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 2022.1.14. 선고 2021누43387 판결 : 확정】
• 서울고등법원 제10행정부 판결
• 사 건 / 2021누43387 요양급여부지급처분취소
• 원고, 피항소인 / A
• 피고, 항소인 / 근로복지공단
• 제1심판결 / 서울행정법원 2021.4.14. 선고 2020구단52057 판결
• 변론종결 / 2021.10.15.
• 판결선고 / 2022.01.14.
<주 문>
1.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2.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 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피고가 2019.7.4. 원고에 대하여 한 요양비부지급처분 및 피고가 2019.8.7. 원고에 대하여 한 휴업급여부지급처분을 각 취소한다.
2. 항소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이 법원이 이 부분에 설시할 이유는 아래와 같이 수정하는 부분 외에는 제1심 판결의 이유 제1항 부분 기재와 같으므로, 행정소송법 제8조제2항,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따라 이를 인용한다.
○ 제1심 판결 2쪽 17~18행을 다음과 같이 고친다.
『2) C이 운전한 승용차에 관한 책임보험계약상의 보험사인 D 주식회사(이하 ‘D’라 한다)는 병원치료비 19,817,890원을 2013.4.12. 병원으로 직접 지급하였고, 원고에게 2014.3.13. 가지급금 2,000만 원을, 2015.11.11. 합의금 1,000만 원을 각 지급하였다.』
○ 제1심 판결 2쪽 19행의 “위 보험회사와”를 “D와”로 고친다.
○ 제1심 판결 3쪽의 글상자를 아래의 글상자로 대체한다. <아래 생략>
○ 제1심 판결 3쪽 글상자 아래 1행부터 4쪽 6행까지를 다음과 같이 고친다.
『마. 1) 원고는 2016.3.3. 이 사건 상병에 관하여 피고에게 요양급여 신청을 하였으나, 피고는 2016.4.20. ‘이 사건 사고는 원고가 자기 소유의 오토바이를 이용하여 출근하던 중 발생한 사고로서, 위 오토바이는 사업주가 제공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교통수단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업무상 사고 인정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요양불승인처분을 하였다(이하 ‘2016.4.20.자 요양불승인처분’이라 한다). 원고가 이에 불복하여 피고에게 심사청구를 하였으나 2016.9.26. 기각되었고,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에 재심사청구를 제기하였으나 2017.2.7. 기각되었다.
2) 원고는 2017.5.5. 서울행정법원 2017구단59935호로 피고를 상대로 2016.4.20.자 요양불승인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고, 위 법원은 2018.8.17. 원고 승소판결을 선고하였으며, 피고가 항소하지 않아 위 판결은 2018.9.12. 확정되었다(이하 ‘관련 행정사건’이라 한다). 이에 따라 피고는 2016.4.20.자 요양불승인처분을 취소하고 2019.1.11. 요양승인처분을 하였다.』
○ 제1심 판결 4쪽 7행의 “원고는 피고에게 요양비 지급청구를 하였으나”를 다음과 같이 고친다.
『원고는 2013.3.8.부터 2019.5.16. F병원 외 5개 의료기관에서 요양 후 피고에게 본인이 부담한 진료비(30,865,230원)에 대하여 요양비 청구를 하였으나』
○ 제1심 판결 4쪽 맨아랫줄의 “총 82,000,000원을”을 다음과 같이 고친다.
『총 8,200만 원(= D로부터 지급받은 가지급금과 합의금 합계 3,000만 원 + C으로 부터 이 사건 합의에 따라 지급받은 합의금 4,000만 원 + 형사합의금 1,200만 원)을』
2. 당사자들의 주장 요지
가. 원고
1) 이 사건 합의는 무권대리에 의한 것이므로 무효이다.
2) 이 사건 합의는 민법 제104조에 위반되어 무효이다.
