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공정보도의 의무를 지키기 위한 기자들의 파업이 합법적인 근로조건을 지키기 위한 언론사 구성원들의 기본적인 책무와 관련이 깊고 그러한 의무를 지키기 위한 파업은 업무방해로 보기 어렵다.


【서울고등법원 2015.5.7. 선고 2014노1664 판결】

 

• 서울고등법원 제5형사부 판결

• 사 건 / 2014노1664 가. 업무방해, 나. 재물손괴, 다.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정보통신망침해등)

• 피고인 /

• 항소인 / 피고인들 및 검사

• 검 사 / 나창수(기소), 최창민, 이경민, 이광민(공판)

• 제1심판결 / 서울남부지방법원 2014.5.27. 선고 2014고합9 판결

• 판결선고 / 2015.05.07.

 

<주 문>

제1심 판결 중 피고인들에 대한 업무방해의 점을 파기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고인들에 대한 업무방해의 점은 각 무죄.

피고인들에 대한 이 부분 무죄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피고인들의 항소와 제1심 판결 중 피고인 A, E에 대한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정보통신망침해등)의 점 및 피고인들에 대한 유죄부분에 관한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검사

(1)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제1심 판결에는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가) 파업에 의한 업무방해의 점 관련

1) 파업 발생 경위 등에 대한 사실오인

제1심은 피고인들의 일방적인 주장을 받아들여 파업의 경위 등에 관하여 사실을 오인한 잘못이 있다.

2) 위력에 대한 법리오해

가) 전격성 유무 관련

F노동조합 G본부(이하 ‘G노조’라 한다)의 전면전 돌입예고, 인터넷언론의 총파업 예상보도, 기자회의 제작 거부 등의 사유로 사용자 측인 주식회사 H(이하 ‘H’이라 한다)이 파업(G노조가 2012.1.30.부터 같은 해 7.17.까지 실시한 파업을 말한다. 이하 ‘이 사건 파업’이라 한다)을 인지할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단순히 인지가능성만으로 예측가능성을 판단하여야 할 것이 아니라, 전후 사정과 경위에 비추어 파업이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는지를 규범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이 사건의 경우 기자회가 먼저 제작거부를 한 후 G노조의 이 사건 파업까지 확대되었고, 기자회 회장 I에 대한 보직해임은 사규를 위반한 앵커에 대한 보직해임을 한 것임에도 G노조는 마치 회사가 갈등을 증폭하였다며 불법파업을 추진하였던 것이며, 기자회는 G노조 소속 단체가 아닌 회사 내 친목단체로서 기자회의 제작거부가 G노조의 쟁의행위에 대한 예고로 볼 수 없고, J 등 인터넷언론에 파업예고 기사를 싣거나 G노조특보에 파업 관련 기사를 쓴 것은 회사를 압박하기 위한 G노조의 전형적인 선전활동의 수순으로 볼 수 있으며, 이러한 점만으로 H으로서는 G노조가 정당한 파업의 사유 없이 방송제작 거부라는 불법행위를 감행하리라고는 예측하기 어려웠다.

나) 막대한 손해 내지 심대한 혼란에 대한 판단 누락 관련

제1심은 업무방해죄에 있어서 위력의 또 하나의 표지인 막대한 손해 내지 심대한 혼란에 대한 판단을 누락하였다.

3) 정당행위에 대한 법리오해

가) 목적의 정당성 관련

① 피고인들이 파업에 돌입하게 된 경위, G노조의 특보, G노조 간부들의 발언 등을 고려하여 보면, 이 사건 파업의 주된 목적은 방송의 공정성과 같은 추상적인 목표가 아니라 K 사장의 퇴진에 있다.

② 가사 방송의 공정성 보장이 이 사건 파업의 주된 목적이라 하더라도, 쟁의행위의 목적은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사항 또는 그에 영향을 미치는 기타 노동관계에 관한 사항으로서 노사관계 당사자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고 당해 노사관계 당사자에 관련되는 사항, 즉 원칙적으로는 단체교섭의 대상이 되는 사항이라 할 것인데, 방송의 공정성과 같은 추상적인 개념은 근로조건이 될 수 없으므로, 방송의 공정성 보장은 쟁의행위의 목적이 될 수 없다.

나) 시기 및 절차의 준수 관련

이 사건 파업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 등 관련 법률의 규정을 위반하여 조정절차를 거치지 않는 등 쟁의행위의 절차를 준수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공영방송을 마비시키고 500억 원 이상의 손해를 야기하는 등사회적·경제적으로 큰 혼란을 초래하였으므로, 이 사건 파업은 절차상 하자가 있다.

다) 수단 및 방법의 상당성 관련

이 사건 파업은 170일 동안 장기간에 걸쳐 이루어졌고, 이로 인해 H은 방송에 차질을 빚는 등 막대한 타격을 입었으며, 파업의 형태도 꽹과리와 북을 치며 구호를 외치고, 파업에 불참한 직원들이 근무하는 사무실에 앉아 침묵시위를 벌이는 등 폭력적인 방법으로 이루어졌는바, 이 사건 파업은 수단 및 방법의 상당성이 인정될 수 없다.

(나) 출입문 봉쇄에 의한 업무방해의 점 관련

1) 피고인들의 주출입문 봉쇄로 인해 H의 소속 직원이나 민원인들이 출입을 방해받았으므로, H에 대한 업무방해죄가 성립하고, 가사 다른 출입구가 개방되어 있었다 하더라도 이는 정상 참작 사유에 불과하다.

2) 파업으로 인한 업무방해와 출입문 봉쇄에 의한 업무방해는 하나의 파업기간 중에 있었던 행위이기는 하나 단일한 범의 아래 계속적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고 별개의 범죄사실이므로, 실체적 경합범에 해당한다.

(다)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정보통신망침해등)의 점 관련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에 의하면 H 전산시스템에 접속 가능한 회계담당자가 피고인 A, E를 포함한 G노조 측의 부탁으로 해당 정보를 열람한 후 누설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음에도 이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제1심 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2) 재물손괴죄에 대한 양형부당

제1심이 재물손괴죄에 대하여 피고인들에 대하여 선고한 형(피고인 A : 벌금 100만 원, 나머지 피고인들 : 각 벌금 50만 원)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나. 피고인들

(1) 사실오인

피고인들이 글귀를 쓴 행위로 인해 현판과 대리석 기둥의 효용이 상실되지 않았으므로 재물손괴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

(2) 법리오해

피고인들이 한 행위는 파업기간 중 정당한 의사표현의 범주에 속하므로 형법 제20조 소정의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

 

2.  직권판단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에 앞서 직권으로 살피건대, 검사가 당심에서 피고인들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파업에 의한 업무방해의 점을 별지 공소사실의 기재와 같이 변경하는 내용의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을 하였고, 이 법원이 이를 허가함으로써 그 심판대상이 변경되었으므로, 제1심 판결 중 파업에 의한 업무방해의 점 및 이와 포괄일죄의 관계에 있다고 판단되어 하나의 무죄가 선고된 출입문 봉쇄에 의한 업무방해의 점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다만, 제1심 판결 중 피고인들에 대한 위 각 업무방해의 점에 관하여 위와 같은 직권파기사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인들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파업에 의한 업무방해의 점에 관하여 변경된 공소사실의 쟁점이 이 부분에 관한 검사의 항소이유와 실질적으로 동일하므로, 이 부분에 관한 검사의 항소이유는 여전히 이 법원의 판단대상이 된다. 따라서 위 직권파기사유가 있는 부분을 포함하여 제1심 판결 전체에 대하여 앞서 본 검사 및 피고인들의 각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하여 살펴보되, 제1심 판결 중 피고인들에 대한 파업에 의한 업무방해의 점에 관하여는 당심에서 변경된 공소사실을 기준으로 한다.

 

3.  검사의 주장에 대한 판단

 

가. 파업에 의한 업무방해의 점 관련 주장에 관한 판단

(1) 제1심의 판단

제1심은, 1) 쟁의행위로서 파업이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져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등으로 사용자의 사업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혼란될 수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 비로소 집단적 노무제공의 거부가 위력에 해당하여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대법원 2011.3.17. 선고 2007도482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는 법리 등을 기초로 하여 제1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제1심 판시와 같은 사실 및 사정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파업이 G노조가 총파업을 결의한 후 3일 만에 시작되었고 그 과정에서 조정절차를 거치지 않은 점을 감안하여 보더라도 H으로서는 이 사건 파업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고, 따라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파업으로 인한 집단적 노무제공의 거부가 H이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이 사건 파업으로 인한 집단적 노무제공의 거부는 업무방해죄에서의 위력에 해당되지 않아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2) 이 사건 파업은 그 목적이 정당하고, 이 사건 파업 개시의 시기나 절차와 관련하여 관련 법규에 정한 요건에 다소 미비된 점이 있더라도 이로 인하여 이 사건 파업의 정당성이 상실된다고까지 볼 정도는 아니며, 그 수단 및 방법의 상당성도 인정되어 정당한 쟁의행위로서 위법하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이유로, 피고인들에 대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인정하였다.

(2) 이 법원의 판단

(가) 정당한 쟁의행위의 업무방해죄 구성요건성 해당 여부

제1심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파업은 업무방해죄에 있어서의 위력의 개념 표지인 ‘전격성’ 요건을 흠결하여 이 사건 파업으로 인한 집단적 노무제공의 거부가 업무방해죄에서의 위력에 해당되지 않아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한 후, 나아가 이 사건 파업은 정당한 쟁의행위로서 위법하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부가적으로 판단함으로써 파업의 정당성 여부를 위법성조각사유로 보고 있다.

그러나 형법상 업무방해죄는 모든 쟁의행위에 대하여 무조건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단체행동권의 내재적 한계를 넘어 정당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쟁의행위에 대하여만 적용되는 조항임이 명백한바, 헌법 제33조제1항은 근로자의 단체행동권을 헌법상 기본권으로 보장하면서, 단체행동권에 대한 어떠한 개별적 법률유보 조항도 두고 있지 않으며, 단체행동권에 있어서 쟁의행위는 핵심적인 것인데, 쟁의행위는 고용주의 업무에 지장을 초래하는 것을 당연한 전제로 하므로, 헌법상 기본권 행사에 본질적으로 수반되는 것으로서 정당화될 수 있는 업무의 지장 초래의 경우가 당연히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여 원칙적으로 불법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한편 노동조합법 제4조는 노동조합의 쟁의행위로서 노동조합법의 목적 달성을 위하여 한 정당한 행위에 대하여 위법성조각사유에 관한 형법 제20조를 적용하도록 하고 있으나, 이것이 단체행동권의 행사로서 노동조합법상의 요건을 갖추어 헌법적으로 정당화되는 행위를 범죄행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임을 인정하되 다만 위법성을 조각하도록 한 취지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한 해석은 헌법상 기본권의 보호영역을 하위 법률을 통해 지나치게 축소시키는 것이므로, 위 조항은 쟁의행위가 처벌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헌법재판소 2010.4.29. 선고 2009헌바168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한편 대법원도 ‘근로자가 그 주장을 관철할 목적으로 근로의 제공을 거부하여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쟁의행위로서의 파업은 단순히 부작위에 그치지 아니하고 이를 넘어서 사용자에게 압력을 가하여 근로자의 주장을 관철하고자 집단적으로 노무제공을 중단하는 실력행사이므로, 업무방해죄에서 말하는 위력에 해당하는 요소를 포함하고 있는데, 근로자는 헌법 제37조제2항의 제한 내에서 원칙적으로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으로서 근로조건 향상을 위한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지므로(헌법 제33조제1항), 쟁의행위로서의 파업이 언제나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것은 아니고, 전후 사정과 경위 등에 비추어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져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등으로 사용자의 사업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혼란될 수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 비로소 그 집단적 노무제공의 거부가 위력에 해당하여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대법원 2011.3.17. 선고 2007도482 전원합의체 판결)하고, ‘근로자들이 집단적으로 근로의 제공을 거부하여 사용자의 정상적인 업무 운영을 저해하고 손해를 발생하게 한 행위가 당연히 위력에 해당함을 전제로 하여 노동관계 법령에 따른 정당한 쟁의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 경우가 아닌 한 업무방해죄를 구성한다’는 취지로 판시한 기존의 대법원 판례(대법원 2004.5.27. 선고 2004도689 판결, 2006.5.25. 선고 2002도5577 판결 등)의 태도를 위 전원합의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변경하였다.

살피건대, 앞서 본 법리 및 대법원이 종래 근로자들이 집단적으로 근로의 제공을 거부하여 사용자의 정상적인 업무운영을 저해하고 손해를 발생하게 하기만 하면 당연히 위력에 해당한다는 것을 전제로 업무방해죄를 구성한다고 판단하였다가 위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예외적인 경우에만 위력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는 것으로 견해를 변경하여 쟁의행위로 인한 업무방해의 인정 범위를 제한적으로 보고 있는 취지 등에 비추어 볼 때, 파업이 헌법상 기본권으로 보장되는 단체행동권의 행사로서 목적, 절차, 방법 등에 있어서 적법한 요건을 갖추어 이루어진 경우 이는 헌법적으로 정당성이 인정되는 행위이므로 형사책임이 면제되어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므로, 결국 파업이 쟁의행위로서의 정당성이 인정된다면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해당성 자체가 조각되어 업무방해죄에 있어서의 위력의 개념 표지인 ‘전격성’ 및 ‘중대성’ 요건의 구비 여부와 관계없이 업무방해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하에서는 이 사건 파업이 정당한 쟁의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먼저 살펴본 후, 이 사건 파업이 정당성이 없는 쟁의행위라고 인정될 경우, 이러한 경우에도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인 위력으로 평가할 수 있어야만 업무방해죄가 성립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파업이 위력의 개념 표지인 ‘전격성’ 및 ‘중대성’ 요건을 충족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 나아가 살피기로 한다.

(나) 인정사실

1) K의 대표이사 취임과 이 사건 파업 이전의 G노조의 파업 이력

가) L는 방송문화진흥회법에 따라 1988.12.31. M로부터 H의 주식을 양수하여 설립된 법인으로서 H의 주식 70%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다. L는 사실상 H의 경영을 위하여 설립된 단체로서 H의 사장 임면권을 가지며 H의 운영계획, 경영평가 등의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등(같은 법 제10조제6호 내지 제8호) H의 경영에 대한 관리·감독을 주된 업무로 하고, 그 임원은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임명한다(방송문화진흥회법 제6조제4, 5항). K은 H의 청주지사인 N 사장으로 재임 중 L에 의하여 2010.2.26. H의 대표이사(본사 사장)로 선임되었고, 이후 2011.2.28. 연임되었다.

