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원고(노동조합)와 피고 사이의 단체협약에서는 평균임금 산정 시 인센티브를 제외하되, 근속 5년 이상일 경우 일정 기준에 따른 누진연수를 근속연수에 추가하여 퇴직급여를 산정하도록 정하였는데, 원고는 위 조항은 인센티브를 제외함으로써 법정최저 퇴직금을 하회할 가능성이 생기게 하고, 근속기간이라는 우연한 사정에 따라 합리적 이유 없이 근로자를 차별한다고 주장하며 ‘평균임금 산정 시 인센티브를 제외한다’는 부분(이 사건 퇴직급여 조항)의 무효 확인을 구하는 사안.
【서울고등법원 2023.7.21. 선고 2022나2047460 판결(확정)】
• 서울고등법원 제15민사부 판결
• 사 건 / 2022나2047460 단체협약 무효확인
• 원고, 항소인 / A 노동조합
• 피고, 피항소인 / B 주식회사
• 제1심판결 / 서울중앙지방법원 2022.10.20. 선고 2021가합552726 판결
• 변론종결 / 2023.07.07.
• 판결선고 / 2023.07.21.
<주 문>
1.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원고와 피고 사이에 2019.9.24. 자로 체결된 단체협약 중 제41조제2항[퇴직급여는 평균임금(제23조 임금, 제24조 초과근로 보상의 항목은 포함하며, 인센티브는 제외함)을 기준으로 계산한다]은 무효임을 확인한다.
<이 유>
1. 기초 사실
가. 당사자 지위
피고는 생명과학 연구개발업, 의약품 및 그 원료, 의료용품 등의 수입, 제조, 도매, 판매업 등을 영위하는 외국계 회사이다. 원고는 피고 소속 근로자를 가입대상으로 하는 기업별 노동조합이다(이하 ‘원고’와 ‘원고 노동조합’이라는 표현을 함께 사용한다).
나. 단체협약 체결
1) 원피고는 2019.9.24. 다음과 같은 퇴직급여 조항이 포함된 단체협약을 체결하였다(갑 제1호증, 을 제3호증. 이하 위 단체협약을 ‘이 사건 단체협약’, 이 사건 단체협약 중 제41조제2항을 ‘이 사건 퇴직급여 조항’이라고 각각 약칭한다). <다음 생략>
2) 이 사건 퇴직급여 조항과 같이 인센티브를 평균임금 산정에서 제외하되 근속연수에 누진연수를 추가하여 지급률을 높이는 조항은 2009년 단체협약에서 최초로 도입되어, 이 사건 단체협약에까지 계속 유지되었다[을 제7호증(가지번호 포함. 이하 특별히 가지번호를 부기하지 않는 이상 가지번호를 포함한다). 다만, 2009년 단체협약에서는 ‘누진연수’를 ‘추가지수’라 표현하였을 뿐 내용은 동일하였다].
다. 법정최저 퇴직금 미달 지급 발생과 피고의 퇴직급여 지급 실무
1) 피고는 이 사건 단체협약 제41조에 따라 퇴직급여를 산정하여 지급하였다. 그런데 피고 소속 일부 근로자들이 2018년 이 사건 단체협약 제41조에 따라 계산하여 지급한 퇴직급여가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이하 ‘퇴직급여법’이라 한다) 제8조제1항에서 정한 법정최저 퇴직금에 미달한다는 취지로 고용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하였다. 고용노동청은 조사 결과 C 등 8명에게 지급된 퇴직급여가 법정최저 퇴직금에 미달한다고 보아 피고에 대하여 그 미달 금액을 2018.12.19.까지 지급하도록 시정 지시를 하였다(갑 제2호증). 피고는 고용노동청의 시정 지시에 응하여 C 등 8명에게 퇴직금 차액(‘법정최저 퇴직금’에서 ‘이 사건 단체협약 제41조에 따라 계산하여 지급한 퇴직급여’를 공제한 차액)을 변제공탁하였다(을 제6호증).
2) 피고는 2018년 이후로는 근로자의 퇴직 시 ‘이 사건 단체협약 제41조에 따라 계산하여 지급한 퇴직급여’를 지급하되 그 금액이 법정최저 퇴직금보다 적을 경우에는 법정최저 퇴직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퇴직급여 지급 실무를 운용하여 왔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 을 제3, 6, 7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청구 요지
이 사건 퇴직급여 조항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무효이므로, 그 무효 확인을 구한다.
가. 평균임금 산정 시 인센티브를 제외하면, 설령 근속기간에 따른 누진연수를 추가하더라도 피고가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퇴직급여 액수가 법정최저 퇴직금을 하회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러므로 평균임금 산정 시 인센티브를 제외하도록 정한 이 사건 퇴직급여 조항은 법정최저 퇴직금에 관한 강행규정인 퇴직급여법 제8조제1항에 반하여 무효이다(이하 위 주장을 ‘법정최저 퇴직금 하회 발생 가능 주장’이라 한다).