3) 설령 이 사건 합의가 유효하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합의는 관련 행정사건에서 2016.4.20.자 요양불승인처분에 대한 법원의 취소판결이 확정된 2018.9.12. 이전에 이루어진 것인데, 원고가 2016.10.26. 이 사건 합의 당시 아직 발생하지도 않은 요양급여청구권 및 휴업급여청구권을 포기한 것으로 해석할 수는 없으므로, 이 사건 각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나. 피고
1) 이 사건 합의는 무권대리라고 볼 수 없고, 설령 무권대리라고 하더라도 표현대리 규정이 유추적용되거나 원고가 추인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2) 이 사건 합의는 민법 제104조에 위반되지 않아 유효하다.
3) 원고는 이 사건 합의를 통하여 C의 잔존 손해배상채무를 면제하여 주었는데, 요양급여 액수는 면제된 적극적 손해의 액수보다, 휴업급여 액수는 면제된 소극적 손해의 액수보다 각각 더 적으므로, 피고는 원고에 대한 보험급여 지급의무를 면하였다.
3. 관련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별지 생략>
4.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이 사건 합의가 유효한지
1) 무권대리행위 주장에 대한 판단
가) 당사자들의 주장
(1) 원고
아래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합의는 원고의 모친 E의 무권대리행위에 의한 것으로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가) 이 사건 합의서의 채권자란에 “법정대리인(모친) E”라고 기재되어 있으나, 원고는 1981년생으로 이 사건 합의가 이루어진 2016.10.26. 이미 성인이던 원고에게 법정대리인은 존재할 수 없었으므로, 위와 같은 문구의 기재만으로도 이 사건 합의서는 권한 없이 작성되었음이 분명하다.
(나) 이 사건 합의는 관련 민사사건에서 2015.12.1. 공시송달에 의한 원고 승소판결이 선고된 이후 원고가 병원에 있는 상태에서 이루어졌다. 원고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느라 정신이 없는 상태였고, E에게 이러한 합의의 권한을 위임하거나 승낙한 적이 없다.
(다) E는 사실확인서(갑 제7호증)에서, 이 사건 합의 당시 위임장이 없었고, 원고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느라 정신이 없는 상태에서 자신이 혼자 I(주)(이하 ‘I’라 한다)의 사무실에 가서 원고의 서명을 대신 기재하였다고 진술하였다.
(2) 피고
원고는 이 사건 합의 당시 정상적인 인지능력을 가지고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이 사건 합의서를 작성하였고, 설령 이 사건 합의가 E의 무권대리행위에 의한 것이라 하더라도 표현대리 규정이 유추적용되거나, 원고가 이 사건 합의 내용을 모두 추인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가) L병원이 2014.4.25. 원고에 대하여 실시한 한국판 간이 정신검사 결과지(을 제6호증), F병원의 원고에 대한 2016.6.13.자 외래 진료기록부 및 작업치료평가서(을 제7호증), 2017.5.17.자 협의진단기록지(을 제8호증) 및 2017.6.15.자 간호정보조사지(을 제9호증)의 각 기재 및 원고가 이 사건 사고일로부터 약 2개월 후인 2013.5.28. 가해자인 C과 직접 자동차교통사고 합의서(을 제5호증)를 작성한 점 등을 종합하면, 2016.10.26. 이 사건 합의 당시 원고의 인지능력은 정상이었다고 보아야 한다.
(나) 이 사건 합의서에 E를 원고의 법정대리인으로 표시한 것은 단순 착오기재이고, 실제로는 이 사건 합의 당시 E가 거동이 불편한 원고를 데리고 이 사건 합의 장소에 동석한 후 입회인의 자격으로 원고와 함께 이 사건 합의서에 기명·날인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다) 설령 E가 원고 없이 임의로 이 사건 합의서를 작성하였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합의서 작성 다음 날인 2016.10.27. 원고가 C에 대한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 신청 및 채무불이행자명부 등재 신청을 모두 취하한 사실(을 제10, 11호증)로 미루어 볼 때, 원고는 E가 기명날인한 이 사건 합의의 내용을 모두 추인한 것이고, 이 사건 합의서 작성과 관련한 법률행위에 민법상의 표현대리 규정이 유추적용되므로, 이 사건 합의는 여전히 유효하다.
