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1] 기간제 근로자에게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지 여부 및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 사용자의 갱신거절의 정당성에 대한 판단의 기준 시점은 원칙적으로 사용자의 갱신거절 당시, 즉 기간제 근로계약의 종료 당시를 기준으로 하되, 특히 갱신기대권 인정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기간제 근로계약의 종료 시점을 기준으로 그 당시까지 존재하는 당해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들을 종합하여 그 인정 여부를 판단해야 할 것이다.
[2] 제주특별자치도와 계약기간을 10개월 간으로 한 근로계약을 체결한 후 주정차 단속 보조업무를 담당하여 온 원고들이 기간 만료에도 불구하고 근로계약에 대한 갱신기대권이 존재한다고 주장하며, 제주특별자치도 측의 근로계약 갱신 거절은 부당해고에 해당하여 무효라는 확인을 구하나, 피고에게 이 사건 근로계약의 갱신이나 원고들에 대한 공무직 전환의무를 정한 명문 규정이 없고, 제반 사정에 비추어 원고들에게 이 사건 근로계약에 대한 정당한 갱신기대권이 있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피고가 이 사건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한 것은 무효라는 확인을 구하는 원고들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다.
◆ 제주지방법원 제2민사부 2018.10.18. 선고 2018가합10445 판결 [해고무효확인]
♣ 원 고 / 1. 〇〇〇 ~ 17. ●●●
♣ 피 고 / 제주특별자치도
♣ 변론종결 / 2018.09.13.
<주 문>
1.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가 원고들에게 한 2017.12.31.자 근로계약 갱신거절은 무효임을 확인한다.
<이 유>
1. 인정 사실
가. 원고들의 근로계약 체결
원고들은 2017.2.경 피고와, 계약기간을 2017.2.1.~2017.12.31.로 하여 제주시 내 주정차 단속 보조업무를 수행하는 내용의 근로계약을 각 체결하였다(이하 ‘이 사건 근로계약’이라 한다). 원고들의 근로계약서에는 “사용자는 계약만료 1개월 전에 별도의 심사를 거쳐 근로자와 재계약을 할 수 있다”라고 기재되어 있고, 적용법률로 <제주특별자치도 기간제 근로자 취업규정>(이하 ‘<기간제 취업규정>’이라 한다)이 기재되어 있다.
나. 채용공고, 취업규정의 내용
원고들을 채용할 당시 피고의 채용공고에는 채용근거로 “<기간제 취업규정> 제7조”가, 근무기간이 “근로계약 체결일로부터 11개월”로, 응시자 유의사항에 “금번 공개채용에 따른 근로계약자는 차기까지 근로계약 연장을 보장받는 것은 아닙니다”라고 기재되어 있었다. <기간제 취업규정>에는 근로계약 갱신에 관한 규정은 없다.
다. 피고의 해지 통보
1) 피고의 주차지도담당 ◍◍◍과 원고들은 2017.11.23. 회의를 개최하였는데, 피고는 원고들에게 “도로교통법상 주・정차 단속은 공무원만이 할 수 있어 원고들은 단속 권한이 없으므로, 주・정차 단속원의 권한 확보를 위하여 원고들과의 근로계약을 해지하고 임기제 공무원을 채용한다”고 밝혔다.
2) 피고는 2017.12.20. 원고들에게 이 사건 근로계약이 2017.12.31. 만료됨을 통보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1, 2, 11호증, 을 1~5호증, 변론 전체의 취지
2. 청구원인에 관한 원고들의 주장
① 원고들의 근로계약서나 <제주특별자치도 공무직 취업규정>(이하 ‘<공무직 취업규정>’이라 한다)에는 근로계약 갱신에 관한 규정이 존재하고, 원고들의 채용과정, 업무형태 등에 비추어 원고들에게는 이 사건 근로계약에 대한 갱신기대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2017.12.31. 원고들에 대한 근로계약 갱신을 거절하였는바, 이는 정당성을 결여하여 무효이다. ② 위 갱신거절은 사실상 해고에 해당하고, 근로기준법 제27조에 따르면 해고 시에는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하는데, 피고는 서면에 의한 해고통지 없이 원고들에 대한 근로계약 갱신을 거절하였는바, 이는 위 법규에 위반하여 무효이다.
