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에서 말하는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경우란 연령에 따라 근로자를 다르게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아니하거나 달리 처우하는 경우에도 그 방법·정도 등이 적정하지 아니한 경우를 말한다.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임금을 정년 전까지 일정 기간 삭감하는 형태의 이른바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경우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어 그 조치가 무효인지 여부는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하여 사용되었는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5.26. 선고 2017다292343 판결 참조). 위 대법원 2017다292343 판결의 법리는 이른바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 사안에 관한 법리이나, 이 사건과 같은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 사안에 관하여도 하나의 참고기준이 될 수 있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강행법규인 「고령자고용법」을 위반한 ‘합리적인 이유 없는 연령차별’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이를 도입한 이 사건 각 노사합의가 현저히 합리성을 결하여 단체협약의 내재적 한계를 벗어났다고 볼 수도 없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22.6.16. 선고 2019가합592028 판결】

 

•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8민사부 판결

• 사 건 / 2019가합592028 임금

• 원 고 / 별지1 원고들 목록 기재와 같다.

• 피 고 / 주식회사 ○○○

• 변론종결 / 2022.03.29.

• 판결선고 / 2022.06.16.

 

<주 문>

1.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각 원고와 피고 사이에 생긴 각자의 소송비용은 각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는

가. 망 김○○의 소송수계인들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에게 별지2 표 ‘청구금액 합계’란 기재 각 돈,

나. 망 김○○의 소송수계인 원고 박○○에게 15,553,005원, 원고 김△◇, 김△□에게 각 10,368,670원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2019.1.1.부터 2022.3.25.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송달일까지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 유>

1.  기초 사실

 

가. 피고는 정보통신사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이다. 원고들은 1958년부터 1962년 사이에 출생한 사람들로, 피고 회사에 재직 중이거나 근로자로 근무하다 퇴직한 사람들 또는 퇴직 후 사망한 자의 상속인들이다.

나. 2014.4.8. 피고는 피고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 노동조합(이하 ‘○○노동조합’이라고만 한다)과 사업합리화, 특별명예퇴직 실시, 복지제도 변경에 관한 노사합의(이하 ‘2014.4.8.자 노사합의’라고 한다)를 하였는데, 그 중 특별명예퇴직에 관한 노사합의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2014.4.8.자 노사합의 당시 ○○노동조합이 사전에 조합원 총회를 개최하거나 조합원들의 의견을 청취한 사실은 없다. <다음 생략>

다. 2014.10.22. ○○노동조합 홈페이지에 “내년부터 임금피크제 시행하는지요”라는 질문이 게시되었다. 같은 날 ○○노동조합 측은 “아시다시피 2015.1.1.부터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기로 노사합의가 되었고, 현재 노사 간 견해차가 큰 관계로 세부 실행방안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피고 측과 충분한 논의를 통해 실행방안이 확정되면 조합원 총회를 거쳐 최종적으로 결정할 계획입니다.”라는 답변을 게시하였다.

라. 2015.2.24. 피고는 ○○노동조합과 정년연장 및 임금피크제 등의 구체적인 시행방안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내용의 노사합의(이하 ‘2015.2.24.자 노사합의’라고 하고, 2014.4.8.자 노사합의와 2015.2.24.자 노사합의를 통틀어 ‘이 사건 각 노사합의’라고 하며, 그중 임금피크제에 관한 내용을 ‘이 사건 임금피크제’라고 한다)를 하였다. 2015.2.24.자 노사합의 당시에도 2014.4.8.자 노사합의와 마찬가지로 ○○노동조합이 조합원 총회를 개최하는 등으로 사전에 조합원들의 의견을 청취하지는 않았다. <다음 생략>

마. 피고는 2015.2.24.자 노사합의를 반영하여 정년연장 및 임금피크제 시행을 내용으로 하는 「인사규정」 및 「보수규정」 개정안을 작성하고 2015.4.8. ○○노동조합의 동의를 받아 이를 시행하였다.

