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지방자치단체 출연기관으로 경영컨설팅 및 공공관계 서비스업 등을 영위하는 甲 재단법인의 팀장 乙이 언어 폭력, 성희롱, 성추행 등의 비위행위를 저질렀다는 이유로, 甲 법인이 징계의 종류에 강등을 추가하고 ‘성 관련 위법행위자’에 대한 양정기준을 별도로 마련하는 등의 내용으로 개정한 인사규정에 근거하여 乙에게 강등(일반직 3급에서 일반직 4급으로)의 징계를 한 사안에서, 위 인사규정의 개정이 행정안전부 지침과 남녀고용평등법의 개정 등에 따른 것이고, 개정된 규정이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으로 볼 수 없는 징계의 종류·내용에 관한 것이거나 사용자에게 재량이 부여되는 복무규율, 그 중에서도 징계양정의 기준과 임의적 성격의 감경과 관련된 규정이며, 지방공무원 징계 제도를 참고한 것으로서 불리하게 바뀌는 정도 또한 크지 않고 지방자치단체 출연기관 근로자의 신분 등에 비추어 과도하다고 볼 수 없으며, 특히 성 관련 위법행위의 경우, 종전에는 독립된 유형으로 분류하지 않았던 것을 독립된 유형으로 구분하고 그 특수성을 반영한 별도의 양정기준을 정함으로써 비위행위의 성격에 맞는 양정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그 내용에 상당성 및 필요성이 인정되며, 그 시행 후 2년이 지나도록 근로자들의 특별한 반대 의사가 없었던 점 등을 종합하여 이 사건 개정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되므로 근로자들의 집단적 동의를 받지 않았더라도 유효하다고 보아야 한다는 이유로, 위 강등처분이 적법하다고 한 사례.
【서울고등법원 2022.5.12. 선고 2021누40722 판결 : 상고】
• 서울고등법원 판결
• 사 건 / 2021누40722 부당강등구제재심판정취소
• 원고, 피항소인 / 원고
• 피고, 항소인 /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
• 피고보조참가인 / 재단법인 전라북도○○○○진흥원
• 제1심판결 / 서울행법 2021.3.25. 선고 2020구합51044 판결
<주 문>
1.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2.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 총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원고가 부담한다.
<이 유>
1. 재심판정의 경위
가.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은 상시 약 100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경영컨설팅 및 공공관계 서비스업 등을 영위하는 법인으로, 「지방자치단체 출자·출연 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지방출자출연법’이라 한다) 및「재단법인전라북도○○○○진흥원 설립 및 운영 조례」에 따라 설립된 전라북도 출연기관이다. 원고는 2000.7.18. 참가인에 입사하여 2017.7.14.부터 ○○○○팀 팀장(일반직 3급)으로 근무하였다.
나. 참가인은 2018.2.21. 징계의 종류에 강등을 추가하고 ‘성 관련 위법행위자’에 대한 양정기준을 별도로 마련하는 등의 내용으로 참가인의 인사규정을 개정하였다(이하 ‘이 사건 개정’이라 하고, 개정 전후의 인사규정을 각각 ‘개정 전 인사규정’, ‘개정 후 인사규정’이라 한다). 개정 전 인사규정과 개정 후 인사규정의 구체적인 내용은 별지 1 기재와 같다.
다. 참가인은 2019.5.9. 원고가 언어 폭력, 성희롱, 성추행 등의 비위행위(2018.5.경부터 2019.3.경까지 사이에 발생한 행위이다)를 저질렀다는 이유로 개정 후 인사규정에 근거하여 원고에게 강등의 징계(일반직 3급에서 일반직 4급으로 직급을 내리고 2019.5.9.부터 2019.8.8.까지 3개월간 직무를 정지함)를 하였다(이하 ‘이 사건 강등처분’이라 한다).
