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의 입장에서 보아 어떠한 성희롱 행위가 고용환경을 악화시킬 정도로 매우 심하거나 또는 반복적으로 행해지는 경우, 사업주가 사용자책임으로 피해 근로자에 대해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될 수도 있을 뿐 아니라 성희롱 행위자가 징계해고 되지 않고 같은 직장에서 계속 근무하는 것이 성희롱 피해 근로자들의 고용환경을 감내할 수 없을 정도로 악화시키는 결과를 가져 올 수도 있으므로, 근로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이 있다고 보아 내린 징계해고처분은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가 아닌 한 쉽게 징계권을 남용하였다고 보아서는 안 된다.

[회사의 각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상급자를 상대로 신체적 성희롱 행위를 하고 반성 없이 직장내 괴롭힘 행위를 연달아 저질러 징계해직한 것은 정당하다.]


【서울행정법원 2021.9.9. 선고 2020구합74627 판결】

 

• 서울행정법원 제13부 판결

• 사 건 / 2020구합74627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 원 고 / A

• 피 고 /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

• 피고보조참가인 / B 주식회사

• 변론종결 / 2021.05.27.

• 판결선고 / 2021.09.09.

 

<주 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중앙노동위원회가 2020.7.23. 원고와 피고보조참가인 사이의 C 부당해고 구제 재심신청 사건에 관하여 내린 재심판정을 취소한다.

 

<이 유>

1.  재심판정의 경위

 

가.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 회사’라고 한다)은 2012.3.2. 설립되어 금융업을 영위하는 법인이고, 원고는 2015.12.10. 참가인 회사에 입사하여 2018.1.5.부터 외환사업부 외환파생추진단 산하의 ○○▽▽△△공학팀(이하 ‘△△공학팀’이라고 한다)에서 계장으로 근무한 사람이다.

나. 한편 참가인 회사의 D 과장(이하 ‘피해자’라고 한다)은 2018.7.9. △△공학팀으로 인사발령을 받아 근무를 시작하였고, 2019.1.부터는 원고 및 E 과장과 함께 셋이서 △△공학팀의 조직 단위인 ‘콥(코퍼레이션 딜러의 준말)’을 이루어 근무하게 되었다.

다. 피해자의 남편은 2019.8.28. 피해자를 대신하여 참가인 회사의 준법감시부에 원고의 신체적 성희롱 행위를 신고하였고, 위 준법감시부는 2019.8.29.경부터 2019.10.15.경까지 원고의 비위에 관한 사실조사를 실시하였다.

라. 참가인 회사는 위 사실조사의 결과를 토대로 2019.10.30. 원고가 출석한 가운데 보통인사위원회를 개최하였고, 아래와 같은 징계사유를 들어 원고를 ‘징계해직’하기로 의결하였다. <아래 생략>

마. 참가인 회사는 위 의결에 따라 2019.10.31. 원고에게 해직 통보(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고 한다)를 하였다.

바. 원고는 2020.1.22. 이 사건 처분이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으나(H),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20.4.14. ‘이 사건 처분의 징계사유가 모두 인정되고, 징계양정도 과도하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구제신청을 기각하는 초심판정을 내렸다.

사. 원고는 초심판정에 불복하여 2020.5.25.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으나(C), 중앙노동위원회는 2020.7.23. 초심판정과 같은 이유를 들어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재심판정(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고 한다)을 내렸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 10, 15호증, 을가 제1호증(가지번호 있는 경우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관계 법령 등

별지 기재와 같다. <별지 생략>

 

3.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가. 이 사건 처분의 징계사유에 관하여

1) 제1징계사유

가) 관련 법리

법원이 성희롱 관련 소송의 심리를 할 때에는 그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양성평등기본법 제5조제1항 참조). 그리하여 우리 사회의 가해자 중심적인 문화와 인식, 구조 등으로 인하여 피해자가 성희롱 사실을 알리고 문제를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부정적 반응이나 여론, 불이익한 처우 또는 그로 인한 정신적 피해 등에 노출되는 이른바 ‘2차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여야 한다. 피해자는 이러한 2차 피해에 대한 불안감이나 두려움으로 인하여 피해를 당한 후에도 가해자와 종전의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경우도 있고, 피해사실을 즉시 신고하지 못하다가 다른 피해자 등 제3자가 문제를 제기하거나 신고를 권유한 것을 계기로 비로소 신고를 하는 경우도 있으며, 피해사실을 신고한 후에도 수사기관이나 법원에서 그에 관한 진술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와 같은 성희롱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8.4.12. 선고 2017두74702 판결 등 참조).

