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변리사 사무실에서 근무하던 특허명세사가 업무회의 도중에 ‘해고 대상 1순위가 될 수도 있다’는 사업주의 질책을 받고 20여 분만에 뇌지주막하 출혈을 일으켜 사망한 사안에서, 비록 망인의 초과근무시간이 객관적으로 확인되지는 않았으나, 망인은 퇴근하여 자택에 귀가한 뒤에도 업무에 대한 연구와 고민을 거듭하면서 항시 정신적인 긴장을 유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망인은 기본적인 특허 명세서 작성에 더하여 외국어 번역, 도면 작성, 수수료 청구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한 점, 특히 고객에 대한 수수료 청구 업무는 내성적인 성격의 망인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였을 것이라 짐작되는 점, 망인은 고객의 요구에 응하여 수수료를 할인하려 주려고 하였으나, 그때마다 사업주와 갈등을 빚어온 점, 사업주가 업무회의에서 망인에게 한 질책의 내용, 질책과 상병 발생 사이의 시간적 간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망인의 업무에서 비롯된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상병 발생의 중요한 원인이 되었다고 보아 망인의 사망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한 판결.


【서울행정법원 2021.4.1. 선고 2019구합90845 판결】

 

• 서울행정법원 제13부 판결

• 사 건 / 2019구합90845 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 원 고 /

• 피 고 / 근로복지공단

• 변론종결 / 2021.03.04.

• 판결선고 / 2021.04.01.

 

<주 문>

1. 피고가 2019.3.5. 원고에게 내린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가. 망 A(1958.*.**.생 남자, 이하 ‘망인’이라고 한다)은 2015.6.1.부터 B(이하 ‘이 사건 사업장’이라고 한다)에서 특허명세사로 근무하였다.

나. 망인은 2018.4.12. 12:00경 이 사건 사업장에서 업무회의를 마친 후 어지러움과 구토 증상을 보였고, 같은 날 12:19경 C대학교병원을 거쳐 D대학교병원으로 이송되어 수술을 받았으나, 2018.4.21. 16:32경 뇌지주막하 출혈(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고 한다)로 사망하였다.

다. 망인의 배우자인 원고는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피고에게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망인의 사망 원인이 된 이 사건 상병은 업무보다는 개인질환에 의하여 발병하였을 가능성이 크므로, 이 사건 상병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라는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심의결과에 따라 2019.3.5. 원고에게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거부하는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고 한다)을 내렸다.

라. 원고는 이 사건 처분에 불복하여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에 재심사청구를 하였으나, 위 재심사위원회는 2019.9.27. 원고의 재심사청구를 기각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18, 19, 21호증(가지번호 있는 경우 각 가지 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망인은 사무실 뿐 아니라 자택에서도 근무를 하여 1주당 평균 업무시간이 52시간을 넘었고, 업무의 특성상 정신적인 긴장이 지속될 수밖에 없었으며, 업무회의에서 사업주로부터 돌연 심한 질책을 받은 직후에 이 사건 상병이 발생하여 사망에 이른 것이므로,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

 

3.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관련 법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4조제1호 소정의 업무상 재해라고 함은 근로자의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질병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이 경우 근로자의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하여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입증하여야 하지만, ①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②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입증이 되었다고 보아야 하고, ③ 또한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기초질병이나 기존질병이 직무의 과중 등이 원인이 되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된 때에도 그 입증이 된 경우에 포함되는 것이며, ④ 업무와 질병과의 인과관계의 유무는 보통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7.4.12. 선고 2006두4912 판결 등 참조).

 

나. 인정사실

1) 망인의 근무에 관한 기본 사항

가) 종전 이력: 1990.7.1.부터 변리사 사무실에서 특허명세사로 근무

나) 이 사건 사업장 입사일: 2015.6.1.

