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영업사원인 원고들이 PDA에 입력한 거래처 방문일시가 실제 거래처 방문일시라고 인정하기 부족하여, 이를 기초로 원고들의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렵다. 원고들이 주장하는 출근시각부터 퇴근시각까지의 시간 전부가 근로시간이라고 인정하기도 부족하다. 피고는 대부분의 시간을 사업장 밖에서 근무하는 영업사원들의 근무상황이나 근태 등을 지휘·감독할 방법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피고는 영업사원인 원고들과 ‘근로시간은 근로기준법 제58조에 의한 매일 8시간의 간주근로시간에 따른다’는 취지의 ‘영업직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는바, 위 간주근로시간의 합의가 근로계약법의 취지에 반하여 무효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이 점에서도 영업사원인 원고들은 별도로 피고에게 연장근로수당을 청구할 수 없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22.3.3. 선고 2018가합6506 판결】
•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8민사부 판결
• 사 건 / 2018가합6506 임금 청구의 소
• 원 고 / 별지1 원고들 목록 기재와 같다.
• 피 고 / A 주식회사
• 변론종결 / 2021.12.21.
• 판결선고 / 2022.03.03.
<주 문>
1. 원고 B의 소를 각하한다.
2. 나머지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3. 각 원고와 피고 사이에 생긴 각자의 소송비용은 각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들에게 별지2 목록 ‘합계’란 기재 각 돈 및 이에 대하여 2019.4.22.부터 2021.6.24.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부본 송달일까지 연 6%,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 유>
1. 기초 사실
가. 피고는 담배 수입·도매·판매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이다. 피고의 영업사원들은 크게 판매사원(SR, Sales Representative)과 점포관리사원(TMR, Trade Marketing Representative)으로 나뉜다.
1) 판매사원은 매일 아침 피고 회사 지점으로 출근하여 담배와 PDA를 지참한다. 이후 각 거래처들을 방문하여 재고를 확인하여 담배를 판매하고 대금을 수금하는데, 재고 및 발주수량, 판매대금 등을 PDA에 입력한다. 모든 거래처들을 방문한 후에는 지점으로 복귀하여 현금을 지점 ATM 기기에 수납하고, PDA에 입력된 자료를 피고 전산망(TME)에 등록한 다음 지점에서 퇴근한다. 다만 일평균 이동거리가 200㎞ 이상인 판매사원들은 매일 지점으로(에서) 출·퇴근하지 않고 본인의 집에서 담배와 현금을 관리하면서 각 거래처들을 방문한다.
2) 점포관리사원은 거래처에서 담배 진열, 케이스 패널 등 판촉물의 설치·관리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화·목요일은 지점으로 출근하여 전달사항 등을 확인한 후 각 거래처들을 방문하는데, 그 업무수행 내역을 PDA에 입력한다. 모든 거래처들을 방문한 후에는 지점으로 복귀하지 않고 바로 퇴근한다. 한편 월·수·금요일은 지점으로(에서) 출·퇴근하지 않고 본인의 집에서 각 거래처들을 방문한다. 점포관리사원들은 본인의 집에서 PDA에 입력된 자료를 피고 전산망에 등록한다.
나. 원고들 대부분은 피고 회사에서 영업사원으로 근무하는 근로자들이다. 한편 ① 원고 C, D은 지점 재무 담당자(BFA, Branch Finance Associates)로서 영업사원들이 제출한 PDA 매출전표 등을 관리한다. ② 원고 E는 창고장(WA, Warehouse Administrator)으로서 담배 재고를 관리한다. ③ 영업사원인 원고들 중 일부는 ‘팀장’으로서 다른 영업사원들을 관리하는 업무도 함께 수행하였다.
다. 피고가 영업사원인 원고들과 체결한 ‘영업직 근로계약서’ 제6조는 근로시간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정하고 있다. <다음 생략>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5, 6, 7, 9, 10호증(가지번호 포함),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의 주장 요지
가. 원고들: 연장근로수당 청구
1) 피고는 매일 PDA를 통해 원고들에게 방문할 거래처의 목록, 동선, 수행할 업무 등을 지시하였고, 원고들은 매일 거래처에서의 업무수행 내역을 PDA에 입력하여 전산망에 이를 업로드해야 했다. 따라서 피고 전산망 자료에 의하면 원고들의 실제 근로시간을 알 수 있는바, 다음과 같이 피고는 원고들에게 연장근로에 대한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① 판매사원(SR)인 원고들은 매일 지점에 출근한 08:30부터 지점에 복귀하여 PDA를 피고 전산망과 동기화한 시각까지 근무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중 17:30(= 출근시각 08:30 + 소정근로시간 8시간 + 점심시간 1시간)을 지나서 동기화가 이루어진 경우에는 해당 시간만큼 연장근로를 한 것이다.
