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요지>
[1]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제3항에 규정된 사업주의 안전조치의무는 근로자의 신체의 완전성을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다. 산업안전보건법은 근로자의 안전을 유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신체의 완전성은 인간 존엄의 기반이 되므로 이를 보호하는 것은 중요한 공익에 해당된다. 산업재해 통계에 의하면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제3항 위반행위로 인해 사망・상해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그로 인한 공익침해의 정도가 매우 크다. 이 사건 형벌조항에 정해져 있는 법정형의 종류와 형량은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제3항의 목적 달성에 필요한 정도를 현저히 일탈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 사건 형벌조항은 과잉형벌에 해당되지 않는다.
[2] 산업안전보건법 제71조 단서는 “법인 또는 개인이 그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한다. 이와 같은 내용의 단서에 의해 불법의 결과 발생에 관하여 독자적인 책임이 없는 법인은 형사처벌의 대상에서 제외된다. 따라서 이 사건 양벌규정조항은 책임주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
♣ 청구인 / ○○산업개발 주식회사대표이사 김○길
♣ 당해사건 / 제주지방법원 2016고정749 산업안전보건법위반
<주 문>
산업안전보건법(2013.6.12. 법률 제11882호로 개정된 것) 제67조제1호 중 제23조제3항 부분 및 산업안전보건법(2009.2.6. 법률 제9434호로 개정된 것) 제71조 본문 중 ‘법인의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그 법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67조제1호 중 제23조제3항을 위반한 때에는 그 법인에게도 해당 조문의 벌금형을 과한다.’ 부분은 모두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청구인은 2016.10.27. 다음과 같은 피의사실로 벌금 1,500,000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제주지방법원 2016고약6427).
『피고인은 2015.9.19.부터 서귀포시 ○○로 ○○에서 ○○관광호텔신축공사를 하는 사업주이다. 피고인은 피고인의 현장소장인 노○봉의 다음과 같은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 하였다.
피고인의 현장소장인 노○봉은 2016.5.31. 작업 중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인 피트층 슬라브로 이동하는 이동통로, 1층 바닥 슬라브에 있는 개구부 및 장비 반입구, 굴착 상단부, 피트층 외부비계의 작업발판 단부에 안전난간을 설치하지 않음으로써 위험을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이행하지 아니하였다.』
나. 청구인은 약식명령에 불복하여 정식재판을 청구하였고(제주지방법원 2016고정749), 공판과정에서 산업안전보건법 제67조와 제71조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다(제주지방법원 2017초기10). 제주지방법원은 2017.2.2. 청구인의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기각하였다. 청구인은 2017.3.30.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다. 제주지방법원은 2017.2.2. 피고인에게 벌금 1,500,000원을 선고하였고, 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2. 심판대상
이 사건의 심판대상은 당해사건 재판의 전제가 되는 산업안전보건법(2013.6.12. 법률 제11882호로 개정된 것) 제67조제1호 중 제23조제3항 부분(이하 ‘이 사건 형벌조항’이라 한다), 산업안전보건법(2009.2.6. 법률 제9434호로 개정된 것) 제71조 본문 중 ‘법인의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그 법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67조제1호 중 제23조제3항을 위반한 때에는 그 법인에게도 해당 조문의 벌금형을 과한다.’ 부분(이하 ‘이 사건 양벌규정조항’이라 한다)의 위헌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 산업안전보건법(2013.6.12. 법률 제11882호로 개정된 것)
제67조(벌칙)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 제23조제1항부터 제3항까지, 제24조제1항, 제26조제1항, 제28조제1항, 제37조제1항, 제38조제1항, 제38조의4 제1항 또는 제52조제2항을 위반한 자
▪ 산업안전보건법(2009.2.6. 법률 제9434호로 개정된 것)
제71조(양벌규정) 법인의 대표자나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66조의2, 제67조, 제67조의2 또는 제68조부터 제70조까지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위반행위를 하면 그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 또는 개인에게도 해당 조문의 벌금형을 과(科)한다. (단서 생략)
[관련조항]
▪ 산업안전보건법(2009.2.6. 법률 제9434호로 개정된 것)
제1조(목적) 이 법은 산업안전・보건에 관한 기준을 확립하고 그 책임의 소재를 명확하게 하여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함으로써 근로자의 안전과 보건을 유지・증진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23조(안전조치) ③ 사업주는 작업 중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 토사・구축물 등이 붕괴할 우려가 있는 장소, 물체가 떨어지거나 날아올 위험이 있는 장소, 그 밖에 작업 시 천재지변으로 인한 위험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장소에는 그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제71조(양벌규정) (본문 생략) 다만, 법인 또는 개인이 그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3. 청구인의 주장
사업장의 안전조치 의무위반에 대해서는 과태료의 제재를 가하는 것으로 충분하므로, 이 사건 형벌조항은 책임과 형벌의 비례원칙에 위반된다. 이 사건 양벌규정조항은 범죄행위를 하지 않은 법인을 처벌하므로 헌법 제13조제3항에 규정된 자기책임원리에 반한다.
4. 판 단
가. 이 사건 형벌조항이 과잉형벌인지 여부
(1) 어떤 행정법규 위반행위가 간접적으로 행정상의 질서에 장해를 줄 위험성이 있어서 행정질서벌을 과하여야 하는지, 아니면 직접적으로 행정목적과 공익을 침해하여서 행정형벌을 과하여야 하는지는 당해 위반행위가 행정법규의 보호법익을 침해하는 정도와 가능성에 따라 정하여야 한다. 나아가 어떤 행정법규 위반행위에 대해 행정형벌을 과하여야 하는 경우, 법정형의 종류와 형량을 정하는 것은 형벌 본래의 기능과 목적 달성에 필요한 정도를 현저히 일탈하는 것과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헌법상 허용되는 입법자의 재량이다(헌재 2014.1.28. 2011헌바174등 참조).
