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요지>
휴게시간 중 애완견 분변물을 치우기 위해 사업장 근처의 자택으로 가다가 발생한 사고를 업무상 재해라고 주장한 사안에서, 사고 당시의 행위는 근로자 본래의 업무행위 또는 그 업무의 준비행위 내지는 정리행위, 사회통념상 그에 수반되는 합리적·필요적 행위와는 거리가 멀과 사업주의 지휘·감독으로부터 벗어난 개인적 행위를 한 것으로 보이므로, 휴게시간 중에 발생한 사고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사례.
◆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
♣ 사 건 / 2018재결 제1685호 요양 불승인 처분 취소
♣ 청구인 / 김○○(여, 55세, △△마트)
♣ 원처분기관 / 근로복지 공단 안양지 사장
<주 문>
청구인의 재심사 청구를 기각한다.
<청구취지>
원처분기관이 2018.3.15. 청구인에게 행한 요양 불승인 처분을 취소한다는 재결을 구하는 데 있다.
<이 유>
1. 사건개요
청구인은 △△마트(이하 “이 건 사업장”이라 한다) 소속 근로자로서, 2017.12.19. 사고로 진단받은 ‘우측 수근관절부 주상골 골절, 우측 수근 관절부 요골 골절, 흉·요추부 염좌, 우측 견관절부 염좌’(이하 “신청상병”이라 한다)에 대하여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주장하며, 2018.2.27. 원처분기관에 요양급여를 신청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처분기관 및 근로복지공단이사장(이하 “심사기관”이라 한다)은 이를 인정할 수 없다며, 각각 2018.3.15. 요양 불승인 처분 및 2018.5.17. 심사청구 기각 결정을 하였고, 청구인은 이에 불복하여 2018.6.14. 재심사를 청구하였다.
2. 원처분기관 처분 및 심사기관 결정 이유
원처분기관 및 심사기관은 청구인이 집 앞 도로에서 이동 중 미끄러져 부상을 당한 것으로 확인되고, 사고발생 후 사업장에 집에 일이 있어 다녀오려 했다고 보고하였는바, 휴게시간 중에는 자유행동이 허용되고, 휴게시간을 이용하는 방법은 청구인에게 유보되어 있으며, 청구인은 본래의 업무행위 또는 그 업무의 준비행위 내지 정리행위 등과는 무관한 사적 행위를 하던 중에 재해가 발생한 것이고, 사고 장소가 사업장 후문에서 약 50m 정도 떨어진 지점이라는 조사 결과에 따라 휴게시간 중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서 발생한 사고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3. 청구인 주장
가. 청구인은 이 건 사업장에 약 150일간 근무기간 중, 매일 휴게시간을 이용하여 개밥 주러 집에 가야하는 사실은 일회성이 아니어서 사업주의 허락이 없다면 있을 수 없는 행위이고 사업주도 용인하고 있었으며, 청구인이 집 근처에 있는 이 건 사업장에서 일하게 된 경위도 그러한 ‘편의’ 가능한지 알아보고 일하게 된 것이므로, 이는 사적행위가 아니며 청구인의 휴게시간은 사업주의 지배영역하에 놓여 있었다.
나. 심사기관의 소수의견을 무시하고, 다수의견으로 휴게시간 중 사고에 대한 편협한 해석을 통하여 청구인의 합당한 권익을 침해하였으므로 결론을 다시 바로잡아 주기 바라며, 청구인의 ‘개밥주는’ 행위가 상식적으로 보면 업무와 무관한 사적행위는 맞아 보이나 그 이유와 사정, 그리고 고용계약내의 행위인지를 사실관계를 통해 먼저 따져봐야 한다.
4. 관계법령 <생략>
5. 사실관계
가. 재해조사서, 심사결정서, 문답서 등 관련 자료상 확인되는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1) 청구인은 2017.12.19.(화) 16:00경 휴게시간 중 집 앞에서 이동 중에 차를 피하려다 눈길에 미끄러지는 사고를 당하였다.(요양 신청서상)
가) 청구인이 진술(문답서, 2018.3.8.)
• 2017.12.19. 16:00경 휴식시간에 전날 눈이 많이 와서 커피 한잔 들고 바깥에 나가 구경하다 차가 와서 비켜주다가 넘어졌으며, 사고를 목격한 사람은 없음. 사고 이후 사무실 차장한테 얘기하고 병원에 갔음.