바. 한편 2014.7.4. ○○노동조합 조합원 226명은 ○○노동조합과 위원장 정○○, 위원장 정○○를 대리하여 각 노사합의서에 서명한 사업지원실장 한○○ 등을 상대로 이 사건 각 노사합의의 무효 확인 및 근로조건의 저하·조합원으로서 가지는 절차적 권리 침해 등으로 인한 정신적 손해의 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4가합35452호). 제1심법원은 2015.5.15. ① ○○노동조합 등을 상대로 이 사건 각 노사합의의 무효 확인 청구 부분은 확인의 이익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하고, ② ○○노동조합 위원장이 조합원 총회를 거치지 않고 각 노사합의를 체결한 것은 「○○노동조합규약」을 위반하여 조합원들의 절차적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는 이유로 ○○노동조합과 위원장 정○○, 사업지원실장 한○○에 대한 위자료 청구는 일부 인용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관련 항소와 상고가 모두 기각됨으로써 위 제1심판결은 확정되었다(서울고등법원 2015.12.16. 선고 2015나2026878 판결, 대법원 2018.7.26. 선고 2016다205908 판결, 이하 ‘선행 손해배상 사건’이라고 한다).

사. 이 사건에서 쟁점이 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고만 한다) 및 「○○노동조합 규약」은 다음과 같다. <다음 생략>

[인정 근거] 다툼 없거나 이 법원에 현저한 사실, 갑 제1 내지 4, 8호증, 을 제1, 2, 10, 11, 25, 26, 27호증(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들 청구의 요지

 

가.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무효이다.

1) 「노동조합법」 제16조제1항제3호 및「○○노동조합 규약」제21조제4호에 의하면, 이 사건 각 노사합의 체결은 ○○노동조합 총회의 의결사항이다. 그런데 ○○노동조합은 2014.4.8.자 노사합의에 관하여 조합원 총회 의결을 거치지 않았고, 2014.10.22. 노동조합 홈페이지를 통해 임금피크제에 관하여 “조합원 총회를 거쳐 최종적으로 결정”하겠다고 공지하였음에도 다시 조합원들의 신뢰를 배반하고 밀실 노사합의를 강행하여 2015.2.24.자 노사합의를 체결하였다. 결국 조합원 총회 의결을 거치지 않고 체결된 이 사건 각 노사합의는 무효이다.

2) 피고가 근로자들의 정년을 만 60세로 연장한 것은 2013.5.22.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고령자고용법」이라고만 한다)이 개정된 데 따른 당연한 의무 이행에 불과하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에 의하면 업무량·업무강도 등의 저감 없이 임금피크 기간 4년 동안 연 임금액의 100%(= 만 56세 10%, 만 57세 20%, 만 58세 30%, 만 59세 40%)가 삭감되는바, 이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임금피크 대상 근로자들을 차별하는 것으로 위법·무효이다. 또한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이 사건 각 노사합의는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것으로 현저히 합리성을 결하였을 뿐만 아니라 단체협약의 내재적 한계를 벗어나 무효이다.

3)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조합원들에게는 손해가 되고 피고에게는 이익이 되는 것으로, ○○노동조합 위원장은 조합원들이 아닌 피고의 이익을 도모할 목적으로 그 대표권을 남용하여 이 사건 각 노사합의를 체결하였다. 피고도 ○○노동조합 위원장의 대표권 남용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으므로, 이 점에서도 이 사건 각 노사합의는 무효이다.

 

나. 한편 이른바 ‘유리의 원칙’에 의하면, 피고와 ○○노동조합이 체결한 이 사건 각 노사합의로 원고들과 피고 사이의 개별 근로계약에서 정한 연봉을 삭감할 수도 없다.

 

다. 따라서 선택적으로, 다음과 같이 청구한다.