(2)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제3항은 작업 중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 토사・구축물 등이 붕괴할 우려가 있는 장소, 물체가 떨어지거나 날아올 위험이 있는 장소, 그 밖에 작업 시 천재지변으로 인한 위험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장소에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할 사업주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제3항에 규정된 사업주의 안전조치의무는 근로자의 신체의 완전성을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다. 산업안전보건법은 근로자의 안전을 유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신체의 완전성은 인간 존엄의 기반이 되므로 이를 보호하는 것은 중요한 공익에 해당된다.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제3항 위반행위는 그러한 행정목적과 공익을 침해하는 정도가 크고, 그 가능성 또한 높기 때문에 행정목적과 공익을 직접적으로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된다. 그 현실적 이유는 다음과 같다.
먼저,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제3항을 위반하는 행위로 인해 상해나 사망의 결과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그로 인한 행정목적 및 공익 침해의 정도가 매우 크다. 이는 통계를 통해 분명히 알 수 있다. 고용노동부가 작성한 2016년 산업재해 발생현황에 따르면, 2016년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수 중 사고 사망자수는 996명으로 전년 대비 14명이 증가하였다. 업종별로는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제3항 위반행위가 많이 발생하는 업종인 ‘건설업’에 종사하였던 사망자가 499명으로 1위이다(전체 사망자의 51.5%). 사망사고의 유형별로는 주로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제3항 위반행위로 인해 많이 발생하는 사고 유형인 ‘떨어짐’이 37.8%(366명), ‘부딪힘’이 10.4%(101명)이다. 이 둘을 합하면 전체 사망사고의 48.2%에 이른다. 이는 그 뒤를 잇는 사망사고 유형인 ‘끼임’ 10.5%(102명)이나 교통사고 8.5%(82명)에 비해 월등히 높은 비율이다. 사고로 인해 사망하거나 상해를 입은 사람들을 모두 합친 통계에 의하더라도, 주로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제3항 위반행위로 인해 발생하는 사고 유형인 ‘떨어짐’과 ‘물체에 맞음’이 각각 17.7%(14,679명)와 8.8%(7,246명)에 이른다. 이 둘을 합하면 전체 재해 유형들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게 된다.
다음으로,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제3항을 위반하는 행위는 이를 엄히 처벌하지 않으면 그 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이는 다음과 같은 사용주와 근로자 관계의 구조적 특징 때문이다. 이윤 추구라는 영업활동의 본질상, 사업주는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조치나 산업재해 발생을 인간의 존엄성 문제보다는 영업비용 증가의 문제로 인식하기 쉽다. 특히 안전조치에 들이는 비용은 산업재해가 실제로 발생하지만 않으면 공연한 지출에 해당되므로, 사업주의 입장에서는 이윤 증대를 위해 가급적 이를 줄이고자 하는 유혹도 있다. 반면, 근로 제공을 통해 생계유지를 위한 임금을 받아야만 하는 근로자의 입장에서는, 사업장에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조치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근로 제공을 거부하기보다는 위험한 근로조건을 무릅쓰고 근로를 제공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제3항 위반행위에 대해 형사처벌과 같은 엄격한 공적 제재를 가하지 않는다면, 위와 같은 구조적 특징에서 비롯되는 안전상의 공백이 커지기 쉽다. 그에 따른 위험이 현실화되어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근로자는 심한 경우 사망하거나 평생 동안 산업재해로 인한 고통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 이와 같은 결과는 금전적으로는 완전히 회복할 수 없다.
(3) 행정목적과 공익을 직접적으로 침해하는 행위인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제3항 위반행위에 대해 행정제재가 아닌 형사처벌을 통하여 엄한 책임을 묻겠다는 입법자의 결단은 헌법적 관점에서 정당하다. 이 사건 형벌조항의 구체적인 법정형의 종류와 형량 역시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제3항의 목적 달성에 필요한 정도를 현저히 일탈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 따라서 이 사건 형벌조항은 과잉형벌에 해당되지 않는다.
나. 이 사건 양벌규정조항이 책임주의 원칙에 반하는지 여부
(1) 헌법상 법치국가의 원리 및 죄형법정주의로부터 도출되는 책임주의 원칙에 의하면, 법인의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법인 업무 수행 중에 범한 위법행위에 대하여 법인에게도 형사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불법의 결과 발생에 관하여 법인에게도 그 의사결정 및 행위구조상의 책임이 인정되어야 한다. 즉, 법인에 대한 양벌규정 조항이 책임주의 원칙에 부합하려면, 법인의 독자적인 책임 유무에 따라 법인에 대한 형사처벌 여부가 결정되도록 하여야 한다(헌재 2010.5.27. 2009헌가28; 헌재 2010.7.29. 2009헌가18등; 헌재 2010.10.28. 2010헌가55등; 헌재 2011.6.30. 2011헌가7등 참조).
(2) 이 사건 양벌규정조항 단서는 “법인 또는 개인이 그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한다. 단서 중 ‘해당 업무에 관한 상당한 주의와 감독’은 불법의 결과 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법인 자신의 의무이다. 이 사건 양벌규정조항 단서에 의해 불법의 결과 발생에 관하여 독자적인 책임이 없는 법인은 형사처벌의 대상에서 제외된다.
(3) 이 사건 양벌규정조항은 법인의 독자적인 책임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는 법인에 대해 형사처벌을 과하지 않는 내용의 단서를 두고 있으므로, 책임주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
5. 결 론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김이수 이진성 김창종 안창호 강일원 서기석 조용호 이선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