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요지>
[1] 법률유보원칙 위배 여부 - 소극
심판대상조항은 4인 이하 사업장에 대하여 근로기준법 중 어느 조항이 적용될지는 법률 아닌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근로기준법 제11조제1항에서 근로기준법을 전부 적용하는 범위를 5인 이상 사업장으로 한정하였고, 4인 이하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을 일부만 적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심판대상조항에 의하여 법률로 명시적으로 규정되어 있는 이상, 구체적인 개별 근로기준법 조항의 적용 여부까지 입법자가 반드시 법률로써 규율하여야 하는 사항이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일부적용 대상 사업장에 대해 적용될 구체적인 근로기준법 조항을 결정하는 문제를 대통령령으로 규율하도록 위임한 것이 헌법 제75조에서 금지하는 포괄위임의 한계를 준수하는 한,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되지는 아니한다.
[2] 포괄위임금지원칙 위배 여부 - 소극
종전에는 근로기준법 일부적용 대상이 되는 사업장의 범위를 근로자 수 몇 명 이하로 할 것인지도 법률로 정하지 않고 시행령에서 규정하여 온 것에 비하여, 1989.3.29. 개정된 근로기준법부터는 ‘사용 근로자 수 5명 이상’은 전부적용, ‘사용 근로자 수 4명 이하’는 일부적용이라고 규정함으로써 근로기준법의 일부적용대상 사업장이 어떠한 기준으로 나뉘는지를 법률에서 직접 정하고 있다.
비록 심판대상조항이 근로기준법의 어떤 규정을 4인 이하 사업장에 적용할지에 관한 기준을 명시적으로 두고 있지 않은 것은 사실이나, 심판대상조항의 포괄위임금지원칙 위배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근로기준법이 제정된 이래로 근로기준법의 법규범성을 실질적으로 관철하기 위하여 5인 이상 사업장까지 근로기준법 전부 적용 사업장의 범위를 확대하고, 종전에는 근로기준법을 전혀 적용하지 않던 4인 이하 사업장에 대하여 근로기준법을 일부나마 적용하는 것으로 범위를 점차 확대해 나간 근로기준법 시행령의 연혁 및 심판대상조항의 입법취지와, 근로기준법 조항의 적용 여부를 둘러싼 근로자보호의 필요성과 사용자의 법 준수능력 간의 조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심판대상조항은 사용자의 부담이 그다지 문제되지 않으면서 동시에 근로자의 보호필요성의 측면에서 우선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근로기준법의 범위를 선별하여 적용할 것을 대통령령에 위임한 것으로 볼 수 있고, 그러한 근로기준법 조항들이 4인 이하 사업장에 적용되리라 예측할 수 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 헌법재판소 2019.04.11. 선고 2013헌바112 결정 [근로기준법 제11조제2항 위헌소원]
♣ 청구인 / 김○훈
♣ 당해사건 / 대법원 2012다82367 해고무효확인
<주 문>
근로기준법(2007.4.11. 법률 제8372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11조제2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청구인은 2010.5.17. 근로자 4명 이하 사업장인 변호사 사무실의 사무장으로 채용된 지 일주일 후 변호사로부터 고용계약 해지를 통고받았고, 그와 동시에 100만원을 지급받았다. 이에 청구인은 미지급임금 및 부당해고로 인한 위자료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고, 일부승소판결이 2011.7.28. 확정되었다(대법원 2011다37995).
그 후 청구인은 사용자가 근로기준법 제23조제1항을 위반하여 부당해고를 하였다고 주장하며 해고무효확인의 소를 제기하였다가, 청구취지를 변경하여 1년간의 근로계약에 따른 임금 상당의 손해배상금 및 위자료의 지급을 청구하였다. 청구인은 청구기각 판결을 받았고(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 2011가합767), 항소심을 거쳐(대구고등법원 2012나175) 대법원에 상고하였다.
