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요지>

[사건개요]

청구인은 폐지 등을 수집하는 일을 하는 사람으로, 2019.3.16. 11:07경 서울 강북구 길에서 피해자가 그곳에 놓아둔 가죽지갑 등이 들어있는 쇼핑백을 가지고 가 절도하였다는 범죄사실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고, 이에 청구인은 위 기소유예 처분이 자신의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면서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이유의 요지]

[1] 인정되는 사실관계

청구인은 2019.3.16. 그 주거지로부터 피해자의 주거지 방향으로 이동하며 폐지 등을 수집하던 중 11:06경 피해자 주거지의 맞은편 건물 주차장에서 피해자가 이삿짐을 정리하던 중 밖에 내려놓은 쇼핑백(이하 이 사건 쇼핑백이라 한다)을 발견하였다.

청구인은 이 사건 쇼핑백의 내용물을 잠시 살펴본 뒤, 11:07경 이를 가지고 가 11:08경 이 사건 쇼핑백을 청구인이 폐지 등을 수집하는 리어카에 실었고, 이후에도 계속하여 근처에 있는 빈병 등을 수집하였다.

청구인은 이 사건 쇼핑백을 리어카에 실은 채 청구인이 폐지 등을 수집, 정리하는 장소인 청구인 주거지의 주차장 밖에 놓아둔 뒤, 모아둔 폐지 등을 수집상에 가져다주고 다시 위 장소로 돌아왔다.

피해자는 2019.3.16. 11:23경 이 사건 쇼핑백이 없어진 것을 알아차리고 경찰에 그 사실을 신고하였는데, 같은 날 13:00경 경찰서에 전화하여 집 근처에서 청구인의 리어카에 이 사건 쇼핑백이 실려 있는 것을 발견하였고, 청구인이 이 사건 쇼핑백이 길에 있어 버려진 줄 알고 가져갔다고 하며 이 사건 쇼핑백을 돌려주었으므로 청구인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진술하였다.

[2] 청구인에게 절도의 고의 및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할 수 있는지 (소극)

이 사건 쇼핑백은 청구인이 이를 발견할 당시 쓰러진 채 내용물의 일부가 밖으로 쏟아져 나와 있었고 근처에 다른 이삿짐이나 이사 차량이 있지 않았던 점, 청구인이 이 사건 쇼핑백을 가져간 직후에 계속하여 인근에서 빈병 등을 수집하고 그곳에서 도보로 1분 이내 거리에 있는 폐지 정리 장소에 이 사건 쇼핑백을 놓아둔 점, 위 폐지 정리 장소는 외부에 공개된 장소로 이 사건 쇼핑백을 찾아다니던 피해자에 의해 비교적 쉽게 발견된 점, 청구인은 2시간이 채 안되어 이 사건 쇼핑백을 피해자에게 그대로 돌려준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청구인에게 절도의 고의 및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하기 어렵다.

[결정의 의의]

절도의 고의란 타인의 물건을 가지고 간다는 인식을 의미하는 것이고, 불법영득의사란 권리자를 배제하고 타인의 물건을 자기의 소유물과 같이 그 경제적 용법에 따라 이용 또는 처분하려는 의사를 말하는데, 이 사건은 절도죄가 성립하기 위해 필요한 주관적 구성요건으로서의 절도의 고의와 불법영득의사는 그 성질상 그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입증할 수밖에 없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것으로서,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 등에 비추어 청구인에게 절도의 고의 및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피청구인의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한 사안이다.

 

헌법재판소 2020.6.25. 선고 2019헌마1269 결정

 

헌법재판소 결정

사 건 / 2019헌마1269 [기소유예처분취소]

청구인 / ○○

피청구인 / 서울북부지방검찰청 검사직무대리

선고일 / 2020.6.25.

 

<주 문>

피청구인이 2019.6.18. 서울북부지방검찰청 2019년 형제28242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청구인은 2019.6.18. 피청구인으로부터 절도 혐의로 기소유예처분(서울북부지방검찰청 2019년 형제28242, 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을 받았는바, 그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2019.3.16. 11:07경 서울 강북구 ○○○○ 앞길에서 피해자 김경은이 그곳에 놓아둔 가죽지갑 등이 들어있는 쇼핑백을 가지고 가 절도하였다.

이에 청구인은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2019.11.7.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 요지

 

청구인은 이 사건 당시 주거지 근처에서 폐지를 수집하던 중 길가에 나와 있는 쇼핑백을 그 방치상태나 주변상황 등에 비추어 타인이 버린 물건으로 오인하여 가져간 것에 불과하므로, 청구인에게는 절도의 고의가 없었다. 청구인은 당초 쇼핑백이 있던 장소에 근접한 자신의 주거지 옆 공개된 장소에 위 쇼핑백을 방치하였고, 피해자는 약 2시간 후에 위 쇼핑백을 발견하여 청구인으로부터 곧바로 돌려받았으므로, 청구인의 불법영득의사 또한 인정되지 않는다.