라. 원고는 이 사건 강등처분에 대하여 2019.6.19. 전북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고, 전북지방노동위원회(전북2019부해235호)는 2019.8.19. 이 사건 강등처분이 정당하다는 이유로 구제신청을 기각하였다. 원고는 이에 불복하여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중앙2019부해1148호)는 2019.12.4. 초심판정과 같은 이유로 재심신청을 기각하였다(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7, 9호증, 을가 제1호증, 을나 제1 내지 3, 9 내지 11, 15호증(가지번호가 있는 것은 가지번호를 포함한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관계 법령
별지 2 기재와 같다. <별지 생략>
3.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1)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관련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려면 근로기준법 제94조제1항 단서에 따라 근로자들의 집단적 동의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참가인은 이러한 동의를 얻지 않고 취업규칙인 인사규정에 징계의 종류에 ‘강등’을 추가하고 징계에 관한 여러 규정들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이 사건 개정을 하였다. 근로기준법 제94조제1항 단서를 위반한 이 사건 개정은 원고에게 효력이 없으므로 개정 후 인사규정을 근거로 이루어진 이 사건 강등처분은 무효이다.
2) 징계사유 부존재
가) 원고가 소외 1 주임과 소외 2 주임을 각각 ○○상설시장과 □□소공인특화센터로 전보한 것은 인사권한 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 당시 소외 1과 소외 2가 상호 간에 업무를 미루고 업무수행 과정에서 오류와 업무 차질, 민원이 지속적으로 발생하여 원고가 경고하였음에도 개선되지 않자, 원고의 상급자(소외 3 원장과 소외 4 실장)에게 보고한 후에 부득이 다른 업무로 업무분장을 실시한 것이다.
나) 원고는 여직원들을 포옹하거나, 속옷이 위치한 등 부위를 손으로 밀거나, 원하지 않은 여직원에게 지압을 하거나, 여직원과 신체접촉을 한 채 귓속말을 하거나 여직원들의 순번을 매기는 등의 행위를 한 사실이 없다.
다) 그 밖의 다른 혐의들도 일부 팀원들이 원고를 음해하기 위해 허위의 사실을 진술한 것이거나 과장·왜곡한 것이다.
3) 일사부재리 내지 이중처벌금지원칙 위반
이 사건 강등처분은 표면적으로는 하나의 징계처럼 보이나, 그 실질적인 내용은 직급을 3급에서 4급으로 내리는 ‘강등’과 3개월간 직무를 정지하는 ‘정직’을 함께 부과하는 이중징계에 해당하여 일사부재리 내지 이중처벌금지원칙을 위반한 것이다.
4) 징계재량권 일탈·남용
원고가 팀원들에게 한 말이나 행동은 업무상 필요성이 있거나 친근한 관계에서 발생한 측면이 있어 비위 정도가 약하거나 경과실에 의한 경우에 해당한다. 원고는 20년간 참가인 회사에 근무하면서 누구보다 조직 발전을 위하여 많은 노력과 공헌을 하였으며, 다수의 표창을 받을 정도로 우수한 근무성과를 달성해 왔다. 그러한 원고에게 강등처분을 한 것은 징계양정이 지나치게 과중하여 징계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다.
나. 판단
1) 개정 후 인사규정의 효력
가) 참가인의 인사규정이 취업규칙에 해당하는지 여부
취업규칙이란 복무규율과 임금 등 근로조건에 관한 준칙의 내용을 담고 있으면 그 명칭을 불문한다(대법원 2007.9.6. 선고 2006다83246 판결 참조).
갑 제4, 5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참가인의 인사규정은 ‘참가인 소속 직원의 임용 및 시험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하고(제1조), 참가인 소속 모든 직원에게 적용되며(제2조), 직원의 채용, 보직과 전보, 승급, 승진, 징계, 표창, 인사위원회, 휴직 및 복직, 퇴직, 인사평정 등에 관하여 정하고 있으므로, 이는 근로자에 대한 근로조건과 복무규율에 관한 준칙의 내용을 정한 것으로서 취업규칙에 해당한다.
