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징계사유가 되는 비위사실은 성실의무, 품위유지의무 등 여러 의무를 동시에 위반한 것으로 평가되는 일이 적지 않은 점 등에 비추어 징계사유의 특정은 그 비위사실을 다른 사실과 구별될 정도로 적시함으로 족하다(대법원 2005.3.24. 선고 2004두14380 판결 참조). 다만 최소한 피징계자가 어떤 비위행위로 징계가 이루어지는지 인식할 수 있을 정도로는 특정되어야 하나, 형사소송법이 공소사실에 대하여 요구하는 정도로 엄격하게 특정될 필요는 없다. 또한 징계처분서에 기재된 내용과 관계 법령 및 당해 징계에 이르기까지의 전체적인 과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징계 당시 당사자가 어떠한 근거와 이유로 처분이 이루어진 것인지를 충분히 알 수 있어서 그에 불복하여 구제절차로 나아가는 데 별다른 지장이 없었다면 징계사유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더라도 그로 인해 그 징계처분이 위법하다고 볼 수는 없다.
【서울행정법원 2020.7.17. 선고 2020구합53729 판결】
• 서울행정법원 제3부 판결
• 사 건 / 2020구합53729 교원소청심사위원회결정취소
• 원 고 / 학교법인 ○○학원
• 피 고 / 교원소청심사위원회
• 피고보조참가인 / 권○○
• 변론종결 / 2020.06.10.
• 판결선고 / 2020.07.17.
<주 문>
1. 피고가 2020.1.8. 원고와 피고보조참가인 사이의 2019-732호 해임처분 취소 청구 사건에 관하여 한 결정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 중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은 피고보조참가인이 부담하고 나머지는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소청심사 결정의 경위
가. 원고는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는 학교법인이다. 참가인은 1996.3.1. ○○고등학교에 신규 임용되었고, 2010.3.1. ○○중학교로 전보되어 근무하여 온 교사이다.
나. ○○중학교장은 2019.7.22. 원고에게 참가인에 대한 징계를 제청하였다. 원고는 2019.8.13. 이사회를 거쳐 2019.8.19. ○○중학교 교원징계위원회에 참가인이 사립학교법 제61조제1항제2호 및 제3호를 위반하였음을 이유로 참가인에 대한 중징계의 징계의결을 요구하였고, 2019.8.20. 참가인에게 징계의결요구서 및 이에 첨부하여 아래와 같은 내용의 징계사유 설명서를 송부하였다(이하 ‘이 사건 징계사유 설명서’라 한다). [표 생략]
다. ○○중학교 교원징계위원회는 4차례에 걸쳐 회의를 개최한 결과, 2019.9.19. 참가인에 대하여 사립학교법 제61조제1항제2호 및 제3호를 위반하였음을 이유로 해임의 징계를 의결하였다. 이에 원고는 2019.9.23. 참가인에 대하여 해임처분(이하 ‘이 사건 해임처분’이라 한다)을 하였고, 같은 날 참가인에게 징계처분사유설명서 및 이에 첨부하여 아래와 같은 내용의 징계의결서를 송부하였다(이하 ‘이 사건 징계의결서’라 한다). [표 생략]
라. 참가인은 이 사건 해임처분에 불복하여 2019.10.17. 피고에 소청심사를 청구하였다. 피고는 2020.1.8. ‘징계의결요구서에 구체적이고 명확한 사실의 기재가 없고 징계사유가 특정되지 않아 참가인의 방어권을 침해한 것이어서 사립학교법 제64조의2를 위반하였고, 징계의결서도 구체적이고 명확한 사실의 기재가 없고 징계사유가 특정되지 않아 사립학교법 제66조제3항을 위반하였다. 따라서 징계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어 이 사건 해임처분은 위법하다.’라는 이유로 참가인의 청구를 인용하여 이 사건 해임처분을 취소하는 결정(이하 ‘이 사건 결정’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6, 7, 9 내지 11호증(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결정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징계사유는 다른 사실과 구분하여 교원의 품위유지의무 위반행위에 해당함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적시하여 특정하면 족하고, 이 사건 해임처분의 징계사유가 명예훼손행위라고 하더라도 형사적 명예훼손의 성립여부를 다툴 수 있을 정도로 게시글의 내용이 특정되어야 한다고 볼 수 없다. 더욱이 이 사건 징계사유 설명서는 참가인의 게시글 중 어느 부분이 허위사실 적시 및 명예훼손에 해당하는지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특정하고 있고, 이 사건 징계의결서 역시 이 사건 징계사유 설명서와 종합하여 보면 징계사유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 참가인은 교원징계위원회에 출석하여 소명하였고, 피고의 소청심사 과정에서도 구체적 주장을 하면서 충분히 방어권을 행사하였다. 그럼에도 이 사건 해임처분의 절차상 하자가 명백하다고 보아 원고에게 진술의 기회도 부여하지 않은 채 이루어진 이 사건 결정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나.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별지 생략>