② 점포관리사원(TMR)인 원고들은 첫 거래처에 방문한 시각부터 마지막 거래처를 방문한 시각까지 근무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 근로시간이 9시간(= 소정근로시간 8시간 + 점심시간 1시간)을 초과한 경우에는 해당 시간만큼 연장근로를 한 것이다.
③ 지점 재무 담당자인 원고 C, D, 창고장인 원고 E는 다른 영업사원들이 지점에 복귀하면 마감업무를 수행하고 현금조정명세서나 보고서를 작성하여 이메일로 보고한다. 따라서 지정된 퇴근시각인 17:30(원고 C, E)이나 18:00(원고 D)을 지나서 이메일이 발송된 경우에는 해당 시간만큼 연장근로를 한 것이다.
④ 원고 F, G(팀장), H, I, J, K, L, M, N, O은 ‘팀장’으로서 매일 지점장에게 팀의 영업활동을 이메일로 보고하였다. 따라서 지정된 퇴근시각을 지나서 이메일이 발송된 경우에는 해당 시간만큼 연장근로를 한 것이다.
2) 한편 피고가 원고들에게 지급해 온 ‘영업인센티브’는 통상임금에 해당하므로, 연장근로수당을 산정할 때 위 영업인센티브는 통상임금에 포함되어야 한다.
나. 피고
1) 원고들이 PDA에 입력하여 전산망에 업로드한 거래처 방문시각 등은 원고들의 실제 근로시간을 산정할 수 있는 자료가 아니다. 특히 점포관리사원인 원고들이 근로시간 산정의 근거로 제출한 갑 제15호증의 1 내지 14는 원고들이 임의로 작성한 것으로서 그 진정성립 및 신빙성을 인정할 수 없다.
2) 피고는 대부분의 시간을 사업장 밖에서 근무하여야 하는 원고들에 대하여 근로기준법 제58조를 적용하여 매일 8시간을 근무한 것으로 간주하기로 하고, 해당 사항을 근로계약서에도 명시하였다. 원고들이 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연장근로가 필요하였다면 피고의 「시간외근무규정」에 따라 연장근로를 신청하고 승인을 받았어야 하나, 원고들은 이를 신청하지 않았다. 이 점에서도 원고들의 연장근로수당 청구는 이유 없다.
3) 영업인센티브는 지급일 현재 재직 중인 영업사원에게만 지급되므로,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
3. 원고 B의 소의 적법 여부에 관한 직권 판단
원고들이 제출한 2021.6.24.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 B이 구하는 금액(‘합계’란 기재 금액)은 ‘0원’이다. 그렇다면 원고 B의 소는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다만 이하에서 위 원고를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을 부를 때에도 ‘원고들’이라고만 한다).
4. 본안에 관한 판단
기초 사실에 갑 제22, 23호증의 2, 을 제1, 3, 4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보태어 인정할 수 있는 다음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연장근로를 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들이 지급을 구하는 금원 청구는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
가. 원고들이 PDA에 입력한 거래처 방문일시가 정확하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
1) 원고들이 거래처에서 수행한 업무내역을 PDA에 입력하여야 했던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거래처에 별도의 기기 등이 설치되어 있는 것은 아니어서, 거래처 현지에서만 업무수행 내역을 입력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피고가 사업장 밖에서 근무하는 원고들의 거래처 방문시각이나 근무상황·이동경로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지휘·감독하였다고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 갑 제22호증에 의하더라도 피고는 영업사원들의 재고관리·세일즈 토크·광고물 관리 등의 영업활동을 평가에 반영한 것으로 보일 뿐, 영업사원들이 PDA에 입력한 거래처 방문시각 등의 진실성을 확인하고 이를 평가에 반영해 온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2) 실제로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에는 ① 첫 거래처 방문일시와 마지막 거래처 방문일시의 일자가 서로 다른 경우, ② 첫 거래처 방문시각이나 마지막 거래처 방문시각중 하나만이 입력되어 있는 경우, ③ 마지막 거래처 방문시각이 첫 거래처 방문시각보다 오히려 이른 것으로 입력되어 있는 경우, ④ 첫 거래처 방문시각이 17:30 이후인 경우 등 명백한 모순·오류가 있어 정상적인 출·퇴근시각이라고 볼 수 없는 경우들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예컨대 갑 제20호증 “2. 초과근무 작업 및 월별정리” 엑셀 파일의 [종합(raw)] 시트에 기재된 원고 O(점포관리사원)의 자료를 살펴보면, 심야시간대인 00:20부터 02:20까지 80여 개의 점포를 방문하였다는 것으로 기재되어 있는데 이는 도저히 믿기 어렵다.
