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1] 근로자가 퇴직한 후 직업병 진단이 확정되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른 보험급여의 산정기준이 되는 평균임금을 산정할 때에는 퇴직일 이후 평균임금 산정사유 발생일인 진단 확정일까지의 기간은 평균임금 산정기간에서 제외하여야 하고, 만일 평균임금 산정기간에서 제외되는 기간이 3개월 이상인 경우에는 퇴직일을 평균임금 산정사유 발생일로 보아야 하는지 여부(적극)
[2] 근로자가 여러 사업장에서 근무하다 퇴직한 후 진폐 등 직업병 진단이 확정되어 평균임금을 산정할 때 그 기준이 되는 퇴직일의 의미(= 원칙적으로, 그 직업병의 발병 또는 악화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업무를 수행한 사업장들 중 직업병 진단 확정일에 가장 가까운 마지막 사업장에서 퇴직한 날)
【대법원 2023.6.1. 선고 2018두60380 판결】
• 대법원 제3부 판결
• 사 건 / 2018두60380 평균임금정정불승인및보험급여차액부지급처분취소
• 원고, 피상고인 / 원고 1 외 1인
• 피고, 상고인 / 근로복지공단
• 원심판결 / 서울고등법원 2018.9.20. 선고 2018누44458 판결
• 판결선고 / 2023.06.01.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건의 경위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 1
1) 원고 1은 1979.9.28.부터 1984.3.31.까지 약 4년 6개월간 대한석탄공사 ○○광업소에서 채탄보조공으로 근무하였고, 1992.10.16.부터 1992.10.18.까지 3일간 △△건설 주식회사의 터널신설 공사현장에서 착암공으로 근무하다가 업무상 사고로 퇴직하였다.
2) 원고 1은 2006.12.1. 최초 진폐 진단을 받고, 진폐정밀진단 결과 ‘진폐병형 제1형, 심폐기능 정상’으로 판정받아 장해등급 13급 결정을 받았다.
3) 피고는 대한석탄공사 ○○광업소를 원고 1의 평균임금 적용사업장으로 결정하여 보험급여를 지급하였다.
나. 원고 2
1) 원고 2는 1973.6.1.부터 1989.11.1.까지 약 16년 5개월간 □□탄광 주식회사에서 굴진공으로 근무하였고, 1992.8.4.부터 1992.8.19.까지 16일간 주식회사 ◇◇◇◇의 터널신설 공사현장에서 착암공으로 근무하다가 업무상 사고로 퇴직하였다.
2) 원고 2는 1997.9.29. 최초 진폐 진단을 받고, 진폐정밀진단 결과 ‘진폐병형 제2형, 심폐기능 중등도장해’로 판정받고, 장해등급 3급 결정을 받았다.
3) 피고는 □□탄광 주식회사를 원고 2의 평균임금 적용사업장으로 결정하여 보험급여를 지급하였다.
다. 이 사건 처분
원고 1은 △△건설 주식회사를, 원고 2는 주식회사 ◇◇◇◇를 각 적용사업장으로 하여 평균임금을 산정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피고에 평균임금 정정 및 보험급여차액 청구를 하였으나, 피고는 위 사업장들은 원고들의 진폐증 발병에 주된 원인이 된 사업장으로 볼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평균임금 정정 불승인 및 보험급여 차액 부지급처분을 하였다.
2. 관련 법리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2007.4.11. 법률 제8373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은 휴업급여, 장해급여 등의 보험급여 지급액을 평균임금을 적용하여 산정하도록 하면서(제41조, 제42조 등), 그 평균임금은 근로기준법에 의한 평균임금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4조제2호). 구 근로기준법(2007.4.11. 법률 제8372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19조제1항은 평균임금을, 그 산정사유 발생일 이전 3개월간 그 근로자에게 지급된 임금의 총액을 그 기간의 총일수로 나눈 금액이라고 정의하고 있는데, 구 근로기준법 시행령(2007.6.29. 대통령령 제20142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제1항은 업무상 재해에 대한 요양을 위하여 휴업한 기간 등 일정한 기간과 그 기간 중에 지급된 임금을 평균임금 산정 기준이 되는 기간과 임금 총액에서 제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평균임금 제도의 취지는 근로자의 생활임금을 사실대로 반영함으로써 통상적인 생활수준을 보장하려는 것인 점, 업무상 질병의 발생과 같은 평균임금 산정사유는 근로관계 존속 당시 업무 수행 중 업무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것이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근로자가 퇴직한 후 직업병 진단이 확정되어 산재보험법에 따른 보험급여의 산정기준이 되는 평균임금을 산정할 때에는 근로자의 퇴직일 이후 평균임금 산정사유 발생일, 즉 진단 확정일까지의 기간은 평균임금 산정기간에서 제외하여야 한다. 만일 평균임금 산정기간에서 제외되는 기간이 3개월 이상인 경우에는 그 제외되는 기간의 최초일인 퇴직일을 평균임금 산정사유 발생일로 보아 평균임금을 산정하고, 그렇게 산정된 금액에서 산재보험법 제38조제3항의 규정에 따라 증감을 거친 금액을 그 근로자의 보험급여 산정 기준이 되는 평균임금으로 하여야 한다(대법원 2007.4.26. 선고 2005두2810 판결 참조). 한편 근로자가 여러 사업장에서 근무하다 퇴직한 후 진폐 등 직업병 진단이 확정되어 평균임금을 산정할 때 그 기준이 되는 퇴직일은, 원칙적으로 그 직업병의 발병 또는 악화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업무를 수행한 사업장들 중 직업병 진단 확정일에 가장 가까운 마지막 사업장에서 퇴직한 날을 의미한다고 보아야 한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진폐와 같이 유해 요소에 장기간 노출되어 발병하고 잠복기가 있는 직업병의 경우 질병에 원인을 제공한 사업장에서 퇴직한 후 비로소 질병을 진단 받는 근로자가 적지 않고, 그중 일부는 그 사이에 직업병과 관련이 없는 사업장에서 근무하기도 한다. 직업병에 원인을 제공한 사업장은 대체로 근로자가 장기간 근무하였던 곳이므로 그 임금수준이 근로자의 생활임금을 적정하게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진단 시점과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직업병에 원인을 제공하지 않은 사업장에서 받은 임금을 기초로 평균임금을 산정하도록 한다면, 동일한 사업장에서 근무하다 직업병에 걸린 근로자들 사이에서도 그 직업병 진단 직전에 근무한 사업장이 어디인지라는 우연한 사정에 따라 평균임금 산정의 기준이 되는 사업장이 달라질 수 있는데, 이러한 결과는 업무상 재해에 대한 공정한 보상이라는 산재보험법의 목적에 어긋난다.
