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취업규칙은 사용자에 의하여 일방적으로 작성된 근로자에 대한 복무규율과 근로조건에 관한 준칙의 내용을 정한 사업장 내부의 규칙으로서 근로계약과의 관계에서 최저한의 기준을 설정하는 효력을 가지는 데 그친다. 즉 취업규칙은 그것이 정한 기준에 미달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근로계약을 그 부분에 한하여서만 무효로 하는 효력을 가질 뿐이고, 취업규칙에 정한 내용보다 근로계약에 정한 근로조건이 근로자에게 유리한 것인 때에는 당연히 근로계약에 정한 근로조건이 취업규칙보다 우선하여 유효하게 적용된다. 또한 취업규칙이 근로계약과의 관계에서 최저한의 기준을 설정하는 효력만 가지는 이상, 근로계약을 체결한 이후 시점에 취업규칙이 적법한 절차를 거쳐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되었다고 하여 유리한 근로계약에 우선하여 불리하게 변경된 취업규칙이 적용된다고 볼 수도 없다.
◆ 울산지방법원 제11민사부 2017.06.14. 선고 2016가합23102 판결 [채무부존재확인]
♣ 원 고 / 주식회사 ○○산업
♣ 피 고 / 정○○
♣ 변론종결 / 2017.04.26.
<주 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원고의 피고에 대한 임금지급채무 중 만근수당 및 제 수당지급채무는 존재하지 아니함을 확인한다.
<이 유>
1. 기초사실
가. 원고는 ○○ 동구 ○○○순환도로 소재 ○○중공업 해양사업부 내에서 근로자를 사용하여 해양구조물의 조립업무 일부를 도급받아 수행하는 ○○중공업의 사내협력회사이고, 피고는 원고에 재직 중인 근로자이다. 원고는 피고와 사이에 ‘피고가 실제 근무한 날짜가 월 20일 이상인 경우 약정수당을 지급하고, 만근수당의 액수는 월 600,000원으로 한다.’는 내용의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이하 ‘이 사건 근로계약’이라 한다).
나. 원고는 자금 상황이 악화되자 2016.4.11. 노사협의회를 개최하여 인원감축, 임금조정 등을 내용으로 하는 자구계획안을 의결하고, 2016.4.12. 노사협의회 의결결과를 공고하고, 2016.4.26. 원고 소속 근로자 206명 중 144명(69.9%)의 근로자들로부터 ‘기본임금 외에 모든 약정수당을 폐지한다.’, ‘본 합의사항은 2016.5.1.부터 시행한다.’는 내용의 자구계획안(이하 ‘이 사건 자구계획안’이라 한다)에 동의한다는 취지의 동의서를 제출 받았다.
다. 피고는 이 사건 자구계획안에 대하여 동의를 하지 않았고, 이 사건 자구계획안에 따라 근로조건이 변경된 근로계약서에 서명하거나 날인하지도 않았다.
라. 원고는 약정수당을 폐지한다는 내용의 이 사건 자구계획안에 대하여 원고 소속 근로자들 과반수가 동의한 이상 피고에게 약정수당을 지급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고, 이 사건 근로계약에 근거하여 피고에게 지급해오던 만근수당을 지급하지 아니하였다(2016.5.분 만근수당 600,000원과 2016.6.분 만근수당 600,000원 합계 1,200,000원을 미지급하였다). 이에 피고는 ‘원고가 위 만근수당을 지급하지 아니하여 근로기준법을 위반하였다.’며 부산지방고용노동청 울산지청에 원고의 대표이사 박○규를 근로기준법위반 혐의로 고소하였다.
마. 이에 부산지방고용노동청울산지청은 고소인인 피고와 피고소인인 원고의 대표이사 박○규를 각 조사한 뒤 원고의 대표이사 박○규를 임금미지급으로 인한 근로기준법위반 혐의로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하였다. 이에 검찰은 원고의 피고에 대한 만근수당 미지급 혐의에 관하여 수사를 한 후, 2016.9.9. 원고의 대표이사 박○규에 대하여 ‘원고의 경영자로서 피고의 사용자인 박○규가 피고에게 2016.5.분 만근수당 600,000원과 2016.6.분 만근수당 600,000원을 임금정기지급일에 각 지급하지 않았다.’는 혐의로 울산지방법원 2016고약10811호로 약식명령을 청구하였다.