나)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는지 여부
(1) 관련 법리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려면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나 근로자의 과반수(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근로기준법 제94조제1항 단서). 취업규칙의 작성·변경의 권한은 원칙적으로 사용자에게 있으므로 사용자는 그 의사에 따라 취업규칙을 작성·변경할 수 있으나, 취업규칙의 작성·변경이 근로자가 가지고 있는 기득의 권리나 이익을 박탈하여 불이익한 근로조건을 부과하는 내용일 때에는 종전 근로조건 또는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를 요한다(대법원 2009.5.28. 선고 2009두2238 판결 참조). 이때 근로조건을 결정짓는 여러 요소가 있는 경우 그중 한 요소가 불이익하게 변경되더라도 그와 대가관계나 연계성이 있는 다른 요소가 유리하게 변경되는 경우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04.1.27. 선고 2001다42301 판결 참조).
(2) 판단
갑 제4, 5호증, 을나 제7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위 법리에 따라 살펴보면, 참가인이 개정 후 인사규정에서 강등을 신설하고 징계처분의 내용을 변경한 것 자체는 아래 ①에서 보는 바와 같이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이라고 볼 수는 없으나, 아래 ②~④에서 보는 바와 같이 징계양정기준의 일부를 중하게 바꾸고 감경이 금지되는 비위행위의 범위를 줄이며, 감경할 수 있는 한도를 설정한 것을 포함하여, 징계처분의 수위를 정하는 여러 규정들을 개정한 것은 복무규율에 관한 취업규칙 규정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한 것이므로, 이 사건 개정은 그 전체로 보아 근로기준법 제94조제1항 단서에서 말하는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에 해당한다.
① 징계의 종류에 관하여 개정 전 인사규정은 견책, 감봉, 정직, 해임, 파면을 두고 있었는데, 개정 후 인사규정은 ‘파면’을 삭제하고 ‘강등’을 새롭게 추가하면서 ‘1계급 아래로 직급을 내리고 직원 신분은 보유하나 3개월간 직무에 종사하지 못하며 그 기간 중 보수는 전액을 감한다.’는 것을 강등의 내용으로 정하였다(제31조제4호). 그리고 징계에 따른 임금의 감액 범위에 관하여, 감봉의 경우에는 개정 전 ‘월 임금총액의 5%’에서 개정 후 ‘연봉월액의 1/3’을 감하는 것으로, 정직의 경우에는 개정 전 ‘임금총액의 10%’에서 개정 후 ‘전액’을 감하는 것으로 각 변경되었고(제31조제2호, 제3호), 징계에 따른 상여금의 감액을 신설하여 정직은 ‘1년간 상여금의 정직기간 해당분을 미지급’하는 것으로 개정되었으며([별표 4-3]), 강등~견책의 징계를 하는 경우 일정 기간 동안 승진에서 제외하고 위 기간을 연봉등급 승격기간과 승진소요년수에서 제외하는 규정을 신설하였다([별표 4-2]). 그런데 이러한 개정은, 징계권자는 개정된 징계 종류가 부과하는 불이익의 정도를 고려하여 징계양정을 하게 된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는 근로자의 기득의 권리나 이익을 박탈 또는 제한하는 것이 아니므로 취업규칙 조항의 제정일 뿐, 취업규칙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② 그러나 징계양정기준에 관하여는 개정 후 인사규정에서 개정 전 인사규정에 비하여 더 무거운 징계 종류를 제시하는 경우가 다수 발견된다. 개정 전 인사규정은 징계사유를 ‘직무태만’, ‘품위손상 또는 이권행위’, ‘업무상 횡령 및 배임’, ‘직권남용’, ‘업무상 위법 및 부당행위’, ‘회계처리 위반’, ‘기타’로 분류하여 징계양정기준을 두면서 ‘비위의 도가 중하고 고의가 있는 경우’에는 면직(파면, 해임), ‘비위의 도가 중하고 중과실이거나, 비위의 도가 경하고 고의가 있는 경우’에는 정직, ‘비위의 도가 중하고 경과실이거나, 비위의 도가 경하고 중과실인 경우’의 경우에는 감봉, ‘비위의 도가 경하고 경과실인 경우’에는 견책의 징계를 하도록 정하였다([별표 4]). 