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1] 상대방과 통정한 허위의 의사표시는 무효이고 누구든지 그 무효를 주장할 수 있는 것이 원칙이나, 허위표시의 당사자와 포괄승계인 이외의 자로서 허위표시에 의하여 외형상 형성된 법률관계를 토대로 실질적으로 새로운 법률상 이해관계를 맺은 선의의 제3자에 대하여는 허위표시의 당사자뿐만 아니라 그 누구도 허위표시의 무효를 대항하지 못하는 것인데, 허위표시를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하게 한 취지는 이를 기초로 하여 별개의 법률원인에 의하여 고유한 법률상의 이익을 갖는 법률관계에 들어간 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제3자의 범위는 권리관계에 기초하여 형식적으로만 파악할 것이 아니라 허위표시행위를 기초로 하여 새로운 법률상 이해관계를 맺었는지 여부에 따라 실질적으로 파악하여야 한다(대법원 2000.7.6. 선고 99다51258 판결 등 참조).
[2]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소외 1 명의의 본등기는 소외 2와 소외 1 사이의 허위 가등기 설정이라는 통정한 허위의 의사표시 자체에 기한 것이 아니라, 이러한 통정한 허위의 의사표시가 철회된 이후에 소외 1이 항소심판결에 의해 취소 확정되어 소급적으로 무효가 된 위 제1심판결에 기초하여 일방적으로 마친 원인무효의 등기라고 봄이 타당하다. 이에 따라 소외 1 명의의 본등기를 비롯하여 그 후 원고에 이르기까지 순차적으로 마쳐진 각 지분소유권이전등기는 부동산등기에 관하여 공신력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우리 법제 하에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임을 면할 수 없다.
나아가 소외 2와 소외 1이 통정한 허위의 의사표시에 기하여 마친 가등기와 소외 3 명의의 지분소유권이전등기 사이에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소외 1이 일방적으로 마친 원인무효의 본등기가 중간에 개재되어 있으므로, 이를 기초로 마쳐진 소외 3 명의의 지분소유권이전등기는 소외 1 명의의 가등기와는 서로 단절된 것으로 평가된다. 그리고 가등기의 설정행위와 본등기의 설정행위는 엄연히 구분되는 것으로서 소외 3 내지 그 후 지분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자들에게 신뢰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외관’은 소외 1 명의의 가등기가 아니라 단지 소외 1 명의의 본등기일 뿐이라는 점에서도 이들은 소외 1 명의의 허위 가등기 자체를 기초로 하여 새로운 법률상 이해관계를 맺은 제3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 이는 소외 2의 추완항소를 계기로 소외 2와 소외 1 사이의 통정한 허위의 의사표시가 실체적으로는 철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외관인 가등기가 미처 제거되지 않고 잔존하는 동안에 소외 1 명의의 본등기가 마쳐졌다고 하여 달리 볼 수 없다.
▣ 대법원은 이와 같이 판단하면서, 원심이 원고가 통정한 허위의 의사표시의 제3자에 해당한다고 보아 원고가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적법하게 지분소유권을 취득하거나 시효완성을 원용할 수 있는 지위에 있지 않다는 피고의 주장을 배척한 것은 잘못이라면서, 원심판결을 전부 파기환송한 사례임.
【대법원 2020.1.30. 선고 2019다280375 판결】
• 대법원 제3부 판결
• 사 건 / 2019다280375 근저당권말소
• 원고, 피상고인 / 원고
• 피고, 상고인 / 피고
• 원심판결 / 서울동부지방법원 2019.9.18. 선고 2019나20421 판결
• 판결선고 / 2020.1.30.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동부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고는 자신이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지분소유권이전등기를 적법하게 마친 자로서 이 사건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에 대하여 스스로 시효완성을 원용할 수 있는 지위에 있음을 전제로 피고에게 이 사건 공탁금출급청구권의 양도 및 그 통지를 구하였고, 이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 명의의 지분소유권이전등기는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마쳐진 소외 1 명의의 가등기 및 그에 기한 본등기에 기초한 것인데 위 가등기는 소외 1과 소외 2 사이의 통정한 허위의 의사표시에 기한 것으로 원인무효이므로 결과적으로 원고는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적법하게 지분소유권을 취득하거나 시효완성을 원용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였다.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종합하여 원고는 소외 1과 소외 2 사이의 통정한 허위의 의사표시에 따른 가등기에 의하여 외형상 형성된 법률관계를 토대로 새로운 법률상 이해관계를 맺은 자로서 선의의 제3자에 해당하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위 가등기의 원인이 된 의사표시가 무효임을 주장할 수 없다고 판단하면서, 피고의 위 주장을 배척하고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상대방과 통정한 허위의 의사표시는 무효이고 누구든지 그 무효를 주장할 수 있는 것이 원칙이나, 허위표시의 당사자와 포괄승계인 이외의 자로서 허위표시에 의하여 외형상 형성된 법률관계를 토대로 실질적으로 새로운 법률상 이해관계를 맺은 선의의 제3자에 대하여는 허위표시의 당사자뿐만 아니라 그 누구도 허위표시의 무효를 대항하지 못하는 것인데, 허위표시를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하게 한 취지는 이를 기초로 하여 별개의 법률원인에 의하여 고유한 법률상의 이익을 갖는 법률관계에 들어간 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제3자의 범위는 권리관계에 기초하여 형식적으로만 파악할 것이 아니라 허위표시행위를 기초로 하여 새로운 법률상 이해관계를 맺었는지 여부에 따라 실질적으로 파악하여야 한다(대법원 2000.7.6. 선고 99다51258 판결 등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소외 2는 1986.12.24.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매매를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후, 피고에게 1998.7.22. 채권최고액 3,000만 원인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쳐주었다.
