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원고(국가)가 자동차공장 점거파업과 관련하여 피고들(노조 및 노조 간부 등)을 상대로 진압 과정에서 입은 손해(투입한 경찰장비의 손상으로 인한 수리비 등)의 배상을 청구한 사건임. 대법원은 불법적인 농성 진압에 관련된 경찰관의 직무수행 및 경찰장비의 사용에 관한 재량의 범위 및 한계에 관한 기준을 설시하고, 원고가 경찰 헬기를 이용하여 최루액을 공중 살포하거나 헬기 하강풍을 옥외에 있는 사람에게 직접 노출시키는 방법으로 불법적인 점거파업을 진압한 것은 경찰장비를 위법하게 사용함으로써 적법한 직무수행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볼 여지가 있고 상대방이 이에 대항하는 과정에서 헬기를 손상시켰다면 이는 정당방위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보아, 이러한 사정에 관하여 심리하지 않은 채 헬기의 손상에 관한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한다고 판단한 원심을 법리오해 및 심리미진을 이유로 파기·환송함.
【대법원 2022.11.30. 선고 2016다26662·26679·26686 판결】
• 대법원 제1부 판결
• 사 건 / 2016다26662, 2016다26679, 2016다26686(병합) 손해배상(기)
• 원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 대한민국
• 피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
• 피고, 피상고인 /
• 원심판결 / 서울고등법원 2016.5.13. 선고 2014나1487, 2014나1494(병합), 2014나1500(병합) 판결
• 판결선고 / 2022.11.30.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 3부터 37까지, 63, 97의 헬기 및 기중기 손상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패소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원고의 상고 및 피고 2, 46, 64, 66, 74부터 79까지, 86, 89, 92부터 95까지, 98, 99의 상고, 피고 3부터 37까지, 63, 97의 각 나머지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 중 원고와 피고 2부터 37까지, 46, 63, 64, 66, 74부터 79까지, 86, 89, 92부터 95까지, 97부터 99까지를 제외한 나머지 피고들 사이에 생긴 부분은 원고가 부담하고, 원고와 피고 2, 46, 64, 66, 74부터 79까지, 86, 89, 92부터 95까지, 98, 99 사이에 생긴 부분 중 원고의 상고로 인한 부분은 원고가, 위 피고들의 상고로 인한 부분은 위 피고들이 각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제출기간이 지난 상고이유보충서는 이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피고 전국금속노동조합 ○○자동차지부(이하 ‘피고 지부’라 한다)의 손해배상책임 부담 여부에 관하여(원고의 제1 상고이유)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점거파업을 주도한 전국금속노동조합 ○○차지부(이하 ‘○○차지부’라 한다)는 산업별 노조인 피고 전국금속노동조합(이하 ‘피고 금속노조’라 한다)을 탈퇴하고 기업별 노조인 ○○자동차 노동조합(이하 ‘○○차조합’이라 한다)으로 조직형태를 변경하기로 결의하였으므로 ○○차지부와 조직적 동일성을 가진 노동조합은 ○○차조합이고, ○○차지부와의 조직적 동일성을 상실한 피고 지부가 이 사건 점거파업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피고 지부의 법적 지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원심판결 중 공동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를 배척한 부분의 당부에 관하여(원고의 제2 상고이유)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 중 일부 피고들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청구 부분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그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배척하였다.
가. 원심 판결문 별지 2.목록 기재 A(피고 3부터 37까지, 63, 97), A1(피고 64, 66, 74부터 79까지), A2(피고 86), A3(피고 89) 분류 피고들(이하에서 원심 판결문 별지 2. 목록 기재와 같이 피고들을 분류한다)과 피고 지부를 제외한 나머지 피고들이 이 사건 점거파업(이하에서 원고가 주장하는 이 사건 각 공동불법행위를 원심 판시와 같이 이 사건 점거파업, 이 사건 제1집회·시위, 제2집회·시위 및 개별행위로 분류한다)과 관련하여 직접적으로 실행행위를 분담하였다거나 직접적 실행행위자에게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없어 공동불법행위를 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므로 그에 따른 손해배상책임 또는 사용자책임을 물을 수 없다.
