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헌법 제11조제1항, 제32조제4항, 남녀고용평등법 제11조제1항, 근로기준법 제6조에서 말하는 ‘남녀의 차별’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남성 또는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부당하게 차별대우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업주나 사용자가 근로자를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을 이유로 부당하게 차별대우를 하도록 정한 규정은, 규정의 형식을 불문하고 강행규정인 남녀고용평등법 제11조제1항과 근로기준법 제6조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여성 근로자들이 전부 또는 다수를 차지하는 분야의 정년을 다른 분야의 정년보다 낮게 정한 것이 여성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헌법 제11조제1항에서 규정한 평등의 원칙 외에도 헌법 제32조제4항에서 규정한 ‘여성근로에 대한 부당한 차별 금지’라는 헌법적 가치를 염두에 두고, 해당 분야 근로자의 근로내용, 그들이 갖추어야 하는 능력, 근로시간, 해당 분야에서 특별한 복무규율이 필요한지 여부나 인력수급사정 등 여러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국가정보원 계약직직원규정’ 제20조제2호 및 ‘국가정보원직원법 시행령 등 개정 관련 후속처리지침’에서는 원고들이 근무한 전산사식 분야의 근무상한연령을 만 43세로 정하거나 만 45세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정하였는데, 원고들이 위 각 규정은 합리적인 이유 없는 성별 차별로서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공무원지위확인을 구한 사안에서, 국가정보원의 위 각 규정을 행정내부 준칙으로 삼아 재계약 당시 계약기간 또는 계약기간 만료 이후 갱신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전제하고 그에 따라 이루어진 국가정보원장의 퇴직조치가 적법하다고 본 원심판결을 법리오해, 심리미진 등의 잘못이 있다는 이유로 파기한 사례.]
◆ 대법원 제2부 2019.10.31. 선고 2013두20011 판결 [공무원지위확인]
• 원고, 상고인 / 원고 1 외 1인
• 피고, 피상고인 / 대한민국
• 원심판결 / 서울고등법원 2013.8.23. 선고 2012누34206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건의 개요와 쟁점
가.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원고 1은 1986.8.21., 원고 2는 1986.9.22. 국가정보원에 기능 10급의 국가공무원으로 각 공채되어 출판물의 편집 등을 담당하는 ‘행정보조 직군’, ‘입력작업 직렬’ 업무를 수행하였다.
2) 이후 행정보조 직군에 ‘전산사식 직렬’이 신설되어 원고들은 1993.12.31.부터는 전산사식 직렬 소속으로 출판물의 편집 등을 담당하였다.
3) 1999.3.31. 국가정보원직원법 시행령 [별표 2]가 개정되어 기능직 직렬 중 전산사식, 입력작업, 전화교환, 안내, 영선, 원예의 6개 직렬이 폐지되었다(이하 ‘이 사건 직렬 폐지’라고 한다). 이에 따라 원고들은 1999.4.30. 의원면직이 되었다가 1999.5.1. 계약직(전임계약직) 직원으로 다시 채용되어 정보업무지원분야 중 전산사식 분야에서 같은 업무를 수행하였다.
4) 원고들은 주로 1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하며 계속하여 근무하던 중 원고 1은 2008.12.10., 원고 2는 2008.3.29. ‘국가정보원 계약직직원규정’에서 정한 전산사식의 근무상한연령인 만 43세에 도달하였다. 그러나 위 규정의 부칙(1999.5.1.) 제2조에 따라 국가정보원장이 별도로 정한 후속처리지침에 따라, 원고들은 그로부터 각 2년을 더 연장하여 근무하다가, 원고 1은 2010.12.31., 원고 2는 2010.6.30. 각 퇴직하였다.
5) 원고들은 퇴직 당시 특수경력직공무원 중 계약직공무원(국가정보원직원법 시행령 제2조의3에 의한 계약직직원)에 속하였다.
나. 이 사건의 쟁점 중 원고들을 국가정보원 전산사식 분야 직원으로서 만 45세까지만 근무하게 하고 퇴직시킨 조치의 근거가 된 국가정보원의 내부 규정들이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이라고 한다) 제11조제1항을 위반하여 무효인지 여부에 관하여 판단한다.
2. 관련 법령의 규정과 법리
가. 남녀고용평등법 관련 법리
1) 헌법 제11조제1항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평등의 원칙은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관한 헌법의 최고원리로서 국가가 입법을 하거나 법을 해석 및 집행함에 있어 따라야 할 기준인 동시에, 국가에 대하여 합리적 이유 없이 불평등한 대우를 하지 말 것과 평등한 대우를 요구할 수 있는 국민의 권리이다(헌법재판소 2005.9.29. 선고 2004헌바53 결정 등 참조). 나아가 헌법 제32조제4항은 “여자의 근로는 특별한 보호를 받으며, 고용·임금 및 근로조건에 있어서 부당한 차별을 받지 않는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고용관계에서 실질적인 양성평등을 도모하여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따라, 남녀의 고용평등을 실현하기 위하여 1987.12.4. 법률 제3989호로 남녀고용평등법이 제정되어 1988.4.1.부터 시행되고 있다.