나. 업무상 재해는 근로자의 업무수행 중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근로자의 부상, 질병, 신체장해 또는 사망을 의미하고(산재보험법 제4조제1호),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의 존재는 산재보험법에 의한 보험급여의 지급요건이 된다(대법원 2021.9.9. 선고 2017두45933 전원합의체 판결).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업무상 재해를 보상하는 제도는 제정 근로기준법에서 도입되어 산재보험법에 규정되기에 이르렀는데, 근로기준법상 재해보상은 사용자가 사업장의 업무로 인하여 발생한 재해에 대하여 그 사업장에서 지급받은 평균임금을 기초로 보상하는 것이다. 산재보험법은 업무상 재해와 평균임금 산정 기준이 된 사업장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을 것을 명시적으로 요구하고 있지 않지만, 위와 같은 산업재해보상보험 제도의 내용과 연혁 등에 비추어 보면, 진폐 등 직업병에 대한 적절하고 공정한 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직업병의 발병 또는 악화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업무를 수행한 사업장을 평균임금 산정의 기준으로 삼는 것이 합리적이다.
다. 이렇게 해석하여도 업무상 재해를 입은 근로자의 보호에 미흡함이 생긴다고 볼 수는 없다. 근로자가 직업병 진단일 훨씬 전에 직업병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최종 사업장을 퇴직하였더라도 산재보험법 제38조제3항의 평균임금 증감 규정에 따라 그 퇴직일을 기준으로 산정한 평균임금에 동일 직종 근로자의 임금변동률을 직업병 진단일까지 적용하여 최종적인 평균임금을 산정하기 때문이다.
라. 평균임금 산정 시 특수하고 우연한 사정으로 인하여 평균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이 통상의 경우보다 현저하게 적거나 많을 경우에는 이를 그대로 평균임금 산정의 기초로 삼을 수 없으므로(대법원 1999.5.12. 선고 97다5015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근로자가 직업병의 원인이 된 유해 요소에 지속적으로 노출됨에 따라 업무 능력이 저하되고 그 결과 마지막 사업장에서의 임금수준이 현저하게 낮아졌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임금액은 평균임금 산정의 기초로 삼을 수 없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근로자의 생활임금을 가장 사실대로 반영하는 것은 그 직업병의 발병 또는 악화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업무를 수행한 사업장들 중 최종 사업장에서 지급받은 임금액일 것이므로 이를 기초로 평균임금을 산정하는 것이 평균임금에 따라 보험급여를 산정하도록 한 산재보험법의 취지에 부합한다.
3. 판단
앞서 본 사실관계를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원고들이 각각 △△건설 주식회사, 주식회사 ◇◇◇◇의 공사현장에서 수행한 착암업무가 분진 등 진폐의 유해 요소에 노출되는 작업에 해당하기는 한다. 그러나 원고 1이 △△건설 주식회사에서 근무한 기간은 3일뿐이고 원고 2가 주식회사 ◇◇◇◇에서 근무한 기간은 16일이다. 원고 2는 그 전에 □□탄광 주식회사에서 16년 넘게 분진에 심하게 노출되는 탄광 굴진업무를 수행하였고 주식회사 ◇◇◇◇에서 퇴직한 후 5년이 지나 진폐 진단을 받을 당시에는 이미 진폐가 상당한 정도로 진행된 상태였다. 사정이 이와 같다면, 원심으로서는 착암업무가 일반적으로 진폐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업무라는 사정만으로 위 각 사업장을 진폐의 원인 사업장으로 볼 것이 아니라, 원고들이 위 각 사업장에서 수행해 온 업무의 내용과 근무기간, 유해 요소에 노출된 정도, 진폐진단일까지의 시간적 간격 및 진단된 진폐의 정도 등을 종합하여 위 착암업무가 원고들의 진폐의 발병 또는 악화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업무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였어야 한다.
원심은 이와 달리 위 착암업무가 원고들의 진폐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원고들이 위 각 사업장에서 받은 임금을 기초로 평균임금을 산정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원심의 판단에는 산재보험법상 평균임금 산정방법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결론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안철상(재판장) 노정희 이흥구(주심) 오석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