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택시운전근로자와 관련하여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에서 제외하도록 한 최저임금법 제6조제5항(‘이 사건 특례조항’)이 시행됨에 따라, 정액사납금제 하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이 아닌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할 의도로 사용자가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시간당 고정급을 외형상 증액시키기 위해 택시운전근로자 측의 동의를 얻어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이 없음에도 소정근로시간만 단축하는 내용으로 변경한 취업규칙 조항은 무효이다.[이 사건 특례조항(택시운전근로자와 관련하여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에서 제외하도록 한 최저임금법 제6조제5항) 시행에 따라 피고가 소속 택시운전근로자들 다수의 동의를 받아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이 없음에도 취업규칙상 소정근로시간만을 순차로 단축한 사안에서, 원심이 위와 같이 변경된 취업규칙상 소정근로시간 단축 조항은 이 사건 특례조항 등 최저임금법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서 무효라고 판단한 다음 종전 취업규칙상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한 최저임금액에 미달하는 임금의 지급을 명한 것에 대하여, 원심판결에 관련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보아 피고의 상고를 기각한 사례.]
◆ 대법원 2019.04.18. 선고 2016다2451 판결 [임금]
♣ 원고, 피상고인 / 원고 1외 4인
♣ 피고, 상고인 / ○○운수 합자회사
♣ 원심판결 / 의정부지방법원 2015.12.24. 선고 2014나4850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 보충서의 기재는 상고 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사건의 경과
가. 피고는 일반택시운송사업을 영위하는 합자회사이고, 원고들은 피고에 고용되어 격일제 근무를 하는 택시운전근로자들이다.
나. 원고들은 운송수입금 중 일정액만 사납금 명목으로 피고에게 납부하고 이를 제외한 나머지 운송수입금(이하 ‘초과운송수입금’이라 한다)을 자신이 차지하며, 피고로부터 일정한 고정급을 지급받는 방식인 이른바 정액사납금제 형태의 임금을 지급받고 있었다.
다. 2008.3.21. 법률 제8964호로 개정된 최저임금법 제6조제5항(이하 ‘이 사건 특례조항’이라 한다)이 2010.7.1.부터 피고가 소재한 파주시 지역에 시행되어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의 범위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이 제외되었다.
라. 피고는 2010.7.29. 및 2010.10.27. 소속 택시운전근로자들 다수의 동의를 받아 취업규칙을 각각 개정하였는데,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이 없음에도 소정근로시간을 순차로 단축하였다(이하 개정된 각 취업규칙을 ‘제1차 취업규칙’, ‘제2차 취업규칙’이라 하고, 개정 전 취업규칙을 ‘종전 취업규칙’이라 한다). 그 결과 소정근로시간은 월 209시간에서 격일제의 경우 월 115시간으로 단축되었다.
마. 원고들은 이와 같이 실근로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줄이는 내용의 제1차 취업규칙과 제2차 취업규칙의 소정근로시간 조항은 이 사건 특례조항 등 최저임금법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서 무효라고 주장하며, 종전 취업규칙에 따른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한 최저임금액에 미달한 임금의 지급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바. 원심은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을 받아들여 일부 승소 판결을 하였고, 피고는 이에 불복하여 상고를 제기하였다.
2. 관련 규정과 사건의 주요 쟁점
가. 관련 규정
헌법 제32조제1항은 “국가는 …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최저임금제를 시행하여야 한다.”라고 하여 최저임금제 시행을 국가의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헌법 규정에 근거하여 “근로자에 대하여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하여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하는 최저임금법이 제정되었다(제1조).
구 최저임금법(2018.6.12. 법률 제1566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최저임금법’이라 한다)은 제6조제1항에서 “사용자는 최저임금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에게 최저임금액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제6조제3항에서 “최저임금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의 근로계약 중 최저임금액에 미치지 못하는 금액을 임금으로 정한 부분은 무효로 하며, 이 경우 무효로 된 부분은 이 법으로 정한 최저임금액과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기로 한 것으로 본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사용자로 하여금 국가가 정한 임금액의 최저한도 이상을 근로자에게 지급하도록 강제하고, 나아가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임금 차액에 대한 근로자의 임금청구권을 직접 인정하기 위한 것이다.
구 최저임금법 제6조제4항 및 그 위임에 따른 구 최저임금법 시행규칙(2018.12.31. 고용노동부령 제24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별표 1]은 구 최저임금법 제6조제1항에 따른 임금에 산입하지 아니하는 임금의 범위를 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 사건 특례조항은 일반 근로자의 최저임금의 적용을 위한 임금(이하 ‘비교대상 임금’이라 한다) 범위를 정한 구 최저임금법 제6조제4항의 예외로서, “제4항에도 불구하고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3조 및 같은 법 시행령 제3조제2호 다목에 따른 일반택시운송사업에서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의 범위는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임금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 특례조항은 택시운전근로자에 한정해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비교대상 임금에서 제외하고 있는 것이다.
나. 사건의 주요 쟁점
1) 이 사건 특례조항이 시행되기 전에는 정액사납금제의 경우 고정급 이외에 생산고에 따른 임금인 초과운송수입금까지 비교대상 임금에 산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사건 특례조항이 시행되면서 더 이상 초과운송수입금을 비교대상 임금에 산입할 수 없게 됨에 따라 사용자는 고정급만으로 최저임금액 이상의 임금을 지급해야 하게 되었고, 고정급의 액수 자체가 중요한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그런데 한편 사용자로서는 최저임금액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기 위하여 비교대상 임금에 포함되는 고정급을 증액하는 대신, 소정근로시간을 줄임으로써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시간당 고정급을 높이는 방식으로 고시된 시간급 최저임금액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할 수 있었다.
2)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이 사건 특례조항 시행에 따라 정액사납금제 하에서 사용자가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할 의도로 근로자들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이 없음에도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는 내용으로 개정한 취업규칙 조항이 유효한지 여부이다.
3.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내용의 취업규칙 조항의 효력 여부
가. 구 근로기준법(2018.3.20. 법률 제1551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1주간의 근로시간은 40시간을, 1일의 근로시간은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기준근로시간을 정하여 규제하면서(제50조제1, 2항), 그 기준근로시간의 범위 내에서 근로자와 사용자가 합의한 근로시간을 소정근로시간으로 규정하고 있다(제2조제1항제7호).
근로자는 합의한 소정근로시간 동안 근로의무를 부담하고, 사용자는 그 근로의무이행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하게 되는데, 사용자와 근로자는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소정근로시간에 관하여 합의할 수 있다. 다만 소정근로시간의 정함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거나, 노동관계법령 등 강행법규를 잠탈할 의도로 소정근로시간을 정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로서의 효력을 부정하여야 한다.
나. 헌법 및 최저임금법 관련 규정 내용과 체계, 이 사건 특례조항의 입법 취지와 입법 경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의 규정 취지 및 일반택시운송사업의 공공성,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합의 관련 전후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정액사납금제 하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할 의도로 사용자가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시간당 고정급의 외형상 액수를 증가시키기 위해 택시운전근로자 노동조합과 사이에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기로 합의(이하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라 한다)한 경우, 이러한 합의는 강행법규인 최저임금법상 이 사건 특례조항 등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법리는 사용자가 택시운전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내용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이 사건 특례조항 등 최저임금법 규정은 헌법상 국가의 의무로 규정된 최저임금제를 구체화하여 택시운전근로자의 안정된 생활을 적극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마련된 강행법규로, 이러한 입법 취지를 회피하기 위해 이루어진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는 탈법행위로서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
가) 정액사납금제 하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의 성격을 가지는 초과운송수입금은 택시운전근로자의 총수입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사전에 확정이 어려운 가변적인 임금이어서 택시운전근로자의 총수입액이 불안정하게 되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그리고 정액사납금제에서 운송수입금이 적은 경우 택시운전근로자가 기본적인 생활을 하기 위한 정도의 임금조차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는 문제점도 있었다. 반면 택시운전근로자의 초과운송수입금이 비교대상 임금에 포함됨에 따라 고정급 금액이 최저임금에 현저하게 미달하여도 최저임금법에는 저촉되지 않는 상황이었으며, 이로 인하여 택시운전근로자의 저임금 구조를 장기간 고착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여 왔다.
이에 최저임금법의 본래 목적을 달성하고 택시운전근로자의 생활 안정을 실효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방안으로, 비교대상 임금의 범위를 보다 예측 가능한 통상적이고 기본적인 임금으로 한정하기 위해 이 사건 특례조항이 도입된 것이다. 즉 이 사건 특례조항을 통해 초과운송수입금과 같은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최저임금에 산입할 수 없게 한 취지는, 택시운전근로자가 받는 임금 중 고정급의 비율을 높여 운송수입금이 적은 경우에도 최저임금액 이상의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함으로써 보다 안정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려는 데에 있다(대법원 2018.7.11. 선고 2016다9261, 9278 판결, 헌법재판소 2011.8.30. 선고 2008헌마477 결정 참조).
이처럼 이 사건 특례조항은 종래 근로의무를 부담하기로 합의된 소정근로시간에 대응하여 지급되는 통상적이고 기본적인 고정급을 최저임금 수준 이상으로 높이는 것을 당연히 예정한 것이지, 이와 달리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은 전혀 변함이 없음에도 형식적으로만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함으로써 시간당 고정급이 고시된 시간급 최저임금수준을 충족하도록 하는 편법을 예정한 것이 아니다.
나) 결국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는 강행법규인 최저임금법이 이 사건 특례조항을 둔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여 효력을 인정하기 어렵다.
2) 이 사건 특례조항의 입법 과정을 고려하면,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유효하다고 보아 이 사건 특례조항의 실질적 규범력을 약화시키는 해석론을 전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가) 이 사건 특례조항 도입을 위한 국회 논의 당시 최저임금을 산정할 때 초과운송수입금을 제외하게 되면, 고정급 인상으로 임금안정성이 높아져 택시운전근로자의 생활 안정화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택시운전근로자의 임금구조가 단순해지며 투명성이 제고되고, 운송수입금 전액관리제 유도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등의 정책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반면 일반택시운송사업체의 비용 상승, 최저임금 인상시마다 노동쟁의 발생 가능성, 성과급에 따라 임금이 결정되는 다른 업종과의 형평성 문제 등과 같은 단점도 함께 지적되었다. 국회는 이 사건 특례조항 도입에 따른 이러한 여러 가지 긍정적·부정적 효과를 인식한 상태에서 택시운전근로자의 안정된 생활 보장 등 긍정적 입법 효과를 더 우선시하여 이 사건 특례조항을 도입한 것이다.
나) 그런데도 이 사건 특례조항 도입 당시 일반택시운송사업자들의 회사 경영 상황이나 일반택시운송사업의 운송수입 구조상 매년 최저임금액 인상에 따라 이 사건 특례조항의 취지와 같이 고정급을 인상하는 것에 현실적 한계가 있다는 등의 사정을 들어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유효하다고 보는 것은 이러한 구체적인 입법 경과와 입법취지에 반하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3)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상 일반택시운송사업 관련 규정 취지, 일반택시운송사업의 공공성을 고려하면,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
가) 이 사건 특례조항은 일반택시운송사업에서의 일반택시운송사업자와 택시운전근로자 사이의 근로관계를 특별히 규율하고 있다.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를 사법(私法)상 허용할 것인지는 일반택시운송사업에서 이러한 합의가 가지는 규범적 의미 역시 함께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나)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은 일반택시운송사업과 관련하여 국가에 의한 면허 제도를 운영하면서 상당한 규제와 지원을 함께 하고 있다. 이는 일반택시운송사업이 가지는 공공성을 전제로 택시운송사업에 관한 질서를 확립하고 여객의 안전하고 원활한 운송을 도모하여 궁극적으로는 국민의 공공복리를 증진하고자 하는 것이다.
다) 이러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의 취지 및 일반택시운송사업의 공공성을 고려하면, 택시운전근로자에게 보다 안정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려는 이 사건 특례조항은 더 많은 운송수입을 얻으려는 택시운전근로자들의 무리한 운행을 방지하여 일반 국민의 안전을 보호하고 운송질서를 저해하는 현상을 막고자 하는 목적 역시 전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라) 따라서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및 이 사건 특례조항이 실질적으로 의도하고 있는 국민의 안전 및 교통편익 증진과 같은 입법 취지를 근로관계 당사자가 개별적 합의를 통해 잠탈하는 행위에 해당하여, 탈법행위로서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
4) 택시운전근로자 측이 자발적으로 합의하였다거나, 택시운전근로자가 예상치 못한 이익을 얻어 다소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하더라도, 이를 들어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의 효력을 긍정할 수는 없다.
가) 소정근로시간 단축이 근로관계 당사자들 사이의 자발적인 합의에 의한 것이라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특례조항의 취지를 회피하기 위한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를 유효라고 할 수는 없다. 이러한 합의는 강행법규의 취지를 잠탈하기 위한 행위 그 자체일 뿐인데도 역으로 이러한 합의를 오히려 중시하여 유효하다는 결론을 이끌어 내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강행법규가 보호하는 이익을 보호의 대상자가 스스로 포기하기로 하였다고 하여 강행법규의 취지와 규범으로서의 효력이 부정될 수는 없다.
나)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무효라고 보면,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최저임금 미달액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하는 반면, 근로자는 합의 당시 예상치 않았던 이익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이 사건 특례조항의 입법 취지를 회피한 탈법행위를 통해 초래된 불가피한 결과이다.
대법원은, 택시운전근로자들이 자신들의 의사에 따라 구 최저임금법을 적용한 ‘월급제’ 근로계약과 고정급이 전혀 없는 ‘도급제’ 근로계약 중 후자를 선택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한 후 구 최저임금법에 따라 계산한 최저임금 수준 이상의 총수입을 이미 얻었음에도 나중에서야 도급제 근로계약이 구 최저임금법을 위반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특례조항을 적용하여 계산한 미지급 최저임금 등의 지급을 구한 사건에서, 택시운전근로자들의 임금 청구권을 긍정하였고, 이러한 청구가 신의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않는 것도 아니라고 판단한 바 있다(위 대법원 2016다9261, 9278 판결). 위 사안에 비추어 보더라도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의 효력을 무효라고 보았을 때의 결과가 예상치 못한 면이 있다거나 형평에 맞지 않은 면이 일부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들어 그 합의가 유효하다고 할 수는 없다.
5)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의 효력을 유효하다고 해석하게 되면, 다음과 같은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어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
가) 이 사건 특례조항을 회피하기 위한 행위를 계속 조장할 우려가 있음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고용노동부장관이 매년 고시하는 최저임금액이 계속 올라가게 되는 경우 사용자로서는 최저임금법 위반을 회피하기 위해 소정근로시간을 계속 단축할 필요가 있게 된다. 격일제로 근무하는 택시운전근로자에 대한 소정근로시간이 순차로 매년 단축되어 1일 1시간이나 2시간에 불과하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결국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유효하다고 해석하게 되면, 장래 최저임금법 위반을 회피하기 위한 소정근로시간 단축 행위를 계속적으로 허용하게 되고,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에 부합하지 않는 비현실적인 소정근로시간의 정함에 대해서도 탈법행위를 이유로 직접적으로 무효라고 판단할 수 없게 되어 심히 부당하다.