청구인은 상고심 계속 중 근로기준법 제11조제2항이 상시 4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대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근로기준법의 일부 규정을 적용할 수 있도록 포괄위임한 것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며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다가 2013.2.28. 기각되자(대법원 2012카기620), 2013.4.18. 헌법재판소법 제68조제2항에 의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그 후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하여(대법원 2012다82367) 청구기각판결이 확정되었다.
2. 심판대상
청구인의 대리인은 근로기준법 제11조제1항의 위헌여부를 청구취지로 추가하였다. 헌법재판소법 제68조제2항에 의한 헌법소원은 법원에 법률에 대한 위헌여부심판의 제청신청을 하여 그 신청이 각하 또는 기각된 때에만 청구할 수 있는 것이므로, 법원의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기각결정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 규정에 대한 청구는 부적법하다. 따라서 근로기준법 제11조제1항은 심판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한다(헌재 2004.6.24. 2002헌바15; 헌재 2007.10.4. 2005헌바71 참조).
이 사건의 심판대상은 근로기준법(2007.4.11. 법률 제8372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11조제2항(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 근로기준법(2007.4.11. 법률 제8372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11조(적용 범위) ② 상시 4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대하여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이 법의 일부 규정을 적용할 수 있다.
[관련조항]
▪ 근로기준법(2007.4.11. 법률 제8372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11조(적용 범위) ① 이 법은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한다. 다만, 동거하는 친족만을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과 가사(家事) 사용인에 대하여는 적용하지 아니한다.
제23조(해고 등의 제한) ①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懲罰)(이하 “부당해고등”이라 한다)을 하지 못한다.
▪ 근로기준법 시행령(2007.6.29. 대통령령 제20142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7조(적용범위) 법 제11조제2항에 따라 상시 4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하는 법 규정은 별표 1과 같다.
[별표 1] 상시 4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하는 법 규정(제7조 관련)
구분 | 적용법규정 |
제1장 총칙 | 제1조부터 제13조까지의 규정 |
제2장 근로계약 | 제15조, 제17조, 제18조, 제19조제1항, 제20조부터 제22조까지의 규정, 제23조제2항, 제26조, 제35조부터 제42조까지의 규정 |
제3장 임금 | 제43조부터 제45조까지의 규정, 제47조부터 제49조까지의 규정 |
제4장 근로시간과 휴식 | 제54조, 제55조, 제63조 |
제5장 여성과 소년 | 제64조, 제65조제1항・제3항(임산부와 18세 미만인 자로 한정한다), 제66조부터 제69조까지의 규정, 제70조제2항・제3항, 제71조, 제72조, 제74조 |
제6장 안전과 보건 | 제76조 |
제8장 재해보상 | 제78조부터 제92조까지의 규정 |
제11장 근로감독관 등 | 제101조부터 제106조까지의 규정 |
제12장 벌칙 | 제107조부터 제116조까지의 규정(제1장부터 제6장까지, 제8장, 제11장의 규정 중 상시 4명 이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되는 규정을 위반한 경우로 한정한다) |
3. 청구인의 주장
심판대상조항은 근로기준법 제23조제1항과 같은 근로자의 본질적인 권리를 시행령에 따라 근로자 4명 이하 사용 사업장에 적용되지 않을 수 있게끔 백지위임함으로써 기본권을 제한할 때에는 필요한 경우에만 법률로 제한하도록 한 헌법 제37조제2항에 위배된다.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를 제한하는 근로기준법 제23조제1항은 근로관계에서 당연히 전제되는 사회상규 내지 정의관념이므로 이를 근로자 4명 이하 사용 사업장에 적용되지 않을 것이라고는 전혀 예측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심판대상조항은 법률의 전부를 대상으로 시행령에 백지위임하였으므로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배된다.
심판대상조항은 근로자 4명 이하 사용 사업장에 적용될 조항을 시행령에 아무 조건 없이 백지로 위임함으로써 시행령에서 근로기준법 제23조제1항을 제외하여 근로관계의 존속보장과 같이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는 가장 중요한 근로조건도 적용되지 않을 수 있게 하였으므로, 헌법 제32조제3항에도 위배된다.
