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1] 사업주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 상태에 있는 회식 과정에서 근로자가 주량을 초과하여 음주를 한 것이 주된 원인이 되어 부상·질병·신체장해 또는 사망 등의 재해를 입은 경우 이러한 재해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한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있다. 이때 상당인과관계는 업무와 관련된 회식 과정에서 통상적으로 따르는 위험의 범위 내에서 재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 아니면 과음으로 인한 심신장애와 무관한 다른 비정상적인 경로를 거쳐 재해가 발생하였는지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2] 원고는 사업주의 지배나 관리 하에 있던 이 사건 1, 2차 회식에서의 음주로 인하여 정상적인 판단능력에 장애가 있는 상태에 이르게 되었고, 이러한 주취상태가 원인이 되어 2차 회식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무단횡단을 하다가 주행 중이던 차량과 충돌하는 이 사건 사고를 당한 것으로 봄이 상당한바, 이 사건 사고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
【서울행정법원 2021.5.12. 선고 2020구단54442 판결】
- 서울행정법원 판결
- 사 건 / 2020구단54442 요양불승인처분취소
- 원 고 /
- 피 고 / 근로복지공단
- 변론종결 / 2021.03.17.
- 판결선고 / 2021.05.12.
<주 문>
1. 피고가 2019.12.5. 원고에 대하여 한 요양급여불승인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서울 중구 **로 소재 주식회사 ◆◆◆◆◆(이하 ‘◆◆◆’라 한다) ▼▼영업본부 ◇◇◇본부팀 ∇∇∇ 담당 과장으로 근무하며 ☆☆☆☆☆ 식자재 납품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다.
나. 2018.10.18. ☆☆☆☆☆ 식자재 활성화 TF 회의(이하 ‘이 사건 회의’라 한다)가 ◆◆◆ 사옥에서 개최되었는데, 회의 종료 후 ◆◆◆ 인근식당에서 18:00부터 21:04까지 1차 회식(이하 ‘이 사건 1차 회식’이라 한다)이 진행되었다. 이 사건 1차 회식 후 원고, 원고와 같은 부서에 근무하는 ▧▧▧, ◇◇◇ 유통팀에서 근무하는 ■■■, □□□ 4명은 인근 통닭집에서 같은 날 23:00까지 술을 마셨다(이하 ‘이 사건 2차 회식’이라 한다).
다. 원고는 이 사건 2차 회식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신길역 앞 편도 4차로 도로에서 무단횡단을 하다가 2018.10.19. 00:58경 주행 중이던 차량과 충돌하는 사고(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를 당하였다.
라. 원고는 이 사건 사고로 ‘미만성 뇌신경 축삭, 지주막하 출혈 외상성, 경막하 혈종 외상성, 광대뼈 및 상악골의 기타 골절, 안와골절 상부, 안와골절 하부, 상악골 골절’(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을 진단받아 피고에게 요양급여를 신청하였다.
마. 피고는 2019.12.5. 원고에 대하여 ‘원고는 퇴근 후 사적모임을 가지며 출퇴근 경로 일탈 또는 중단이 있었고, 이후 방화역까지 출퇴근 경로 일탈도 있어 이후 통상의 경로에 복귀하였더라도, 이 사건 사고는 퇴근 중 재해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요양불승인 결정(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바. 원고는 이 사건 처분에 불복하여 피고에게 심사를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원고의 심사 청구를 기각하였다.
