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원고들은 정수기 제조·판매·사후관리(AS), 렌털 등을 하는 피고와 서비스용역위탁계약을 체결하고 제품의 배달·설치·사후관리 및 판매 업무를 위탁받아 업무를 수행하던 엔지니어들로서 계약의 형식에도 불구하고 그 실질이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함에도, 원고들을 근로자로 보지 않고 퇴직금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파기한 사례.


【대법원 2021.11.11. 선고 2019다221352 판결】

 

• 대법원 제1부 판결

• 사 건 / 2019다221352 퇴직금청구의 소

• 원고, 상고인 / 원고 1 외 1인

• 피고, 피상고인 / ○○나이스 주식회사

• 원심판결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1.15. 선고 2018나29169 판결

• 판결선고 / 2021.11.11.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서면은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 도급계약 또는 위임계약인지 여부보다 근로제공 관계의 실질이 근로제공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제공을 통한 이윤 창출과 손실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과 같은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6.12.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대법원 2021.8.12. 선고 2021다222914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피고는 정수기 등 가정용 기기 제조·판매, 정수기 사후관리(이하 ‘AS’라고 한다), 렌털 등을 목적으로 하는 법인이다. 피고와 서비스용역위탁계약을 체결한 엔지니어들은 피고 제품에 대한 설치·AS 및 판매 등 업무를 수행하였다.

나. 원고 2는 2001.7.2.부터 피고의 엔지니어로서 서비스용역위탁계약을 체결하고 업무를 수행하다가, 2008.2.경 피고 제품의 배달·설치·AS업무의 위탁이 주식회사 △△로 일원화되면서 2008.2.22. 정산금을 지급받고 계약관계를 종료하고, 이어서 주식회사 △△와 서비스용역위탁계약을 체결하였다. 주식회사 △△가 2012.7.경 피고에 흡수합병되자, 원고 2는 다시 피고와 서비스용역위탁계약을 체결하고 업무를 수행하다가 2016.1.31. 위 계약을 해지하였다. 원고 1은 2009.7.27.부터 주식회사 △△와, 위 흡수합병 후에는 피고와 각 서비스용역위탁계약을 체결하고 업무를 수행하다가 2016.5.31. 위 계약을 해지하였다(이하 원고들과 주식회사 △△, 피고가 각 체결한 서비스용역위탁계약을 통틀어 ’이 사건 위탁계약‘이라고 한다).

다. 피고는 원고들과 같은 엔지니어들을 광역, 권역, 사무소, 팀으로 순차 구성한 전국적 조직의 각 팀에 소속시키고, 본사에는 엔지니어들을 관리하고 지원하는 부서로 ES팀(Engineer Service팀)을 두었다. 피고는 팀에 소속된 엔지니어들 중 1명을 매니저로 지정하여 그에게 엔지니어 업무 외에 팀을 총괄·운영하고 소속 엔지니어를 관리하는 업무를 맡겼고, 피고는 각 사무소별로 계약기간이 오래되고 실적이 뛰어난 엔지니어 1인을 시니어 매니저(Senior Manager, 이하 ’SM’이라고 한다)로 지정하고, 각 사무소 SM 중 1인을 권역 SM으로, 권역 SM 중 1인을 광역 SM으로 지정하여 각 사무소, 권역 및 광역을 총괄·운영하고 그 소속의 매니저 및 엔지니어들을 관리하는 업무를 맡겼다.

라. 피고의 ES팀은 엔지니어 채용을 늘리고 이들의 정착을 장려하여 조직을 확대하기 위해 SM이나 매니저들에게 적극적으로 엔지니어를 모집하도록 독려하였고, SM과 매니저는 소속 엔지니어의 인원 수, 판매실적에 따라 수수료를 차등 지급받았다.

마. 피고는 중앙전산프로그램을 이용하여 각 엔지니어의 PDA 단말기를 통해 제품의 설치·AS업무를 배정하였다. 고객이 직접 엔지니어에게 AS 요청을 하더라도 엔지니어는 피고에 연락하여 전산으로 업무 등록 및 배정절차를 거쳐야 해당 업무를 처리할 수 있었다. 엔지니어들은 배정받은 업무를 피고의 승인을 거치지 않고 다른 엔지니어에게 이관할 수 있었으나, 엔지니어가 아닌 제3자에게 업무를 이관할 수는 없었다. 엔지니어는 제품의 설치·AS업무를 완료하면 PDA 기기 등을 통하여 피고의 전산망에 그 완료 사실을 입력하였다.

바. 엔지니어들은 피고가 정한 수수료 규정에 따라 고정적인 기본급 없이 실적에 따라 제품의 설치·AS수수료 및 판매수수료를 매달 정기적으로 지급받았다.

사. 피고는 엔지니어들을 대상으로 신입교육, CS(Customer Service, 고객서비스) 교육 등 각종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였고, 고객으로부터 불만접수 건수가 월 5건 이상인 엔지니어들에게는 별도로 CS 에센스 교육도 실시하였다. 또한 피고는 엔지니어들을 대상으로 기술력 평가시험도 실시하였다.