1) 피고는 무효인 이 사건 임금피크제에 따라 원고들에게 지급하지 아니한 미지급임금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미지급 임금 청구).

2) 피고는 위법·무효인 이 사건 임금피크제에 의하여 원고들에 대한 임금 지급 의무를 면하는 이득을 얻고 원고들에게 같은 액수 상당의 손해를 입혔으므로, 부당이득 내지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으로 미지급 임금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 상당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주위적으로 부당이득반환청구, 예비적으로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

 

3.  판단

 

원고들의 미지급 임금 청구, 부당이득반환청구,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를 함께 판단한다.

 

가. ‘조합원 총회 의결’이 이 사건 각 노사합의의 효력 요건인지

1) 관련 법리

가) 단체협약은 노동조합이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와 근로조건 기타 노사관계에서 발생하는 사항에 관한 합의를 문서로 작성하여 당사자 쌍방이 서명날인 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이고, 그 합의가 반드시 정식의 단체교섭절차를 거쳐서 이루어져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노동조합과 사용자 사이에 근로조건 기타 노사관계에 관한 합의가 노사협의회의 협의를 거쳐서 성립되었더라도, 당사자 쌍방이 이를 단체협약으로 할 의사로 문서로 작성하여 당사자 쌍방의 대표자가 각 노동조합과 사용자를 대표하여 서명날인 하는 등으로 단체협약의 실질적·형식적 요건을 갖추었다면 이는 단체협약이라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5.3.11. 선고 2003다27429 판결 참조).

나) 노동조합이 조합원들의 의사를 반영하고 대표자의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 체결 업무 수행에 대한 적절한 통제를 위하여 규약 등에서 내부 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등 대표자의 단체협약체결권한의 행사를 절차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그것이 단체협약 체결권한을 전면적·포괄적으로 제한하는 것이 아닌 이상 허용된다. 노동조합의 대표자가 위와 같이 조합원들의 의사를 결집·반영하기 위하여 마련한 내부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아니한 채 조합원의 중요한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 등에 관하여 만연히 사용자와 단체협약을 체결하였고, 그 단체협약의 효력이 조합원들에게 미치게 되면, 이러한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보호되는 조합원의 단결권 또는 노동조합의 의사 형성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침해하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대법원 2018.7.26. 선고 2016다205908 판결 참조).

다) 그러나 노동조합의 대표자가 단체교섭의 결과에 따라 사용자와 단체협약의 내용을 합의한 후 다시 협약안의 가부에 관하여 조합원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만 한다는 것은 대표자의 단체협약체결권한을 전면적, 포괄적으로 제한함으로써 사실상 단체협약체결권한을 형해화하여 명목에 불과한 것으로 만드는 것이어서 「노동조합법」 제29조제1항에 반한다(대법원 1993.4.27. 선고 91누12257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그러므로 단체협약 체결 전에 조합원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는 규약이 있더라도 위와 같은 규약상 대표권의 제한은 노동조합의 대표자가 노동조합을 대표하여 체결한 단체협약의 효력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대법원 2005.3.11. 선고 2003다27429 판결 법리 참조).

2) 구체적인 판단

가) ① ○○노동조합의 대표자 위원장 정○○가 이 사건 각 노사합의를 체결하면서(피고 측에서는 대표이사를 대리하여 피고의 임원이, ○○노동조합 측에서는 위원장 정○○를 대리하여 사업지원실장 한○○이 각 서명하였다) 조합원 총회 의결 등의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은 사실, ② 선행 손해배상 사건에서 위와 같은 절차 위반을 이유로 ○○노동조합 및 정○○·한○○에 대하여 조합원들에 대한 손해배상의무를 인정한 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된 사실에 관하여는, 당사자들 사이에 다툼이 없다.

나) 그러나 원고들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각 노사합의는 피고와 ○○노동조합이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을 문서로 작성하여 당사자 쌍방이 서명한 것으로 단체협약으로서의 실질적·형식적 요건을 모두 갖추었음은 분명하다.