나) 근로기준법은 4주 동안을 평균하여 1주 동안의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근로자에 대해 주휴일 제도(제55조)와 연차유급휴가제도(제60조)의 적용을 배제하고 있고(제18조제3항), 이러한 초단시간근로자에 대해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은 퇴직급여제도를 설정할 사용자의 의무를 면제하고 있다(제4조제1항 단서). 그리고 1개월간 소정근로시간이 60시간 미만인 자는 고용보험 적용 제외 대상자이고(고용보험법 제10조제2호, 같은 법 시행령 제3조제1항), 건강보험의 직장가입자에서도 제외된다(국민건강보험법 제6조제2항제4호, 같은 법 시행령 제9조제1호). 이처럼 여러 법률은 소정근로시간의 정함에 따라 근로자 보호 규정 내지 사회보장제도에 대한 중대한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유효하다고 해석하게 되면, 이러한 수준 이하로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것도 다른 사정이 없는 한 허용되므로, 택시운전근로자들로서는 근로기준법 등의 적용에서 큰 불이익을 입을 수 있는 불안한 지위에 처하게 된다. 이러한 결과는 불합리하여 수긍하기 어렵다.
4. 이 사건에 대한 판단
앞에서 본 사실관계를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2회에 걸쳐 변경한 취업규칙 중 소정근로시간 부분은 이 사건 특례조항 시행에 따라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할 의도로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시간당 고정급을 외형상 증액시키기 위해 변경한 것으로, 강행법규인 이 사건 특례조항 등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서 무효이다.
결국 같은 취지에서 제1차 취업규칙 및 제2차 취업규칙 중 소정근로시간 부분을 무효라고 판단한 다음, 종전 취업규칙상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최저임금 미달액을 계산한 원심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소정근로시간 단축 경위에 관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거나, 소정근로시간 및 이 사건 특례조항의 입법취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5. 결 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대법관 조희대, 대법관 이기택의 반대의견, 대법관 김재형의 반대의견, 대법관 이동원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하였고,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박상옥, 대법관 박정화, 대법관 김선수의 보충의견, 대법관 안철상의 보충의견이 있다.
6. 대법관 조희대, 대법관 이기택의 반대의견
가. 다수의견 요지는, 이 사건 특례조항 시행에 따라 최저임금법 위반을 회피할 의도로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한 취업규칙 조항이 탈법행위에 해당하여 무효인지가 이 사건의 쟁점이라고 전제한 다음, 소정근로시간 단축 조항이 이와 같이 무효인지 여부와 무효인 경우라면 종전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택시운전근로자가 받은 고정급만을 가지고 최저임금 미달액이 인정되는지 여부를 순차적으로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취업규칙 또는 단체협약상 소정근로시간 단축 조항에 대한 법적 평가의 전제가 되는 이 사건 특례조항의 해석과 관련한 다수의견의 기본적인 시각에 동의할 수 없다. 다수의견은 이 사건 특례조항과 최저임금법(이 사건 특례조항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의 최저임금법을 의미한다. 이하 ‘기존 최저임금법’이라 한다)상 다른 조항들이 그 목적에서 본질적인 차이가 있고, 정액사납금제 하에서 택시운전근로자의 초과운송수입금과 고정급이 일정한 상호 관계에 있다는 사정 등을 제대로 살피지 못한 나머지 이 사건 특례조항에 대한 해석을 그르친 잘못이 있고, 그 결과 일정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어 찬성하기 어렵다. 그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나. 우선 논의의 전제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이 사건에서 문제되고 있는 것은 이 사건 특례조항의 해석이다. 규범의 해석 문제이다. 실제 택시운전근로 현실에서 택시운전근로자 개인의 일별 총운송수입이 여러 사정에 따라 매일 변동한다거나, 일반택시운송사업자가 경비를 절감하여 사납금을 낮추는 조치를 취한 결과 초과운송수입금이 우연히 증가한다거나, 향후 최저임금액이 계속 높아질 것이라는 등의 가변적인 사실적 상황을 전제로 규범을 해석할 것은 아니다. 특정 시점을 기준으로 살피면, 정액사납금제 하에서 고정급이 특정되고, 초과운송수입금 역시 마찬가지로 특정되게 되며, 이를 전제로 삼아 이 사건 특례조항에 대한 합리적 규범 해석을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 사건 특례조항의 주된 입법 동기가 된 정액사납금제를 전제로 이 사건 특례조항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가 문제되고 있다는 점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이 사건 사안 역시 정액사납금제가 적용되는 사업장에 관한 것이다. 굳이 다른 임금 체계를 고려할 필요가 없다.
다. 다수의견도 적절히 언급하고 있는 바와 같이, 정액사납금제 하에서 초과운송수입금은 변동 가능한 임금이어서 택시운전근로자의 총수입액이 불안정한 요인으로 작용하였고, 그로 인해 택시운전근로자로서는 운송수입금이 적을 때는 기본적인 생활을 하기 위한 임금조차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는 문제점이 있어 왔다. 이 사건 특례조항은 이러한 문제 상황을 해결하여 택시운전근로자의 실질적인 생활 안정을 도모하기 위하여 규정된 것이다.
이러한 취지를 가진 이 사건 특례조항은 비교대상 임금에서 택시운전근로자의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하는 규정 형식을 취하고 있다. 따라서 기존 최저임금법에 대한 일반 법리를 그대로 따라 문언 그대로 해석한다면, 정액사납금제 하에서 택시운전근로자의 초과운송수입금은 생산고에 따른 임금에 해당하여 모두 비교대상 임금에서 제외되어야 하고, 이를 전제로 최저임금 미달액을 판단하여야 한다는 다수의견과 같은 해석론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하지만 이 사건 특례조항은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기존 최저임금법과 목적, 요건, 위반의 효과 측면에서 본질적으로 구분된다. 그러므로 이 사건 특례조항의 이러한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일반적인 기존 최저임금법 규정의 해석론을 그대로 가져와 이 사건에 적용할 수 없고, 이 사건 특례조항의 문언에만 지나치게 치중하여 이 사건 특례조항을 해석하여서도 아니 되며, 미지급된 임금이 있는지 여부만을 중심에 놓고 사안을 바라보는 것도 적정하지 않다. 그런데도 다수의견은 이러한 특수성에 대한 인식 없이 이 사건 특례조항을 잘못 해석하고 있어 기본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1) 이 사건 특례조항은 기존 최저임금법과 목적을 분명히 달리한다.
가) 기존 최저임금법은 근로자의 최저임금을 보장하여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제1조). 이러한 목적에 따라 기존 최저임금법은 최저임금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에게 최저임금액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고, 최저임금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의 근로계약 중 최저임금액에 미치지 못하는 금액을 임금으로 정한 부분은 무효로 하며, 이 경우 무효로 된 부분은 이 법으로 정한 최저임금액과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기로 한 것으로 본다는 규정 역시 두고 있다(제6조제1항, 제3항). 또한 일정한 임금을 비교대상 임금에서 제외하여 미리 예측이 가능한 통상적이고 기본적인 임금만을 기준으로 최저임금액 지급 여부를 결정함으로써 근로자의 최저생활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도록 하고 있다(제6조제4항 등). 한편 고용노동부장관은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등을 고려하여 매년 최저임금액을 결정하여야 한다(제4조, 제8조).
이와 같은 입법 목적과 규정 체계를 종합해 보면, 기존 최저임금법은 기본적으로 매년 결정되는 최저임금액에 따라 근로자의 임금 총액을 상승시킴으로써 이를 통해 근로자의 생활안정을 도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기존 최저임금법은 ‘임금의 양(量)’에 대한 직접적 규율을 의도하고 있고,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일관된 법체계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나) 그런데 다수의견도 인정하고 있는 바와 같이, 이 사건 특례조항의 입법 취지는 택시운전근로자가 받는 임금 중 고정급의 비율을 높여 운송수입금이 적은 경우에도 최저임금액 이상의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함으로써 보다 안정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려는 데에 있다(위 대법원 2016다9261, 9278 판결 참조). 달리 말하면 이 사건 특례조항은 택시운전근로자의 총수입 상승을 그 목적으로 하고 있지 않고, 오로지 고정급 비율 상승만을 통해 택시운전근로자의 생활 안정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즉 이 사건 특례조항은 택시운전근로자에 대한 임금 지급 방식을 구체적으로 규율하고 있는 ‘임금의 질(質)’에 관한 규정으로, 임금의 양에 대한 규율을 전혀 의도하고 있지 아니하다.
예를 들어 말해 보면, 출퇴근 시간이 일정하다는 것이 ‘질 좋은 일자리’의 한 가지 요소가 될 수 있는 것처럼, 임금의 변동 폭이 적어 임금 수준이 평활(平滑)한 것은 ‘질좋은 임금’의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이 사건 특례조항은 택시운전근로자의 고정급 비율을 상승시킴으로써 임금의 변동 폭을 줄이겠다는 것으로, 임금의 수준을 평활하도록 하기 위한 규정이다. 결국 이 사건 특례조항은 임금의 질에 대한 규율을 의도하고 있는 규정이며, 이보다 더 적확한 표현을 찾기 어렵다.
나아가 임금의 양을 증가시키기 위한 기존 최저임금법의 적용을 통하여 임금의 질을 향상시킬 수 없으며, 임금의 질을 높이기 위한 이 사건 특례조항의 적용을 통하여 임금의 양을 증가시킬 수 없는 것이다.
결국 이 사건 특례조항은 형식적으로만 보면 기존 최저임금법의 틀 내에서 비교대상임금의 범위를 정하는 내용이지만, 이 사건 특례조항의 목적을 실질적으로 살피면 기존 최저임금법 규정들의 전체적인 목적과는 전혀 다른 규율 내용을 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기존 최저임금법 해석론을 이 사건 특례조항 해석론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2) 이 사건 특례조항과 기존 최저임금법은 그 목적에 따른 법률효과를 가져오기 위한 법률요건의 측면에서도 그 체계를 달리한다.
가) 기존 최저임금법령에 따르면, 택시운전근로자가 아닌 일반 근로자와 관련하여 1개월을 초과하는 기간의 출근성적에 따라 지급되는 정근수당, 1개월을 초과하는 일정기간의 계속근무에 대하여 지급하는 근속수당, 1개월을 초과하는 기간에 걸친 해당 사유에 따라 산정하는 장려가급·능률수당 또는 상여금, 연차휴가 근로수당, 유급휴가 근로수당, 유급휴일 근로수당, 연장시간근로·휴일근로에 대한 임금 및 가산임금, 야간근로에 대한 가산임금, 일직·숙직 수당, 가족수당·급식수당·통근수당 등 근로자의 생활을 보조하는 수당, 식사, 기숙사·주택 제공, 통근차량운행 등 현물이나 이와 유사한 형태로 지급되는 급여 등 근로자의 복리후생을 위한 성질의 것 등이 비교대상 임금에서 제외된다(기존 최저임금법 제6조제4항, 같은 법 시행규칙 제2조 [별표 1]). 그런데 이와 같이 비교대상 임금에 포함되지 않는 임금 항목들 중에 비교대상 임금에 포함되는 항목들과 사이에 일정한 상호 관계를 인정할 수 있는 경우는 없다. 각각의 항목은 상호 독립적이고 무관하다.
나) 한편 정액사납금제 하에서 택시운전근로자의 임금은 사납금을 납부하고 지급받는 고정급과 사납금 납부 후 자신이 가져가는 초과운송수입금으로 구분된다. 이 사건 특례조항 문언에 따르면 택시운전근로자의 고정급은 비교대상 임금에 포함되는 반면, 초과운송수입금은 생산고에 따른 임금에 해당하여 비교대상 임금에서 제외되게 된다.
그런데 사용자가 택시운전근로자에게 고정급을 높여 주기 위해서는 고정급의 실질적 재원이 되는 사납금을 증액할 수밖에 없고, 이러한 사납금의 증액은 초과운송수입금의 감액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총수입이 일정한 경우라면, 고정급의 증가는 초과운송수입금의 감소로 직결된다. 양자는 일반적으로 상호 반비례하는 관계에 있다.
게다가 이와 같은 상호 관계를 고려하면, 고정급과 초과운송수입금을 분리하여 별개로 법적 평가를 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 고정급과 초과운송수입금 관련 법률관계에 대한 법적 효력이 서로 달라지는 것은 적정하지 않다.
이 사건 특례조항이 규율하고 있는 고정급과 초과운송수입금의 이러한 상호 관계는 기존 최저임금법상 비교대상 임금이 문제되는 영역에서는 볼 수 없는 특수한 것으로, 초과운송수입금과 같은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비교대상 임금에서 제외하도록 하고 있는 이 사건 특례조항 해석에 중요하게 고려될 수밖에 없다. 구체적으로 보면, 택시운전근로자의 총수입 증가를 의도하고 있지 않은 이 사건 특례조항은 고정급 비율 증가에 따라 초과운송수입금 감소를 당연히 예정하고 있으므로, 이와 같이 줄어들게 되는 초과운송수입금 금액에 한정하여서만 비교대상 임금에서 제외할 것을 규범적으로 명시하고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 택시운전근로자의 총수입이 유지된 경우 고정급과 초과운송수입금의 상호 관계상 이 사건 특례조항이 실질적으로 지급할 것을 예정하고 있는 초과운송수입금을 초과하여 택시운전근로자가 추가로 초과운송수입금을 받아 간 경우라면, 그 추가된 초과운송수입금 부분까지 비교대상 임금에서 제외할 것은 아니다. 이와 관련하여서는 아래에서 가상 사례를 들어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로 한다.
3) 이 사건 특례조항은 기존 최저임금법과 비교할 때 위반의 효과 역시 상이하다.
가) 기존 최저임금법에 위반하여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임금을 지급한 경우, 기존 최저임금법 규정(제6조제1항, 제3항)에 따라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미달하는 임금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근로자가 지급받는 임금의 양을 증대시키고자 하는 기존 최저임금법의 목적에 비추어 보면, 당연한 논리적 귀결이다.
나) 이와 달리 이 사건 특례조항은 택시운전근로자에 대한 임금 지급 방식을 규율함으로써 임금의 질을 상승시키고자 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 사건 특례조항의 취지에 반하는 경우 사용자의 법적 책임의 모습도 같지 아니 하다. 즉 이 사건 특례조항의 취지에 반하여 사용자가 고정급 임금을 적게 지급함에 따라 이 사건 특례조항이 달성하고자 하는 직접적인 목적인 택시운전근로자의 생활 안정이 침해된 경우라면, 사용자는 택시운전근로자에게 발생한 손해를 배상하는 등의 법적 책임을 부담하게 된다.
한편 사용자가 법령이나 단체협약 등으로 정해진 임금에 미달하는 임금을 지급한 결과 그 차액 임금 지급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이 사건 특례조항 취지를 위반한 것에 따른 직접적 효과와는 무관하다. 이는 일반적인 금전채무 불이행의 문제와 실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4) 이와 같이 기존 최저임금법과 이 사건 특례조항은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 그런데도 다수의견은 이 사건의 해결과 관련하여 이 사건 특례조항을 기존 최저임금법의 틀내에서만 바라본 채 양자가 동일한 입법 목적을 가지고 있음을 당연히 전제한 다음 이 사건 특례조항을 문언에만 얽매여 해석하고 있고, 그 결과 이 사건을 미지급 임금의 문제로만 접근하고 있다. 이 사건 특례조항을 기존 최저임금법과 같이 임금의 양의 관점에서만 이해하고 임금의 질을 규율하려는 그 근본 취지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이 사건의 적정한 해결의 전제가 되는 다수의견의 이 사건 특례조항에 대한 해석에 동의할 수 없다.