나) H은 O의 취임 초기인 2008.4.29. 시사고발 프로그램인 ‘P’을 통하여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와 관련된 광우병 문제를 다룬 프로그램을 방영하였는데, 방송 이후 서울 도심에서 장기간 촛불시위가 열리는 등 큰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 이와 같은 사태와 관련하여 2008. 하반기에 당시 여당인 Q정당이 대기업과 신문사의 방송사 지분 소유 허용 등을 골자로 하는 방송법, 신문법 등 언론관계법령의 개정을 추진하자, F노동조합의 주도하에 2008.12.26.부터 2009.7.24.까지 위 법령 개정에 반대하기 위한 3차례의 파업이 일어났는데, G노조도 당시 위 각 파업에 참여하였다.

이후 G노조는 L가 2010.2.8. 당시 H의 사장이었던 R의 의견을 배제하고 직접 친정부인사로 알려진 S을 H의 보도본부장으로, T을 제작본부장으로 각 선임하고, 나아가 2010.2.26. O과 기자 시절부터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던 K을 H의 사장으로 선임하자, 위 각 인사를 ‘정치권력에 의한 낙하산 인사’로 주장하며 ‘H 사수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K 등의 출근을 저지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였다. 그러나 K이 2010.3.11. S 및 T을 보도, 제작 및 편성 등의 업무와 관계없는 보직으로 인사조치를 하기로 약속함에 따라 G노조는 출근저지 행위를 중단하였다. 그런데 2010.3.17.경 당시 L 이사장인 U이 월간지 ‘V’와의 인터뷰에서 행한 ‘K 사장이 청와대의 지시에 따라 H 내부의 좌파 성향의 직원들을 퇴출시키는 “H 좌파 대청소”를 단행하였다’는 취지의 발언(소위 ‘조인트 발언’)이 공개되었고, 이로 인하여 U이 2010.3.19. L 이사장직에서 사퇴하였으나, G노조가 K 사장의 퇴진 및 U 이사장에 대한 형사고소를 요구하며 여의도 H 본사 10층 사장실 복도를 점거하고 무기한 농성에 돌입하는 등 반발이 계속되었다. 그러던 중 K 사장이 2010.4.2. 당초의 약속과는 달리 S을 H 본사 보도 및 편성제작부문을 총괄하는 부사장으로 임명하자, G노조는 이에 반발하여 2010.4.5.부터 같은 해 5.13.까지 S 부사장 임명 철회 및 U 전 L 이사장에 대한 형사고소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실시하였다.

이에 K 등은 G노조 및 그 조합원들을 상대로 2010.4.27. 서울남부지방법원 2010카합289호로 업무방해금지가처분을 신청하였으나, G노조가 2010.5.14. 위 파업을 종료함에 따라 같은 날 위 가처분신청을 취하하였다. 또한 2008.경부터 2010.5.경까지의 위 각 파업을 주도한 피고인 A를 포함한 당시 지도부 중 일부가 업무방해죄 혐의 등에 관하여 유죄판결을 선고받기도 하였다(서울남부지방법원 2010고합463호, 서울고등법원 2011노166호, 대법원 2011도17422호).

다) 한편 H과 G노조는 2010. 하반기부터 단체협약 개정 협상을 진행하여 왔는데, 당시 쟁점은 ‘본부장 총괄책임제 도입 여부 및 W협의회 운영규정 개정 등’이었다. G노조는 L가 본부장을 임명하기 때문에 기존의 국장책임제에 비하여 방송 편성에 대한 외압이 우려된다는 이유를 들어 본부장 총괄책임제 도입에 반대하였고, 이에 대해 H 측은 W협의회 운영규정 중 문책대상자의 보직변경 요구권에 관한 규정(제10조)을 건의규정으로 바꿀 것을 요구하였다. 이에 단체협약 개정 협상이 파행을 겪던 중 H이 2011.1.14. G노조에 대해 기존 단체협약의 해지를 통보하자, G노조는 같은 날 H 측에 교섭 결렬 및 노동쟁의 발생을 통보하고, 그 무렵부터 K이 사장 연임을 위하여 단체협약 파기를 강행하였고, K 사장 취임 이후 H의 주요 뉴스 프로그램인 ‘X’에서 시청률을 내세워 정치적, 사회적으로 민감한 내용의 보도를 회피하고 있으며, 사장 취임 이후 단행된 조직개편이나 보직자 인사상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에서 K 사장의 연임을 강행하려 한다고 주장하며 직원들을 대상으로 같은 내용의 노보(勞報)를 배포하는 등의 선전활동을 하였다.

라) 2011.2.경 L 이사회에 K의 대표이사 연임 안건이 상정되었고, 또한 H이 2011.2.23.경 지역 지사의 일부를 통폐합하고, 시사교양국을 편성제작본부로 이동시키며 부사장 직속으로 크리에이티브 센터를 신설하는 내용의 조직개편을 단행하는 한편, Y을 부사장으로, Z를 보도본부장으로 임명하는 등 임원진 인사를 실시하자, G노조는 K 사장의 연임과 H의 위와 같은 조직개편 및 인사조치에 반대하며 2011.2.21.~ 22.경 “정권의 하수인은 물러가라”, “낙하산 사장을 거부한다”, “강제통폐합 반대” 등의 구호를 내걸고 K의 사퇴를 요구하는 시위를 하였다. 그 후에도 G노조는 2011.8.1. L 이사회 및 H의 임시주주총회에서 K을 대표이사로 재신임하는 결의를 하였음을 이유로, 2011.8.2.~ 5.경 K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현수막과 플래카드 등을 이용한 시위를 하였다.

H은 위 각 시위에 대하여 서울남부지방법원에 2011.2.22. 2011카합106호로, 2011.8.8. 2011카합499호로 각 업무방해금지가처분을 신청하였으나, G 노조가 시위를 중단함에 따라 이를 각 취하하였다. 한편 H과 G노조는 2011.6.30.경 새로운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단체교섭을 진행하여, 2011.10.17. 새로운 단체협약이 체결되었는데, 새로운 단체협약에서는 기존의 단체협약에 제21조제3항으로 있었던, “편성·보도·제작상의 실무책임과 권한은 관련 국실장에게 있고, 각 사의 경영진은 편성·보도·제작상의 모든 실무에 대해 관련 국실장의 권한을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의 이른바 ‘국장책임제’에 관한 조항이 삭제되고, 공정방송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실효성 있게 보장하기 위해 조합원들이 본부장의 공정방송 실현의지에 대한 의견을 조사하여 사장에게 의견을 표시할 수 있는 본부장 견제장치, 공정방송 침해시 W협의회를 통해 관련자의 문책을 요구할 수 있는 문책 조항 등을 마련하였다.

위와 같은 내용의 단체협약이 체결되자 G노조는 노보 및 사내 게시판 등을 통하여 ‘단체협약의 체결은 H의 정상화를 위한 노사 대타협으로서, K 사장과 G노조와의 관계는 급속도로 개선되는 분위기이다. H를 회복하자’는 취지의 글을 게시하였다.

2) 이 사건 파업 개시 전까지 방송편성과 관련한 노사 갈등

가) ‘X’의 불공정 보도 논란

G노조와 그 산하 기구인 AA위원회(AA)는 K의 대표이사 선임 이후인 2010.8.경부터 지속적으로 H의 대표적인 뉴스 보도 프로그램인 ‘X’에서 주요 현안에 관해 경쟁 언론사들에 비해 보도를 지연하거나 의도적으로 보도 분량 및 내용을 대폭 축소하는 등의 불공정 보도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하여 왔는데, G노조측이 주장하는 ‘X’의 대표적인 불공정 보도 사례는 다음과 같다.

① 국무총리실의 불법 민간인사찰 의혹에 관하여 다른 언론사들보다 약 10여일 늦게, H의 시사고발 프로그램인 ‘P’에서 2010.6.29. 관련 내용이 방영된 후인 2010.7.2.경 비로소 처음으로 보도를 하였다.

② 2011.5.23.~26. 실시된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제기된 의혹들에 관하여 다른 방송사들과 달리 전혀 보도를 하지 않았다.

③ M 기자가 AB정당 최고위원 회의를 도청하였다는 의혹에 관하여 경쟁 방송사인 AC보다 이틀 늦은 2011.6.27. 최초 보도를 하였다[이후 관련 뉴스에 대하여 H의 사회2부장 AD이 사안이 민감하다는 등의 이유로 송고(送稿) 제한을 지시하여 기자회가 보도국장에게 그 경위를 공개 질의하는 등 기자들의 반발을 초래하기도 하였다].

④ 2011.11.26.경 한미자유무역협정(이하 ‘한미 FTA’라 한다)에 반대하는 전국 동시집회 개최에 관하여 다른 방송사들과 달리 이를 보도하지 않았다.

한편 ‘X’는 ‘P’의 광우병 관련 프로그램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2010도17237호) 선고 직후인 2011.9.5. 이에 관한 사과보도를 한 바 있는데, 위 사과보도에 관하여는 H이 대법원 판결의 취지를 왜곡하여 보도하였다는 이유 등으로 2012.11.1.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2011가합23621호로 정정 보도를 명하는 판결이 선고되기도 하였다. 다만 위 사건의 항소심(서울고등법원 2012나98104호)에서는 위 사과보도 내용의 중요부분이 진실에 합치된다는 이유 등으로 H이 승소하였고, 현재 위 사건은 대법원 2013다99515호로 소송 계속 중이다.

나) ‘P’ 제작진에 대한 인사 조치

① 앞서 본 바와 같이 ‘P’은 2008.4.29. ‘AE’라는 제목으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와 관련된 광우병 문제를 주제로 한 프로그램을 방영하였는데, 이를 이유로 농림수산식품부는 H을 상대로 정정보도청구의 소를 제기하였고, 그 결과 방영 내용 중 일부에 관한 정정 또는 반론보도 청구가 인용되었다. 또한 위 프로그램의 제작담당 PD들(AF, AG 외 2인)에 대하여는 당시 농림수산식품부 AH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내용 등으로 공소가 제기되었는데,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10.12.2. 2010노380호로 무죄판결을 선고하였고, 위 판결에 대해 검사가 상고(대법원 2010도17237호)를 제기하였으나 2011.9.2. 상고기각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되었다. 그런데 H은 위와 같이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된 직후인 2011.9.20. 위 PD들에 대하여 회사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이유로 정직 또는 감봉의 징계처분을 하였으나, 서울남부지방법원은 2012.12.7. 2011가합24280호로 위 방송으로 H의 명예가 손상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 등으로 위 징계처분이 무효임을 확인하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이에 대해 H이 서울고등법원 2013나753호로 항소하였는데, 2014.1.10. 위 방송으로 인해 H의 명예가 손상되기는 하였으나 위 PD들에 대한 중징계 처분을 한 것은 징계재량권을 일탈·남용하였다는 이유 등으로 항소기각판결이 선고되었으며, 위 판결은 그 무렵 확정되었다. 그러나 H은 2014.4.7. 위 PD들에게 당초의 징계처분보다는 경한 내용의 정직 또는 감봉의 징계처분을 다시 하였고, 이에 대해 위 PD들이 H을 상대로 정직취소 소송을 제기하여 현재 서울서부지방법원 2014가합6787호로 소송계속 중이다.

② 한편 ‘P’ 제작팀에서 근무하던 PD인 AI는 2010.8.17. ‘AJ’이라는 제목으로 당시 추진되던 이른바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다룬 프로그램을 방영하고자 하였는데, 위 프로그램에 대해 국토해양부 측에서는 허위사실이라고 주장하며 서울남부지방법원 2010카합625호로 방송금지가처분을 신청하였으나 방송 당일 위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는 결정을 받았다. 그러나 K 사장 등 H 경영진은 위 프로그램에 대해 방송 전 시사(試寫)를 요구하였고, 담당 PD 등이 국장책임제 등을 이유로 하여 시사요구를 거절하자 결국 H은 당시 책임 PD 및 시사교양국장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임원회의를 통하여 방송보류 조치를 하였다[위 프로그램은 1주일 후인 2010.8.24.에야 방영되었고, 위 방송보류 조치의 당부와 관련하여 2010.9.27. W협의회가 개최되었다].

③ 2011.3.3. ‘P’ 프로그램의 제작을 관장하는 시사교양국장으로 AK이 부임하였는데, AK은 P 제작진이 앞서 본 광우병 관련 프로그램 등에서 보이는 바와 같이 지나치게 좌익으로 편향되어 있어 프로그램 시청률이 저하되고 있다는 이유로, 부임 당일 “원칙적으로 1년 이상 근무한 PD를 교체하겠다”는 인사 조치 방침을 발표하였다. 이러한 인사 조치 발표에 PD들이 반발하자, 당시 AK 시사교양국장과 함께 있던 AL(아침방송 팀장)은 “P 프로그램에 노동운동 편향성이 있고 정치적 편향성도 있다. P의 정치적 편향성을 탈색할 필요가 있고, AI의 경우 유능하지만 정치색이 과도하다”고 위 인사 조치에 대해 해명하기도 하였다. 이후 AK 시사교양국장은 이전에 ‘P’에서 근무한 적이 없었던 AM을 ‘P’ 제작팀장으로 임명하고, AI를 ‘AN’의 외주관리 담당으로 발령하는 등 6명의 ‘P’ 담당 PD들을 한꺼번에 당사자들의 의사에 반하여 타 부서로 발령조치 하였다. 그런데 ‘P’은 PD가 주제를 발굴하고 장기간에 걸쳐 기획취재를 하면서 촬영 여부에 관한 지시와 최종적인 프로그램의 편집을 하는 등 PD의 주도 하에 제작되는 프로그램이었고, 1년 이상 근무한 PD를 교체한다는 인사 원칙도 이전에는 적용된 바 없었다.

④ AK 시사교양국장과 AM ‘P’ 팀장은 부임 이후 주제 선정과 관련하여 제작담당 PD들과 잦은 마찰을 빚어 왔고, 새로운 내용이 없다거나 시청률이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 등으로 AO 노사분규나 AP 후보자 관련 의혹, 제주도 세계 7대 자연경관선정 관련 의혹 등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 제작을 불허하였으며, 2011.8.23. 방영 예정이었던 서울특별시의 한강변 개발사업에 관한 프로그램의 내용 중 AQ이 등장하는 부분을 삭제하고 방영할 것을 제작담당 PD에게 지시하기도 하였다.