다) 소속부서, 직종 및 직위: 명세부 전자팀, 특허명세사, 부장

라) 근로계약상 근로시간: 09:00~18:00(주 5일 근무, 휴무일: 매주 토·일요일, 공휴일, 1월 2일, 5월 1일, 12월 31일)

2) 망인의 구체적인 업무

가) 국내 특허 명세서 및 의견서 작성

- 특허명세사 본연의 업무에 해당

나) 특허 명세서 등 서류의 외국어 작성 및 번역

- 본래 외주 업체에 맡겨야 하나 이 사건 사업장의 경비절감을 위하여 망인이 직접 담당

다) 도면 작성

- 도면사가 도면을 작성하는 것이 원칙이나 위 작업 역시 망인이 담당

라) 고객에 대한 수수료 비용 청구

- 망인은 이 사건 사업장에 입사하기 전까지 특허명세사로 일하면서 해당 업무는 맡은 경험이 없음

3) 망인의 기간별 업무시간 및 휴무일

가) 발병 전 1주간: 27시간 23분(0.5일 휴무)

나) 발병 전 4주간의 1주 평균 근무시간: 38시간 5분(9일 휴무)

다) 발병 전 12주간의 1주 평균 근무시간: 36시간 5분(1개월 평균 10일 휴무)

4) 망인과 사업주(이 사건 사업장의 대표변리사) 사이의 갈등

사업주는 고객으로부터 계약에 정한 수수료를 정확하게 지급받는 것을 운영원칙으로 삼은 반면, 망인은 고객의 요구에 맞추어 수수료를 감액하여 주는 대신 지속적인 거래관계를 이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던 터였다.

그러던 중 이 사건 사업장의 거래처였던 E 주식회사의 요청에 응하여 망인이 사업주에게 수수료 인하 조정을 건의하였으나, 사업주는 이미 결정된 수수료를 바꿀 수 없다고 화를 내면서, 망인이 보는 가운데 위 거래처에 직접 전화를 걸어 언성을 높이며 항의하였다.

결국 망인이 위 거래처에 사업주를 대신하여 사과하고, 망인의 책임 하에 수수료를 인하해 주겠다고 약속함으로써 사건이 일단락되었으나, 그 후에도 사업주는 회의 시간이나 회식 때 망인에게 위 사건을 종종 지적하였다.

5) 이 사건 당일 열린 업무회의의 경과

가) 사업주의 진술

망인은 매출액이 부진한 상황에서도 본인에게 고객의 수수료를 인하하여 주자고 보고하였고, 이에 본인은 망인에게 몇 차례 질타를 한 적이 있다.
본인은 위와 같은 망인의 업무처리 방식을 고치고자, 2018.4.12. 이 사건 당일의 업무회의에서는 망인에게 매출액이 부진하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누군가를 해고해야 한다면, 나이에 비하여 적지 않은 임금을 가져가는 망인이 그 대상이 될 수 있다”라는 말을 하며 화를 내었다.

나) 동료 직원 F의 진술

사업주가 매출 부진으로 인하여 유독 심기가 좋지 않았는지, 이 사건 당일의 업무회의에서는 망인에게 은퇴할 나이에 여기서 일하고 있는 것에 감사해야 한다는 식의 말을 해서 회의 자리가 불편했다.

다) 동료 직원 G의 진술

사업주가 이 사건 당일 업무회의에서 망인에게 매출 부진에 대한 질책과 함께 회사를 더 다닐 수 없을 것이다는 뉘앙스의 말을 하였기 때문에, 망인의 표정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읽을 수 있었다.

라) 동료 직원 H의 진술

사업주가 평소에도 망인에게 ‘출원 건의 수임이 적다. 매출이 부진하다. 이런 식으로 운영하면 나이 든 망인은 더 이상 다니기 힘들거야’라는 식으로 불만을 표현하기는 하였다.
그런데 이 사건 당일 업무회의에서는 모든 직원들 앞에서 “망인처럼 일을 해서는 곤란하다”, “나이 많은 망인이 여기서 일할 수 있는 것도 한편으로 감사해야 한다”라는 언짢은 이야기를 하더니, 나아가 “회사 사정이 어려워서 머지않아 인원조정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나이가 가장 많은 망인이 대상이 될 수 있다”라는 말을 하였다. 인원조정 운운하는 언급에 모두들 불편한 분위기에서 회의가 끝났다. 특히 망인의 얼굴은 많이 상기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처럼 사업주가 직접적으로 인원조정을 언급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6) 망인의 평소 건강관리 상태

가) 건강검진 수치 <표 생략>

나) 문진 내용(2013년도)

○ 친족 중에 고혈압을 앓았던 사람이 있다.

