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원고는 ○○○○은행중앙회(참가인) 자금운용부 과장으로 같은 부서에서 근무하던 피해자를 금융위원회 사무관 ○○○에게 소개하여 준다는 명목으로 술자리를 가졌는데, ○○○은 만취한 피해자를 노래방으로 데리고 간 다음,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음을 이용하여 그를 간음하였다. 참가인은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여 원고는 선배라는 지위를 활용하여 금융위원회 사무관과의 만남을 강압적으로 주선하였고, 남녀를 처음 소개하는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에게 음주를 강요하였으며, 만취한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를 취하지 않아 불미스러운 사고가 발생하였다는 이유로 원고에 대한 징계처분을 논의한 끝에 면직처분을 의결하였고, 원고에게 면직처분을 통보하였다.
이 사건 면직처분의 원인사실 중 원고가 피해자에게 ○○○을 만나도록 강요하거나, ○○○과 가진 술자리에서 술을 마시도록 강요하였다는 점은 인정되지 않지만, 원고가 피해자를 만취하게 하고도 적절한 보호조치로 나아가지 아니하여 피해자가 성범죄 피해를 입게 한 점은 인정된다. 그럼에도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보면 원고의 행위가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단계에 이르렀다고 보이지는 아니하므로 이 사건 면직처분은 참가인에게 주어진 재량권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서 위법하다.
【서울행정법원 2019.5.30. 선고 2018구합66548 판결】
• 서울행정법원 제13부 판결
• 사 건 / 2018구합66548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 원 고 / △△△
• 피 고 /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
• 피고보조참가인 / ○○○○은행중앙회
• 변론종결 / 2019.05.09.
• 판결선고 / 2019.05.30.
<주 문>
1. 중앙노동위원회가 2018.4.20. 원고와 피고보조참가인 사이의 중앙2018부해217 부당해고 구제 재심신청 사건에 관하여 내린 재심판정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 중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은 피고보조참가인이, 나머지 부분은 피고가 각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재심판정의 경위
가. 원고는 2007.3.2.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에 입사하여 2015.7.1.부터 자금운용부에서 과장으로 근무하던 사람이다. 천○○(이하 ‘피해자’라 한다)은 2014.10.경 참가인에 입사하여 2016.3.경부터 자금운용부에서 근무하던 사람이다.
나. 원고는 2016.4.25. 피해자를 금융위원회 사무관인 ○○○에게 소개하여 준다는 명목으로 술자리를 가졌는데, ○○○은 만취한 피해자를 서울 종로구에 있는 노래방으로 데리고 간 다음,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음을 이용하여 그를 간음하였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17.1.5. ○○○에게 준강간죄 등으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하였고, ○○○은 이에 불복하여 항소, 상고하였으나 모두 기각되어 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다. 참가인은 2017.11.15.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여 다음과 같은 이유로(이하 개개의 징계사유는 순서대로 번호를 이용하여 ‘제1징계사유’ 등으로 가리킨다) 원고에 대한 징계처분을 논의한 끝에 면직처분을 의결하였고, 2017.11.17. 원고에게 면직처분(이하 ‘이 사건 면직처분’이라 한다)을 통보하였다.
① 원고는 선배라는 지위를 활용하여 금융위원회 사무관과의 만남을 강압적으로 주선하였고,
② 남녀를 처음 소개하는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에게 음주를 강요하였으며,
③ 만취한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를 취하지 않아 불미스러운 사고가 발생.
라. 원고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서울2017부해2609호로 이 사건 면직처분이 부당해고라고 주장하며 구제를 신청하였고,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18.1.25. ‘제1, 2징계사유는 인정되지 않는다. ○○○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피해자가 만취하여 도움이 필요하였음에도 직장 선배로서 피해자를 돌려보내지 않아 ○○○으로부터 성폭행 피해를 입게 하였으므로 제3징계사유는 인정된다. 그러나 원고가 직접 성범죄를 저지르거나 ○○○과 성범죄를 공모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이 사건 면직처분은 지나치게 무거운 징계이므로 부당하다.’라는 이유로 이 사건 면직처분이 부당해고라고 의결하면서 참가인에게 원고를 복직시키고, 해고기간의 임금을 지급하라는 구제명령을 내렸다.