⑤ 한편 AK 시사교양국장의 인사조치에 따라 AR, AS가 2011.3.경 각 ‘P’ 제작팀으로 전입하였는데, AR은 ‘AT’이라는 제목으로 남북 경제협력 중단 및 이로 인한 경제협력 관련업체들의 피해에 관한 프로그램을 제작하여 2011.5.24. 방영하고자 하였으나, AK은 시청률이 낮을 것이라는 이유를 들어 제작 중단을 지시하였고, 이로 인하여 AR 및 시사교양국 PD들로 구성된 ‘AU협의회’ 대표인 AS와 마찰을 빚었다. 그런데 H은 그 직후인 2011.5.12. AR을 AV으로, AS를 서울경인지사로 각 전보시켰다. 이에 AR, AS가 H을 상대로 하여 서울남부지방법원 2011카합283호로 전보발령효력정지가처분을 신청한 결과, H이 주장하는 업무상의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절차상 단

체협약도 위반하였다는 등의 이유로 2011.7.15. 위 가처분신청을 모두 인용하는 결정을 받았다. 그런데 AR은 가처분결정 인용 후에도 2012년 업무 기획 등의 명목으로 본사가 아닌 일산으로 전보되었으나, 일산에는 ‘P’ 관련 업무를 담당할 사무실이나 보조인력이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AR은 2011.10.경까지 ‘P’ 제작 업무에서 배제된 채 일산에서 혼자서 근무하다가 본사로 복귀한 바 있다.

⑥ AK은 2011.11.경까지 시사교양국장으로 재직하였는데, 2011년도 ‘P’의 시청률은 2010년보다 오히려 하락하였다. 한편 ‘P’ 제작부서 내의 앞서 본 갈등과 별도로 AK은 ‘AW’의 2011.6.24. 방송분으로 이미 제작이 완료된 ‘AX’ 편에 관하여 당시 서울특별시의 무상급식 찬반 주민투표가 임박하여 불공정 시비가 생길 수 있다는 이유 등으로 2011.6.20.경 일방적으로 불방(不放) 결정을 하여 직원들의 항의를 받았고, G노조에서 2011.6.27. 및 2011.7.6. 2회에 걸쳐 위 불방 조치에 관한 W협의회의 개최를 요구하기도 하였으나, H 측은 이는 W협의회의 안건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에 응하지 아니하였다.

다) 라디오본부의 출연진 교체와 노사갈등

AY은 2011.3.25. H의 라디오본부장으로 임명되었는데, G노조는 임명 이전부터 AY을 ‘잘못된 기획과 간섭으로 프로그램을 망가뜨리는 대표적인 무능 인사’ 등으로 비난하며 라디오본부장 임명에 반대하여 왔다.

AY은 취임 직후 라디오 프로그램 개편을 단행하였고, 이후 라디오본부에서는 AZ, BA, BB 등 기존의 진행자 또는 출연자들이 청취율 하락이나 정치활동 관여 등을 이유로 다수 교체되었다. 또한 H은 2011.7.경 사회적 쟁점에 관하여 특정한 의견을 공개적으로 표명하는 출연자의 고정출연을 제한하는 내용의 고정출연제한 심의규정을 신설하고, 그 무렵 ‘BC’ 제작진이 배우 BD을 출연자로 섭외하려고 하자, 사전보고 절차의 위반을 문제 삼아 2011.7.15. 당시 BD이 정치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BD의 출연을 불허하였다. 나아가 2011.9.17.경에는 청취율 하락을 이유로 ‘BE’의 진행자인 가수 BF을 BG으로 교체하려고 하였으나 그 과정에서 BF이 사퇴하고 BG도 출연 의사를 번복하는 등 물의를 빚기도 하였다. 그런데 위와 같은 진행자 또는 출연진의 교체 과정에서 해당 프로그램들의 제작담당 PD가 명시적으로 진행자 또는 출연진의 교체를 요구하거나 먼저 이를 제의한 사실은 없었고, 이들과 사전에 별도의 협의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

이에 라디오본부 소속 PD들은 국장실 앞에서 피켓시위를 하고, 사무실에 K 사장과 AY 국장을 비난하는 내용의 대자보 등을 게시하였으며, 야간을 이용하여 간부들의 책상 위에 “부역자들에게는 최후의 심판이 있을 것이다”라는 문구가 기재된 붉은 종이를 붙여 두기도 했다. 또한 G노조는 H 경영진이 이른바 ‘좌파 청소’의 일환으로 진행자 교체를 강행한다고 비난하면서, 2011.5.6. AZ 진행자의 교체에 관한 W협의회 임시회의 개최를, 2011.5.18. ‘P’의 ‘AT’ 편의 제작중단 지시에 관한 안건 등으로 정례회의 개최를 각 요구하였으나, H은 W협의회의 안건이 아니라거나 G노조가 본사 건물 1층 로비를 무단 점거하여 시위를 하고 있다는 이유 등을 내세워 이를 거부하였다.

3) 이 사건 파업 발생의 경위

가) 2011.10.17. 새로운 단체협약이 체결된 이후 처음 개최된 2011.11.3.자 W협의회에서 G노조는 ‘2011년도의 10.26. 재·보궐선거’ 관련 보도 과정에서 불공정한 보도행태가 있었다고 주장하면서 W협의회 운영규정 제10조를 근거로 하여 Z 보도본부장과 BH 보도국장 등 위 선거보도와 관련된 간부들의 보직변경을 H 측에 요구하였다(다만 W협의회 운영규정 제10조에 따른 문책대상자에 대한 보직변경은 노사 동수로 구성된 W협의회에서 참석 과반수 찬성으로 사장에게 요구할 수 있는데, 2011.11.3.자 W협의회에서 Z 보도본부장과 BH 보도국장 등에 대하여 참석 과반수의 찬성으로 정식으로 보직변경 요구가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이에 대해 K 사장은 공정성 여부에 대한 견해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G노조 측의 지적에 반박하면서도, “다음에 진짜 이런 일이 있으면 우리 후배들이 나가라고 그러면 우리 셋이 그냥, 연판장을 다 돌려서 나가라고 그러십시오. 점차 이것을 개선하자고. 빨리 개선하자고”라고 말하면서 재발 방지를 약속하였고, G노조 측이 이를 수용함에 따라 W협의회 명의의 보직변경 요구 및 실제 보직변경이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나) 그런데 위 2011.11.3.자 W협의회 직후 한미 FTA 반대시위와 관련하여 H은 2011.11.22. 시위 현장에 중계차 및 기자들을 파견하였으나 당일 ‘X’에는 이를 보도하지 않고 2011.11.24. 단신(短信)으로 집회 개최 소식만을 보도하였으며, 2011.11.24. 경찰이 물대포를 사용한 것에 대하여 인권침해 논란이 빚어졌으나 이에 관하여도 보도하지 않았고, 2011.11.26. 전국적으로 한미 FTA 반대집회가 개최되었음에도 이에 관한 별다른 보도를 하지 않았다. 이러한 H의 보도 태도로 인하여 시위대가 H 소속 기자들의 취재를 거부하는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이에 관해 당시 H의 보도국 영상취재2부 소속 기자인 BI는 2011.11.26. 한미 FTA 반대시위 취재를 다녀온 다음 날인 2011.11.27. 보도국 홈페이지 게시판에 ‘BJ’이라는 제목으로 “집회 참가자들이 H 기자들을 상대로 편파방송을 이유로 취재를 거부하며 방송장비를 파손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회사 로고가 새겨진 카메라로는 취재가 불가능하여 6mm 소형 캠코더로 근접 취재했다”는 취지의 글을 게시하였으나, BH 보도국장이 이를 문제 삼고 직속 상급자인 BK 영상취재2부장이 삭제를 지시하자 보도국 게시판에서 위 글을 스스로 삭제한 후 사내 홈페이지 게시판에 위 글을 다시 게시하기도 하였다. H 기자회는 2011.11.28. 기수대표 모임을 갖고 H의 거듭된 한미 FTA 반대집회 보도 누락에 대해 ‘공영성의 훼손, 신뢰도의 추락, 저널리즘의 붕괴 등’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다) 이에 G노조는 H 측에 2011.11.30. 한미 FTA 관련 불공정 보도 등을 이유로 다시 W협의회 개최를 요구하였고, 이에 H 측에서 부사장 주재 하에 W협의회를 개최하겠다고 통보하자 G노조는 2011.12.7., 2011.12.13. K 사장이 참석 가능한 시간을 H 측에서 지정하면 G노조 측은 휴일 포함하여 24시간 참석 가능하다는 입장을 표명하면서까지 K 사장이 직접 W협의회에 참석할 것을 요청하며 재차 W협의회의 개최를 요구하였으나, H은 사장이 반드시 W협의회에 참석할 의무는 없다는 이유 등으로 이에 불응하였다.

라) H과 G노조 사이에 체결된 단체협약에 따르면, 회사와 조합은 공정방송의 실현을 위해 W협의회를 두고, 그 구체적 구성과 운영에 관한 사항은 W협의회 운영규정으로 정하도록 되어 있으며, 위 W협의회 운영규정에 따르면, W협의회 정례회의는 월 1회 개최하고(다만 안건이 없을 시는 노사합의로 개최하지 않을 수 있다), 임시회의는 공정방송과 관련된 긴급사항이 발생했을 경우 회사 또는 조합의 요청에 따라 사전협의에 의해 개최하도록 되어 있다.

위 W협의회 운영규정에 따라 G노조는 2011년도에 들어와서 H 측에 대하여 1회의 정례회의 및 총 12회의 임시회의 개최를 요구하였는데, H은 G노조의 2011.5.18. 정례회의 개최 요구에 대해서는 G노조의 시위 및 시사교양국장에 대한 불신임투표 등을 이유로 이를 거부하였고, 임시회의 개최 요구에 대해서는 개최 요청 후 15일 내지 1개월여가 지난 시점에 4차례 개최하는 데 그쳤으며, 나머지 임시회의 개최 요구에 대해서는 W협의회의 안건이 아니라거나 단체협약이 종료되어 개최 근거가 없다는 이유 등으로 이에 응하지 않았다. 그리고 2012년도에 들어와서는 G노조의 2012.1.2. W협의회 개최 요구에 대하여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은 BL 기자회의 보도본부장 불신임투표를 이유로 이를 거부하였다.

마) G노조는 앞서 본 바와 같이 H 측에게 K 사장이 참석하는 W협의회 임시회의 개최를 재차 촉구하였으나 H으로부터 위 요구에 대한 답변을 받지 못하자, 2011.12.19. “K 사장은 결단하라! 쇄신인사 못한다면 스스로 용퇴하라!” 라는 표제의 ‘비상대책위원회 특보’를 통해, K 사장이 2011.11.3. 위와 같이 앞으로도 불공정 보도가 재발되면 자신의 퇴진을 요구하라고 하면서 재발방지를 약속한 후 한미 FTA 관련 불공정 보도 등의 문제가 다시 발생하였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음을 이유로 K 사장이 2011.11.3. W협의회에서 한 약속을 지키고, W협의회에 K 사장이 직접 참석할 것, 그리고 불공정 보도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쇄신인사를 할 것 등과 같은 요구사항이 이행되지 않을 경우 K 사장의 퇴진을 위한 전면전에 나설 것이라는 의사를 표명하였다. 그럼에도 H 측에서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자, G노조는 2012.1.3. ‘비상대책위원회 특보’를 통해 K 사장에게 W협의회 개최 및 인적쇄신 요구 등에 대한 답변을 재차 요구하고, 그 주까지 답변이 없으면 전면전에 돌입하겠다는 취지의 의사를 표명하였다.

바) 한편 당시 ‘X’는 경쟁 방송사의 뉴스 프로그램에 비해 시청률이 하락하는 중이었는데, 이에 H의 경영진에서는 평일 ‘X’ 방송시간 변경 등을 골자로 한 ‘뉴스 개선안’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H 소속 기자들로 구성된 기자회는 인적 쇄신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2012.1.5. 기자총회를 소집하여 Z 보도본부장과 BH 보도국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불신임투표를 실시하였고, 투표 결과 회원 125명이 투표에 참여하여 그 중 108명(86.4%)이 불신임안에 찬성하였다. 이에 BL 기자회는 2012.1.6. H측에 뉴스 개선은 인적 쇄신부터 이루어져야 한다며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의 사퇴를 요구하면서 H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 제작 거부를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발표하였다. 뒤이어 영상기자회가 2012.1.7. ~ 8. 실시한 불신임투표에서도 회원 40명이 투표에 참여하여 그 중 36명(90%)이 불신임안에 찬성하였다.

사) G노조 위원장인 피고인 A는 2012.1.9. ‘비상대책위원회 특보’를 통해 H가 공정과 신뢰를 상실하였다며 국민의 지지와 성원을 받을 수 있도록 H를 재건하기 위해 종결투쟁을 할 것이고, K 사장은 유례없는 고강도 퇴진투쟁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발표하였다. 이어서 G노조는 2012.1.10. H 1층 로비에서 ‘최후통첩 날린다. 사장은 퇴진하라’ 또는 ‘H가 무너졌다. 사장은 퇴진하라’ 등의 글귀가 쓰인 피켓을 들고 농성을 시작하면서, 같은 날 발간된 ‘비상대책위원회 특보’를 통해 기자들이 제작 거부에 돌입할 경우 G노조는 당초 예정했던 파업 찬반투표 일정을 앞당겨서 즉각 실시한 뒤 총파업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발표하였다.

아) 그런데 2012.1.9. BL 기자회와 영상기자회의 위와 같은 투표결과가 발표되자 H은 이를 문제 삼아 같은 날 기자회장인 I의 아침뉴스 앵커 보직을 해임하고 2012.1.10. I와 영상기자회장인 BM을 인사위원회에 회부하였다. 이에 G노조는 2012.1.10. 긴급 서울 대의원대회를 열어 K 사장이 단체협약에 규정된 W협의회와 그 문책규정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H 뉴스를 바로 세우기 위한 기자들의 투쟁에 무한 지지를 보내며 기자들의 투쟁 상황을 고려해 총파업 찬반투표를 앞당기는 등 투쟁 수위를 조절하기로 결의했다.

BL 기자회 역시 2012.1.11.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의 자진사퇴와 I, BM에 대한 징계위원회 회부 철회를 요구하면서 위와 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같은 달 17. 기자총회를 실시하여 제작 거부 투표를 하겠다고 발표하였으며, BN기자회도 2012.1.11. BL 기자회와 행동을 같이 할 것이라고 발표하였다.

자) 이에 BO 인터넷 신문은 2012.1.10. G노조가 공정방송을 위해 K 사장퇴진 투쟁에 돌입하여 설 연휴 이후 총파업 투표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하였고, BP협회 인터넷 신문은 2012.1.11. G노조가 K 사장 퇴진 투쟁에 본격 돌입했다고 보도했다.