○ 담배를 하루 평균 10개비씩 20년을 피웠으나, 현재는 금연하였고, 술은 1주일에 평균 2일(하루 평균 7잔) 정도 마셨다.

○ 최근 1주일 중 4일을 하루 20분 이상 격렬한 운동을 하였다.

다) 건강보험 급여내역(2008.3.28. ~ 2018.2.3.)

라) 직장 동료 I, J의 진술

○ 망인은 담배는 피우지 않고, 술도 거의 마시지 않는다. 망인의 가족과 약속한 대로 사망 전까지 수개월 간 금주를 실천하고 있었다.

○ 망인은 술을 끊었는데, 회식 자리에서 사업주가 망인에게 음주를 강요하기도 하였다.

7) 이 사건 상병에 관한 의학적 소견

가) 사망진단서

○ 사망일자: 2018.4.21. 16:32

○ 직접 사인: 뇌간 압박 및 연수 마비

○ 중간선행사인: 중증 뇌부종

○ 선행사인: 뇌지주막하 출혈

나)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망인에 대한 진료기록 및 의학영상자료를 검토한 결과, 이 사건 상병은 두부 우측 추골동맥의 뇌동맥류가 파열되어 발생한 자발성 뇌지주막하 출혈이다.
 망인이 업무회의를 마치고 뇌출혈을 일으켰으므로 망인의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는 소수 위원의 의견이 있었다.
 그러나 망인의 평균 업무시간이 단기 과로 및 만성 과로 인정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점, 망인이 특허명세사의 업무를 18년 4개월 동안 지속적으로 수행하여 온 점 등으로 미루어 볼 때 망인의 업무상 스트레스가 이 사건 상병의 발병에 영향을 줄 정도로 과도하였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상병은 업무보다는 개인질환에 의하여 발병하였을 가능성이 크다.

다) D대학교 K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지주막하 출혈 중 외상성이 아닌 자발성 출혈은 주로 뇌동맥류의 파열로 인하여 발생한다. 뇌동맥류 형성의 위험 요인으로는 나이, 음주, 죽상동맥경화증, 흡연, 고혈압, 두부 외상, 감염 등이 있고, 뇌동맥류 파열의 위험 요인으로는 나이, 뇌동맥류의 위치, 크기, 고혈압 등이 있다.
 망인의 업무는 고용노동부에서 제시하는 업무부담 가중요인 중 ‘일상적으로 정신적 긴장을 동반하는 업무’에 해당하고, 구체적으로는 ‘위험회피책임이 있는 업무’, ‘회사에 중대한 손실을 초래할 수 있는 중대한 책임이 있는 업무’, ‘복잡하고 곤란한 신규사업, 회사의 재건을 담당하는 업무’로 볼 수 있다.
 망인이 이 사건 당일 업무회의에서 사업주의 질책을 받은 사건은 ‘돌발적인 사건과 급격한 업무환경의 변화요인’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증상 발생 전 24시간 이내에 업무와 관련된 예측 곤란한 사건이다.
특히 사업주는 망인에게 ‘아침 업무회의 중 망인을 해고한다’는 구체적인 상황을 제시하였고, 이는 망인이 예측하지 못하였던 것으로, 극도의 긴장, 흥분, 공포, 경악 등의 강도 있는 정신적 충격을 일으키는 돌발적 상황으로 볼 수 있다.
 망인은 해당 근로시간이 만성 과로 인정기준에 미치지 못하나, 망인의 업무는 ‘일상적으로 정신적 긴장을 동반하는 업무’에 해당하고, 극도의 긴장, 흥분, 공포, 경악 등의 강도 있는 정신적 충격을 일으키는 돌발적인 사건과 급격한 업무환경의 변화 요인으로 인하여 이 사건 상병이 자연경과 이상으로 악화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라) L대학교 M병원 신경외과

 망인의 건강검진 결과를 볼 때 이상지질혈증 및 고혈압이 의심된다.
 이 사건 상병 발생 당시 망인의 혈압이 224/86으로 확인되는데, 통상 정신적인 스트레스만으로는 혈압이 위와 같이 오르기는 어렵다.
 업무수행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급격한 혈압 상승을 초래한다면 부가적인 악화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나, 인과관계에 대한 객관적인 증명은 어렵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10, 16, 17, 19, 21, 23호증, 을 제1호증(가지번호 있는 경우 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이 법원의 D대학교 K병원장 및 L대학교 M병원장에 대한 각 진료기록 감정촉탁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다. 판 단