다. 판단
1) 구 사립학교법 제64조의2는 징계의결요구권자가 징계의결을 요구할 때에는 징계의결요구와 동시에 징계대상자에게 징계사유를 기재한 설명서를 송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제66조제3항은 임용권자가 징계의결 내용에 따라 징계처분을 할 경우 임용권자는 징계처분의 사유를 적은 결정서를 해당 교원에게 교부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구 사립학교법 제64조의2 규정의 취지는 징계혐의자로 하여금 어떠한 사유로 징계에 회부되었는가를 사전에 알게 함으로써 징계위원회에서 그에 대한 방어 준비를 하게 하려는 것으로, 징계위원회에 출석하여 진술할 수 있는 권리와 함께 징계혐의자의 방어권 보장을 위한 규정이다(대법원 1993.6.25. 선고 92누17426 판결 참조).
2) 앞서 인정한 사실과 앞서 든 증거들, 갑 제1, 8, 12 내지 15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해임처분 절차에서 징계사유가 특정되지 아니함으로써 참가인의 방어권이 침해되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해임처분에 징계사유가 특정되지 아니한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할 수 없다.
가) 징계사유가 되는 비위사실은 성실의무, 품위유지의무 등 여러 의무를 동시에 위반한 것으로 평가되는 일이 적지 않은 점 등에 비추어 징계사유의 특정은 그 비위사실을 다른 사실과 구별될 정도로 적시함으로 족하다(대법원 2005.3.24. 선고 2004두14380 판결 참조). 다만 최소한 피징계자가 어떤 비위행위로 징계가 이루어지는지 인식할 수 있을 정도로는 특정되어야 하나, 형사소송법이 공소사실에 대하여 요구하는 정도로 엄격하게 특정될 필요는 없다. 또한 징계처분서에 기재된 내용과 관계 법령 및 당해 징계에 이르기까지의 전체적인 과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징계 당시 당사자가 어떠한 근거와 이유로 처분이 이루어진 것인지를 충분히 알 수 있어서 그에 불복하여 구제절차로 나아가는 데 별다른 지장이 없었다면 징계사유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더라도 그로 인해 그 징계처분이 위법하다고 볼 수는 없다.
나) 원고는 이 사건 징계사유 설명서에서 33쪽에 걸쳐 참가인이 자신의 페이스북과 블로그에 게시한 글에서 이사장과 학교장에 대한 허위사실을 적시하고 유포함으로써 원고의 명예를 훼손한 행위, ○○고등학교 앞에서 이루어진 1인 시위를 기획·관리하고 실질적으로 동참한 행위, 보도자료를 제공해 ‘인사 갑질’ 주장을 언론을 통해 보도되도록 하거나 공개적으로 발표한 행위, 학부모들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행위, 학부모와 학생들이 참가인을 상대로 시위 등 금지 가처분을 신청하도록 하였고, 해당 가처분 사건에서 동료교사들의 서명을 받아 허위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한 행위, 원고의 진상조사가 진행되는 도중에도 학교를 비방하는 글을 게재한 행위, 2018.5.8.부터 2018.5.10.까지 3회에 걸쳐 학교장의 시위 자제 지시를 거절한 행위 등을 구체적으로 서술하며 위와 같은 행위가 품위유지의무 위반 또는 복종의무 위반의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명시하였다. 원고는 참가인의 페이스북과 블로그 주소를 특정하였고, 게시글도 2018.5.2.부터 2018.7.16.까지의 기간 중 작성된 33건으로 특정하였으며, 그 중에서 대표적인 게시글 10건의 게시일자와 제목, 주소도 열거하였다. 또한 원고는 참가인이 주장하는 ‘인사 갑질’의 내용을 크게 5가지로 정리한 다음 이를 각각 구체적으로 반박하면서 허위사실에 해당한다고 설명하였고, 참가인의 게시글 내용 및 2018.5.4.부터 2018.7.16.까지 1인 시위에서 사용된 피켓의 구호를 인용하면서 해당 표현이 이사장과 학교장에 대한 비방에 해당한다고 예시하였다.