차) BL 기자회와 BN기자회는 징계철회를 요구하며 2012.1.18. ~ 19. 제작거부 찬반투표를 실시하였고, 투표 결과 기자회 137명 중 115명, 영상기자회 45명 중 30명이 제작거부에 찬성하여, 2012.1.25.부터 제작거부에 돌입하였다. 이로 인하여 ‘X’의 방송시간이 50분에서 15분으로, ‘BQ’의 방송시간은 90분에서 10분으로 대폭 축소되었고, 다른 뉴스 프로그램(BR 뉴스, BS 뉴스, ‘BT’)의 경우 결방(缺放)되기도 했다.

카) 한편 G노조는 2012.1.18. 노보를 통해 여론조사기관을 통한 K 사장퇴진 투쟁 등에 대한 조합원 의견수렴 결과를 공표하면서 같은 달 25.부터 사흘간 파업 찬반투표를 하겠다고 공지하였고, 이어 2012.1.25. 노보를 통해 파업 찬반투표 실시를 다시 안내하였다.

당시 G노조가 찬반투표 실시를 알리면서 작성한 유인물에는 “우리가 K사장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공영방송으로서 H의 위상이 거듭 추락한 데 있다. 지난 2010년 O 정권의 낙하산 사장으로 투입된 K 사장은 시종일관 정권의 주구로서의 역할에 충실했다 … 선거 때마다 여권에 편향적인 편파보도로 일관해 왔고, 정권에 조금이라도 누가 될 수 있는 사회적 갈등에 대한 보도는 외면해 왔[으며] … 시사 프로그램은 철저히 죽이기로 일관했다 … 현재 H는 전례 없는 신뢰성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번 총파업은 지난 2년 동안 H를 망가뜨린 주역, K 사장의 퇴진을 목표로 진행될 예정이다”, “조합은 K 사장에게 쇄신인사를 요구했지만, K 사장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결국 K 사장에게는 H를 정상화할 의지도, 능력도 없음이 드러난 것이다”는 등의 표현과 함께, 언론 관련학과 교수들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H의 2012년 총선, 대선 보도의 공정성과 신뢰성이 우려된다는 응답은 79%에 이르고, 이러한 공정성 및 신뢰성 저하의 가장 큰 원인은 친정부 성향 간부들의 보도통제라고 지적하는 응답이 70%라는 내용의 여론조사가 소개되었다.

타) 이에 대해 H은 2012.1.25. G노조에게 ‘이 사건 파업은 법적으로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없는 불법행위이므로, 현재 진행 중인 파업 찬반투표를 철회하고, 예정된 총파업을 자제해 줄 것을 촉구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하였다.

파) G노조는 2012.1.25. ~ 27.(부재자투표는 2012.1.19.부터) 총파업 실시를 위한 찬반투표를 실시하였고, 그 결과 전체 조합원 939명 중 783명(83.4%)이 투표에 참여하여 그 중 533명(69.4%)이 파업에 찬성하였다. 이에 위 찬반투표 결과에 따라 G노조는 2012.1.27. H에게 쟁의행위 발생을 통보하고 2012.1.30. 06:00부터 이 사건 파업을 개시하였으며, 파업의 목적을 ‘H의 정상화를 위한 총파업 투쟁’으로 표방한 ‘총파업지침 1호’를 조합원들에게 전달하였다.

4) 이 사건 파업의 경과

가) G노조는 이 사건 파업 개시 후, 본사 1층 로비에 “정권의 H K은 사퇴하라”, “H 국민의 품으로 돌아가겠습니다”, “H가 무너졌다”, “K 사장 퇴진 및 공영방송 사수” 등의 문구가 기재된 현수막과 피켓을 걸어 1층 정문을 봉쇄하고, 1층 로비 기둥에 페인트로 같은 내용의 문구를 기재하였으며, 같은 내용의 구호를 외치면서 집회를 하거나 1층 엘리베이터 앞에서 연좌 피켓시위를 하였다.

또한 조합원들이 사장실 및 부사장실이 있는 H 본사 10층, 경영지원국 사무실이 있는 9층, 보도국 및 보도본부장실이 있는 5층 등에서 집단으로 구호를 외치며 면담을 요구하고 농성을 하거나 회사 외부로 나아가 기자회견이나 집회, 공연 등을 개최하고 시민들에게 파업의 정당성을 알리는 유인물을 배포하였다. 그리고 H의 정규방송프로그램인 ‘X’, ‘P’의 형식과 구조를 응용한 ‘BU’, ‘BV’ 등의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인터넷을 통하여 배포하여 노조 측의 입장을 대변하였다.

이 사건 파업에 참가한 근로자는 최초 600명 전후에서 점차 증가하여 2012.6.8. 최대 785명에 이르렀고, 이후 파업 종료 시까지 760명 내외를 유지하였다. 또한 피고인들을 비롯한 G노조의 주요 보직자들은 파업 도중 개최된 여러 집회 및 시위를 주도하거나 적극적으로 이에 참여하였다.

나) 한편 K은 이 사건 파업 시작 후 약 3주간 H에 출근하지 않았고, 이에 G노조는 K 사장에게 면담을 요구하고 G노조의 입장을 홍보하기 위하여 ‘H를 나간 사장을 찾습니다’ 등의 전단지를 배포하기도 하였다.

다) H은 2012.5.16. 기자회의 점거에 대비하여 본사 5층 보도국과 10층을 봉쇄하였고, 같은 날 22:00경 기자회 회원 약 50여명이 ‘X’ 진행을 마치고 퇴근하는 BW 보도본부장의 차량을 가로막고 퇴근을 저지하였다. H은 다음 날 ‘X’를 통하여 “기자회의 위 퇴근 저지행위로 인하여 BW이 부상을 입어 뉴스중계를 할 수 없게 되었다”고 주장하며 G노조를 비난하였으나, 실제로 당시 I, BX, BY 등 기자회 회원들 다수가 BW이 탑승한 차량을 약 20분간 가로막아 진행을 저지하며 H의 시용기자 채용 방침에 관한 면담을 요구한 외에 폭행 등이 일어나지 않았고, BW이 특별한 부상을 입지도 않았다. 그리고 BW이 부상을 입었다는 취지의 위 ‘X’ 보도에 관하여는 G노조가 H을 상대로 정정보도 청구 및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서울남부지방법원 2012가합13294호로 제기하여 2013.5.9. 일부 내용이 허위라는 이유로 일부 승소판결을 받았고, 이에 대해 쌍방이 항소하였으나 서울고등법원은 2014.4.11. 2013나35049호로 항소기각판결을 선고하였으며, 현재 위 사건은 대법원 2014다28121호로 소송계속 중이다.

라) 한편 H은 2012.2.14. 서울중앙지방법원에 G노조 및 피고인들을 비롯한 그 지도부 구성원들을 상대로 업무방해금지등가처분을 신청하였다. 위 사건을 이송 받은 서울남부지방법원은 2012.6.13. 2012카합294호로 H의 신청을 일부 받아들여 G노조 또는 피고인들을 비롯한 피신청인들이 직접 또는 제3자를 시켜 ㉠ H의 사업장이나 그 소재 건물의 일부를 점거하고 집회를 여는 행위, ㉡ H의 사업장이나 그 소재 건물 내부에 ‘K 사퇴 요구’나 ‘공정방송 사수’ 등의 내용을 담은 현수막, 전단지, 자보를 붙이거나 페인트 등으로 그 내용을 벽이나 기둥 등에 그리는 행위, ㉢ 위 사업장이나 그 소재 건물의 정문 등 출입구를 가로막아 H 임직원들의 출입을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가처분결정을 하였고, 그 결정이 2012.6.14. G노조 및 피고인들을 비롯한 피신청인들에게 고지되었다.

이에 G노조는 2012.6.15.부터 H 본사 사옥 내의 간부직원 피케팅을 중단하였고, H 본사의 정문 또는 남문 앞에서 집회를 개최하고 가두 서명운동을 하는 등으로 파업 방식을 전환하였다. 1인 시위는 2012.7.17.까지 계속되었고, 간부직원 피케팅은 2012.6.19.부터 정문 및 남문 앞에서 재개되어 2012.7.12.까지 계속되었다.

마) 파업기간 동안 ‘P’, ‘BZ’과 ‘BQ’, ‘X’, 각 시간별 뉴스(BR, CA, CB, CC 등) 등의 보도 프로그램, 나아가 ‘CD’, ‘CE’ 등의 일부 예능프로그램이 결방 또는 축소되었고, 드라마 PD들의 파업 가세 이후 드라마 ‘CF’의 1주일분 방송(2012.3.7. ~ 같은 달 8.)이 결방되기도 하였다. 또한 아나운서 조합원들의 파업 참가로 일부 라디오 프로그램의 진행자가 교체되었다.

이 사건 파업 이후 H은 2012.3.28. 프리랜서 앵커 5인을 보도국 소속으로 선발하였고, 2012.4.17. 경력직 기자 및 뉴스진행 PD 등 방송제작 인력에 대한 계약직 채용공고를 하였으며, 2012.5.12. 2년 이상 경력직 기자를 1년 시용(試用) 후 정규직으로 채용한다는 공개채용 공고를 냈고, 2012.6.13. 재차 기획, 홍보, 기자 등 경력직원 공개채용 공고를 하였다.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쳐 파업기간 동안 H이 채용한 대체인력은 총 93명에 이르렀다.

바) G노조는 2012.7.17. 이 사건 파업의 잠정 중단을 선언하고 조합원들에게 다음 날 09:00부로 업무에 복귀하도록 지시하였고, 이에 따라 이 사건 파업이 종료되었다.

5) 이 사건 파업 종료 이후의 사정

가) 이 사건 파업 종료 후에도 조합 집행부와 정직처분 대상자들을 중심으로 한 피케팅이 산발적으로 지속되었고, 일부 조합원들은 H 본사 1층 로비 등에서 2012.11. 초경까지 삭발 및 기자회견, 연좌시위, 천막 설치 시도 등을 계속하였다. 또한 G노조는 2012.7.18. 업무복귀를 알리는 노보에서 ‘조합원 복귀투쟁 지침’을 통하여 파업기간 동안 채용된 대체인력을 ‘K 체제의 부역자’로 칭하면서 이들과 업무상 관계만 유지하라고 지시하였다.

나) 한편 H은 2012년도 상반기 업적평가를 실시하여 파업에 참가한 조합원 전원에 대하여 R(최하) 등급을 부여하고, 이에 근거하여 BY, CG, CH, CI, CJ, CK 등 다수의 조합원들에게 3개월간 교육발령을 하고, 교육발령 기간이 끝난 후에는 본래의 업무와 무관한 미래전략실, 서울경인지사, AV 등으로 전보발령을 하였다(일부 조합원들은 파업 종료일자로 곧바로 위 부서들로 전보발령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위와 같은 전보발령의 업무상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 등으로 2012.3.20. 2012카합551호 및 2012.3.21. 2013카합108호로 각 위 전보발령의 효력정지를 명하는 가처분결정을 하였다.

다) 또한 H은 이 사건 파업이 불법파업임을 전제로 그로 인하여 H이 입은 손해에 대하여 피고인들 등을 상대로 이 사건 파업기간 중인 2012.3.5.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서울남부지방법원 2012가합3891호로 제기하였는데, 2014.1.23. H의 위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이 선고되었고 현재 H의 항소로 서울고등법원 2014나10931호로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또한 H은 이 사건 파업 계속 중이던 2012.3.5. 피고인 E를, 2012.4.3. 피고인 A, C을 각 불법파업 등을 주도하였다는 이유로 해고하였고, 2012.4.3. 피고인 D에 대하여 같은 이유로 정직 3월의 징계를 하였으며, 2012.6.20. 피고인 B에 대하여 직장질서 문란 등을 이유로 정직 6월의 징계를 하는 등 이 사건 파업한 참가한 6명을 해고하고, 38명에 대하여 정직 등의 징계처분을 하였는바, 이에 대해 피고인들 등은 위 해고 및 징계 등이 무효임을 전제로 H을 상대로 2012.8.27. 해고무효확인 등의 소를 서울남부지방법원 2012가합16200호로 제기하였는데, 2014.1.17. 위 해고와 징계가 무효임을 확인한다는 내용의 판결이 선고되었고 이에 대해 H이 서울고등법원 2014나11910호 항소를 제기하였는데, 위 항소심 법원은 2015.4.29. ‘이 사건 파업은 정당한 쟁의행위이고, H이 피고인들 등에 대하여 한 해고 등 징계처분은 모두 무효이다’는 취지의 판결을 선고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피고인 A, C, E 등은 근로자에 대한 해고무효확인판결이 확정되기 전이라도 제1심에서 해고가 무효임이 선언되면 임시적, 잠정적으로나마 즉각 해고를 무효로 하는 처분을 하여 기존의 근로계약의 효력이 존속하는 것으로 취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단체협약 규정에 의거하여 H을 상대로 서울남부지방법원 2014카합109호로 근로자지위보전가처분신청을 하여 2014.6.27. 인용결정을 받았으나, 위 가처분결정 이후 H은 피고인들을 포함한 복직자들을 본래의 업무와 상관없이 별도의 인사발령을 하지 않은 채 CL센터로 출근하게 하였다.

라) 한편 PD CM, AS는 당심에 이르러 피고인들이 신청한 증인으로 채택되어 2014.10.28. 당심 법정에서 G노조 측을 위하여 증언하였는데, H은 그 직후인 2014.10.31. 교양제작국 다큐멘터리제작부 소속의 AS를 CN센터로, CM을 서울경인지사로 각 전보발령 조치하였다.

마) 이 사건 파업이 종료된 이후 H은 2011.10.17. 체결된 단체협약을 해지하고, 새로운 단체협약 개정안을 제시하였는데, 위 개정안에는 기존 단체협약의 내용 중 제20조(공정방송 실현의무), 제21조(방송의 독립성 유지) 규정의 주체를 기존의 ‘회사와 조합’에서 조합을 삭제하고 ‘회사’로만 규정하고, 제24조(W협의회)를 유보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다) 이 사건 파업이 정당한 쟁의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근로자의 쟁의행위가 정당한 것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첫째 그 주체가 단체교섭의 주체로 될 수 있는 자이어야 하고, 둘째 그 목적이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한 노사간의 자치적 교섭을 조성하는 데에 있어야 하며, 셋째 사용자가 근로자의 근로조건 개선에 관한 구체적인 요구에 대하여 단체교섭을 거부하였을 때 개시하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조합원의 찬성결정 등 법령이 규정한 절차를 거쳐야 하고, 넷째 그 수단과 방법이 사용자의 재산권과 조화를 이루어야 함은 물론 폭력의 행사에 해당되지 않아야 한다는 여러 조건을 모두 구비하여야 한다(대법원 2005.4.29. 선고 2004두10852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파업의 경우 G노조가 단체교섭의 주체로 될 수 있음은 명백하므로, 나머지 요건에 관하여 차례로 살핀다.