3. 판 단
가. 관련 법리
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의 경우 그 기간이 만료됨으로써 근로자로서의 신분관계는 당연히 종료되고 근로계약을 갱신하지 못하면 갱신거절의 의사표시가 없어도 당연퇴직 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①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기간만료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해당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거나, ② 그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근로계약의 내용과 근로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계약갱신의 기준 등 갱신에 관한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여부 및 그 실태,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 등 당해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어 근로자에게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이를 위반하여 부당하게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효력이 없고, 이 경우 기간만료 후의 근로관계는 종전의 근로계약이 갱신된 것과 동일하다(대법원 2011.4.14. 선고 2007두1729 판결 등 참조).
나. 취업규칙상 근로계약 갱신이 인정되는지 여부
1) 원고들의 주장
원고들의 근로계약서 제9조는 “사용자는 계약만료 1개월 전에 별도의 심사를 거쳐 근로자와 재계약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공무직 취업규정> 제9조의2는 “상시・지속적 업무에 종사하는 공무직 전환대상이 되는 기간제 근로자는 인사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공무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규정하면서 그 적용 범위를 한정하지 않았으므로, 위 조항은 기간제 근로자인 원고들에게도 적용된다. 결국 원고들의 근로계약서 제9조와 <공무직 취업규정> 제9조의2는 원고들의 근로계약 갱신에 관한 규정으로서, 원고들의 이 사건 근로계약도 이에 따라 갱신되어야 한다.
2) 판단
가) 원고들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 및 근로계약 갱신 규정 존재 여부
원고들은 근로기간을 2017.12.31.까지로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한 기간제근로자에 해당하고, 근로계약서에서도 <기간제 취업규정>을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원고들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은 <기간제 취업규정>이다. 그런데 <기간제 취업규정>에는 근로계약 갱신에 관한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
나) <공무직 취업규정> 제9조의2가 원고들에게 적용되는 근로계약 갱신 규정인지 여부
(1) 갑 2호증에 의하면 <공무직 취업규정> 제9조의2에서 “상시・지속적 업무에 종사하는 공무직 전환대상이 되는 기간제 근로자에 대하여는 전환평가 및 제9조의3에 따른 인사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공무직으로 전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사실은 인정할 수 있다.
(2) 그러나 앞서 든 증거들, 을 7호증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공무직 취업규정> 제9조의2를 원고들에게 적용되는 계약갱신 규정으로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① <기간제 취업규정> 제3조제3항은 “2014.8.13. 이전에 상시・지속적 업무에 종사하는 것으로 채용된 기간제 근로자”로서 공무직 근로자로 전환될 사람에 대하여 <공무직 취업규정>을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② 여기에 <공무직 취업규정> 제9조의2는 2014.8.13. 신설되었는데, 피고가 위 2014.8.13. 취업규정을 개정하며 공무직 임용방식을 변경하는 과정의 과도적 조치로서 ‘공무직 조기전환 시행계획’을 만든 점을 고려하면 이는 2014.8.13. 이전에 채용된 기간제 근로자에 대한 규정으로 보인다. ③ 그런데 원고들은 2017.2.경 채용된 기간제 근로자로서 2014.8.13. 이전에 채용된 근로자가 아니므로 <공무직 취업규정> 제9조의2의 적용대상이 아니다.
다) 소결
그렇다면 피고에게 이 사건 근로계약을 갱신하거나 원고들을 기간의 정함이 없는 공무직으로 전환시킬 의무가 있음을 정한 명문 규정이 존재한다고 할 수 없다.
