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구 사면법 제5조제1항제1호, 제2호, 제5호, 제2항은 ‘일반사면과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의 특별사면은 형의 선고의 효력을 상실케 하고, 복권은 형의 선고의 효력으로 인하여 상실 또는 정지된 자격을 회복시키나, 형의 선고에 의한 기성의 효과는 사면과 복권으로 인하여 변경되지 않는다’라고 규정하므로, 사면과 복권이 있더라도 그 대상인 형의 선고의 효력이나 그로 인한 자격상실 또는 정지의 효력이 장래를 향하여 소멸될 뿐, 형을 선고받은 범죄사실 자체가 부인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원고가 재직 중의 직무 관련 범죄행위에 대하여 이 사건 확정판결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아 쟁점 조항상의 퇴직연금 감액사유에 해당하게 된 이상, 그 후 형의 선고의 효력을 상실케 하는 특별사면・복권을 받았다고 하여 위 퇴직연금 감액사유가 소멸된다고 볼 수 없다.
◆ 서울행정법원 제6부 2018.06.01. 선고 2017구합83461 판결 [퇴직연금지급청구]
♣ 원 고 / 변○○
♣ 피 고 / 공무원연금공단
♣ 변론종결 / 2018.05.11.
<주 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139,166,720원 및 이에 대한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 다음날부터 갚는 날까지 연 15%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 유>
1. 인정사실
가. 원고는 2007년경 청와대 ○○○○으로 재직하던 중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등의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되자 퇴직하였다.
나. 원고는 2007.9.20. 피고에게 퇴직연금 및 퇴직수당의 지급을 신청하였다. 피고는 2007.10.15. 원고에게 ‘원고가 현재 공무원 재직 중의 금고 이상의 형에 처할 범죄행위로 인하여 수사가 진행 중에 있거나 형사재관이 계속 중에 있는 때에 해당하므로, 공무원연금법 제64조, 공무원연금법 시행령 제55조에 근거하여 퇴직수당의 1/2의 지급을 유보하고, 향후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다음달부터 퇴직연금의 1/2의 지급을 제한한다’는 내용의 ‘퇴직급여 등 제한(유보)내역 안내’를 하였다.
다. 원고는 2008.3.31.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유죄판결을 선고받았고, 이에 대한 원고의 항소 및 상고가 모두 기각되어 위 유죄판결이 2009.1.30. 확정되었다(이하 ‘이 사건 확정판결’이라 한다).
라. 피고는 2007.10.부터 2009.12.까지는 매월 원고에게 퇴직연금을 감액 없이 지급해오다가 이 사건 확정판결 후 2010.1.부터 현재까지는 매월 원고에게 퇴직연금의 1/2을 감액하여 지급해오고 있는데, 피고가 2012.11.부터 2017.10.까지 감액한 퇴직 연금액은 합계 139,166,720원이다.
마. 법무부장관은 2010.8.15.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사면법 제5조, 제7조에 근거하여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확정판결의 형의 선고의 효력을 상실케 하는 특별사면・복권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피고의 본안전항변에 대한 판단
가. 피고의 본안전항변
원고는 현재 피고에게 퇴직급여의 지급을 구할 수 있는 구체적인 권리를 갖고 있지 아니한바, 원고의 퇴직급여 신청에 따른 피고의 부지급 결정에 대하여 항고소송을 제기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직접 피고를 상대로 퇴직급여의 지급을 구하는 당사자소송을 제기할 수는 없으므로,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다.
나. 판 단
공무원연금법상 퇴직연금 등의 급여는 급여를 받을 권리를 가진 자의 신청에 따라 공무원연금공단이 그 지급결정을 함으로써 그 구체적인 권리가 발생하는 것이므로, 공무원연금공단의 급여에 관한 결정은 국민의 권리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것이어서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나, 공무원연금공단의 인정에 의하여 퇴직연금을 지급받아 오던 중 법령의 규정에 따라 퇴직연금 중 일부 금액의 지급이 정지된 경우에는 법령의 규정에 따라 퇴직연금액이 확정되는 것이지 공무원연금공단의 퇴직연금 결정과 통지에 의하여 비로소 그 금액이 확정되는 것이 아니므로, 공무원연금공단이 퇴직연금 중 일부 금액에 대하여 지급거부의 의사표시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의사표시는 퇴직연금 청구권을 형성・확정하는 행정처분이 아니라 공법상의 법률관계의 한쪽 당사자로서 그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나름대로의 사실상・법률상 의견을 밝힌 것에 불과하다고 할 것이어서 이를 행정처분이라고 볼 수 없다. 그리고 이러한 미지급 퇴직 연금에 대한 지급청구권은 공법상 권리로서 그 지급을 구하는 소송은 공법상의 법률관계에 관한 소송인 공법상 당사자소송에 해당한다(대법원 2003.9.5. 선고 2002두3522 판결, 대법원 2004.12.24. 선고 2003두15195 판결 등 참조).