• 요양급여신청서상 기재된 ‘집 앞에서 이동 중’ 내용 및 집에 일이 있어 다녀오려고 가다 사고 났다는 사업주 진술에 대하여, 청구인은 집에 뭔가 가지러 간다고 한 적 없다고 진술함.
나) 심사청구서(이유서)상 재해경위
• 청구인은 전날 많이 온 눈에 노면이 덮여 있는 상태에서 2017.12.19.(화) 16:00경 휴게시간 중 집에 가기 위해 사업장 후문에서 출발하여 약 31m 지점의 과속방지 블록에서 주차된 차가 움직이는 것에 놀라 넘어지는 사고를 당함.
• 청구인은 청구인의 남편 퇴근 전에 남편이 꺼리는 두 마리의 강아지 배설물 처리를 위해 휴게시간으로 부여된 16:00 ~ 16:15에 도보로 약 1분 거리에 위치한 자택에 다녀왔고, 이 사실은 입사 초기부터 사업주의 허락을 얻었으며 사업주 및 근무자 모두 알고 있음.
다) 사업주 진술
• 보험가입자 의견(2018.2.28.)
- 재해 일시 및 장소: 2017.12.19. 16:00경 집 앞길
- 재해내용: 휴식시간 중 직장과 집을 오가던 중 미끄러운 길에 넘어져 손목골절을 당함.
• 사업주 문답서(2018.3.8.)
- 집 앞에서 이동 중 미끄러진 사고를 목격한 동료근로자 없음.
- 휴게시간에 집에 가라고 지시한 적은 없음.
- 재해발생 후 구두보고로 집에 일이 있어 집에 다녀오려고 했다고 함.
• 사업주 사실확인서(2018.5.28.)
- 사업주 정○○은, 청구인 입사 초기에 청구인의 남편이 17:00에 퇴근하고 청구인은 22:00에 퇴근하기 때문에 휴게시간인 16:00. 16:15에 마트 근처 도보 1~2분 거리에 있는 자택에 애완견의 분변물을 치우기 위해 자택에 다녀와야 한다는 말을 듣고 허락 및 동의한 사실이 있음.
- 사업주는 청구인이 집 앞에서 사고가 난 것이라는 말을 듣고 원처분기관에 그대로 진술하였으나, 청구인으로부터 다시 들어보니 청구인의 집 앞에서 일어난 사고가 아니라, 이 건 사업장 후문 바로 앞길에서 일어난 사고임을 알아 사실관계를 바로잡아 사실확인서를 제출함.
라) 원처분기관 현지 출장 조사결과(2018.3.13.): 청구인 문답시 약도로 그려준 장소를 확인하였으나 마트 후문에서 조금(50m 이상) 떨어진 장소로 사업장내 장소도 아니었고, 사업장을 둘러싸고 있는 도로도 아니었음.
2) 청구인의 근로관계, 휴게시간 등
가) 입사일: 2017.7.5.
나) 담당업무: 수산코너 수산물 진열 및 판매
다) 근무시간: 13:00.22:00
라) 휴게시간: 16:00.16:30(15분씩 교대사용),
저녁식사시간: 18:00.19:00(30분씩 교대사용)
마) 휴게시간 및 장소
• 휴게시간은 파트별로 15분씩 교대로 쉬며, 쉴 때는 휴게실에서 주로 쉬며, 날씨가 좋으면 마트 주위를 한 바퀴씩 돌기도 함.
• 휴게실은 마트 후문 옆의 계단 2층에 있음.
바) 기타
• 이 건 사업장 근로자수는 20명이며, 휴게시간은 근로시간에 따라 점심시간이 포함되는 자들 빼고는 모두 같음.
3) 이 건 사업장과 청구인 자택의 위치
가) 이 건 사업장 소재지: 경기도 광명시 ○○로 ○○
나) 청구인 자택 주소: 경기도 광명시 ○○ 103번길 가동 ○○○호
다) 이 건 사업장 및 청구인 자택 지도검색<지도 생략〉
• 심사청구시 청구인이 주장하는 ‘사업장 후문에서 출발하여 약 31m 지점의 과속방지 블록’은 위 지도상 반석유치원 좌측의 22-1 번지 앞쪽 도로에 위치하고 있음.
4) 이 건 사고 발생 후 의무기록
가) ○○○정형외과(진료기록지, 2017.12.19.)