2) 남녀고용평등법은 ‘차별’을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성별, 혼인, 가족 안에서의 지위, 임신 또는 출산 등의 사유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채용 또는 근로의 조건을 다르게 하거나 그 밖의 불리한 조치를 하는 경우[사업주가 채용조건이나 근로조건은 동일하게 적용하더라도 그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남성 또는 여성이 다른 한 성(性)에 비하여 현저히 적고 그에 따라 특정 성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며 그 조건이 정당한 것임을 증명할 수 없는 경우를 포함한다]를 말한다고 정의하고(제2조제1호 본문), “사업주는 근로자의 정년·퇴직 및 해고에서 남녀를 차별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규정하면서(제11조제1항), 이 법과 관련한 분쟁해결에서 증명책임은 사업주가 부담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30조).
또한 근로기준법은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하여 남녀의 성(性)을 이유로 차별적 대우를 하지 못하고, 국적·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제6조).
3) 여기에서 말하는 ‘남녀의 차별’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남성 또는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부당하게 차별대우하는 것을 의미한다(대법원 2006.7.28. 선고 2006두3476 판결 등 참조). 사업주나 사용자가 근로자를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을 이유로 부당하게 차별대우를 하도록 정한 규정은, 규정의 형식을 불문하고 강행규정인 남녀고용평등법 제11조제1항과 근로기준법 제6조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1993.4.9. 선고 92누15765 판결 등 참조).
4) 국가나 국가기관 또는 국가조직의 일부는 기본권의 수범자로서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실현해야 할 책임과 의무를 지니고 있는 점(헌법재판소 1994.12.29. 선고 93헌마120 결정 등 참조), 공무원도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인 점(대법원 2002.11.8. 선고 2001두3051 판결 등 참조) 등을 고려하면, 공무원 관련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고용관계에서 양성평등을 규정한 남녀고용평등법 제11조제1항과 근로기준법 제6조는 국가기관과 공무원 간의 공법상 근무관계에도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5) 그리고 여성 근로자들이 전부 또는 다수를 차지하는 분야의 정년을 다른 분야의 정년보다 낮게 정한 것이 여성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헌법 제11조제1항에서 규정한 평등의 원칙 외에도 헌법 제32조제4항에서 규정한 ‘여성근로에 대한 부당한 차별 금지’라는 헌법적 가치를 염두에 두고, 해당 분야 근로자의 근로내용, 그들이 갖추어야 하는 능력, 근로시간, 해당 분야에서 특별한 복무규율이 필요한지 여부나 인력수급사정 등 여러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88.12.27. 선고 85다카657 판결 참조).
나. 국가정보원 계약직직원 관련 규정
1) 구 국가공무원법(2011.5.23. 법률 제1069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은 특수경력직공무원 중 계약직공무원을 “국가와의 채용 계약에 따라 전문지식·기술이 요구되거나 임용에 신축성 등이 요구되는 업무에 일정 기간 종사하는 공무원”이라고 정의하면서(제2조제3항제3호), 계약직공무원 등의 채용조건·임용절차·근무상한연령,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은 국회규칙, 대법원규칙, 헌법재판소규칙, 중앙선거관리위원회규칙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2조제4항).
그 위임에 따라 구 계약직공무원규정(2011.5.23. 대통령령 제2293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은 계약직공무원의 채용기간은 5년의 범위에서 해당 사업의 수행에 필요한 기간으로 하되(제6조제1항), 각 기관의 장은 전문계약직공무원에 관하여는 해당 사업이 계속되거나 부득이한 사유로 계약기간 내에 사업이 종료되지 아니한 경우, 일반계약직공무원에 관하여는 근무실적이 우수하거나 계속하여 근무하게 하여야 할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 총채용기간이 5년을 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공고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채용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나(제6조제2항, 제3항), 계약직공무원의 근무상한연령에 대하여는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다.
2) 구 국가정보원직원법(2011.11.22. 법률 제1110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은 국가정보원의 직무의 내용·특수성 등을 고려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계약직직원을 둘 수 있고(제3조제1항), 계약직직원은 국가공무원법상의 특수경력직공무원 중 계약직공무원으로 보되, 그 채용조건·절차 기타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3조제2항).
