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구조조정이나 합병 등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경영주체의 경영상 조치가 노동쟁의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 여부(한정 적극)

[2]쟁의행위에서 추구되는 목적이 여러 가지이고 그 중 일부가 정당하지 못한 경우, 쟁의행위 전체의 정당성의 판단 기준

[3]한국과학기술원 지부 노조원들의 쟁의행위에 대하여 주된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한 사례

[4]불법파업으로 인한 업무방해죄와 손괴죄를 실체적 경합범으로 처단한 사례

 

<판결요지>

[1]정리해고나 부서·조직의 통폐합 등 구조조정의 실시 여부는 경영주체에 의한 고도의 경영상 결단에 속하는 사항으로서 이는 원칙적으로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고, 그것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나 합리적인 이유 없이 불순한 의도로 추진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노동조합이 실질적으로 그 실시 자체를 반대하기 위하여 쟁의행위에 나아간다면, 비록 그 실시로 인하여 근로자들의 지위나 근로조건의 변경이 필연적으로 수반된다 하더라도 그 쟁의행위는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

[2]쟁의행위에서 추구되는 목적이 여러 가지이고 그 중 일부가 정당하지 못한 경우에는 주된 목적 내지 진정한 목적의 당부에 의하여 그 쟁의목적의 당부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고, 부당한 요구사항을 뺐더라면 쟁의행위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쟁의행위 전체가 정당성을 갖지 못한다고 보아야 한다.

[3]한국과학기술원 지부 노조원들의 쟁의행위의 주된 목적이 과학기술원의 시설부문 민영화계획 저지에 있었다고 보아 쟁의행위의 주된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한 사례.

[4]불법파업으로 인한 업무방해죄와 손괴죄를 실체적 경합범으로 처단한 사례.

 

◆ 대법원 2003.12.26. 선고 2001도3380 판결[업무방해·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

♣ 피고인 / 피고인 1 외 2인

♣ 상고인 / 피고인들

♣ 원심판결 / 대전지법 2001.6.14. 선고 2001노759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 도과 후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피고인들의 쟁의행위의 주된 목적에 관하여

 

정리해고나 부서·조직의 통폐합 등 구조조정의 실시 여부는 경영주체에 의한 고도의 경영상 결단에 속하는 사항으로서 이는 원칙적으로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고, 그것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나 합리적인 이유 없이 불순한 의도로 추진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노동조합이 실질적으로 그 실시 자체를 반대하기 위하여 쟁의행위에 나아간다면, 비록 그 실시로 인하여 근로자들의 지위나 근로조건의 변경이 필연적으로 수반된다 하더라도 그 쟁의행위는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 한편, 쟁의행위에서 추구되는 목적이 여러 가지이고 그 중 일부가 정당하지 못한 경우에는 주된 목적 내지 진정한 목적의 당부에 의하여 그 쟁의목적의 당부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고, 부당한 요구사항을 뺐더라면 쟁의행위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쟁의행위 전체가 정당성을 갖지 못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2.2.26. 선고 99도5380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의 채용증거들을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전국과학기술노동조합(아래에서는 ‘과학기술노조’라고 한다) 산하 한국과학기술원 지부(아래에서는 ‘과학기술원지부’라고 한다)는 2000.3.경부터 같은 해 9.경까지 사용자측과 단체협약 유효기간 만료에 따른 단체협약 체결과 임금협상을 위한 단체교섭을 벌였음에도 완전한 타결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가, 정부가 2000.10. 들어 1999.12.경부터 추진하기 시작한 정부보조기관 등 경영혁신 추진계획 중 한국과학기술원(아래에서는 ‘과학기술원’이라고 한다)의 전기·기계 등 각종 시설관리 부문의 민영화·민간위탁 계획(아래에서는 ‘시설부문 민영화계획’이라고 한다)을 2000. 말까지 서둘러 마무리하기로 결정하고 과학기술원도 정부출연연구기관으로서 예산절감을 통한 경영합리화를 도모하려는 정부의 방침에 따르기로 하여 노조측에 그 구체적인 절차에 관하여 협의를 요청한 뒤부터, 노조측이 본격적으로 시설부문 민영화계획에 반대하여 전면파업을 비롯한 이 사건 각 쟁의행위를 일으켰음을 알 수 있고, 노조측 발행의 각종 유인물(노조속보·보도자료·성명서 등)을 보면 과학기술원 시설부문 민영화계획을 정부출연연구기관의 구조조정과 정리해고의 시발점으로 파악하여 그 계획을 철회시키기 위하여 과학기술원 현장을 중심으로 이 사건 각 쟁의행위를 일으켰음을 알 수 있으며, 피고인들도 수사과정에서 과학기술원의 시설부문 민영화계획의 추진을 저지하여 노조원들의 고용안정을 도모하기 위하여 이 사건 각 쟁의행위를 일으켰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음을 알 수 있으므로, 피고인들이 이 사건 각 쟁의행위에 이르게 된 위와 같은 경위와 쟁의행위 당시의 상황 등을 종합하면, 적어도 과학기술원의 시설부문 민영화계획을 2000. 말까지 마무리하기로 하는 결정이 있은 뒤에는 비록 임금의 개선이라는 목적이 전혀 없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피고인들의 이 사건 각 쟁의행위의 주된 목적은 과학기술원의 시설부문 민영화계획 저지에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고, 과학기술원의 시설부문 민영화계획이 경영상의 필요나 합리적인 이유 없이 결정되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법리에 따라 피고인들의 이 사건 각 쟁의행위의 주된 목적은 그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없다.

