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망인이 비록 자살 행위로 사망하였다고 하더라도 망인은 업무상 재해인 퇴근하던 중 회사 건물의 엘리베이터가 고장이나 엘리베이터에 갇히는 사고로 인하거나 위 사고에 업무상 스트레스가 경합하여 망인에게 내재되어 있던 공황장애의 소인이 급격히 공황장애로 악화되었고 이로 인하여 망인이 정상적인 행위 선택능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에서 자살을 한 것이라고 추단할 수 있다. 따라서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
【서울행정법원 2020.8.21. 선고 2019구합63164 판결】
• 서울행정법원 제3부 판결
• 사 건 / 2019구합63164 유족급여 및 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 원 고 / 1. A, 2. B
• 피 고 / 근로복지공단
• 변론종결 / 2020.07.08.
• 판결선고 / 2020.08.21.
<주 문>
1. 원고 B의 소를 각하한다.
2. 피고가 2018.11.6. 원고 A에 대하여 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
3.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가 2018.11.6. 원고들에 대하여 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 A은 망 C(D.생, 이하 ‘망인’이라 한다)의 부친이고, 원고 B은 망인의 모친이다.
나. 망인은 2016.9.1.부터 주식회사 E(이하 ‘E’이라 한다)에서 온라인 게임 배경 디자인 업무를 담당하다가 2016.12.31. F 주식회사(이하 ‘F’라 한다)로 소속이 변경되었고 2017.3.31. F에서 퇴사하였다. 망인은 2017.4.17. 08:13 서울 관악구 G에 소재한 자택 방안에서 침대 난간에 허리띠를 이용하여 목을 매 사망한 상태로 발견되었다. 망인의 사망 추정 시각은 2017.4.17. 02:00이다.
다. 원고들은 2018.3.25.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원고들은 유족급여의, 원고 A은 장의비의 지급을 피고에게 각 신청하였다. 피고는 2018.11.6. 수신인을 원고 A으로 하여 아래와 같은 사유로 망인의 사망에 대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의 부지급 결정(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아래 생략>
라. 원고 A은 이 사건 처분에 불복하여 심사 청구를 하였으나 피고는 2019.3.13. 위 심사청구를 기각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11호증(가지번호 포함) 및 을 제1호증, 을 제2호 증의 1, 을 제5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 B의 소의 적법 여부
가. 원고 B의 소의 적법성에 대하여 직권으로 보건대, 원고 B의 소가 적법하기 위해서는 피고의 원고 B에 대한 유족급여 부지급 처분이 존재하여야 한다. 앞서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피고는 이 사건 처분을 하면서 그 상대방으로 원고 A만을 기재하였으므로 원고 B은 이 사건 처분의 상대방이 아니다.
나. 설령 원고들이 유족급여를 함께 신청하였으므로 피고가 이 사건 처분의 상대방으로 원고 A만을 기재한 것이 가족 관계에 있는 원고들 중 대표자를 기재한 것으로써 원고 B에 대한 처분을 포함한다고 하더라도, 원고 A만이 이 사건 처분에 불복하여 심사청구를 하였으므로 원고 B은 이 사건 처분에 대한 제소기간을 도과하였다.
다. 그렇다면 어느모로 보나 원고 B의 소는 부적법하다.
3.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 주장의 요지
망인은 F 건물에서 엘리베이터에 갇히는 사고를 당하였고 이는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2017.10.24. 법률 제14933호로 일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37조에서 말하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 망인은 위와 같은 엘리베이터 사고로 인해 공황장애 증상이 자연경과 이상으로 악화되었고, 이에 위 사고 이전부터의 업무상 스트레스가 겹쳐 우울감을 호소해오던 중 공황장애 증상의 악화로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등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에서 자살에 이르렀다. 따라서 망인의 자살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나. 관계 법령
별지1 기재와 같다. <별지 생략>
다. 인정사실
1) 망인은 근무환경 등
가) 망인은 2011.6.28.부터 주식회사 H에서, 2012.11.12.부터 주식회사 I에서, 2016.9.1.부터 E에서 온라인 게임 배경 디자이너로 근무하였다.
나) E은 2016.12.31. 온라인 게임 ‘J’(이하 ‘이 사건 게임’이라 한다)의 개발업무를 F로 이전하였고, 망인을 포함하여 위 게임의 개발업무에 종사하였던 70여명의 인력의 소속이 E에서 F로 변경되었다.
다) 이 사건 게임은 MMORPG 온라인 게임으로서 2012년경부터 개발이 시작되었으며 2017.3.2. 출시되었다. 망인은 이 사건 게임의 배경 디자인 업무를 담당하는 게임 배경팀 소속이었고, 위 팀의 직원은 10여명이었으며 업무를 총괄하는 K 실장, 그 밑에 L 팀장과 망인을 비롯한 사원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라) 이 사건 게임의 출시 후 성과가 좋지 않아 F의 자금 사정이 악화되었고, 이에 따라 망인이 퇴사한 2017.3.31. 전후 다수의 직원이 퇴사하였다.
