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아파트 관리소장인 망인은 입주민의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민원 제기로 인한 업무상 스트레스가 개인적인 경제적 문제와 정신적 취약성 등의 요인에 겹쳐서 우울증세가 유발 및 악화되었고, 그로 인하여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결여되거나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서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망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
【서울행정법원 2020.9.18. 선고 2019구합62826 판결】
• 서울행정법원 제3부 판결
• 사 건 / 2019구합62826 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 원 고 / A
• 피 고 / 근로복지공단
• 변론종결 / 2020.07.17.
• 판결선고 / 2020.09.18.
<주 문>
1. 피고가 2018.7.23. 원고에게 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가. 망 B(C생, 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2011.5.1.부터 유한회사 D(이하 ‘이 사건 회사’라 한다)에 입사하여 경남 양산시 E아파트(이하 ‘이 사건 아파트’라 한다)의 관리소장으로 근무하여 왔다. 이 사건 아파트는 2007년부터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라 한다)가 대부분의 세대를 매입하여 국민임대아파트로 운영되고 있고, 5개동 625세대로 구성되어 있다.
나. 망인은 2017.7.20. 16:56경 이 사건 회사 대표에게 ‘사장님 죄송합니다. 몸이 힘들어서 내일부터 출근하기 힘듭니다. 소장 대체 부탁합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16:58경 위 대표로부터 ‘내일부터 당장 되겠습니까. 내일 금요일이니까 연차든 휴가든 며칠 쉬고 이야기하시죠.’라는 답장을 받은 다음 17:00경 1시간 일찍 퇴근하였다. 망인은 2017.7.21. 이 사건 아파트에 출근하지 아니하였다.
다. 망인은 토요일인 2017.7.22. 03:30경 산책하고 오겠다고 하면서 외출하였고, 05:34경 자택 부근 산책로에서 나무에 나일론 줄을 묶고 목을 매어 사망한 채로 행인에게 발견되었다.
라. 망인의 배우자인 원고는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스트레스에 따른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피고에게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하였다. 그러나 피고는 2018.7.23. ‘망인이 업무적 스트레스에 의해 판단력 망실상태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려우며 망인은 개인의 경제적 문제, 정신적 취약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자살에 이른 것으로 판단되어 망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라는 이유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결정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마. 이에 불복하여 원고는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에 재심사 청구를 하였으나, 위 위원회는 2019.1.18. 원고의 재심사 청구를 기각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 10, 1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망인은 통장과 부녀회장 등 입주민들 간의 갈등 중재, 입주민들의 민원처리 문제로 장기간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아왔고, 사망 직전 악성민원인으로부터 층간소음 민원처리와 관련하여 부당하고 모욕적인 항의를 받기도 하였다. 이러한 스트레스로 인하여 망인의 불안 및 우울장애가 유발·악화되어 자살에 이르게 되었으므로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
나.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별지 생략>
다. 인정사실
1) 망인의 업무내용 및 근무환경 등
가) 망인은 주 5일 09:00부터 18:00까지 근무하였고, 휴게시간은 12:00부터 13:00까지였다. 이 사건 아파트의 관리소장은 통상 09:00경 출근하여 30분 정도 아파트를 순찰하고 관리사무소로 돌아와 일반적인 민원과 양산시나 LH의 지시사항을 확인하고 처리하며, 점심식사를 한 후 오후에도 아파트를 순찰하고 민원해결 등 관리소장이 직접 담당하는 업무를 처리한 후 18:00경 퇴근한다.
나) 망인은 이 사건 아파트의 LH 대응 및 입주민 민원처리를 총괄하는 업무를 수행하였다. 구체적으로 입주민들의 민원 중 아파트 시설물에 관한 민원처리는 관리과장이, 그 외의 민원처리는 망인이 담당하였다. 망인은 입주민들에게 문제가 있으면 연락하도록 자신의 개인 휴대전화번호를 알려주기도 하였다.
