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요지>
[1] 심판대상조항 중 ‘업무상 군사기밀을 취급하는 사람 또는 취급하였던 사람’ 부분은 다소 일반적·규범적 개념으로 규정되어 있으나, 법원은 그 의미, 범위, 판단기준 등에 관하여 구체화하고 있고, 업무의 내용, 유형이나 취급의 범위 등을 입법자가 일일이 세분하여 규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심판대상조항의 구체적인 내용은 ‘군사기밀 보호법’의 입법목적을 고려한 법관의 해석, 적용으로 보완될 수 있으므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
[2] 군사기밀을 보호하여 국가의 안전을 보장하고자 하는 심판대상조항의 보호법익은 중대하고, 군사기밀에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은 쉽게 군사기밀을 지득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자체로 군사기밀을 보호할 책무가 있음에도 이를 누설한 것이어서 죄질이 중하며, 행위태양, 피해정도, 수법 등 구체적 사정은 법정형의 범위 내에서 충분히 고려될 수 있으므로,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반된다 할 수 없다.
【헌법재판소 2020.5.27. 2018헌바233 결정】
• 사 건 / 2018헌바233 결정 [군사기밀 보호법 제13조제1항 위헌소원]
• 청구인 / 박○○
• 당해사건 / 고등군사법원 2017노419 군사기밀보호법위반
<주 문>
군사기밀 보호법(2011.6.9. 법률 제10792호로 개정된 것) 제13조제1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청구인은 2014.2.24.경부터 2014.12.14.경까지 해군 장보고-Ⅲ 협력단 ○○으로 근무하며 해군 장보고-Ⅲ 사업과 관련하여 잠수함 설계·건조 등 사업 관리 및 기술 관리를 지원하고, 해군의 요구사항을 반영·확인하는 등의 업무를 총괄하였다.
나. 청구인은 2014.8.10.경 ○○ 주식회사 영업팀장인 조○○로부터 ‘○○에서 장보고-Ⅲ Batch-Ⅱ 사업의 축전지를 개발하려 하는데 잠수함 요구사항을 보여달라’는 요청을 받고, 2014.9.5. 14:00경 조○○에게 군사 Ⅲ급 비밀인 『비밀사본 배부(KSS-Ⅲ Batch-Ⅱ 소요결정문서)』를 보여주어 조○○가 그 내용 중 장보고-Ⅲ Batch-Ⅱ 사업의 주요 작전운용성능인「톤수, 최대속력, 수중작전지속일수, 최대잠항심도, 통신장비, 수중작전지속일수(필요성), 스노클비」를 수첩에 옮겨 적음으로써 업무로 인하여 알게 된 군사기밀을 타인에게 누설하였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되어 2017.11.21.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선고되었으나(국방부보통군사법원 2017고4), 항소하여 2018.7.19.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이 선고되었고(고등군사법원 2017노419), 상고하여 현재 상고심 계속 중이다(대법원 2018도12124).
다. 청구인은 위 항소심 계속 중 업무상 군사기밀 누설행위에 관한 처벌조항인 ‘군사기밀 보호법’ 제13조제1항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2018.5.24. 기각되자(고등군사법원 2018초기2), 2018.6.16.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군사기밀 보호법’(2011.6.9. 법률 제10792호로 개정된 것) 제13조제1항(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고, 심판대상조항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 군사기밀 보호법(2011.6.9. 법률 제10792호로 개정된 것)
제13조(업무상 군사기밀 누설) ① 업무상 군사기밀을 취급하는 사람 또는 취급하였던 사람이 그 업무상 알게 되거나 점유한 군사기밀을 타인에게 누설한 경우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3. 청구인의 주장
가. 심판대상조항 중 ‘업무상 군사기밀을 취급하는 사람 또는 취급하였던 사람’ 부분의 의미, 기준, 범위 등이 명확하게 규정되지 아니하여 법집행기관의 자의적인 법 적용을 가능하게 하므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된다.
나. 심판대상조항은 군사기밀 누설행위의 행위태양, 죄질 등이 각기 다름에도 불구하고 일률적으로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책임과 형벌의 비례원칙에 위반된다.