나) 판 단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가 2018.7.10.경 피해자에게 2차례에 걸쳐 신체적 성희롱 행위를 한 사실이 인정되고, 이는 법령 또는 참가인 회사의 사내규정을 위반한 행위라고 봄이 상당하므로, 제1징계사유가 성립한다.

(1) 피해자는 2019.8.28. 참가인 회사에 원고의 성희롱 행위를 신고한 이래로, 원고로부터 성희롱을 당하게 된 경위, 성희롱 행위의 태양, 당시 피해자가 느꼈던 감정, 피해자가 신고를 주저하게 된 이유 등을 상세하고도 일관적으로 진술하고 있다(을가 제1호증, 을나 제1호증). 이는 원고의 성희롱 행위가 오랜 시일이 지났음에도 피해자의 기억에 뚜렷이 남아 있을 만큼 피해자에게는 충격적인 경험이었음을 보여준다.

(2) 한편 원고도 2019.8.30. 참가인 회사의 사실조사를 받을 때 “피해자가 장애인용 여자화장실에서 나와 몇 걸음 걷더니 남자화장실 입구 즈음에서 앞쪽으로 스르륵 엎드렸다. 그래서 일단 피해자에게 ‘괜찮냐’라고 물어보았으나, 정확한 의사소통이 되지 않고 있다고 판단되어 피해자의 팔을 일으켜 택시에 태웠다. 당시 피해자는 벽과 밀착된 상태로 엎드려 있었기 때문에 원고로서는 피해자의 왼팔만을 부축할 수 있었다. 원고는 오른팔로 팔짱을 끼는 듯한 방식으로 피해자의 팔을 끼고 일으켰다. 당시 피해자가 입고 있던 윗옷은 분홍색이었고 반팔과 나시(민소매)의 중간 형태였다(을나 제5호증)”, “원고가 술에 취하여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피해자를 부축하는 과정에서, 왼팔로는 원고와 피해자의 가방을 들고 오른팔을 피해자의 겨드랑이에 끼워 피해자를 일으켜 세웠다. 원고의 손이 피해자의 옷 안으로 들어간 사실 자체가 없다(갑 제2호증 제5쪽)”라는 취지로 1차 신체적 성희롱에 관하여 자세하게 진술한 바 있다.

그런데 원고가 성희롱의 의도가 전혀 없이 술에 취한 피해자를 단지 부축하여 준 것이 전부라면, 이는 원고의 인상에 깊이 남을 만한 사건이라고는 보기 어렵고, 그 뒤로 원고가 위 사건의 기억을 지속적으로 되새길 만한 이유도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고가 사건 발생일로부터 1년 이상의 기간이 지나도록 위와 같은 부축 행위의 구체적인 동작이나 피해자의 당시 인상착의까지 세밀하게 기억하고 있다는 것은 상당히 부자연스럽다.

(3) 원고의 진술 내용 중 성희롱 행위 자체를 제외한 나머지 정황들, 즉 피해자가 F역 역사에서 쓰러진 위치, 원고가 부축한 피해자의 신체 부위, 택시에 탑승하였을 때의 좌석 배치 등이 대체로 피해자의 진술 내용과 일치하고 있어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한층 높여주고 있다.

(4) 이 사건 외에도 원고가 2019.3.7.경 저녁 식사 후 술에 만취한 피해자를 귀가시키고, 2019.4.19.경 회식이 끝난 후 피해자와 함께 택시를 타고 귀가한 적이 있었다고 보인다(갑 제3호증 제6쪽, 제29 내지 35호증).

만일 피해자가 원고를 무고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신고 시점과 비교적 근접한 시기에 있었던 위 2019.3.7. 또는 2019.4.19.경의 귀가 상황을 바탕으로 얼마든지 피해사실을 구성할 수 있었고, 그렇게 하여야 다른 사람들의 의심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을 것임에도, 피해자는 구태여 1년이 넘게 지난 성희롱 사건을 신고한 것인바, 이 점에서도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계획적으로 지어낸 것이라 보기 어렵다.