나) 판단
이 법원이 이 부분에 설시할 이유는 아래와 같이 고치는 부분 외에는 제1심 판결의 이유 2의 나. 1) 가)항 기재와 같으므로, 행정소송법 제8조제2항,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따라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 제1심 판결 5쪽 아래로부터 2행부터 6쪽 15행까지를 다음과 같이 고친다.
『제1심 증인 C은, 자신이 I의 사무실에서 이 사건 합의를 할 당시 이 사건 합의서에 이미 원고의 날인이 되어 있어 원고가 직접 날인하였을 것이라고 믿고 자신도 이 사건 합의서에 날인을 하였을 뿐, 당시 원고를 직접 만나지는 못하였다고 증언하였다. 또한, 원고가 2015.11.10. D와 작성한 권리포기서·영수증(을 제2호증)에는 원고의 기명·날인만 있을 뿐 E의 기명·날인이 없는 반면, 이 사건 합의서(갑 제5호증)에는 E의 서명·날인이 있고 “법정대리인(모친) E”라고 기재되어 있다. 이러한 사정들에 비추어, 원고가 직접 이 사건 합의서 작성을 한 것은 아니라고 볼 여지가 있다.
그러나 갑 제7 내지 12호증, 을 제6 내지 11호증의 각 기재, 제1심 증인 C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는 자신의 모친인 E에게 적어도 묵시적으로는 이 사건 합의에 관한 대리권을 수여하여 그에 따라 E가 원고를 대리하여 이 사건 합의를 하였다고 봄이 타당하고, 설령 E가 이 사건 합의 당시 원고로부터 이 사건 합의에 관한 대리권을 수여받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이 사건 합의 이후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이 사건 합의에 따라 C으로부터 합의금을 수령하는 등의 행위를 한 이상, 무권대리행위에 해당하는 이 사건 합의를 묵시적으로 추인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1) 이 사건 사고 이후 이에 관한 중요한 법률행위와 소송행위 등은 모두 원고의 명의로 이루어졌다. 즉, 앞서 본 2013.5.28.자 자동차교통사고 합의서는 C과 원고 사이에 작성되었고, 2015.11.10.자 권리포기서·영수증은 C의 책임보험이 가입된 보험사인 D와 원고 사이에 작성되었다. 나아가 원고 명의로 2014.3.14. 관련 민사사건의 소가 제기되었고, 원고 명의로 2016.3.3. 피고에 대한 요양급여 신청이 이루어졌으며, 원고 명의로 2017.5.5. 관련 행정사건의 소가 제기되었다. 그런데도 원고는 2019.1.11. 피고의 요양승인처분 이후 이 사건 요양비 지급청구 및 휴업급여 청구를 하면서 비로소 이 사건 합의의 무효를 주장하기 시작하였고, 그 이전에는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하여 이루어진 일련의 법률행위와 소송행위 등에 관하여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 제1심 판결 7쪽 1행의 “증인”을 “제1심 증인”으로 고친다.
○ 제1심 판결 7쪽 9행의 “원고의”를 “원고에 대한”으로 고친다.
2) 민법 제104조 위반 주장에 대한 판단
가) 당사자들의 주장
(1) 원고
아래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합의는 민법 제104조의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가) 이 사건 합의 당시 원고는 사고를 당하여 치료비가 계속 들어가는 상태였고, 피고의 2016.4.20.자 요양불승인처분으로 인하여 정신적, 경제적으로 매우 궁박한 상태에 있었다. 원고의 모친은 1959년생의 가정주부로서 사회적 경험이 부족하여 합의서를 작성할 능력이 없었고, 당장의 생활비를 걱정하여 관련 민사사건의 승소판결금액 859,385,614원에도 불구하고 가해자와 4,000만 원에 합의한 것으로,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존재한다.