마. 참가인은 이에 불복하여 중앙노동위원회에 중앙2018부해217호로 재심을 청구하였고, 중앙노동위원회는 2018.4.20. ‘제1, 2징계사유는 인정되지 않고, 제3징계사유는 인정된다. 이처럼 원고가 직장 선배의 지위를 이용하여 ○○○과 피해자의 술자리를 주선한 점, 피해자는 직장 선배인 원고가 자신의 안전을 담보하여 줄 것으로 믿었다고 보이는 점, 그럼에도 원고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결과 만취한 피해자가 성폭행 피해를 입는 등 중대한 결과가 발생한 점, 원고가 진지하게 반성한다고 보이지 않고, 참가인 내부 조직질서가 크게 훼손된 점에서 이 사건 면직처분은 양정이 적정하므로 정당하다.’라는 이유로 초심판정을 취소하고, 원고의 구제신청을 기각하는 재심판정(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을 하였다.
바. 참가인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포함한 복무규정과 인사규정을 제정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하여 실시하고 있다. <표 생략>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4호증부터 갑 제8호증까지, 을가 제4호증, 을나 제3, 4, 6, 1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가. 당사자의 주장
1) 원고
가) 참가인은 내부적으로 원고를 해고하기로 사전에 정해두었으며, 원고에 대한 징계절차는 형식적으로 진행되었을 뿐이므로 이 사건 면직처분은 징계사유에 관하여 소명할 원고의 권리가 보장되지 않은 절차상 하자가 있다.
나) 참가인 인사규정에 따르면 직원에게 보직을 부여하지 않는 대기발령은 원칙적으로 3개월로 제한되고, 대기발령 기간 동안 부여된 과제를 평가하여 그 결과에 따라 대기발령을 연장, 해지하거나 면직처분을 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참가인은 2016.10.경부터 2017.12.경까지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아무런 평가 없이 대기발령을 하였는데, 이는 참가인 인사규정에 어긋나 위법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이 사건 면직처분도 위법하다.
다) 원고는 금융위원회 사무관 ○○○에게 피해자를 소개해 주었을 뿐이고, 피해자에게 ○○○을 만나도록 강요하거나, ○○○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술을 마시도록 강요하지 않았다. 또한 원고로서는 ○○○이 피해자를 준강간하리라고 예상할 수조차 없었으므로 피해자를 보호할 의무가 없었다. 원고에 대한 징계사유는 어느 것도 인정되지 않는다.
라) 원고의 행위는 참가인 단체협약 제38조 단서에서 제한적으로 정한 징계면직 사유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이를 들어 원고의 징계사유로 삼을 수 없다.
마) 원고가 이 사건 면직처분을 받기 전까지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근신하면서 진지하게 반성한 점, 약 10년간 참가인을 위하여 성실하게 근무하면서 금융위원회위원장으로부터 표창을 받기도 한 점, 원고가 ○○○의 성폭행 범죄에 가담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면직처분은 지나치게 무거워 부당하다.
2) 피고와 참가인
가) 참가인은 인사위원회가 원활히 운영될 수 있도록 내부 규정에 따른 적정한 징계처분에 관한 의견을 제공하였을 뿐이고, 사전에 징계처분의 내용을 결정하지 않았다. 원고에 대한 징계절차는 공정하게 진행되었다.
나) 원고는 피해자의 선배일 뿐만 아니라 술자리를 마련하여 피해자가 만취한 원인을 제공한 사람임에도 피해자를 위하여 적절한 보호조치를 하지 아니함으로써 성범죄 피해를 입게 하였다.