아. 피고는 필요에 따라 엔지니어가 제품의 설치·AS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지켜야 할 지침을 만들어 사내통신 등 형태로 엔지니어들에게 통지하여 이를 따르도록 하였고, ’엔지니어 10대 행동강령‘을 정하여 그 준수를 요구하였다. 피고는 엔지니어가 피고의 서비스 지침을 준수하지 않거나 허위보고를 하는 경우 벌과금을 부과하기도 하였다.

자. 피고는 사내통신 또는 SM을 통하여 팀별 적정 매출 목표를 설정하고 그 달성 여부를 지속적으로 확인하면서, 실적이 부진한 팀에 대해서는 개선을 독촉하고, 목표를 달성한 팀에 대하여 수수료 외에 추가 시상금을 지급하는 등의 방법으로 매출개선을 독려하였다. 이에 SM도 엔지니어별로 매출 목표를 설정하고 수시로 이를 확인하면서 실적이 부진한 엔지니어를 질책하거나, 사무소 복귀, 교육 참석, 휴무일 근무 등의 불이익을 주는 등의 방법으로 매출촉진을 독려하였다.

 

3.  위와 같은 사실관계 및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들이 피고와 체결한 이 사건 위탁계약의 형식에도 불구하고 그 실질은 원고들이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계약관계라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원고들은 근로기준법의 적용대상인 근로자에 해당한다.

 

가. 원고들은 피고의 사업 중 핵심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제품의 판매, 판매된 제품의 배달·설치·AS를 직접 담당하였다. 피고는 원고들에게 배정받은 제품의 설치·AS업무를 수행하고 그 결과를 보고하도록 하였고, 업무처리에 관한 각종 기준을 설정하고 그 준수를 지시하였다. 또한 피고는 원고들에 대한 매출목표의 설정 및 관리, 교육 등을 지속적으로 실시하였다. 이와 같이 피고는 원고들이 수행할 업무 내용을 정하였고, 원고들에 대한 업무상 직접적인 지휘·감독은 주로 피고의 SM을 통해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전체적으로 보아 자신의 핵심적인 사업 영역에서의 성과를 달성하려는 피고에 의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 이상 피고가 원고들의 업무수행에 관하여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원고들이 제품의 설치·AS업무와 판매업무 사이의 비중을 조절할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각 업무들이 피고의 상당한 지휘·감독에 따라 이루어졌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는다.

나. 원고들은 사실상 피고에게 전속되어 피고로부터 받는 수수료를 주된 소득원으로 하였다. 원고들은 성과급 형태의 수수료만 지급받았지만 이는 그 업무의 특성에 기초하여 피고가 정한 기준에 따랐기 때문일 뿐이고, 원고들이 피고의 지휘·감독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고 받은 위와 같은 수수료가 근로에 대한 대가로서의 임금의 성격을 지니고 있지 않다고 보기 어렵다.

다. 원고들은 반복적인 재계약 또는 기간연장 합의를 통해 장기간 피고의 엔지니어로 종사하여 그 업무의 계속성이 인정된다.

라. 원고들이 근무시간이나 근무장소에 대하여 피고로부터 엄격한 제한을 받았다고 보기는 어려우나, 이는 원고들의 주된 업무수행이 외부에서 이루어진다는 특성에 기인하는 것에 불과하다. 피고의 회장은 직접 엔지니어들의 조기출근을 강조하는 발언을 하였고, 피고는 사내통신을 통해 엔지니어들에게 위 발언을 숙지하도록 안내하기도 하였다.

마. 원고들이 업무에 사용할 PDA, 차량의 구입 및 유지에 필요한 비용을 부담하고, 스스로의 비용으로 판촉활동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 역시 사무에 필요한 공간을 원고들에게 제공하고 일정한 경우 위 비용 중 일부를 지원하기도 하였다. 원고들은 피고로부터 배정받은 제품의 설치·AS업무를 피고의 엔지니어가 아닌 제3자에게 이관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할 수 없었고, 판매업무 역시 이에 대한 피고의 지휘·감독의 정도에 비추어 이를 피고로부터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한 사업이라고 보기 어렵다.

바. 원고들은 피고의 취업규칙, 복무규정, 인사규정 등을 적용받지 않았으나, 피고는 엔지니어 10대 행동강령 등 다양한 형식의 규정, 지침 등을 마련하여 엔지니어들에게 통일적으로 그 준수를 요구하였다.

사. 피고는 원고들을 비롯한 엔지니어들에게 지급하는 수수료에서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고, 엔지니어들을 피보험자로 하여 고용보험 등에 가입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러한 사정들은 사용자인 피고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서 임의로 정할 수 있는 것에 불과하므로, 위와 같은 사정들은 원고들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 인정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

 

4.  그런데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사정만을 들어 원고들이 피고에게 전속되어 근로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 방식으로 임금을 지급받는 종속적인 노동관계에 있었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보아, 원고들이 피고의 근로자임을 이유로 퇴직금의 지급을 구하는 원고들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 판단기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원고들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있다.

 

5.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태악(재판장) 박정화(주심) 김선수 오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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