(나) 이 사건 합의서는 채권추심기관인 I에 의해 작성되었는데, 어떻게든 합의를 이루어 수수료를 받으려는 I의 이해관계와, 이미 확정된 관련 민사사건의 위 승소판결 금액에도 불구하고 4,000만 원만 지급하고 종결하려는 C의 의도가 결합하여 이 사건 합의가 성립한 것이다.
(2) 피고
아래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합의는 민법 제104조의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가) 이 사건 사고의 가해자로서 원고에게 손해배상금의 지급의무를 부담하던 C은 1987년생으로 사고 당시에는 26세, 이 사건 합의 당시에도 29세에 불과하여 관련 민사사건에서 확정된 손해배상금 약 8억 6,000만 원을 지급할 능력이 없었으므로, 원고로서는 당장 목돈을 지급받기 위하여 진정한 의사로 이 사건 합의를 하였을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나) 원고와 원고의 모친 E가 아무리 사회적 경험이 없다고 하더라도, 관련 민사사건에서의 승소판결금액 859,385,614원과 이 사건 합의에서의 합의금 4,000만 원의 차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합의하였을 정도는 아니라고 보아야 한다.
나) 판단
이 법원이 이 부분에 설시할 이유는 아래와 같이 고치는 부분 외에는 제1심 판결의 이유 2의 나. 1) 나)항 기재와 같으므로, 행정소송법 제8조제2항,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따라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 제1심 판결 8쪽 16행의 “이 법원의 I 주식회사에 대한”을 “제1심 법원의 I에 대한”으로 고친다.
○ 제1심 판결 8쪽 17~19행의 각 “I 주식회사”를 각 “I”로 고친다.
○ 제1심 판결 8쪽 19행의 “증인”을 “제1심 증인”으로 고친다.
나. 피고가 보험급여 지급의무를 면하는지
1) 당사자들의 주장
가) 원고
설령 이 사건 합의가 유효하다고 보더라도,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는 여전히 원고에게 요양급여 및 휴업급여의 지급의무가 있다고 보아야 하므로, 이 사건 각 처분은 위법하다.
(1)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2018.6.12. 법률 제1566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산재보험법’이라 한다) 제80조제3항,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2017.12.26. 대통령령 제2850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산재보험법 시행령’이라 한다) 제76조 등 법령의 조문을 보아도 수급권자가 가해자인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면제’하거나 ‘포기’한 경우 피고가 보험급여의 지급의무를 면한다는 규정은 없고, 다만 수급권자가 ‘보험급여에 상당한 금품을 받으면’ 그 한도에서 보험급여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규정이 있을 뿐이다. 가해자인 제3자의 원고에 대한 손해배상채무와 피고의 원고에 대한 보험급여 지급의무는 부진정연대채무의 관계에 있고, 부진정연대채무자 1인에 대한 면제의 효과는 상대적 효력만 있으므로, 보험급여에 상당한 금품을 받으면 그 한도에서 보험급여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규정은 실제로 변제받은 경우에 한하여 이중배상을 방지하기 위하여 적용된다고 해석하여야 한다.
(2) 2016.4.20.자 요양불승인처분은 법원의 판결에 의하여 취소되기 전까지는 행정행위의 공정력에 의하여 일단 유효한 것으로 취급되므로, 이 사건 합의 당시에는 2016.4.20.자 요양불승인처분이 여전히 유효하여 원고의 피고에 대한 요양급여청구권 및 휴업급여청구권은 아직 발생하지도 않은 상태였다. 나아가 원고로서는 피고에 대한 심사청구까지 기각된 상태에서 그때까지 전혀 연락이 되지 않던 C을 만나 이 사건 합의를 하면서 그 발생을 예상조차 할 수 없었던 요양급여청구권 및 휴업급여청구권까지 포기할 의사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는 점에서, 이 사건 합의는 원고의 피고에 대한 요양급여청구권 및 휴업급여청구권에는 아무런 효력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
(3) 원고가 C으로부터 지급받은 형사합의금 1,200만 원은 위로금에 불과하고, 원고가 이 사건 합의에 따라 지급받은 4,000만 원은 이 사건 합의가 무효여서 배상받은 금액에 포함되어서는 안 되므로, 이 사건에서 원고가 실제 손해배상금으로 지급받은 금액은 D로부터 지급받은 3,000만 원이 전부라고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하여야 할 보험급여의 액수보다 원고가 실제 배상받은 금액이 적음이 분명하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요양급여 및 휴업급여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는 원고에게 요양급여 및 휴업급여의 지급의무가 없으므로 피고의 이 사건 각 처분은 적법하다.