나. A1, A2, A3 분류 피고들은 각 일부 공동불법행위 책임이 인정되는 해당 개별 행위로 인한 치료비 손해 외에 이 사건 점거파업과 관련한 나머지 손해와 관련하여 공동불법행위를 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다. 제1집회·시위 및 제2집회·시위, 피고 46의 개별행위와 관련하여 B(피고 2, 92부터 95까지), C(피고 3, 98, 99), D(피고 46) 분류 피고들을 제외한 나머지 피고들은 각 해당 손해에 관한 공동불법행위를 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라. 원고가 청구한 손해액 중 원심이 인정한 손해액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하여는 각 해당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그 주장하는 바와 같은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이 사건 점거파업 관련 치료비와 차량, 진압장비, 휴대용 무전기 손상에 관한 공동불법행위의 성립 및 손해배상책임의 범위에 관하여(피고들의 제4부터 6까지 상고이유)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점거파업과 관련하여 진압과정에서 부상당한 경찰관의 치료비와 차량, 진압장비, 휴대용 무전기 손상으로 인한 손해에 관하여, A 분류 피고들은 이 사건 점거파업 과정 중에 있었던 집단행동의 성격과 경위, 규모와 형태, 방법과 진행과정, 그 과정에서 위 피고들의 지위, 역할, 지휘계통을 통한 실행행위에 대한 지배 내지 장악력에 비추어 볼 때 공동불법행위자 또는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부담하고, A1, A2, A3 분류 각 피고들은 직무수행 중인 경찰관을 폭행하여 상해를 가하였으므로 각 해당 부분에 관하여 A 분류 피고들과 공동하여 공동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동불법행위의 성립, 손해배상의 범위와 부진정연대책임, 과실상계 및 책임제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4. 제1집회·시위 및 제2집회·시위 관련 공동불법행위, 피고 46의 불법행위 성립 및 각 손해배상책임의 범위에 관하여(피고들의 제4부터 6까지 상고이유)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제1집회·시위의 주최자로서, 피고 금속노조는 제2집회·시위의 주최자로서 각 그 집회에서 위법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폭력행위 등의 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므로 그 집회참가자 중 일부의 폭력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원고의 손해에 대하여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고, 피고 46, 피고 92, 피고 93, 피고 94, 피고 95, 피고 98, 피고 99(B, C, D 분류 피고들이다)은 직무수행 중인 경찰관을 공동하여 또는 단독으로 폭행하여 상해를 가하였으므로 그로 인한 공동불법행위 또는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이 인정한 사실과 기록으로 알 수 있는 위 각 집회·시위의 목적 및 성격, 규모, 참여자의 구성, 그 개최 경위 및 진행과정과 관련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동불법행위 또는 불법행위의 성립, 손해배상의 범위와 부진정연대책임, 과실상계 및 책임제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5. 헬기 손상에 관한 공동불법행위의 성립에 관하여(피고들의 제5 상고이유)
가. 관련법리
구 「경찰관 직무집행법」(2014.5.20. 법률 제1260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경찰관직무집행법’이라 한다) 제1조제2항은 “이 법에 규정된 경찰관의 직권은 그 직무수행에 필요한 최소한도 내에서 행사되어야 하며 이를 남용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규정하여 경찰비례의 원칙을 명시적으로 선언하고 있다. 이는 경찰행정 영역에서의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을 표현한 것으로서, 공공의 안녕과 질서유지라는 공익목적과 이를 실현하기 위하여 개인의 권리나 재산을 침해하는 수단 사이에는 합리적인 비례관계가 있어야 한다는 의미를 갖는다(대법원 2021.11.11. 선고 2018다288631 판결 참조).