다. 기존 최저임금법과 구분되는 이러한 특성을 고려한 이 사건 특례조항의 정당한 해석론을 사안을 단순화한 가상 사례를 들어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이를 통해 다수의견의 문제점을 함께 지적하기로 한다.
1) 이 사건 특례조항 시행 전 택시운전근로자 갑(甲)의 종전 취업규칙 등에 기초한 월간 총수입은 100인데, 이는 고정급 50, 초과운송수입금 50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 사건 특례조항이 시행됨에 따라 종전 취업규칙상 소정근로시간에 기초하여 월 단위로 환산하여 계산된 갑의 최저임금액은 70이다. 이 사건 특례조항 시행 후 이러한 최저임금액에 맞추기 위해 고정급 70, 초과운송수입금 30, 총수입 합계 100을 지급하는 내용으로 취업규칙 등이 변경되었지만, 사용자가 그에 따라 인상된 사납금을 지급받고서도 종전과 같이 여전히 고정급 50만을 준 사례를 상정해 보기로 한다.
가) 이 경우 다수의견은, 사용자가 갑에게 이 사건 특례조항 시행에 따라 최저임금 미달액, 즉 고정급 부족분 20(=최저임금액 70-고정급 50)을 지급할 의무만을 부담하면 된다는 입장으로 이해된다. 임금의 양에 대해서만 초점을 맞추는 다수의견에 따르면 당연한 결론이다.
하지만 다수의견의 이러한 결론은 이 사건 특례조항의 해석론과 무관하게 도출될 수 있다. 일반 민사 법리에 의하더라도 갑으로서는 사용자를 상대로 취업규칙 등에 근거하여 미지급 고정급 20의 지급을 당연히 구할 수 있다.
나) 이러한 사례의 경우, 이 사건 특례조항을 기존 최저임금법과 구분하고 그 목적을 임금의 질의 관점에서 이해하는 반대의견에 따르면, 사용자는 고정급 미지급액 20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할 뿐만 아니라 고정급 70을 지급하라는 이 사건 특례조항의 입법취지에 반하여 고정급 50만을 지급한 것에 따른 손해배상책임 역시 별개로 부담하게 된다. 즉 이와 같은 이 사건 특례조항 위반 또는 이 사건 특례조항에 따라 수정된 계약상 의무 위반의 결과로 인해 갑이 이 사건 특례조항의 입법 취지와 달리 안정된 생활을 영위할 수 없었던 경우라면, 사용자는 그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부담하게 되는 것이다.
다) 이와 같이 다수의견은 임금의 양에 대해서만 관심을 가지고 사용자에게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금액에 대한 임금지급의무만 인정하면 된다는 입장에 서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달리 말하면 위 사례에서 최저임금 미달액 20만 지급되면 사용자에게 더 이상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지급 임금지급의무 인정과 법위반 또는 계약위반으로 인한 민사상 손해배상책임 인정은 전혀 별개의 것이다. 임금의 질에 초점을 두어 이 사건 특례조항이 보호하고자 한 택시운전근로자의 안정된 생활이라는 법적 이익이 사용자의 이 사건 특례조항 위반 또는 계약상 의무 위반으로 인해 침해된 경우라면 별개의 민사책임이 인정되어야 함이 마땅하다.
2) 한편 위 사례를 일부 변형하여 이 사건과 유사한 사안을 가정해 본다. 즉 갑이 근무하는 사업장에서 취업규칙 변경 등을 통해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되 사납금과 고정급을 모두 인상하지 않는 방식으로 기존의 임금 체계를 그대로 유지하였고, 그 결과 갑은 여전히 고정급 50과 초과운송수입금 50 합계 100을 총수입으로 얻고 있다. 이 경우 이 사건 특례조항 시행에 따라 고정급을 기준으로 한 최저임금액은 동일하게 70임을 전제한다.
가) 이러한 사안의 경우 임금의 양적 측면만을 중시하는 다수의견에 따르면, 앞선 사례와 마찬가지로 이 사건 특례조항 시행에 따른 최저임금액 70에 비하여 고정급 20(=70 - 50)이 적게 지급된 것으로 계산되므로, 미지급된 고정급 20을 지급할 사용자의 금전채무를 인정하게 될 것이다.
나) 이와 달리 임금의 질을 규율하고자 하는 이 사건 특례조항의 실질적인 입법 취지와 고정급 및 초과운송수입금의 상호 관계를 강조하는 반대의견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이 사건 특례조항의 입법 취지가 택시운전근로자의 총수입 증가를 의도하는 것이 아닌 반면 고정급과 초과운송수입금이 상호 반비례하는 관계에 있음을 고려하면, 이 사건 특례조항은 사용자로 하여금 갑에게 초과운송수입금으로 30(=총수입 100-최저임금법에 따른 고정급 70)만을 지급할 것을 규범적으로 명시하고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 갑은 초과운송수입금 20(=50-30)을 추가로 받아간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이 이 사건 특례조항에 따라 지급될 것이 실질적으로 예정된 초과운송수입금 30만이 이 사건 특례조항이 적용을 예상하고 있는 생산고에 따른 임금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으므로, 이 부분만이 비교대상 임금에서 제외되어야 한다. 이와 달리 이 사건 특례조항의 문언만을 중시하여 갑에게 추가로 지급된 초과운송수입금 20마저 비교대상 임금에서 제외되는 생산고에 따른 임금에 해당한다고 해석할 수는 없다. 나아가 비교대상 임금 관련 최저임금법령 규정 내용과 그 해석에 따르면, 추가로 지급된 초과운송수입금 20이 비교대상 임금에서 제외되는 것이 아닌 이상,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의 범위에 당연히 포함되어야 하므로, 결국 이는 최저임금 미달액인 고정급 부족액 20에 충당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변형된 이 사례에서는 최저임금 미달액은 없다.
물론 앞서 여러 차례 언급한 바와 같이, 임금의 질을 규율하고자 하는 이 사건 특례조항의 목적을 강조하는 반대의견의 논리에 따르면, 사용자로서는 고정급 70을 지급하라는 이 사건 특례조항의 취지에 반하여 고정급으로는 50만을 지급한 것에 따른 갑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별개로 부담하게 된다.
한편 이 사건 특례조항 해석상 도출되는 갑에 대한 초과운송수입금 추가 지급분 20의 처리에 대해 다수의견이 어떠한 입장인지를 알기 어렵다.
3) 결론적으로 이러한 사례들을 통해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다수의견은 임금의 양의 관점에서 최저임금 미달액 인정 여부에만 관심을 가질 뿐, 임금의 질의 관점에서 이 사건 특례조항이 규율하는 고정급 지급 방식 위반에 대한 인식을 하지 못하고 있고, 그 결과 다수의견은 이 사건 특례조항의 입법 취지를 실질적으로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라. 다수의견은 이 사건 특례조항 문언에 지나치게 구애되어 형식론적 해석을 함으로써 반대의견이 강조하고 있는 이 사건 특례조항과 기존 최저임금법의 입법 목적상 본질적인 차이, 고정급과 초과운송수입금의 상호 관계 등을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 반대의견의 입장에서는, 이 사건 특례조항을 기존 최저임금법 규정 속에 포함시킨 것은 입법기술 또는 입법체계상의 오류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사건 특례조항은 기존 최저임금법과는 별도의 단행법으로 입법되었어야 했다.
앞서 강조한 바와 같이, 이 사건 특례조항은 기존 최저임금법 규정과 달리 택시운전근로자의 총수입 증가를 의도하고 있는 것이 아니고, 비교대상 임금에 포함되는 고정급과 그렇지 않은 초과운송수입금은 상호 반비례하는 관계에 있어 일반적인 비교대상임금 항목과 그 밖의 임금 항목 사이에서는 볼 수 없는 특별한 관계가 인정되며, 그 위반의 효과도 상이하다.
임금의 양이 아닌 임금의 질을 규율하고자 하는 이 사건 특례조항의 입법 취지를 온전히 살리고, 정액사납금제 하에서 이러한 고정급과 초과운송수입금의 상호 관계상 특수성을 반영하기 위해서는 이 사건 특례조항을 기존 최저임금법에 포함시킬 것이 아니라, 예를 들어 법률명을 「택시운전근로자 생활안정에 관한 법률」로 하는 별도의 단행법을 제정하였어야 한다.
그리고 그 법률에는 택시운전근로자의 총수입 중 고정급 비율을 높이되 생산고에 따른 임금 비중을 낮추며, 양자 사이의 관계에 관한 내용을 규정하였어야 한다. 사용자와 근로자 모두 이 사건 특례조항 시행에 따라 고정급 비율을 높이는 경우 발생하는 세금이나 사회보험료 부담 증가가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의 한 원인이 되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고정급 비율을 높이기 위해 추가로 발생하는 일반택시운송사업자의 세금이나 사회보험료 부담액 등과 고정급 비율 증가에 따른 택시운전근로자의 세금 증가액 등에 대해서는 상당기간 납입을 유예하는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었다. 나아가 고정급만을 기준으로 최저임금액을 산정함에 따라 높아진 고정급을 사용자가 지급하지 못한 경우에는 임금의 양과 관련된 금전채무 외에 민사 법정손해배상책임을 부담시키는 규정을 두는 것이 적정했고, 이러한 민사 법정손해배상책임액에 대해서는 고정급 미지급액 등 여러 요소를 감안하여 일정 금액으로 하도록 정할 수 있었을 것이다.
마. 한편 이 사건 특례조항의 적정한 해석론을 통해 알 수 있는 다수의견의 위와 같은 문제점 외에도 다수의견은 다음과 같은 한계 역시 가지고 있어 다수의견을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1) 다수의견은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의 유무효를 판단하면서 이 사건 특례조항 시행 이전의 상황과의 대비를 주된 근거로 하여 소정근로시간 단축이 탈법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살피고 있다. 그런데 이 사건 특례조항 시행 후 새로이 설립된 일반택시운송사업체에서의 소정근로시간 조항의 유무효에 대해서는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가 분명하지 않다. 예를 들어 이 사건 특례조항 시행 전 존재하던 회사에서 이 사건 특례조항 시행에 따라 월 209시간이던 소정근로시간을 월 100시간으로 단축한 경우와 이 사건 특례조항 시행 후 비로소 설립된 회사에서 소정근로시간을 월 100시간으로 새로이 정한 경우, 각 회사의 소정근로시간 조항의 효력 유무를 달리 보게 되는 것인지, 만일 동일하게 본다면 그 근거는 무엇인지에 대해 다수의견의 입장을 명확히 알기 어렵다.
2) 또한 다수의견이 탈법행위로서 무효라고 판단하는 기준도 명확하지 않다. 새로운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을 통해 단축된 소정근로시간이 종전 소정근로시간 또는 실근로시간과 비교할 때 어느 정도 차이가 있어야 무효가 되는지, 어느 정도 비율로 단축된 경우에 무효가 되는지 알 수가 없다. 예를 들어 종전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1분이라도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면 무효인지, 또는 실근로시간의 90% 미만으로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여 정한 경우이면 무효가 되는지에 대해 다수의견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입장인지도 분명히 알기 어렵다.
3)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를 무효라고 해석하는 다수의견의 논리에 따르게 되면, 최저임금 미달액이 인정되는 사안에서 고정급 조항은 무효가 되는 반면, 택시운전근로자가 가져 간 초과운송수입금 관련 법률관계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는 고정급과 초과운송수입금을 나누어 법적 평가를 할 수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 결론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앞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이 사건 특례조항의 해석과 관련하여 고정급과 초과운송수입금의 상호 관계상 양자를 분리하여 별개로 법적 평가를 할 수 없다. 실질적으로 표리관계에 있는 고정급과 초과운송수입금 관련 법률관계에 대해 하나는 무효, 다른 하나는 유효라고 법적 평가를 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다수의견은 양자의 관계를 고려하지 못한 채 기존 최저임금법의 해석론을 그대로 가져와 잘못 적용한 것에 불과하다.
바. 원심판결 이유를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제1차 취업규칙 및 제2차 취업규칙 중 소정근로시간 조항의 유무효만을 기준으로 피고의 최저임금 미달액 지급의무 여부를 판단한 원심판단에는 이 사건 특례조항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여야 한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다수의견에 찬성할 수 없음을 밝혀 둔다.
7. 대법관 김재형의 반대의견
가. 소정근로시간이란 근로자가 근로의무를 부담하기로 약정한 근로시간임과 동시에 사용자가 임금을 지급하기로 약정한 근로시간이다. 근로의무와 임금지급의무가 없는 소정근로시간은 무의미하다. 사용자와 근로자가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 소정근로시간 조항을 정하기로 하면서 그 조항에 구속되려는 의사도 없고 규범력도 생기지 않는 것으로 했다면 그 조항에 따른 근로의무나 임금지급의무가 생기지 않는다. 따라서 사용자와 근로자가 실제 근무형태나 근로시간을 변경하지 않기로 하고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서 소정근로시간만을 형식적으로 단축해 놓은 조항은 위와 같은 소정근로시간 개념 등에 비추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사용자가 정액사납금제 하에서 이 사건 특례조항 시행에 따라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하기 위하여 실제 근무형태나 근로시간이 변경되지 않는데도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는 내용으로 변경한 취업규칙 조항은 무효라는 다수의견의 결론은 타당하다. 다만 이러한 조항이 탈법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따질 것도 없이 무효라는 점에서 다수의견과는 그 이유가 다르다.
나. 이와 같이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취업규칙 조항이 무효인 경우 소정근로시간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 문제된다.
최저임금법제가 적용되는 전형적인 사례는 근로자가 근로의무를 다했는데도 사용자가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지급한 경우로서, 이때에는 최저임금에서 실제 지급한 임금의 차액을 지급하라고 하면 된다. 그런데 변경된 취업규칙 중 소정근로시간이 무효라고 할 경우 이와 연동된 고정급·사납금 조항의 효력이 함께 문제되고, 사용자의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임금 지급의무뿐만 아니라 근로자의 사납금 추가 납부의무가 인정될 수도 있다. 이 사건의 어려움은 여기에 있다.
취업규칙상 소정근로시간이 무효라면 근로자는 종전 취업규칙상 소정근로시간에 따라 근로를 제공하고 그에 따른 사납금 납부의무를 이행하고자 했을까? 사용자는 종전 취업규칙상 소정근로시간에 따라 고정급을 지급하고자 했을까? 변경된 취업규칙상 소정근로시간이 무효일 경우 종전 취업규칙상 소정근로시간에 따라야 한다는 근거가 있는가? 이에 관해서는 최저임금법이나 근로기준법에 아무런 규정이 없다. 따라서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서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규율의 공백을 어떻게 메울 것인지 문제된다.