2) 엘리베이터 사고와 그 이후 공황장애의 발생 등
가) 망인은 2016.10.5. 이 사건 게임의 출시를 앞두고 야근을 하다가 21:00 무렵 퇴근하던 중 회사 건물의 엘리베이터가 고장이나 엘리베이터에 갇히게 되었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나) 이 사건 사고는 2016.10.5. 21:14 119구조대에 신고되었고, 119구조대가 21:39 현장에 도착하여 21:41 망인과 접촉하였으며, 이후 망인을 M병원 응급실로 후송하였다. 망인은 구조 당시 쓰러져 있었고, 구급활동일지에는 ‘엘리베이터 고장으로 10분간 갇혀 구조된 후 많이 놀라고 불안하며 진정 안 되어 신고. 과호흡 추정으로 손발 저림’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다) 망인은 2016.10.11. N신경정신과에서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고, 지하철을 탈 때마다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차는 증상 등이 호전되지 않자 2016.10.18.에는 M병원 응급실에 내원하여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다. 망인은 2016.10.21.부터 2016.11.30.까지 ‘광장공포증’ 등의 상병으로 M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았고, 퇴원 이후로는 사망 무렵까지(2016.12.6.~2017.4.13.) 위 병원에서 외래로 공황장애 등에 대한 치료를 받았다.
라) 한편 망인은 이 사건 사고 이후 치료를 위해 직장에 나가지 않기도 한 것으로 보이는데, F 대표 O은 망인의 휴가 내역을 관리하지 않았으나 2017.1.부터 퇴직 무렵까지 유급으로 병가를 주었다는 내용으로 피고에게 사실확인서를 작성해주었고, M병원 의무기록에 의할 때 망인은 적어도 2017.2.10.~2017.3.1.의 기간 동안 출근하지 않고 이 사건 게임의 출시일인 2017.3.2. 출근한 후 그 다음날부터 다시 출근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3) 망인의 개인적인 성향 및 직장생활 적응 여부 등
가) 망인은 M병원 진료에서 자신의 공황장애 증상과 관련하여, ① 고등학교 졸업 후 준비하던 일본 유학이 부모님의 반대로 좌절되었을 때 우울감, 무기력감, 불면 증세를 겪다가 지하철에서 갑자기 두근거림, 어지러움, 죽을 것 같은 불안감을 느끼고 내린 적이 있고, ② 이 사건 사고 발생 1년 전 비행기 고장으로 비행기에서 2시간 동안 내리지 못하고 기다리던 중 답답하고 쓰러질 거 같은 느낌을 받아 공항 내 의무실에서 심전도, 엑스레이 등의 검사를 받았으나 특이 소견이 없어 이후 특별한 치료를 받지 않고 지냈다고 밝혔다.
나) 망인의 상사인 K 실장은 망인이 착하고 성실하며 팀장인 L과도 사이가 좋았다고 하였고, F의 대표이사 O도 망인이 회사에서 평범하게 지냈다고 하였다.
다) 한편 망인은 생전에 음주나 흡연을 하지 않았다.
4) 사망 당시의 경위
가) 망인은 2017.4.3. 및 4.6. 혈관미주신경성실신으로 M병원에서 진료 받았다.
나) 원고 B은 2017.4.17. 00:00 무렵 망인이 자신의 방에서 앉아서 자고 있는 것을 보고 ‘누워서 자라’고 말을 하고 그 이후로 망인의 방에 들어가 보지 않았는데, 같은 날 08:13 망인의 방에 가 이전의 모습 그대로 앉아 있던 망인을 흔들어 깨웠다. 원고 B은 망인이 아무런 답이 없자 목에 허리띠가 메어 있는 것을 확인하고 망인의 언니의 도움을 받아 허리띠를 가위로 자른 뒤 망인에게 심폐소생술을 하였으나 망인은 이미 사망한 후였다.
다) 망인은 사망 당시 원고들 및 언니, 남동생과 함께 거주하고 있었고, 결혼하거나 이혼한 이력이 없다. 원고 A이 임대수입 등이 있었고 언니와 남동생도 직장생활을 하였으므로 망인이 다른 가족들을 부양하는 관계는 아니었고, 달리 망인에게 경제적인 문제는 없었다.
5) 진료기록 및 의학적 소견
가) M병원의 입원경과기록지(갑 제4호증의4) 및 외래기록지(갑 제3호증) 중 망인이 업무상 스트레스를 토로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은 별지2 기재와 같고, 위 진료기록 중 가정불화에 따른 스트레스를 토로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은 별지3 기재와 같다.
