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1] 산업별 노동조합의 지회 등이 기업별 노동조합에 준하는 실질을 가지고 있거나 기업별 노동조합과 유사한 근로자단체로서 독립성이 인정되어 법인 아닌 사단이라고 볼 수 있는 경우,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16조 제1항 제8호 및 제2항에서 정한 조직형태 변경 결의를 통하여 기업별 노동조합으로 전환할 수 있고, 이때 노동조합을 둘러싼 종전의 재산상 권리·의무나 단체협약의 효력 등의 법률관계가 새로운 조직형태의 노동조합에 그대로 유지·승계된다.
[2] 산업별 노동조합의 지회 등이 기업별 노동조합에 준하는 실질이나 기업별 노동조합과 유사한 근로자단체로서 법인 아닌 사단의 실질을 갖추지 못하였음에도 총회 등을 통해 기업별 노동조합으로 조직형태를 변경하면서 이를 전제로 조합비 등 기존 재산 전부를 새로운 기업별 노동조합에 포괄적으로 이전하는 결의를 한 경우, 조직형태 변경 및 재산이전 결의는 무효이다.
◆ 대법원 2018.01.24., 선고 2014다203045 판결 [부당이득금반환]
♣ 원고, 상고인 / 전국○○노동조합한국○○축협지부
♣ 피고, 피상고인 / 한국○○농협노동조합
♣ 원심판결 / 서울북부지법 2014.1.10. 선고 2013나20296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북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참고자료와 탄원서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 제16조제1항제8호와 제2항은 노동조합이 설립되어 존속하고 있는 도중에 총회에서 재적조합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조합원 2/3 이상의 찬성으로 노동조합의 조직형태를 변경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이 규정은 노동조합법에 따라 설립된 노동조합을 그 대상으로 삼고 있으나, 산업별 노동조합의 지부・분회・지회 등의 하부조직(이하 ‘지회 등’이라 한다)이라고 하더라도 독자적인 단체교섭과 단체협약체결 능력이 있어 기업별 노동조합에 준하는 실질을 가지고 있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기업별 노동조합과 유사한 근로자단체로서 독립성이 인정되어 법인 아닌 사단이라고 볼 수 있는 경우에는 총회의 결의를 통하여 그 소속을 변경하고 독립한 기업별 노동조합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6.2.19. 선고 2012다9612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노동조합법이 위와 같이 노동조합의 조직형태 변경을 허용하고 있는 것은 노동조합의 해산・청산과 신설 절차를 밟지 않고 조직형태를 변경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노동조합을 둘러싼 종전의 재산상 권리・의무나 단체협약의 효력 등의 법률관계가 새로운 조직형태의 노동조합에 그대로 유지・승계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대법원 2016.12.29. 선고 2015두1151 판결 참조). 그런데 산업별 노동조합의 지회 등이 기업별 노동조합에 준하는 실질이나 기업별 노동조합과 유사한 근로자단체로서 법인 아닌 사단의 실질을 갖추지 못하여 조직형태를 변경할 수 없는 경우에 결의를 통해 산업별 노동조합을 탈퇴하고 조합비 등 기존 재산 전부를 새로 설립한 기업별 노동조합에 포괄적으로 이전하는 것을 허용한다면, 조직형태 변경의 주체가 될 수 없는 지회 등이 우회적인 방법으로 사실상 조직형태를 변경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결과에 이를 수 있게 되어 조직형태 변경 제도의 취지가 잠탈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산업별 노동조합의 지회 등이 총회 등을 통해 기업별 노동조합으로 조직형태를 변경하면서 이를 전제로 조합비 등 기존 재산 전부를 새로운 기업별 노동조합에 포괄적으로 이전하는 결의를 하더라도 그러한 결의는 조직형태 변경 결의로서뿐만 아니라 재산을 이전하는 결의로서도 효력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
2. 가.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의 사실을 알 수 있다.
(1) 원고는 산업별 노동조합인 전국축산업협동조합노동조합(이하 ‘전국축협노조’라 한다)의 지부로서 한국○○축산업협동조합의 근로자들을 그 조직대상으로 한다.
(2) 2011.8.26. 개최된 원고의 총회에서 출석 조합원 60명 중 51명의 찬성으로 전국축협노조를 탈퇴하고, 원고의 조직형태를 기업별 노동조합인 피고로 변경하며, 조합비 등 기존의 권리를 피고에게 승계하는 것 등을 내용으로 하는 이 사건 총회 결의를 하였다.
(3) 이 사건 총회 결의 후 당시 피고의 대표자 소외인은 원고 명의로 개설된 이 사건 각 계좌 중 일부 계좌의 예금주 명의를 피고로 변경하고, 일부 계좌를 해지・인출하였다.