그런데 개정 후 인사규정은 징계사유의 분류를 일부 다르게 하고, 성 관련 위법행위, 청렴의무 위반행위, 음주운전 등을 새로운 범주로 하여 별도의 양정기준을 마련하였다(제31조제2항 [별표 4-4], [별표 4-5], [별표 4-8] 참조). 이러한 개정으로 일부 징계사유에 대한 징계양정기준이 결과적으로 강화되었는데, 일례로 아래 표에서 보듯이, 성 관련 위법행위가 ‘비위의 정도가 심하고 중과실이거나, 비위의 정도가 약하고 고의가 있는 경우’에는 개정 전 인사규정에 의하면 품위손상 내지 기타 행위로서 정직의 징계를 정하고 있었으나, 개정 후 인사규정에서는 정직보다 무거운 해임 또는 강등의 징계가 가능하고, 성 관련 위법행위가 ‘비위의 정도가 약하고 경과실인 경우’에는 개정 전 인사규정에 의하면 견책의 징계를 정하고 있었으나, 개정 후 인사규정에서는 견책보다 무거운 강등(미성년자 성폭력의 경우)의 징계가 가능하다.
나아가 이 사건 개정 전후로 징계양정기준이 동일한 징계사유의 경우에도, 위 ①에서 본 바와 같이 정직~견책의 내용이 무거워졌기 때문에 그러한 범위 내에서는 징계양정기준이 불리하게 변경되었다고 볼 수 있다. <표 생략>
③ 징계감경을 할 수 없는 사유에 관하여, 개정 전 인사규정은 금품 및 향응 수수, 공금의 횡령·유용, 성폭력범죄로 한정하였으나(제37조의2 제1항 단서), 개정 후 인사규정은 그 외에도 ‘징계시효가 5년인 비위’, 음주운전, 성폭력범죄, 성매매, 성희롱, ‘재산 등록 또는 주식의 매각·신탁과 관련한 의무 위반’(재산등록의무자의 경우),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비위’, ‘부작위 또는 직무태만’으로 확대하였다(제37조의2 제2항).
④ 공적이 있는 근로자에 대한 징계를 감경할 경우, 개정 전 인사규정은 감경의 하한에 대하여 별다른 규정을 두지 아니하였으나, 개정 후 인사규정에서는 감경 시 하나 아래 단계의 징계(해임을 감경할 경우에는 강등, 강등을 감경할 경우에는 정직 등)를 하도록 하여 하한을 설정하였다(제37조의2 제1항 [별표 4-1]).
다) 취업규칙 변경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는지 여부
(1) 관련 법리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새로운 취업규칙의 작성·변경을 통하여 근로자가 가지고 있는 기득의 권리나 이익을 박탈하여 불이익한 근로조건을 부과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아니하지만, 해당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이 그 필요성 및 내용의 양면에서 보아 그에 의하여 근로자가 입게 될 불이익의 정도를 고려하더라도 여전히 해당 조항의 법적 규범성을 시인할 수 있을 정도로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종전 근로조건 또는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 방법에 의한 동의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그의 적용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리고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려면 실질적으로는 근로자에게 불리하지 아니하는 등 근로자를 보호하려는 근로기준법의 입법 취지에 어긋나지 않아야 하므로, 여기에서 말하는 사회통념상 합리성의 유무는 취업규칙의 변경 전후를 비교하여 취업규칙의 변경 내용 자체로 인하여 근로자가 입게 되는 불이익의 정도, 사용자 측의 변경 필요성의 내용과 정도, 변경 후의 취업규칙 내용의 상당성, 대상조치 등을 포함한 다른 근로조건의 개선상황, 취업규칙 변경에 따라 발생할 경쟁력 강화 등 사용자 측의 이익 증대 또는 손실 감소를 장기적으로 근로자들도 함께 향유할 수 있는지에 관한 해당 기업의 경영행태, 노동조합 등과의 교섭 경위 및 노동조합이나 다른 근로자의 대응, 동종 사항에 관한 국내의 일반적인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8.13. 선고 2012다43522 판결 참조).