(5) 참가인 회사에 피해자의 신고가 접수된 당일인 2019.8.28. 원고는 I 차장으로부터 “피해자가 1년 전에 회식이 끝나고 집에 가던 중 원고로부터 ‘택시 안에서’ 성추행을 당하였다며 신고하였다”는 사실을 전해들었다(갑 제3호증 제11, 12쪽, 을나 제3호증 제1, 2쪽). 그렇다면 이때까지 원고는 피해자가 택시 안에서 벌어진 2차 신체적 성희롱만을 문제 삼고 있다고 알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원고는 같은 날 휴대폰으로 J 포털사이트에 접속하여 ‘지하철 CCTV 저장 기간’, ‘F 추행’, ‘서울메트로’ 등 F역 역사에서 벌어진 1차 신체적 성희롱에 관한 내용을 검색하였다(갑 제3호증 제12쪽, 을가 제2호증).

이는 원고 스스로 1차 신체적 성희롱까지 문제될 수 있음을 의식하고 선제적으로 방어를 준비하는 태도를 보인 것으로서, 무엇보다도 피해자의 진술에 부합하는 유력한 정황이라 할 수 있다.

(6) 이에 대하여 원고는, 본래 2차 신체적 성희롱의 발생 장소인 택시와 관련된 증거를 수집하려 하였으나, 당시 택시비를 피해자가 결제한 탓에 원고에게는 택시를 특정할 수 있는 자료가 없었으므로, 그 대신 택시에 타기 전에 들렀던 F역 역사의 CCTV라도 찾아서 결백을 밝히고자 관련 내용을 검색한 것에 불과하다는 취지로 반박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원고가 ‘F역 역사에서 피해자와 바로 헤어졌기 때문에 같은 택시에 탑승한 사실조차 없다’거나, ‘F역 역사에서 피해자가 아니라 오히려 원고가 인사불성 상태에 빠져 있었으므로, 이후 원고가 피해자를 택시 안에서 성희롱할 만한 여력이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는 것이 아닌 이상, F역 역사 안에서의 행적과 택시안에서 벌어진 2차 신체적 성희롱 사이에 어떠한 연관성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위와 같은 원고의 반박은 납득하기 어렵다.

더구나 원고가 ‘지하철 CCTV 저장기간’ 뿐만 아니라, 직접적으로 1차 신체적 성희롱 행위를 연상시키는 단어인 ‘F 추행’까지 검색한 이유에 대하여는 별다른 해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7) 피해자가 성희롱에 대응하는 방식은, 피해자의 개인적인 성향 외에도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 성희롱의 경위, 태양, 횟수, 기간 및 정도, 성희롱에 대응함으로써 피해자에게 돌아올 것으로 예상되는 불이익 등 여러 변수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그러므로 구체적인 사안에서 이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피해자가 성희롱 사실을 즉각 신고하지 않았다거나 곧바로 행위자와 거리를 두지 않았다는 사정만을 들어서,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꾸며낸 것이라고 추단할 수는 없다.

이 사건의 경우 ① 피해자의 남편이 참가인 회사에서 같이 근무하였던 점, ② 피해자 본인의 진술 외에 객관적인 물증이 없는 상황에서 섣불리 피해신고를 하였다가는 도리어 피해자가 별다른 근거도 없이 사내 분위기를 파탄내었다는 비난을 받을 위험도 있었던 점, ③ 원고가 이 사건 당일을 끝으로 더 이상 피해자에게 성희롱을 반복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등 피해자가 원고의 성희롱 행위를 당장 참가인 회사에 공론화하는 것보다는 일단 원고와 사이의 직장 관계를 유지하기로 결정할 만한 사정들이 보인다.

따라서 원고의 주장처럼 피해자가 이 사건 다음날이 되자마자 원고에게 성희롱에 대한 항의를 하지 않았다거나(갑 제18호증), 그 뒤로 원고와 피해자가 서로 친근한 내용의 문자메시지(갑 제19 내지 42호증)를 주고받으며 최소한 표면상으로 별다른 갈등 없이 지냈다는 사정만으로는, 피해자의 진술을 섣불리 배척할 수 없다.