원고는 2018.10.18. 이 사건 회의를 마친 후 회의 참석자들이 참여하는 이 사건 1차 회식에 참가한 사실이 있고, 이 사건 1차 회식이 종료된 이후 청구인과 회식 참석자 3명이 장소를 옮겨 2차 모임을 가진 것으로 확인되는데 2차 모임은 당초 이 사건 1차 회의 참석자 중 일부만 참석하여 그 성격이 업무와 연관된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 있는 행사의 연장이라기보다는 일부 담당자간 개인적 친목 도모의 목적으로 진행된 것으로 보이는 점, 2차 모임 비용은 사업장의 법인카드로 결제되었으나 청구인이 영업 업무에 종사하였던 점에 비추어 볼 때 해당 법인카드 사용에 대한 재량권은 어느 정도 원고에게 있어 사전에 관리자의 승인 없이 해당 비용을 지출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감안할 때 2차 모임의 성격은 사회통념상 노무관리 또는 사업운영상 필요에 의해 사업주가 주관한 행사로 보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사고의 발생 전까지 정상적인 퇴근 경로 상의 중단 또는 일탈이 발생한 것으로 봄이 상당한 점, 원고는 2차 모임을 가진 후 지하철을 이용하여 이동하였으나 당초 자택 복귀 경로와는 다른 경로인 방화역에 갔다가 다시 신길역으로 돌아온 사실이 있는 점을 감안하면 원고가 통상적인 퇴근 경로를 통해 이동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점, 이 사건 사고는 원고가 횡단보도가 설치되어 있지 않은 도로를 무단횡단하다가 운행 중이던 차량과 부딪혀 발생한 사고로 확인되고 이러한 행위가 이 사건 사고 발생의 주요한 원인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이 사건 사고는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없음. |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을 제14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당사자들의 주장
1) 원고의 주장
이 사건 2차 회식은 사적 모임이 아닌 업무담당자들 사이의 업무 협의를 위한 회식이었고, 원고는 이 사건 2차 회식 후 퇴근하는 과정에서 택시를 타기 위해 길을 건너던 중 이 사건 사고를 당하였으므로, 이 사건 사고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 이와 다른 전제에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2) 피고의 주장
이 사건 2차 회식은 사업주가 주관하지 않은 친목도모 성격의 사적모임에 불과하고, 원고는 퇴근 중 지하철을 이용하면서 평소 퇴근하던 경로를 벗어나 당초 내려야 하는 신길역을 지나쳐 방화역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과정에서 이 사건 사고를 당한 것이므로 산업재해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 제37조제3항에서 정한 출퇴근 경로의 일탈 또는 중단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 이처럼 원고의 무단횡단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이 사건 사고는 이 사건 1차 회식과 인과관계가 단절되었으므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
나. 인정사실
1) 이 사건 회의는 전국의 ☆☆☆☆☆ 영업사원들을 대상으로 식자재 점포 매출 활성화를 목표로 2018.부터 매월 1회 정기적으로 진행되는 회의로서, 당일 회의에는 원고, 전국의 ☆☆☆☆☆ 식자재 직거래 영업담당 직원 등 총 8명(원고, ▢▢▢, ▣▣▣, ■■■, □□□, ▤▤▤, ▥▥▥, ▦▦▦)이 참석하였다.
2) 원고는 ◆◆◆ 식자재 본부영업 담당으로 이 사건 회의 준비를 총괄하고, 당일회의에서 진행과 발표를 맡았다.
3) 이 사건 회의는 2018.10.18. 13:30부터 17:30까지 진행되었고, 회의 종료 후 ◆◆◆ 인근 식당에서 21:04경까지 진행된 이 사건 1차 회식에는 이 사건 회의에 참석한 8명을 포함하여 조직장(본부팀장) 및 옆 부서의 부서장 등 총 11명(원고, ▢▢▢, ▣▣▣, ■■■, □□□, ▤▤▤, ▥▥▥, ▦▦▦, ▧▧▧, ▨▨▨, ▩▩▩)이 참석하였다.
4) 이 사건 1차 회식 후 원고, ▧▧▧, ■■■, □□□ 4명은 인근 통닭집에서 2018.10.18. 23:00까지 술을 마셨는데, 이 사건 1차 회식 비용(353,000원)은 ◇◇◇ 본부장인 ▩▩▩이 자신이 소지한 ◆◆◆ 법인카드로 결제하였고, 이 사건 2차 회식 비용(58,000원)은 ◇◇◇ 서울유통파트장 ▢▢▢가 소지한 ◆◆◆ 법인카드로 결제되었다. ▢▢▢는 이 사건 2차 회식에 참석한 ◈◈◈◈ 소속 ■■■, □□□의 직속 상사로서 ■■■에게 자신이 소지한 법인카드를 전달하여, ■■■로 하여금 이 사건 2차 회식비용을 결제하게 하였다.
5) 원고는 이 사건 2차 회식 종료 후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2018.10.18. 23:09경 승차 태그를 찍고 지하철 5호선에 탑승하였으나 잠이 들어 2018.10.19. 00:05경 5호선 종착역 방화역에서 하차하였다. 원고는 2018.10.19. 00:08경 방화역 지하철 게이트에서 승차 태그를 찍은 이후 2018.10.19. 00:55경 신길역에서 하차하였다. 이후 원고는 지하철 역사 밖으로 나가 택시에 탑승하기 위하여 신길역 앞 편도 4차로 도로에서 무단횡단을 하다가 2018.10.19. 00:58경 주행 중이던 차량과 충돌하는 이 사건 사고를 당하였다.