다) 위 인정 사실에 갑 제9, 11, 12호증, 을 제3, 4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보태어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2014.4.8.자 노사합의가 체결된 직후 그에 따른 특별명예퇴직 실시·임금피크제 도입 등의 내용이 피고의 전 직원에게 공지되었는데, 그 이후 2014.11.19. 실시된 ○○노동조합 위원장 선거에서 정○○가 71.47%의 득표율로 다시 위원장에 당선된 점(그 득표율에 비추어 대다수의 ○○노동조합 조합원들은 2014.4.8.자 노사합의를 사실상 추인하였다고 볼 여지도 크다), ② 2014.4.8.자 노사합의에 의하면 임금피크제 도입은 확정된 사항이었고 다만 세부기준에 관한 합의만이 남아 있었던 점, ③ 피고와 ○○노동조합은 2014.12.23.부터 2015.2.24.까지 6차례 노사상생협의회를 개최하여 임금피크제의 적용연령과 감액률, 시행시기 등 구체적인 내용에 관하여 협의해 왔고, 마지막 노사상생협의회 개최일인 2015.2.24. 노사합의에 이르게 된 점, ④ ○○노동조합 홈페이지에 게시된 답변글에 피고나 ○○노동조합을 구속하는 법적인 효력이 있다고 인정하기는 어려운 점 등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이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피고의 대표자와 ○○노동조합의 대표자가 체결한 이 사건 각 노사합의의 효력을 부정할 수 없다.

라) 결국 이 사건 각 노사합의가 조합원 총회 의결을 거치지 않았으므로 「노동조합법」 제16조제1항제3호에서 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무효라는 원고들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나.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합리적인 이유 없는 연령차별에 해당하고, 이를 도입한 이 사건 각 노사합의는 단체협약의 내재적 한계를 벗어나 무효인지

1) 관련 법리

가) 협약 자치의 원칙상 노동조합은 사용자와 근로조건을 유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뿐만 아니라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으므로,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하여 노동조합의 목적을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노사 간의 합의를 무효라고 볼 수는 없고, 노동조합으로서는 그러한 합의를 위하여 사전에 근로자들로부터 개별적인 동의나 수권을 받을 필요가 없으며, 단체협약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하였는지는 단체협약의 내용과 그 체결경위, 당시 사용자 측의 경영상태 등 여러 사정에 비추어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14.9.4. 선고 2012다35309 판결 등 참조).

나) 한편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제1항에서 말하는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경우란 연령에 따라 근로자를 다르게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아니하거나 달리 처우하는 경우에도 그 방법·정도 등이 적정하지 아니한 경우를 말한다.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임금을 정년 전까지 일정 기간 삭감하는 형태의 이른바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경우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어 그 조치가 무효인지 여부는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하여 사용되었는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5.26. 선고 2017다292343 판결 참조). 위 대법원 2017다292343 판결의 법리는 이른바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 사안에 관한 법리이나, 이 사건과 같은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 사안에 관하여도 하나의 참고기준이 될 수 있다.

2) 구체적인 판단

기초 사실에 갑 제4, 19호증, 을 제5, 6, 7, 8, 21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보태어 인정할 수 있는 다음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강행법규인 「고령자고용법」을 위반한 ‘합리적인 이유 없는 연령차별’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이를 도입한 이 사건 각 노사합의가 현저히 합리성을 결하여 단체협약의 내재적 한계를 벗어났다고 볼 수도 없다. 이 부분 원고들의 주장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가) 「고령자고용법」 개정에 따른 정년연장 및 임금체계 개편 조치 의무