1) 이 사건 파업의 목적의 정당성 여부

가) 이 사건 파업의 주된 목적이 무엇인지에 관한 판단

쟁의행위에서 추구되는 목적이 여러 가지이고 그 중 일부가 정당하지 못한 경우에는 주된 목적 내지 진정한 목적의 당부에 의하여 그 쟁의목적의 당부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고, 부당한 요구사항을 제외하였다면 쟁의행위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쟁의행위 전체가 정당성을 갖지 못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9.6.23. 선고 2007두12859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외견상 경영권에 속하는 대표이사의 퇴진 요구를 목적으로 하는 것처럼 보이는 쟁의행위라도, 그것이 오로지 대표이사의 교체를 직접적인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근로조건의 유지·개선을 도모하기 위하여 필요한 수단으로서 주장된 것이라면, 대표이사의 퇴진 그 자체는 쟁의행위의 주된 목적 내지 진정한 목적으로 볼 수 없고, 따라서 그러한 쟁의행위가 반드시 목적의 정당성을 결여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G노조의 유인물이나 피고인 A 등 G노조 간부들의 발언을 통하여 제시된 이 사건 파업의 목적은 크게 ‘K 사장의 퇴진’과 ‘방송의 공정성 보장’이므로, 이 사건 파업의 주된 목적이 무엇인지에 관하여 먼저 살펴본다.

위 인정사실과 제1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G노조는 L가 K을 사장으로, S을 보도본부장으로 선임하자, K 사장의 취임 등을 반대하는 출근저지운동을 하고, 소위 조인트 발언과 관련하여 K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K 사장이 S을 부사장으로 임명하자 2010.4.5.경부터 2010.5.13.경까지 파업을 하기도 하는 등 K 사장의 임명 경위나 취임 직후 L이사장의 발언 등 여러 제반 사정들에 비추어 H 내에서 방송의 공정성이 침해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여 K 사장 취임 초기 무렵에 K 사장 취임을 반대하면서 K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기도 하였으나, 위 파업은 비교적 단기간에 그쳤고, 나머지 기간 동안에는 K 사장이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보이며, 이후 G노조가 K 사장의 업무를 방해한 별다른 정황도 엿보이지 않는 점, ② 한편 G노조는 2010. 하반기부터 H과 단체협약 개정 협상을 진행하여 왔고, K 사장의 연임 후인 2011.10.17. 방송의 공정성을 실효성 있게 보장하기 위한 W협의회 제도 등을 담은 새로운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등 H과 단체교섭을 하여 평화적인 노사관계의 정립을 위해 노력하여 온 점, ③ 그런데 H은 2011. 이후 G노조의 W협의회 정례회의 및 임시회의 개최 요구에 대해 W협의회 안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G노조의 파업 등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이를 거부하여 왔는바, W협의회 운영규정상 정례회의는 노사합의에 의해 개최하지 않을 수 있을 뿐이고, 임시회의 개최 여부는 H과 G노조의 사전협의를 거쳐 결정하도록 되어 있으므로, H이 노사합의 또는 사전협의 절차 없이 G노조의 W협의회 개최요구를 위와 같은 사유만으로 일방적으로 거부한 것은 정당하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④ 2011.11.3. 개최된 W협의회에서 G노조가 불공정 보도를 이유로 W협의회 운영규정 제10조를 근거로 하여 보도본부장 등의 보직변경을 요구하자 K 사장은 추후 유사한 사태가 재발할 경우 자신의 퇴진을 요구하라면서 강력하게 재발 방지를 약속했고 이에 G노조 측에서는 K사장의 위와 같은 약속을 믿고 W협의회를 통한 정식의 보직변경 요구를 관철시키지 않았음에도, 그 직후 H 내부에서 한미 FTA 시위보도 등과 같은 불공정 보도 문제 등의 분쟁이 재발되었는바, 이러한 상황에서 G노조가 K 사장 참석하의 W협의회 개최 요구를 한 것이 부당한 요구로 보이지는 않는 점, ⑤ 그럼에도 불구하고 H은 G노조의 위와 같은 요구에 계속 응하지 아니하는 등 갈등이 지속되는 상황 하에서 2012.1. 초경 기자회 및 영상기자회가 H의 뉴스 프로그램 개선안에 반발하며 보도본부장, 보도국장 등에 대한 불신임투표를 실시하는 등으로 인적 쇄신을 요구하자 H은 오히려 이를 기화로 I, BM을 인사위원회에 회부하는 등 방송의 공정성에 관한 문제 제기를 억압하려는 태도를 보였으며, 이 사건 파업이 개시된 이후에도 K 사장은 G노조와의 대화를 거부한 채 회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이에 G노조가 ‘K 사장 찾기’ 운동을 벌이기까지 한 점, ⑥ 이러한 사정 하에서 G노조가 K 사장의 퇴임을 요구한 것은, K 사장이 불공정 보도에 관한 G노조 측의 요구 및 방송편성과 관련된 사내 갈등 등의 처리에 관하여 G노조와의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 등으로 G노조와 K 사장과의 신뢰관계가 상실되어, K 사장 체제 하에서는 H 및 H 구성원들의 방송의 공정성이 보장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에 기인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⑦ G노조는 이 사건 파업 기간 중 ‘BU’, ‘BV’ 등의 프로그램을 제작하여 인터넷을 통해 배포하였는데, 이는 H의 기존의 프로그램인 ‘X’, ‘P’ 등이 사회에 대한 비판의 메시지를 담는데 실패하고, 특정 가치에 부합하는 내용의 방송만을 한 데 대한 반성 및 방송의 공정성을 담보받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G노조가 이 사건 파업에 이른 주된 목적은 K이라는 특정한 경영자를 배척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방송의 공정성을 보장받고자 하는 데 있고, 그러한 목적을 이루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자 상징으로서 방송의 공정성 확보를 위한 조치를 약속하고도 이를 지키지 않고 대화에도 제대로 응하지 않는 K 사장의 퇴진을 요구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그러므로 이 사건 파업에 있어서 K 사장 퇴진은 부차적인 목적 또는 성실히 대화에 응하지 않는 사장에 대한 비난을 의미하는 것에 그칠 뿐 그 주된 목적은 방송의 공정성 보장에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하에서는 이를 전제로 하여 위와 같은 ‘방송의 공정성 보장’이라는 목적이 쟁의행위의 정당한 목적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

나) 방송의 공정성 보장 요구가 쟁의행위의 정당한 목적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

① 쟁의행위의 목적과 단체교섭사항의 범위

노동조합법 제2조제5호는 노동쟁의를 ‘노동조합과 사용자 간에 임금·근로시간·복지·해고 기타 대우 등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인하여 발생한 분쟁상태’로 정의하고 있고, 같은 조제6호는 쟁의행위를 ‘파업 … 등 노동관계 당사자가 그 주장을 관철할 목적으로 행하는 행위와 이에 대항하는 행위’로 정의하고 있다. 그리고 근로자의 쟁의행위가 정당한 것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그 목적이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한 노사간의 자치적 교섭을 조성하는 데에 있어야 하는데, 여기서 그 목적이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한 노사간의 자치적 교섭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라 함은 그 쟁의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요구사항이 단체교섭사항이 될 수 있는 것을 말한다(대법원 1994.9.30. 선고 94다4042 판결, 대법원 2001.4.24. 선고 99도4893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보면, 쟁의행위의 목적은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사항 또는 그에 영향을 미치는 기타 노동관계에 관한 사항으로서 노사관계 당사자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고 당해 노사관계 당사자에 관련되는 사항, 즉 원칙적으로는 단체교섭의 대상이 되는 사항으로 한정된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단체교섭의 대상이 되는 단체교섭사항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헌법 제33조제1항과 노동조합법 제29조에서 근로자에게 단체교섭권을 보장한 취지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하므로, 일반적으로 구성원인 근로자의 노동조건 기타 근로자의 대우 또는 당해 단체적 노사관계의 운영에 관한 사항으로 사용자가 처분할 수 있는 사항은 이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고(대법원 2003.12.26. 선고 2003두8906 판결 참조), 반드시 임금 등 근로자의 경제적 지위의 유지, 향상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1992.5.12. 선고 91다34523 판결 참조).

특히 H과 같이 일반 사기업과 달리 한정된 주파수 대역을 할당받아 전국적인 방송 송출을 함으로써 국민의 여론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고도의 공공성을 가지고 방송사업을 영위하는 회사의 경우에는 그 사업 목적과 지위에 대한 법률상의 보장과 규율을 고려하여 단체교섭의 대상이 되는 사항의 범주를 획정할 필요가 있다.

② 방송의 공정성과 독립성에 관한 법적 규율 및 관련 단체협약의 내용

방송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법적 규율로서 방송법 및 이에 따라 제정된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과 방송문화진흥회법은 별지 3 기재와 같은 규정들을 두고 있고, 이와 관련된 H의 단체협약, W협의회 운영규정 및 H 방송편성규약의 내용은 별지 2 기재와 같다.

그 주요한 내용을 살펴보면, 방송법은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고, 법률에 의하지 않은 방송편성에 관한 일체의 규제나 간섭을 금지하고 있으며, 방송사업자로 하여금 방송편성책임자를 선임하고, 방송편성책임자의 자율적인 방송편성을 보장하도록 하고 있으며, 종합편성을 행하는 방송사업자에게 방송프로그램 제작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취재 및 제작 종사자의 의견을 들어 방송편성규약을 제정·공표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고(제4조), 또한 방송에 의한 보도는 공정하고 객관적이어야 하며 국민의 알 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보호·신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6조 제1, 4항). 이를 위하여 방송법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 하여금 방송의 내용이 공정성 및 공공성을 유지하고 있는지, 공적 책임을 준수하고 있는지 여부를 심의하고(제32조) 그 심의를 위한 규정을 제정·공표하도록 하고 있는바(제33조), 이에 따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규칙으로 제정된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에서는 방송 심의의 기준으로 방송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명시하고(제9조, 제14조), 특히 사회적 쟁점이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된 사안에서는 관련 당사자의 의견을 균형 있게 반영하여야 하고, 제작기술 또는 편집기술 등을 이용하는 방법으로 특정인이나 특정단체에 유리하게 하거나 사실을 오인하게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제9조제2, 3항). 나아가 이러한 방송법 및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의 제 원칙을 위반한 방송의 내용에 대하여는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법 제100조제1항 및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59조 이하의 절차에 따라 해당 방송사를 상대로 과징금의 부과나 방송편성책임자 또는 방송프로그램 관계자에 대한 징계 등의 제재조치를 명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한편 방송문화진흥회법은 L를 설립하여 최다출자자로 있는 방송사업자의 공적 책임을 실현하고 민주적이며 공정하고 건전한 방송문화의 진흥과 공공복지의 향상에 이바지하도록 하고 있고(제1조), 방송법은 L의 이와 같은 공적인 목적을 감안하여 지상파방송사업자의 지분 100분의 40 이상을 소유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제8조제2항 단서 제2호).

또한 방송법 제4조제4항에 따라 제정된 H 방송편성규약에서는 H의 모든 구성원은 외부는 물론 내부의 부당한 간섭으로부터 방송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제5조)고 규정하고 있고, H의 단체협약에서도 방송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사규와 동일한 효력을 갖는 방송강령을 제정하고, W협의회를 설치·운영하도록 하고 있으며, G노조는 위와 같은 W협의회를 통해서 방송강령 등을 위반한 관련자의 문책을 요구하고, 보직변경을 요구할 수 있으며, 그 밖에 보직국장의 정책발표회나 본부장에 대한 직원들의 의견조사를 실시하는 등 공정한 방송의 실현이 위협받는 경우 H 소속 근로자의 의사를 H에게 전달하고, H은 위와 같은 근로자의 의사와 고충을 감안하여 인사 조치를 취하는 등 H 내부에서의 방송의 공정성에 대한 침해를 막기 위한 다양한 제도적 장치들을 마련해 두고 있다.

③ 방송의 공정성 보장이 쟁의행위의 목적이 될 수 있는지 여부

이와 같이 앞서 본 방송법, 방송문화진흥회법,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은 민주적 기본질서의 유지와 발전에 필수적인 표현의 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 보장, 올바른 여론의 형성이라는 고도의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방송에 객관성과 공정성을 유지할 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위하여 구체적으로는 방송사업자와 방송편성책임자를 분리하고, 방송사업자에게 방송편성책임자의 자율적 방송편성의 보장 및 방송프로그램제작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취재, 제작 종사자의 의견을 들어 방송편성규약을 제정·공표할 의무를 함께 부과하고 있다. 위와 같은 방송의 공정성과 독립성에 관한 법적 규율은 언론의 자유 및 민주적 기본질서의 유지·실현이라는 헌법적 가치이자 권리를 방송의 영역에서 실현하기 위한 것으로서, 단순히 권리를 부여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공정한 방송을 실현할 의무 또한 부여한 것이라고 할 것이고, 이러한 법적 규율의 취지 등에 비추어 보면, 방송법 등에 의해 부여되는 방송의 자유 및 공정방송의무는 구체적으로는 방송사업자인 H뿐 아니라 방송편성책임자 및 방송의 취재, 제작, 편성 등의 업무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방송사업 종사자들인 H의 구성원들에 대해서도 함께 부여된 것이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H 노사 양측은 모두 방송의 자유의 주체이자 공정방송이라는 규범의 의무자라는 지위를 함께 향유하고 있다고 할 것이므로, 공정방송의 의무는 방송법 등 관계법규 및 H 단체협약 등에 의하여 노사 양측에 요구되는 의무임과 동시에 실제 방송 제작 등에 있어서 공정방송 의무를 실현하는 것이 가능한 환경이 조성되었는지 여부 등은 근로조건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고 할 것이어서, 방송의 공정성을 실현하기 위한 여러 제도적 장치의 마련과 그 준수는 교섭 여부가 근로관계의 자율성에 맡겨진 사항이 아니라 사용자가 노동조합법 제30조에 따라 단체교섭의 의무를 지는 사항(이른바 의무적 교섭사항)이라 할 것이다. 결국 H은 H의 구성원들에게 방송의 공정성을 실현하기 위한 근로환경과 근로조건을 제공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것이고, 앞서 본 H 단체협약은 H과 H 구성원들 사이의 상호 합의하에 위와 같은 방송의 공정성을 실현하기 위한 내부적인 장치를 마련해 두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다만 방송의 공정성이라는 것은 상대적인 개념으로서 주관적 가치에 따라 그 판단을 달리할 수도 있는 것이므로, 단순히 추상적으로 방송의 공정성이 의심된다는 사정에 기초하여 또는 공정한 방송의 실현이 필요하다는 이유만으로 쟁의행위에 나아가는 것은 사용자가 처분할 수 없는 사항에 대한 것으로서 그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 그러나 기존의 단체협약 등에서 방송의 위와 같은 절차적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여러 규정들을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방송의 제작, 편성, 보도 등 구체적인 업무수행 과정에 있어서 방송의 공정성을 실현하기 위하여 마련된 여러 제도적 장치가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해 실제적으로 근로환경 내지 근로조건 등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거나 또는 그러한 우려가 농후하게 되었다면, 이에 대한 절차적 시정을 요구하였음에도 그 시정이 사용자측에 의하여 합당한 이유 없이 거부됨으로써 부득이 쟁의행위에 나아가는 것은 노동조합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근로조건에 관한 분쟁에 해당한다 할 것이고, 나아가 이처럼 기존에 합의된 단체협약을 사용자가 지키지 않는 경우 그 준수를 요구하기 위한 행위는, 단순히 기존의 단체협약의 해석, 적용에 관한 사항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공정방송을 위한 단체협약의 이행을 실효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기 위한 것으로서 어디까지나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사항을 목적으로 한 쟁의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전제에서 위 인정사실과 제1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H은 방송법 등의 관계법령 및 단체협약에 의하여 인정된 공정방송의 의무를 위반하고 그 구성원들의 방송의 자유를 침해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 구성원인 근로자의 구체적인 근로환경 또는 근로조건을 악화시켰다 할 것이므로, 피고인들을 비롯한 H의 근로자들은 그 시정을 구하기 위한 쟁의행위에 나아갈 수 있다고 할 것이다.