원심은 종전 취업규칙에 있는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을 당연한 전제로 하고 있으나, 이러한 논리는 수긍하기 어렵다.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취업규칙 조항이 무효라면 그 조항이 없는 것을 전제로 사안을 해결하는 것이 원칙이고 그와 다른 소정근로시간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근거가 있어야 한다. 만일 소정근로시간을 기초로 임금이나 사납금을 청구하는 사람이 위와 같은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증명책임 원칙에 따라 그 청구를 받아들일 수 없게 된다. 이 사건에서는 특히 소정근로시간 조항과 고정급·사납금 조항이 연동되어 있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내포되어 있다. 소정근로시간에 관하여 변경된 취업규칙 조항이 무효이기 때문에 아무런 이유를 제시하지 않고 종전 취업규칙상 소정근로시간에 따라 최저임금을 정한다면, 이는 원고들의 청구를 근거 없이 받아들인 것으로서, 당사자들의 의사에 반할 뿐만 아니라 당사자들에게 형평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 사건에서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 변경한 취업규칙의 소정근로시간 조항이 무효가 된 이상, 근로관계 당사자가 무효임을 알았더라면 의욕하였을 소정근로시간을 밝혀 이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유효한 고정급 금액이나 사납금 금액 역시 이와 같이 당사자의 가정적 효과의사를 고려하여 확정하여야 한다. 상세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취업규칙 중 일부 조항이 강행법규에 위반되는 등으로 무효인 경우에 그 부분의 무효가 나머지 부분의 유효·무효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무효인 부분과는 분할할 수 없는 부분은 당연히 무효라고 볼 수 있지만, 무효부분과 분할할 수 있는 조항은 그 무효부분이 없더라도 나머지 조항을 두었을 것으로 인정되면 그 나머지 부분은 효력이 인정된다. 그러나 무효부분과 분할할 수 없거나 나머지 조항만을 두었을 것으로 보기 어려운 경우에는 그 조항도 원칙적으로 무효가 되고 다만 사용자와 근로자가 그 무효를 알았다면 다른 조항을 두었을 것을 의욕하였으리라고 인정될 때에는 그러한 가정적 효과의사에 따라 법률관계가 형성된다고 보아야 한다. 이때 다른 취업규칙을 두었을 것인지에 관한 당사자의 의사는 취업규칙을 변경할 당시에 무효임을 알았다면 의욕하였을 가정적 효과의사로서, 당사자가 취업규칙을 변경할 당시와 같은 구체적 사정 아래 있다고 상정하는 경우에 근로관행을 고려하여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결단하였을 바를 의미한다. 이는 취업규칙 변경 경위, 목적과 내용, 무효의 사유, 강행법규의 입법 취지 등을 두루 고려하여 판단할 것이나, 그 결과가 한쪽 당사자에게 일방적인 불이익을 주거나 거래관념과 형평에 반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취업규칙의 경우에는 이와 같은 가정적 의사를 판단할 때 단체협약의 경우보다 불분명한 부분이 있지만, 사용자의 가정적 의사와 근로자의 가정적 의견 또는 동의를 고려하여 취업규칙의 내용을 결정할 수밖에 없다.
2) 정액사납금제 임금 형태를 취하는 사업장의 경우 이 사건 특례조항의 시행으로 사용자는 고정급의 주요 재원이 되는 사납금을 증액할 필요가 생기는 반면, 정액사납금제 택시운전근로자의 입장에서는 고정급이 어느 정도 인상되더라도 사납금이 증액되면 초과운송수입금의 감소로 이어져 반드시 총수입이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그 결과 사용자와 택시운전근로자 양측에 택시운전근로자의 임금 중 고정급 비율을 높이는 대신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려는 유인이 생기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소속 택시운전근로자들 다수의 자발적인 동의를 얻어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내용으로 취업규칙 변경이 이루어진 것이다. 이 사건 특례조항 시행 후 취업규칙 변경 과정에서 사용자로서는 고정급과 사납금을 함께 인상하는 대신에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방식을 취한 것이고, 택시운전근로자들 역시 고정급 인상에 따른 사납금 인상을 바라지 않아 사용자의 소정근로시간 단축에 동의한 것이다.
이와 같은 취업규칙상 소정근로시간 단축 경위, 목적과 내용, 소정근로시간 조항과 고정급·사납금 조항의 관계, 소정근로시간 단축 조항의 무효 사유 등에 비추어 볼 때, 변경된 취업규칙상 소정근로시간 조항이 무효가 되는 경우, 적어도 이러한 소정근로시간과 상호 밀접한 관련이 있는 변경된 취업규칙상 고정급·사납금 조항 역시 함께 무효가 되고, 당사자가 이러한 무효를 알았더라면 변경된 취업규칙상 소정근로시간과 고정급·사납금 금액과는 전혀 다른 내용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하는 것을 의욕하였을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결국 이러한 가정적 효과의사에 따라 인정되는 소정근로시간과 고정급·사납금 금액이 새로운 취업규칙 조항으로 유효하여 근로관계에 적용되게 되고, 소정근로시간과 고정급·사납금의 구체적 금액은 해당 사업장의 근무형태와 운행시간, 연간 고정급·사납금 증가율, 고정급 증액에 따른 비용 등 여러 관련 사정을 기초로 개별적이고 구체적으로 심리하여 확정하여야 한다.
통상적으로는 소정근로시간 단축이 무효임을 당사자들이 당시 알았더라면 변경된 취업규칙의 내용과는 달리 택시운전근로자의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에 부합하는 소정근로시간을 정한 다음, 이를 전제로 최저임금법상 이 사건 특례조항의 취지에 따라 고정급을 증액하였을 것이고, 고정급의 재원이 되는 사납금 금액 역시 상향 조정하는 것을 의욕하였을 것으로 판단되므로, 이러한 가정적 효과의사를 내용으로 하는 취업규칙 조항이 유효하게 된다.
물론 이러한 법리는 일반택시운송사업자인 사용자가 이 사건 특례조항 시행에 따라 최저임금법 위반을 회피하기 위하여 택시운전근로자 노동조합과 사이에 단체협약을 통해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를 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3) 이러한 해석이 이 사건 특례조항을 둔 취지에 반하지 않고, 택시운전근로자들에게 일방적인 불이익을 준다거나 형평에 반하는 것도 아니다.
가) 변경된 취업규칙상 소정근로시간 단축 조항이 무효임을 알았다면 근로관계 당사자들이 고정급과 사납금을 함께 상향 조정하는 것을 의욕하였을 것이라고 해석할 경우, 택시운전근로자들로서는 총수입 중 고정급 비율 상승에도 불구하고 사납금 증액으로 인해 총수입이 여전히 그대로일 수 있다.
그러나 이 사건 특례조항은 총수입 중 고정급 비율을 높여 택시운전근로자의 안정된 생활을 보장하고자 하는 것에 있을 뿐, 택시운전근로자의 총수입을 증가시키는 것을 직접적인 입법 취지로 하고 있지 않다. 결국 당사자의 가정적 효과의사를 탐구하여 그러한 의사에 따라 확정될 취업규칙 조항을 유효로 보는 것이 이 사건 특례조항의 취지에 반하지 않음이 분명하다.
나) 소정근로시간 단축 조항이 무효가 되었을 때 당사자의 가정적 효과의사를 탐구하는 것이 오히려 형평에 부합하는 결과가 된다.
만일 사납금 증액에 대한 가정적 효과의사를 인정할 경우, 사용자로서는 택시운전근로자들을 상대로 유효하게 증액된 사납금과 변경 전 취업규칙 조항상 사납금의 차액에 대한 지급을 구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택시운전근로자로서는 고정급 역시 함께 늘어날 것이므로, 결과적으로 총수입과 관련하여 일방적인 불이익이 발생하거나 형평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 이와 달리 사납금 증액에 대한 가정적 효과의사를 인정하지 않는 경우, 사용자로서는 최저임금 차액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할 여지가 있는 반면, 소정근로시간 단축이 무효임을 알지 못한 채 적정하게 사납금을 증액할 기회를 잃고 증액할 수 있었던 사납금에 대해 지급을 구할 수 있는 구제 방안도 인정하기 어려운 결과가 되어 오히려 형평에 반한다.
4) 반대의견의 이러한 해석은 소정근로시간 개념에 비추어도 타당하다.
위에서도 본 것처럼 소정근로시간은 기본적으로 근로관계 당사자가 근로의무를 부담하기로 약정한 시간이다. 새로운 소정근로시간의 정함이 무효가 된 경우에는 무효임을 알았다면 당사자가 의욕하여 합의하였을 근로시간을 유효한 소정근로시간으로 파악하는 것이 이러한 개념에 충실한 해석론이다.
5) 근로관계 당사자의 가정적 효과의사를 중시하는 견해는 다수의견과 달리 변경된 취업규칙상 소정근로시간 조항이 무효가 될 경우의 법률관계를 일률적으로 규율할 수 있는 장점 또한 있다.
다수의견에 따르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임금을 지급하였는지를 판단할 때 종전 취업규칙상 소정근로시간을 적용한다는 것은 분명하나, 변경된 취업규칙상 소정근로시간 조항이 무효가 되는 경우 근로관계 당사자에게 적용될 고정급·사납금 조항을 무엇으로 할지 분명하지 않다. 종전 취업규칙상 고정급·사납금 조항이 적용되는 것인지, 또는 변경된 취업규칙상 고정급·사납금 조항이 적용되는 것인지 명확히 알기 어렵다.
종전 취업규칙상 고정급·사납금 조항이든 변경된 취업규칙상 고정급·사납금 조항이든 근로자나 사용자가 가정적으로라도 이를 따르려는 의사가 있었다고 볼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위에서 보았듯이 근로관계 당사자가 변경된 취업규칙상 소정근로시간 조항이 무효임을 알았더라면 의욕하였을 당사자의 가정적 효과의사에 따른 취업규칙 조항이 유효하다고 해석하면, 이러한 의사를 탐구하여 확정되는 소정근로시간, 고정급·사납금 금액이 근로관계 당사자들의 근로관계를 유효하게 규율하게 된다. 정액사납금제를 취하고 있는 택시운전근로자의 이와 같이 중요한 근로조건에 대해 일관되고 통일된 해석이 가능하다.
다. 다수의견은 변경된 취업규칙의 소정근로시간 조항이 무효인지에 대해서는 지나칠 정도로 세밀하게 판단하면서도 무효에 따른 법률관계, 즉 효과에 대해서는 아무런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종전 취업규칙상 소정근로시간을 전제로 판단하고 있다.
1) 변경된 취업규칙상 소정근로시간 조항이 무효인 경우 당사자의 가정적 의사를 고려할 때 종전 취업규칙상 소정근로시간이 살아난다고 볼 여지도 있으나, 종전 취업규칙상 소정근로시간과 변경된 취업규칙상 소정근로시간 사이에서 소정근로시간이 확정될 가능성이 더 많다. 이와 같은 가능성이 열려있는 상태에서 근로관계 당사자들이 변경된 취업규칙상 소정근로시간 단축 조항이 무효임을 알았더라면 의욕하였을 소정근로시간을 판단해야 한다.
2) 나아가 당사자가 의욕하였을 가정적 의사를 확정하는 과정을 거쳐 유효한 소정근로시간이 도출된다면, 이를 기준으로 당사자들의 법률관계를 결정해야 한다. 즉, 이러한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근로자의 근로제공의무 시간에 대응하는 사용자의 고정급 지급의무와 근로자의 사납금 지급의무를 확정하고, 이에 따라 최저임금법에 따른 미지급 임금 지급의무를 결정해야 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근로자의 사용자에 대한 사납금 추가 지급의무가 인정될 수도 있다.
3) 사실심 법원이 당사자들의 이러한 가정적 의사를 확정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것이 불명확한 경우라면 증명책임의 원칙에 따라 해결하여야 한다. 취업규칙상 소정근로시간이 무효인 경우 새로운 소정근로시간을 확정하기 쉽지 않다는 사정을 들어 종전 취업규칙상 소정근로시간으로 회귀하는 것은 소정근로시간과 사납금·고정급이 서로 연계되어 있는 이 사건에서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한다.
4) 따라서 원심 판단과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는 다수의견은 변경된 취업규칙상 소정근로시간 조항이 무효가 될 경우 종전 취업규칙상 소정근로시간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너무 쉽게 단정한 잘못이 있다. 이는 마치 법률이 개정된 후 개정 법률이 위헌 등으로 무효인 경우에 종전 법률이 살아난다고 판단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라. 취업규칙의 소정근로시간 조항이 무효인 경우 가정적 의사를 탐구하여 소정근로시간을 정해야 한다는 근거로는 무효행위 전환 법리와 법률행위의 보충적 해석을 들 수 있다.
1) 먼저 무효행위 전환 법리를 이 사건과 같은 노동법 영역에서 적용하거나 유추 적용할 수 있는지에 관해서 의구심이 들 수 있다. 그러나 노동법에서 유효 또는 무효 개념을 사용하고 있는데다가 무효행위 전환과 유사한 일부 무효까지 긍정하고 있는 이상 무효행위 전환 이론을 전적으로 배제할 수는 없을 뿐만 아니라, 이를 허용하지 않을 경우 근로관계 당사자들에게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가) 판례는 노동법 영역에서 일부 무효 법리를 인정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제15조제1항은 “이 법에서 정하는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근로계약은 그 부분에 한하여 무효로 한다.”라고, 제2항은 “제1항에 따라 무효로 된 부분은 이 법에서 정한 기준에 따른다.”라고 정하고 있다. 이는 근로기준법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개별적 노사간 합의라는 형식을 빌려 근로자로 하여금 근로기준법이 정한 기준에 미달하는 근로조건을 감수하도록 하는 것을 저지함으로써 근로자에게 실질적으로 최소한의 근로조건을 유지시켜 주기 위한 것이다(대법원 2007.11.29. 선고 2006다81523 판결, 대법원 2011.8.25. 선고 2011다27110 판결 등 참조). 이 규정은 일부 무효에 관한 민법 제137조에 대한 특칙이나, 근로계약 중 이 법에 위반되지 않는 다른 부분은 유효한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그 출발점으로 일부 무효 법리를 당연한 전제로 하고 있다.
또한 대법원은 많은 사건에서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중 일부가 강행법규 위반 등으로 무효인 경우에도 일부 무효 법리를 당연한 전제로 하고 있다(대법원 1993.4.9. 선고 92누15765 판결, 대법원 1994.6.14. 선고 93다62126 판결, 대법원 1997.2.28. 선고 95다49223 판결, 대법원 2018.9.13. 선고 2017두39560 판결 등 참조).
이와 같이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중 일부 조항이 무효이더라도 다른 조항은 유효한 것으로 존속하는 것을 긍정하고 있다. 이것은 민법상 일부 무효나 무효행위 전환에 관한 법리가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도 적용되거나 유추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나)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 소정근로시간을 정하지 않거나 그 효력이 없는 경우에 근로계약에 반드시 필요한 사항이 공백으로 남겨져 있다. 이러한 경우에 계약의 보충적 해석을 통하여 해결해야 한다. 이것은 당사자의 가정적 의사로 법률행위를 보충하는 것이므로, 근로관계 당사자들의 실제 의사를 확정하는 것이 아니라 계약의 목적, 근로관행, 근로관련 법규의 내용과 취지, 신의성실의 원칙 등에 비추어 객관적으로 추인되는 정당한 이익조정의사에 따라 소정근로시간을 정해야 한다(법률행위에 관한 대법원 2006.11.23. 선고 2005다13288 판결 등 참조).