나. 누진연수를 적용받는 장기근속자는 법정최저 퇴직금보다 많은 퇴직급여(이 사건 단체협약 제41조가 적용된 퇴직급여)를 받지만, 누진연수를 적용받지 못하는 단기근속자는 법정최저 퇴직금을 받게 된다. 근속기간이라는 우연한 사정으로 이 사건 단체협약 제41조의 적용 여부가 달라지는 것은 합리적 이유 없이 피고 소속 근로자를 차별하는 것이다. 이렇게 이 사건 단체협약 제41조의 적용 여부가 달라지는 근본 원인은 평균임금 산정 시 인센티브를 제외하도록 정한 이 사건 퇴직급여 조항 때문이므로, 이 사건 퇴직급여 조항은 무효이다(이하 위 주장을 ‘근로자 차별 주장’이라 한다).
3. 본안 전 항변에 관한 판단
가. 본안 전 항변 요지
이 사건 퇴직급여 조항은 ‘원피고 사이의 권리의무관계’가 아닌 ‘피고와 개별 근로자 사이의 근로조건 기타 처우’에 관한 규범적 부분에 해당한다. 이 사건 퇴직급여 조항으로 노동조합인 원고의 권리나 법률상 지위에 어떠한 불안·위험이 발생하지 않는다. 또한, 이 사건 퇴직급여 조항으로 발생한 불안·위험을 제거하는 유효·적절한 수단은 개별 근로자들이 피고를 상대로 퇴직급여 지급 청구 등 이행의 소를 제기하는 것이지, 노동조합인 원고가 이 사건 퇴직급여 조항의 무효 확인을 구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이 사건 소는 확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
나. 관련 법리
확인의 이익은 원고의 권리 또는 법률상의 지위에 현존하는 불안·위험이 있고 확인판결을 받는 것이 그 분쟁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일 때에 인정된다(대법원 2006.11.9. 선고 2006다50949 판결, 대법원 2009.1.15. 선고 2008다74130 판결 등 참조).
과거의 법률관계는 현재의 권리 또는 법률관계에 관하여 확정할 이익이 없어 원칙적으로 확인의 소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그러나 과거의 법률관계가 이해관계인들 사이에 분쟁의 전제가 되어 과거의 법률관계라고 하더라도 그에 대한 확인을 구하는 것이 이와 관련된 다수 분쟁을 일거에 해결하는 유효·적절한 수단이 될 수 있는 경우 등에는 예외적으로 확인의 이익이 인정된다(대법원 1995.3.28. 선고 94므1447 판결, 대법원 1995.11.14. 선고 95므694 판결, 대법원 2020.8.20. 선고 2018다249148 판결 등 참조).
다. 판단
원고는 이 사건 단체협약을 체결한 당사자이다. 이 사건 단체협약에 포함된 이 사건 퇴직급여 조항의 유무효에 따라서 원고의 권리 또는 법률적 지위는 이 사건 단체협약의 체결 과정을 둘러싼 노동조합 내부의 책임 소재, 원고 노동조합과 조합원의 관계,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단체협약 체결 당사자로서 이 사건 퇴직급여 조항의 준수 또는 무효를 요구할 수 있거나 더 나아가 요구하여야 하는지 등의 측면에서 영향을 받으므로 현존하는 불안·위험이 있다. 이 사건 퇴직급여 조항은 개별 근로자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노동조합인 원고로서는 이행청구의 방법으로 이 사건 퇴직급여 조항의 무효를 다툴 수 없어 확인의 소에 필요한 보충성도 충족한다.
이 사건 퇴직급여 조항의 유무효를 확인하는 것은 원고 조합원을 비롯한 피고 소속 근로자와 피고 사이의 퇴직금 액수를 둘러싸고 발생할 수많은 분쟁을 일거에 해결하는 유효·적절한 수단이 된다. 이 사건 확인의 소에서 확인의 이익을 인정하지 않으면, 피고 소속 근로자들은 개개인이 피고를 상대로 개별적인 소송을 제기하여 건건이 이 사건 퇴직급여 조항의 무효를 다투어야 한다.
이 사건 확인의 소에서 확인의 이익이 있음은, 사안을 약간 달리하여 보면 선명하게 이해할 수 있다. 이 사건 단체협약에서 누진연수에 관한 정함이 없었다고 가정하여 보자. 인센티브의 임금성이 긍정된다면, 이 사건 퇴직급여 조항은 평균임금에 포함되어야 할 급여를 제외하는 합의이므로 법정최저 퇴직금에 관한 강행규정인 퇴직급여법 제8조제1항에 반하여 무효임이 분명하다. 이러한 경우에도 확인의 이익을 부정한다면 개개인의 근로자가 피고를 상대로 개별적인 이행청구 소송을 제기하여 이 사건 퇴직급여 조항의 무효를 다투어야 하므로 번잡한 절차를 반복하게 된다. 그보다는 확인의 이익을 긍정하여 이 사건 퇴직급여 조항의 무효 자체의 확인을 구하는 편이 관련된 분쟁을 일거에 해결하는 유효·적절한 수단이 된다. 이처럼 동일한 취지의 확인 청구가 사안에 따라 확인의 이익이 인정된다면, 일반적으로 확인의 이익을 인정하고 이 사건 퇴직급여 조항의 유무효는 실체적 판단 사유, 즉 인용 사유 또는 기각 사유로 봄이 타당하다.