나) 진료기록 감정결과
이 법원이 Q협회 의료감정원장에 대한 진료기록 감정결과의 요지는 아래와 같다. <표 생략>
6) 관련 민사소송의 경과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P빌딩의 엘리베이터는 위 사고 당시 주식회사 S(이하 ‘S’라 한다)가 관리하고 있었다. T 주식회사(이하 ‘T’이라 한다)는 2016.3.29. U조합과 사이에 S를 피보험자로 하여 생산물배상책임보험을 체결한 자로서 서울중앙지방법원 2018가합521791(본소)로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T이 원고들에게 부담하는 채무가 없다는 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원고들은 위 소송에서 T을 상대로 이 사건 사고로 인한 망인의 자살에 대하여 불법행위 손해배상을 구하는 반소 청구를 하였다{서울 중앙지방법원 2020가합501042(반소)}. 위 법원은 2020.3.24. 이 사건 사고와 망인의 자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보고 T이 원고들에게 각 103,306,121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하 ‘이 사건 관련판결’이라 한다)을 선고하였다. 위 사건은 항소심 계속 중이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 내지 5, 8, 13 내지 14호증(가지번호 포함) 및 을 제2호증의1, 을 제3 내지 4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이 법원의 Q협회 의료감정원장에 대한 진료기록 감정촉탁 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라. 판단
1)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제1항에서 말하는 ‘업무상의 재해’란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근로자의 부상·질병·신체장애 또는 사망을 뜻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재해발생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그 인과관계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하지만,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며 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근로자가 자살행위로 인하여 사망한 경우에, 업무로 인하여 질병이 발생하거나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그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에 겹쳐서 질병이 유발 또는 악화되고, 그러한 질병으로 인하여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결여되거나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서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추단할 수 있는 때에는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 그리고 그와 같은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자살자의 질병 내지 후유증상의 정도, 그 질병의 일반적 증상, 요양기간, 회복가능성 유무, 연령, 신체적·심리적 상황, 자살자를 에워싸고 있는 주위상황, 자살에 이르게 된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14.10.30. 선고 2011두14692 판결 등 참조). 비록 망인의 내성적인 성격 등 개인적인 취약성이 자살을 결의하게 된 데에 영향을 미쳤다거나 망인이 자살 직전에 환각, 망상, 와해된 언행 등의 정신병적 증상에 이르지 않았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7.5.31. 선고 2016두58840 판결, 대법원 2019.5.10. 선고 2016두59010 판결 참조).
2) 살피건대 위 법리에 비추어 앞서 인정한 사실에 앞서 든 증거와 갑 제3호증 및 을 제2호증의 1의 각 기재, 이 법원의 Q협회 의료감정원장에 대한 진료기록 감정촉탁 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비록 망인이 자살 행위로 사망하였다고 하더라도 망인은 업무상 재해인 이 사건 사고로 인하거나 위 사고에 업무상 스트레스가 경합하여 망인에게 내재되어 있던 공황장애의 소인이 급격히 공황장애로 악화되었고 이로 인하여 망인이 정상적인 행위 선택능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에서 자살을 한 것이라고 추단할 수 있다. 따라서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
가) 먼저 이 사건 사고는 당시 망인이 소속되어 있던 E의 사무실(7층)에서 망인이 퇴근하기 위해 위 사무실이 위치한 빌딩의 엘리베이터를 탄 상황에서 발생한 사고이므로, ‘사업주가 제공한 시설물 등을 이용하던 중 그 시설물 등의 결함이나 관리소홀로 발생한 사고’(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제1항제1호 나목)에 해당하여 업무와의 관련성이 인정되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
나) 망인은 내성적인 성격이고 이 사건 사고 이전부터 공황장애의 소인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이 사건 사고 이전에는 회사동료 및 가족들의 진술에 의할 때 공황장애에 대하여 치료를 하지 않고서도 정상적으로 회사생활을 하는데 지장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를테면 망인은 좁은 공간에 있는 것을 답답해 하긴 하였으나 회사까지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을 하는데 무리는 없었던 것으로 보이고 비행기에서 2시간 정도 갇혔을 때 답답하고 쓰러질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는 하나 이후 같은 증상이 문제된 적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망인은 이 사건 사고 이후부터는 공황장애의 증상이 본격적으로 발현되어 지하철로 출퇴근하는데 어려움을 느끼고, 회사에서 종종 실신을 하여 조퇴를 하기도 하였으며, 이 사건 사고 직후에는 M병원에 1달이 넘게 입원하여 광장공포증 및 공황장애에 대한 치료를 받았고, 사망 직전까지 외래로 공황장애 치료를 받는 등 기존과 같이 회사생활을 지속하지 못하였다. 이와 같은 정황에 비추어 보면 업무상 재해인 이 사건 사고를 계기로 망인의 공황장애가 본격적으로 발현되고 심화되었음을 인정하기에 충분하다.