2) 취업규칙의 법규성을 이유로 들어 변경된 취업규칙상 소정근로시간 조항이 무효인 경우 종전 취업규칙상 소정근로시간 조항이 당연히 적용된다고 말할 수는 없다. 예를 들어 국가 법체계의 일부를 이루는 특정 법률 조항이나 시행령 조항이 개정되었으나 그 조항이 위헌·무효인 경우라면, 일반적으로 종전 조항이 그대로 유효할 수는 없다. 변경된 취업규칙 조항이 무효인 경우에 종전 취업규칙 조항이 여전히 살아 있다는 근거를 그 법규성에서 찾는 것은 이른바 ‘규범의 중층 구조’를 인정하는 것이어서 부당하다.
이와 같이 종전 취업규칙상 소정근로시간 조항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근거를 취업규칙의 법규성에서 찾는다면 신설 법인과 같이 종전 취업규칙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는 소정근로시간이 없는 근로관계를 긍정해야 하는 기이한 상황도 생길 수 있다.
3)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 법률행위에 관한 법리를 적용할 수 있는 근거를 찾아볼 필요가 있다.
국회의 법률 제정 행위와 달리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과 관련해서는 사용자의 변경의사와 근로자 측의 변경에 대한 동의 의사의 합치가 존재한다. 이러한 근로관계 당사자들의 의사는 무효행위 전환 이론이나 법률행위의 보충적 해석을 적절히 수정하여 활용할 수 있는 이론적 근거를 제공한다. 더군다나 단체협약의 경우에는 사용자와 노동조합의 분명한 의사 합치가 존재하므로, 특별히 문제될 것이 없다. 또한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 소정근로시간이 없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는 근로계약에 대한 보충적 해석을 통하여 소정근로시간을 확정해야 한다. 변경된 취업규칙상 소정근로시간 조항이 무효인 경우 소정근로시간을 정할 근거가 없다면 근로자의 임금청구를 기각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무효행위 전환 이론이나 법률행위의 보충적 해석은 소정근로시간을 정하여 최저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근거를 마련해 주고 근로관계 당사자 사이에서 적정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도록 한다.
반면 다수의견이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를 무효라고 말할 때 무효는 민법상 무효와 다르지 않고, 무효의 근거로 들고 있는 탈법행위 개념 역시 민법상 탈법행위 개념과 다르지 않다. 위에서 보았듯이 민법 제137조가 정하고 있는 일부 무효의 법리도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 조항 중 일부가 무효인 경우에 여전히 적용될 수 있다. 물론 근로기준법 제15조와 최저임금법 제6조제3항은 일부 무효 법리를 민법 규정과는 다르게 정하고 있다. 이처럼 무효에 관한 민법상 일반 개념 또는 법원리를 차용하면서도 무효행위 전환 법리나 법률행위의 보충적 해석만은 단체협약 또는 취업규칙상 일부 조항이 무효인 경우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은 특별한 근거도 없고 설득력도 없다.
단체협약 또는 취업규칙상 일부 조항이 무효가 됨에 따라 근로관계 당사자들이 혼돈 상황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보충적 법원리가 무효행위 전환 법리 또는 법률행위의 보충적 해석 이론이다. 법률행위의 보충적 해석에 앞서 민법에 명문의 규정이 있는 무효행위 전환 법리를 적용하여 해결해야 할 것이다. 위에서 보았듯이 소정근로시간 조항과 고정급·사납금 조항이 연동되어 있는 이 사건의 특유한 사항을 고려하면, 당사자의 가정적 의사를 고려하는 해석론이 당사자들에게 예상치 못한 결과가 초래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마. 한편 피고가 이 사건에서 상고이유로 제1, 2차 취업규칙상 소정근로시간 조항이 유효한지에 대해서만 명시적으로 다투고 있으나, 이러한 주장 속에는 피고가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임금을 지급하였는지를 판단할 때 종전 취업규칙상 소정근로시간 조항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가 당연히 포함되어 있다. 결국 제1, 2차 취업규칙상 소정근로시간 조항이 무효라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대법원이 어떠한 소정근로시간 조항이 유효한지를 분명히 하여야 하고, 이 부분 원심 판단에 잘못이 있는 경우라면 원심판결을 마땅히 파기하여야 한다.
바. 결국 원심으로서는 제1, 2차 취업규칙상 소정근로시간 조항이 무효가 됨에 따라 근로관계 당사자들이 무효임을 알았다면 의욕하였을 소정근로시간을 심리한 다음, 그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피고가 원고들에게 최저임금액에 미달하는 임금을 지급하였는지를 판단하였어야 한다.
그런데도 원심은 제1, 2차 취업규칙상 소정근로시간 조항이 무효인 경우 종전 취업규칙상 소정근로시간 조항이 당연히 유효함을 전제로 그에 따라 피고가 원고들에게 최저임금액에 미달하는 임금을 지급하였는지를 판단하였다. 원심의 판단에는 소정근로시간과 최저임금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여야 한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변경된 취업규칙 중 소정근로시간 조항이 무효인 경우 종전 취업규칙상 소정근로시간 조항이 당연히 적용된다는 것을 전제로 한 다수의견에 찬성할 수 없음을 밝혀 둔다.
8. 대법관 이동원의 반대의견
가. 이 사건 특례조항 시행에 따라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내용으로 변경된 취업규칙 또는 단체협약 조항이 탈법행위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본 다수의견의 논리는 찬성하기 어렵다.
설령 사용자에게 이 사건 특례조항 시행과 관련하여 최저임금법 위반을 회피하기 위한 의도가 일부 있었다고 하더라도, 소정근로시간 단축이 근로관계 당사자들 사이의 자발적 합의에 의한 것으로, 소정근로시간 단축 후 택시운전근로자의 총수입이 최저임금법상 임금액에 미달하게 되는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취업규칙 또는 단체협약상 소정근로시간 단축 조항이 무효라고 할 수는 없다. 그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나. 탈법행위란 직접 강행법규를 위반한 것은 아니지만, 강행법규가 금지하고 있는 것을 회피수단에 의하여 실질적으로 실현하는 행위를 말한다. 어떠한 행위가 탈법행위에 해당하여 무효인지 여부는 해당 강행규정의 취지, 회피수단의 내용, 행위의 경위와 목적, 연관된 사회·경제적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엄격하고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이 사건 주요 쟁점과 관련하여 보면, 소정근로시간 단축 경위와 근로관계 당사자들의 의사, 이 사건 특례조항의 입법 취지와 소정근로시간 단축을 전후한 택시운전근로자의 실질적인 불이익 유무, 택시운전근로 관련 소정근로시간의 특수성, 이 사건 특례조항의 규범적 한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취업규칙 또는 단체협약상 소정근로시간 단축 조항이 탈법행위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1) 소정근로시간 단축 경위와 근로관계 당사자들의 의사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소정근로시간 단축 조항이 탈법행위에 해당하여 무효인지는 엄격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
가)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내용의 취업규칙 변경 또는 단체협약 체결 당시 일반 택시운송사업자들은 전반적인 경기 불황 이외에도 택시공급 증대 등의 원인으로 상당한 경영난에 처해 있었다. 그런데 이 사건 특례조항이 시행됨에도 기존 소정근로시간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일반택시운송사업자가 택시운전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고정급액이 큰 폭으로 상승하여 정액사납금제 하에서는 적자를 면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일반택시운송사업자의 입장에서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하여 고려할 수 있는 대안은 사납금 증액뿐이었다. 반면 정액사납금제 택시운전근로자의 입장에서는 고정급의 대폭 상승으로 부득이 사납금을 증액할 수밖에 없다는 상황을 받아들이면서도 사납금증액으로 고정급이 어느 정도 인상될 수는 있어도 초과운송수입금이 감소할 수밖에 없고 이는 다시 총수입의 감소로 이어질 우려마저 있었으므로, 사납금 증액을 수반하는 고정급 인상이 마냥 더 유리하다고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사납금 증액 여부를 둘러싼 양쪽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면서, 일반택시운송사업자로서는 사납금을 증액하지 않으면서 최저임금법 저촉 문제를 극복하고 택시운전근로자로서도 사납금 증액을 피해가면서 초과운송수입금을 종전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 결과,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내용의 근로관계 당사자 사이의 자발적인 합의가 이루어진 것이다.
결국 소정근로시간 단축 조항은 이 사건 특례조항 시행 후 노사 모두에 생기는 불이익을 스스로 피하기 위하여 자발적 합의를 통해 합리적 해결 방안을 모색한 결과이어서, 사법상 효력을 부정할 정도로 위법하다거나 현저한 반사회성이나 반도덕성을 지닌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나) 한편 헌법상 근로자의 근로3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마련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사용자와 노동조합 사이의 협약자치를 인정하고 있고(제29조, 제33조 등), 근로기준법은 근로자 측의 일정한 관여 하에 취업규칙을 변경할 권한을 사용자에게 인정하고 있다(제94조). 이와 같은 노사 간의 협약자치 또는 사적자치에 대한 최대 보장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소정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하여 이루어진 대등하고 자율적인 합의는 가능한 한 최대한 존중되어야 한다. 달리 말하면 법원이 근로관계 당사자 사이의 이러한 자발적 합의의 효력을 사후적으로 부정하고 자율적으로 결정되어야 할 임금 구조에까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가급적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설령 강행법규를 회피하고자 하는 의도가 일부 확인되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 그 효력을 부정함으로써 발생하는 근로관계 당사자 사이의 협약자치 또는 사적자치에 대한 과도한 제한에 대해 충분히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소정근로시간 단축 조항이 탈법행위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단정할 것은 아니다.
2) 소정근로시간 단축 후 택시운전근로자가 총수입을 기준으로 최저임금법상 최저임금 수준을 보장받지 못하는 등의 예외적 경우가 아니라면, 이 사건 특례조항의 입법취지를 다소 회피하려는 의도만을 들어 사법상의 효력을 부인할 것 역시 아니다.
가) 강행법규를 회피하는 행위의 사법상 효력을 부정함으로써 강행법규 위반 행위를 규제하고자 하는 탈법행위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그러한 회피행위가 갖는 사회적 폐단을 충분히 고려하여 그 효력을 논할 수밖에 없다.
물론 이 사건 특례조항의 취지가 택시운전근로자의 총수입 중 고정급 비율을 높여 택시운전근로자의 안정된 생활을 보장하자는 것임에도, 소정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택시운전근로자들의 고정급이 실제로 높아지지 않음으로써 입법 취지가 제대로 구현되지 않은 것은 사실로 보인다.
하지만 앞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고정급을 증액하지 않는 대신 정액사납금제 하에서 택시운전근로자에게 매우 중요한 근로조건 중 하나인 사납금액 역시 함께 증액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고정급과 초과운송수입금을 합한 총수입은 크게 변동되지 않은 채 유지되었다. 택시운전근로자의 총수입을 가지고 비교하여 볼 때 종전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최저임금법상 최저임금 수준은 상회한 것으로 보이고, 이로써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하여 근로자의 생활안정을 기하고자 하는 최저임금법의 기본 목적에 배치되는 결과는 발생하지 않았다.
나) 결국 소정근로시간의 단축 조항이 전체적·실질적으로 보았을 때 택시운전근로자들에게 불리하지 아니하여 객관적으로 용인될 만한 합리성과 상당성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고, 반면 소정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해 발생한 구체적이고 뚜렷한 사회적 폐단이 무엇인지 특정하기도 어렵다. 이 사건 특례조항 자체의 입법 취지만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노사가 자율적으로 합의한 소정근로시간 단축에 대하여 섣불리 그 사법상 효력을 부인하는 것은 최저임금법의 전체 체계와 꼭 들어맞지도 않는다.
3) 소정근로시간 단축 조항이 탈법행위에 해당하여 무효인지는 택시운전근로 관련 소정근로시간의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하여 판단하지 않을 수 없다.
가) 구 근로기준법(2018.3.20. 법률 제1551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제1항제7호에 따르면, 사용자와 근로자는 법정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원칙적으로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소정근로시간에 관하여 합의할 수 있으므로, 사용자와 택시운전근로자가 합의하여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것도 당연히 가능하다. 그리고 소정근로시간과 근로자가 실제로 근로를 제공한 실근로시간이 반드시 일치해야만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가 유효하다고 볼 것은 아니다.
그런데 택시운전근로자의 근로는 사업장 밖에서 이루어지는데다가 근로시간을 손쉽고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물적 장비 등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으며, 택시운전근로자가 배차를 받은 후 자신의 책임 하에 자율적으로 택시를 운행하기 때문에 사용자의 지휘·감독도 쉽지 않다. 더구나 정액사납금제의 경우에는 택시운행시간 중 적지 아니한 부분이 사용자에게 납부하는 사납금 이외에 택시운전근로자 자신의 초과운송수입금을 확보하는 데에 투입된다고 볼 수 있는 특성이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따라서 차량 출고에서 입고까지 사이의 운행시간과 근로기준법상 실질적인 의미에서의 근로시간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으므로, 단지 단축된 소정근로시간과 실근로시간 사이에 일정한 차이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소정근로시간 단축에 관한 합의 자체의 효력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나) 게다가 일반 근로자의 경우 소정근로시간은 근로관계 당사자 사이에서 약정된 근로의무시간을 확정하고, 근로자가 제공하는 근로가 시간외근로인지를 구분하는 기준으로 기능한다. 하지만 정액사납금제 하의 택시운전근로자들에게는 앞서 본 택시운전근로 및 임금 구조의 특수성 등으로 인해 소정근로시간이 실질적으로는 약정된 근로의무시간으로 기능한다기보다는 사용자가 초과운송수입금이 아닌 고정급을 지급하는 기준이 되는 임금지급시간으로서의 역할만을 사실상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기존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상 소정근로시간조차 근로의무 있는 근로시간을 실제 반영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사정이 있으므로, 이를 일부 단축하였다고 하여 탈법행위로 무효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면 역시 있다.
4) 이 사건 특례조항은 그 자체로 일정한 규범적 한계를 가지고 있으므로, 이 사건 특례조항의 취지를 일부 회피하였다고 하여 만연히 탈법행위로 무효라는 결론을 도출할 것은 아니다.
가) 일반택시운송사업에서 택시운전근로자의 임금 제도는 운송수입에 따른 임금 제도로 본질적으로 생산고에 따른 임금제라고 할 수 있는데,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하고 최저임금을 산정한다는 것 자체가 규범적으로 일정한 한계를 지니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리고 최저임금 인상 폭이 일반적인 임금 인상 폭보다 훨씬 큰 상태에서 전(全) 산업의 평균적인 임금 인상률도 따라가기 어려운 택시업계가 고정급만을 기준으로 최저임금 인상률을 따라가야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음을 이해하여야 한다. 택시 승객 감소 등으로 인해 요금을 인상하더라도 운송수입 증가가 거의 나타나지 않는 상태에서 매년 최저임금액 인상에 따라 이 사건 특례조항의 취지와 같이 사납금액을 올리고 고정급을 인상하는 것 역시 실제로 일정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특히 운송수입이 적은 지역이나 낮은 사납금에 기초하여 상대적으로 낮은 고정급을 지급해 온 지역에서는 이 사건 특례조항에 따라 새로운 최저임금제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금액의 사납금 인상이 필요하였으나, 택시업계가 이처럼 사납금을 급격하게 인상하기에는 녹록치 못한 여러 사정들이 있었다.