근로기준법은 근로에 종사하는 모든 국민들에게 평등하게 적용되어야 하는데, 심판대상조항이 근로자 4명 이하 사용 사업장에 적용될 조항을 시행령에 백지위임한 결과 시행령이 실제로 근로자가 종사하게 된 사업장의 규모와 같이 우연한 요소에 따라 근로기준법 제23조제1항의 적용을 달리하는 차별대우를 하고 있으므로, 헌법 제11조제1항의 평등원칙에 위배된다.
4. 판 단
가.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 및 입법연혁
근로기준법 자체의 목적은 근로조건의 기준을 정함으로써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 향상시키며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발전을 꾀하는 것이다(제1조). 상시 4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이 대체로 영세사업장이어서 근로기준법에서 요구하는 모든 사항을 한결같이 준수할만한 여건과 능력을 갖추고 있지 못한 것이 현실이어서, 이러한 현실을 무시하고 근로기준법상의 근로기준을 이들 사업장에까지 전면 적용한다면 근로자보호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도 못한 채 오히려 영세사업장이 감당하기 어려운 경제적·행정적 부담만을 가중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헌재 1999.9.16. 98헌마310).
근로기준법 제11조제1항이 근로자 5명 이상 사용 사업장(이하 ‘5인 이상 사업장’)에 대해서만 근로기준법을 전부 적용하도록 하고, 심판대상조항은 근로기준법 중 근로자 4명 이하 사용 사업장(이하 ‘4인 이하 사업장’)에는 일부적용되는 법률조항이 무엇인지 대통령령으로 정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은 위와 같은 사정을 고려했기 때문이라고 보인다.
근로기준법은 1953.5.10. 법률 제286호로 제정되었을 때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범위의 사업장에 대하여 근로기준법 적용을 제외한다고 규정하였으므로,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는 사업장의 구체적인 범위는 근로기준법 시행령의 개정을 통하여 근로자 수 15명 이하 사업장 전부 제외부터 4명 이하 사업장 전부 제외까지로 확대되어 왔다. 그 후 1989.3.29. 법률 제4099호로 개정된 근로기준법이 최초로 5인 이상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을 전부 적용하고, 4인 이하 사업장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법의 일부규정을 적용할 수 있다고 법률에 그 적용기준을 직접 규정하였다. 그 다음에는 조문의 위치만 2007.4.11. 법률 제8372호로 전부개정된 현행 근로기준법에서 제11조로 이동되었을 뿐, 적용기준의 내용은 지금까지 동일하게 유지되어 왔다.
나. 쟁점
(1) 심판대상조항이 4인 이하 사업장에 대하여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는 조항이 무엇인지를 법률로 직접 정하지 않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한 것이, 기본권의 제한은 법률로써 할 것을 규정한 헌법 제37조제2항의 법률유보원칙, 헌법 제75조의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배되는지 문제된다.
(2) 청구인은 심판대상조항이 시행령에 4인 이하 사업장에 적용될 근로기준법 조항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구체적인 위임기준 없이 백지위임하여 그 결과 시행령에서 사업장의 사용 근로자 수와 같이 우연한 요소에 따라 근로기준법 제23조제1항의 적용을 달리하게 하는 차별취급을 하여 헌법 제11조제1항의 평등원칙에 위배되고, 백지위임된 결과 시행령에서 근로계약의 유효한 존속을 좌우하는 본질적인 조건인 근로기준법 제23조제1항을 포함시키지 아니하여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할 것을 규정한 헌법 제32조제3항을 위반한다고 주장한다.
위 주장은 결국 심판대상조항이 구체적인 위임기준을 정하지 않은 채 하위규범인 대통령령에 백지위임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7조 [별표 1]에서 근로기준법 제23조제1항을 나열하지 않은 등 하위규범의 입법이 불충분하게 이루어졌음을 지적하는 것이다. 청구인도 심판청구서를 통하여 근로기준법 시행령이 법 제23조제1항을 누락한 점의 위헌을 다투는 것이 아니라 심판대상조항의 위헌을 다투는 점임을 명시하고 있고, 대통령령인 위 시행령 조항에 위헌성이 있더라도 그로 인하여 수권법률 조항인 심판대상조항이 당연히 위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헌재 2015.7.30. 2013헌바416 참조).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에 대하여 법률유보원칙과 포괄위임금지원칙 위배 여부로 판단하는 이상 위와 같은 헌법 제11조제1항의 평등원칙,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할 것을 규정한 헌법 제32조제3항 위반 주장은 별도로 판단하지 아니한다.