 

따라서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피고인들이 과학기술원의 시설부문 민영화계획 자체에 반대하여 행한 이 사건 각 쟁의행위의 목적은 정당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항소이유를 오해하거나 쟁의행위의 주된 목적에 관한 사실오인 또는 심리미진, 쟁의행위의 정당성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이 부분 상고이유는 받아들일 수 없다.

 

2. 피고인 1의 공모 여부에 관하여

 

원심판결의 채용증거들을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 1이 위원장인 과학기술노조가 과학기술원지부 노조원들에게 구체적인 쟁의행위 지침을 승인하고 하달한 경위 및 피고인 1이 과학기술노조 간부들과 함께 과학기술원 원장실을 점거하는 등 과학기술원에서 발생한 쟁의행위에 적극 개입한 경위 등에 비추어 볼 때, 원심이, 과학기술원지부 노조원들이 과학기술원 건물의 난방공급을 중단하여 각종 시설물과 장비들을 손괴하고 건물 안 사무실을 돌아다니면서 욕설과 소음으로 비노조원들의 업무를 방해하였다는 등 제1심판결 제1항의 각 호 판시의 범죄사실들에 관하여 피고인 1이 나머지 피고인들 및 과학기술원지부 간부들과 공모하였다고 인정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하거나 심리미진 또는 공동정범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이 부분 상고이유도 받아들일 수 없다.

 

3. 불법파업으로 인한 업무방해죄와 손괴죄 사이의 죄수 문제에 관하여

 

피고인들이 2000.12.13.부터 2001.1.31.까지 노조원들로 하여금 전면파업에 돌입하게 하여 위력으로 과학기술원의 업무를 방해하였다는 범죄사실과 2000.12.13.부터 2001.1.19.까지 난방공급을 중단하여 각종 장비를 손괴하였다는 범죄사실은 업무방해의 포괄일죄 또는 상상적 경합범의 관계에 있다는 주장은, 피고인들이 항소심까지 다투지 않다가 상고이유서 제출기간도 지난 후 상고이유보충서에서 비로소 주장된 것이므로 적법한 상고이유가 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원심과 제1심은, 2000.11.22.부터 2001.1.19. 사이에 발생한 수차에 걸친 난방공급 중단에 따른 각종 시설물과 장비 손괴의 범죄사실을 2000.12.13.부터 2001.1.31.까지의 전면파업을 통한 과학기술원 업무방해의 범죄사실과 실체적 경합범으로 처단한 것인데, 원심판결의 채용증거들을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는 업무방해의 포괄일죄나 상상적 경합범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죄수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이 부분 상고이유 또한 받아들일 수 없다.

 

4.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용담(재판장) 유지담 배기원(주심) 이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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