다) 관리과장 F는 망인이 관리비를 체납한 입주민의 집에 단수를 하는 일이나, 아파트 승강기 공사가 통장을 주체로 하여 진행되었음에도 완공 후 하자에 대해서 망인이 관리책임을 져야하는 부분에 관하여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진술하였다.
라) 이 사건 아파트에서는 2007년경부터 LH의 국민임대아파트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부녀회장과 통장 등 입주민 사이의 갈등이 발생하였고, 2014년경부터 2016년경까지 아파트 내 가건물 철거, 노인정 난방비 공동부담, 동대표 선출 과정 등의 문제로 갈등이 지속되었다. 이 사건 회사에서는 2017.6.경 망인에게 다른 아파트의 관리소장으로 옮길 것인지 의사를 타진하였으나, 망인은 현재 통장 및 부녀회장과의 관계가 안정되어 옮기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하여 이 사건 아파트에 계속 근무하기로 하였다.
2) 입주민 G의 민원 제기
가) 이 사건 아파트의 입주민 G는 2015.11.20. 입주하여 2017.10.31. 퇴거한 사람이다. G는 수시로 관리사무소에 방문하거나 전화하여 증간소음이나 CCTV 사각지대 발생 등에 관하여 민원을 제기하고 해결을 요구하였다. G는 망인의 개인 휴대전화로 2017.5.3. 22:57(통화시간 50초) 및 23:14(통화시간 3분 52초), 2017.6.15. 20:23(통화시간 2분 10초), 2017.7.9. 07:16(통화시간 17분 15초) 등 4회에 걸쳐 연락하기도 하였다.
나) 이 사건 아파트의 ‘민원 접수 및 처리부’에 기록된 G(H호)의 민원 내역은 아래와 같다. <표 생략>
다) G는 LH에도 직접 층간소음 민원을 제기하여, LH에서 최상층 끝집으로 이사하도록 해주겠다고 제안하였으나 G가 이를 거절한 적이 있다. 이에서는 이 사건 아파트 입주민의 층간소음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망인에게 층간소음 관리위원회를 구성하도록 지시한 바 있다. 망인은 2017.7.14. 09:15(통화시간 13초) 및 2017.7.18. 10:43(통화시간 4분 58초) 개인 휴대전화로 LH 경남지역본부 K과 통화하기도 하였다.
라) 망인은 2017.7.20. 점심시간 무렵 이 사건 회사 대표에게 전화하여 층간소음 문제로 민원이 있다고 보고하면서 통장과 민원인을 만나 이야기한 후 다시 연락하겠다고 하였다. 망인은 2017.7.20. 14:00경 G와 노인정 앞에서 1시간가량 대화하였다. 해당 장면이 촬영된 CCTV 영상을 본 관리과장 F는, G가 망인에게 삿대질하고 윽박지르며 망인은 머리를 긁으면서 조아리듯이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이었다고 진술하였다. 당시 대화내용은 G가 LH 직원으로부터 안내를 잘못 받은 부분에 대하여 망인에게 질책을 한 것이었다. 위 대화 후 망인은 이 사건 회사 대표에게 전화를 하여 ‘민원이 해결되지 않아 힘들다, 그만 두고 쉬어야겠다.’라는 취지로 말하였고,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회사 대표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다. 망인은 17:00경 F에게 책상서랍열쇠와 인장 등을 주면서 인계를 하고 그만두겠다고 하며 일찍 퇴근하였다.
3) 망인의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내역
가) 망인은 2017.7.11. 및 2017.7.19. L정신건강의학과에 내원하여 진료를 받았고 ‘혼합형 불안 및 우울장애, 비기질성 불면증’으로 진단받았다. 망인이 진료를 받는 과정에서 작성된 상담기록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표 생략>
나) 그밖에 망인의 2006년 이후 건강보험 요양급여내역에서 확인되는 정신건강 의학과 수진내역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 원고는 망인으로부터 2001년 결혼하고 몇 년 후에 ‘10년 전에 공황장애가 있어 치료를 받았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진술하였다.