(1) 원고가 C을 상대로 제기한 관련 민사사건에서 판결로 확정된 손해배상 금액은 859,385,614원인데, 원고는 가해자 C과 D로부터 합계 약 8,200만 원을 합의금으로 지급받고, 이 사건 합의서 및 권리포기서를 통하여 합의금 외에 나머지 채무는 모두 면제 또는 포기한다는 내용의 유효한 의사표시를 하였다. 위와 같이 관련 민사사건의 확정판결 금액 중 원고가 면제 또는 포기한 금액에 대해서는 구 산재보험법의 관련 규정에 의하여 원고가 손해배상을 받은 것과 마찬가지로 보아야 하므로, 위와 같이 면제 또는 포기한 금액의 한도에서 원고는 피고에 대한 보험급여 청구권을 상실한다.
(2) 관련 민사사건에서 확정된 원고의 손해액인 859,385,614원 중 기왕 개호비 및 향후 치료비를 합한 570,019,570원(적극적 손해액)과 일실수입 240,179,538원(소극적 손해액)은 각각 산재보험법상 요양급여 및 휴업급여에 상응한다. 피고가 산정한 원고에 대한 요양급여의 액수는 23,913,410원, 휴업급여의 액수는 109,110,480원으로, 그 액수가 각각 위 적극적 손해액과 소극적 손해액을 초과하지 않으므로, 피고의 보험급여 지급의무는 소멸하였다.
2) 판단
가) 구 산재보험법 제80조제3항 본문은 ‘수급권자가 동일한 사유로 민법이나 그 밖의 법령에 따라 구 산재보험법의 보험급여에 상당한 금품을 받으면 피고는 그 받은 금품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방법에 따라 환산한 금액의 한도 안에서 구 산재보험법에 따른 보험급여를 지급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다. 구 산재보험법 제80조제3항은, 보험급여의 대상이 된 손해와 민사상 손해배상의 대상이 된 손해가 같은 성질을 띠는 것으로서 보험급여와 손해배상이 상호보완적 관계에 있는 경우 중복전보에 의한 부당이득을 막기 위하여 서로 대응관계에 있는 항목 사이에서 피고의 면책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대법원 2012.5.24. 선고 2010두18505 판결 등 참조).
나) 구 산재보험법 제87조제1항 본문은 ‘피고는 제3자의 행위에 따른 재해로 보험급여를 지급한 경우에는 그 급여액의 한도 안에서 급여를 받은 자의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代位)한다’고 정하고 있다. 구 산재보험법 제87조제2항은 ‘제1항의 경우에 수급권자가 그 제3자로부터 구 산재보험법의 보험급여에 상당하는 손해배상을 받으면, 피고는 그 배상액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방법에 따라 환산한 금액의 한도 안에서 구 산재보험법에 따른 보험급여를 지급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다.