(1) 「고령자고용법」은 2013.5.22. 법률 제11791호로 개정되었다. 그 주요골자는 근로능력이 있는 근로자의 일할 기회를 보장하기 위하여 사업주로 하여금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도록 의무화하되(제19조), 사업주와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으로 하여금 정년연장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 등의 조치를 하도록 한 것이다(제19조의2). 정년연장에 따라 사업주의 재정적 부담이 증가할 것은 당연히 예상되는바, 기존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 - 신규 채용의 감축 등의 반작용을 방지하기 위하여 임금체계 개편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이를 사업주뿐만 아니라 노동조합의 의무로도 규정한 것이다. 실제로 제315회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의 2013.4.23.자 회의록을 살펴보면(을 제6호증 40쪽), 임금체계 개편 등에 관한 제19조의2는 정년연장에 따른 사업주의 부담을 경감하려는 취지에서 신설된 조항으로 입법자는 임금의 조정 즉 삭감까지도 예정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정년연장에 따른 편익뿐만 아니라 사회적 비용도 노사 간에 분담하여야 한다는 것이 정년연장의 당연한 전제가 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2) 「고용보험법」 역시 「고령자고용법」 개정에 따른 정년연장이 시행되기 전부터 정년연장에 따른 임금 삭감 등을 예정하고 이에 대한 정부의 지원 조치에 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있었다(「고용보험법」 제23조, 같은 법 시행령 제28조 참조). 나아가 2015.12.4. 대통령령 제26690호로 개정된 「고용보험법 시행령」에서는 제28조의2를 신설하여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한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55세 이후부터 임금을 감액하는 제도를 시행하는 경우 2018.12.31.까지 일정한 지원금을 지원하도록 하였다. 이처럼 관련 법령에서는 정년 60세 연장에 대응하여 일정 연령에 도달한 근로자들의 임금을 삭감하는 임금피크제와 같은 임금체계 개편을 이미 예정하고 있었다.

나) 피고의 경영상태에 비추어 본 임금피크제의 도입 필요성

(1) 2014.4.8.자 노사합의 당시 피고 회사에 근무하던 직원 3만 2,000여 명 중 15년 이상 근무한 직원의 수는 2만 3,000여 명에 이르렀다(을 제5호증의 2). 이에 2014.4.8.자 노사합의에 따라 실시된 특별명예퇴직으로 8,356명이 퇴직하였으나(을 제5호증의 1), 위와 같은 명예퇴직에도 불구하고 2015.2.24.자 노사합의 무렵 피고 회사에 근무하던 22,908명 중 79.4%에 이르는 18,185명이 40대 이상이었고, 50대 이상 근로자의 비중도 30.3%에 이르렀다. <표 생략>

(2) 한편 이 사건 각 노사합의 무렵인 2012년부터 2014년까지 피고의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은 다음과 같은바(을 제21호증 285, 286쪽), 피고의 경영사정은 매년 악화되었고 그 정도도 급격히 심화되고 있었다. <표 생략>

(3) 위와 같은 피고 회사의 인력구조 및 경영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볼 때, 피고로서는 「고령자고용법」 개정에 따른 정년연장에 대응하여 임금피크제 등을 실시함으로써 인건비를 절감할 절박한 필요가 있었다고 보인다. 나아가 2015.2.24.자 노사합의 당시 피고 회사의 인력구조에 비추어 볼 때, 2014년도에 많은 근로자들이 명예퇴직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임금피크제 실시의 사유가 소멸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

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 대상 근로자들이 입게 되는 불이익의 정도

(1)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고령자고용법」 제19조의2가 예정한 임금체계 개편의 일환으로서 「고령자고용법」 제19조에 의한 정년연장과 표리의 관계에 있다. 따라서 정년연장과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전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하지 아니하고 이 사건 임금피크제만을 분리하여 근로자들에게 일방적으로 불이익한 조치 혹은 연령차별이라고 주장하는 원고들의 관점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2)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정년을 만 58세에서 만 60세로 연장하면서 임금피크 기간 4년 동안(만 56~59세) 연 임금액의 100%(= 만 56세 10% + 만 57세 20% + 만 58세 30% + 만 59세 40%) 가량을 삭감하는 것이다. 정년연장 및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을 전후로 근로자들이 지급받을 수 있는 임금을 비교하면 다음과 같은바, 결국 근로자들은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에도 불구하고 ‘임금 총액’의 측면에서는 더 많은 액수를 지급받게 되었다. 결국 근로자들이 이 사건 임금피크제로 인하여 ‘적극적인 손해’를 입게 되었다고 단정하기는 부족하다. <표 생략>