다) 원고가 ○○○과 피해자의 술자리를 적극적으로 주선하였음에도 만취한 피해자를 보호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아니하여 피해자가 성범죄 피해를 입는 데 이르렀던 점, 원고의 복직에 대하여 참가인 직원 다수와 노동조합이 반대하는 의사를 표시한 점, 원고의 행위로 인하여 참가인이 잘못된 접대문화의 근원지인 것처럼 보도되어 참가인의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된 점, 원고가 진실된 반성의 모습을 보이지 아니하여 피해자와 가족들이 여전히 엄중한 처벌을 바라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면직처분은 정당하다.
3) 참가인
가) 참가인은 ○○○에 대한 형사재판 결과를 확인함으로써 원고에 대한 징계절차의 객관성과 정당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합리적인 이유에서 원고에게 대기발령을 내린 것이다. 참가인 인사규정은 참가인에게 대기발령 중인 직원을 평가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지도 않다. 이 사건 면직처분은 원고에 대한 대기발령 기간 중에 이루어진 근무평정을 근거로 한 것이 아니므로 위 대기발령의 적법 여부에 따라 효력이 달라진다고 볼 일도 아니다.
나) 원고가 선배의 지위를 이용하여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피해자로 하여금 ○○○과 저녁을 먹도록 강요하고, 저녁 자리에서 주량을 넘는 술을 마시도록 강요한 행위 역시 징계사유로 인정된다.
다) 원고의 행위는 참가인 복무규정, 인사규정, 윤리강령 등 단체협약 제38조에서 말하는 ‘제 규정’을 위반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징계사유로 삼을 수 있다.
나. 판단
1) 절차상 하자에 관한 판단
가) 갑 제13호증, 을나 제20호증의 각 기재에 따르면 참가인이 2017.2.7. 원고에게 그에 대한 인사위원회가 개최된다고 통지하면서 ‘조치 구분’란에 ‘면직(인사규정 제29조제1호 나목, 다목에 해당)’이라고 기재한 사실, 참가인이 2017.11.15. 개최된 인사위원회에서 위원들에게 ‘1. 징계의견: 면직’이라고 기재한 회의자료를 나누어 준 사실이 인정된다. 그런데 을나 제7, 21, 22호증(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참가인은 다른 직원에 대한 인사위원회를 개최하는 경우에도 내부 규정에 따른 조치 의견을 기재하여 징계의결을 요구하고, 징계대상자에게 인사위원회 개최를 통보하기도 한 사실, 그 경우에도 참가인 인사위원회는 징계대상자의 평소 소행, 근무성적, 공적, 개전의 정, 징계전력 등을 고려하여 당초 통보받은 조치 의견과 다른 내용으로 징계를 의결하기도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앞서 인정한 사실만으로는 원고에 대한 징계위원회가 형식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갑 제5호증, 을가 제4호증, 을나 제6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따르면 2017.11.15. 개최된 참가인 인사위원회에서 위원들은 원고에게 소명할 기회를 부여한 다음, 각 위원별로 징계사실 인정 여부에 대하여 서로 다른 의견을 개진하였을 뿐만 아니라, 징계양정 적정 여부 등에 대하여도 징계를 감경할 만한 사정이 있는지 확인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을 종합하여 보건대 참가인 인사위원회는 실질적인 논의를 진행하여 이 사건 면직처분을 의결하기에 이르렀음을 알 수 있다.
