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피고인은 근로자에게 근로계약서를 교부해야 할 의무를 위배하였다 할 것이고,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며칠 뒤 근로자에게 전화로 그 수령을 최고하였다거나 근로자가 적극적으로 교부받아 가지 않았다거나, 약 2년이 경과하여 최종적으로 근로계약서를 교부받아갔다는 등의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근로계약 개시 당시 근로자에게 근로계약서를 서면으로 교부하지 못한 데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고 할 수도 없다.


【대법원 2022.6.30. 선고 2022도4751 판결】

 

• 대법원 제3부 판결

• 사 건 / 2022도4751 가. 근로기준법위반, 나.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위반, 다. 근로자참여및협력증진에관한법률위반

• 피고인 / A

• 상고인 / 피고인

• 원심판결 / 대구지방법원 2022.4.7. 선고 2021노2641 판결

• 판결선고 / 2022.06.30.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근로기준법위반 부분에 대하여 무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이를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근로기준법위반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재형(재판장) 노정희(주심) 안철상 이흥구

 


 

【대구지방법원 2022.4.7. 선고 2021노2641 판결】

 

• 대구지방법원 제1형사부 판결

• 사 건 / 2021노2641 근로기준법위반,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위반, 근로자참여및협력증진에관한법률위반

• 피고인 / A

• 항소인 / 검사

• 검 사 / 신영삼(기소), 최여련(공판)

• 원심판결 /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2021.7.15. 선고 2020고정602 판결

• 판결선고 / 2022.04.07.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벌금 3,000,000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 유>

1.  항소이유의 요지

 

피고인이 근로자 I에게 근로조건을 명시한 근로계약서를 서면으로 교부하지 않아 근로기준법을 위반하였음에도 원심은 이와 달리 판단하여 이 부분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는바,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2.  공소사실의 요지(근로계약서 미교부의 점)

 

아래 범죄사실 제1항 기재와 같다.

 

3.  원심의 판단

 

원심은 위 근로계약서 미교부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① 고소인이 피고인은 소속 조합원 20여명에게 근로계약서를 교부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였으나, 수사단계에서 I을 제외한 나머지 근로자들은 근로계약서를 교부받은 것으로 확인된 점, ② I이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며칠 뒤 근로계약서 사본을 받아가라는 전화를 받았지만 자신이 회사에 들어가지 못해 늦게 수령하게 된 것이라는 취지의 사실확인서를 작성하였고, 달리 I이 이를 문제 삼은 바 없었던 점, ③ 담당 직원은 ‘회사는 근로자들에게 근로계약서를 교부하지만 받고 버리는 사람도 있고, 필요없다고 하면서 가져가지 않는 사람도 있다’고 진술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고의로 I에게 근로계약서를 교부하지 않았음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로 판단하였다.

 

4.  이 법원의 판단

 

근로기준법 제17조제1항은 ‘사용자는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에 근로자에게 임금, 소정근로시간, 휴일, 연차유급휴가,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근로조건을 명시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고, 같은 조제2항은 ‘사용자는 임금의 구성항목·계산방법·지급방법 등이 명시된 서면을 근로자에게 교부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위 조항은 근로계약서 교부에 대하여 2010.5.25. ‘사용종속적 지위에 있는 근로자가 적극적으로 근로조건을 명시한 근로계약서의 교부를 요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어 사용자의 서면으로 명시한 근로계약서 교부의무를 강화함으로써 근로자의 법적 지위를 강화하기 위하여’ 근로자의 요구가 있으면 교부하도록 정한 것을 근로자의 요구와 관계없이 의무적으로 교부하도록 개정한 것이다.

위와 같은 법률의 개정 취지를 고려하여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피고인이 운영하는 C 주식회사의 분회위원장은 2019.4.15. 피고인을 근로계약서 미교부, 노사협의회 미설치, 복리후생비 미지급 등을 이유로 노동청에 고소하였는데, 당시 담당직원이었던 H도 ‘근로계약서교부를 일부 하지 않은 사실이 있습니다’라고 인정한 점, ② 이를 수사한 특별사법경찰관인 근로감독관은 ‘피고인 및 참고인(회사 직원)의 자백과 사업장 내 관리 중인 근로계약서 교부 확인서를 살펴본 바, I과 2018.4.11.자로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근로계약서 한 부를 서면으로 교부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된다’는 의견이었던 점, ③ I에 대한 근로계약서 교부확인서 작성일자는 최초 ‘2018년 4월 11일’로 작성되었다가 이 부분 삭선이 된 뒤 윗부분에 ‘2020년 2월 1일’로 다시 작성된 점, ④ I이 원심 법정에 ‘2018년 4월 11일 입사하여 당일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였고, 사본은 대표이사 결재 후 받아가기로 약속하고, 며칠 뒤 근로계약서 사본을 받아가라는 전화가 왔지만 본인이 회사에 들어가지 못해 늦게 근로계약서 사본을 수령했다’는 내용의 사실확인서를 제출하였는데, 근로계약서 교부확인서의 기재에 비춰보면 2020.2.1.경에서야 근로계약서 교부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근로자에게 근로계약서를 교부해야 할 의무를 위배하였다 할 것이고,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며칠 뒤 근로자에게 전화로 그 수령을 최고하였다거나 근로자가 적극적으로 교부받아 가지 않았다거나, 약 2년이 경과하여 최종적으로 근로계약서를 교부받아갔다는 등의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근로계약 개시 당시 근로자에게 근로계약서를 서면으로 교부하지 못한 데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고 할 수도 없다.

따라서 위 공소사실이 유죄로 인정됨에도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5.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범죄사실]

피고인은 대구 서구 B에 있는 ‘C 주식회사’의 대표로 택시업을 경영하는 사용자이다.