(2) 판단
참가인이 이 사건 개정을 하면서 근로자들의 집단적 동의를 받지 않았음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그러나 앞서 본 사실 및 앞서 든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개정으로 징계에 관한 규정을 변경한 것에는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므로, 근로자들의 집단적 동의를 받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 변경은 유효하다고 보아야 한다.
① 취업규칙의 규율 대상은 ‘임금 등 근로조건’과 ‘복무규율’인데, 이 중 전자는 근로계약에서 주로 정해지는 계약의 영역에 속함에 비하여, 후자는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하여 일반적으로 가지는 지휘·감독권에 기한 것으로서 사용자의 폭넓은 재량이 인정되는 영역에 속한다. 따라서 사용자의 복무규율 변경 권한은, 근로자의 신분, 근로의 내용과 처우 수준 등에 비추어 그 변경이 근로자에게 요구되는 의무에 본질적인 차이를 가져오는 정도에 이르지 않는 한, 존중될 필요가 있다.
② 징계의 종류에 강등을 추가하거나 징계의 내용을 중하게 변경하는 것은, 앞서 본 바와 같이 그 자체만으로는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지 않는다. 게다가 해임과 정직 사이에 강등을 신설한 것은, 두 징계 사이의 폭이 넓어서 책임에 비례하는 징계를 내리기 어려웠던 점을 보완함으로써 책임 정도에 보다 부합하는 양정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므로 그 필요성이 인정된다.
③ 아래에서 보듯이 개정 후 인사규정의 징계 종류와 내용, 감경에 관한 규정들은 개정 당시 시행되고 있던 지방공무원에 대한 징계 법령을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 지방출자출연법 제27조제1호에 의하면, 행정안전부장관은 출자·출연 기관에 조직 운영과 정원·인사에 관한 운영지침을 정할 수 있는데, 행정안전부가 2017.12.27. 하달한 ‘지방 출자·출연 기관 인사·조직 지침’에는 ‘출자·출연 기관의 장은 소속 임직원에 대한 징계에 관한 사항을 지방공무원 징계규칙을 참고하여 자체 인사규정 등으로 정하여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참가인이 행정안전부의 지침에 따라 징계의 종류 및 내용, 감경 요건, 감경 하한 등 징계 제도의 기본적인 틀을 지방공무원 징계 제도와 동일하게 정비한 것에는 합리성이 인정된다.
㉠ 지방공무원법은 징계는 파면, 해임, 강등, 정직, 감봉, 견책으로 구분한다고 규정하여(제70조) 징계 종류의 하나로 ‘강등’을 규정하고 있고, 강등의 내용에 3개월간의 직무배제(직무배제기간 중 보수 전액 부지급)를 포함시키며, 정직의 경우에는 정직기간 중 보수 전액을 삭감하고, 감봉의 경우에는 보수의 1/3을 삭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71조제1항, 제3항, 제4항). 개정 후 인사규정의 강등, 정직, 감봉에 관한 규정은 위 지방공무원법 규정과 그 내용이 동일하다. 그리고 지방공무원법 또한 징계처분을 받은 공무원에 대한 승진 및 승급 제한 규정을 두고 있다(제71조제6항).
㉡ 개정 후 인사규정이 감경이 금지되는 비위행위에 음주운전, 성매매, 성희롱 등을 추가하고, 감경의 하한을 설정하며, 감경사유가 되는 공적의 범위를 축소한 것 또한 구 지방공무원 징계규칙(2018.7.30. 행정안전부령 제6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5조 [별표 6]의 내용과 동일하다.
④ 징계양정기준의 경우에는 개정 후 인사규정이 개정 전 인사규정에 비하여 중하게 변경된 측면이 있어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아래와 같은 사정을 고려하여 보면 이러한 변경은 그 내용에 있어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인정된다.