경찰관이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그 인적·물적 능력의 범위 내에서 적절한 조치라는 판단에 따라 범죄의 진압 및 수사에 관한 직무를 수행한 경우에는 그러한 직무수행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여 현저하게 불합리한 것으로 인정되지 않는 한 이를 위법하다고 할 수는 없다. 한편 불법적인 농성 진압의 경우 그 진압의 필요성, 농성의 태양 및 장소의 상황 등에서 예측되는 피해 발생의 구체적 위험성의 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 농성 진압을 계속 수행할 것인지 여부 및 그 방법 등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하여 위법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때에 그 직무집행이 법령에 위반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대법원 2010.11.11. 선고 2010도7621 판결 참조).
구 경찰관직무집행법 제10조제3항은 “경찰장비를 임의로 개조하거나 임의의 장비를 부착하여 통상의 용법과 달리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주어서는 아니된다.”라고 정하고, 구 「경찰장비의 사용기준 등에 관한 규정」(2014.11.19. 대통령령 제2573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경찰장비사용규정’이라 한다) 제3조는 “경찰장비는 통상의 용법에 따라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안에서 사용하여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는바, 위 조항에서 말하는 경찰장비는 ‘인명 또는 신체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경찰장비(이하 ‘위해성 경찰장비’라 한다)’를 뜻한다(위 규정 제2조 참조). 위 규정들은 경찰비례의 원칙에 따라 경찰관의 직무수행 중 경찰장비의 사용 여부, 용도, 방법 및 범위에 관하여 재량의 한계를 정한 것이라 할 수 있고, 특히 위해성 경찰장비는 그 사용의 위험성과 기본권 보호 필요성에 비추어 볼 때 본래의 사용방법에 따라 지정된 용도로 사용되어야 하며 다른 용도나 방법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법령에 근거가 있어야 한다(헌법재판소 2018.5.31. 선고 2015헌마476 결정 참조).
위와 같은 경찰관의 직무수행 및 경찰장비의 사용과 관련한 재량의 범위 및 한계를 고려해 보면, 불법적인 농성을 진압하는 방법 및 그 과정에서 어떤 경찰장비를 사용할 것인지는 구체적 상황과 예측되는 피해 발생의 구체적 위험성의 내용 등에 비추어 경찰관이 그 재량의 범위 내에서 정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직무수행 중 특정한 경찰장비를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를 넘어 관계법령에서 정한 통상의 용법과 달리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가하였다면, 불법적인 농성의 진압을 위하여 그러한 방법으로라도 해당 경찰장비를 사용할 필요가 있고 그로 인하여 발생할 우려가 있는 타인의 생명·신체에 대한 위해의 정도가 통상적으로 예견되는 범위 내에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직무수행은 위법하다고 보아야 한다. 나아가 경찰관이 농성진압의 과정에서 경찰장비를 위법하게 사용함으로써 그 직무수행이 적법한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면, 상대방이 그로 인한 생명·신체에 대한 위해를 면하기 위하여 직접적으로 대항하는 과정에서 그 경찰장비를 손상시켰더라도 이는 위법한 공무집행으로 인한 신체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에서 벗어나기 위한 행위로서 정당방위에 해당한다.
나.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차지부는 2009.5.22. ○○자동차 정리해고 철폐를 주장하면서 총파업출정식을 개최한 다음 이 사건 점거파업을 시작하였다.
(2) ○○차지부는 일정한 지휘체계를 구축하고 ○○자동차의 임직원이나 경찰의 진입에 대비하기 위하여 조합원들을 각 거점에 배치하고 새총, 볼트, 화염병 등을 소지한 채 점거파업을 계속하였고, 2009.7.25.부터 2009.8.2.까지 사측과 교섭을 진행하였으나 협상이 결렬되었다.
(3) 경찰은 이 사건 점거파업을 진압하기 위하여 헬기에 물탱크를 부착하여 조합원들이 있던 공장 옥상을 향하여 다량의 최루액을 살포하였고, 비행 중인 헬기에서 최루액을 담은 비닐봉지를 공장 옥상에 직접 떨어뜨리기도 하였다.
(4) 또한 경찰은 헬기를 운행할 때 발생하는 강한 하강풍을 이용하여 진압작전을 수행하기로 하고 수회에 걸쳐 조합원들이 있던 공장 옥상으로부터 30~100m 고도로 제자리 비행을 하여 조합원들을 헬기 하강풍에 노출되게 하였다.