나) 참가인 인사규정에서 회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3개월로 기간을 정하여 보직을 부여하지 않고 대기발령을 명할 수 있으며, 그 기간의 평가 결과에 따라 대기발령을 연장, 해지하거나 인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직권면직할 수 있다고 정한 것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을나 제16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참가인은 원고에게 2016.10.19.경부터 적어도 2017.8.18.까지 10개월 동안 보직을 부여하지 않고 대기발령을 내린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앞서 본 사실관계와 갑 제20호증의 1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참가인 인사규정은 문언에 따르더라도 대기발령 기간에 별도의 과제를 부여하고 그 결과에 따라 면직할 수 있도록 추가적인 면직처분의 사유를 정한 것이지, 참가인에게 반드시 대기발령을 내린 직원에 대한 평가를 진행하도록 의무를 부과한 취지는 아닌 점, ② 이 사건 면직처분은 원고가 직장 질서를 어지럽히고 참가인에게 손해를 가한 데 대한 징계로서 이루어진 것이지, 대기발령 기간의 평가 결과가 부진함을 이유로 삼은 것이 아니어서 위 인사규정 제12조제5항에 따른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③ 참가인은 ○○○에 대한 형사재판 결과를 기다려 합리적 의심 없이 인정된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원고에 대한 징계절차를 진행하고자 3개월을 넘어선 기간 동안 보직을 부여하지 않은 것이므로 원고에 대한 대기발령 기간을 연장한 데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앞서 인정한 사정만으로 원고에 대한 참가인의 대기발령이 인사규정에 어긋나 위법하다거나, 나아가 이 사건 면직처분이 위법한 대기발령에 뒤따른 것으로서 마찬가지로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
다)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2) 징계사유에 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근로자의 어떤 비위행위가 징계사유로 되어 있느냐 여부는 구체적인 자료들을 통하여 징계위원회 등에서 그것을 징계사유로 삼았는가 여부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하는 것이지 반드시 징계결의서나 징계처분서에 기재된 취업규칙이나 징계규정 소정의 징계근거 사유만으로 징계사유가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대법원 2002.5.28. 선고 2001두10455 판결 등 참조). 따라서 법원은 징계처분의 적법성을 판단할 때 단순히 징계결의서나 징계처분서에 기재된 사실관계의 인정이나 징계규정의 적용만을 검토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자료들을 통하여 사용자가 실질적으로 징계의 근거로 삼았다고 보이는 사유가 타당한지를 따져 보아야 한다.
나) 제1징계사유에 관한 판단
갑 제3, 4호증, 을가 제3호증, 을나 제20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피해자가 2016.4.25. ○○○과 저녁을 먹자는 원고의 제안이 내키지 않았음에도 원고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평판과 여러 차례 ○○○을 만나도록 요청하는 원고의 태도를 고려하여 마지못해 이를 승낙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런데 위 각 증거들과 을나 제2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는 2016.4.25. ○○○과 저녁을 먹자는 제안 이외에도 2016.4.21., 2016.5.9., 2016.5.11., 2016.6.14. 등 여러 차례 피해자에게 다른 금융기관의 임직원들과 함께 식사하자고 제안하였던 사실, 그때마다 피해자가 함께 식사하는 이유를 묻거나, 참석하기 곤란하다는 의사를 표현하지 않고, 바로 원고의 제안에 긍정적으로 답변하였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이러한 사실에 비추어 보건대 앞서 인정한 사실만으로는 피해자가 원고가 제안한 식사 자리를 피하고 싶어 한다는 점을 원고가 알 수 있었다거나, 원고가 그러한 사정을 알면서도 피해자에게 제안에 따르지 않으면 직장 선배의 지위를 이용하여 불이익을 줄 것처럼 행동하여 ○○○을 만나도록 강요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참가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다) 제2징계사유에 관한 판단