그 위임에 따라 구 국가정보원직원법 시행령(2012.6.27. 대통령령 제2388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은 계약직직원으로 채용할 수 있는 직무분야의 하나로 비서·정보입력 등 정보업무지원분야를 규정하고(제2조의3 제1항제2호), 계약직직원은 국가정보원장이 채용하되, 그 채용방법 및 채용자격기준은 국가정보원장이 정하며(제2조의3 제2항), 계약직직원에 관하여 이 영에 규정한 것을 제외하고는 계약직공무원규정(제3조·제5조·제6조제2항 단서 및 제9조제2항을 제외한다) 및 국가공무원복무규정을 준용하고(제2조의3 제4항), 이 영의 시행을 위하여 필요한 세부사항은 국가정보원장이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45조).
다. 행정규칙의 효력 관련 법리
1) 상급행정기관이 소속 공무원이나 하급행정기관에 대하여 세부적인 업무처리절차나 법령의 해석·적용 기준을 정해 주는 ‘행정규칙’은 상위법령의 구체적 위임이 있지 않는 한 행정조직 내부에서만 효력을 가질 뿐 대외적으로 국민이나 법원을 구속하는 효력이 없다(대법원 2019.7.11. 선고 2017두38874 판결, 헌법재판소 2004.10.28. 선고 99헌바91 결정 등 참조). 다만, 행정규칙이 이를 정한 행정기관의 재량에 속하는 사항에 관한 것인 때에는 그 규정 내용이 객관적 합리성을 결여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원은 이를 존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대법원 2019.1.10. 선고 2017두43319 판결 참조).
2) 그러나 행정규칙의 내용이 상위법령에 반하는 것이라면 법치국가원리에서 파생되는 법질서의 통일성과 모순금지 원칙에 따라 그것은 법질서상 당연무효이고, 행정내부적 효력도 인정될 수 없다. 이러한 경우 법원은 해당 행정규칙이 법질서상 부존재하는 것으로 취급하여 행정기관이 한 조치의 당부를 상위법령의 규정과 입법 목적 등에 따라서 판단하여야 한다.
3. 이 사건에 관한 판단
가.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 및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알 수 있다.
1) 이 사건 직렬 폐지는 당시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아야 하는 경제위기 상황에서 정부 차원에서 구조조정이 실시되면서 행해졌다. 국가정보원의 경우 기능직 직렬 중 일부 직렬은 정원을 감축하고, 일부 직렬은 통폐합하며, 6개 직렬(전산사식, 입력작업, 전화교환, 안내, 영선, 원예)은 폐지하는 것으로 결정하였다.
2) 이 사건 직렬 폐지 이후 1999.5.1.부터 원고들은 전임계약직 직원으로 다시 채용되어, 같은 날부터 개정·시행된 ‘국가정보원 계약직직원규정’의 적용을 받았다. 위 규정 제3조는 계약직직원을 복무형태에 따라 전임계약직 직원과 비전임계약직 직원으로 구분하면서, 전임계약직 직원은 상근하면서 직무를 수행하는 직원이라고 정의하고, 제20조는 전임계약직 직원의 근무상한연령을 “1. 안전: 만 30세, 2. 상담, 전산사식, 입력작업, 안내: 만 43세, 3. 의료기사, 간호사, 영양사, 영선, 원예: 만 57세, 4. 의사: 만 65세, 5. 기타 분야: 만 60세”로 정하며, 그 부칙(1999.5.1.) 제2조는 1999.5.1.부로 기능직에서 계약직으로 신분이 변경되는 직원 등의 근무상한연령 등에 관한 사항은 국가정보원장이 정하는 별도의 지침에 따른다고 정하였다. 이에 따라 국가정보원장이 1999.4.23. 제정한 ‘국가정보원직원법 시행령 등 개정 관련 후속처리지침’은 계약직으로 신규채용된 직원 중 전산사식, 입력작업, 전화교환, 안내 분야의 근무자는 위 규정 제20조제2호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만 45세까지 계약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정하였다(이하 위 규정 및 후속처리지침에서 전산사식 분야의 근무상한연령을 만 43세로 정하거나 또는 만 45세로 연장할 수 있도록 정한 부분을 통틀어 ‘이 사건 연령 규정’이라고 한다).
3) 원고들이 피고를 상대로 국가정보원 직원으로서의 미지급 임금을 청구한 서울중앙지방법원 2010가단372729 사건의 사실조회에 대하여, 국가정보원장은 1999.3.31. 폐지된 6개 직렬 중 전산사식, 입력작업, 전화교환, 안내 등 4개 직렬의 직원은 모두 여성이었고, 영선, 원예 등 2개 직렬의 직원은 모두 남성이었다고 회신하였다.
4) 국가정보원은 1999.4.28. 전산입력작업원(전산사식 분야와 입력작업 분야로 보인다)을 채용하는 공고를 하면서 ‘고졸 여성’에게만 응시자격을 부여하였고, 2000.10.경 전산사식 직원을 채용하는 공고를 하면서 ‘고졸 이상의 학력을 소지한 여성’에게만 응시자격을 부여하였다. 원고들은 자신들이 근무한 1986년부터 2010년까지 국가정보원에서 근무한 전산사식 직원은 모두 여성이었다고 진술하고 있다.