(5) 경찰은 2009.8.4. 및 2009.8.5. 헬기 및 기중기를 동원하여 대대적 진압작전을 실시하였고, 그 과정에서 2009.8.4. 진압에 투입된 헬기 3대가 새총으로 발사된 볼트 등의 이물질에 맞아 손상되었다.
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1) 헬기는 통상적으로 공중에서 지휘, 정찰, 인명 수색 및 구조 등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사용되는 경찰장비이다. 구 「경찰항공 운영규칙」(2010.6.30. 경찰청훈령 제59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8조는 항공장비의 안전고도에 관하여 “중요시설, 민가 밀집지역, 사람이 많이 모여 있는 지역 등을 비행할 때는 항공기를 중심으로 반경 600m 범위 내에 있는 가장 높은 장애물 상단으로부터 300m 이상의 고도를 유지해야 한다. 다만, 경찰기본임무 수행에 필요한 경우와 지상의 사람이나 물건을 위태롭게 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될 때는 그 이하의 고도로도 비행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있었다. 위 규정과 경찰장비의 사용 여부, 용도, 방법 및 범위에 관한 구 경찰관직무집행법 및 구 경찰장비사용규정의 내용을 종합해 보면, 의도적으로 헬기를 낮은 고도에서 제자리 비행하여 옥외에서 농성 중인 사람을 상대로 직접 그 하강풍에 노출시키는 것은 경찰장비를 통상의 용법과 달리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주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위해성 경찰장비인 최루제는 관련법령에서 정한 발사 장치를 통해 사용되어야 하고, 구 경찰관직무집행법 및 구 경찰장비사용규정은 최루제를 헬기를 이용하여 공중에서 살포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았다. 결국 헬기를 위와 같은 방법으로 사용하여 불법적인 농성을 진압하는 것은 경찰장비를 위법하게 사용함으로써 적법한 직무수행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볼 여지가 있다.
(2)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이 사건 점거파업 진압을 위하여 헬기를 이용하여 최루액을 직접 살포하거나 사람을 직접 하강풍에 노출시키는 직무수행이 경찰장비를 통상의 용법에 따라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사용한 것으로서 적법한 직무수행이라고 볼 수 있는지, 그로 인하여 조합원들의 생명·신체에 상당한 위험이 초래되었는지 및 경찰이 위와 같은 방법으로 진압작전을 펼친 데에 조합원들이 직접적으로 대항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가해행위로 인하여 헬기가 손상된 것인지에 관하여 심리해 보았어야 한다.
라. 그럼에도 원심은 위와 같은 사정에 관하여 심리하지 않은 채 A 분류 기재 피고들에 대하여 헬기의 손상에 관한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한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 판단에는 경찰장비의 사용에 관한 직무수행의 적법성 및 비례의 원칙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6. 기중기 손상에 관한 공동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 및 책임제한에 관하여(피고들의 제1, 2, 5 상고이유)
가. 수리비 상당의 손해배상청구 부분에 관하여
(1)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원고는 주식회사 중앙크레인(이하 ‘중앙크레인’이라 한다)으로부터 임차한 기중기를 임차 당시의 상태대로 반환할 의무가 있는데 기중기가 손상되어 중앙크레인에 수리비 상당액을 지급하여야 하는 손해를 입게 되었으므로 기중기를 손상시킨 자를 상대로 그 손해배상을 구할 수 있고, 설령 원고가 위 손해배상채권을 직접 행사할 수 없다 하더라도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으므로 A 분류 피고들은 원고에게 기중기 수리비 상당액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인정하는 한편, 원고의 지시에 따른 과다조작 역시 기중기의 손상 원인이 되었음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그 기여 정도를 참작하기로 하되 그 비율은 20%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A 분류 피고들이 원고에 대하여 공동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으로 기중기 수리비 상당액을 지급할 의무가 인정된다고 한 원심의 판단에는 임차목적물에 대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그러나 다음과 같은 이유로 그 책임의 제한에 관한 원심의 판단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사건에서 피해자에게 손해의 발생이나 확대에 관하여 과실이 있거나 가해자의 책임을 제한할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배상책임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 당연히 이를 참작하여야 하고, 나아가 그 책임제한의 비율을 정할 때에는 손해의 공평 부담이라는 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손해 발생과 관련된 모든 상황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하며, 책임제한에 관한 사실인정이나 비율을 정하는 것이 사실심의 전권사항이라고 하더라도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22.4.28. 선고 2019다224726 판결 등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① 원고는 중앙크레인으로부터 220톤, 200톤, 100톤 규격의 독일제 기중기 3대(이하 ‘이 사건 기중기’라 한다)를 임차하여 이를 점거파업 진압 현장에 투입하였고, 진압작전 수행 중 기중기가 손상될 경우 이를 수리하고 운휴보상을 하기로 한다는 내용의 약정을 하였다.