다. 심판대상조항 중 ‘업무상 군사기밀을 취급하는 사람 또는 취급하였던 사람’ 부분이 명확하지 아니하여 이에 대한 자의적 판단에 따라 심판대상조항 또는 ‘군사기밀 보호법’ 제13조제2항이 선택적으로 적용되므로, 평등원칙에 위반된다.
4. 판 단
가. 쟁점의 정리
이 사건의 쟁점은 심판대상조항 중 ‘업무상 군사기밀을 취급하는 사람 또는 취급하였던 사람’ 부분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 및 심판대상조항이 책임과 형벌의 비례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청구인은 심판대상조항 중 ‘업무상 군사기밀을 취급하는 사람 또는 취급하였던 사람’ 부분의 불명확성으로 인하여 법 집행기관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심판대상조항 또는 ‘군사기밀 보호법’ 제13조제2항이 선택적으로 적용되어 평등원칙에 위반된다는 주장도 하고 있으나, 이는 심판대상조항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된다는 주장과 다르지 않으므로 별도로 판단하지 않는다.
나.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 위반 여부
사전적으로 ‘업무’는 직장 같은 곳에서 맡아서 하는 일을 뜻하고, ‘취급한다’는 것은 물건이나 일 따위를 대상으로 삼거나 처리하는 것을 뜻하는바, ‘업무상 군사기밀을 취급하는 사람 또는 취급하였던 사람’은 직업적으로 군사기밀에 관한 사무를 맡아서 처리하는 사람 또는 처리하였던 사람을 뜻한다.
심판대상조항이 업무와 관련하여 그 내용, 범위 등을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고 ‘업무’라는 일반적 개념을 사용하고 있고, ‘취급’의 경우에도 그 행위태양이 다양할 수 있으므로, 약간의 불명확성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심판대상조항의 ‘업무’는 직업 또는 직무로서 계속적으로 행하는 일정한 사무를 통칭하고 그 직업, 직무는 법령에 의하든, 관례에 의하든, 계약에 의하든 관계없으며(대법원 2000.1.28. 선고 99도4022 판결, 대법원 2015.9.15. 선고 2015도10382 판결 등 참조), ‘업무상 군사기밀을 취급한 자’라는 규정은 주된 업무뿐만 아니라 보조업무상 필요로 당해 군사기밀을 열람하여 참고할 수 있는 지위에 있거나 업무에 종사하는 자도 이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0.2.11. 선고 99도4641 판결, 대법원 2016.8.18. 선고 2014도13403 판결 등 참조)고 판단함으로써, ‘업무상 군사기밀을 취급하는 사람 또는 취급하였던 사람’의 의미, 범위, 판단기준 등에 관하여 구체화하고 있다.
또한 ‘업무’나 ‘취급’에 대해 입법자가 일일이 세분하여 규정하는 것은 입법기술상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다. 군 조직 구조의 변화, 기술의 발전, 군 전문성 및 역량 강화 등으로 인하여 앞으로도 새로운 형태의 업무가 나타날 수 있고, 군사기밀을 취급하는 것 또한 군사기밀의 수집·열람·저장·가공·검색·보관 등의 행위가 모두 포함될 수 있으므로, 업무의 내용, 유형이나 취급의 범위 등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여 열거하도록 한다면 경우에 따라 필요한 규제를 하지 못하거나 적절한 판단을 할 수 없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한편, 청구인은 ‘업무상 군사기밀을 취급하는 사람 또는 취급하였던 사람’ 부분의 ‘업무’는 부진정신분범 요소이므로 ‘업무상 알게 되거나 점유한 군사기밀’에서의 ‘업무’와 구별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청구인의 주장은 가중처벌의 근거가 되는 ‘업무’는 엄격하게 해석되어야 한다는 취지인 것으로 보이나, 관련 규정의 내용이나 체계 등을 통해 그러한 근거를 마련한 경우가 아니라면 형벌조항에 규정된 단어가 어떠한 구성요건에 해당하는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 중 ‘업무상 군사기밀을 취급하는 사람 또는 취급하였던 사람’ 부분이 다소 일반적·규범적 개념으로 규정되었다 하더라도, 그 구체적 내용은 군사기밀을 보호하여 국가안전보장에 기여하고자 하는 ‘군사기밀 보호법’의 입법목적을 고려하여 법관이 해석·적용함으로써 보완될 수 있으므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
다. 책임과 형벌의 비례원칙 위반 여부
