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국어학원을 운영하는 원장인 피고인이 강사들의 급여에 관한 사업소득세 원천징수, 4대 보험 미가입, 자율권 부여 등을 들어 개인사업자로 인식하였다고 주장하며 근로자성을 인식하지 못하였고, 위약금 조항에 기하여 퇴직 전 마지막 달 급여를 상계처리하였다고 주장한 사안에서, 피고인이 강사들을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로 인식하지 않은 데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위약금 약정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고 사용자의 상계처리도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으므로, 위약금 조항에 근거하여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데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아, 피고인에게 근로기준법 위반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파기함.


【대법원 2022.5.26. 선고 2022도2188 판결】

 

• 대법원 제1부 판결

• 사 건 / 2022도2188 근로기준법위반

• 피고인 / 피고인

• 상고인 / 검사

• 원심판결 / 서울북부지방법원 2022.1.21. 선고 2021노1015 판결

• 판결선고 / 2022.05.26.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북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학원명 생략) 대표자로서 상시근로자 5명을 사용하여 학원업을 운영하는 사용자이다. 피고인은 2019.5.21.부터 2020.5.31.까지 위 사업장에서 근무하다가 퇴직한 근로자 공소외 1의 2020.5.분 임금 5,115,779원을 비롯하여 공소외 2, 공소외 3 등 퇴직근로자 3명(이하 ’공소외 1 등‘이라 한다)의 2020.5.분 임금 합계 12,115,779원을 당사자 사이에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각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않았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공소외 1 등이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인 피고인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에 해당하기는 하지만,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공소외 1 등에게 2020.5.분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으므로 피고인에게 근로기준법 위반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가. 공소외 1은 고정급이 아닌 비율제 보수를 받아 왔고, 공소외 2, 공소외 3도 일정액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하여는 비율제 보수를 받아 왔다.

나. 공소외 1 등은 수업 관리에 관하여 상당한 자율권이 있었고, 피고인은 그들로부터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다.

다. 공소외 1 등에게 적용된 취업규칙 또는 복무규정 등이 없었고, 피고인이 공소외 1 등의 출퇴근이나 근로시간을 엄격하게 통제하였다는 사정이 없었으며, 계약서에도 공소외 1 등에게 과외 등의 수업을 하면서 독립적인 영업을 할 수 있도록 정하였다.

라. 공소외 1 등의 근로관계는 일반적인 근로자가 아닌 독립된 사업자로서의 징표도 상당 부분 있었으므로, 전문적인 법률지식이 없었던 피고인이 공소외 1 등을 근로자로 인식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마. 피고인은 계약서에 명시한 위약금 조항을 이유로 공소외 1 등이 퇴사한 달에 발생한 2020.5.분 임금의 지급만 거절하였고, 그 이전까지의 임금은 모두 지급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다면 사용자가 그 임금 등을 지급하지 않은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하므로, 사용자에게 근로기준법 제109조제1항, 제36조 위반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지 여부는 사용자의 지급거절 이유와 그 지급의무의 근거, 사용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조직과 규모, 사업 목적 등 여러 사항, 그 밖에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한 다툼 당시의 여러 사정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7.6.28. 선고 2007도1539 판결, 대법원 2017.7.11. 선고 2017도4343 판결 등 참조).

 

나.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여러 사정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이 공소외 1 등에 대한 2020.5.분 임금 지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없는 이상 이를 지급하지 않은 데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피고인에게 근로기준법 위반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피고인이 공소외 1 등과 작성한 계약서에는 공소외 1 등을 ’근로자‘라고 명시하였고, 근로시간, 퇴직 및 해고 등에 관한 규정을 두었다. 근로자 중 공소외 1이 수업 관리에 관하여 어느 정도의 권한을 가지고 있었으나, 그 최종적인 결정권은 피고인에게 있었고, 피고인은 공소외 1 등에게 학원생들의 학습 진도사항 등 학원생 관리에 관하여 구체적 지시를 하였다. 근로자 중 공소외 2와 공소외 3이 시험기간 동안 수업을 몰아서 하고 나머지 근로기간 중 각 4일과 3일을 출근하지 않자, 피고인은 이를 질책하면서 결근 일수에 하루 수당을 곱한 금액을 급여에서 공제할 것을 요구하였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공소외 1 등을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로 인식하지 않은 데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2) 피고인은 공소외 1 등과 체결한 계약에 따라 그들에게 2020.5. 근무로 인한 급여를 지급할 의무를 부담하므로, 피고인이 공소외 1 등을 근로자로 인식하지 않았다는 사정이 2020.5.분 임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정당한 근거가 될 수 없다.

3) 피고인은 ’공소외 1 등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하게 될 경우 피고인에게 1개월 급여에 해당하는 금액을 위약금으로 지불한다‘는 내용의 위약금 조항에 근거하여 공소 외 1 등에 대한 2020.5.분 임금 지급을 거절하였다. 그러나 근로기준법 제20조는 “사용자는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에 반하여 약정한 근무기간 이전에 퇴직할 경우 사용자에게 어떤 손해가 어느 정도 발생하였는지를 묻지 않고 곧바로 소정의 금액을 사용자에게 지급하기로 하는 약정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 그리고 근로자에 대한 임금은 직접 근로자에게 전액을 지급하여야 하므로 초과지급된 임금의 반환채권을 제외하고는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하여 가지는 대출금이나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채권으로써 근로자의 임금채권과 상계를 하지 못한다(대법원 1995.12.21. 선고 94다26721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7.7.11. 선고 2017도4343 판결 등 참조). 따라서 피고인이 위 위약금 조항에 근거하여 2020.5.분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데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다. 그런데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에게 근로기준법 위반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 판결에는 임금 미지급으로 인한 근로기준법 위반죄의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태악(재판장) 박정화(주심) 김선수 오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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