㉠ 개정 후 인사규정의 징계양정기준은 구 지방공무원법 징계규칙을 참고하여 징계사유의 분류 자체를 개정 전 인사규정과 달리 정하였다. 아래 표와 같이 징계사유도 다르게 분류하였을 뿐만 아니라 해당 분류를 구성하는 세부 항목도 상당 부분 다르게 규정하였다. 개정 후 인사규정의 징계양정기준 일부가 개정 전 인사규정보다 높아진 것은 징계사유를 다르게 분류하고 구 지방공무원법 징계규칙을 참고하여 그 경중을 다시 평가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결과로 보인다(징계양정기준 자체는 대체로 중하게 변경된 것으로 보이나, ‘직권남용 타인권리 침해’, ‘정치적 활동’의 경우에는 개정 전 인사규정에 의하면 견책이 불가능하나 개정 후 인사규정에서는 견책이 가능하여, 개정 후 인사규정에서 경하게 변경된 사항도 일부 발견된다). <표 생략>
㉡ 특히 이 사건에서 문제 되는 성 관련 위법행위의 경우, 개정 전 인사규정은 이를 독립된 유형으로 규정하지 않고 ‘품위손상 또는 이권행위’의 범주 안에 ‘참가인의 공신력, 명예, 위신을 손상하는 행위’, ‘이권개입’, ‘압력, 부당청탁, 사건청탁’, ‘직무에 관한 증여, 향응’, ‘폭력행위-직원 간, 기타’, ‘기타 이에 준하는 행위’를 세부 항목으로 설정하면서, 위 각 항목의 특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위 세부 항목들 전체에 대하여 획일적인 양정기준을 설정하였다. 그러나 개정 후 인사규정은 품위손상 행위 중에서도 다른 세부 항목의 행위와 그 성격이 구분되는 성 관련 위법행위를 독자적인 세부 항목으로 설정하면서 그 특수성을 반영한 별도의 양정기준을 정함으로써 비위행위의 성격에 맞는 양정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
㉢ 게다가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이라 한다)이 2017.11.28. 법률 제15109호로 개정되어, 직장 내 성희롱의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사업주의 성희롱 예방교육을 강화하며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시 사업주의 조치 의무를 강화하는 규정이 추가되었는데, 비록 위 개정 법률에는 성희롱 비위자에 대한 징계 수위를 높일 것을 직접 요구하는 내용은 없지만, 참가인이 이러한 법률 개정의 목적을 고려하여 직장 내 성희롱 방지를 위하여 이에 관한 징계양정기준을 별도로 두고 다른 품위손상 행위보다 무거운 징계를 하도록 양정기준을 마련한 것은 이러한 법 개정과 사회적 공감대를 반영한 것이므로 그 필요성이 인정된다.
㉣ 더구나 참가인은 공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라북도 출연기관으로, 참가인이 담당하는 업무의 공공성 및 지방자치단체의 자본금 출연 등을 고려할 때, 참가인의 직원에게는 일반 근로자에 비하여 높은 수준의 청렴성과 도덕성이 요구된다고 보아야 하는데, 개정 후 인사규정이 정한 양정기준의 내용이 참가인 직원의 신분과 역할, 처우 등에 비추어 과도한 내용을 규정하였다고 보이지 않는다.
㉤ 복무규율에 관한 것 중에서도 징계양정의 기준은 징계권자를 구속함으로써 그 자체가 곧바로 징계처분의 내용을 결정하는 효력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서 근로자에게 미치는 불이익이 직접적이지 않다.
⑤ 참가인 소속 직원들은 그간 이 사건 개정에 반대하는 의견을 표시한 바 없는 것으로 보인다.
⑥ 결국 지금까지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개정은 행정안전부 지침과 남녀고용평등법의 개정 등에 따른 것이고, 개정된 규정이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으로 볼 수 없는 징계의 종류·내용에 관한 것이거나 사용자에게 재량이 부여되는 복무규율, 그중에서도 징계양정의 기준과 임의적 성격의 감경과 관련된 규정이며, 지방공무원 징계 제도를 참고한 것으로서 불리하게 바뀌는 정도 또한 크지 않고 지방자치단체 출연기관 근로자의 신분 등에 비추어 과도하다고 볼 수 없는 등 그 내용에 상당성 및 필요성이 인정되며, 그 시행 후 2년이 지나도록 근로자들의 특별한 반대 의사가 없었는바,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개정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을 인정할 수 있다.