앞서 인정한 사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원고는 2007.9.20. 피고에게 퇴직연금의 지급을 신청하여 이를 받아들인 피고로부터 2007.10.부터 2009.12.까지 매월 퇴직연금을 감액 없이 지급받아오다가 이 사건 확정판결 후 2010.1.부터 현재까지는 공무원연금법 제64조제1항제1호, 공무원연금법 시행령 제55조제1항제1호 나목에 따라 매월 퇴직연금의 1/2의 지급을 제한받고 있는바, 위 퇴직연금 감액은 피고의 별도의 처분에 의한 것이 아니라 법령의 규정에 따라 정해진 것이므로, 원고는 피고에게 공법상 당사자소송의 형태로 위 감액된 퇴직연금에 대하여 지급을 구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의 본안전항변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3. 미지급 퇴직연금 지급의무 존부에 대한 판단
가. 원고의 주장
원고는 이 사건 확정판결 후 2010.8.15. 형의 선고의 효력을 상실케 하는 특별사면・복권을 받아 더 이상 공무원연금법 제64조제1항제1호의 퇴직급여 감액사유인 ‘재직 중의 사유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거나 확정된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위 특별사면・복권 이후의 퇴직연금은 감액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미지급한 퇴직연금 중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은 2012.11.부터 2017.10.까지의 합계액 139,166,72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나. 판 단
1) 공무원연금법(2016.1.27. 법률 제1392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부터 현행법까지) 제64조제1항제1호는 ‘공무원이거나 공무원이었던 자가 재직 중의 사유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거나 확정된 경우(직무와 관련이 없는 과실로 인한 경우 및 소속 상관의 정당한 직무상의 명령에 따르다가 과실로 인한 경우는 제외한다)에는 퇴직급여 및 퇴직수당의 일부를 감액하여 지급하되, 이미 낸 기여금의 총액에 이자를 가산한 금액 이하로 감액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이하 ‘쟁점 조항’이라 한다).
2) 그런데 공무원에 대한 퇴직급여는 사회보장적 급여로서의 성격을 가짐과 동시에 공로보상 내지 후불임금으로서의 성격도 함께 가진다 할 것인바, 쟁점 조항은 공무원이 퇴직한 뒤 그 재직 중의 근무에 대한 보상을 함에 있어 공무원으로서의 신분이나 직무상 의무를 다하지 못한 공무원과 성실히 근무한 공무원을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이 오히려 불합리하다는 측면과 아울러 위와 같이 보상액에 차이를 둠으로써 공무원 범죄를 예방하고 공무원이 재직 중 성실히 근무하도록 유도하는 효과를 고려한 것이다[헌법재판소 2007.3.29. 선고 2005헌바33 결정, 헌법재판소 2013.8.29. 선고 2010헌바354, 2011헌바36, 44, 2012헌바48(병합) 결정 참조].
따라서 쟁점 조항상 퇴직금 감액은 단순히 금고 이상의 형을 받거나 확정된 것을 요건으로 하는 불이익이나 자격제한이 아니라, 재직 중 직무 관련 범죄 또는 직무와 무관하더라도 고의의 범죄를 저질러 금고 이상의 형사처벌에 이르게 된 데에 대한 제재에 해당한다.
3) 나아가 구 사면법 제5조제1항제1호, 제2호, 제5호, 제2항(2012.2.10. 법률 제1130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은 ‘일반사면과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의 특별사면은 형의 선고의 효력을 상실케 하고, 복권은 형의 선고의 효력으로 인하여 상실 또는 정지된 자격을 회복시키나, 형의 선고에 의한 기성의 효과는 사면과 복권으로 인하여 변경되지 않는다’라고 규정하므로, 사면과 복권이 있더라도 그 대상인 형의 선고의 효력이나 그로 인한 자격상실 또는 정지의 효력이 장래를 향하여 소멸될 뿐, 형을 선고받은 범죄사실 자체가 부인되는 것은 아니다.
4) 그렇다면 원고가 재직 중의 직무 관련 범죄행위에 대하여 이 사건 확정판결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아 쟁점 조항상의 퇴직연금 감액사유에 해당하게 된 이상, 그 후 형의 선고의 효력을 상실케 하는 특별사면・복권을 받았다고 하여 위 퇴직연금 감액사유가 소멸된다고 볼 수 없다.
4. 결 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성용(재판장), 권수아, 김지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