라. 소결론
본안 전 항변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4. 본안에 관한 판단
가. 법정최저 퇴직금 하회 발생 가능 주장에 관한 판단
1) 관련 법리
평균임금 부분은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정하고, 계속근로기간이나 지급률 등 다른 요소는 근로자에게 유리하게 정한 단체협약에 따라 계산한 퇴직금이 퇴직급여법으로 계산한 금액에 미달할 때, 그 미달 범위 내에서 단체협약에서 정한 퇴직금 기준은 ‘전체로서 무효’가 된다. 근로자에게 불리한 평균임금에 관한 부분만이 무효가 되는 것이 아니다. 평균임금은 퇴직급여법의 규정에 의하고, 계속근로기간이나 지급률은 단체협약에 따라야 한다는 주장은 허용되지 않는다(대법원 1992.2.28. 선고 91다30828 판결, 대법원 1994.5.24. 선고 93다46841 판결, 대법원 2020.6.4. 선고 2017다53326 판결 등 참조).
2) 판단
법정최저 퇴직금 하회 발생 가능 주장은 주장 자체로 이유 없다. 원고의 위 주장은 ‘평균임금 산정 시 인센티브를 제외하면, 설령 근속기간에 따른 누진연수를 추가하더라도 피고가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퇴직급여 액수가 법정최저 퇴직금을 하회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이유로 이 사건 퇴직급여 조항이 무효라는 것인데, 그러한 법정최저 퇴직금 하회 발생의 가능성만으로 누진연수 조항은 그대로 둔 채 평균임금 산정에 관한 이 사건 퇴직급여 조항만의 무효를 주장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원고로서는 이 사건 단체협약 제41조에 따라 계산한 퇴직급여의 법정최저 퇴직금 하회 ‘발생 가능성’을 넘어 ‘필연적 발생’에 이르고, 그 하회 정도가 이 사건 퇴직급여 조항으로 발생한 것과 일치하거나 더 크다는 점을 주장·증명하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위 법리에서 금지하는 ‘퇴직금 산정에서 불리한 요소만을 떼어 무효라는 주장’을 받아들이는 결과가 된다.
이 사건 단체협약 제41조에 따른 퇴직급여는 법정최저 퇴직금에 비하여, 근로자의 입장에서 ‘인센티브가 평균임금에서 제외되는 불리’와 ‘누진연수가 부가되는 유리’가 공존한다. 개개의 근로자별로 인센티브 금액의 크기(불리의 정도)와 부가되는 누진연수의 크기(유리의 정도)가 달라, 그 근로자별로 이 사건 단체협약 제41조에 따른 퇴직급여와 법정최저 퇴직금을 계산하여 보아야 법정최저 퇴직금 하회 여부와 정도를 알 수 있다. 설령 이 사건 단체협약 제41조에 따른 퇴직급여 계산 결과 그 금액이 법정최저퇴직금을 하회한다 하더라도, 그 무효는 법정최저 퇴직금을 하회하는 금액(미달하는 금액)에 한정하여서만 무효라고 할 것이지 이 사건 퇴직급여 조항 자체가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
3) 소결론
법정최저 퇴직금 하회 발생 가능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나. 근로자 차별 주장에 관한 판단
계속근로기간에 따라 퇴직금 지급률에 차이를 두는 것은 근로자들의 장기근속을 유도하고 근로의욕을 고취하기 위한 것으로, 퇴직급여법 제4조제2항에서 금지하는 ‘퇴직급여 차등 설정’에 해당하지 않는다. 원고 역시 퇴직금 누진 제도는 근무기간이나 경력 등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합리적인 차등이라는 점에 동의한다(원고의 2023.5.31.자 준비서면 제5면 아래에서 제4 내지 6행).
원고가 문제로 보는 사정, 즉 ‘누진연수를 적용받는 장기근속자는 법정최저 퇴직금보다 많은 퇴직급여(이 사건 단체협약 제41조가 적용된 퇴직급여)를 받지만, 누진연수를 적용받지 못하는 단기근속자는 법정최저 퇴직금을 받게 된다’는 사정은 퇴직금 누진 제도를 긍정하는 이상 그로 인하여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결과이다. 원고 스스로도 이 사건 단체협약 제41조에 따른 퇴직급여 계산 결과가 법정최저 퇴직금에 미달하는 경우 피고가 법정최저 퇴직금을 지급함을 인정하는바, 장기근속자에게 법정최저 퇴직금을 상회하는 퇴직급여 지급 혜택을 부여하는 것은 적법하다.
근로자 차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3.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다.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판사 윤강열(재판장) 정현경 송영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