• ① Rt wrist painful sway, ② Neck pain
• acc) 금일, by) slip down
나) ○○○○병원(외래환자 진료기록지, 2018.1.29.)
• C/C) pain on Rt. wrist
• ONSET) 2017.12.19.
• P/I) 상기 F/55 환자 2017.12.19. 집 앞에서 slip down하며, Fx. distal radius wrist Rt. 진단하에 보존적 치료 받은 분으로 1달 splint(short arm splint) 착용 후 off한 분을 통증 지속되어 내원함.
다) △△△정형외과(진료기록부, 2018.2.9.)
• (12/19)일하다 넘어지면서 수상
나. 청구인은 구술심리를 신청하여 2018.8.30. 본 사건의 심리위원회 회의에 출석하여 “일하다가 휴게시간에 집에 다녀오는 것을 사업주에게 허락을 받았고, 이 건 사고일 16:00 휴식시간에 집에 아들 장가가서 아기 놓은 뒤 내가 잠시 갖고 있는 개의 배설물을 치우기 위해 집으로 가다가 도로(골목길)에서 사고를 당하였다”고 진술하였다.
6. 의학적 소견
가. 요양급여신청서상 주치의 소견(△△△정형외과, 2018.2.23.)
1) 상병명: 우측 수관절부 주상골 골절, 우측 수관절부 요골 골절, 흉·요추부 염좌, 우측 견관절부 염좌
2) 재해경위: 일하던 중 넘어지면서 수상
3) 종합소견: X선 및 이학적 검사상 원위요골 골절된 상태로 있고, 주상골 골절에 대하여 관혈적 골절 정복후 금속을 이용한 내고정 되어 있는 상태
나. 원처분기관 자문의 소견
• 2018.1.30. 우측 손목 관절 CT상 주상골 골절 확인되며, 재해와 인과관계 인정됨. 요양기간 입원 6주 타당함. 이후 통원가료 변경 요함. 신청상병명 2, 3, 4는 재해와 인과관계 인정됨.
7. 판 단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법”이라고 한다) 제37조제1항제1호마목에 의하면 근로자가 휴게시간 중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다고 볼 수 있는 행위로 발생한 사고를 업무상 사고로 인정한다고 규정되어 있고, 법원 판단에 의하면 휴게시간 중에는 근로자에게 자유행동이 허용되고 있으므로 통상 근로자는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다고 할 수 없으나, 휴게시간 중의 근로자의 행위는 휴게시간 종료 후의 노무제공과 관련되어 있으므로 그 행위가 당해 근로자의 본래의 업무행위 또는 그 업무의 준비행위 내지는 정리행위, 사회통념상 그에 수반되는 것으로 인정되는 생리적 행위 또는 합리적·필요적 행위라는 등 그 행위 과정이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는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2004.12.24. 선고 2004두6549 판결 참조).
청구인은 휴게시간에 자택에 다녀오는 상황은 이 건 사업장 사업주의 허락을 얻었으므로 업무상 재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사업주는 원처분기관 문답조사시에는 청구인에게 휴게시간에 집에 가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고 진술하였다가, 이 건 심사결정 후에 제출된 사실확인서에서는 애완견 분변물을 치우기 위해 자택에 다녀와야 한다는 청구인의 말에 허락 및 동의한 사실이 있다고 확인하는 등 그 진술이 일관되지 않아 이 건 사고 전에 사업주의 허락이 있었는지 여부는 불분명하다.
설령, 사업주가 청구인에게 휴게시간 중 자택에 다녀오는 것에 대해 허락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허락은 근무시간을 어기지 않고 근로자에게 자유행동이 허용되고 있는 휴게시간 내에서 청구인이 원하는 행위 자체에 동의했거나 청구인의 편의를 봐준다는 의미이지 사업주 지배관리 아래에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없다.
또한, 청구인이 애완견의 분변물을 치우기 위해 또는 개밥을 주기 위해 사업장을 벗어나 자택으로 간 행위는 근로자의 본래의 업무행위 또는 그 업무의 준비행위 내지는 정리행위, 사회통념상 그에 수반되는 합리적·필요적 행위와는 거리가 멀고, 사업주의 지휘·감독으로부터 벗어난 개인적 행위를 한 것으로 보이므로, 이 건 사고는 법 제37조제1항제1호마목에 따른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다고 볼 수 있는 휴게시간 중에 발생한 사고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청구인의 재해는 법 제5조 및 제37조 규정에 의한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다는 것이 우리 위원회의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