(3) 나아가 연도별 임금삭감률을 보더라도, 연 10~40%의 삭감률은 피고와 ○○노동조합이 자율적으로 합의할 수 있는 범위 내의 비율로 보이고, 그것이 임금피크 대상 근로자들에게 도저히 참을 수 없을 정도의 일방적 불이익을 강요하는 것으로서 현저히 불합리하여 단체협약의 내재적 한계를 벗어났다고 평가하기는 부족하다.

(4) 한편 임금피크 대상 근로자들에 대한 급식통근비, 통신지원금, 의료비, 상조지원금, 복지포인트 등의 복리후생은 그대로 유지되었다는 점도 참작할 필요가 있다.

라)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감액된 인건비의 사용처 등에 관하여

(1) 원고들은 임금 삭감에도 불구하고 임금피크 기간 동안 업무량이나 업무강도 등이 저감되지 않았음을 들어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합리적인 이유 없는 연령차별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과 같이 정년연장에 연계하여 임금피크제가 실시된 사안에 있어서는, 정년연장 자체가 임금 삭감에 대응하는 가장 중요한 보상이고, 연장된 근로기간에 대하여 지급되는 임금이 감액된 인건비의 가장 중요한 사용처라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업무량이나 업무강도 등에 관한 명시적인 저감조치가 없었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합리적인 이유 없는 연령차별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2) 또한 앞서 본 바와 같이 「고용보험법 시행령」 제28조의2는 정부로 하여금 임금피크제를 실시하는 사업장에 대하여 일정한 지원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이에 따라 원고들은 고용안정센터로부터 합계 95억 원이 넘는 지원금을 지급받았다. 위 지원금이 임금피크제 실시에 대하여 지급된 돈임이 명백한 이상, 그 지급 주체가 피고가 아닌 정부라는 사정만으로는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對償) 조치로서의 성격을 부정할 수 없다.

(3) 한편 2015.2.24.자 노사합의에서는 ① 임금피크 대상 근로자들에 대하여 지속적 동기부여를 위해 인사평가등급에 따른 성과보상금을 정액으로 지급하기로 하였고, ② 정년퇴직한 근로자들 중 일부를 선발 심사하여 피고 또는 그룹사에 재취업토록 하는 ‘정년퇴직 후 재고용제도(시니어 컨설턴트, Senior Consultant)’를 도입하였으며, ③ 매년 일정금액의 재원을 확보하여 ‘직원 가족사랑 프로그램(우리가족 孝사랑 휴가)’을 시행하기로 하는 등 임금 삭감에 대한 추가적인 보상 조치를 마련하기도 하였다.

 

