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근로자의 단결권에 대한 침해행위를 예방하고 그 침해를 회복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부당노동행위제도의 관점에서 노동3권에 대한 침해행위는 반드시 명시적·묵시적 근로계약관계에 있는 사용자에 의해서만 발생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고, 실질적인 지배·개입행위라는 사실행위로서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사용자'의 개념을 해당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는 주체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반면, 단체교섭제도는 단체협약을 통해 근로계약의 내용을 집단적으로 형성·변경할 수 있는 기능과 가능성을 본질로 하므로,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의 개별 근로계약관계의 존재 여부와 밀접한 관련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 결국 부당노동행위 주체로서의 ‘사용자’와 단체교섭 당사자로서의 ‘사용자’를 동일한 개념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원청업체가 제3자로서 사내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에 대하여 노동3권을 침해하는 사실적인 지배·개입행위를 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는 사정만으로 단체교섭을 포함한 집단적 노동관계 일반에 있어 원청업체의 사용자성이 당연히 인정된다고 볼 수는 없다. 앞서 본 바와 같은 단체교섭제도 안에서의 개별근로계약관계가 갖는 의미, 단체교섭제도의 목적과 기능 등을 고려할 때, 이 사건에서 피고가 사내 하청업체 소속근로자들과의 관계에서 단체교섭 의무가 있는 사용자에 해당하는지는 사내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과 피고 사이에 적어도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되어 있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사용종속관계가 있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울산지방법원 2018.4.12. 선고 2017가합20070 판결】

 

 울산지방법원 제12민사부 판결

 사 건 / 2017가합20070 단체교섭청구의 소

 원 고 / 전국금속노동조합

 피 고 / ○○중공업 주식회사

 변론종결 / 2018.03.08.

 판결선고 / 2018.04.12.

 

<주 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와 별지 목록 기재 교섭사항에 관한 원고의 단체교섭 청구에 대하여 성실하게 단체교섭을 하라.

 

<이 유>

1.  기초사실

 

다음과 같은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가. 피고는 2만 5,000여 명의 근로자를 고용하여 선박건조 및 수리판매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다. 원고는 자동차, 자동차 부품, 조선, 철강, 기타 금속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을 조합원으로 하는 전국 단위의 산업별 노동조합이고, 그 산하에 피고의 사내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을 조합원으로 하는 ○○중공업 사내하청지회를 두고 있다.

나. 피고는 다수의 사내 하청업체와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여 사내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피고의 사업장에서 근로를 제공하고 있다.

 

2.  원고의 주장 및 판단

 

가. 원고의 주장 요지

피고는 사내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기본적인 근로조건 등에 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으므로, 위 근로자들과의 관계에서 단체교섭의무를 지는 사용자에 해당한다. 따라서 피고는 별지 목록 기재 교섭사항에 관한 원고의 단체교섭 청구에 응할 의무가 있다.

 

나. 판단

1) 관련 법리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이라 한다) 제2조제2호는 “사용자라 함은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를 말한다”고 규정하면서, 같은 법 제29조제1항에서는 “노동조합의 대표자는 그 노동조합 또는 조합원을 위하여 사용자나 사용자단체와 교섭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같은 법 제81조제3호에서는 사용자가 노동조합의 대표자 또는 노동조합으로부터 위임을 받은 자와의 단체협약체결 기타의 단체교섭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거나 해태하는 행위를 부당노동행위의 하나로 규정함으로써 사용자를 노동조합에 대응하는 단체교섭의 당사자로 규정하고 있는바, 위와 같은 법 조항에 규정한 ‘사용자’라 함은 근로자와의 사이에 사용종속관계가 있는 자, 즉 근로자와의 사이에 그를 지휘·감독하면서 그로부터 근로를 제공받고 그 대가로서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명시적이거나 묵시적인 근로계약관계를 맺고 있는 자를 말한다(대법원 2008.9.11. 선고 2006다40935 판결, 대법원 1995, 12.22. 선고 95누3565 판결 등 참조).

한편 근로자의 기본적인 근로조건 등에 관하여 그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로서의 권한과 책임을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정도로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가, 노동조합을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등 노동조합의 활동을 위축시키거나 침해하는 지배·개입행위를 하는 정도에 이르렀다면 부당노동행위 구제명령의 대상인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대법원 2010.3.25. 선고 2007두8881 판결 참조).