ⅰ) 특정한 뉴스의 보도 여부나 특정한 방송프로그램 주제의 선정, 출연자의 교체 등은 방송제작 담당자의 전문적 판단에 따라 결정되는 것으로서, 그러한 판단의 결과만을 들어 방송의 공정성이 침해되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H의 근로자나 사용자는 그와 같은 결정에 대해 방송제작 업무 종사자의 관점에서 문제 제기를 할 수 있고, 이 경우 제기된 문제점이 당사자가 합의한 절차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결되었을 때 비로소 방송의 공정성이 준수되었다고 평가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앞서 본 바와 같이 H의 단체협약은 W협의회 운영규정 등 노사의 협의로 방송의 공정성에 관련된 다툼을 해결하고 공정한 방송의 실현을 도모할 수 있는 절차적인 장치들을 두고 있었다. 그리고 H의 W협의회 운영규정은 W협의회를 노사 동수로 구성하고, 과반수의 찬성이 있어야 보직변경 요구를 할 수 있도록 하며, 이 경우에도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사장이 이에 응하지 않을 수 있는 재량권을 인정하는 등 경영권에 속하는 인사권의 본질을 침해하는 것을 방지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ⅱ) 그러나 H은 2010년도 하반기 단체교섭 당시부터 W협의회 규정 중 보직변경 요구권에 관한 사항의 개정을 시도한 바 있고, 이 사건 파업 직전까지 K사장을 비롯한 H의 경영진은 방송의 공정성 보장을 위해 H 소속 근로자에게 부여된 거의 유일한 수단이라고 할 수 있는 W협의회 개최 요구를 정당한 이유 없이 계속 거부하여 왔으며(H은 이 사건 파업 종료 이후에는 아예 W협의회를 유보하는 내용의 새로운 단체협약 개정안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G노조의 불공정 보도 등에 관한 지속적인 문제 제기에도 이를 시정하기 보다는 억압하려는 태도를 보였고, 이러한 불공정 보도 문제 등으로 H 소속 근로자가 취재현장에서 취재를 거부당하기도 하였는바, H의 위와 같은 태도는, 2011.11.3.자 W협의회에서의 불공정 보도 등의 재발방지 약속을 저버리는 행위로서 이후에도 H은 G노조의 거듭된 W협의회 개최를 통한 해명 및 재발방지 요청 등에 대해 합리적인 이유 없이 이에 응하지 않았다.

ⅲ) 또한 H은 이 사건 파업 시작 전까지 ‘P’ 등 일부 프로그램의 제작진에 대하여 종래에는 적용된 바 없었던 ‘1년 이상 근무한 PD를 교체한다’는 인사원칙을 갑자기 적용하여 대거 인사발령을 하고, 방송 주제 선정 문제로 제작책임자와 마찰을 빚은 일부 PD들을 기존 업무와 전혀 무관한 부서로 전보발령을 하였다가 법원의 가처분 결정을 받고 나서야 비로소 원래의 보직으로 복귀시키는 등 스스로 인사권을 남용하여 노사 갈등을 야기하기도 하였다.

ⅳ) 나아가 K 사장 등 H의 경영진은 제작 담당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방송보류를 지시하거나, 그로부터 방송편성책임자로 임명된 시사교양국장이나 보도본부장, 라디오본부장 등도 제작담당자들과 사전에 별도의 협의 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이들이 건의한 방송내용을 거부하거나 출연진 교체를 시도하였으며, 사내 게시판에 올린 구성원의 자유로운 의견 개진마저 문제 삼는 등 스스로 방송의 자유를 중대하게 침해하여 왔다.

ⅴ) 2012.1. 초경 기자회 및 영상기자회가 H의 뉴스 프로그램 개선안에 반발하고 인적 쇄신을 요구하며 보도국장 등에 대한 불신임 투표를 실시하자, H은 I, BM을 인사위원회에 회부하여 징계하려고 하였을 뿐, 방송의 공정성에 관한 G노조 측의 문제 제기에 대하여 이를 협의하거나 시정하려는 별다른 노력을 보이지 않았다.

다)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파업은 그 목적에 있어 정당성이 인정된다.

2) 이 사건 파업의 시기 및 절차의 적법 여부

가) 관련 법리

쟁의행위는 사용자가 근로조건의 개선에 관한 구체적인 요구에 관하여 단체교섭을 거부하거나 단체교섭에서 거부의 의사를 회답하였을 때 개시하되, 그 절차가 법령의 규정에 따른 것으로서 정당하여야 한다. 그러나 쟁의행위의 시기 및 절차에 있어 노동조합법 등 관련 법률의 규정을 위반한 점이 있더라도 이것만으로 바로 쟁의행위로서의 정당성이 상실된다고 볼 것이 아니라 그 위반행위로 말미암아 국민생활의 안정이나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예기치 않는 혼란이나 손해를 끼치는 것과 같은 부당한 결과를 초래하는지의 여부 등 구체적 사정을 살펴서 그 정당성 유무를 가려야 한다(대법원 1991.5.14. 선고 90누4006 판결 참조).

나) 판단

기록에 의하면, G노조가 이 사건 파업을 개시하기 전에 H에 대하여 명시적으로 방송의 공정성 보장을 안건으로 한 단체교섭을 요구하거나 노동조합법 소정의 조정절차를 거치지 않은 사실은 인정되나, 다른 한편 위 인정사실과 제1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H 소속 근로자들이 H에 대하여 방송의 공정성을 요구할 수 있는 방법은, W협의회의 개최를 요구하여 H 측의 의견을 듣거나 W협의회 명의의 문책요구나 보직변경을 요청하는 외에는 별다른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H은 G노조의 W협의회 개최 요구를 정당한 이유 없이 지속적으로 거부하여 왔던 점, ② G노조는 K 사장의 취임 당시부터 공정한 방송의 보장을 요구하며 노동조합 활동을 해왔고, K 사장 또한 2011.11.3. 개최된 W협의회에서 불공정 보도 문제의 재발방지 등을 약속하고 향후 유사한 사태가 재발할 경우 자신의 퇴진을 요구하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는바, 재차 불공정 보도 관련 분쟁 등이 발생하여 G노조가 W협의회의 개최를 요구하면서 K 사장의 출석을 요구한 것이 불합리해 보이지는 않는 점, ③ 그럼에도 G노조의 거듭된 K 사장의 W협의회 출석 요구에 대하여 H 또는 K 사장은 사장이 반드시 W협의회에 출석해야 할 의무는 없다는 이유 등만을 들어 이에 응하지 않았던 점, ④ G노조는 2011.12.경부터 H에게 W협의회 개최 촉구 및 불공정한 보도 문제 등의 시정을 요구하여 왔고, 이에 응하지 않는 경우 이 사건 파업에 나아갈 것을 지속적으로 밝혀 왔던 점, ⑤ G노조가 파업찬반투표를 실시하여 조합원 다수의 찬성으로 이 사건 파업을 결정하고 H에게 쟁의행위 발생을 통보한 점, ⑥ H은 2011.1.14. G노조와의 단체교섭 도중 기존 단체협약의 해지를 통보하였고, 2011.10.17. 새로운 단체협약이 체결된 후에도 단체협약에 규정된 공정방송의 보장에 관한 의무를 적극적으로 이행하려는 의사를 보이거나 노력을 하지 않았던 점 등을 고려해 보면, 이 사건 파업 개시의 시기나 절차와 관련하여 관련 법규에 정한 요건에 다소 미비된 점이 있다 하더라도 이로 인하여 이 사건 파업의 정당성이 상실된다고까지 볼 수는 없다.

3) 이 사건 파업의 수단 및 방법의 상당성 여부

가) 관련 법리

쟁의행위의 방법은 소극적으로 근로의 제공을 전면적 또는 부분적으로 정지하여 사용자에게 타격을 주는 것이어야 하며, 노사관계의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공정성의 원칙에 따라야 하고, 사용자의 기업시설에 대한 소유권 기타의 재산권과 조화를 이루어야 함은 물론 폭력이나 파괴행위를 수반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1992.5.8. 선고 91도3051 판결, 대법원 1994.3.25. 선고 93다30242 판결 등 참조). 그러나 이 경우에도 당해 쟁의행위 자체의 정당성과 이를 구성하거나 부수되는 개개의 행위의 정당성은 구별되어야 하므로 일부 소수의 근로자가 폭력행위 등의 위법행위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전체로서의 쟁의행위가 위법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3두8906 판결 등 참조).

나) 판단

그런데 위 인정사실과 제1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G노조가 이 사건 파업 기간 동안 주로 피고 본사의 1층 로비에서 집회를 하고, 현수막을 게시하여 1층 정문을 폐쇄하기도 하고, 일부 조합원들이 보도국이 있는 5층이나 사장실이 있는 10층에서 농성을 하였으나, 이러한 집회나 농성이 이 사건 파업 기간에 비추어 볼 때 비교적 단기간에 그쳤고, G노조가 H 직장을 전면적·배타적으로 점거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② H의 일부 방송에 차질이 빚어지기는 하였으나 방송 프로그램의 송출 자체가 중단되지는 않았고, G노조는 선거방송 및 올림픽 방송에 필요한 최소한의 인력 등은 제공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③ 나아가 법원의 가처분 결정을 받은 이후에는 그 취지를 준수하여 H 본사 건물 외부에서 집회 등을 개최하였던 점, ④ 벽이나 복도 등에 K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포스터를 부착하는 등의 행위를 하였을 뿐 이 사건 파업 과정에서 폭력이나 파괴행위로 볼 만한 행위는 일어나지 않았고, 본사 1층 로비의 벽이나 기둥에 페인트로 구호를 쓰는 외에는 이렇다 할 손괴행위도 없었다고 보이는 점, ⑤ 파업기간 중 일부 조합원들이 보도본부장의 귀가를 방해하거나 파업에 참가하지 않는 근로자들을 협박하는 듯한 언행을 한 사실은 있으나, 이 사건 파업 자체의 정당성에 영향을 줄 정도의 행위라고 볼 수는 없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파업은 그 수단 및 방법이 상당성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4)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파업은 정당한 쟁의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 해당성 자체가 조각되어 업무방해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가사 이 사건 파업을 정당한 쟁의행위로 볼 수 없다고 하더라도, 업무방해죄는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업무를 방해한 경우에 성립하고, 여기서 위력이라 함은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혼란케 할 만한 일체의 세력을 말하는바, 따라서 이 사건 파업이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인 ‘위력’으로 평가될 수 있어야만 업무방해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하에서는 이 사건 파업이 업무방해죄에 있어서의 ‘위력’에 해당하는 여부에 관하여 나아가 살피기로 한다.

(라) 이 사건 파업이 ‘위력’에 해당하는지 여부

1) 관련 법리

근로자가 그 주장을 관철할 목적으로 근로의 제공을 거부하여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쟁의행위로서의 파업은 단순히 부작위에 그치지 아니하고 이를 넘어서 사용자에게 압력을 가하여 근로자의 주장을 관철하고자 집단적으로 노무제공을 중단하는 실력행사이므로, 업무방해죄에서 말하는 위력에 해당하는 요소를 포함하고 있는데, 근로자는 헌법 제37조제2항의 제한 내에서 원칙적으로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으로서 근로조건 향상을 위한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지므로(헌법 제33조제1항), 쟁의행위로서의 파업이 언제나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것은 아니고, 전후 사정과 경위 등에 비추어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져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등으로 사용자의 사업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혼란될 수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 비로소 그 집단적 노무제공의 거부가 위력에 해당하여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봄이 상당하다(대법원 2011.3.17. 선고 2007도482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가사 이 사건 파업이 쟁의행위로서의 정당성이 없다고 하더라도, 파업이 ‘전후 사정과 경위 등에 비추어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전격성 요건과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였다’는 중대성 요건을 모두 충족하여 사용자의 사업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혼란될 수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 비로소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하에서는 이 사건 파업이 위력의 개념 표지인 ‘전격성’ 및 ‘중대성’ 요건을 충족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핀다.

2) 전격성 유무

가) 쟁의행위로서의 파업이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는지 여부는 파업의 목적, 절차, 사용자의 인지가능성, 사용자의 대비가능성 등을 두루 참작하되, 단순히 파업의 예고 유무나 사용자의 주관적 인식만을 기준으로 할 것이 아니라, 파업에 이르게 된 전 과정에서 있었던 노사 간의 다툼의 내용과 교섭 과정, 다툼이 해소되어 가는 과정에 있었는지 아니면 증폭되는 과정에 있었는지 여부, 다툼을 해결하기 위한 당사자들의 노력과 행동, 근로자들이 파업을 할 수도 있다는 점을 예고하였는지 여부, 제3자 등이 파업 가능성을 예측하였는지 여부 등 모든 사정을 객관적·합리적 관점에서 종합하여 파업 발생 및 그 시기에 관한 객관적인 예측가능성이 있었는지, 파업에 대한 대비가능성이 있었는지 여부 등을 규범적인 관점에서 판단하여야 한다.