다) 나아가 망인의 진료기록에 의할 때 망인은 이 사건 게임이 실패하는 것에 대하여 큰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무렵은 이 사건 게임의 출시를 앞두고 전 직원들이 바쁘게 일할 무렵이었다고 하고(을 제2호증의1), 이 사건 게임은 2017.3.2.에 출시된 뒤 시장의 반응이 좋지 않자 F의 자금사정 악화로 이 사건 게임을 개발하였던 직원들이 다수 퇴사하였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게임의 성공 여부는 E 내지 F의 명운을 좌우하는 중요한 문제였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망인이 이 사건 게임의 성공 여부에 대하여 상당한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았으리라는 점을 쉽게 추단할 수 있다.
라) 이 법원의 감정의는 이 사건 사고, 이 사건 게임의 실패, 원고의 퇴사 등의 업무상 스트레스가 망인의 공황장애의 악화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비록 그 정도는 크지 않거나 측정할 수 없더라도 상당히 있을 수 있다고 보았다.
마) 망인의 공황장애 증상은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였던 것으로 보이는데 망인이 사망할 무렵에는 4.3. 및 4.6. 짧지 않은 기간 내에 두 차례나 실신하였고 망인 역시 마지막 외래진료에서 흉통이 심하고 실신이 두려워서 밖에 나가지 못하는 상황이 우울하다고 호소하였으며(갑 제3호증), 감정결과에 의하더라도 망인은 공황장애와 함께 우울장애도 앓았던 것으로 보인다. 위와 같은 사정을 공황장애 환자의 20%가 평생에 한 번은 자살을 시도하고, 공황장애 환자의 일반인구 대비 자살율이 10배이며, 주요우울장애의 일반인구 대비 자살율은 20.35배라는 감정결과에 비추어 보면, 망인은 공황장애 및 그로 인하여 증폭된 우울감으로 정상적인 행위선택능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에서 자살에 이른 것으로 판단된다.
바) 피고는 망인의 공황장애의 악화와 자살에 업무상 요인보다 부친인 원고 A과의 가정 내 불화와 같은 개인적 소인이 더 주요하게 작용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별지3 기재에 의할 때 원고가 공황장애의 진단 초기에 원고 A과의 불화에 대하여 극단적으로 언급하였던 사실이 인정되기는 한다. 그러나 진료기록에 의하면 망인은 2016.12.6. 원고 A이 많이 부드러워졌다고 언급한 이후 가정불화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는 반면 사망 직전까지 이 사건 게임의 실패 및 그로 인한 퇴사와 관련한 스트레스를 언급하고 있는 점을 알 수 있다. 나아가 설령 망인의 가정 내 문제, 과거의 경험, 망인의 내성적 성격을 비롯한 망인의 개인적 요인이 자살에 영향을 미쳤더라도 앞서 본 법리에 의할 때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업무와 자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부정되지는 않는다.
사) 이 법원의 감정의는 망인이 사망할 당시 행위선택능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였다고 보기 힘들다고 하면서 그 근거로 진료기록상 행위선택능력이 저하되었다고 볼 사정이 없다는 점 등을 들고 있다. 그러나 앞서 본 법리에 의하면 망인이 자살 직전에 환각, 망상, 와해된 언행 등의 정신병적 증상에 이르지 않았다고 하여 업무상 재해로 인한 질병인 공황장애와 자살과의 인과관계가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망인의 경우 이 사건 사고 전에는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영위하고 있었고, 원고 A과의 관계는 망인이 공황장애를 앓기 시작하면서 다소 개선되었던 것으로 보이는 등 망인이 공황장애를 앓고 있었던 점을 제외하면 망인에게 경제적인 문제와 같이 달리 자살을 선택하게 할 유인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망인은 공황장애 및 이에 수반된 우울감 등으로 인해 행위선택능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에서 자살에 이른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나아가 이 사건 관련판결에서도 이 사건 사고와 망인의 자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면서 위 사건의 소송절차에서 진행된 진료기록 감정결과를 그 근거로 삼았는데, 위 소송절차의 감정결과에서는 망인에게 공황장애로 인한 심한 불안과 우울증상이 있어 그 질환으로 인해 합리적인 판단 저하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위 질환이 망인의 자살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하였는바 이는 앞서 한 판단을 뒷받침 한다.
4. 결론
원고 B의 소는 부적법하여 이를 각하하고, 원고 A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유환우(재판장) 박남진 지선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