심판대상조항은 업무상 군사기밀을 취급하는 사람 또는 취급하였던 사람이 그 업무상 알게 되거나 점유한 군사기밀을 타인에게 누설한 경우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정형의 종류와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 고려해야 할 사항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당해 범죄의 보호법익과 죄질이라 할 것인데, 심판대상조항은 군사기밀의 보호를 위해 규정된 것으로서 이는 헌법 제37조제2항에 규정된 국가안전보장을 직접적인 보호법익으로 한다. 국가의 안전보장은 독립적 주권국가로서 국가의 존립과 영토의 보전, 국민의 생명·안전의 수호를 위한 불가결한 전제조건이자 모든 국민이 자유를 행사하기 위한 기본적인 전제조건이라 할 것인바(헌재 2011.8.30. 2008헌가22등 참조), 군사기밀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직접적 관련이 있는 것으로서 그 내용이 누설되면 국익을 저해할 우려가 크고 국토의 방위에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으므로, 군사기밀의 보호를 통해 국가의 안전을 보장하고자 하는 심판대상조항의 보호법익은 중대한 보호법익에 해당한다.
또한 군사기밀에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은 기밀에 대한 접근 권한이 있어 쉽게 군사기밀을 지득하거나 입수할 수 있고, 접근·처리할 수 있는 기밀의 내용이나 양이 상당한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업무상 군사기밀을 취급하는 것 자체로 군사기밀을 보호하고 보안을 유지해야 할 책무를 진다. 그럼에도 이를 위반하고 타인에게 누설한 것은 불법성과 죄질이 중하고 비난가능성 또한 상당히 높으므로, 무겁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
심판대상조항이 3년 이상의 유기징역형을 규정한 것에 대하여 청구인은 실질적으로 국가의 안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경미한 누설행위가 있을 수 있으므로 위 법정형으로는 행위에 상응하는 처벌을 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각 행위마다 정확한 불법의 크기를 측정하여 법정형을 규정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고, 입법자가 법정형을 정할 때는 행위유형들을 일정하게 범주화하여 그렇게 유형화된 법정형이 범죄 행위가 내포하는 불법성 정도의 분포 범위에 적절히 대응될 수 있다면 합리성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때 구체적으로 불법성의 정도가 다른 행위들을 하나로 묶어 같은 법정형을 정함으로써 생기는 문제점은 개별 사건에서 법관의 양형을 통해 책임과 형벌의 적절한 비례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헌재 2006.12.28. 2005헌바85 참조).
심판대상조항에는 벌금형이 규정되어 있지 않아 비록 벌금형을 선택할 수는 없으나, 이는 벌금형으로 처벌해서는 업무와 관련된 군사기밀 누설행위를 예방, 방지하기에 미흡하다는 형사정책적 고려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고, 이러한 입법자의 입법정책적 결단은 기본적으로 존중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헌재 2006.6.29. 2006헌가7 참조). 또한 법관은 작량감경을 하지 않더라도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있고 나아가 작량감경을 통하여 죄질과 책임에 상응하는 형을 선고할 수 있으며, 행위태양, 피해정도, 수법 등 구체적 사정은 법정형의 범위 내에서 충분히 고려될 수 있다. 심판대상조항이 규정한 누설행위의 주체 및 객체가 모두 업무와 관련된 것이라는 점에 비추어 보면 그 죄질과 정상의 폭도 그리 넓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심판대상조항이 일률적으로 3년 이상의 유기징역형을 규정하였다 하여 이를 불합리하다고 볼 수 없다.
한편, 청구인은 심판대상조항을 위반한 경우 집행유예 이상의 형을 선고받게 되어 군인 등의 신분을 상실하고 군인연금이 감액되어 지급되는 불이익을 받게 되므로 심판대상조항이 책임과 형벌의 비례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하나, 위와 같은 불이익은 군인사법, 군인연금법 등 관련조항에 근거하여 발생하는 것으로 심판대상조항에 의한 것이라 볼 수 없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책임과 형벌의 비례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
5. 결 론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유남석 이선애 이석태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