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사용자가 어떤 사유의 발생을 당연퇴직사유로 규정하고 그 절차를 통상의 해고나 징계해고와 달리 한 경우에 그 당연퇴직사유가 근로자의 사망이나 정년, 근로계약기간의 만료 등 근로관계의 자동소멸사유로 보이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에 따른 당연퇴직처분은 근로기준법 제23조 소정의 제한을 받는 해고라고 할 것이고, 위와 같이 취업규칙 등에 당연퇴직사유로서 근로관계의 자동소멸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사유를 규정한 경우 그 의미는 그 규정 취지나 다른 당연퇴직사유의 내용 등에 비추어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하며, 형식적으로 취업규칙 등에 정한 퇴직사유가 발생하였다는 것만으로 그 퇴직처분이 근로기준법 제23조제1항에서 정한 정당한 이유가 있게 되는 것은 아니고,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해고의 정당성이 인정된다.
이 사건 당연퇴직조항은 ‘운전면허가 취소된 승무사원은 당연 퇴직한다.’는 것으로 근로관계의 자동소멸사유에 해당하지 않음이 명백하다. 따라서 원고(고속버스 운전기사)가 이 사건 당연퇴직조항에 규정된 퇴직사유에 해당함을 이유로 한 이 사건 당연퇴직처분은 근로기준법 제23조제1항에서 규정한 해고에 해당한다.
◆ 광주고등법원 제2민사부 2019.07.03. 선고 2019나20206 판결 [해고무효확인]
♣ 원고, 항소인 : 장○○
♣ 피고, 피항소인 : ◇◇고속 주식회사
♣ 제1심판결 : 광주지방법원 2018.12.20. 선고 2018가합52377 판결
♣ 변론종결 : 2019.05.29.
<주 문>
1.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2. 피고가 2017.11.26. 원고에게 한 해고처분은 무효임을 확인한다.
3. 소송 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기초 사실
가. 당사자들의 관계
피고는 고속버스 운송사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다. 원고는 2004.9.17. 피고에 입사하여 고속버스를 운전하는 승무사원으로 근무해 왔다.
나. 이 사건 교통사고의 발생
1) 원고는 2017.8.12. 06:40 울산을 출발하여 광주로 가는 피고의 고속버스를 운전하다가 08:01경 진영IC부근에서 교통사고를 일으켰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2) 피고는 2017.9.25.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여 이 사건 사고를 이유로 원고에게 승무정지(정직) 5개월(2017.9.27.부터 2018.2.26.까지)의 징계처분을 의결하고, 다음 날 원고에게 이를 통지하였다.
다. 이 사건 면허 취소처분과 그에 따른 이 사건 당연퇴직처분
1) 전라남도지방경찰청장은 2017.11.13. 이 사건 사고에 따라 원고에게 벌점을 부과한 결과 원고의 벌점이 140점이 되어 1년간의 벌점 점수가 121점을 초과하였다는 이유로 도로교통법 제93조제2항에 따라 원고의 자동차운전면허를 취소(취소일자 2017.11.26.)하는 처분(이하 ‘이 사건 면허 취소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2) 피고는 2017.11.26. 원고에게 ‘원고의 운전면허가 취소되었으므로, 운전면허가 취소된 승무사원은 당연 퇴직한다는 내용의 피고 취업규칙 제67조제2항제6호(이하 ‘이 사건 당연퇴직조항’이라 한다)에 따라 원고가 당연 퇴직되었다’고 통보하였다(이하 ‘이 사건 당연퇴직처분’이라 한다).