(8) 이 사건 당일 저녁에 열린 회식은 △△공학팀으로 인사발령을 받은 피해자를 환영하기 위하여 △△공학팀 직원들이 마련한 자리로서 업무의 연장인 사내 행사의 성격을 갖는 것이므로, 위 회식을 마치고 귀가하는 것은 퇴근에 준하는 행위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원고가 위 회식을 마친 후 귀가하는 도중에 동료 직원인 피해자를 성희롱한 것은 참가인 회사의 업무에서 온전히 벗어나기 전에 발생한 행위로서 업무관련성이 인정되므로, 원고의 성희롱 행위는「구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2020.5.26. 법률 제1732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제2호에 정한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최소한 원고의 행위가 참가인 회사의 내부 규정인 <B 임직원행동지침> 제6장에서 금지한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신체적 접촉행위’에 해당함은 명백하므로(을나 제6호증), 이것이 징계의 대상이 되는 비위 행위를 구성한다는 결론에는 변함이 없다.

2) 제2징계사유

갑 제3호증, 을가 제1호증의 2, 제3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보태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가 피해자를 상대로 근로기준법 제76조의2에서 금지하는 ‘직장 내 괴롭힘’ 행위를 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제2징계사유도 성립한다 할 것이다.

가) 원고가 E 과장과 함께 피해자에 관하여 주고받은 욕설들은 그 내용, 횟수, 기간 등에 비추어 볼 때, 단순히 피해자에 대하여 쌓인 불만을 일회적으로 해소하는 수준에 그쳤다고 보기 어렵다.

더욱이 원고는 “오른손으로 턱을 괘. 누나(E 과장)도 하자. 오른손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해. 고개도 돌려야 해. 본인의 정수리가 상대방(피해자)을 향해야 각도가 완성됨. 한숨도 푹푹 쉬어주고”라는 등, E 과장에게 피해자의 정신적인 압박을 유발할 만한 구체적인 방법까지 제시하기도 하였다(을가 제3호증 제2쪽).

나) 원고가 위 메시지의 내용처럼 E 과장과 함께 오른손으로 턱을 괴고 피해자를 향하여 한숨을 쉬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는다.

그러나 설령 원고가 위 메시지를 그대로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더라도, 한편으로 피해자가 작성한 탄원서의 기재에 의하면, 피해자가 업무상 질문을 하여도 원고는 대답 없이 E 과장과 서로 쳐다보면서 고개를 젓고, E 과장도 피해자의 건의를 무시하고 원고와 상의하여 업무를 처리하는 등의 상황이 반복되었던 것으로 보인다(을가 제1호증의 2 제8, 9쪽).

위와 같이 원고와 E 과장이 노골적으로 피해자에게 소외감을 유발하는 행동을 계속하는 가운데, 사내 메신저를 통하여 피해자에 관한 욕설을 주고받은 것도 자신들끼리 유대감을 구축하는 동시에 피해자를 직장 관계에서 배제하려는 일련의 행위 중 하나였다고 볼 수 있다.

다) 원고와 E 과장은 유독 소리를 내어 키보드를 두드리는 행동을 하였고, 이에 피해자가 신경이 쓰여서 확인해 보면 그때마다 이들은 사내 메신저로 대화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을 제1호증의 2 제7쪽).

그렇다면 원고와 E 과장이 피해자에게 자신들이 사내 메신저를 통하여 주고받은 욕설의 내용까지 직접 공개한 것은 아니더라도, 구태여 ‘원고와 E 과장이 피해자를 제외하고서 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피해자가 감지할 수 있도록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사내 메신저를 이용한 것이고, 이로써 업무상의 적정 범위를 넘어 피해자에게 정신적인 고통을 가하고 피해자의 근무환경을 악화시켰다고 할 수 있다.

라) E 과장이 2019.8.8. 원고에게 “그런데 왜 D(피해자를 성씨로 지칭) 자꾸 너한테 짜증을 내?”라고 물어보자, 원고는 “이번엔 나야? 조금 됐는데. (우리가) 뒷담화치는 것을 (피해자가) 봤나?”라고 대답하였는바(을가 제3호증 제4, 5쪽), 원고도 자신의 욕설이 피해자에게 전달되어 정신적 고통을 유발하였을 가능성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인다.