6) 평소 원고는 퇴근 시 ◆◆◆(서울 중구 **로) 인근 지하철 5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지하철 탑승 후 5호선 신길역에서 1호선으로 환승한 다음 1호선 안양역에서 하차하거나, 4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지하철 탑승 후 4호선 범계역에서 하차하여 자택(안양시 **구 *****로 ***)으로 귀가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5호증, 을 제1 내지 7호증, 을 제10 내지 14호증의 각 기재, 증인 ■■■, ▧▧▧의 각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
다. 판단
1) 관련 법리
사업주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 상태에 있는 회식 과정에서 근로자가 주량을 초과하여 음주를 한 것이 주된 원인이 되어 부상·질병·신체장해 또는 사망 등의 재해를 입은 경우 이러한 재해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한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있다(대법원 2008.10.9. 선고 2008두9812 판결, 대법원 2015.11.12. 선고 2013두25276 판결 등 참조). 이때 상당인과관계는 업무와 관련된 회식 과정에서 통상적으로 따르는 위험의 범위 내에서 재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 아니면 과음으로 인한 심신장애와 무관한 다른 비정상적인 경로를 거쳐 재해가 발생하였는지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위 대법원 2013두25276 판결, 대법원 2017.5.30. 선고 2016두54589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본 인정사실과 갑 제1 내지 5호증, 을 제1 내지 7호증, 을 제10 내지 14호증의 각 기재, 증인 ■■■, ▧▧▧의 각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는 사업주의 지배나 관리 하에 있던 이 사건 1, 2차 회식에서의 음주로 인하여 정상적인 판단능력에 장애가 있는 상태에 이르게 되었고 이러한 주취상태가 원인이 되어 이 사건 사고를 당한 것으로 봄이 상당한바, 이 사건 사고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
① 이 사건 1차 회식은 이 사건 회의에 전국의 ☆☆☆☆☆ 식자재 직거래 영업담당자들이 참석한 것을 계기로 개최된 회식인바, 이 사건 1차 회식에는 옆 부서의 부서장(▢▢▢)과 이 사건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던 원고의 직속 상사(본부팀장)도 함께 참석하였다. 회식의 개최 경위 및 참석인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이 사건 1차 회식 당시 상사 및 부서장 등의 격려를 받으며 상당한 양의 술을 마셨을 것으로 보인다.
② 이 사건 2차 회식은 1차 회식에 비해 소수의 인원이 참석하기는 하였으나, 이 사건 회의를 주관한 원고와 서울유통파트 소속 ■■■, □□□가 참석한 점, ☆☆☆ 서울팀 유통파트장인 ▢▢▢가 자신의 부서원인 ■■■에게 법인카드를 전달하여 2차 회식비용을 결제하도록 한 점, 평소 원고와 별다른 친분이 없던 ■■■ 역시 이 사건 2차 회식에 참석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2차 회식은 단순한 사적모임이 아닌 서울 지역 담당자들이 본부의 업무담당자들과 관련 논의를 진행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로 봄이 상당하다.
③ 원고는 이 사건 회의를 직접 주관한 담당자로 이 사건 회의 직전까지 회의 준비를 위하여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을 것으로 보이고, 이 사건 회의의 처음부터 끝까지 진행하며 발표까지 맡았다는 점에서 그 무렵 과중한 업무를 수행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원고는 강도 높은 업무 직후 긴장이 풀린 상태에서 이 사건 1, 2차 회식에 참여했다는 점에서 적은 양의 음주로도 쉽게 만취했을 것으로 보인다.
④ 피고는 이 사건 사업장에서 작성한 사실확인서 기재 내용 등을 근거로 이 사건 1, 2차 회식 과정에서 원고의 음주량이 많지 않았고 이에 따라 이 사건 사고 당시 원고가 정상적인 판단능력을 가진 상태였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가 당초 하차하려 했던 5호선 신길역에서 무려 15개역을 지나친 5호선 종착역 방화역에서 하차한 점, 원고가 과중한 업무 후 긴장이 풀린 상태에서 이 사건 1, 2차 회식에 참여하여 술을 마신 사정 등을 고려하여 보면, 설령 원고의 절대적인 음주량이 많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사고 무렵 원고는 상당한 정도로 취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⑤ 원고는 왕복 7차로 도로를 무단횡단 중 편도 1차로 위치에서 주행 중이던 자동차와 충돌하였는데, 이 사건 사고 장소는 바로 인접한 지점에 무단횡단 방지를 위한 중앙 분리대가 설치되어 있을 정도로, 무단횡단을 하기에 위험한 장소였던 것으로 보이는바, 그 무렵 원고가 정상적인 판단능력을 가진 상태였다면 쉽사리 무단횡단을 시도 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3) 따라서 이 사건 상병이 업무상 재해로 인한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원고의 요양신청을 승인하지 아니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