제3자의 불법행위에 의한 재해로 인하여 구 산재보험법상의 보험급여 지급의무가 발생한 경우 보험급여의 수급권자가 보험급여와 제3자에 의한 손해배상에 의하여 중복전보를 받는 것과, 유책의 제3자가 그 책임을 면탈하는 것을 방지하고 보험재정의 확보를 꾀하려는 데 목적이 있는 구 산재보험법 제87조제2항의 입법 취지와 그 규정 내용에 비추어 볼 때, 보험급여의 수급권자가 제3자로부터 자신의 재산상 손해배상과 관련된 일정한 금원을 지급받고 나머지 청구를 ‘포기’ 또는 ‘면제’하기로 하였거나, 또는 이를 전혀 지급받지 않은 채 제3자의 재산상 손해배상의무 전부를 ‘면제’하여 주었다면, 수급권자가 그 재해로 인하여 제3자로부터 배상받을 수 있는 진정한 재산상 손해액(보험급여 항목과 관련된 범위에 국한된다)의 한도 내에서 피고는 보험급여의 지급의무를 면하게 된다(대법원 2007.6.15. 선고 2005두7501 판결 등 참조).
다) 그런데 위 나)항의 대법원 2005두7501 판결의 법리는, ‘보험급여의 수급권자가 제3자에 대한 재산상 손해배상청구권의 전부 또는 일부를 포기·면제할 당시에는 아직 보험급여의 지급요건(가령, 요양급여의 경우 실제 요양을 받을 것)이 충족되지 않았으나 위 포기·면제 후 비로소 보험급여의 지급요건이 충족되어 수급권자의 피고에 대한 보험급여 청구권이 발생하는 경우’에도 적용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만일 원고의 주장과 같이 ‘피고에 대한 보험급여 청구권이 발생한 상태에서’ 손해배상청구권이 변제에 의하여 소멸한 경우에만 위 대법원 2005두7501 판결의 법리가 적용된다고 해석한다면, ‘수급권자가 제3자로부터 재산상 손해 전액을 배상받아 손해배상청구권이 전부 소멸한 후에 비로소 보험급여 지급요건이 충족되는 경우’에 피고는 여전히 수급권자에게 보험급여 지급의무를 부담한다는 결과에 이르게 된다. 이러한 경우 피고는 이미 손해를 전보받은 수급권자에게 또다시 같은 액수의 보험급여를 지급하여야만 할 것인데, 이미 수급권자에게 전액을 배상한 제3자를 상대로 피고가 구상권 또는 구 산재보험법 제87조제1항 본문의 대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러한 결과는 보험급여의 수급권자가 보험급여와 제3자에 의한 손해배상에 의하여 중복전보를 받는 것을 방지하려는 구 산재보험법 제87조제2항의 입법 취지에 정면으로 어긋나고 보험재정의 불합리한 손실로 귀결된다.
(2) 그런데 위 대법원 2005두7501 판결은 피고가 보험급여의 지급의무를 면하는지에 관하여 ‘손해배상청구권의 포기·면제’를 ‘수급권자가 제3자로부터 실제 손해배상을 받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취급하고 있음을 알 수 있으므로, 위 (1)항과 같이 ‘수급권자가 제3자로부터 실제 손해배상을 받는 경우’에 원고의 주장과 같이 해석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본다면, ‘손해배상청구권의 포기·면제’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원고의 주장과 같이 해석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봄이 타당하다.
라) 수급권자의 보험급여 청구권이 반드시 피고의 보험급여 지급결정이 있어야만 발생하는 것도 아니다. 그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보험급여는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는 자(수급권자)의 청구에 따라 지급한다(구 산재보험법 제36조제2항).
요양급여는 근로자가 업무상의 사유로 부상을 당하거나 질병에 걸린 경우 그 근로자에게 지급하고(구 산재보험법 제40조제1항), 제1항에 따른 요양급여는 산재보험의료기관에서 요양을 하게 하되, 부득이한 경우에는 요양을 갈음하여 요양비를 지급할 수 있다(같은 조제2항). 요양급여를 받으려는 자는 소속 사업장, 재해발생 경위, 그 재해에 대한 의학적 소견 등을 적은 서류를 첨부하여 피고에게 요양급여의 신청을 하여야 한다(구 산재보험법 제41조제1항). 구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38조제2항 또한 요양비를 받으려는 사람은 피고에게 청구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휴업급여는 업무상 사유로 부상을 당하거나 질병에 걸린 근로자에게 요양으로 취업하지 못한 기간에 대하여 지급하는데(구 산재보험법 제52조), 휴업급여를 받으려는 사람은 피고에게 휴업급여를 신청하거나 청구하여야 하고(구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21조제1항제1호), 피고는 수급권자의 신청 또는 청구를 받으면 휴업급여의 지급 여부와 지급 내용 등을 결정하여 청구인에게 알려야 한다(구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21조제2항).