라) 소결론
이 사건 개정은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고, 참가인 근로자들의 집단적 동의를 얻지 못하였으나,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되므로 무효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근거 규정인 개정 후 인사규정이 무효여서 이 사건 강등처분도 무효라는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2) 징계사유의 존부
갑 제3호증, 을나 제5, 6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소속 팀 직원들을 상대로 언어 폭력, 성희롱, 성추행 등의 비위행위를 하였다고 인정되므로 이 사건 강등처분의 징계사유가 존재한다. 이 부분 원고 주장도 이유 없다.
① 소속 팀원들은 참가인의 조사 과정에서, 원고가 ㉠ 팀원들에게 ‘너의 그런 부분이 나를 짜증나게 한다.’, ‘이딴 식으로 일을 하느냐.’, ‘진흥원 짬이 얼만데 이거밖에 못하느냐.’, ‘알바를 데려와도 이것보다 잘하겠다.’, ‘초등학생이냐.’ 등의 발언을 하였고, 심지어 팀원을 나무라면서 물티슈를 던진 적이 있으며, ㉡ 팀 여직원들에게 귓속말을 하거나 ‘자기야.’, ‘얼굴만 빼면 내 스타일이야.’ 등의 부적절한 말을 하였고, 여직원들의 순번을 매겼으며, 어깨를 주무르거나 어깨동무, 포옹, 팔꿈치를 만지는 행위나 속옷이 위치한 등 부위를 손으로 밀거나 여직원의 어깨에 턱을 얹는 등의 신체접촉 행위를 하였다고 진술하였다. 이들의 진술이 구체적인 점, 목격자가 있는 비위행위의 경우 피해자와 목격자가 동일하게 진술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위 팀원들의 진술은 신빙성이 인정된다.
② 원고 또한 중앙노동위원회 심문기일에서 징계사유를 인정하며 사실관계에 관하여 특별히 다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③ 원고가 2019.2.25. 자로 ○○○○팀 소속이던 소외 1 주임을 △△상설시장으로, 소외 2 주임을 □□소공인특화센터로 근무지를 이동하는 업무분장을 실시한 사실, 소외 1 주임은 전보된 후 3일 만에 다시 기존 근무지로 복귀하였고, 소외 2 주임은 □□소공인특화센터에서 계속 근무하길 원해 복귀하지 않은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그런데 ㉠ 원고는 상급자의 정식 결재를 받지 않고 위와 같은 전보 조치를 한 점, ㉡ 원고는 위 인사조치 이후 특별한 이유 없이 소외 1을 3일 만에 기존 근무지로 복귀시킨 점, ㉢ 원고는 평소 소외 1과 소외 2에게 업무상 지적을 하며 □□과 △△으로 보내겠다는 언급을 해 왔고, 이들은 전보 후에도 새 근무처의 업무가 아니라 종전에 담당하는 업무를 한동안 수행하였던 점(을나 제6호증의 7, 제15쪽)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업무상 전보의 필요성 없이, 소외 1과 소외 2 사이의 갈등이나 그들의 업무실수를 문책하기 위해 즉흥적으로 위와 같은 인사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여, 이는 팀장의 권한을 부적절하게 행사한 것으로서 징계사유가 된다.