원고는 망인이 이 사건 사업장에서 1주당 평균 52시간을 초과하여 근무하였다고 주장하나, 위 주장사실을 증명할 객관적인 증거는 부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 인정한 사실에 갑 제2호증의 4, 제3호증의 1, 제4호증, 제23호증의 각 기재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망인의 업무에서 비롯된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이 사건 상병의 중요한 원인이 되었다고 판단된다.

1) 망인은 여느 특허명세사와는 달리 ① 서류 번역 업무, ② 도면 작성 업무, ③ 수수료 등의 비용 처리 업무까지 도맡았으므로, 동료 직원에 비하여 전체적인 업무 부담이 증가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사업주는 망인에 대하여 ‘신속한 업무 처리를 위하여 퇴근 후에도 집에서 기술의 이해를 위해 고민하고 학습을 하는 스타일의 사람’으로 평하고 있다.

그렇다면 망인은 일과 시간 동안에 동료 직원들보다 더 많은 종류의 업무를 집중적으로 수행하였을 뿐 아니라, 퇴근해서도 업무와 완전히 단절되지 못한 채 정신적인 긴장을 유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2) 특히 망인이 맡은 업무 중에서 수수료 청구 업무는 고객에 대한 영업의 성격을 갖고 있는바, 내성적인 성품의 망인으로서는 수수료를 할인하여 달라는 고객들을 매번 응대하는 데 상당한 부담을 느꼈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게다가 망인은 고객의 수수료 할인 요구를 들어주려고 하다가 사업주의 반대에 부딪혀 거듭 질책을 받았고, 이처럼 망인이 고객과 사업주 사이에서 난처한 입장에 빠지게 되면서 정신적 고통이 한층 심화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3) 위와 같은 망인과 사업주의 의견 차이가 발단이 되어, 급기야 망인은 이 사건 당일 업무회의 중에 사업주로부터 ‘해고 대상 1순위’로 거론되기에 이르렀다.

그전까지 사업주가 했던 질책이 ‘망인이 나이와 경력에 비하여 실적이 매우 부진하다’는 막연한 불만의 표출에 그쳤던 것과는 달리, 위 업무회의에서 사업주가 했던 발언은 사업주의 실제 내심과 관계없이 망인에게는 실직의 위험을 구체적으로 느낄 만한 계기가 되었다고 보인다.

결국 위 업무회의가 종료된 후 20분도 지나지 않아 이 사건 상병이 발생한 점까지 감안하면, 망인은 위 업무회의 중의 돌발적인 사건으로 인하여 정신적 충격을 받았고, 이것이 이 사건 상병의 촉발로 이어졌음을 능히 추단할 수 있다.

4) 망인은 주 2회 음주를 꾸준히 하고 20년간 흡연을 한 이력이 있는데다, 이 사건 상병이 발생하기 약 1년 전인 2017년경에는 혈압 및 저밀도 콜레스테롤 수치가 고혈압 및 이상지질혈증이 의심될 정도에 이르렀던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망인은 2013년경부터는 흡연이나 음주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고, 그밖에 망인에게 위 고혈압이나 이상지질혈증을 의심 수준 이상으로 악화시킬 만한 개인적인 요인이 있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L대학교 M병원 신경외과 전문의의 소견을 보더라도, 정신적인 스트레스만으로는 이 사건 상병을 일으킬 만큼 혈압을 높이기 어렵기 때문에 망인의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의 인과관계가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지 않는다는 것일 뿐, 그러한 스트레스 없이도 망인의 고혈압 등 증세가 1년 사이에 자연적으로 진행하여 이 사건 상병을 유발하였다는 취지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망인의 업무상 스트레스가 이 사건 상병의 전적인 원인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최소한 망인의 기저 질환을 급격히 악화시켜서 이 사건 상병의 발생을 앞당겼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라. 소결론

망인의 사망은 업무와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는바, 이와 다른 결론을 내린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4.  결 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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