위 규정들은, 업무상의 사유로 부상을 당하거나 질병에 걸린 근로자는 피고가 요양급여 또는 휴업급여의 지급 ‘결정’을 하기 전이라도 보험급여의 지급요건이 충족되면 피고를 상대로 해당 보험급여에 대한 청구권(수급권)을 행사(’신청‘ 또는 ‘청구’)할 수 있음을 전제로 한다.
(2) 요양급여, 휴업급여 등 구 산재보험법 제36조제1항에 따른 보험급여를 받을 권리는 3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시효로 말미암아 소멸한다(구 산재보험법 제112조제1항제1호). 이때 시효기간의 기산점은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이므로, 요양급여청구권의 경우에는 요양에 필요한 비용이 구체적으로 확정된 날의 다음 날, 즉 요양을 받은 날의 다음 날부터 매일매일 발생하여 소멸시효 기간이 진행하고(대법원 1989.11.14. 선고 89누2318 판결 등 참조), 요양으로 인한 휴업급여청구권의 경우에는 요양으로 인하여 구체적으로 취업을 하지 못한 날의 다음 날부터 매일매일 진행한다(대법원 2017.9.21.자 2017두49850 판결로 확정된 서울고등법원 2017.6.9. 선고 2016누71166 판결 참조).
구 산재보험법 제112조에 따른 소멸시효는 제36조제2항에 따른 보험급여 청구로 중단되고(구 산재보험법 제113조 전문), 이 경우 청구가 업무상의 재해 여부의 판단을 필요로 하는 최초의 청구인 경우에는 그 청구로 인한 시효중단의 효력은 제36조제1항에서 정한 다른 보험급여에도 미친다(구 산재보험법 제113조 후문). 구 산재보험법 제113조 후문은, 근로자의 요양급여 신청이 승인되지 않아 근로자가 피고를 상대로 요양불승인처분의 취소 등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면 요양급여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중단되는 반면, 당해 업무상 재해에 따른 휴업급여청구권 등 다른 보험급여청구권의 소멸시효는 계속 진행되는 불합리를 해결하는 데에 그 입법취지가 있다(대법원 2014.7.10. 선고 2013두8332 판결 참조).
이처럼 근로자가 피고를 상대로 요양불승인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는 등의 소멸시효 중단사유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보험급여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하는바, 이는 업무상의 사유로 부상을 당하거나 질병에 걸린 근로자는 피고가 요양급여 또는 휴업급여의 지급 결정을 하기 전이라도 보험급여의 지급요건이 충족되면 피고를 상대로 해당 보험급여에 대한 청구권(수급권)을 행사(’신청‘ 또는 ‘청구’)할 수 있음을 전제로 한다.
(3) 다만, 구 산재보험법이 정하는 보험급여는 피고가 그 지급결정을 함으로써 그 ‘구체적인 권리’가 발생하므로, 피고의 보험급여에 관한 결정은 국민의 권리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것이어서 행정처분에 해당하고, 피고의 보험급여결정에 불복하는 자는 피고의 보험급여결정을 대상으로 항고소송을 제기하는 등으로 ‘구체적 권리’를 인정받아야 하는 것이지, ‘구체적인 권리’가 발생하지 않은 상태에서 피고를 상대로 보험급여의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바로 제기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대법원 2010.2.25. 선고 2009다98447 판결). 또한, 구 산재보험법이 규정한 요양비의 지급요건에 해당하는 것만으로 바로 수급권자에게 ‘구체적인 요양비청구권’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수급권자의 청구에 따라 피고가 지급결정을 함으로써 비로소 ‘구체적인 요양비청구권’이 발생하고, 피고의 요양비에 관한 결정은 국민의 권리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것이어서 행정처분에 해당하므로, 수급권자는 그 결정에 대한 항고소송을 제기하는 등으로 ‘구체적 권리’를 인정받아야 하고, ‘구체적인 권리’가 발생하지 않은 상태에서 피고를 상대로 요양비의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바로 제기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대법원 2015.8.27. 선고 2012다53925 판결).