나. 원심은 산업별 노동조합의 지부인 원고에게 조직형태를 변경할 권한이 없더라도 이 사건 총회 결의는 원고의 재산을 포괄적으로 이전하는 결의로서는 유효하다고 판단하였다. 그 이유로 원고가 독립적으로 산업별 노동조합의 지부에서 기업별 노동조합으로 조직형태를 변경할 권한은 없지만, 현실적으로 산업별 노동조합이 원고의 조직형태에 관한 변경 결의를 할 가능성이 없는 상황에서 원고가 조합원들의 결의로 새로운 기업별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재산을 이전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점 등을 들었다.
3.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가. 원심은 산업별 노동조합의 지부인 원고에게는 조직형태를 변경할 권한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으나, 이러한 판단은 앞에서 본 대법원 2016.2.19. 선고 2012다96120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에는 유지될 수 없다.
이 사건 총회 결의의 경위와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총회 결의는 산업별 노동조합의 하부조직인 원고가 기업별 노동조합인 피고로 조직형태를 변경하면서 그에 부수하여 조합비 등 기존의 권리를 피고에게 포괄적으로 승계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므로 그 주된 결의사항은 원고의 조직형태를 기업별 노동조합으로 변경하는 데 있다고 보아야 한다. 만일 원고가 독자적인 단체교섭을 진행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능력이 있는 등 기업별 노동조합에 준하는 실질을 가지고 있거나 기업별 노동조합과 유사한 근로자단체로서 법인 아닌 사단이라고 볼 수 있다면 이 사건 총회 결의는 조직형태 변경 결의로서 효력이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원고의 설치 경위나 정관이나 규약의 내용, 관리・운영 실태, 구체적인 활동 내용 등에 비추어 원고가 조직형태 변경의 주체가 될 수 있는지 등을 심리하여 이 사건 총회 결의가 조직형태 변경 결의로서 유효한지를 먼저 판단하였어야 한다.
나. 원심이 이 사건 총회 결의가 조직형태 변경 결의로서 효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원고의 재산을 포괄적으로 이전하는 결의로서는 유효하다고 판단한 부분도 타당하다고 볼 수 없다. 원고가 기업별 노동조합에 준하는 실질을 가지지 않고 기업별 노동조합과 유사한 근로자단체로서 법인 아닌 사단의 실질도 갖추지 못하여 기업별 노동조합으로 전환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면, 이 사건 총회 결의는 조직형태 변경 결의로서 효력이 없음은 물론 원고의 재산을 포괄적으로 이전하는 재산이전 결의로서도 효력이 없다고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다. 한편 원심은 원고의 2011.8.23.자 총회 결의를 통해 피고가 설립되었다고 전제하고 있다. 그러나 원심판결 이유에 따르면, 원고의 지부장이었던 소외인은 원고의 조직형태를 기업별 노동조합으로 변경할 의도로 2011.8.11. 조직형태 변경 등을 안건으로 하여 2011.8.23.자 총회의 소집공고를 하였다가, 2011.8.19. 다시 조직형태 변경 등을 안건으로 2011.8.26.자 총회의 소집공고를 하였고, 2011.8.26. 개최된 총회에서 출석한 조합원 60명 중 51명의 찬성으로 원고의 조직형태를 피고로 변경하는 등의 이 사건 총회 결의를 하였다. 피고 또한 2011.8.23.자 총회를 위해 2011.8.11. 소집공고를 하였다가 2011.8.26.로 총회를 연기하면서 2011.8.19. 다시 소집공고를 하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사정을 감안하면, 피고는 2011.8.23.자 총회의 설립 결의가 아니라 2011.8.26.자 총회의 조직형태 변경 결의에 기초하여 존재하게 되었다고 볼 여지가 크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2011.8.23.자 총회의 개최 여부와 그때 이루어진 결의의 구체적 내용, 2011.8.23. 설립 결의가 있었다면 원고 조합원들이 그 직후인 2011.8.26. 총회에서 설립 결의와는 모순되는 조직형태 변경 결의를 다시 하게 된 경위와 당시 조합원들의 진정한 의사, 조합원들이 원고로부터 탈퇴한 시기, 피고의 규약이 제정되거나 대표자 등 임원이 선출된 시점 등을 면밀히 심리한 다음, 피고의 설립 근거와 시점을 분명히 하여야 한다.
4. 위와 같이 원심판결에는 산업별 노동조합 하부조직의 조직형태 변경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창석(재판장) 조희대 김재형(주심) 민유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