바. 원고의 대표이사 박○규는 위 법원으로부터 벌금 500,000원의 약식명령을 발령받고 같은 법원 2016고정1231호로 정식재판을 청구하였는데, 위 법원은 2017.3.17. ‘원고가 기본임금 외에 모든 약정수당을 폐지한다는 취지의 이 사건 자구계획안에 대하여 노사협의회를 거쳐 근로자들의 과반수의 동의를 얻음으로써 취업규칙을 적법하게 변경하였고, 그에 따라 원고는 피고에게 더 이상 만근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원고의 대표이사 박○규에게 무죄판결을 선고하였고, 이에 대하여 검사가 울산지방법원 2017노399호로 항소를 제기하여 위 사건은 항소심에 계속 중이다.
사. 한편 부산지방고용노동청 울산지청은 2016.9.22. 원고가 피고에게 합계 1,200,000원(= 2016.5.분 임금 600,000원 + 2016.6.분 임금 600,000원)을 체불하였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체불 임금등 사업주 확인서’를 피고에게 발급해 주었다.
아. 원고는 임금결정과 관련하여 취업규칙 제56조에 “개별 임금수준의 결정 등 임금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은 개별근로계약으로 정하되, 경영사정 및 업무상 필요에 따라 일률적으로 적용될 기준을 마련할 경우는 그에 의한다.”라는 내용의 규정을 두고 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5호증,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가지 번호 있는 것은 가지 번호 포함, 이하 같다), 변론 전체의 취지
2. 판 단
가. 당사자들의 주장
1) 원고 주장의 요지
원고는 ‘임금삭감 및 제 수당 폐지’에 관한 내용을 담은 이 사건 자구계획안을 제안하였고, 이에 대하여 원고 소속 근로자들 과반수가 동의하여 이 사건 자구계획안 내용대로 취업규칙이 변경되었으므로, 변경된 취업규칙에 따라 원고의 피고에 대한 만근수당 및 제 수당(약정수당, 이하 ‘약정수당’이라 한다) 지급채무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2) 피고 주장의 요지
가) 원고 소속 근로자들의 임금 등에 관한 사항은 취업규칙이 아니라 개별근로계약으로 정한 사항이므로, 개별근로계약을 통해서만 이를 변경할 수 있고, 취업규칙의 변경절차를 통하여서는 그 내용을 변경할 수 없다.
나) 피고는 임금을 삭감하는 내용의 근로계약서에 동의한 적이 없으므로, 원고는 2016.5.1. 이후에도 이 사건 근로계약에 따른 만근수당 등 약정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다) 설령 원고의 취업규칙이 이 사건 자구계획안 내용대로 유효하게 변경되었다고 하더라도, 노동법상 ‘유리한 조건 우선의 원칙‘에 따라 근로자에게 더 유리한 이 사건 근로계약이 변경된 취업규칙보다 우선 적용되는 것이므로, 피고에게 더 유리한 이 사건 근로계약에 따라 만근수당은 지급되어야 한다.
나. 판단
1) 임금에 관한 사항을 취업규칙으로 변경할 수 있는지 여부
피고는, 개별근로계약을 통해서만 임금 등에 관한 사항을 변경할 수 있고, 취업규칙의 변경절차를 통하여서는 그 내용을 변경할 수 없다고 주장하므로 살피건대, 갑 제3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 소속 근로자들의 임금 등에 관한 사항은 취업규칙이 아니라 개별근로계약으로 정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앞서 본 원고의 취업규칙 제56조 규정에 의하면, 임금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은 개별근로계약에서 정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예외적으로 경영사정 및 업무상 필요에 따라 일률적으로 적용될 임금에 관한 기준을 마련할 경우 그에 의할 수도 있을 것으로 판단되므로, 원고 소속 근로자의 임금에 관한 사항을 취업규칙으로 변경할 수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다만, 아래에서 살펴보는 바와 같이 취업규칙에 정한 내용보다 근로계약에 정한 근로조건이 근로자에게 유리한 것인 때에는 근로계약에 정한 근로조건이 취업규칙보다 우선하여 유효하게 적용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으므로, 이 사건 자구계획안의 내용대로 원고의 취업규칙이 변경되었는지에 대하여 아래에서 살펴보기로 한다.
