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도로교통법 제50조제1항, 제2항이 규정한 교통사고발생시의 구호조치의무 및 신고의무는 차의 교통으로 인하여 사람을 사상하거나 물건을 손괴한 때에 운전자 등으로 하여금 교통사고로 인한 사상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신속히 취하게 하고, 또 속히 경찰관에게 교통사고의 발생을 알려서 피해자의 구호, 교통질서의 회복 등에 관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하게 하기 위한 방법으로 부과된 것이므로 교통사고의 결과가 피해자의 구호 및 교통질서의 회복을 위한 조치가 필요한 상황인 이상 그 의무는 교통사고를 발생시킨 당해 차량의 운전자에게 그 사고발생에 있어서 고의·과실 혹은 유책·위법의 유무에 관계없이 부과된 의무라고 해석함이 상당할 것이므로, 당해 사고에 있어 귀책사유가 없는 경우에도 위 의무가 없다 할 수 없고, 또 위 의무는 신고의무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므로 타인에게 신고를 부탁하고 현장을 이탈하였다고 하여 위 의무를 다한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 대법원 2002.05.24. 선고 2000도1731 판결 [도주차량·도로교통법위반]

♣ 피고인 / 피고인

♣ 상고인 / 피고인 및 검사

♣ 원심판결 / 대전고법 2000.3.24. 선고 99노323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1. 검사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차량) 부분의 요지는, 피고인이 1997.4.14. 20:40경 5t 라이노 화물차량(이하 ‘5t 화물차’라고만 한다)을 운전하여 논산시 채운면 장화리 소재 부교 옆 농로에서 논산방면으로 진행하고자 역주행한 업무상과실로 논산방면에서 강경방면으로 자기 차선을 따라 진행하던 피해자 박○길 운전의 충남 ○○가 1485호 1t 포터 화물자동차(이하 ‘1t 화물차’라고만 한다)의 전면 좌측 코너 판넬부위를 5t 화물차의 좌측 뒤후미 적재함 부위로 들이받아 그 충격으로 1t 화물차가 급좌회전하여 미끄러지면서 도로를 가로질러 반대편 전봇대에 충돌하여 위 박○길이 사망하고, 1t 화물차에 동승한 피해자 김○수에게 약 4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상해를 입게 하고도 즉시 정차하여 피해자들을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도주하였다는 것이다.

 

나. 이에 대하여 원심은, 위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거로 검사가 내세우는 증거 중, ① 고○석의 검찰 2회 진술, 1심 및 원심에서의 진술은, 경찰, 검찰, 1심 및 원심에서의 진술이 일관되지 못하고, 그의 진술에 따랐을 때 5t 화물차가 나왔다는 부교 옆 농로는 5t 화물차가 화물을 가득 실은 상태에서 진입하는 것이 불가능해 보이고, 농로로 가야 할 특별한 사정을 찾아보기 어려우며, 1t 화물차가 진행하던 2차선에서 반대 차선쪽 갓길 부근까지 좌곡선 모양으로 급회전하면서 요마크와 스키드마크를 흐리게 내고 있는데, 오른쪽 앞바퀴에 의한 요마크가 5t 화물차가 진행하던 2차선 부근에서 순간적으로 진하게 나타나고, 왼쪽 앞바퀴의 스키드마크는 위 지점에서 단절되면서 튕긴 형태의 자국(스킵 스키드마크)이 나타나, 그 지점에서 충돌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에서 신빙성이 없고, ② 김○옥의 경찰 이래 진술 및 박용규의 경찰 및 검찰에서의 진술은, 이들이 사고를 목격한 것이 아니고, 고○석으로부터 들어 알거나 자신의 견해를 말하는 것에 불과하여 직접적 증거가 되지 못하는바, 고○석의 진술을 믿지 못하는 한 이들 역시 믿기 어려우며, ③ 이○석의 1심 법정진술, 이홍석 작성의 감정서, 안○남 작성의 교통사고원인분석소견서는, 사고 현장의 도로상에 나타난 요마크 등을 토대로 충돌지점을 추정한 것인데,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의 진행차선에서 충돌한 것으로 인정되므로, 이와 반대견해인 위 각 증거는 믿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이 부분에 대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할 것이로되,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는 재물손괴 후 조치불이행의 점에 관하여 유죄를 선고하므로 따로 주문에서 무죄 선고는 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였다.

 

다. 공소사실은 검사가 입증하여야 하는 것으로서, 그 입증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생기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하는 것이고, 이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할 것인바,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보면, 원심이, 검사가 이 사건 공소사실을 입증할 증거라 하여 제출한 각 증거를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하여 채용하지 아니하고, 피고인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파기한 것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경험칙이나 채증법칙에 위배한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없다.

 

2. 피고인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도로교통법 제50조제1항, 제2항이 규정한 교통사고발생시의 구호조치의무 및 신고의무는 차의 교통으로 인하여 사람을 사상하거나 물건을 손괴한 때에 운전자 등으로 하여금 교통사고로 인한 사상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신속히 취하게 하고, 또 속히 경찰관에게 교통사고의 발생을 알려서 피해자의 구호, 교통질서의 회복 등에 관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하게 하기 위한 방법으로 부과된 것이므로 교통사고의 결과가 피해자의 구호 및 교통질서의 회복을 위한 조치가 필요한 상황인 이상 그 의무는 교통사고를 발생시킨 당해 차량의 운전자에게 그 사고발생에 있어서 고의·과실 혹은 유책·위법의 유무에 관계없이 부과된 의무라고 해석함이 상당할 것이므로 (대법원 1981.6.23. 선고 80도3320 판결, 1990.9.25. 선고 90도978 판결 등 참조), 당해 사고에 있어 귀책사유가 없는 경우에도 위 의무가 없다 할 수 없고, 또 위 의무는 신고의무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므로 타인에게 신고를 부탁하고 현장을 이탈하였다고 하여 위 의무를 다한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다.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교통사고시 피고인 운전의 5t 화물차와 위 1t 화물차가 충돌하여 1t 화물차가 폐차되도록 손괴되는 교통사고가 발생한 사실을 피고인이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즉시 정차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원심이 위 법리에 따라 피고인을 위 도로교통법위반죄로 의율·처단한 것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도로교통법 소정의 사고 후 조치의무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결 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송진훈(재판장) 변재승 윤재식(주심) 이규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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