 

3. 판단

 

. 인정되는 사실관계

이 사건 수사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청구인은 폐지 등을 수집하는 일을 하는 사람으로, 2019.3.16. 그 주거지로부터 피해자의 주거지 방향으로 이동하며 폐지 등을 수집하던 중 11:06경 피해자 주거지의 맞은편인 서울 강북구 ○○□□ 건물 주차장에서 가방과 피해자가 이삿짐을 정리하던 중 밖에 내려놓은 쇼핑백(이하 이 사건 쇼핑백이라 한다)을 발견하였다.

(2) 청구인은 이 사건 쇼핑백의 내용물을 잠시 살펴본 뒤, 11:07경 이를 가지고 가 11:08경 위 길 △△ 건물 앞에서 이 사건 쇼핑백을 리어카에 실었고, 이후에도 계속하여 근처에 있는 빈병 등을 수집하였다.

(3) 청구인은 이 사건 쇼핑백을 리어카에 실은 채 청구인이 폐지 등을 수집, 정리하는 장소인 청구인 주거지의 주차장 밖에 놓아둔 뒤, 모아둔 폐지 등을 수집상에 가져다주고 다시 위 장소로 돌아왔다.

(4) 피해자는 2019.3.16. 11:23경 이 사건 쇼핑백이 없어진 것을 알아차리고 경찰에 그 사실을 신고하였는데, 같은 날 13:00경 경찰서에 전화하여 집 근처에서 청구인의 리어카에 이 사건 쇼핑백이 실려 있는 것을 발견하였고, 청구인이 이 사건 쇼핑백이 길에 있어 버려진 줄 알고 가져갔다고 하며 이 사건 쇼핑백을 돌려주었으므로 청구인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진술하였다.

 

.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청구인에게 절도의 고의 및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는지 여부이다.

 

. 판단

(1) 절도의 고의란 타인의 물건을 가지고 간다는 인식을 의미하는 것이고, 불법영득의사란 권리자를 배제하고 타인의 물건을 자기의 소유물과 같이 그 경제적 용법에 따라 이용 또는 처분하려는 의사를 말한다. 절도죄가 성립하기 위해 필요한 주관적 구성요건으로서의 절도의 고의와 불법영득의사는 그 성질상 그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입증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10.6.24. 선고 20086755 판결 등 참조).

(2) 이 사건 쇼핑백이 놓여 있던 장소는 피해자의 주거지 바로 앞이 아니라 그 맞은 편 건물 앞 주차장과 도로가 맞닿은 경계인데, 당시 위 주차장이나 도로에 다른 이삿짐이나 이사 차량이 존재하지 않았고 인근을 오가는 사람도 존재하지 않아 청구인으로서는 이 사건 쇼핑백이 누군가의 이삿짐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이 사건 쇼핑백은 재활용 가능한 이마트 대여용 부직포 장바구니로 청구인이 이를 발견할 당시 쓰러진 채 내용물의 일부가 밖으로 쏟아져 나와 있었고, 청구인은 그 내용물을 작은 샘플 지갑 등으로 인식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므로, 청구인이 이 사건 쇼핑백을 비교적 가치가 크지 않아 누군가가 버리거나 분실한 물건으로 인식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에 청구인이 바로 옆에 놓여 있던 가방은 그대로 놓아두고 이 사건 쇼핑백만 가지고 가 폐지 등을 싣는 리어카에 넣은 점, 그 과정에서 주위에 누군가가 있는지 살피는 등의 태도를 보이지 아니한 점, 이후 계속하여 인근의 빈병 등을 수집하고 그곳에서 도보로 1분 이내의 거리에 있는 자신의 주거지 주차장 밖 폐지 정리 장소에 이 사건 쇼핑백을 놓아 둔 점, 위 폐지 정리 장소는 공로에 접하는 외부에 공개된 장소로 이 사건 쇼핑백을 찾아다니던 피해자에 의해 비교적 쉽게 발견된 점을 보태어 보면, 청구인에게는 타인의 소유 및 점유 하에 있는 물건을 가져간다는 인식이 없었을 가능성이 있다.

(3) 청구인은 나중에 다시 보니 쇼핑백이 깨끗해서 도로 가져다 놓으려고 했는데 모아둔 박스를 폐지매입처에 먼저 갖다 주고 돌아온 직후 피해자가 왔고, 이에 빠진 물건이 없는지 확인하고 쇼핑백을 돌려주었다고 진술하였는데, 이처럼 피해자가 이 사건 쇼핑백을 발견하고 청구인으로부터 이를 돌려받은 것은 그 분실 시점으로부터 2시간이 채 되지 않는다. 이에 비추어보면 청구인에게 이 사건 쇼핑백에 대한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4) 결국 수사기록에 나타난 내용만으로는 절도의 고의 및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하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청구인의 절도 혐의를 인정하고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

 

. 소결

따라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수사미진 또는 증거판단의 잘못이 있는 것으로, 헌법상 보장된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유남석(재판장) 이선애 이석태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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