갑 제3, 4호증, 을가 제3호증, 을나 제20호증의 각 기재, 갑 제18호증의 2의 일부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피해자의 평소 주량이 소주 반 병 정도인데, 원고와 ○○○, 피해자는 2016.4.25. 서울 종로구 종각역 근처에 있는 곱창집에서 저녁식사를 하면서 합계 소주 4병, 맥주 3병을 나누어 마신 사실, 피해자가 원고로부터 건네받은 술을 한 번에 다 마시지 않자 원고가 ‘처음 가지는 술자리인데 어디서 술을 꺾어 마시느냐’, ‘끝까지 다 마셔라’라고 말하며 술을 다 마실 것을 재촉하기도 한 사실, 피해자는 위 곱창집에서 ○○○이 도착하기 전까지 소주와 맥주를 섞은 술을 3~4잔 정도 마시고, ○○○이 도착한 후 다시 4~5잔을 마셨다고 진술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피해자가 원고, ○○○과 술을 마신 뒤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만취하였던 사실은 뒤에서 보는 바와 같다. 이러한 사실을 종합하여 보면 피해자가 2016.4.25. 원고의 권유에 따라 평소 주량을 넘겨 술을 마신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런데 위 각 증거들로부터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앞서 인정한 사실만으로는 원고가 선배의 지위를 이용하여 피해자에게 술을 마시도록 사회통념상 상당한 정도를 넘어 강요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즉, ① 피해자가 원고에게 술을 마시기 싫다거나 마실 수 없다는 거절의 의사를 명시적으로 표시하였다는 사정은 나타나지 않았다. ② 피해자는 ‘부서 발령 후 처음 가지는 술자리라 거절하지 못했다.’라고 진술하여 직장 선배인 원고와 처음 술을 마시게 된 자리를 다소 부담스러워 하였으나, ‘평소 원고에 대하여 같이 일을 하려면 맞춰주어야 하는 부류의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들어 한 번은 맞춰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라고도 진술한 점으로 미루어 보면 원고에 대한 평판을 감안하여 스스로 술을 마시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참가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라) 제3징계사유에 관한 판단
(1) 갑 제4, 10호증의 각 기재, 갑 제18호증의 2의 일부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보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이에 어긋나는 갑 제17호증의 기재는 ○○○이 자신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가 자신과 함께 술을 마신 뒤에도 정상적인 대화가 가능할 정도로 만취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내용이지만, 객관적인 지위에 있는 다른 목격자들의 진술과 일치하지 않는 점, ○○○이 준강간죄 등으로 유죄판결을 선고받기도 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믿기 어렵다.
① 원고는 피해자의 직장 선배로 평소부터 피해자에게 업무상 지시를 하거나 지인들과 식사하도록 제안하면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해자가 자신의 제안에 쉽게 따를 것이라는 사정을 알고 있었다.
② 원고는 피해자에게 ○○○을 만날 일시와 장소를 주도적으로 지정하여 알려주는 등 적극적으로 ○○○과 피해자 사이의 술자리를 주선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원고는 피해자의 주량을 정확히 알지 못하면서도 ○○○이 합류하기 전부터 제대로 식사조차 하지 못한 피해자에게 여러 차례 소주와 맥주를 섞은 술을 마시도록 권유함으로써 피해자가 만취하게 된 원인을 제공하였다.
③ 원고, ○○○과 피해자가 2016.4.25. 방문한 술집과 커피숍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진술에 따르면 피해자는 원고, ○○○과 함께 술을 마신 뒤 혼자 일어서지도, 걷지도 못하고, 말을 하거나 눈도 뜨지 못할 정도로 만취한 상태였다.
④ 원고는 미혼인 ○○○과 피해자를 서로 소개하여 줄 생각이었을 뿐이고, 두 사람이 서로 호감이 있다고 보여 먼저 자리를 피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피해자가 정상적인 대화는 물론 거동조차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과 피해자가 서로 호감이 있다고 볼 만한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원고는 만취한 피해자를 귀가시키거나 다음 약속을 잡는 등 두 사람을 다시 소개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에게도 귀가계획 등에 대하여 전혀 물어보지 않은 채 먼저 귀가하였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여 보건대 원고는 평소 피해자와 직장 선후배로서 가까운 사이에 있었고, 그와 피해자 사이의 인적 관계를 이용하여 피해자가 초면인 사람과 술자리를 가지도록 주선하였으며, 술자리에 동석하여 피해자에게 많은 양의 술을 마시도록 권유함으로써 피해자가 만취하게 된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하였다. 나아가 원고는 피해자가 정상적인 거동을 전혀 할 수 없는 상황임을 알게 된 이상 피해자가 정상적으로 귀가할 수 있도록 도울 의무가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럼에도 원고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귀가하여 피해자로 하여금 성범죄 피해를 입게 하였다.