② 이 사건 기중기의 조종기사들은 2009.8.5. 07:00경부터 각 기중기에 약 7톤 무게의 빈 컨테이너 1개씩을 매달은 후 원고 소속 경찰들의 지시에 따라 약 1시간 동안 이 컨테이너들을 이용하여 조합원들이 자동차조립공장 옥상에 설치해 놓은 장애물들을 부수어 제거하고, 조합원들에게 겁을 주고 조합원들의 화력을 소모시키기 위하여 컨테이너들을 옥상에 내릴 것 같은 동작을 취하는 등으로 이 사건 기중기를 급조작하였다.
③ 중앙크레인이 원고를 상대로 제기한 약정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는 ‘중앙크레인이 250톤 기중기 3대를 대여하였다면 이 사건 기중기에 생긴 손상들 중 하중으로 인한 손상들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였으나, 법원은 ‘기중기에 하중으로 인한 과부하가 발생하는 주된 원인은 작업반경의 거리와 붐길이 그리고 작업환경인데, 이 사건 진압작전에서 원고가 기중기를 경찰병력의 운반에만 사용한 것이 아니라 장애물의 제거, 시위대에 대한 위협 및 화력소모에 사용하도록 지시함에 따라 기중기가 무리하게 작동되도록 하였고, 그 과정에서 하중으로 인한 손상들이 발생하였음을 인정할 수 있다’는 이유로 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 사정이 이와 같다면, 원고로서는 진압작전 과정에서 조합원들의 기중기에 대한 공격을 적극적으로 유도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고 그러한 대항행위로 인하여 이 사건 기중기가 손상될 수 있음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진압작전 중 기중기가 손상되는 것은 원고 스스로가 감수한 위험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통상적으로 무거운 짐을 들어 올려 느린 속도로 이동시키는 용도로 사용되는 고가의 장비인 기중기를 위와 같이 그 용법을 벗어난 방법으로 사용하였다면 그 손상에 관한 원고의 책임도 적지 않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위와 같은 원고 측의 책임과 아울러 이 사건 기중기가 손상된 구체적 경위와 부위, 손상 정도 등을 심리하여 이를 책임의 범위를 정하는 데 참작하였어야 하고, 나아가 손해분담의 공평이라는 손해배상제도의 이념에 비추어 볼 때 이러한 고가의 장비 손상은 불법 집회·시위에 통상 수반되는 것으로서 일반적으로 예견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다는 사정도 참작하여 그 책임을 제한함이 타당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기중기 손상으로 인한 수리비 상당액의 배상에 관한 A 분류 피고들의 책임을 80%로 제한한 것은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므로,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과실상계 또는 책임제한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나. 휴업손해 상당의 손해배상청구 부분에 관하여
(1) 원심은 각 기중기의 제원에 비추어 A 분류 피고들이 해당 기중기가 영업용이라는 점을 예견할 수 있었다는 전제에서, 이 사건 기중기 손상으로 인한 휴업손해부분은 통상손해에 해당하거나 위 피고들이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특별손해에 해당한다고 보아 위 피고들에게 원고가 중앙크레인에 지급한 휴업손해 상당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다.