나. 이러한 사정들을 앞서 본 관계 법령과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1) 원고들이 재직 및 퇴직하였을 당시의 구 국가공무원법, 구 국가정보원직원법이나 그 하위법령에는 계약직공무원의 근무상한연령을 분야별로 제한하거나 또는 국가정보원장으로 하여금 제한할 수 있도록 위임하는 규정이 전혀 없었다. ‘이 영의 시행을 위하여 필요한 세부사항은 국가정보원장이 정한다’라고 한 구 국가정보원직원법 시행령 제45조는 국가정보원장에게 계약직직원의 분야별 근무상한연령에 관하여 대외적 구속력 있는 규범을 제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구체적 위임 규정은 아니다. 따라서 이 사건 연령 규정은 국가정보원장이 상위법령의 구체적 위임 없이 정한 것이므로 대외적 구속력이 없는 행정규칙으로 보아야 한다.
2) 1999.3.31. 이 사건 직렬 폐지 당시 원고들이 속했던 전산사식 직렬은 사실상 여성 전용 직렬이었고, 영선, 원예 직렬은 사실상 남성 전용 직렬이었다. 이 사건 직렬 폐지 이후 개정·시행된 ‘국가정보원 계약직직원규정’ 제20조는 전산사식 분야의 근무상한연령을 영선, 원예 분야의 근무상한연령에 비하여 14년이나 낮게 정하였고, 국가정보원장의 후속처리지침까지 고려하더라도 12년이나 낮게 규정하였다.
3) 사업주의 증명책임을 규정한 남녀고용평등법 제30조에 따라, 사실상 여성 전용직렬로 운영되어 온 전산사식 분야의 근무상한연령을 사실상 남성 전용 직렬로 운영되어 온 다른 분야의 근무상한연령보다 낮게 정한 데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지는 국가정보원장이 증명하여야 하고, 이를 증명하지 못한 경우에는 이 사건 연령 규정은 강행규정인 남녀고용평등법 제11조제1항과 근로기준법 제6조에 위반되어 당연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4) 1999.3.31. 대통령령 제16211호 개정으로 이루어진 이 사건 직렬 폐지 이전의 구 국가안전기획부직원법시행령 [별표 2]에서도 전산사식, 입력작업, 안내 등의 직렬의 정년을 만 43세로 규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구 시행령의 제정자가 전산사식 직렬을 차별하여 정년을 그와 같이 낮게 정한 합리적인 이유가 증명되지 못한다면 구 시행령의 전산사식 직렬의 정년 규정도 상위규범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구 시행령에 전산사식 분야를 차별하는 마찬가지의 규정이 있었다는 연혁이, 원고들에게 적용된 이 사건 연령 규정이 여성에 대한 합리적인 이유 없는 부당한 차별이 아니라는 충분한 근거는 될 수 없다.
5) 국가정보원은 이 사건 직렬 폐지 이후 영선, 원예 분야의 계약직직원 채용공고를 하면서 관련 자격증을 소지한 사람에게 응시자격을 부여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사건 직렬 폐지 이후 작성된 ‘계약직 정원관리 방안 하달’에 의하면, 국가정보원장은 전산사식, 입력작업, 전화교환, 안내, 영선, 원예 6개 분야를 단순기능분야 계약직으로 분류한 점이 인정된다. 따라서 단순기능분야인 영선, 원예 분야에서 자격증 소지 여부는 채용단계에서 직원을 선발하는 기준의 하나로 고려된 것일 뿐이고, 단순기능분야내에서 남녀의 근무상한연령에 현저한 차등을 두는 것을 정당화하는 사유로 보기는 어렵다.
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사실상 여성 전용 직렬로 운영되어 온 전산사식 분야의 근무상한연령을 사실상 남성 전용 직렬로 운영되어 온 다른 분야의 근무상한연령보다 낮게 정한 데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심리·판단하였어야 한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 사건 연령 규정이 남녀고용평등법 제11조제1항에 위반되어 당연무효인 경우에는 대외적으로 국민과 법원을 구속하는 법규적 효력은 물론이고 행정내부적인 효력도 없게 된다는 점을 간과하고, 이 사건 연령 규정이 남녀고용평등법 제11조제1항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전혀 심리·판단하지 않은 채, 이 사건 연령 규정을 행정내부준칙으로 삼아 재계약 당시 계약기간 또는 계약기간 만료 이후 갱신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전제한 다음 그에 따라 이루어진 국가정보원장의 퇴직조치가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 판단에는 상위법령을 위반한 행정규칙의 효력, 남녀고용평등법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박상옥(주심) 김상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