그런데 위 각 대법원 판결에서는 피고가 보험급여의 지급을 거부하는 경우 이를 다투는 수급권자의 쟁송 형태를 항고소송 또는 당사자소송 중 어느 것으로 할 것인지가 쟁점이 되었고, 위 각 대법원 판결이 “구체적인 권리”, “구체적인 요양비청구권”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위 각 대법원 판결의 법리에 의하더라도, 피고의 요양불승인처분이 있는 상태에서는 수급권자가 피고를 상대로 ‘당사자소송에 의하여’ 보험급여를 구할 수 있는 ‘구체화된 권리’가 발생하지 않은 것일 뿐, 피고를 상대로 ‘소송 외에서’ 보험급여를 구할 청구권(수급권)까지도 발생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은 위 (1), (2)항에서 살펴본 내용에 비추어 타당하지 않다.
마) 이 사건으로 돌아와 살펴보면,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원고의 피고에 대한 요양급여청구권은 원고가 각각의 요양을 받은 날의 다음 날마다 매일 발생하고, 휴업급여청구권은 요양으로 인하여 구체적으로 취업을 하지 못한 날의 다음 날부터 매일 발생하므로, 원고의 요양급여청구권 및 휴업급여청구권은, 원고가 이 사건 합의 전날인 2016.10.25.까지 요양을 받고 그 요양으로 인하여 취업을 하지 못한 부분은 이 사건 합의 당시 이미 발생하였으나, 원고가 2016.10.26.부터 요양을 받고 그 요양으로 인하여 취업을 하지 못한 부분은 이 사건 합의 당시 아직 발생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원고가 2013.3.8.부터 2019.5.16. F병원 외 5개 의료기관에서 요양 후 피고에게 본인이 부담한 진료비(30,865,230원)에 대하여 요양비 청구를 하였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위 대법원 2005두7501 판결의 법리는, ‘보험급여의 수급권자가 제3자에 대한 재산상 손해배상청구권의 전부 또는 일부를 포기·면제할 당시에는 아직 보험급여의 지급요건이 충족되지 않았으나 위 포기·면제 후 비로소 보험급여의 지급요건이 충족되어 수급권자의 피고에 대한 보험급여 청구권이 발생한 경우’에도 적용되고, 수급권자의 보험급여 청구권이 반드시 피고의 보험급여 지급결정이 있어야만 발생하는 것도 아니므로, 원고가 이 사건 합의로 C의 잔존 손해배상채무 전액을 면제하여 준 이상 피고는 원고가 배상받을 수 있는 진정한 재산상 손해액(보험급여 항목과 관련된 범위에 국한된다)의 한도 내에서 보험급여의 지급의무를 면하게 된다.
그런데 원고가 C에게 면제해 준, C으로부터 배상받을 수 있었던 적극적 손해액은 향후치료비만으로도 567,576,280원에 이르고, 이는 원고의 요양비 청구액 중 비급여를 제외한 요양비 액수(23,913,410원)를 초과한다. 또한, 원고가 C에게 면제해 준, C으로부터 배상받을 수 있었던 소극적 손해액(일실수입)은 240,179,538원인데, 이는 원고의 휴업급여액 109,110,480원을 초과한다. 따라서 이 사건 합의로써 피고는 전체 보험급여의 지급의무를 면하게 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다. 소결
결국 이 사건 각 처분(이 사건 요양비부지급처분과 이 사건 휴업급여부지급처분)은 모두 적법하다.
5.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여야 하는데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이 달라 부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원형(재판장) 성언주 양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