2) 피고가 사내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에 대한 사용자인지 여부

가) 원고는 부당노동행위 구제명령의 대상인 ‘사용자’의 개념(위 대법원 2010.3.25. 선고 2007두8881 판결 참조)을 원용하여 피고가 단체교섭에 응할 의무가 있는 당사자로서의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근로자의 단결권에 대한 침해행위를 예방하고 그 침해를 회복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부당노동행위제도의 관점에서 노동3권에 대한 침해행위는 반드시 명시적·묵시적 근로계약관계에 있는 사용자에 의해서만 발생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고, 실질적인 지배·개입행위라는 사실행위로서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사용자’의 개념을 해당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는 주체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반면, 단체교섭제도는 단체협약을 통해 근로계약의 내용을 집단적으로 형성·변경할 수 있는 기능과 가능성을 본질로 하므로,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의 개별 근로계약관계의 존재 여부와 밀접한 관련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나아가 노조법은 노동3권의 보장과 실현을 위해 단체교섭 제도와 부당노동행위제도를 이중적으로 규율하고 있는데, 전자는 단체교섭에 대한 기본적인 절차와 방법론을 제공하며 근로조건을 형성·변경함으로써 단체교섭질서를 유지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하지만, 후자는 집단적 노사관계질서를 악의적으로 무력화하거나 침해하는 사용자의 행위를 규율함을 목적으로 한다. 부당노동행위제도와 단체교섭제도 속에서 ‘사용자’의 개념을 도출함에 있어서도 위 각 제도가 각기 다른 목적과 기능을 가진다는 점 역시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결국 부당노동행위 주체로서의 ‘사용자’와 단체교섭 당사자로서의 ‘사용자’를 동일한 개념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원청업체가 제3자로서 사내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에 대하여 노동3권을 침해하는 사실적인 지배·개입행위를 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는 사정만으로 단체교섭을 포함한 집단적 노동관계 일반에 있어 원청업체의 사용자성이 당연히 인정된다고 볼 수는 없다.

앞서 본 바와 같은 단체교섭 제도 안에서의 개별 근로계약관계가 갖는 의미, 단체교섭제도의 목적과 기능 등을 고려할 때, 이 사건에서 피고가 사내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과의 관계에서 단체교섭 의무가 있는 사용자에 해당하는지는 사내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과 피고 사이에 적어도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되어 있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사용종속관계가 있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나아가 위와 같은 묵시적 근로계약관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사내 하청업체가 사업주로서의 독자성이 없거나 독립성을 결하여 제3자의 노무대행기관과 동일시 할 수 있는 등 그 존재가 형식적, 명목적인 것에 지나지 아니하는지, 사내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사실상 피고와 종속적인 관계에 있는지, 실질적으로 임금을 지급하는 자와 근로제공의 실질적인 상대방이 피고인지 여부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대법원 1999.11.12. 선고 97누19946 판결 등 참조).

나) 위와 같은 판단 기준을 토대로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갑 제7 내지 47, 52 내지 58호증, 을 제1 내지 24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증인 A의 일부 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와 그 사내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 사이에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사용종속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기가 없다.

(1) 사내 하청업체의 독자성 및 독립성

(가) 피고와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한 사내 하청업체들은 독립적으로 자본과 물적 설비를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다수의 전문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나) 사내 하청업체들은 피고와는 별도의 급여체제, 취업규칙, 인사관리규정 등을 보유하면서 개별적으로 근로자들을 모집하고, 근로자들에 대해 직접 임금을 지급하며, 그 명의로 4대 보험에 가입하여 보험료를 지급하여 왔다.

(다) 사내 하청업체들은 피고의 생산계획을 바탕으로 향후 수주물량을 예상하여 그 처리에 필요한 인력수급계획을 수립하고, 이에 따라 근로자들의 채용 여부와 그 규모를 자체적으로 결정한다.

(라)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사내 하청업체들은 근로자들에 대한 근태관리, 징계권의 행사 등에 있어서도 실질적이고 독자적인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마) 위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의 사내 하청업체들이 사업주로서의 독자성이 없거나 독립성을 상실하였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그 존재가 형식적·명목적인 것에 불과하다고 할 수 없다.