나) 택시운송업계의 노사 모두 이와 같은 상황을 인식하고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합의에 이른 것으로 보이므로, 이러한 규범적 한계를 충분히 고려하여 소정근로시간단축 조항의 효력을 판단하여야 한다.
5) 결국 소정근로시간의 단축이 근로관계 당사자 간의 자발적인 합의에 기초하여 이루어진 것으로, 소정근로시간 단축 후 택시운전근로자의 총수입이 종전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최저임금법상 최저임금 수준을 상회하는 경우라면, 설령 사용자에게 이 사건 특례조항의 취지를 회피하려는 의도가 일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이 사건 특례조항이 가지는 규범적 한계로 인해 그 적용에 따른 근로관계 당사자 모두에게 생기는 불이익을 회피하기 위하여 상호 합리적 대안을 모색한 것이다. 사납금이 증액되지 않음에 따라 총수입이 유지된 택시운전근로자에게 불리하지도 않고, 소정근로시간의 개념에 반하는 것도 아니며, 최저임금법의 입법 목적에도 배치되지 않는 등 사법상 효력을 부정할 정도라고 말할 수 없다.
다. 취업규칙 또는 단체협약상 소정근로시간 단축 조항이 탈법행위로서 무효라고 판단하는 다수의견에 따르게 되면, 노사 간에 현저히 형평에 어긋나는 불합리한 결과를 가져와 받아들이기 어렵다.
1)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정액사납금제 하에서 근로관계 당사자들은 고정급의 인상을 꾀하는 이 사건 특례조항의 시행에 따라 사납금의 인상이 불가피함을 인식한 상태에서 그 대안으로 사납금의 인상이 초래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방법을 스스로 선택하였고, 개별 사업장 내에서는 이를 기초로 구체적인 임금 체계가 마련되어 시행되었다.
어떤 사용자도 소정근로시간 단축을 내용으로 하는 취업규칙 또는 단체협약 조항이 탈법행위로서 무효이고, 그 결과 사후적으로 이 사건 특례조항에 따른 최저임금 미달액을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고 인식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게다가 근로자들로서도 이러한 취업규칙 또는 단체협약 조항이 무효이므로, 소멸시효가 완성되기 전 추가로 최저임금 미달액을 청구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악의적으로 합의에 이르렀다고 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상당한 시간이 지난 후에 법원이 사후적으로 소정근로시간 단축 조항을 섣불리 무효라고 판단하게 되면, 근로자들로서는 종전의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계산한 최저임금법에 미달하는 차액 임금을 추가로 지급받을 수 있는 반면, 사용자로서는 이 사건 특례조항 시행에 따라 최저임금액에 미달하지 않는 고정급을 지급하기 위해 근로자로부터 추가로 받을 수 있었던 사납금 인상분을 전혀 보전받을 수 없는 불이익을 입게 된다. 즉 근로자들에게는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 당시 예상치 않은 상당한 이득을 허용하게 되는 반면, 사용자에게는 당시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새로운 재정적 부담을 지워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할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2) 이러한 결과는 근로관계 당사자 간에 현저히 형평에 어긋나는 것임이 분명하여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이 상황에 대하여 법률의 부지는 용서받지 못한다고, 스스로 자초한 결과라고 말하며 외면할 수는 없을 것이다.
라. 따라서 설령 사용자인 피고가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시간당 고정급의 외형상 액수만을 증가시킬 의도를 일부 가지고 있었다 하더라도, 피고 소속 택시운전근로자들 다수의 자발적이고도 진정한 의사에 기초하여 일련의 취업규칙 개정을 통한 소정근로시간 단축이 이루어졌고, 소정근로시간 단축 후 택시운전근로자들의 총수입이 최저임금법상 최저임금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제1차 취업규칙 및 제2차 취업규칙 중 소정근로시간 조항은 유효하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런데도 이와 달리 원심은 제1차 취업규칙 및 제2차 취업규칙 중 소정근로시간 조항이 강행법규인 최저임금법을 잠탈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형식적·외형적으로만 최저임금법상 최저임금 이상을 지급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하기 위해 변경된 것으로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소정근로시간, 최저임금법상 이 사건 특례조항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피고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여야 한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다수의견에 반대하는 취지를 밝힌다.
9. 대법관 박상옥, 대법관 박정화, 대법관 김선수의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반대의견들을 통해 개진된 쟁점과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다수의견을 보충한다.
가. 다수의견은 이 사건 특례조항의 문언 및 취지에 충실한 해석론으로서 이 사건 특례조항의 특수성을 무시하였다고 할 수 없다.
대법관 조희대, 대법관 이기택의 반대의견(이하 ‘반대의견1’이라 한다)은, 이 사건 특례조항이 이 사건 특례조항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의 최저임금법 규정(반대의견1에서 지칭한 것처럼 ‘기존 최저임금법’이라 한다)과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음에도 다수의견은 이러한 특성을 인식하지 못한 채 이 사건 특례조항의 해석론을 잘못 전개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반대의견1의 이러한 비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동의하기 어렵다.
1) 반대의견1이 강조하고 있는 바와 같이, 이 사건 특례조항은 택시운전근로자의 총수입 중 고정급 비율 인상을 입법 취지로 하고 있다.
그런데 이 사건 특례조항이 택시운전근로자의 총수입 증가를 직접적·적극적으로 의도하지 않는다는 것이 총수입의 유지를 강제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는 없다. 그리고 고정급의 비율을 인상시키기 위해서는 일반택시운송사업자들이 직접 실질적으로 관리하게 되는 운송수입금의 비율이 종래보다 더 늘어나게 될 것이고, 또 최근 몇 년의 추세와 같이 일반택시 매출액의 증가율보다 최저임금 인상률이 더 높은 상황이 지속되게 되면, 장기적으로는 택시운전근로자들의 임금이 상승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위 헌법재판소 2008헌마477 결정 참조).
결국 반대의견1이 사용하고 있는 ‘임금의 양’과 ‘임금의 질’이라는 개념의 의미를 명확히 알기는 어렵지만, 반대의견1의 표현을 빌려 말하면, 이 사건 특례조항이 온전히 임금의 질에 대한 규율만을 하고 있을 뿐 임금의 양과는 무관한 규정이라고 할 수 없고, 임금의 양을 규율하는 기존 최저임금법 규정과 완전히 다르다거나 본질적으로 구분된다고 해석할 수 없다. 다수의견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 특례조항의 입법취지를 이와 같이 한정하여 볼 수 없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 사건 특례조항은 기존 최저임금법 규정과 다르게 해석하여야 한다는 반대의견1은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
2) 반대의견1은 정액사납금제 하에서 고정급과 초과운송수입금이 언제나 상호 반비례하는 관계에 있고, 이 사건 특례조항 역시 이러한 관계를 전제로 해석하여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정액사납금제 하에서 택시운전근로자의 총수입은 고정급과 초과운송수입금으로 이루어지는데, 초과운송수입금은 매일 변동하는 것으로 단체협약 등으로 정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어서 택시운전근로자의 총수입은 이 사건 특례조항의 시행을 전후하여 일정할 수 없다. 그리고 택시운전근로자의 총수입이 일정하다는 점을 전제하지 않는 경우에는 고정급 인상이 반드시 초과운송수입금의 감소로 직접 연결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 사건 특례조항 시행 후 고정급 인상과 함께 사납금도 증액되었지만, 택시이용 손님 증가 등으로 전체 운송수입금도 증가하여 초과운송수입금이 감소하지 않을 수 있다. 무엇보다도 사용자가 고정급 인상을 위해 그 재원이 되는 사납금을 증액하는 것이 통상적일 수는 있으나 반드시 필연적인 것은 아니다. 이 사건 특례조항 시행에 따라 사용자가 고정급을 인상하면서 회사 경비를 절감하여 사납금을 높이지 않는 경우 등도 있을 수 있고, 이러한 경우에는 고정급 인상이 반드시 초과운송수입금의 감소를 초래한다고 할 수 없다. 결국 정액사납금제 하에서 고정급과 초과운송수입금이 항상 반비례하는 관계에 있음을 전제로 한 반대의견1의 논리는 옳지 않다.
3) 한편 이 사건 특례조항의 취지를 임금의 질에 대한 규율로 이해하는 반대의견1은 최저임금법상 최저임금액에 비해 고정급이 미달한 경우 사용자의 택시운전근로자에 대한 손해배상의무를 긍정한다.
하지만 이 사건은 택시운전근로자인 원고들이 최저임금법에 기초하여 미지급 임금의 지급을 구하는 사건으로,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를 하고 있는 사건이 아니다. 다수의견의 입장에서 이 사건의 해결과 관련하여 굳이 사용자의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의 성부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필요치 않다. 손해배상책임의 인정 여부에 대해 판단하지 않았다고 하여 다수의견의 이 사건 특례조항 해석이 잘못되었다고 할 수는 없다.
다수의견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최저임금법은 지급된 임금 중 비교대상 임금이 최저임금액에 미달하는 경우 사용자의 임금 지급의무를 인정하고 있는데, 이 사건 특례조항은 비교대상 임금의 범위를 한정하는 규정으로서 이러한 최저임금법 규정 체계의 중요한 일부이다. 즉 이 사건 특례조항은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임금이 얼마인지를 판단하기 위한 계산식 중의 일부를 이루는 것이다. 최저임금법을 회피하기 위한 소정근로시간 단축 조항이 무효가 된 결과 사용자가 지급한 임금이 이 사건 특례조항을 적용하여 계산된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경우라면, 사용자는 당연히 미지급 임금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하여야 한다.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임금을 지급하였음에도 사용자의 미지급 임금 지급의무를 인정하지 않은 채 손해배상의무를 논하는 것은 이 사건 특례조항의 체계적 위치와 입법 취지에 맞지 않는다.
4) 한편 반대의견1은 신설 법인의 문제를 들어 다수의견을 비판하고 있다. 반대의견1이 들고 있는 신설 법인의 문제는 이 사건과는 전혀 별개의 사실관계를 전제로 한 것으로, 이 사건에서 일반론적 법리를 제시하고 사안을 해결할 문제는 아니다. 이를 들어 다수의견의 논리가 잘못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물론 신설 법인에서 이 사건 특례조항의 취지에 반하여 최저임금법 위반을 회피하기 위한 의도에서 단체협약 또는 취업규칙상 소정근로시간을 정한 경우라면, 탈법행위로 인한 유효성이 동일하게 문제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리고 최초로 정한 소정근로시간 조항이 무효인 경우라면, 근로의무를 부담하기로 약정한 유효한 종전 소정근로시간 조항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이므로, 택시운전근로자들의 근무형태나 근무시간 등에 비추어 법정 기준근로시간 범위 내에서 실제로 근로의무를 부담하는 시간을 소정근로시간으로 확정한 다음, 최저임금을 상회하는 임금을 지급하였는지를 판단해야 할 것이다.
나. 단체협약 또는 취업규칙상 소정근로시간 단축 조항이 무효가 되는 경우, 종전 소정근로시간 조항에 따라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임금을 지급하였는지를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관 김재형의 반대의견(이하 ‘반대의견2’라 한다)은, 이 사건 특례조항 시행에 따라 최저임금법 위반을 회피할 의도로 실제 근무형태나 근로시간의 변경이 없음에도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한 단체협약 또는 취업규칙상 소정근로시간 조항이 무효라고 판단하면서도, 이러한 무효를 전제로 사용자가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임금을 지급하였는지를 판단할 때 기준이 되는 소정근로시간은 민법상 무효행위 전환 법리에 따라 당사자들의 가정적 의사를 고려하여 확정하여야 하며, 종전 소정근로시간 조항에 의할 것은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단체협약 또는 취업규칙상 소정근로시간 조항이 무효인 경우, 최저임금법상 최저임금 미지급 여부와 관련하여 종전에 정한 소정근로시간 조항이 근로관계 당사자 사이에 효력을 미친다고 봄이 타당하고, 민법상 무효행위 전환 법리를 전제로 당사자의 가정적 의사를 해석할 것은 아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우선 반대의견2도 전제하고 있는 바와 같이, 최저임금법에 위반하는 임금을 지급하였는지는 지급된 임금을 기준으로 살펴야 하며, 유효한 고정급 조항에 따른 고정급금액을 기준으로 살필 것은 아니다. 유효한 고정급 조항이 무엇인지는 이 사건의 해결과 무관하고, 나아가 유효한 사납금 조항이 무엇인지 여부도 마찬가지로 이 사건의 해결과는 관련이 없다.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임금을 지급하였는지 여부는 실제로 지급된 임금을 기준으로 비교대상 임금을 도출하고, 그런 다음 유효한 소정근로시간 조항을 기준으로 시간급 최저임금액과 비교하면 된다. 즉 단체협약 또는 취업규칙상 소정근로시간 조항이 무효라고 판단되는 경우,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임금을 지급하였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어떠한 소정근로시간 조항을 적용할 것인지 여부만이 이 사건에서 문제될 따름이다.
2) 이 사건 무효 사유의 특수성, 단체협약 실효의 경우에 관한 일반 판례 법리와 취업규칙이 가지는 법규범성 등에 비추어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무효인 경우 종전 소정근로시간 조항이 유효하다고 보아야 하고, 민법상 무효행위 전환 법리를 적용할 것은 아니다.
가) 이 사건은 취업규칙 변경을 통해 실제 근무형태나 근로시간에 아무런 변경이 없음에도 탈법적 의도를 가지고 소정근로시간만을 형식적으로 단축하여 그 소정근로시간의 정함이 무효인 사안에 관한 것이다. 이러한 경우 근로관계 당사자들 사이에서는 효력이 없는 변경된 소정근로시간이 아니라 기존의 취업규칙상 소정근로시간에 상응하는 근로의무를 여전히 부담하고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처럼 해당 사업장 소속 택시운전근로자가 여전히 근로의무를 부담하고 있다고 무리 없이 해석되는 근로시간이 종전 소정근로시간인 이상, 이를 기준으로 비교대상 임금을 시간급 임금으로 환산하는 것이 적정하고, 이에 따른 임금을 시간급 최저임금과 비교하여야 한다.
나) 판례는, 단체협약 중 근로조건 기타 근로자의 대우에 관하여 정한 부분인 이른바 규범적 부분은 단체협약이 실효되더라도 다른 사정이 없는 한 그 단체협약의 적용을 받고 있던 개별적인 근로자의 근로계약의 내용으로서 여전히 남아 있어 사용자와 근로자를 규율한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대법원 2000.6.9. 선고 98다13747 판결, 대법원 2014.6.26. 선고 2011다33825 판결 등 참조).
