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운전자가 피해자가 사상을 당한 사실을 인식하고도 구호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사고현장을 이탈하면서 피해자에게 자신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하여 준 경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3 제1항 소정의 ‘도주한 때’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3 제1항 소정의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0조제1항의 규정에 의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때’라 함은 사고 운전자가 사고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상을 당한 사실을 인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0조제1항에 규정된 의무를 이행하기 이전에 사고현장을 이탈하여 사고를 낸 자가 누구인지 확정될 수 없는 상태를 초래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므로, 사고 운전자가 사고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상을 당한 사실을 인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0조제1항에 규정된 의무를 이행하기 이전에 사고현장을 이탈하였다면, 사고 운전자가 사고현장을 이탈하기 전에 피해자에 대하여 자신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하여 주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0조제1항의 규정에 의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때’에 해당한다.
◆ 대법원 2002.01.11. 선고 2001도5369 판결 [도주차량·도로교통법위반]
♣ 피고인 / 피고인
♣ 상고인 / 검사
♣ 원심판결 / 수원지법 2001.9.17. 선고 2001노458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차량)의 점의 요지
피고인은 프라이드승용차를 운전하는 자인바,
2000.2.3. 21:45경 위 차를 운전하고 성남시 수정구 ○○파크 앞길을 모란 4거리 쪽에서 수진역 쪽으로 시속 약 50㎞로 진행함에 있어 그 곳은 전방에 신호등이 설치된 교차로가 있는 지점이어서 차량의 정지와 출발이 반복되는 지점이므로 이러한 경우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자로서는 전방좌우를 주시하면서 안전하게 운전하여야 할 업무상의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 한 채 그대로 진행한 과실로 때마침 전방에서 신호에 따라 정차중인 피해자 신○수 운전의 경기○○가4113호 카렌스승합차의 뒷범퍼 부분을 피고인의 차 앞부분으로 들이받아 위 피해자에게 약 3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뇌진탕상 등을 입게 하고도 즉시 정차하여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의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그대로 도주하였다.
2. 제1심 및 원심의 판단
제1심은 증거들에 의하여, 피고인의 업무상과실로 피해자가 위와 같은 상해를 입었음에도 피고인이 즉시 정차하여 피고인을 구호하는 등의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사실(제1심은 피고인이 도로교통법 제51조제1항에 정한 조치를 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도로교통법위반의 점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피고인이 위 교통사고 발생 후 현장에서 피해자의 요구에 따라 피해자에게 피고인의 주민등록증을 교부하고 자신의 사무실 전화번호를 가르쳐 주었는데, 피해자가 자신의 딸을 현장으로 부른 후 기다리고 있자, 사고발생 후 약 30분이 경과한 시점에서 더 이상 기다리지 않고 현장을 떠난 사실을 각 인정한 다음,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피고인은 비록 사고현장에서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0조제1항에 규정된 의무를 적절하게 이행하지는 아니하였으나, 자신의 인적사항과 전화연락처를 모두 가르쳐 주고 상당시간 현장에서 대기하다가 현장을 이탈한 것이므로, 피고인에게 도주의 범의가 있었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판단되고, 달리 피고인에게 도주의 범의가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무죄라고 판단하였고, 원심은 위와 같은 제1심의 사실인정이나 판단은 모두 정당하다고 하여 검사의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의 주장을 배척하고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3. 당원의 판단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3 제1항 소정의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0조제1항의 규정에 의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때’라 함은 사고 운전자가 사고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상을 당한 사실을 인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0조제1항에 규정된 의무를 이행하기 이전에 사고현장을 이탈하여 사고를 낸 자가 누구인지 확정될 수 없는 상태를 초래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므로(대법원 2001.1.5. 선고 2000도2563 판결 참조), 사고 운전자가 사고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상을 당한 사실을 인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0조제1항에 규정된 의무를 이행하기 이전에 사고현장을 이탈하였다면, 사고 운전자가 사고현장을 이탈하기 전에 피해자에 대하여 자신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하여 주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0조제1항의 규정에 의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때’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대법원 1996.4.9. 선고 96도252 판결 참조).
이 사건에 있어서 보건대, 피고인의 업무상의 과실로 피해자가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상해를 실제로 입었고,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한 구호조치의 필요성을 인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구호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사고현장을 이탈한 것으로 인정된다면, 설령 피고인이 사고현장을 이탈하기 전에 피해자에게 피고인의 주민등록증을 교부하고 자신의 사무실 전화번호를 가르쳐 주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에게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3 제1항 소정의 도주의 범의가 있었다고 할 것이어서, 피고인에게 도주의 범의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하여 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3 제1항 소정의 도주의 범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할 것이다.
따라서 원심판결 중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죄에 대한 부분은 파기를 면하지 못할 것인바,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도로교통법위반죄는 위 죄와 상상적 경합범의 관계에 있거나 포함되어 있고, 또한 이 사건에서 제1심이 공소를 기각한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의 점은 위 죄에 포함되어 있으므로, 결국 원심판결은 모두 파기되어야 할 것이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변재승(재판장) 송진훈 윤재식 이규홍(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