1. 근로기준법위반

사용자는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에 임금, 소정근로시간, 휴일, 연차유급휴가 등의 근로조건을 명시한 서면을 근로자에게 교부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2018.4.11.경 위 업체에서 근로자 I을 고용하는 내용의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임금 등 근로조건을 명시한 서면을 위 근로자에게 교부하지 아니하였다.

2.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위반

사용자는 당사자 쌍방에 의하여 체결된 단체협약의 내용 중 시설·편의제공, 복리후생에 대한 사항을 준수하여야 한다.

가. 편의제공에 관한 단체협약 사항 위반

피고인은 2018.1.19.경 위 회사를 대표하여 ‘D 회사 노동조합’과 단체협약을 체결하면서, 같은 협약 제10조에서 ‘회사와 노동조합은 노동조합 전임자를 풀타임 근로시간면제자로 지정하며, 근로시간면제자에 대한 면제시간은 노동부 고시 기준의 상한을 보장하고, 회사는 위 전임자에 대해 정상 근무한 것으로 보아 임금, 각종 수당과 복리 후생 기타 근로조건 및 승급 등을 조합원과 동일하게 보장하며, 전임자(근로시간면제자)의 임금은 월 150만 원으로 하고 회사가 지급한다’라고 협약하였다.

이에 따라 피고인은 위 노동조합의 근로시간면제자에게 월 150만 원의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었음에도, 근로시간면제자인 M에 대하여 2018.4.경부터 2019.3.경까지 1년간 12회에 걸쳐 매월 임금을 지급함에 있어 임금 128만 원을 지급함으로써, 단체협약상 편의제공에 관한 사항을 위반하였다.

나. 복리후생에 관한 단체협약 사항 위반

피고인은 위 가항 기재와 같이 단체협약을 체결함에 있어, 같은 협약 제57조에서 ‘회사는 조합원의 사기 양양과 근무 의욕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매년 1회 야유회를 실시한다. 단, 회사는 조합원의 야유회 참석에 대하여 결근 처리할 수 없으며, 기본급, 성실수당은 공제할 수 없다’라고 협약하였다.

이에 따라 피고인은 의무적으로 매년 1회 노동조합원의 야유회를 실시하고 그 참가자들을 결근 처리하지 아니할 의무가 있었음에도, 2019.6.27.경 ‘F조합 C 주식회사 분회’(위 ‘D 회사 노동조합’이 2019.3.5.경 명칭을 변경하였음) 소속조합원 12명이 야유회에 참석하였다는 이유로 위 야유회 개최일에 위 조합원들을 결근으로 처리하고 이에 해당하는 임금 1일분인 131,000원을 공제한 채 위 야유회 참석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함으로써, 단체협약상 복리후생에 관한 사항을 위반하였다.

3. 근로자참여및협력증진에관한법률위반

30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이나 사업장은 노사협의회를 근로조건에 대한 결정권이 있는 사업이나 사업장 단위로 설치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2015.6.경 상시 근로자 30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위 사업장에서 2019.4.경 노사협의회를 설치하지 아니하였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의 일부 법정진술

1. I, M, G, H에 대한 각 경찰 진술조서

1. 각 근로계약서 교부 확인서(I)

1. 수사상황(근로시간면제자에 대한 급여 미지급 관련 고소인 진술 확인)

1. 단체협약 및 임금협약서, 임금대장(2018.4. ~ 2019.3.), 임금지급 자동이체 처리내역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근로기준법 제114조제1호, 제17조제2항(근로계약서 미교부의 점),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92조제2호 마목(편의제공에 관한 단체협약위반의 점),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92조제2호 가목(복리후생에 관한 단체협약위반의 점),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 제30조제1호, 제4조제1항(노사협의회 미설치의 점)

2. 경합범가중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제1항제2호, 제50조

3. 노역장유치

형법 제70조제1항, 제69조제2항

4. 가납명령

형사소송법 제334조제1항

 

[양형의 이유]

피고인이 근로계약서 미교부의 점을 제외한 나머지 범행을 인정하면서 반성하는 점, 근로계약서의 주요 임금 항목 등은 취업규칙, 단체협약, 임금협정 등에 따르기로 정하고 있어 서면을 교부하지 않음으로 인하여 근로자의 법적 지위가 불안정해지는 불이익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단체협약을 위반하여 근로자에게 지급하지 않은 금액이 야유회 참석자 12명에 대하여 각 131,000원 또는 노동조합전임자에 대하여 월 22만 원(12회) 정도여서 그리 다액은 아닌 점, 고소가 제기된 후 피고인이 위 미지급된 임금 일부를 지급하고 근로계약서도 교부한 점은 인정된다.

그러나 한편 피고인은 2016.11.18.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위반죄로 징역 8월을 선고받고 그 형의 집행을 종료하였는데도 자숙하지 아니하고 이 사건 범행에 이른 점, 그 외에도 근로자들에 연차유급휴가미사용수당을 미지급하거나, 노동조합 사무실을 폐쇄하거나, 노동조합전임자에 대한 임금을 지급하지 아니하거나 단체교섭을 거부하거나 단체협약 조합비를 지급하지 아니하거나 노조 와해를 위해 신규 노조를 설립하고 기존 조합원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방법으로 영리 극대화를 관철하는 등의 범죄사실로 실형 1회를 포함하여 4회 처벌받은 전과가 있는 점, 그 외에도 이종 범죄로 실형 2회를 포함하여 10여 차례 이상 처벌받은 전과가 있는 점 등의 불리한 정상과 그 밖에 피고인의 연령, 성행, 직업, 환경,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와 동기, 범행 전후의 정황 등이 사건 기록 및 변론에 나타난 양형 조건들을 참작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판사 이상균(재판장) 이호선 민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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