4) 망인의 부동산 투자
가) 망인과 원고는 2013.8.30. 김해시 M건물 N호(이하 ‘이 사건 상가’라 한다)를 1억 6,000만 원에 각 2분의 1 지분씩 매수하였다. 망인과 원고가 매수한 후 이 사건 상가에 근저당권 등의 담보권이 설정된 적은 없다.
나) 망인과 원고는 2017.2.4. 이 사건 상가를 O에게 보증금 500만 원, 월세 55만 원에 1년 간 임대하기로 하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다. 임차인 O은 2017.2.부터 2017.7.까지 매월 망인에게 55만 원의 차임을 송금하였다.
다) 원고와 원고의 자녀들은 망인이 사망한 지 약 2주 후인 2017.8.7. P에게 이 사건 상가를 1억 1,000만 원에 매도하였다.
라) 이 사건 상가 부지의 개별공시지가는 2013년 2,190,000원/㎡에서 2017년 2,555,000원/㎡으로 상승하였다.
5) 망인이 사망 전 보인 모습 등에 관한 주변인의 진술 내용
가) 관리과장 F의 2018.1.22.자 진술(갑 제8호증)
○ 망인은 2017년 초 직접적인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자리에 제대로 앉아 있지 못하고 안절부절 한 일이 있었다. 망인이 핸드폰으로 부동산 문제, 법원이야기. 전전세입자를 찾는 등의 통화를 하는 것을 들은 바가 있다. 기억하는 이유는 일반적으로 월세 등의 문제는 현 세입자의 문제로 판단할 수 있는데 전전세입자를 찾고 있었고 법원 관련 등 부동산 문제였으며, 망인은 관리사무소에 들어오면 화장실에 가는 것 외에는 거의 자리에 앉아서 업무만 보는 성격인데 자리에 제대로 앉지도 못하는 등 안절부절 한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 망인은 사망 전 2주 전부터도 안절부절 불안감을 나타내면서 자리에 앉아 있지도 못하고 서서 서성거렸으며, 전화를 밖에 나가서 받아 무슨 문제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업체의 다른 사람이 망인이 울고 있는 모습을 목격하였다고 한다.
나) 원고의 2018.1.30.자 진술(갑 제10호증)
○ 망인은 2017.7.20. 퇴근 후 밥을 거의 먹지 않고 거실 소파에 쪼그리고 앉아서 방을 새웠다. 평소보다 일찍 귀가한 이유를 물어보니 ‘불안하고, 모든 사람들이 본인을 모함하는 것 같아 더욱 불안해서 사표를 냈다, 그렇게 알고 있어라.’라고 하였다.
○ 망인은 2017.7.21. 05:00경 기상하여 식사를 하지 않은 채 10:00경 정신과에서 처방 받은 약을 복용하고 30분 정도 잠을 잔 후, 방이나 거실에서 걷거나 앉아서 하루를 보냈다.
○ 망인은 2017.6. 들면서부터 불안한 증상이 있었던 것 같다. 잠과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원래 전혀 마시지 못하는 술도 마시곤 하여 작은 맥주 1병 정도를 거의 매일 마셨다.
○ 긴급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아파트로부터 전화가 오지 않다가 몇 달 전부터 퇴근 나 주말에도 전화가 왔는데, 소속 경비원이 아닌 입주민이었다. 망인은 듣기만 하고 대편은 언성을 높여 소리를 질러 전화 밖에서도 다 들릴 정도였다.
6) 망인의 정신적 질환 등에 관한 진료기록 감정의의 의학적 소견
○ 망인의 진단명 ‘혼합형 불안 및 우울장애(F41.2)’는 F41.0 불안장애의 아형으로, 불안감과 울증이 있지만 이 중 어떤 것도 더 우세하지 않으며, 따로 불안장애나 우울장애로 진단될 만큼 증상이 심하지 않거나 그 진단기준을 만족시키지 않을 경우로 정의된다.
○ ‘혼합형 불안 및 우울장애’의 DSM-Ⅳ 연구 진단 기준에 따르면 최소 1개월 이상 지속되는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호흡 곤란을 동반한다. 이러한 증상은 다음 중 최소 4가지 증상도 나타날 때 함께 등장한다. 이러한 증상들은 사회, 일 또는 다른 중요한 활동들의 심각한 임상적 불편함이나 퇴화를 유발한다.