(2) 그러나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지우려면 그 위법한 행위와 원고가 입은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그 상당인과관계의 유무는 결과 발생의 개연성, 위법행위의 태양 및 피침해이익의 성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한편 민법 제763조에 따라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에 준용되는 민법 제393조제1항은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은 통상의 손해를 그 한도로 한다.”라고 정하고, 제2항은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는 채무자가 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 한하여 배상의 책임이 있다.”라고 정하고 있다. 제1항의 통상손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종류의 채무불이행이 있으면 사회일반의 거래관념 또는 사회일반의 경험칙에 비추어 통상 발생하는 것으로 생각되는 범위의 손해를 말하고, 제2항의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는 당사자들의 개별적, 구체적 사정에 따른 손해를 말한다(대법원 2022.5.26. 선고 2021다300791 판결 등 참조).
일반적으로 영업용 물건이 손괴된 경우 수리를 위하여 필요한 기간 동안 그 물건에 의한 영업을 할 수 없었던 경우에는 영업을 계속하였더라면 얻을 수 있었던 수익상실은 통상손해에 해당한다. 그러나 위법한 가해행위로 인하여 영업용 물건이 손괴되었더라도 그 위법행위의 태양, 물건이 사용 및 손괴된 경위 등에 비추어 볼 때 가해자가 그것이 영업용 물건으로서 이를 손괴함으로써 그 물건을 이용하여 얻을 수 있었던 영업수익이 상실될 수 있다는 사정을 통상적으로 예견할 수 없었다면 그러한 경우까지도 위 손해가 통상손해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나) 시위진압을 위한 공권력의 행사는 국가작용이다. 시위에 참여하는 사람들로서는 시위진압에 사용되는 장비가 외관상 영업용 물건임이 명확하지 않는 한 통상적으로 국가가 보유하는 장비가 시위진압에 사용될 것으로 예견한다고 볼 수 있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이 사건 점거파업을 진압하기 위하여 중앙크레인으로부터 이 사건 기중기를 임차한 다음 이를 경찰병력을 옥상으로 이동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장애물 제거, 노조원들에 대한 위협 및 화력소모를 위한 목적으로 사용하였고, 그 과정에서 조합원들이 이에 대항하여 새총볼트를 발사하거나 화염병을 투척하는 등으로 인하여 기중기가 손상되었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나아가 이 사건 기중기의 외관상 민간업체의 영업용 물건인지 여부도 분명해 보이지 않는다. 사정이 그렇다면 A 분류 피고들로서는 국가인 원고가 시위진압이라는 공권력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사용한 이 사건 기중기가 국가 보유의 장비가 아니라 민간업체로부터 임차한 것이고, 기중기를 이용한 위와 같은 진압행위에 대항하여 이를 손상시킨 경우에 그 기중기가 영업용 물건에 해당하여 기중기 소유자인 민간업체가 이를 영업에 이용하여 얻을 수 있었던 수익을 상실하게 되는 손해가 발생하고 그러한 손해를 자신들이 부담하게 될 것을 예견하였으리라고 인정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원심은 A 분류 피고들이 이 사건 기중기가 영업용임을 예견할 수 있었다는 전제에서 영업용 물건을 손상시켰으므로 그 휴업손해 상당의 손해는 통상손해에 해당한다거나 피고들이 그러한 손해의 발생을 예견할 수 있다고 보아 A 분류 피고들이 위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 판단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범위에 있어서 통상손해 및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7. 결론
그러므로 A 분류 피고들의 헬기 및 기중기 손상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부분에 대한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위 피고들의 헬기 및 기중기 손상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패소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고, 원고의 상고 및 피고 2, 46, 64, 66, 74부터 79까지, 86, 89, 92부터 95까지, 98, 99의 상고, A 분류 피고들의 각 나머지 상고를 모두 기각하며, 원고와 A 분류 피고들을 제외한 나머지 피고들 사이의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정화(재판장) 김선수 노태악(주심) 오경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