2) 소외 2는 1998.7.경 미국으로 이민을 가면서 이 사건 부동산의 관리를 위해 평소 친분이 있던 소외 1에게 1999.2.22.자 매매예약을 등기원인으로 하는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 가등기를 같은 달 23. 마쳐주었다.
3) 그런데, 소외 1은 소외 2가 국내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소외 2를 상대로 2007.5.14. 서울동부지방법원 2007가단27411호로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가등기에 기한 본등기의 이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고, 위 소송은 공시송달로 진행된 결과 2007.7.25. 소외 1이 승소하는 내용의 판결이 선고되어 2007.8.15. 외형상 확정되었다. 소외 1은 2007.8.20.과 같은 달 30. 위 판결의 송달증명원 및 확정증명원을 각 발급받았다.
4) 그 후 소외 2가 위 판결의 선고사실을 알게 되어 2008.3.5. 서울동부지방법원 2008나2571호로 추완항소를 제기한 결과, 위 법원은 2009.3.18. 위 가등기의 등기원인인 매매예약은 소외 1과 소외 2 사이의 통정한 허위의 의사표시에 의한 것으로 무효라는 이유로 위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소외 1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위 판결은 2009.4.9. 그대로 확정되었다.
5) 그런데 소외 1은 위 추완항소 이전에 발급받았던 송달증명원 및 확정증명원을 가지고 2015.1.8. 자신의 명의로 2007.8.15.자 확정판결을 원인으로 지분소유권 이전등기를 마쳤다. 소외 3은 소외 1의 남편으로서 위와 같은 소외 1의 행위 대부분을 대신 처리하여 이러한 사실을 모두 알고 있었음에도 2015.1.8.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자신의 명의로 2014.11.18.자 재산분할을 원인으로 지분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6) 그 후 소외 3은 소외 4에게, 소외 4는 원고에게 각 이 사건 부동산을 매도하였고, 원고는 2018.2.13.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2018.2.5.자 매매를 원인으로 한 지분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다. 앞서 본 사실관계에 의하면,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소외 1 명의의 본등기는 소외 2와 소외 1 사이의 허위 가등기 설정이라는 통정한 허위의 의사표시 자체에 기한 것이 아니라, 이러한 통정한 허위의 의사표시가 철회된 이후에 소외 1이 항소심판결에 의해 취소 확정되어 소급적으로 무효가 된 위 제1심판결에 기초하여 일방적으로 마친 원인무효의 등기라고 봄이 타당하다. 이에 따라 소외 1 명의의 본등기를 비롯하여 그후 원고에 이르기까지 순차적으로 마쳐진 각 지분소유권이전등기는 부동산등기에 관하여 공신력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우리 법제 하에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임을 면할 수 없다.
나아가 소외 2와 소외 1이 통정한 허위의 의사표시에 기하여 마친 가등기와 소외 3 명의의 지분소유권이전등기 사이에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소외 1이 일방적으로 마친 원인무효의 본등기가 중간에 개재되어 있으므로, 이를 기초로 마쳐진 소외 3 명의의 지분소유권이전등기는 소외 1 명의의 가등기와는 서로 단절된 것으로 평가된다. 그리고 가등기의 설정행위와 본등기의 설정행위는 엄연히 구분되는 것으로서 소외 3 내지 그후 지분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자들에게 신뢰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외관’은 소외 1 명의의 가등기가 아니라 단지 소외 1 명의의 본등기일 뿐이라는 점에서도 이들은 소외 1 명의의 허위 가등기 자체를 기초로 하여 새로운 법률상 이해관계를 맺은 제3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 이는 소외 2의 추완항소를 계기로 소외 2와 소외 1 사이의 통정한 허위의 의사표시가 실체적으로는 철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외관인 소외 2 명의의 가등기가 미처 제거되지 않고 잔존하는 동안에 소외 1 명의의 본등기가 마쳐졌다고 하여 달리 볼 수 없다.
라. 그런데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원고가 통정한 허위의 의사표시의 제3자에 해당한다고 보아, 원고가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적법하게 지분소유권을 취득하거나 시효완성을 원용할 수 있는 지위에 있지 않다는 피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통정한 허위의 의사표시에서의 제3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재형(재판장) 조희대 민유숙 이동원(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