마) 이 사건에서 원고 본인은 피해자보다 직위가 낮지만, 원고와 피해자 및 E과장 단 3명으로 구성된 ‘콥’ 내에서 가장 선임자인 E 과장과 합세하는 수법을 사용하여 피해자를 상대로 지위 및 관계상의 우위를 점할 수 있었고, 이러한 우위를 바탕으로 피해자를 괴롭힌 것이라 평가할 수 있다.

바) E 과장도 자신의 행동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함을 인정하며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하였고, 참가인 회사로부터 견책 처분을 받았다(갑 제3호증 제13쪽).

 

나. 이 사건 처분의 징계양정에 관하여

1) 관련 법리

피징계자에게 징계사유가 있어서 징계처분을 하는 경우, 어떠한 처분을 할 것인지는 징계권자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 다만 징계권자의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그 처분이 위법하다고 할 수 있다.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난 위법한 처분이라고 할 수 있으려면 구체적인 사례에 따라 징계의 원인인 비위사실의 내용과 성질, 징계로 달성하려는 목적, 징계양정의 기준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하여 판단할 때에 징계 내용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17.3.15. 선고 2013두26750 판결 등 참조).

특히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의 입장에서 보아 어떠한 성희롱 행위가 고용환경을 악화시킬 정도로 매우 심하거나 또는 반복적으로 행해지는 경우, 사업주가 사용자책임으로 피해 근로자에 대해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될 수도 있을 뿐 아니라 성희롱 행위자가 징계해고되지 않고 같은 직장에서 계속 근무하는 것이 성희롱 피해 근로자들의 고용환경을 감내할 수 없을 정도로 악화시키는 결과를 가져 올 수도 있으므로, 근로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이 있다고 보아 내린 징계해고처분은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가 아닌 한 쉽게 징계권을 남용하였다고 보아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8.7.10. 선고 2007두22498 판결 참조).

2) 판 단

앞서 인정한 사실에 을가 제5, 6호증, 을나 제6 내지 10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보태어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처분의 징계양정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가) 참가인 회사의 징계양정 세부기준에 따르면 단 한 차례의 성희롱으로도 최대 징계해직까지 가능하다(을나 제6 내지 9호증).

나) 특히 원고의 신체적 성희롱 행위는 신체 접촉의 경위, 부위, 횟수, 시간 등에 비추어 형법상 강제추행죄를 구성할 만큼 비위의 정도가 매우 무겁다.

다) 그럼에도 원고는 피해자의 피해 회복을 위하여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도리어 직장 내에서 피해자를 수개월간 따돌리는 행위를 하였으며, 피해자의 신고로 조사가 시작된 이후에도 ‘피해자가 원고를 음해하고 있다’는 취지의 2차 가해를 하고 있을 뿐, 피해자에게 진정으로 사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 않다.

위와 같은 원고의 태도로 말미암아 피해자는 성희롱을 당한 이래로 현재까지 3년이 넘게 흐르는 동안 계속하여 정신적 고통이 가중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라) 한편 참가인 회사도 원고를 비롯한 임·직원을 대상으로 직장 내 성희롱 및 괴롭힘 행위에 관한 유의사항을 공지하고 주기적으로 예방 교육을 실시하였다(을가 제5, 6호증).

그러나 원고는 이러한 참가인 회사의 각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상급자를 상대로 성희롱과 괴롭힘 행위를 연달아 저지름으로써 참가인 회사의 위계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하였다.

마) 참가인 회사는 동료의 가슴을 만지는 등의 신체적 성희롱을 범한 직원들에게 일관하여 징계해직 처분을 내림으로써, 그동안 성 관련 비위에 관하여 엄정한 태도를 유지하여 왔다(을나 제10호증).

따라서 종전 사례들과 비교하여 보았을 때,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처분이 형평에 어긋난다고 볼 수 없다.

바) 원고가 지금까지 징계를 받은 전력은 없더라도 이 사건의 징계사유들을 사실상 전면적으로 부인하고 있는 이상, 참가인 회사의 입장에서는 유사한 비위 행위의 재발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보인다. 그 밖에 원고에 대한 징계 수위를 반드시 감경하여야 할 특별한 사정을 찾아볼 수도 없다.

 

다. 소결론

이 사건 처분은 징계사유가 모두 인정되고 징계양정도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난 징계라고 할 수 없다. 이와 같은 결론을 내린 이 사건 재심판정에 어떠한 위법이 없다.

 

4.  결 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장낙원(재판장) 신수빈 정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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