- 집중력이나 기억력 하락, 수면 장애, 피로 또는 에너지 부족
- 극도로 민감함
-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걱정하는 상태
- 쉽게 울거나 쉽게 절망하고, 미래에 대해 비관적이며 스스로가 쓸모없다고 느끼는 낮은 자존 감
- 과잉 경계, 위험한 상황이 나타날 것이라는 예감
○ 일반적으로 우울증 환자들은 특징적인 부정적인 사고의 영향으로 실제 사실보다 부정적으로 인지할 수 있다. 또한 우울증 증상이 심해질 경우 환청, 망상과 같은 정신병적 증상이 발생하여 사실과 다른 생각(망상)을 할 수도 있다.
○ 우울증을 포함한 정신과적 질환은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병되는 것으로 개별 요인의 기여도는 판단하기 어렵다. 스트레스는 우울장애의 소인이 있는 사람에게서 우울장애를 발생하게 하고, 우울장애의 재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우울장애 환자는 특징적인 부정적 사고의 영향으로 무가치함, 미래에 대한 부정적 전망, 현재의 나쁜 상황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과 우울증의 고통에서 자신을 구원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 때문에 자살을 시도한다. 망인이 사망 당시 우울증상이 있었다면, 우울증 증상으로 자살을 시도했다고 할 수 있다.
[인정근거] 갑 제5 내지 14, 16 내지 18호증, 을 제1 내지 12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이 법원의 Q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라. 판단
1) 관련 법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제1항에서 말하는 ‘업무상의 재해’란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근로자의 부상·질병·신체장애 또는 사망을 뜻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재해발생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그 인과관계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하지만,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며 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근로자가 자살행위로 인하여 사망한 경우에, 업무로 인하여 질병이 발생하거나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그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이 유발 또는 악화되고, 그러한 질병으로 인하여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결여되거나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서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추단할 수 있는 때에는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다(대법원 2016.1.28. 선고 2014두5262 판결 등 참조). 비록 그 과정에서 망인의 내성적인 성격 등 개인적인 취약성이 자살을 결의하게 된 데에 영향을 미쳤다거나 자살 직전에 환각, 망상, 와해된 언행 등의 정신병적 증상에 이르지 않았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7.5.31. 선고 2016두58840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을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보면, 망인은 입주민의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민원 제기로 인한 업무상 스트레스가 개인적인 경제적 문제와 정신적 취약성 등의 요인에 겹쳐서 우울증세가 유발 및 악화되었고, 그로 인하여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결여되거나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서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망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
① G는 이 사건 아파트에 입주한 이후 망인이 사망할 때까지 약 1년 8개월 간 관리사무소에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하였다. 민원 접수 및 처리부에 기록되어 있는 민원 내역도 망인 사망 전까지 7회에 이르러 다른 입주민들에 비해 상당히 반복적으로 민원을 제기하였음을 알 수 있는데, 그 외에도 수시로 관리사무소에 방문하거나 전화를 걸어 민원을 제기하였고 보통 2주 이상 해당 민원의 해결을 요구하였다. 민원의 내용도 주로 층간소음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어서 망인으로서는 쉽게 해결하기 어려웠는데, 그밖에도 주차장에 CCTV 사각지대가 있는데 자신의 차량이 사각지대에서 훼손되면 누가 책임질 것이냐고 항의하는 등 합리적인 민원 제기로 보기 어려운 경우도 있었다. G는 층간소음 문제로 LH에 직접 민원을 제기하기도 하였고 LH에서도 해당 민원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주택 이전을 제안하는 등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보이는데, 이 사건 아파트의 관리업무에 관하여 LH의 감독과 지시를 받는 망인의 입장에서 이러한 민원의 존재는 상당한 부담이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② G는 2017.5.3.부터 4회에 걸쳐 근무시간이 아닌 이른 아침이나 늦은 저녁 시간에 망인의 개인 휴대전화로 연락하여 언성을 높여 민원을 제기한 바 있다. 특히 2017.7.9.(일요일)에는 07:16경에 17분 15초 동안이나 통화를 하였는데, G가 그 날 새벽 04:30경 관리사무소에 이미 층간소음 민원을 제기하였다는 점에서 위 통화에서 민원 처리에 관하여 강하게 항의하였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G는 2017.7.20. 14:00경부터 1시간 동안 공개된 장소에서 망인에게 일방적으로 질책과 폭언을 하였고, G가 1975년생으로 망인보다 나이가 10세 적은 점, 망인의 잘못이 아니라 LH의 업무처리에 관한 문제를 망인에게 항의한 점 등을 고려하여 보면 위와 같은 사건은 망인에게 극심한 스트레스와 자괴감을 불러일으켰을 것으로 보인다.