여기에 뒤에서 보는 대로 피해자의 피해 사실을 알게 된 참가인의 여성 근로자들이 원고의 부적절한 평소 언행을 지적하며 그에 대한 징계처분을 탄원한 점, 참가인 노동조합 역시 원고의 조합원으로서 권리 행사를 제한하고 원고에 대한 징계처분을 탄원한 점 등을 더하여 보면 위와 같은 원고의 행위는 직장 내부의 인적 관계를 이용한 적절하지 않은 언행으로 근로자 사이의 인적 신뢰 관계를 깨뜨려 직장 질서를 어지럽힌 경우에 해당한다. 그뿐만 아니라 ○○○의 범행이 언론을 통해 보도됨에 따라 참가인이 공공기관을 상대로 불건전한 접대를 하는 것처럼 알려진 점을 더하여 보면 원고의 행위는 직장 내부의 인적 관계를 이용한 부적절한 언행으로 참가인의 명예를 중대하게 훼손한 경우에도 해당한다. 이는 참가인 복무규정 제3조의2를 위반한 행위임과 동시에 인사규정 제29조에서 말하는 ‘제 규정을 위반하여 참가인에게 중대한 손해를 끼친 행위’ 또는 ‘중대한 물의를 일으킨 행위’로서 참가인이 정한 징계사유를 구성한다.
(2) 한편, 앞서 본 대로 참가인 단체협약 제38조제1항 단서에서는 징계면직 사유를 ‘저축은행법령, 기타법령, 제 규정을 위반’하여 ‘참가인에게 현저한 손해가 발생하거나 질서를 심히 문란케 한 경우’ 등으로 한정적으로 열거하고 있다.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에 을나 제3, 4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참가인 단체협약 제38조제1항 단서에서 말하는 ‘제규정’은 참가인 복무규정, 인사규정 등을 포함하여 참가인의 근로자들이 지켜야 할 의무를 정한 참가인 내부의 규범을 가리키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① 참가인 단체협약은 제38조 이외에도 제4조제1항, 제14조 등에서 ‘제 규정’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고, 단체협약을 일관되고 통일적으로 적용하기 위하여 위 각 조문에 대한 해석이 제38조가 문제될 때에도 고려되어야 한다. 그런데 참가인 단체협약 제4조제1항은 ‘이 협약 및 이 협약에 의거하여 정한 제 협약의 효력은 근로기준법, 취업규칙 및 제 규정, 기타 개별 근로계약의 효력에 우선한다.’라고 정하고, 제14조는 ‘사용자는 조합원의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취업규칙 및 제 규정을 제정하거나 개폐하고자 할 때에는 사전에 조합과 협의하여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는바, 여기서 말하는 ‘제 규정’은 문맥상 근로기준법, 취업규칙, 그 밖의 참가인과 개별 근로자 사이에서 체결한 근로계약 등과 함께 근로관계의 내용을 규율하는 규범으로서 참가인이 제정하여 실시하고 있는 여러 규정을 가리킨다고 봄이 상당하다.