다. 이 사건 각 노사합의가 대표권 남용행위에 해당하여 무효인지

1) 대표이사가 대표권의 범위 내에서 한 행위는 설사 대표이사가 회사의 영리목적과 관계없이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할 목적으로 그 권한을 남용한 것이라 할지라도 일단 회사의 행위로서 유효하고, 다만 그 행위의 상대방이 대표이사의 진의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는 회사에 대하여 무효가 된다(대법원 2004.3.26. 선고 2003다34045 판결 참조). 위 법리는 노동조합의 대표자가 자기 또는 사용자의 이익을 도모할 목적으로 그 대표권을 남용한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2) ○○노동조합 위원장 정○○가 ○○노동조합을 대표하여 이 사건 각 노사합의를 체결하면서 조합원 총회 의결을 거치지 않았고, 이는 조합원들의 절차적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 조합원들에 대한 불법행위에 해당할 수 있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3) 그러나 위 법리에 비추어 보건대, ‘조합원들의 절차적 권리를 침해한 행위’와 ‘노동조합이 아닌 피고의 이익만을 위해 대표권을 남용한 행위’는 구분되어야 한다. 앞서 인정한 사실 및 거시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보태어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정년연장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 조치 의무는 사업주뿐만 아니라 ○○노동조합의 의무이기도 한 점, ② 2014년 당시 피고의 인력구조 및 경영사정이 계속 악화되고 있었다는 점은 객관적으로 명백하였던 점, ③ 임금피크제 도입을 합의한 2014.4.8.자 노사합의 이후인 2014.11.19. 정○○가 71.47%의 득표율로 다시 위원장에 당선된 점, ④ 피고와 ○○노동조합은 재당선된 정○○를 주축으로 하여 2014.12.23.부터 2015.2.24.까지 6차례 노사상생협의회를 개최하여 임금피크제의 구체적인 내용에 관하여 협의해 왔고, 위 노사상생협의회에는 ○○노동조합 간부 8명이 교섭위원으로서 참석한 점, ⑤ 위와 같은 협의 과정에서 임금삭감률이 피고가 제시한 합계 140%(= 만 56세 20% + 만 57세 30% + 만 58세 40% + 만 59세 50%)에서 합계 100%로 감소하는 등의 성과도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을 제3호증 2쪽), ⑥ 2015.2.24.자 노사합의에서는 임금피크제 실시와 함께 성과보상금 정액 지급, 정년퇴직 후 재고용제도 도입, 직원 가족사랑 프로그램 시행 등도 합의한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노동조합 위원장 정○○가 ○○노동조합이 아닌 오직 피고의 이익만을 도모할 목적으로 대표권을 남용하여 이 사건 각 노사합의를 체결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4) 결국 이 사건 각 노사합의가 대표권 남용행위에 해당하여 무효라는 원고들의 주장도 이유 없다.

 

라. 유리의 원칙 주장에 관하여

1) 「근로기준법」 제94조가 정하는 집단적 동의는 취업규칙의 유효한 변경을 위한 요건에 불과하므로, 취업규칙이 집단적 동의를 받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된 경우에도 「근로기준법」 제4조가 정하는 근로조건 자유결정의 원칙은 여전히 지켜져야 한다. 따라서 근로자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변경된 취업규칙은 집단적 동의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보다 유리한 근로조건을 정한 기존의 개별 근로계약 부분에 우선하는 효력을 갖는다고 할 수 없다. 이 경우에도 근로계약의 내용은 유효하게 존속하고, 변경된 취업규칙의 기준에 의하여 유리한 근로계약의 내용을 변경할 수 없으며, 근로자의 개별적 동의가 없는 한 취업규칙보다 유리한 근로계약의 내용이 우선하여 적용된다(대법원 2019.11.14. 선고 2018다200709 판결, 대법원 2022.1.13. 선고 2020다232136 판결 참조).

2) 위와 같은 법리(이른바 ‘유리의 원칙’)는 불리하게 변경된 취업규칙보다 유리한 근로조건을 정한 개별 근로계약이 존재하는 경우를 전제하는 것인데,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단체협약 내지 취업규칙과는 다른 내용의 개별 근로계약 내지 연봉계약이 체결되어 왔다고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오히려 원고들은 매년 「보수규정」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 임금을 지급받아 온 것으로 보일 뿐이다). 따라서 ‘유리의 원칙’을 내세워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적용을 부정하는 원고들의 주장도 이유 없다.

 

마. 소결론

이 사건 각 노사합의가 무효라는 원고들의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들의 미지급 임금 청구 내지 그 상당액의 부당이득반환청구,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는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

 

4.  결론

 

원고들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기각한다.

 

판사 이기선(재판장) 현재언 최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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