3) 일사부재리 내지 이중처벌금지원칙 위반 여부
원고는 강등처분의 내용이 ‘직급을 내리는 부분’과 ‘직무를 정지시키는 부분’으로 이루어진 점을 두고 동일한 비위행위에 대하여 강등과 정직의 이중징계를 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강등처분에 관하여 개정 후 인사규정 제31조제4호 제1문은 ‘강등은 1계급 아래로 직급을 내리고 직원 신분은 보유하나 3개월간 직무에 종사하지 못하며 그 기간 중 보수는 전액 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이러한 규정이 사용자가 가지는 ‘징계의 내용을 정할 수 있는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보이지 않으므로 위 규정은 유효하다고 보아야 한다. 결국 참가인은 위 규정에 따라 하나의 징계를 한 것이지, 하나의 사안에 대하여 두 번의 징계를 한 것이 아니므로 이 사건 강등처분이 일사부재리의 원칙이나 이중처벌금지의 원칙을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 또한 이유 없다.
4) 징계재량권 일탈·남용 여부
가) 관련 법리
근로자에게 징계사유가 있어 징계처분을 하는 경우 어떠한 처분을 할 것인가는 원칙적으로 징계권자의 재량에 맡겨져 있는 것이므로, 그 징계처분이 위법하다고 하기 위하여는 징계권자가 재량권을 행사하여 한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고, 그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은 처분이라고 하려면 구체적인 사례에 따라 직무의 특성, 징계의 사유가 된 비위사실의 내용과 성질 및 징계에 의하여 달하려는 목적과 그에 수반되는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라야 한다(대법원 2000.10.13. 선고 98두8858 판결, 대법원 2002.9.24. 선고 2002두4860 판결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앞서 본 사실과 앞서 든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강등처분이 원고의 비위행위에 비하여 지나치게 무거워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은 처분으로서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① 참가인이 담당하는 업무의 공공성과 공익성, 참가인 소속 근로자의 사회적 역할과 지위 등에 비추어 볼 때, 참가인의 직원들은 일반 근로자에 비하여 높은 수준의 도덕성과 윤리의식, 품위유지의무가 요구된다.
② 원고는 오랜 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팀원들에게 언어 폭력과 성희롱을 하였는데, 이를 우발적이거나 단순한 부주의에 기한 행위로 보기 어렵다. 원고가 팀원들에게 행사한 언어 폭력은 용인되는 업무상 지적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피해자들에게 모멸감을 주고 팀 분위기를 악화시켜 직원들의 근로의욕을 저하시키는 행위에 해당한다. 그리고 원고가 피해자들에게 한 과도한 밀착이나 신체접촉 행위들은 이들에게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기 충분한 행위에 해당한다.
③ 직장 내 성희롱을 방지하여야 할 지위에 있는 사업주나 사업주를 대신할 지위에 있는 자가 오히려 자신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성희롱을 하였다면 그 피해자로서는 성희롱을 거부하거나 외부에 알릴 경우 자신에게 가해질 명시적·묵시적 고용상의 불이익을 두려워하여 성희롱을 감내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들의 성희롱은 더욱 엄격하게 취급되어야 한다(대법원 2008.7.10. 선고 2007두22498 판결 참조). 그런데 원고는 팀장이라는 관리자의 지위에서 소속 팀 직원들을 관리·감독하고 직장 내 성희롱을 예방할 지위에 있었음에도 오히려 그 소속 직원들에 대하여 성희롱을 하였다는 점에서 원고의 비위행위는 그 정도가 무겁다. 피해자들은 우월적 지위를 가진 원고에게 거부의사를 표시하기 어려웠을 것이고, 불이익이 두려워 오랜 기간 원고의 성희롱 등을 감내하였던 것으로 보이며, 그러한 원고와 같은 팀 내에서 일상적으로 접촉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에서, 피해자들이 받은 피해와 스트레스의 정도도 중하다고 보인다.
④ 원고의 비위행위는 팀장인 지위를 이용하여 저지른 것이고 고직위자로서 갖추어야 할 자질에 현저히 미달하는 행위라는 점에서 원고의 직위를 낮추는 강등처분은 비위행위의 내용과 정도에 상응하는 처분으로 보이며, 개정 후 인사규정에 따른 양정기준을 벗어나지도 않았다.
5) 소결
결국 이 사건 강등처분은 부당한 징계처분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적법하다.
4.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이 달라 부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판사 김대웅(재판장) 이병희 정수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