마찬가지로 새로이 체결된 단체협약상 규범적 부분인 소정근로시간 조항이 애초부터 탈법행위에 해당하여 무효인 경우라면, 종전 단체협약이 유효기간 만료 등으로 실효된 채 노사 간에 무협약 상태가 계속되고 있는 것과 규범적 상황이 다르지 않으므로, 위와 같은 판례 법리가 이 사건과 같은 경우에도 원칙적으로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결국 이러한 측면에서 보더라도 종전 단체협약상 소정근로시간 조항이 유효하게 개별 근로자의 근로관계를 규율한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최저임금 미달 임금액을 판단할 때도 종전 단체협약상 소정근로시간 조항이 적용된다.
다) 취업규칙으로 소정근로시간을 정한 경우에도 결론은 마찬가지이다.
취업규칙은 사용자가 사업장에서 근로자의 복무규율이나 근로조건의 기준을 획일적·통일적으로 정립하기 위하여 작성하는 것으로서, 이는 근로기준법이 종속적 노동관계의 현실에 입각하여 실질적으로 불평등한 근로자의 입장을 보호·강화하여 그들의 기본적 생활을 보호·향상시키려는 목적으로 그 작성을 강제하고 이에 법규범성을 부여한 것이다(대법원 1977.7.26. 선고 77다355 판결 참조).
이와 같이 노사 간의 집단적인 법률관계를 규율하는 법규범의 성격을 갖는 취업규칙조항이 일부 무효가 된 경우, 이러한 취업규칙의 법규범으로서의 특성을 고려하면 당사자의 가정적 의사를 탐구할 것도 없이 종래 유효하던 법규인 종전 취업규칙상 소정근로시간 조항이 근로관계 당사자에게 원칙적으로 여전히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판례도 이 사건과 동일한 사안에 관한 것은 아니지만, 사용자가 취업규칙에서 정한 근로조건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면서 근로기준법 제94조제1항 단서가 정한 근로자 측의 동의를 얻지 않은 경우에 그 변경으로 기득이익이 침해되는 기존의 근로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변경의 효력이 미치지 않게 되어 종전 취업규칙의 효력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입장에 서 있다(대법원 1992.12.22. 선고 91다45165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종전 취업규칙상 소정근로시간 조항이 유효하게 개별 근로자의 근로관계를 규율한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임금을 지급하였는지를 판단할 때도 종전 취업규칙상 소정근로시간 조항에 의함이 타당하다.
3) 이와 달리 무효행위 전환 법리에 기초하여 당사자의 가정적 의사를 해석하여 이를 전제로 근로관계를 규율하고자 하는 반대의견2는 다음과 같은 한계도 있어 수긍하기 어렵다.
가) 근로관계 당사자의 가정적 의사를 탐구하는 반대의견2에 의할 경우에 이 사건과 관련하여 보면, 유효하게 증액된 사납금 조항을 확정하여 사용자의 택시운전근로자에 대한 적정 사납금 차액 청구가 가능할 수 있다는 결론의 특수성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이 사건 쟁점과의 관련성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관련 법령의 규율 내용과 이에 따른 노사 관계의 특성에 비추어 보면, 무효행위 전환 법리를 전제로 노사가 의욕하였을 가정적 의사를 확정하고자 하는 견해는 타당하지 않다.
(1) 단체협약의 경우를 우선 살펴본다. 헌법은 근로자에게 노동3권을 보장하고 있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집단적 노사 관계를 규율하는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과정에서 당사자의 자유로운 교섭을 보장하며, 자신의 의사를 관철할 목적으로 노동조합의 파업 등과 같은 쟁의행위를 통한 집단적 실력행사를 예정하고 있고, 사용자의 대항행위로서 직장폐쇄까지 긍정하고 있다. 이러한 사정들을 고려하면, 사적자치가 우선시되는 일반적인 개별 거래 관계에서 그 법률행위에 일부 무효 사유가 있어 당사자들의 가정적 의사를 밝혀 계약 관계를 유지하려는 무효행위 전환 이론은 집단적 실력행사까지도 규범적으로 긍정되는 노사 간의 단체협약 체결 과정에 그대로 적용될 수 없다.
(2) 그리고 취업규칙의 작성·변경에 관한 권한은 원칙적으로 사용자에게 있으므로 사용자는 그 의사에 따라 취업규칙을 작성·변경할 수 있으나, 다만 근로기준법 제94조제1항 규정에 의하여 근로자 측의 의견을 들어야 하고 특히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그 동의를 얻어야 하는 제약을 받는다(위 대법원 91다45165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이러한 취업규칙의 특성을 고려하면, 거래관계 당사자들 사이에서 의사자치의 원칙을 최대한 존중하고자 하는 무효행위 전환 이론이 사업장 내에서 법규성을 가지는 취업규칙에 대한 사용자의 변경 행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하기는 곤란하다.
나) 나아가 반대의견2가 무효행위 전환 이론이 노동법 영역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논리의 근거로 삼고 있는 일부 무효 관련 판결들은, 당사자의 가정적 의사를 탐구하고 있는 사안도 아니고, 그에 기초하여 다른 법률행위로서 효력을 인정한 사안도 아니다.
(1) 근로기준법 제15조는 민법 제137조 본문이 정한 일부 무효시 전부 무효 원칙의 적용을 명시적으로 배제하고 있는데, 근로기준법이 정한 최저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단체협약·취업규칙·근로계약은 무효가 되고(제1항), 그 무효로 된 부분은 근로기준법이 정한 기준으로 보충된다(제2항). 노동사건 재판 실무에서는 흔히 근로기준법 제15조의 적용이 문제되고, 그런 사건에서는 ‘일부 무효 부분이 없더라도 당사자들이 법률행위를 하였을 것인가’ 또는 ‘일부 무효임을 알았더라면 당사자들이 다른 법률행위를 하였을 것인가’라는 가정적 의사를 탐구할 필요가 없다. 반대의견2가 들고 있는 대법원 2006다81523 판결, 대법원 2011다27110 판결 사안도 이러한 경우이다.
(2) 더군다나 판례가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조항의 일부 무효와 관련하여 적극적으로 당사자의 가정적 의사를 탐구하여 다른 법률행위로서 효력을 인정한 사안들도 확인되지 않는다. 이러한 노동법 영역에서의 무효행위 전환 이론의 적용은 분명 낯설다.
다) 한편 민법 제138조가 무효행위의 전환을 인정하는 근거는 그 무효를 알았다면 다른 법률행위를 하는 것을 의욕하였으리라는 당사자의 의사에 있는데, 이러한 당사자의 의사와 관련하여 법원으로서는 가정적 의사를 함부로 추단하여 당사자가 의욕하지 아니하는 법률효과를 계약의 이름으로 불합리하게 강요하는 것이 되지 아니하도록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7.15. 선고 2009다50308 판결 참조).
반대의견2는 연간 고정급·사납금 증가율, 고정급 증액에 따른 비용 등 여러 관련 사정을 기초로 당사자의 의사를 탐지하여 유효한 사납금 조항을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요소를 고려하더라도 사용자와 택시운전근로자 측이 가정적으로 의욕하였을 사납금을 구체적으로 특정하는 것이 결코 용이하지 않다. 그 결과 법원의 심사를 통한 가정적 의사의 확정이라는 것이 당사자들 어느 일방에게 불합리를 강요하는 결과가 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한편 반대의견2는 당사자의 가정적 의사가 불명확한 경우 증명책임의 법리에 따라 해결하면 된다고 하나, 증명에 실패한 경우에는 어떠한 소정근로시간을 적용한다는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
결국 반대의견2는 집단적인 노사 관계에서 쉽사리 확정하기 어려운 가정적 의사를 탐구할 것을 요구함에 따라 불합리한 결과에 이르거나 종국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그 결과 행위규범으로서 기능하지 못해 근로관계 당사자들에게 혼란만 초래할 우려마저 있다. 사실심의 심리 부담 가중도 함께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4) 덧붙여 이 사건의 해결과 관련하여서도 반대의견2의 결론을 수긍하기 어렵다.
피고는 제1차 및 제2차 취업규칙상 소정근로시간 조항이 유효하다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만을 줄곧 하고 있을 뿐, 이러한 조항이 무효가 되는 경우 적용되어야 할 소정근로시간 조항에 대해서는 명시적으로 상고이유에서 다투고 있지도 않다. 다수의견이 이 점에 대해 자세히 판단하지 아니한 이유이기도 하다. 종전 소정근로시간 조항을 기준으로 판단한 원심판결에 대해 당사자가 다투고 있지 않음에도 굳이 당사자의 가정적 의사에 대한 심리를 위해 파기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다. 다수의견은 강행규정인 최저임금법상 이 사건 특례조항 등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는 탈법행위에 해당하여 무효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관 이동원의 반대의견(이하 ‘반대의견3’이라 한다)은, 설령 사용자에게 이 사건 특례조항 시행과 관련하여 최저임금법 위반을 회피하기 위한 의도가 일부 있었다고 하더라도, 여러 가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소정근로시간 단축 조항이 무효라고 할 수는 없다고 한다. 하지만 반대의견3의 이러한 해석론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1) 우선, 반대의견3은 이 사건 특례조항을 회피하고자 하는 당사자들의 합의만을 중시한 나머지 이 사건 특례조항 입법 과정에서 이미 고려된 사정들을 뒤늦게 문제 삼으면서 이 사건 특례조항의 규범력을 부정하는 것으로, 최저임금법의 강행규정성을 무시하고 근로자를 보호하려는 노동법 체계의 근본이념과 배치된다.
2) 반대의견3이 강조하는 협약자치 또는 사적자치 역시 법령에 따른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다수의견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헌법 제32조제1항은 국가에 최저임금제의 실시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데, 이는 근로조건인 임금에 관한 규율을 전적으로 노사간의 집단적 자치 등에 맡겨둘 수 없음을 전제로 입법자에게 이를 강행적으로 규율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것이고, 이에 따라 입법자는 최저임금법상 이 사건 특례조항을 마련한 것이다. 그런데도 이 사건 특례조항의 취지를 회피하기 위한 행위를 협약자치 또는 사적자치라는 이유를 들어 유효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이러한 규정 체계 및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
3) 소정근로시간 단축 후 택시운전근로자의 총수입 변동이 없어 실질적인 불이익이 없다거나 총수입을 기준으로 하면 최저임금법상 최저임금 수준을 상회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이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의 유효성을 뒷받침할 수 없다.
이 사건 특례조항은 그 시행을 통해 종래 근로의무를 부담하기로 합의된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고정급이 최저임금 이상이 될 것을 예정하였다. 그런데도 이와 달리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를 통해 형식적으로 시간당 고정급을 외형상으로만 증액시켰을 뿐 실질적인 고정급 인상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그 결과 운송수입금이 적은 경우에도 최저임금액 이상의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안정된 생활을 보장하고자 한 이사건 특례조항의 입법 의도가 회피되었다. 이로써 택시운전근로자는 이 사건 특례조항 등이 예상한 고정급 인상과 이를 통한 생활 안정이라는 이익을 얻지 못하였다. 소정근로시간 단축을 전후하여 초과운송수입금이 크게 변동하지 않았다거나 총수입이 줄지 않았다고 하여 택시운전근로자에게 실질적인 불이익이 없다고 할 수 없다.
게다가 이 사건 특례조항은 정액사납금제 하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인 초과운송수입금을 비교대상 임금에서 제외하여 고정급만을 기준으로 최저임금액 이상의 임금이 지급되었는지를 판단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도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의 유무효 판단과 관련하여 택시운전근로자의 초과운송수입금을 포함한 총수입을 기준으로 최저임금 수준을 상회하는지 여부를 살피는 것은 이 사건 특례조항의 문언 내용과 이 사건 특례조항을 둔 취지에 정면으로 반한다. 강행법규인 최저임금법이 명백히 금지하고 있는 방식을 논거로 삼아 강행법규를 회피하는 합의를 유효하다고 하는 것이어서 타당하지 않다.
4) 소정근로시간 관련 택시운전근로의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반대의견3과 같이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유효하다고 할 수는 없다.
가) 단축된 소정근로시간과 실근로시간 사이에 차이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단체협약 또는 취업규칙상 소정근로시간 단축 조항의 효력을 부정할 수 없다는 반대의견3의 지적은 타당해 보인다. 다만 다수의견 역시 그러한 논리적 전제 하에서 무효라고 판단한 것은 아니다.
(1) 근로자가 근로의무를 부담할 것을 약정하고, 사용자가 그 근로의무의 이행에 관하여 임금을 지불하기로 약정한 시간인 소정근로시간은 근로기준법상 연장근로수당 등을 산정하기 위한 전제가 되는 통상임금의 계산, 최저임금법상 비교대상 임금의 시간급 환산,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상 퇴직금 제도의 설정의무 존부 결정 등을 위한 도구개념으로 이용되고 있다.
반면 판례는 근로기준법 제50조가 정한 ‘근로시간’이란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아 근로계약상의 근로를 제공하는 시간, 즉 실근로시간을 말한다고 하고 있다(대법원 1992.10.9. 선고 91다14406 판결 등 참조). 즉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아 실제 근로한 시간인 실근로시간과 관련하여 근로기준법은 1일 또는 1주의 기준근로시간을 정하는 방식으로 이를 규제함과 동시에 이러한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한 실근로시간에 대해서는 가산임금 지급의무를 긍정하고 있다(제50조, 제53조, 제56조 등). 물론 근로자는 원칙적으로 소정근로시간의 정함과 무관하게 실근로시간을 입증하여 사용자를 상대로 임금 및 가산임금의 지급을 구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소정근로시간과 실근로시간은 개념상 구분되는 것으로, 양자가 양적으로 반드시 일치해야만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가 유효하다고 할 수는 없다. 예를 들어, 1일 8시간으로 소정근로시간을 정하더라도, 경우에 따라 근로자가 8시간을 넘어 추가로 1시간의 연장근로를 할 수도 있고, 개인 사정으로 인해 실제로 7시간만 근로할 수도 있는 것으로, 이러한 소정근로시간의 정함이 원칙적으로 무효라고 할 수는 없다.
(2) 다만 다수의견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러한 소정근로시간의 정함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거나, 노동관계법령 등 강행규정을 잠탈할 의도로 소정근로시간을 정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로서의 효력을 부정하여야 한다. 즉 근로관계의 실질에 비추어 인정되는 실제로 근로의무를 부담하는 시간이 소정근로시간과 괴리되어 소정근로시간의 정함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거나, 사용자가 근로기준법상 통상임금에 따라 계산되는 가산임금 지급 의무의 부담을 낮추기 위한 의도를 가지고 근로의무가 존재하지 않는 시간을 소정근로시간으로 정하여 소정근로시간을 오히려 부풀리거나, 또는 이와 반대로 이 사건과 같이 종래 유효하게 근로의무 있는 소정근로시간을 정하고 있던 상태에서 근무형태, 입출고시간과 휴게시간 등에 아무런 변경이 없어 근로의무 있는 시간의 실질적인 변경이 없음에도 최저임금법 위반을 회피하기 위하여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한 경우라면, 이러한 소정근로시간의 정함은 소정근로시간 개념의 내재적·외재적 한계를 고려할 때 무효라고 할 수밖에 없다.
다수의견은 이러한 논리에 기초하여 단체협약 또는 취업규칙상 소정근로시간 단축조항의 효력을 부정한 것이어서 지극히 타당하다.