나) 이러한 법리를 기초로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위 인정사실과 제1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H의 단체협약은 W협의회 운영규정 등 노사의 협의로 방송의 공정성에 관련된 다툼을 해결하고 공정한 방송의 실현을 도모할 수 있는 제도적, 절차적인 장치들을 마련해 두고 있고, H의 W협의회 운영규정은 동 협의회를 노사 동수로 구성하고, 과반수의 찬성이 있으면 보직변경 요구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 ② 그런데 H은 2010년도 하반기 단체교섭 당시부터 W협의회 규정 중 보직변경 요구권에 관한 사항의 개정을 시도하여 왔고, 이로 인해 G노조와 단체협약 개정 협상 관련하여 갈등을 겪던 중 2011.1.14. 기존 단체협약의 해지를 통보하기도 하였던 점, ③ G노조는 K 사장의 취임 당시부터 공정한 방송의 보장을 요구하며 노동조합 활동을 해 왔는데, 2011년도에 들어와서 공정한 방송이 이루어지지 않는 사례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그 해결을 요구하면서 H 측에 단체협약에 정한 W협의회의 개최를 여러 차례 요구하여 왔으나, G노조의 위와 같은 W협의회 개최 요청에 대해 H이 W협의회 안건이 아니라는 등의 이유로 이를 거부하거나 G노조의 거듭된 K 사장 참석 요구에도 불구하고 사장이 아닌 부사장 참석 하에 W협의회를 개최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등의 사정으로 인해 몇 차례 외에는 W협의회가 열리지 않았던 점, ④ 특히 2011.10.17. H과 G노조 간에 새로운 단체협약이 체결된 후 첫 번째로 개최된 2011.11.3.자 W협의회에서 K 사장이 직접 불공정 보도 문제의 재발방지를 약속하기도 하였으나, 그 직후 한미 FTA 반대시위 보도 등을 둘러싸고 또다시 공정성 여부가 문제되는 등 유사한 문제가 재발하였음에도 H은 그때부터는 노사합의를 위한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았고, 이후 G노조가 거듭하여 K 사장 참석 하의 W협의회 개최를 요청하였음에도 불구하고 W협의회에 사장이 반드시 참석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G노조의 위와 같은 요구에 불응하는 등으로 단체협약에 규정된 공정방송 보장에 관한 의무를 적극적으로 이행하려는 의사를 보이지 않았으며, 이로 인해 노사관계의 균열이 급속히 진행되었던 점, ⑤ 이에 G노조는 2011.12.19. H 측에 공정방송을 위해 쇄신인사를 요구하며 위와 같은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K 사장 스스로 용퇴하라고 주장하였고, 2011.12.29. K사장과의 노사간담회 자리에서 불공정 보도에 대한 책임으로 보도국 쇄신인사를 요구하였으며, 2012.1.3.에도 이에 대한 답변이 없으면 전면전에 돌입하겠다고 발표하였고, 2012.1.6.에는 BL 기자회까지 인적 쇄신을 요구하였으며, 이후 G노조는 2012.1.9. H 재건을 위한 종결투쟁을 선언하고, 2012.1.10.부터는 H 1층 로비에서 피켓 시위 등을 시작하면서 기자들이 제작 거부에 돌입할 경우 당초 예정했던 파업 찬반투표 일정을 앞당겨 즉각 실시한 뒤 총파업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발표하였던 점, ⑥ 이러한 노사간의 대치 상황에서 H은 오히려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에 대한 불신임투표와 그 결과 발표를 이유로 BL 기자회장인 I를 보직해임하고, 2012.1.10. I 등을 인사위원회에 회부하는 등의 조치를 하였고, 그로 인하여 노사 간의 갈등이 더욱 증폭되었던 점, ⑦ BL 기자회는 2012.1.11. 위 징계위원회 회부 철회를 요구하면서 위와 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같은 달 17. 기자총회를 실시하여 제작 거부 투표를 하겠다고 발표하였고, G노조는 2012.1.11.자 비상대책위 특보에서 ‘G조합 서울지부 대의원대회에서 K 사장 퇴진운동을 할 것을 만장일치로 결의하였다’는 내용의 의견을 표명함으로써 빠른 시간 내에 파업이 발생할 수 있음을 예고하였던 점, ⑧ 2012.1.10.자 J 인터넷 신문에 ‘H에 또 다시 총파업의 전운이 돈다’는 내용의, 2012.1.11.자 BP협회 인터넷 신문에 ‘기자들의 제작거부와 노조의 총파업 결의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내용의 기사가 발표되기도 한 점, ⑨ BL 기자회는 2012.1.18. 제작거부 찬반투표를 거쳐 2012.1.25.부터 제작거부에 돌입하였고, G노조는 2012.1.18. 파업 찬반투표를 같은 달 25.부터 사흘간 하겠다고 공지한 후 2012.1.25.부터 파업 찬반투표를 거쳐 2012.1.30. 파업을 개시한 점, ⑩ 이 사건 파업 당시 H에서 노사관계를 담당하는 주무 부서의 경영본부장으로 재직하던 CO이 ‘G노조가 2012.1.3. 뉴스와 제작 프로그램의 인적쇄신이 없으면 전면전에 돌입할 것을 공식화하고, BL 기자회가 2012.1.5. 기자총회를 통해 보도 파행의 책임을 물어 보도본부장, 보도국장의 사퇴요구를 결의하고, 불신임투표를 실시하는 등으로 파국이 본격적으로 진행되자, 노사관계를 담당하는 주무 본부장으로서 사태의 심각성을 K 사장에게 보고하고, 파업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일정 부분 인사 교체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건의했으나 인사 교체는 없었으며, 이후 I 기자회장에 대한 앵커 해임 조치 및 기자회의 제작거부 등으로 G노조의 파업이 가시화되기에 이르렀고, 보도부분 상태가 진정되지 않으면 G노조가 파업에 들어갈 것이라는 판단은 자신을 포함한 H 구성원들 대다수가 충분히 예측하고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H이 2012.1.10. 기자회장인 I 등을 인사위원회에 회부할 당시 사실상 이 사건 파업을 예상할 수 있었다고 보이는 점, ⑪ 실제로 H은 이 사건 파업 이후 2012.3.28.부터 프리랜서 앵커 5인을 보도국 소속으로 선발하는 등 파업기간 동안 총 93명의 대체인력을 투입하는 등으로 이 사건 파업에 대한 비상대책을 마련하였던 점 등 이 사건 파업의 전후 사정과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면, 이 사건 파업이 G노조가 총파업을 결의한 후 불과 3일 만에 시작되었고 그 과정에서 조정절차를 거치지 않은 점을 감안하여 보더라도, H으로서는 이 사건 파업을 충분히 객관적으로 예측할 수 있었고, 이 사건 파업에 대한 대비가능성도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G노조가 H에게 단체협약과 W협의회 운영규정에 근거한 쇄신인사를 지속으로 요구하면서 이를 거부할 경우 파업에 들어갈 것이라는 것을 지속적·반복적으로 예고하였음에도 오히려 기자회장을 보직해임하고 징계에 회부하는 등으로 이 사건 파업을 도발한 H 측으로서는 이 사건 파업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고 피고인들이 다투고 있는 이 사건에 있어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파업으로 인한 집단적 노무제공의 거부가 H이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3) 중대성 여부

가) 앞서 본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취지 등에 비추어 볼 때, 파업이 ‘전후 사정과 경위 등에 비추어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전격성 요건과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였다’는 중대성 요건을 모두 충족하여 사용자의 사업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혼란될 수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 비로소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인바, 앞서 바와 같이 이 사건 파업이 H이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는 이상, 이 사건 파업은 사용자의 사업계속에 관한 자유의사를 제압할 정도의 위력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할 것이고, 여기서 파업의 중대성 요건은 파업이 사용자의 사업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혼란될 정도에 이르렀다고 평가되어 업무방해죄에서의 위력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기준의 하나에 불과하다고 할 것이므로, 제1심이 ‘막대한 손해 내지 심대한 혼란’이라는 파업의 중대성 요건에 대한 판단을 따로 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파업이 H이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어 이 사건 파업으로 인한 집단적 노무제공의 거부가 업무방해죄에서의 위력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고 하여 이를 위법하다고 볼 수는 없다.

나) 이처럼 이 사건 파업이 H이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는 이상 중대성 요건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 사건 파업은 업무방해죄에서의 위력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나, 가사 이 사건 파업의 전격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파업으로 인해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가 초래되었는지 여부에 관하여 보건대, 제1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이 사건 파업으로 인해 H의 뉴스 등 보도프로그램이 단축 방송되고, 예능시사 프로그램의 일부가 결방·재방·단축 방송되었으며, 파업기간 동안 시청률이 하락하고, 광고수입이 감소하였으며, 대체 인력투입과 대체 프로그램 제작 등으로 추가 비용이 발생하기도 한 사실은 인정되나, 나아가 단체행동권에 있어서 쟁의행위는 핵심적인 것으로서 쟁의행위는 사용자의 업무에 어느 정도 지장을 초래하는 것을 당연한 전제로 하고 있으므로, 헌법상 기본권 행사에 본질적으로 수반되는 것으로서 정당화될 수 있는 업무의 지장 초래가 당연히 업무방해에 해당하여 원칙적으로 불법한 것으로 볼 수는 없는 점, 가사 이 사건 파업으로 인해 광고수입이 감소하는 등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H에게 총 547억여 원 상당의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다른 한편으로는 이 사건 파업기간 동안 H이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한 결과 약 270억 원 상당의 인건비가 절감되고, 프로그램 불방으로 인해 약 63억 원 상당의 제작비가 절감되었던 점 등을 함께 고려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파업으로 인하여 H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가 초래하는 등으로 사용자의 사업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혼란될 정도에 이르렀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4) 소결론

결국 이 사건 파업으로 인한 집단적 노무제공의 거부는 업무방해죄에서의 위력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마)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제1심 절차의 의미

한편 제1심은 국민참여재판의 방식으로 재판절차를 진행하였는데, 배심원들은 이 부분 공소사실에 관하여 6:1의 다수의견으로 무죄 평결을 하였다. 사법의 민주적 정당성과 신뢰를 높이기 위해 도입된 국민참여재판의 형식으로 진행된 형사공판절차에서 엄격한 선정절차를 거쳐 양식 있는 시민으로 구성된 배심원이 사실의 인정에 관하여 재판부에 제시하는 집단적 의견은 실질적 직접심리주의 및 공판중심주의 하에서 증거의 취사와 사실의 인정에 관한 전권을 가지는 사실심 법관의 판단을 돕기 위한 권고적 효력을 가지는 것이다(대법원 2010.3.25. 선고 2009도14065 판결 등 참조).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은 공정하고 객관적인 배심원을 구성하기 위하여 여러 제도적 장치를 두고 있다. 배심원의 결격 사유, 제외 사유, 제척 사유, 면제 사유 등을 규정하였고(위 법률 제17조 내지 제20조), 배심원후보자가 위 사유에 해당하거나 불공평한 판단을 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직권 또는 검사·피고인 또는 변호인의 기피신청에 따라 법원이 당해 배심원후보자에 대하여 이유를 고지하면서 불선정결정을 하도록 하고 있다(위 법률 제28조제3항). 검사 또는 변호인으로 하여금 공정하지 않을 것 같다고 의심되지만 기피신청을 정당화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은 배심원후보자를 배제할 수 있도록 아무런 기피 이유를 제시하지 않는 무이유부기피신청 제도도 마련해 두었다(위 법률 제30조제2항).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제1심 역시 배심원선정기일의 합리적인 운영을 통해 배심원후보자에 대한 질문, 이유부기피신청 및 무이유부기피신청 등의 제도를 적극 활용하여 공정한 재판을 맡을 배심원단을 구성한 것으로 보이고, 이 사건에 있어 특별히 배심원 선정이 편향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

이 사건의 경우 7인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이 증인신문 등 사실심리의 전 과정에 함께 참여한 후 증거의 취사와 사실의 인정에 관하여 만장일치에 가까운 6:1의 절대다수 의견으로 이 부분 공소사실에 관하여 무죄 평결을 내렸고, 그 평결이 제1심 재판부의 심증에 부합하여 그대로 채택된 경우라고 볼 수 있다. 비록 만장일치의 평결이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위와 같은 절차를 거쳐 이루어진 증거의 취사 및 사실의 인정에 관한 제1심의 판단은 실질적 직접심리주의 및 공판중심주의의 취지와 정신에 비추어 만장일치 무죄 평결에 기초한 제1심 무죄 판결의 경우에 준할 정도로 항소심에서의 새로운 증거조사를 통해 그에 명백히 반대되는 충분하고도 납득할 만한 현저한 사정이 나타나지 않는 한 존중될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인데, 당심에서 제1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명백히 반대되는 충분하고도 납득할 만한 현저한 사정에 준할 정도의 사정이 나타난 바는 없다.

한편 법률의 적용 여부에 관해서는 법관이 전문지식과 경험에 기초하여 배심원 판단의 타당성 여부를 엄밀하게 검증할 필요가 더 있음은 물론이다. 그럼에도 배심원들이 재판의 전 과정을 통해 관련 법리에 대하여 필요한 정도의 이해를 갖게 되었고, 그러한 이해에 터 잡아 당해 사건의 사실관계에 관련 법률이나 법리를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를 신중하게 따졌다면 그러한 판단은 존중될 필요가 있다. 특히 이 사건에서 쟁점이 된 사항, 즉 이 사건 파업이 정당한 쟁의행위에 해당하는지, 이 사건 파업으로 인한 집단적 노무제공의 거부가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하는지 여부 등은 법리적 평가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 사실 인정의 성격도 다분히 지닌 것이어서, 이에 관하여 우리 사회의 평균인의 상식이나 통념에 기초한 판단에 법관이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사건은 구체적 개별 사안에서 H의 구성원들인 피고인들을 비롯한 근로자들이 방송의 공정성 보장을 목적으로 하여 파업에 나아간 것이 정당한 쟁의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되는 사안이다. 앞서 본 바와 같이 H의 구성원들은 H과 함께 방송의 자유의 주체이자 공정방송을 실현할 의무자의 지위도 함께 보유하고 있는데, 위와 같은 방송의 자유 및 공정방송의무는 모두 국민의 알 권리 보장, 올바른 여론 형성 등을 위한 것으로서 방송의 공정성이 준수되었는지 여부는 결국 국민인 시청자가 판단할 몫이라고 할 것인바, 이 사건에서 배심원들은 다른 한편으로는 방송을 보고 그 공정성 준수 여부를 최종적으로 판단할 지위에 있는 우리 사회의 평균적인 시청자라는 점에서 그들이 방송의 공정성 보장을 목적으로 한 이 사건 파업에 대하여 갖게 된 느낌이나 의미를 가볍게 여길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결국 당심에서 제1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명백히 반대되는 충분하고도 납득할 만한 현저한 사정에 준하는 사정 등이 나타난 바가 없는 이상, 만장일치에 가까운 절대다수 의견으로 이 부분 공소사실에 관하여 무죄 평결을 내린 배심원의 의견을 그대로 채택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로 인정한 제1심의 판단은 존중될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다.