다. 갱신기대권의 인정 여부
1) 원고들의 주장
피고는 채용과정에서 원고들의 근로계약이 갱신될 것이라는 말을 하였고, 근로계약서에도 재계약을 할 수 있다는 취지가 기재되어 있었다. 피고는 단속권한에 관한 언급을 한 사실은 전혀 없었고 오히려 주정차 단속원을 200여 명 확보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원고들을 채용한 것이다. 또한 원고들과 같은 업무를 한 사람들도 공무직으로 전환된 바 있으며, 함께 근무하던 공무직들은 원고들의 재계약을 위해 자신들보다 원고들이 단속 실적을 더 쌓을 수 있도록 해주었으며, 주간별, 월별로 취합한 실적이 주차지도과장에게 보고되었다. 또한 정부의 정규직 전환정책추진에 따라 피고가 작성한 문서에도 기간제 주정차 단속원이 정규직 전환심의대상자로 포함되어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는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었다.
2) 판단
가) 판단 기준
기간제 근로자에게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지 여부 및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 사용자의 갱신거절의 정당성에 대한 판단의 기준 시점은 원칙적으로 사용자의 갱신거절 당시, 즉 기간제 근로계약의 종료 당시를 기준으로 하되, 특히 갱신기대권 인정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기간제 근로계약의 종료 시점을 기준으로 그 당시까지 존재하는 당해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들을 종합하여 그 인정 여부를 판단해야 할 것이다(대법원 2011.4.14. 선고 2007두1729 판결 등 참조).
나)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의 형성 여부
앞서 든 증거들, 갑 9, 10호증을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들에게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어서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① 원고들이 작성한 근로계약서에는 근로기간을 2017.12.31.로 명시하고 있고, “사용자는 계약만료 1개월 전에 별도의 심사를 거쳐 근로자와 재계약을 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을 뿐 계약갱신의 기준 등 갱신에 관한 요건이나 절차를 형성하는 규정은 전혀 없다.
② 피고는 채용공고에서도 “금번 공개채용에 따른 근로계약자는 차기까지 근로계약 연장을 보장받는 것은 아닙니다”라고 명시하였고, 2017.11.23.자 회의에서 원고들에게 계약을 해지하고 단속권한이 확실한 임기제 공무원을 선발한다는 취지를 전달하였으므로, 원고들로서도 적어도 이 당시에는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③ 원고들에게 적용되는 <기간제 취업규정>에는 계약갱신에 관한 규정이 존재하지 않고, 피고는 원고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후에도 별도로 갱신에 관한 요건이나 절차를 설정하지 않았으며, 기간제 근로자인 원고들에 대하여 계약갱신을 위한 근무평정이 이루어진 사실도 없다.
④ 도로교통법 제35조에 따르면 주차단속 업무는 공무원만이 할 수 있으므로 공무원의 지위를 가지고 있지 않은 공무직이나 기간제 근로자는 단속업무를 할 수 없고 그에 대한 보조업무만을 할 수 있을 뿐이다. 설령 피고가 공무직이나 기간제 근로자에게 단속업무를 맡겨왔다고 하더라도 이는 법 위반행위에 해당하므로 이를 근거로 계약갱신을 요구할 수는 없다.
⑤ 피고가 주정차 단속원을 200여 명 확보한다고 하였으나 이를 공무직 또는 기간제 근로자로 채용하려는 의사였다고 볼 수 없고, 단속 인원을 근로계약 갱신을 통하여서만 확보해야 하는 것으로 볼 수도 없다.
⑥ 갑 9, 10호증에 의하면 2017.9.27. 피고가 작성한 문서에 기간제 주정차단속원이 정규직 전환심의대상자에 포함되어 있는 사실은 인정할 수 있으나, 이는 피고 내부적으로 전환심의회에 상정할 자료를 만든 것에 불과하다.
라. 결론
피고에게 이 사건 근로계약의 갱신이나 원고들에 대한 공무직 전환의무를 정한 명문 규정이 없고, 원고들에게 이 사건 근로계약에 대한 갱신기대권이 있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피고가 이 사건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한 것은 무효라는 확인을 구하는 원고들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다.
판사 이의진(재판장) 장수진 이선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