③ 망인은 2017.7.20. G와의 대화를 마치자 바로 이 사건 회사 대표에게 사직의 의사를 표시하였고, 이 사건 회사 대표가 사직을 만류하였음에도 관리과장에게 업무를 인계해주고 일찍 퇴근한 후 다음날 출근하지 아니하였으며, 그 다음날 새벽 자살에 이르렀다. 원고의 진술에 의하면 망인은 퇴근 후 다음날까지 식사를 거의 하지 못 하였고 잠도 자지 못하였으며, 계속 불안감을 호소하였다. 망인의 증상에 비추어 보면 당시 망인은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을 시도하였고 사망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다. 위와 같은 사건의 경과를 살펴보면, 결국 2017.7.20. G의 민원 제기가 망인 의 사망 전 가장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한 사건이었다고 볼 수 있다.
④ 망인의 정신건강의학과 상담기록에는 주로 부동산 사기로 인한 문제가 언급 되어 있고, F도 2017년 초부터 망인이 전화통화에서 법원, 전전세입자 등을 언급하면서 부동산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고 하여, 2013년 구입한 이 사건 상가 관련 문제가 망인의 불안과 우울증세를 유발한 주요 요인이었다고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앞서 본 임대차계약 및 월 차임 지급 관계만으로는 이 사건 상가의 매매나 임대차 과정에서 사기 등의 문제가 있었다고 보기 부족하고, 망인의 사망 후 경찰과 피고가 조사를 진행하였음에도 이 사건 상가 관련하여 어떠한 문제가 있었는지 객관적으로 밝혀지지 아니하였다. 설령 이 사건 상가에 관하여 일부 경제적 문제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불안 및 우울장애의 특징적인 증상에 비추어 망인이 실제 사실보다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고 과도하게 걱정하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⑤ 망인의 정신건강의학과 상담기록에 의하면 ‘일은 다니는데, 직장 다니고 있는데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밤에 자려고 누워 있으면 내 주위의 사람들이 나를 이용해 먹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자꾸 든다.’, ‘혹시 내 이런 문제로 인해서 직장 생활을 못해서 잘리는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든다.’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망인은 불안 및 우울 증상으로 인하여 업무를 수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을 것으로 보이고, 그러면서도 직장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을 걱정하면서 불안이 가중되었다. 특히 주위 사람들이 나를 이용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한 부분은 망인이 G 등 입주민들의 민원처리를 담당하였다는 점에서 업무와 관련성이 있다고 보인다. 망인은 2017.7.20. G와의 대화가 있은 다음 일찍 퇴근하여 원고에게 ‘모든 사람이 나를 모함하는 것 같아 불안하다.’라고 말하기도 하였다.
⑥ 망인이 과거 공황장애 치료를 받은 개인적 소인이 있기는 했지만, 2006.1.부터 2017.6.까지 사이에는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은 기록이 확인되지 않는다. 따라서 망인이 2017.7. 정신건강의학과에 2차례 내원하여 치료를 받았고, 그럼에도 급격히 불안 및 우울장애 증상이 심화되어 사망에 이른 경과에 비추어 보면, 그 무렵 상당히 증가한 업무상 스트레스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개인적 소인의 발현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3.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유환우(재판장) 박남진 지선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