2) 취업규칙의 변경 여부
종업원의 근로조건 변경을 내용으로 하는 자구계획서가 명칭에 관계없이 취업규칙에 해당하고, 자구계획서의 내용이 회사 내 홍보매체를 통하여 전 종업원에게 알려지고, 회사근로자 과반수가 가입한 노조도 위와 같은 취업규칙의 변경에 동의하였다면 변경된 취업규칙의 효력이 발생한다(대법원 2004.2.12. 선고 2001다63599 판결 등 참조). 한편 사용자가 취업규칙의 변경에 의하여 기존의 근로조건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려면 종전 근로조건 또는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를 요하고, 이러한 동의를 얻지 못한 근로조건이나 취업규칙의 변경은 효력이 없으며, 그 동의의 방법으로는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의 동의를 요하고, 그와 같은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들의 회의방식에 의한 과반수의 동의를 요한다. 그리고 회의방식에 의한 동의는 전 근로자가 반드시 한 자리에 모여 회의를 개최하는 방식만이 아니라 한 사업 또는 사업장의 기구별 또는 단위 부서별로 사용자측의 개입이나 간섭이 배제된 상태에서 근로자 간에 의견을 교환하여 찬반을 집약한 후 이를 전체적으로 모으는 방식도 허용된다(대법원 2010.1.28. 선고 2009다32522, 32539 판결, 대법원 2005.5.12. 선고 2003다52456 판결 등 참조).
살피건대, ‘기본임금 외에 모든 약정수당을 폐지한다.’는 내용의 이 사건 자구계획안은 원고 소속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그 명칭에 관계없이 취업규칙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고,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는 2016.4.11. 노사협의회를 개최하여 임금조정 등 근로자의 근로조건 변경을 내용으로 하는 이 사건 자구계획안을 의결하고, 2016.4.12. 노사협의회 의결결과를 공고하였으며, 2016.4.26. 원고 소속 근로자들 중 과반수로부터 이 사건 자구계획안에 대한 동의까지 얻었으므로, 원고는 기존의 근로조건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취업규칙의 변경에 관한 절차를 모두 적법하게 거친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이 사건 자구계획안의 내용대로 원고의 취업규칙이 변경되었다 할 것이다.
3) 원고의 피고에 대한 만근수당 및 약정수당 지급채무의 존부
취업규칙은 사용자에 의하여 일방적으로 작성된 근로자에 대한 복무규율과 근로조건에 관한 준칙의 내용을 정한 사업장 내부의 규칙으로서 근로계약과의 관계에서 최저한의 기준을 설정하는 효력을 가지는 데 그친다. 즉 취업규칙은 그것이 정한 기준에 미달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근로계약을 그 부분에 한하여서만 무효로 하는 효력을 가질 뿐이고(근로기준법 제97조 참조), 취업규칙에 정한 내용보다 근로계약에 정한 근로조건이 근로자에게 유리한 것인 때에는 당연히 근로계약에 정한 근로조건이 취업규칙보다 우선하여 유효하게 적용된다. 또한 취업규칙이 근로계약과의 관계에서 최저한의 기준을 설정하는 효력만 가지는 이상, 근로계약을 체결한 이후 시점에 취업규칙이 적법한 절차를 거쳐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되었다고 하여 유리한 근로계약에 우선하여 불리하게 변경된 취업규칙이 적용된다고 볼 수도 없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근로계약에 따라 피고는 월 20일 이상 근로할 경우 약정수당을 원고로부터 지급 받을 수 있고, 만근할 경우 만근수당도 지급 받을 수 있지만, 이 사건 자구계획안 내용대로 변경된 취업규칙에 따르면 피고는 모든 종류의 약정수당을 원고로부터 지급 받을 수 없게 되므로, 피고에게는 이 사건 근로계약이 이 사건 자구계획안 내용대로 변경된 취업규칙보다 유리하다고 볼 수 있는바, 앞서 본 법리에 의하면, 이 사건 자구계획안 내용대로 변경된 취업규칙 보다 근로자인 피고에게 유리한 내용의 이 사건 근로계약이 우선하여 적용된다 할 것이므로, 원고는 이 사건 근로계약에 따라 피고에게 만근수당 및 약정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자구계획안 내용대로 변경된 취업규칙이 이 사건 근로계약보다 우선하여 피고에게 적용된다는 잘못된 전제에 선 원고의 채무부존재확인 청구는 나머지 점에 대하여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할 것이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장래아(재판장) 목명균 이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