② 참가인 인사규정 제29조제1호는 ‘저축은행법령, 기타법령, 제 규정, 서약사항, 명령, 지시를 위반’하여 ‘참가인에게 중대한 손해를 끼치게 하거나 질서를 심히 문란케 한 사람’을 면직 사유로 정하고 있는데, 그중 ‘서약사항, 명령, 지시’를 제외한 부분은 참가인 단체협약에서 정한 면직 사유와 실질적으로 동일하므로 위 인사규정과 단체협약에서 말하는 ‘제 규정’도 같은 의미라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그런데 ㉠ 여기서 말하는 ‘제 규정’은 이를 지키지 않으면 참가인의 직장 질서가 문란해질 만한 내용, 즉 근로관계에서 준수하여야 할 의무를 정하고 있는 규범으로 예상되는 점, ㉡ 참가인 내부의 규율인 ‘서약사항, 명령, 지시’와 병렬적으로 규정되어 있어 효력 및 내용면에서 그와 동등한 수준의 규범을 포함하는 표현으로 예상되는 점, ㉢ 그에 앞선 ‘저축은행법령, 기타법령’ 등을 함께 고려하더라도 참가인 및 임직원의 사무에 관한 ‘상호저축은행법’이나 그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법령의 위반행위만으로 징계사유가 한정된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참가인 인사규정에서 말하는 ‘제 규정’은 참가인이 근로관계를 규율하고자 내부적으로 제정하여 실시한 여러 규정을 가리킨다고 보아야 한다.
앞서 본 대로 원고가 인적 관계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정상적인 거동이 어려울 만큼 만취하게 한 뒤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다는 제3징계사유는 참가인 복무규정 및 인사규정을 위반한 행위에 해당하므로 단체협약 제38조제1항 단서에서 말하는 ‘제 규정’을 위반한 경우에도 해당한다.
(3)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3) 징계양정에 관한 판단
가) 피징계자에게 징계사유가 있어서 징계처분을 하는 경우, 어떠한 처분을 할 것인지는 징계권자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 다만, 징계권자의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그 처분이 위법하다고 할 수 있다(대법원 2002.8.23. 선고 2000다60890, 60906 판결, 대법원 2005.4.29. 선고 2004두10852 판결 등 참조). 특히 면직처분은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 정당성이 인정되고, 사회통념상 근로자와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인지는 사용자의 사업 목적과 성격, 사업장의 여건, 근로자의 지위와 담당직무의 내용, 비위행위의 동기와 경위, 근로자의 행위로 기업의 위계질서가 문란하게 될 위험성 등 기업질서에 미칠 영향, 과거의 근무태도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2.5.28. 선고 2001두10455 판결 등 참조).
나) 갑 제7, 9, 10호증, 을나 제1, 13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보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 수 있고, 이는 원고에게 불리한 정상이다(원고는 갑 제9호증, 을나 제1호증은 참가인에게 고용되어 근무하는 직원들이 작성한 것이므로 작성의사의 임의성이나 내용의 신빙성이 의심스럽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갑 제9호증, 을나 제1호증은 여러 사람이 서로 다른 날짜에 작성한 점, 2017.11.경 개최된 원고에 대한 징계위원회와 상당한 시간적 간격을 두고 작성된 점, ○○○의 이름과 그에 대한 형사사건번호가 적혀 있어 원고에 대한 징계절차에서 사용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작성인들의 진정한 의사에 기초하여 작성하였다고 인정될 뿐만 아니라 그 내용도 믿을 수 있다).
① 원고는 ○○○과 피해자의 술자리를 주도적으로 마련하였을 뿐만 아니라, 피해자에게 주량을 넘는 술을 마시도록 권유하여 만취하게 하였다. 또한 원고는 피해자가 정상적으로 거동할 수 없는 상태임을 알면서도 별다른 조치 없이 귀가하였고, 그 결과 만취한 피해자가 성범죄 피해를 입었다. 이로 인하여 피해자가 느꼈을 성적 수치심이나 정신적 충격이 상당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피해자가 만취한 원인을 제공한 점에 대하여 원고는 피해자에게 진정 어린 사과를 하지 않았고, 피해자로부터 용서를 받지도 못하였다.