나) 나아가 반대의견3의 지적과 달리, 정액사납금제 하에서 이 사건 특례조항 시행 전 단체협약 또는 취업규칙상 소정근로시간이 당사자 사이의 근로의무를 정한 시간이 아니라고 할 수도 없다.
대법원은, 사납금제 하에서 근로형태의 특수성과 계산의 편의 등을 고려하여 초과운송수입금을 택시운전근로자 개인의 자유로운 처분에 맡긴 것일 뿐, 그 성격으로 보아 근로의 대가인 임금에 해당한다고 하고 있다(대법원 1993.12.24. 선고 91다36192 판결 등 참조). 이러한 판례 법리는 초과운송수입금을 벌기 위한 운행시간 역시 근로시간에 해당함을 당연히 전제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나아가 일반적으로 언급되는 택시운전근로자의 실제 운행시간 관련 통계자료를 고려하면, 이 사건 특례조항 시행 전 초과운송수입금을 벌기 위한 시간을 모두 포함한 실근로시간은 법정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하고 있었다.
이에 사용자와 노동조합은 정액사납금제 하에서 택시운전근로자의 실근로시간에 초과운송수입금을 벌기 위한 근로시간도 포함되어 있고, 택시운전근로에 대한 사용자의 지휘·감독도 용이하지 않은 면이 있는 점과 근로기준법이 정한 기준근로시간 등을 고려하여 전체 실근로시간 범위 내에서 소정근로시간을 정하고, 경우에 따라 이를 전제로 연장근로수당도 약정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종전 단체협약 또는 취업규칙에 규정된 소정근로시간이 그 개념과 달리 택시운전근로자의 근로의무 있는 시간을 실제로 반영하고 있지 않았다고 할 수 없고, 최저임금액 산정에 기준이 될 수 있는 소정근로시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수도 없다.
실제로 피고의 종전 취업규칙을 살피면, 정해진 소정근로시간에 기초하여 시업 및 종업시간을 정한 다음, 택시운전근로자에게 시업 시간 전에 출근하여 업무에 관한 준비를 한 후 출근부에 날인하도록 하고 있고, 결근 및 조퇴 통보의무를 부과하고 있기도 하다. 이와 같은 종전 취업규칙상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한 규율 내용을 보면, 종전 취업규칙상 소정근로시간의 정함이 근로의무 있는 시간을 실제로 반영하고 있지 않다고 할 수 없다.
결국 이와 다른 전제에 선 반대의견3의 논리는 타당하지 않다.
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상 운송수입금 전액관리제의 온전한 정착 및 택시운전근로자의 적정한 임금 체계 유도라는 관점에서 다수의견의 타당성을 재차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1) 반대의견1과 반대의견3 모두 정액사납금제를 고정불변의 전제조건으로 삼아 이를 기초로 해석론을 전개하고 있는 한계를 가지고 있어 수긍하기 어렵다.
2) 가) 종래 구 자동차운수사업법(1994.8.3. 법률 제4780호로 개정된 것)은 일반택시운송사업에서의 사납금제도의 폐해를 방지할 목적으로 일반택시운송사업자가 택시운전근로자로부터 운송수입금의 전액을 납부받도록 하는 이른바 운송수입금 전액관리제를 최초로 도입하여(제24조제3항, 제33조의5 제2항) 이를 위반한 일반택시운송사업자와 택시운전근로자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하였다(제75조제1힝제3호, 제4호). 즉 사납금제로 인하여 생계를 보장하는 수준의 월급을 일반택시운송사업자로부터 지급받는 것을 기대할 수 없어 택시운전근로자의 생활기반이 불안정하게 되고, 사납금 이외의 수입금 확보를 위하여 난폭운전, 승차거부 등 무리한 운행을 함으로써 일반국민의 안전과 운송질서를 저해하는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현상이 발생하자, 입법자는 사납금제가 안고 있는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하여 운송수입금 전액관리제를 시행한 것이다(헌법재판소 1998.10.29. 선고 97헌마345 결정 등 참조). 이후 1997.12.13. 법률 제5448호로 제정된 구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역시 이러한 운송수입금 전액관리제를 규정하였고, 2000.1.28. 법률 제6240호로 일부 개정된 구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은 운송수입금 전액관리제의 조기정착을 유도하기 위하여 이를 위반한 일반택시운송사업자나 택시운전근로자에 대하여 일정한 경우 면허취소나 자격취소 등의 행정처분까지 가능하도록 정하고 있다(제22조제1항, 제28조제2항, 제76조제1힝제9호의2, 제78조제1힝제3호의2, 제85조제1항, 제3항).
이 사건 특례조항 역시 정액사납금제의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고정급을 인상시킴으로써 택시운전근로자의 생활 안정을 도모하고, 이를 통해 국민의 안전과 교통편익을 증진하고자 입법된 것인데, 고정급 비율을 계속 인상하기 위해서는 일반택시운송사업자들이 직접 실질적으로 관리하는 운송수입금 비율이 종래보다 더 늘어날 수밖에 없고, 그 결과 운송수입금 전액관리제가 실질적으로 시행될 수밖에 없다. 이 사건 특례조항 입법 과정에서도 이 사건 특례조항이 도입되는 경우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상 운송수입금 전액관리제 유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 논의된 바 있다.
나) 그리고 운송수입금 전액관리제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택시운전근로자의 임금 체계를 노사가 협의하여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는 것이기는 하나, 앞서 본 사납금제도의 각종 폐해와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이 운송수입금 전액관리제를 도입한 취지를 실질적으로 고려하면, 사납금제가 아닌 월급제가 택시운전근로관계에서 적정한 임금 체계라는 것에 대해서는 다언을 요하지 않는다. 또한 사납금제의 폐해로 인해 도입된 이 사건 특례조항 역시 실질적으로 운송수입금 전액관리제를 유도함으로써 결과적으로는 임금 체계로서 월급제 도입과 맥락을 같이 하는 면이 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다) 결국 이와 같은 정액사납금제가 가지는 문제점과 이를 근절하기 위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및 이 사건 특례조항의 규율 취지와 내용을 고려하면, 이 사건 특례조항의 취지를 회피하기 위한 행위의 효력과 관련하여 정액사납금제를 고착화하는 해석론을 펼칠 것이 아니라, 운송수입금 전액관리제를 완전히 정착시킬 수 있고, 나아가 월급제를 보편적 임금 체계로 유도할 수 있는 해석론이 요청된다.
반대의견1과 반대의견3은 정액사납금제의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애써 외면한 채 결과적으로 정액사납금제를 현재 모습 그대로 두자는 취지이어서 바람직하지 않다. 다수의견에 따르면, 단체협약 또는 취업규칙상 소정근로시간 단축 조항을 무효로 보아 이 사건 특례조항의 취지와 규범력을 강조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운송수입금 전액관리제 정착과 월급제 도입을 유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더라도 다수의견은 옳다.
이상과 같이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밝힌다.
10. 대법관 안철상의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가. 이 사건 특례조항은 입법자가 일반택시운송사업 영역의 임금 체계 하에서 최저임금 보장에 관한 특수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입법정책적 결단을 하여 만든 규정이다. 따라서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의 효력을 인정할 것인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공공성이 큰 일반택시운송사업의 공공사업 내지 특허기업적 성격을 고려하여야 한다. 즉 이 사건 특례조항은, 일반택시운송사업자와 택시운전근로자 사이의 근로관계를 규율하고 있지만, 사인(私人)이지만 운송사업 면허를 취득함으로써 공적 임무를 담당한다고 볼 수 있는 일반택시운송사업자의 특허기업 운영을 규제하여 국민의 공공복리를 증진하고자 하는 취지도 가지고 있음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나. 1)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수도·전기·가스·교통(운송) 등 국민의 일상생활에 필수적인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사업을 스스로 혹은 공기업을 통하여 운영할 수도 있고, 사인에게 그 사업에 관한 운영권을 설정해 줌으로써 운영하게 할 수도 있다. 이처럼 사인에게 공공사업의 운영권을 설정하여 주는 행정행위를 강학상 특허기업특허라고 한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은 일반택시운송사업을 운영하려면 국토교통부장관으로부터 면허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 면허는, 한편으로는 사업자의 자격·조건이나 영업 수행방식 등에 관하여 강한 규제를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진입 규제, 세제 혜택, 보조금 지원 등의 방법으로 사업자들 상호간의 과도한 경쟁을 제한하고 사업자를 지원하기 위하여, 공공성이 강한 운수사업 사업자에게 특별한 법적지위를 창설해주는 설권적 행정행위로서, 앞서 본 바와 같은 특허기업 특허에 해당한다.
2) 특허기업자에 대하여는 특허기업의 공공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실정법상 강도 높은 규제가 행해지는 것이 보통이다. 일반택시운송사업 역시 대중교통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공공성이 강한 특허기업으로서, 서비스의 품질과 계속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운송사업자의 계약의 자유와 영업의 자유를 제한하고 택시운전근로자들의 생활 안정과 근로조건 향상을 위한 방향으로 운송사업 운영을 규제할 필요성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규제는 궁극적으로 국민의 공공복리를 증진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3) 택시운전근로자의 근로시간과 임금은 단순히 일반택시운송사업자나 택시운전근로자의 사적 이익에만 관련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 공공의 안전이나 택시를 이용하는 일반 공중의 이익과 직결되는 문제이다. 만일 택시운전근로자가 장시간 저임금 노동에 시달린다면 과로 상태에서 안전운전이 보장될 수 없음은 물론이고, 운송수입을 늘리려는 의도에서 과속·난폭운전, 단거리 탑승거부, 합승 등의 위반행위가 늘어나 택시운송질서가 무너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입법자는 한편으로는 택시운송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조치들을 도입·시행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택시운전근로자의 생활 안정 도모와 근로조건 향상을 위해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왔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 사건 특례조항은 택시운전근로자들이 받는 임금 중 고정급의 비율을 높여 운송수입이 적은 경우라고 하더라도 최저임금액 이상의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고자 도입되었다. 결국 이 사건 특례조항은 택시운송사업 질서 확립을 통한 국민의 교통편익 증진이라는 공공복리 또한 실질적인 목적으로 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다. 이 사건 특례조항의 입법취지를 구현하는 것, 즉 택시운전근로자들의 적정한 고정급 보장을 통해 임금의 불안정성을 해소함으로써 택시운송질서를 확립하고 국민들의 교통편익을 증진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구체적인 일상생활의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하여 반드시 달성해야 할 공공선의 하나라 할 수 있다. 자가용 차량 보유가 일반화될수록 오히려 자기 소유 차량을 보유하지 못한 서민들의 입장에서는 필요한 경우에 자기 차량처럼 쉽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택시와 같은 대중교통 수단이 절실해진다. 자가용 차량을 보유한 사람들에게도 안전, 시간, 편의성 등 여러 여건상 불가피하게 택시를 이용하여야 할 수많은 사유가 존재한다. 국민을 위한 최상의 공공서비스가 제공되는 사회에서라면, 누구나, 필요한 경우에, 운행거리나 목적지, 이용시간대 등을 이유로 한 승차거부 또는 과속·난폭운전에 대한 염려 없이, 안전운전을 신뢰하면서, 자유롭고 편안하게 택시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라. 이처럼 이상적인 형태의 택시운송서비스 제공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적정한 임금체계의 정착을 통한 택시운전근로자의 생활안정 보장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입법자가 택시업계에서 활용되고 있는 정액사납금제 자체를 전면 금지하는 수단을 동원하지 않는 대신에, 정액사납금제 하에서 고정급의 비율을 지속적으로 인상해 나가려는 취지에서 이 사건 특례조항을 도입하였다면, 이 사건 특례조항은 철저하게 준수되어야 하고, 법원은 그와 같은 입법취지를 잠탈하는 효과를 가져오는 사적 합의의 효력을 인정하거나 개선의 필요성이 많은 현행 임금체계가 유지될 것을 전제로 하는 법률해석을 전개해서는 안 된다.
물론 이 사건 특례조항의 시행에 따라 일반택시운송사업자가 고정급을 인상하려면 당장은 사납금을 증액하는 방법을 택할 가능성이 매우 높고, 이 경우 택시운전근로자로서는 증액된 사납금을 납부하기 위해 여전히 운송수입을 늘려야만 하므로, 무리한 운행 방지를 통한 국민의 교통편익 증진이라는 궁극적 입법의도가 제대로 실현되지 않을 현실적인 우려가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법원이 현실적인 문제점 등을 이유로 고정급의 점차적 인상 및 운송수입금 전액관리제 유도 등 일반택시운송사업에서의 적정한 임금체계 정착을 도모하고자 하는 입법자의 의도를 외면하는 방향의 법해석을 시도한다면, 제도 개선은 요원해지고 택시운전근로자의 생활보장과 이를 통한 택시운송질서 확립 및 교통편익 증진이라는 공공선은 영영 달성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법원이 법질서 안에서 입법자의 입법목적과 의도를 존중하여 이 사건 특례조항의 취지가 실현될 수 있는 해석방안을 제시함으로써, 현행 일반택시운송사업 임금체계의 문제점이 점진적으로 개선될 수 있고, 입법자가 이 사건 특례조항의 도입을 통해 추구하는 발전적 변화가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기왕에 입법자가 입법정책적 결단을 통해 택시운전근로자의 최저임금을 안정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이 사건 특례조항을 도입하였고, 이 사건 특례조항의 취지를 구현함으로써 현대 복지사회에서 국민이 누려야 할 이상적인 택시운송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는 방향으로 특허사업인 일반택시운송사업 운영방식이 개선되고 발전할 수 있다면, 법원으로서도 이 사건 특례조항의 규범적 무게를 존중하여 그 입법취지를 최대한 살리는 법해석을 하여야 하지, 이 사건 특례조항의 규범력을 약화시키는 해석론을 전개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마. 결론적으로, 강행법규인 최저임금법이 이 사건 특례조항을 둔 취지 및 이 사건 특례조항의 입법과정과 함께 앞서 본 바와 같은 일반택시운송사업의 공공사업 내지 특허기업적 성격, 이 사건 특례조항이 의도하는 택시운전근로자의 생활 안정 보장이 국민의 교통편익 증진이라는 공공복리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이 사건 특례조항을 회피하기 위한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는 무효로 보아야 하고, 최저임금법을 회피하기 위한 합의가 무효인 이상, 사업자가 지급한 임금이 이 사건 특례조항을 적용하여 계산된 최저임금에 미달한다면 사업자는 당연히 미지급 임금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첨언한다면, 국가로서도, 일반택시운송사업의 현실적 여건상 위와 같은 법해석에 따른 이 사건 특례조항의 실행이 가져올 수도 있는 문제점 또는 부정적 효과들을 방치해서는 안 되고, 이 사건 특례조항이 구현하고자 하는 택시운전근로자의 안정적인 임금구조와 일반택시운송사업의 바람직한 임금체계가 우리 사회에 현실적으로 도입되어 탄탄하게 뿌리내릴 수 있도록, 택시운송사업자와 택시운전근로자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할 필요와 의무가 있음을 말하고 싶다.
이상과 같이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밝혀 둔다.
대법원장 김명수(재판장)
대법관 조희대 권순일 박상옥 이기택 김재형 박정화(주심) 안철상 민유숙 김선수 이동원 노정희 김상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