(2) 업무지시권의 실질적인 행사 주체

(가) 사내 하청업체는 일, 주, 월, 연 단위로 구체적인 업무, 담당 인력, 작업시간과 작업장소를 계획하고, 그 작업계획서 등을 바탕으로 작업 편성을 하고 있으며, 현장 대리인을 작업장소에 상주하도록 하여 이들로 하여금 소속 근로자들의 업무 수행을 지휘·감독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나) 특히 위 근로자들의 업무배치와 그 전환은 피고의 지시 또는 허락 없이 근로자의 기능과 숙련도를 고려하여 사내 하청업체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이루어지고 있고, 잘못된 작업에 대한 수정 지시 역시 사내 하청업체 소속 소장 또는 반장 등을 통해 직접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다) 사내 하청업체는 소속 근로자들에 대한 채용, 근로조건의 결정, 승진 및 전보, 인사배치, 근태 관리, 징계, 휴가사용의 승인 등에 대한 실질적인 권한을 보유하면서 그러한 인사관리업무를 직접 수행하고 있다. 또한, 근로자들의 작업 실적, 업무 진행 현황 역시 직접 관리하고, 연장, 야간, 휴일근로 여부에 대해서도 독자적으로 결정하고 있다.

(라) 한편 원고는 피고가 작성한 협력사 운용지침, 작업자 현황 관련 문서 등의 자료를 근거로 피고가 사내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에 대해 직접적이고 개별적으로 작업 지시권을 행사하여 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위와 같은 자료들은 그 내용과 형식 등에 비추어 피고가 작업능률 향상을 위하여 사내 하청업체와 작업 방법과 내용 등에 대해 논의하기 위한 목적으로, 또는 도급인으로서 작업에 관한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전달하기 위한 차원에서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위 자료들에 일정 부분 구체적인 작업 지시에 관한 내용이 들어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도급인의 수급인에 대한 검수권이나 업무지시권 행사로서의 성격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마) 피고의 사업장은 블록 단위로 구분되어 있어 사내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과 피고 소속 근로자들이 전면적으로 혼재하여 근무하는 형태로 작업이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바) 사내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피고 소유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것은 도급업무 수행을 위한 사내하도급의 일반적인 특성에 기인한 것일 뿐 이를 근거로 피고와 위 근로자들 사이에 사용종속관계가 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사) 결국 위 근로자들에 대한 구체적인 업무지시권을 보유하면서 이를 직접 행사한 주체는 피고가 아니라 사내 하청업체라고 봄이 타당하다.

(3) 임금체계에 대한 지배·결정 여부

(가) 사내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은 기본적으로 사내 하청업체의 경영능력, 노동조합의 교섭력, 근로자들의 업무능력 등이 종합적으로 반영되어 결정되는 구조이다.

(나) 한편 도급단가는 피고와 사내 하청업체가 별도의 단가계약을 통해 이윤, 부대비용, 물가상승률 등을 참작하여 결정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방식으로 결정된 도급단가에 예상공수(예상 투입인원과 시간)를 곱한 금액이 공사대금으로 산정되어 왔던 것으로 보인다. 이와 달리 원고 주장과 같이 이른바 실투입공수, 즉 실제 투입인원과 시간을 기준으로 공사대금이 산정되었음을 인정할 만한 별다른 자료가 없다(원고 주장과 같이 실투입공수를 기준으로 공사대금이 산정된 것이라면, 사내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작업장에 투입되기만 하면 피고로부터 수주받은 작업물량은 모두 시공한 것으로 취급되어 결과적으로 실투입공수의 합계가 바로 피고로부터 수주받은 물량이 되기 마련인데, 이는 일반적인 거래통념상 납득하기 어렵다).

(다) 나아가 대규모 사업장에서의 안전하고 효율적인 공정 관리를 위해서 피고와 사내 하청업체 사이에 사내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수에 대한 정보가 상호 공유될 필요가 있는 점, 피고가 근로자 수에 대한 정보 파악을 넘어서 위 근로자들이 각각 어떤 일을 하고 실제 근무시간이 얼마나 되는지를 정확히 파악한 것은 아닌 점 등에 비추어 피고가 사내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인원수를 파악한 적이 있음을 근거로 실투입공수를 기준으로 도급대금을 산정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라) 결국 피고와 사내 하청업체 사이의 도급계약은 실제 투입 인원수에 따라 도급대금이 결정되는 인력공급 중심의 용역계약 또는 단순한 노무도급이라기 보다는 사전에 약정된 도급대금을 기성고에 따라 지급하는 구조인 이른바 물량도급의 성격에 가깝다고 봄이 타당하다. 위와 같은 도급대금 및 임금의 결정 구조를 고려할 때, 피고가 사내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투입수를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방법으로 그 도급대금의 산출에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위 근로자들의 임금체계에 대해서까지 지배·결정권을 행사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3) 소결론

따라서 피고가 사내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과의 관계에서 단체교섭의무를 지는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를 전제로 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중남(재판장) 송명철 김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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