이에 관하여 원고들은 “위 원고가 누락된 자료를 밤새 입력한 것이다”라는 취지로 주장하였다(2020.11.4.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7쪽). 또한 일부 영업사원들은 피고를 임금체불로 고소한 사건에서 “TMR(점포관리사원) 영업직원들이 실제 방문실적보다 축소 보고하여 경영혼선을 불러일으키는 방식을 택하였다”고 주장하기도 하였다(갑 제23호증의 2 5쪽). 이러한 주장들은 그 자체로 영업사원들이 거래처 방문일시를 사후적으로 실제와 다르게 입력할 수 있음을 자인한 것이다.
3) 한편 원고들은 피고가 영업사원들이 태업을 하였다면서 임금을 공제하였고, 이에 영업사원들이 피고를 임금체불로 고소하자 피고는 전산망에 등록된 업무내역 등을 들어 불기소결정을 받았는데, 이제 와서 거래처 방문일시 등 업무내역을 다투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그러나 검사가 임금체불의 고의를 증명하여야 하는 형사사건과, 원고들이 실제 연장근로시간을 증명하여야 하는 민사사건에서의 증명책임의 차이를 고려하여 볼 때, 위 불기소결정만을 들어 원고들이 제출한 거래처 방문일시가 정확하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4) 결국 원고들이 PDA에 입력한 거래처 방문일시가 실제 거래처 방문일시라고 인정하기 부족하여, 이를 기초로 원고들의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렵다.
나. 원고들이 주장하는 출근시각부터 퇴근시각까지의 시간 전부가 근로시간이라고 인정하기도 부족하다.
1) 영업사원인 원고들은 사업장 밖에서 근무하는 업무의 특성에 비추어 그날그날의 일정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다. 따라서 설령 위 원고들이 주장하는 대로 출근시각(08:30 내지 첫 거래처 방문시각)부터 퇴근시각(PDA 동기화시각 내지 마지막 거래처방문시각)까지의 시간이 9시간(= 소정근로시간 8시간 + 점심시간 1시간)을 초과한다고 하더라도, 그 시간 전부가 영업사원인 원고들이 피고를 위하여 근로를 제공한 시간이라고 인정하기 부족하다.
2) 지점 재무 담당자, 창고장, 팀장인 원고들은 퇴근시각 이후에 이메일을 발송한 경우에는 해당 시간만큼 연장근로를 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지점 재무 담당자·창고장인 원고들은 그 출근시각의 정확성에 관한 증거가 없다. 또 팀장인 원고들은 영업사원으로서의 업무를 마친 뒤 다른 팀원들의 영업활동을 이메일로 보고한다는 것인데, 앞서 본 바와 같이 출근시각부터 이메일 발송시각까지의 시간 전부가 영업사원으로서 근로를 제공한 시간이라고 인정하기도 부족하다(여기에 앞서 본 바와 같이 일부 원고들의 경우 PDA 자료 입력을 당일 정상적으로 하지 못한 부분도 상당수 있었던 점에 비추어 보면, 팀장들이 초과근무라고 주장하는 부분도 이에 연동되어 있어 그 정확도는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3) 한편 피고는 근로자들이 「시간외근무규정」에 따라 입점활동, 일일마감 등의 사유로 연장근로를 신청하여 관리자의 승인을 받은 경우에는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해 왔다. 그런데 원고들은 이 사건에서 주장하는 연장근로에 관하여 위 규정에 따른 연장근로 승인신청을 받지 않았다. 이 점에 비추어 보더라도, PDA에 입력된 출근시각과 퇴근시각 사이에 9시간을 초과하는 시간적 간격이 있다는 사정을 들어 원고들이 피고를 위하여 1일 8시간의 소정근로시간을 넘는 연장근로를 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
다. 영업사원인 원고들은 피고와 매일 8시간을 근무한 것으로 간주하기로 하였다.
앞서 인정한 사정들에 의하면, 피고는 대부분의 시간을 사업장 밖에서 근무하는 영업사원들의 근무상황이나 근태 등을 지휘·감독할 방법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달리 영업사원들의 실 근로시간 산정이 용이하였다고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 이에 피고는 영업사원인 원고들과 ‘근로시간은 근로기준법 제58조에 의한 매일 8시간의 간주근로시간에 따른다’는 취지의 ‘영업직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는바, 위 간주근로시간의 합의가 근로계약법의 취지에 반하여 무효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이 점에서도 영업사원인 원고들은 별도로 피고에게 연장근로수당을 청구할 수 없다.
5.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연장근로수당 청구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기각한다.
판사 이기선(재판장) 박현숙 현재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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