라. 이 사건 면허 취소처분의 취소
원고는 이 사건 면허 취소처분에 대하여 이의신청을 하였고, 전라남도지방경찰청장은 2018.2.1. 원고의 이의신청을 받아들여 이 사건 사고에 따라 원고에게 부과한 벌점을 110점으로, 이 사건 면허 취소처분을 운전면허 정지처분(110일)으로 각각 변경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 내지 6호증, 제14호증, 을 제1, 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 주장의 요지
가. 당연퇴직사유의 부존재
원고는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할 의무가 없는 승무정지기간 중에 이 사건 면허 취소처분을 받았고, 승무정지기간이 종료되기 전에 이 사건 면허 취소처분은 취소되고 면허 정지처분으로 변경되었다. 따라서 원고는 ‘운전면허가 취소된 승무사원’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당연퇴직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
나. 재량권의 일탈·남용
원고가 이 사건 면허 취소처분을 다투고 있었고, 피고는 이 사건 면허 취소처분이 취소될 수 있다는 점을 잘 알면서도 원고를 다른 직종으로 전환 배치하는 등으로 원고에게 이 사건 면허 취소처분을 다툴 기회를 부여하지 않았다. 오히려 피고는 원고가 노동조합활동을 주도하였다는 이유로 이 사건 면허 취소처분의 취소일자에 곧바로 원고에게 이 사건 당연퇴직처분을 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사건 당연퇴직처분은 근로계약상 배려의무를 위반하고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므로 효력이 없다.
3. 판 단
가. 관련 법리
사용자가 어떤 사유의 발생을 당연퇴직사유로 규정하고 그 절차를 통상의 해고나 징계해고와 달리 한 경우에 그 당연퇴직사유가 근로자의 사망이나 정년, 근로계약기간의 만료 등 근로관계의 자동소멸사유로 보이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에 따른 당연퇴직처분은 근로기준법 제23조 소정의 제한을 받는 해고라고 할 것이고, 위와 같이 취업규칙 등에 당연퇴직사유로서 근로관계의 자동소멸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사유를 규정한 경우 그 의미는 그 규정 취지나 다른 당연퇴직사유의 내용 등에 비추어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하며(대법원 2007.10.25. 선고 2007두2067 판결 등 참조), 형식적으로 취업규칙 등에 정한 퇴직사유가 발생하였다는 것만으로 그 퇴직처분이 근로기준법 제23조제1항에서 정한 정당한 이유가 있게 되는 것은 아니고(대법원 1996.10.29. 선고 96다21065 판결 등 참조),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해고의 정당성이 인정된다(대법원 1998.11.10. 선고 97누18189 판결 등 참조).
나. 이 사건 당연퇴직처분이 해고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
이 사건 당연퇴직조항은 ‘운전면허가 취소된 승무사원은 당연 퇴직한다.’는 것으로 근로관계의 자동소멸사유에 해당하지 않음이 명백하다. 따라서 원고가 이 사건 당연퇴직조항에 규정된 퇴직사유에 해당함을 이유로 한 이 사건 당연퇴직처분은 근로기준법 제23조제1항에서 규정한 해고에 해당한다.
다. 당연퇴직사유 존재 여부에 관한 판단
1) 앞서 든 증거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피고 회사의 취업규칙에 규정된 당연퇴직사유는 ① 근로자가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근로제공의사가 없음을 표시한 경우(무단결근을 계속 7일 이상한 자, 휴직기간 내에 휴직조건이 해제되지 않은 경우 중 일부), ② 그 성질상 근로자가 근로제공을 할 수 없는 경우(사망하였을 경우, 휴직기간 내에 휴직조건이 해제되지 않은 경우 중 일부, 체력부족, 심신미약 또는 정신질환, 장애, 질병, 부상 등으로 업무수행이 곤란하다고 인정할 때, 승무사원이 운전면허가 취소된 경우, 승무사원이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제24조 또는 제87조의 운수종사자의 자격이 없거나 취소된 경우), ③ 예정된 근로기간이 만료된 경우(정년에 달하였을 경우, 기간의 정함이 있는 종업원의 고용계약기간이 만료된 경우)로 나누어진다(취업규칙 제67조).
나) 피고 회사의 취업규칙은 근로자가 형사사건으로 구속 중일 경우에도 6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휴직을 명할 수 있고, 휴직기간 만료일까지 휴직조건이 해제되지 않으면 당연퇴직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취업규칙 제44조, 제45조).
다) 피고 회사의 취업규칙은 승무사원의 운전면허가 정지된 경우에 대하여는 별도의 처분을 규정하고 있지 않다.
