형의 이유]

1.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 벌금 50,000원∼10,000,000원

2. 선고형의 결정: 벌금 500,000원

단체협약의 내용은 주제를 불문하고 효과적으로 이행되도록 할 필요성이 클 뿐만 아니라, 단체협약 제7조는 임금대장 등 자료의 열람 및 제공에 관해 규정한 것으로서 이 사건 단체협약의 중핵적인 내용(임금 등)과 불가분의 연관을 가지므로, 단체협약 제7조를 위반한 피고인의 행위를 가볍게 다룰 수 없다. 다만, 피고인이 대구지방고용노동청의 권고에 따라 2022.6.16. 대구지방고용노동청 직원에게 임금대장 등 자료를 제공하여 이 사건 노동조합에 전달될 수 있도록 한 점, 피고인은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판사 이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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