(바) 소결론

따라서 제1심이 파업의 전격성 여부를 구성요건으로, 파업의 정당성 여부를 위법성조각사유로 보고 판단한 것은 다소 적절치 못하나, 이 사건 파업으로 인한 집단적 노무제공의 거부가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등의 이유로 피고인들에 대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인정한 것은 결론에 있어서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판결에 영향을 미친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검사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출입문 봉쇄에 의한 업무방해의 점 관련 주장에 관한 판단

(1)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들은 CP, CQ, CR, CS과 함께 H 본사 1층 현관 출입문을 봉쇄하기로 공모한 후, 2012.1.30.경 조합원들을 동원하여 H 본사 1층 현관 출입문을 잠그고, 그 앞에 대형 현수막을 걸어두는 방법으로 출입문을 봉쇄하였다.

피고인들과 CP, CQ, CR, CS은 2012.2.13.경 H의 보안 담당 직원들에 의하여 출입문 앞에 걸린 대형 현수막이 철거되고 출입문이 개방되자, 같은 날 재차 조합원들을 동원하여 현관 출입문을 잠그고 출입문 유리에 여러 개의 대자보를 부착해 놓는 방법으로 출입문을 봉쇄하였다.

이로써 피고인들은 CP, CQ, CR, CS과 공모하여 2012.1.30.경부터 2012.5.25.경까지 위와 같이 H의 1층 현관 출입문을 봉쇄함으로써 H 직원 및 방문객들의 출입을 방해하여 H의 방송 업무를 방해하였다.

(2) 관련 법리

피고인들이 단순히 집단적 노무제공의 거부에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출입문을 봉쇄한 행위는 업무방해죄에서의 위력에 해당하고, 피고인들의 위 행위로 H에 직접적인 업무방해의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업무방해의 결과를 초래할 위험성은 있다고 보이므로, 출입문을 봉쇄한 피고인들의 행위는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지만, 쟁의행위 중 파업은 그 노무정지의 효율성을 확보, 강화하기 위하여 그 보조수단으로 직장에 체류하여 연좌, 농성하는 직장점거를 동반하기도 하는 것으로서 그 자체는 위법하다고 할 수 없으며(대법원 1992.7.14. 선고 91다43800 판결 등 참조), 직장 또는 사업장시설의 점거는 적극적인 쟁의행위의 한 형태로서 그 점거의 범위가 직장 또는 사업장시설의 일부분이고 사용자 측의 출입이나 관리지배를 배제하지 않는 병존적 점거에 지나지 않을 때에는 정당한 쟁의행위로 볼 수 있다(대법원 2007.12.28. 선고 2007도5204 판결 참조)

(3) 제1심의 판단

제1심은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고인들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1층 현관 출입문을 잠그고 대형 현수막을 걸어두는 방법 내지 출입문 유리에 여러 개의 대자보를 부착하는 등의 방법으로 1층 현관을 봉쇄한 것은 현관문에 대한 점거로 볼 수 있는 점, ② 피고인들이 봉쇄한 현관출입문 외에도 건물 외부에서 건물 1층으로 통하는 남쪽 문이 있고, 파업기간 중에는 평소 비상시에만 사용하는 북쪽 문도 개방되었는바, 피고인들이 점거한 부분은 ‘현관 출입문’에 불과하였고 나머지 부분에 관하여는 여전히 H의 점유·사용 아래 있었으므로 피고인들의 위 점거는 H 본사 건물에 대한 전면적, 배타적 점거가 아니라 H의 출입이나 관리지배를 배제하지 않는 병존적, 부분적 점거인 점, ③ 쟁의행위의 본질상 사용자의 정상업무가 일부 저해되는 경우가 있음은 부득이한바, 피고인들이 위 현관 출입문을 점거했다고 하더라도 남문 등 다른 문을 통하여 출입이 자유롭게 이루어졌으며 그로 인하여 H의 방송업무, 즉 방송 제작, 편성, 송출 업무의 중단 또는 혼란을 초래한 바가 없어(파업기간 중 H 방송업무 방해의 주된 원인은 집단적 노무거부 그 자체이지 위 출입문 봉쇄가 아니다) H의 업무가 실제로 방해되었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의 위 출입문 봉쇄행위가 이 사건 파업에 수반되는 직장점거로서 정당성의 한계를 벗어나 위법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4) 이 법원의 판단

(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제1심 절차에서 배심원들은 만장일치의 의견으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평결하였고, 제1심도 배심원의 평결을 그대로 채택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라고 판단하였는바, 위 법리에 비추어 제1심의 위와 같은 판단을 기록과 대조하여 면밀히 살펴보면, 제1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사실오인으로 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나) 한편 제1심은 파업에 의한 업무방해의 점과 출입문 봉쇄에 의한 업무방해의 점은 하나의 파업 중에 단일한 범의 아래 계속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그 행위 태양만 달리하고 있어 포괄일죄 관계에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는 이유로 피고인들에 대한 위 각 업무방해의 점에 대하여 하나의 무죄를 선고하였는데, 이에 대해 검사는 파업으로 인한 업무방해와 출입문 봉쇄에 의한 업무방해는 하나의 파업기간 중에 있었던 행위이기는 하나 단일한 범의 아래 계속적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고 별개의 범죄사실이므로, 실체적 경합범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동일 죄명에 해당하는 수 개의 행위를 단일하고 계속된 범의로 일정기간 계속하여 행하고 그 피해법익도 동일한 경우에는 이들 각 행위를 통틀어 포괄일죄로 처단하여야 할 것이나, 수 개의 범행에서 범의의 단일성과 계속성이 인정되지 아니하거나 범행방법이 동일하지 않다면 각 범행은 실체적 경합범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13.11.28. 선고 2013도10467 판결 등 참조).

제1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이 사건 파업기간 중 사무실을 이탈하거나 방송에 필요한 업무를 수행하지 않는 방법 등으로 집단적으로 노무를 거부한 행위와 H 본사 1층의 현관 출입문을 잠그고 그 앞에 대형 현수막을 걸어두는 방법 등으로 출입문을 봉쇄한 행위는 그 행위 태양을 달리하고 있기는 하나, 양자 모두 이 사건 파업에 참가하는 방법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점, ② 검사도 피고인들에 대한 파업으로 인한 업무방해의 점의 공소사실 부분에 이 사건 파업에 참가하는 한 태양으로 ‘H 본사 1층 로비에 대형 현수막을 설치하고 현관 출입문을 봉쇄’한 점을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파업으로 인한 업무방해의 점과 출입문 봉쇄에 의한 업무방해의 점은 하나의 파업 중에 단일한 범의 아래 계속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서 그 행위 태양만 달리하고 있어 포괄일죄 관계에 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이 부분에 관한 제1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죄수 관계에 대한 법리오해로 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검사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다.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정보통신망침해등)의 점 관련 주장에 관한 판단

(1) 관련 법리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제49조에서 “누구든지 정보통신망에 의하여 처리·보관 또는 전송되는 타인의 정보를 훼손하거나 타인의 비밀을 침해·도용 또는 누설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는 한편, 제71조제11호에서 ‘제49조를 위반하여 타인의 정보를 훼손하거나 타인의 비밀을 침해·도용 또는 누설한 자’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위 조항에 규정된 ‘정보통신망에 의하여 처리·보관 또는 전송되는 타인의 비밀 누설’이란 타인의 비밀에 관한 일체의 누설행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통신망에 의하여 처리·보관 또는 전송되는 타인의 비밀을 정보통신망에 침입하는 등의 부정한 수단 또는 방법으로 취득한 사람이나, 그 비밀이 위와 같은 방법으로 취득된 것임을 알고 있는 사람이 그 비밀을 아직 알지 못하는 타인에게 이를 알려주는 행위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제한하여 해석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12.12.13. 선고 2010도10576 판결 참조).

(2) 판단

제1심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절차를 진행한 후 배심원이 만장일치의 의견으로 내린 피고인 A, E에 대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한 무죄의 평결을 그대로 채택하여, 위와 같은 법리를 기초로 하여 이 사건에 관하여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 A, E가 H 대표이사의 법인카드 사용내역을 획득하였다는 성명불상자가 위 법인카드 사용내역을 H의 전산회계시스템에 침입하는 등의 부정한 수단 또는 방법으로 취득하였고, 위 피고인들이 그와 같은 사실을 알고서도 이를 누설하였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피고인 A, E에 대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제1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비추어 이 부분 공소사실을 면밀히 살펴보면, 제1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검사가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의 위법이 없다. 따라서 검사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라. 재물손괴죄에 대한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이 사건 범행의 동기와 경위, 이 사건 현판과 로비 기둥의 효용이 침해된 정도와 그 기간, 피고인 A, C, D은 벌금형보다 무거운 형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고, 피고인 B, E는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제1심 법정에서 배심원들은 재물손괴죄에 대한 양형에 관하여 만장일치로 제1심의 형과 동일한 의견을 제시한 점(배심원 7명 모두 피고인 A에 대하여 벌금 100만 원, 나머지 피고인들에 대하여 각 벌금 50만 원을 제시하였다), 그 밖에 피고인들의 나이, 성행, 환경, 피고인들이 이 사건 범행에 가담한 정도, 범행의 수단과 결과, 범행 전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양형조건들을 종합하여 보면, 제1심의 형이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고는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검사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4.  피고인들의 주장에 대한 판단

 

가. 사실오인 주장에 관한 판단

(1) 관련 법리

형법 제366조 소정의 재물손괴죄는 타인의 재물을 손괴 또는 은닉하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하는 경우에 성립한다. 여기에서 재물의 효용을 해한다고 함은 사실상으로나 감정상으로 그 재물을 본래의 사용목적에 제공할 수 없게 하는 상태로 만드는 것을 말하며, 일시적으로 그 재물을 이용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드는 것도 여기에 포함된다. 특히, 건조물의 벽면에 낙서를 하는 행위 등이 그 건조물의 효용을 해하는 것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당해 건조물의 용도와 기능, 그 행위가 건조물의 채광·통풍·조망 등에 미치는 영향과 건조물의 미관을 해치는 정도, 건조물 이용자들이 느끼는 불쾌감이나 저항감, 원상회복의 난이도와 거기에 드는 비용, 그 행위의 목적과 시간적 계속성, 행위 당시의 상황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7.6.28. 선고 2007도2590 판결 참조).

(2) 판단

피고인들은 제1심에서도 이 부분 항소이유와 동일한 취지로 주장하였고, 이에 대해 제1심은, 제1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현판에 있는 “국민의 품으로 돌아가겠습니다!”라는 글귀, 대리석 기둥에 있는 “H가 무너졌다!”, “사장은 사퇴하라”라는 글귀는 각 빨간 색과 검은 색 페인트로 쓴 것으로 그 글자의 크기와 형태 등을 고려할 때 미관을 해치는 정도가 큰 점, ② 위 글귀는 H에 의하여 원상회복이 이루어진 2012.6.경까지 상당한 기간 동안 출입문 현판과 로비 기둥에 씌어 있었던 점, ③ 유성페인트로 쓰인 것이라 원상회복이 쉽지 않았고, 특히 현판에 쓴 글귀의 경우 잘 지워지지 않아 새로 도색하는 방법으로 원상회복을 한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들의 위 행위로 인하여 위 현판과 로비 기둥의 효용이 해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여 피고인들의 이 부분 주장을 배척하고, 피고인들의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하였다.

위 법리에 비추어 제1심의 위와 같은 판단을 기록과 대조하여 면밀히 살펴보면, 제1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사실오인으로 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들의 사실오인 주장은 이유 없다.

 

나.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1) 관련 법리

형법 제20조에 정하여진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라 함은,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하므로, 어떤 행위가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보호법익과 침해법익과의 법익균형성, 긴급성, 그 행위 외에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춘 경우에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대법원 2004.8.20. 선고 2003도4732 판결 등 참조).

(2) 판단

피고인들은 제1심에서도 이 부분 항소이유와 동일한 취지로 주장하였고, 이에 대해 제1심은, 재물손괴 범행의 내용과 그 결과 등에 비추어 보면, H이 파업기간 중 피고인들이 걸어놓은 현수막 등을 철거하자 이를 대신하기 위하여 글귀를 쓰게 되었다는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그 행위가 상당한 수단이라거나 침해법익이 크지 않다고 보이지 아니하므로 이를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도 없다고 판단하여 피고인들의 위와 같은 주장을 배척하였다.

위 법리에 비추어 제1심의 위와 같은 판단을 기록과 대조하여 면밀히 살펴보면, 제1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정당행위에 관한 법리오해로 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들의 법리오해 주장도 이유 없다.

 

5.  결 론

 

그렇다면, 제1심 판결 중 피고인들에 대한 위 각 업무방해의 점은 위와 같은 직권파기사유가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제2항에 의하여 제1심 판결 중 피고인들에 대한 위 각 업무방해의 점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한편 피고인들의 항소와 제1심 판결 중 피고인 A, E에 대한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정보통신망침해등)의 점 및 피고인들에 대한 유죄 부분에 관한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제4항에 의하여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의 이유】

[무죄부분]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파업으로 인한 업무방해의 점의 요지는 별지 공소사실의 기재와 같고, 출입문 봉쇄로 인한 업무방해의 점의 요지는 제3의 나. (1)항 기재와 같은바, 제3의 가. (2)항 및 제3의 나. (4)항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부분 각 공소사실은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제2항에 의하여 이 부분의 무죄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한편 앞서 본 바와 같이 위 각 업무방해의 점은 하나의 파업 중에 단일한 범의 아래 계속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서 그 행위 태양만 달리하고 있어 포괄일죄 관계에 있다고 할 것이므로, 위 각 업무방해의 점에 대하여 포괄하여 하나의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김상준(재판장) 민소영 이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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