2) 이러한 피고 회사 취업규칙의 규정내용을 서로 비교·검토하여 보면 이 사건 당연퇴직조항에서 ‘승무사원이 운전면허가 취소된 경우’를 당연퇴직사유로 정한 것의 의미도 ‘운전면허가 적법하게 취소되어 그 취소처분을 다툴 수 없게 됨에 따라 승무사원이 근로계약에 따른 승무사원의 기본적인 의무인 운전업무를 이행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음을 근거로 하여 사용자가 근로자를 당연퇴직시켜도 근로자 측에서 이의를 제기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상태’에 이른 경우를 의미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3) 그런데 피고는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면허 취소처분의 취소일자인 2017.11.26.에 곧바로 이 사건 당연퇴직조항에 따라 이 사건 당연퇴직처분을 하였는바, ① 위 2017.11.26.은 원고가 이 사건 면허 취소처분을 통지받은 날로부터 2주일도 경과하지 않은 날로, 이는 원고가 이 사건 면허 취소처분에 대하여 집행정지신청을 하여 그 결정을 받기에도 빠듯한 날인 점, ② 당시 원고가 이 사건 면허 취소처분을 다투고 있었고, 피고도 이를 충분히 알 수 있었다고 보이는 점, ③ 원고는 2018.2.26.까지 승무정지기간이었고, 승무정지기간에는 피고의 임금 지급의무도 면제되므로, 피고가 서둘러 이 사건 당연퇴직처분을 하여야 할 사정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 ④ 실제 이 사건 면허 취소처분이 취소되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이 사건 당연퇴직처분을 한 2017.11.26.에는 원고가 이 사건 면허 취소처분을 더 이상 다툴 수 없게 되어 피고가 원고를 당연퇴직시켜도 원고가 이의를 제기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상태에 이른 경우였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당연퇴직처분 당시 원고에게 이 사건 당연퇴직조항에서 정한 당연퇴직사유가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
4) 따라서 피고가 2017.11.26. 원고에게 이 사건 면허 취소처분을 이유로 이 사건 당연퇴직처분을 한 것은 위법하다.
라.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에 관한 판단
설령, 피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이 사건 당연퇴직조항의 의미를 ‘운전면허 취소처분이 있었다는 역사적 사실 자체’로 본다하더라도, 앞서 인정한 사실 및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원고에게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책임 있는 사유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당연퇴직처분은 정당성이 인정되지 아니하고 징계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
① 전라남도지방경찰청장이 이 사건 면허 취소처분을 한 것은 원고에게 이 사건 사고에 따른 벌점 부과를 잘못한 것에서 비롯된 것이고, 위와 같이 벌점 부과가 잘못된 것 자체에 원고에게 귀책사유가 있다고 볼만한 사정은 없다. 따라서 위와 같은 벌점 부과 잘못으로 인한 불이익을 원고에게 귀속시키는 것은 부당하다.
②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원고의 승무정지기간이 종료되기 전에 이 사건 면허 취소처분이 취소되고 면허 정지처분으로 변경되었다. 면허 정지처분에 따른 면허 정지지간도 2018.3.5.에 만료되므로(2017.11.26.부터 110일), 원고는 승무정지기간이 종료되고 7일이 지나면 바로 운전업무에 종사할 수 있고, 위 7일의 기간이 피고의 영업활동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할 정도의 기간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③ 피고의 취업규칙은 ‘고의 또는 과실로 중대사고 및 교통사고를 발생시킨 자를 해고, 휴직(정직), 직위해제, 감봉할 수 있다.’고 규정하는데, 원고는 이 사건 사고를 이유로 2017.9.25.에 이미 승무정지(정직)처분의 징계처분을 받았다. 이 사건 면허 취소처분이 취소된 이상, 피고가 이 사건 면허 취소처분이 있었다는 역사적 사실로 원고를 징계하는 것은 결국 이 사건 사고를 이유로 징계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고, 이는 실질적으로 이중징계에 해당되어 부당하다.
④ 원고는 2004.9.17. 피고에 입사한 이래 이 사건 사고 전까지 징계처분을 받은 사실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4. 결 론
이 사건 당연퇴직처분은, 원고에게 당연퇴직사유가 존재하지 않을 뿐 아니라 징계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서 위법하여 무효이고, 피고가 이 사건 당연퇴직처분이 유효하다고 다투고 있는 이상 원고에게 그 효력을 다툴 확인의 이익도 인정된다.
따라서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이 달라 부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유헌종(재판장) 류봉근 김두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