다) 위와 같은 이 사건 징계사유 설명서의 기재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참가인의 행위 중 어떠한 부분이 허위 사실의 적시에 해당하고 비방의 목적이 있는지 등에 관하여 상당히 구체적으로 특정하였다. 비록 이 사건 징계사유 설명서에서 원고의 주장과 징계절차에 이르게 된 사건의 경위 등이 폭넓게 서술되면서 징계사유의 적시와 다소 혼재되어 있기는 하지만,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기본적 사실관계가 적시되어 있는 이상, 위와 같은 형식의 문제로 인하여 참가인의 실질적인 방어권 행사가 침해될 정도로 징계사유가 특정되지 않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라) 참가인은 2019.9.6. 출석통지서를 전달받아, 2019.9.11. 개최된 ○○중학교 교원징계위원회에 출석하였다. 참가인은 위 징계위원회에서 미리 작성해 온 42쪽 분량의 ‘중징계요구 사유에 대한 소명서’를 제출하여 위원들에게 배포하고, 2시간 50분간 위 소명서를 낭독하여 진술한 후 위원들과 질의 및 답변을 진행하였다. 참가인이 작성한 소명서에는 5가지 사건에 관한 ‘부당인사’ 주장이 허위사실에 해당하지 않고, 비방의 목적 없이 권리 침해에 관한 정당한 의사표현을 한 것이라는 취지의 내용이 포함되었으며, 1인 시위, 학부모 형사고소, 가처분 절차 및 탄원서 제출 등에 관한 참가인의 주장이 구체적으로 서술되었다. 이에 비추어 보면 참가인이 이 사건 징계사유 설명서에 기재된 징계사유를 바탕으로 방어를 준비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참가인은 교원징계위원회에서 충분히 방어권을 보장받고 행사할 기회를 가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마) 원고가 2019.9.23. 참가인에게 송부한 이 사건 징계의결서에서는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나열하지는 아니하였다. 그러나 이는 이 사건 징계사유 설명서에서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적시한 징계사유를 간추려 정리한 것이고, 이 사건 해임처분의 징계사유는 기존에 이 사건 징계사유 설명서에서 적시한 사유와 동일하며 달리 추가되거나 변경된 부분이 없으므로, 이 사건 징계의결서의 기재를 이 사건 징계사유 설명서의 내용과 종합하여 보면 결국 징계사유가 충분히 특정되었다고 볼 수 있다.
바) 참가인은 피고의 소청심사 과정에서 2019.11.18.경 준비서면을 제출하였는데, 위 서면에서 이 사건 징계사유 설명서의 기재를 바탕으로 징계사유를 정리하고 해당 징계사유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다투었다. 또한 참가인은 2018.5.2.부터 2018.7.16.까지 작성한 게시글 중 징계사유와 관련 있는 34건을 특정하여, 제목과 주요 내용을 정리하여 목록으로 제출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소청심사 과정에서 참가인이 이 사건 해임처분의 징계사유가 특정되지 아니하여 방어권이 침해되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였다는 사정은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참가인은 어떠한 근거와 이유로 이 사건 해임처분이 이루어진 것인지를 충분히 알 수 있어서 그에 불복하여 구제절차로 나아가는 데 별다른 지장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라.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해임처분에는 징계사유 불특정으로 사립학교법 제64조의2, 제66조제3항을 위반한 절차적 하자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와 다른 전제에서 절차적 하자가 존재하여 이 사건 해임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한 피고의 이 사건 결정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3.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유환우(재판장) 박남진 지선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