다. 헌법 제37조제2항의 법률유보원칙 위배 여부
(1) 헌법 제37조제2항에서 규정하는 기본권제한에 관한 법률유보원칙은 법률에 근거한 규율을 요청하는 것이므로, 그 형식이 반드시 법률일 필요는 없다 하더라도 법률상의 근거는 있어야 한다(헌재 2009.4.30. 2005헌마514 참조). 그런데 오늘날의 법률유보원칙은 단순히 행정작용이 법률에 근거를 두기만 하면 충분한 것이 아니라, 국가공동체와 그 구성원에게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 영역, 특히 국민의 기본권 실현에 관련된 영역에 있어서는 행정에 맡길 것이 아니라 국민의 대표자인 입법자 스스로 그 본질적 사항에 대하여 결정하여야 한다는 요구, 즉 의회유보원칙까지 내포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따라서 적어도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자유나 권리를 제한한 때에는 그 제한의 본질적인 사항에 관한 한 입법자가 형식적인 의미의 법률로써 스스로 규율하여야 할 것이다(헌재 1999.5.27. 98헌바70; 헌재 2008.2.28. 2006헌바70; 헌재 2009.2.26. 2008헌마370등).
(2) 심판대상조항은 4인 이하 사업장에 대하여 근로기준법 중 어느 조항이 적용될지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제11조제1항에서 근로기준법을 전부적용하는 범위를 근로자 5인 이상 사업장으로 한정하였고, 4인 이하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을 일부만 적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심판대상조항에 의하여 법률로 명시적으로 규정되어 있는 이상, 구체적인 개별 근로기준법 조항의 적용 여부까지 입법자가 반드시 법률로써 규율하여야 하는 사항이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일부적용 대상 사업장에 대해 적용될 구체적인 근로기준법 조항을 결정하는 문제를 대통령령으로 규율하도록 위임한 것이 헌법 제75조에서 금지하는 포괄위임의 한계를 준수하는 한,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되지는 아니한다.
라. 포괄위임금지원칙 위배 여부
(1) 헌법 제75조는 “대통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에 관하여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위임입법의 근거 및 그 범위와 한계를 제시하고 있다. 여기에서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라 함은 법률에 이미 대통령령 등 하위법규에 규정될 내용 및 범위의 기본사항이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어 누구라도 그 자체로부터 대통령령 등에 규정될 내용의 대강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헌재 2011.12.29. 2010헌바385등 참조). 그 예측가능성의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당해 특정조항 하나만 가지고 판단할 것이 아니고 관련 법조항 전체를 유기적·체계적으로 종합·판단하여야 하며, 대상법률의 성질에 따라 구체적이고 개별적으로 검토하여야 한다(헌재 2015.1.29. 2013헌바173 참조).
(2) 위임의 필요성
근로조건의 기준을 정하는 것은 경제상황의 변화나 새로운 고용형태의 등장과 같은 현실의 변화에 따라 신속하고 탄력적인 대응이 필요한 분야이고, 어느 정도의 근로기준이 인간의 존엄성에 상응하는지에 관한 판단도 절대불변의 것이 아니라 사회·경제적 상황에 따라 변화하므로 시대상황에 부합하게 구체화될 필요가 있다. 따라서 4인 이하 사업장에 어느 근로기준법 조항을 적용할지의 문제를 대통령령에 위임할 필요성은 인정된다.