② 참가인 여성 직원 중 다수가 ‘원고는 평소에도 여성 직원들에게 술을 강요하기도 하였고, ○○○을 만나보라는 제안을 여러 차례 하였다. 피해자가 ○○○으로부터 성범죄 피해를 입은 것은 이처럼 원고의 부적절한 평소 행동이 낳은 결과이고, 여성직원들은 원고가 ○○○과 개인적인 친분을 유지하기 위하여 피해자를 비롯한 후배 여성 직원들을 이용한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라고 진술하였고, 참가인 노동조합 역시 ‘원고가 평소 하급 여성 직원에게 술을 마시도록 강요하고, ○○○을 만나도록 제안하였으며, 상급자로서 하급자를 보호하고자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았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이처럼 원고의 행위로 그와 참가인 사이는 물론, 원고와 다른 근로자들 사이의 신뢰가 상당히 훼손되었다.
③ ○○○의 범행이 언론을 통하여 참가인이 부적절한 방법으로 금융위원회 공무원을 접대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인 것처럼 보도되면서 참가인의 명예가 크게 훼손되었다. 이는 시중의 상호저축은행이 건전하게 운영되도록 감독하고 지도하여야 하는 참가인의 업무를 특히 방해할 수 있는 사정이다.
다) 그러나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에 갑 제14, 15호증, 갑 제17호증부터 갑 제19호증까지, 을나 제6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앞서 본 사정만으로는 원고의 행위가 사회통념상 원고와 참가인 사이에서 더는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원고에게 책임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면직처분은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참가인에게 맡겨진 재량권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서 위법하다.
① 원고는 2014년경 금융위원회에 파견되어 근무하면서 ○○○을 알게 되었고, 이후 사적으로 교류하며 친분을 쌓게 되었다. ○○○은 2014년 이래 금융위원회 서민금융과 및 금융소비자과에서 근무하면서 참가인과 무관한 업무만을 담당하였다. 따라서 원고가 ○○○에게 피해자를 소개하고 술자리를 주선한 것은 업무상의 편의를 기대한 데 따른 것이기보다는 개인적인 동기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② 원고, ○○○과 피해자는 우선 곱창집에서 저녁을 먹으며 술을 마시다가, 근처에 있는 술집에서 계속해서 술을 마신 다음, 다시 근처에 있는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곳에서 원고는 배우자로부터 귀가하라는 연락을 받아 ○○○과 피해자를 남겨두고 먼저 자리를 떠나게 되었고, ○○○은 제대로 거동하지 못하는 피해자를 데리고 택시를 잡으려고 하다가 근처 노래방으로 들어가 범행에 이르게 되었다. 이러한 ○○○의 범행 경위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이후에 비로소 피해자의 피해 사실을 알게 되었을 뿐, 당초부터 ○○○의 범행을 인식하고 방조하려는 의사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③ 원고는 2016.10.경부터 이 사건 면직처분을 받을 때까지 아무런 보직 없이 자택에서 대기하였는바, 그동안 회사 동료들은 물론 주변인들로부터 피해자에게 한 행동에 관하여 질타를 받으면서 자책하고 반성할 시간을 가졌을 것으로 보인다.
④ ○○○의 범행이 보도됨에 따라 참가인의 명예가 훼손되기는 하였으나, 이는 앞서 본 대로 사건의 전모가 밝혀지기 전에 개인적인 동기로 이루어진 원고의 행위를 참가인의 구조적인 문제로 해석한 데에 따른 영향이 상당하다고 보인다.
⑤ 원고는 2014년경 금융위원회위원장으로부터 표창을 받기도 하는 등 입사 이래 참가인을 위하여 성실히 근무한 경력이 있다.
라) 원고의 주장은 이유 있다.
다. 소결론
이 사건 면직처분의 원인사실 중 원고가 피해자에게 ○○○을 만나도록 강요하거나, ○○○과 가진 술자리에서 술을 마시도록 강요하였다는 점은 인정되지 않지만, 원고가 피해자를 만취하게 하고도 적절한 보호조치로 나아가지 아니하여 피해자가 성범죄 피해를 입게 한 점은 인정된다. 그럼에도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보면 원고의 행위가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단계에 이르렀다고 보이지는 아니하므로 이 사건 면직처분은 참가인에게 주어진 재량권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서 위법하다.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장낙원(재판장) 박중휘 박종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