특히 근로기준법과 근로기준법 시행령의 입법연혁에 비추어 볼 때 근로기준법의 적용 사업장의 범위 확대는 늘 시행령을 통하여 이루어져 왔고, 특히 4인 이하 사업장에 적용될 근로기준법 조항이 무엇인가를 결정하는 문제는 근로기준법에서 4인 이하 사업장에도 근로기준법이 일부 적용된다고 규정한 1989년부터 약 9년여 동안 시행령에 관련 규정을 두지 아니하였다가 1996년 설치된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노사관계 개혁위원회에서 노사 대표와 여러 정부부처, 학계의 의견을 수렴한 합의안이 돌파구가 되어 1998년 시행령 마련을 통해 단계적 확대가 추진되어 왔다는 현실적, 역사적 맥락 역시 고려되어야 한다.
(3) 예측가능성
위임의 구체성·명확성의 요구 정도에 대해서는 그 규율대상의 종류와 성격에 따라 달라질 것인바, 수익적 행정의 경우에는 위임의 구체성·명확성의 요구가 완화되어 그 위임의 요건과 범위가 덜 엄격하게 규정될 수 있다(헌재 1998.2.27. 95헌바59; 헌재 2006.12.28. 2005헌바59). 심판대상조항은 제11조제1항에 의하여 그 적용이 제외되어 있던 4인 이하 사업장에 적용할 근로기준법 조항을 형성하는 규정이므로, 위임의 구체성·명확성이라는 요구가 상당 부분 완화된다(헌재 2016.2.25. 2015헌바191).
종전에는 근로기준법 일부적용 대상이 되는 사업장의 범위를 근로자 수 몇 명 이하로 할 것인지도 법률로 정하지 않고 시행령에서 규정하여 온 것에 비하여, 1989.3.29. 개정된 근로기준법부터는 ‘사용 근로자 수 5명 이상’은 전부적용, ‘사용 근로자 수 4명 이하’는 일부적용이라고 규정함으로써 근로기준법의 일부적용대상 사업장이 어떠한 기준으로 나뉘는지를 법률에서 직접 정하고 있다.
비록 심판대상조항이 근로기준법의 어떤 규정을 4인 이하 사업장에 적용할지에 관한 기준을 명시적으로 두고 있지 않은 것은 사실이나, 근로기준법이 제정된 이래로 근로기준법의 법규범성을 실질적으로 관철하기 위하여 5인 이상 사업장까지 근로기준법 전부 적용 사업장의 범위를 확대하고, 종전에는 근로기준법을 전혀 적용하지 않던 4인 이하 사업장에 대하여 근로기준법을 일부나마 적용하는 것으로 범위를 점차 확대해 나간 근로기준법 시행령의 연혁 및 심판대상조항의 입법취지와, 근로기준법 조항의 적용 여부를 둘러싼 근로자보호의 필요성과 사용자의 법 준수능력 간의 조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심판대상조항은 사용자의 부담이 그다지 문제되지 않으면서 동시에 근로자의 보호필요성의 측면에서 우선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근로기준법의 범위를 선별하여 적용할 것을 대통령령에 위임한 것으로 볼 수 있고, 그러한 근로기준법 조항들이 일부적용 대상 사업장에 적용되리라 예측할 수 있다.
(4)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포괄위임금지원칙을 위반하지 아니한다.
5. 결 론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재판관 이석태, 재판관 김기영의 아래 6.과 같은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나머지 관여 재판관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다.
6. 재판관 이석태, 재판관 김기영의 반대의견
우리는 심판대상조항이 포괄위임금지원칙을 위반하여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고 생각하므로 아래와 같이 반대의견을 밝힌다.
가. 포괄위임금지원칙의 기능적 의의
포괄위임금지원칙이 법률에 이미 대통령령으로 규정될 내용 및 범위의 기본사항이 구체적이고도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어서 누구라도 당해 법률로부터 대통령령에 규정될 내용의 대강을 예측할 수 있는가를 심사하는 이유는 단지 수범자의 예측가능성만을 보장하기 위함이 아니다. 포괄위임금지원칙은 국민의 헌법상 기본권 및 기본의무와 관련된 중요한 사항 내지 본질적인 내용에 대한 정책 형성 기능만큼은 주권자인 국민에 의하여 선출된 대표자들로 구성되는 입법부가 담당하여야 하고, 행정부나 사법부에 그 기능을 넘겨서는 안 된다는 의미이다(헌재 1996.10.31. 93헌바14 참조).
국회의 입법절차는 국민의 대표로 구성된 다원적 인적 구성의 합의체에서 공개적 토론을 통하여 국민의 다양한 견해와 이익을 인식하고 교량하여 공동체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이며, 일반국민과 야당의 비판을 허용하고 그들의 참여가능성을 개방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문관료들만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행정입법절차와는 달리 공익의 발견과 상충하는 이익간의 정당한 조정에 더 적합한 민주적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견지에서, 규율대상이 기본권적 중요성을 가질수록 그리고 그에 관한 공개적 토론의 필요성 내지 상충하는 이익간 조정의 필요성이 클수록, 국회의 법률에 의한 규율밀도의 요구정도는 그만큼 더 증대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헌재 2004.3.25. 2001헌마882 참조).
특히 헌법 제32조제3항이 포괄위임금지원칙을 규정한 헌법 제75조와 별도로 근로조건의 기준은 법률로 정하도록 규정한 것은, 인간의 존엄에 상응하는 근로조건에 관한 기준의 확보는 근로자와 그 사용자들 사이에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될 수 있는 사항이어서 사회적 평화를 위해서도 민주적으로 정당성이 있는 입법자가 이를 법률로 정할 필요성이 있음을 강조하기 위한 의미이다(헌재 2011.7.28. 2009헌마408 참조). 근로계약의 본질적인 내용인 최저 근로기준은 국민의 근로기본권 및 직업의 자유, 재산권과 관련된 중요한 사항으로서 핵심적·본질적 요소이므로, 최소한 그 기준만은 법률의 형식으로 이를 명확하게 규정하여야 한다(헌재 2011.9.29. 2010헌가93).
나. 판단
근로기준법 중 어느 조항이 적용되는지는 사용자와 대등한 교섭력을 확보하지 못한 근로자에게 자신이 어떠한 권리를 보장받고 있는지, 근로조건의 최저한이 어디까지인지에 관한 지침을 제공함으로써 근로의 권리를 향유하기 위한 기본 전제가 된다. 반면 근로기준법의 대부분은 강행규정이어서 이를 위반할 경우 벌금 등의 형벌과 이행강제금 부과처분 등의 행정제재를 가하는 불이익한 규정들이 있기 때문에, 사용자들도 자신이 어느 근로기준법 조항을 지켜야 하는지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심판대상조항은 4인 이하 사업장에 어떠한 조항들이 적용될지에 관하여 법률에 아무런 기준을 두지 않은 채 이를 모두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고, 관련 법조항 전체를 유기적·체계적으로 종합해 보더라도 대통령령에서 규율할 근로기준법의 조항들이 무엇인지를 수범자 누구도 예측할 수 없으며, 대통령령을 입법하여야 하는 행정부로서도 근로기준법 조항들 중 무엇을 4인 이하 사업장에 적용하는 조항으로 삼아야 하는지에 관한 어떠한 기준도 얻을 수 없다.
비록 4인 이하 사업장의 사용자의 법 준수 능력 부족을 감안하여 단계적으로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확대하기 위한 취지에서 세부적인 조항을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하여도, 대통령령에서 규정될 근로기준법의 조항들은 어느 단일한 내용이 아니라 근로조건 전반, 즉 근로계약의 성립·존속 또는 종료, 임금, 근로시간과 휴식, 안전과 보건, 재해보상, 근로감독관 등의 감독기관, 벌칙 등 다양한 근로조건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의 각 장에 규정된 내용들 개개의 특성에만 의존해서는 4인 이하 사업장에 어떠한 조항이 적용되거나 적용되지 않으리라고 예측하기 어렵다. 가령, 부당해고를 제한하는 근로기준법 제23조제1항이 사용자에게 부담이 된다고 보아 그 적용이 제외되었을 것임을 예측할 수 있다고 본다면, 해고를 30일 전에 예고하지 않은 경우 30일분의 통상임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근로기준법 제26조는 왜 사용자에게 부담이 됨에도 불구하고 적용되는 조항으로 나열하였는지를 설명할 수가 없다.
또한, 법정의견은 ‘4인 이하 사업장에게 준수할 의무를 부과하기 곤란한 것’을 일응의 위임기준으로 해석상 도출한 다음 이를 통해 예측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으나, 근로기준법 대부분의 조항들이 사용자의 의무 이행을 전제로 하는 것임을 감안하면 사용자에게 부담을 주는 조항인지 여부를 기준으로 삼는다는 것은 결국 위임의 기준이 실질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이처럼 심판대상조항은 아무런 기준 없이 근로기준법 조항들의 적용 여부를 대통령령으로 위임함으로써 국회가 보유한 입법권한을 실질적으로 행정부에 전부 일임한 것이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위임의 한계를 일탈하여 헌법 제75조에서 금지하는 포괄위임에 해당하고, 동시에 헌법 제32조제3항의 근로조건 법정주의에도 위배되며, 입법권은 국회에 있다고 선언한 헌법 제40조, 그리고 입법부와 행정부 간의 권력분립원칙에도 위배된다.
특히 이 사건은 아무런 위임의 기준도 없이, 그리고 위임의 내용도 근로관계의 근간이 되는 중요한 일반법인 근로기준법 개개 법률조항의 적용 여부를, 하위 규범인 대통령령에 전적으로 맡겨 행정부로 하여금 결정하게 하였음을 유념해야 한다. 이러한 방식과 위임하기로 한 법률의 성격은 우리나라의 입법례를 통틀어 굉장히 이례적이고, 헌법재판소가 포괄위임금지원칙으로 심사를 행해 온 법률 중 가장 심각한 행정부에 의한 월권을 허용하는 형태이다. 아무리 근로기준법만의 특수성을 고려하고 국회가 4인 이하 사업장에 적용될 근로기준법 조항을 직접 결정하는 데에 미온적이고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고 하여도 만약 심판대상조항 같은 방식의 백지위임이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보면, 헌법재판소는 앞으로 포괄위임금지원칙에 기해서는 법률의 위헌 여부를 심사하지 않겠다고 사실상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법정의견과 같이 심판대상조항이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것은 4인 이하 사업장에는 근로기준법이 전부 적용되지 않아도 무방하다는 전제에서 이를 일부나마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수혜를 베푸는 것이며, 따라서 시행령에서 어느 근로기준법 조항을 규정하거나 규정하지 않든 간에 합헌이라는 관점으로밖에 설명할 수 없다. 이는 근로기준법이 사실은 지킬 만한 여건이 되지 않으면 무한정 지키지 않아도 되는 법이라는 것이므로, 그 규범력이 약함을 묵인하고 방기하는 결과가 되어 용납할 수 없다. 이는 기존 헌재 1999.9.16. 98헌마310 결정에서 오히려 더 뒤로 물러나, 과거에는 그나마 근로기준법은 모든 사업장에 적용되어야 하는 당위성을 인정하되 4인 이하 사업장에는 일부만 적용하는 것이 점진적인 제도개선 단계에서 발생하는 불가피한 차별이라고 보았던 것을, 20년이나 지난 지금에 와서는 아예 그 불평등한 상태가 고착화되어도 합헌이라는 면죄부를 주는 것이다.
다. 결론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헌법 제75조의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배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 해당 조항은 4인 이하 사업장에 일부나마 근로기준법이 적용될 수 있도록 하는 근거이므로 그 효력은 계속 존속하되, 입법자로서는 그 위헌성을 제거하기 위하여 조속히 대통령령에 위임하는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함과 동시에, 이번 기회에 시행령에서 4인 이하 사업장에 적용제외된 근로기준법 조항들이 과연 합리적 근거에서 제외된 것인지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재판관 유남석(재판장) 서기석 조용호 이선애 이석태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