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미지급 퇴직금 등의 지급을 구하는 원고의 청구에 대하여, 원고와 피고 사이에 매월 월급에 퇴직금을 포함하여 지급하기로 한 약정의 존재를 배척하고 원고 청구를 전부 인용한 제1심의 판단을 뒤집고 위와 같은 퇴직금 분할 약정의 존재를 긍정하되, 직접적인 퇴직금의 지급으로의 효력은 인정하지 않고, 대신 매월 원고가 지급받은 퇴직금 상당액에 관한 피고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을 자동채권으로 삼아 원고 청구금액의 1/2에 해당하는 금액에 대한 상계를 인정하여 원고의 청구를 일부 인용한 사례.
◆ 대전지방법원 제1민사부 2017.10.18. 선고 2016나10634 판결 [임금 및 퇴직금]
♣ 원고, 피항소인 / A
♣ 피고, 항소인 / B
♣ 제1심판결 / 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 2016.11.15. 선고 2016가소2228 판결
♣ 변론종결 / 2017.08.09.
<주 문>
1. 제1심판결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금액을 초과하는 피고 패소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7,662,283원 및 이에 대하여 2017.1.17.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피고의 나머지 항소를 기각한다.
3. 소송총비용 중 1/2은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15,324,566원 및 이에 대하여 2016.3.8.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항소취지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이 유>
1.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갑 제1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는 ‘C크레인’을 운영하는 피고에게 고용되어 2013.6.1.부터 2016.2.22.까지 근무하다가 퇴직한 사실, 원고는 피고로부터 2016년 2월분 임금 3,300,000원 및 퇴직금 12,024,566원을 지급받지 못한 사실이 인정된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원고에게 위 미지급 임금 및 퇴직금 합계 15,324,566원(= 3,300,000원 + 12,024,566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피고의 항변 등에 관한 판단
가. 항변의 요지
1) [퇴직금 분할 약정에 관한 항변] 원고와 피고가 고용계약을 체결할 당시, 퇴직금을 월급에 포함하여 지급하기로 약정하였고, 피고는 원고에게 실제로 그 약정에 따라 퇴직금 500,000원을 포함한 총 4,500,000원을 월 급여로 지급하여 이미 퇴직금을 모두 지급하였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
2)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가지는 아래의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수동채권인 위 임금 및 퇴직금채권과 상계한다.
가) [제1 상계항변] 원고가 2013.7.25. 피고 소유의 크레인을 전복시키고, 2016.1.25. 피고 소유의 크레인을 고장냄에 따라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가지는 총 75,850,912원 상당의 손해배상채권
나) [제2 상계항변] 원고가 1)항에서 주장한 퇴직금 분할 약정이 무효인 경우, 피고가 퇴직금 명목으로 원고에게 매월 50만 원씩 지급한 금액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채권
나. 퇴직금 분할 약정에 관한 판단
사용자와 근로자가 매월 지급하는 월급이나 매일 지급하는 일당과 함께 퇴직금으로 일정한 금원을 미리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면 그 약정은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8조제2항 전문 소정의 퇴직금 중간정산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아닌 한 최종 퇴직 시 발생하는 퇴직금청구권을 근로자가 사전에 포기하는 것으로서 강행법규인 법 제8조에 위배되어 무효이고(대법원 2002.7.26. 선고 2000다27671 판결, 대법원 2007.8.23. 선고 2007도4171 판결 등 참조), 그 결과 퇴직금 분할 약정에 따라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하였다 하더라도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다(대법원 2010.5.20. 선고 2007다907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와 피고 사이에 퇴직금을 중간 정산하기로 한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피고 스스로도 제1심 제1회 변론기일에 출석하여 “원고와 처음부터 퇴직금을 포함하여 급여를 지급하기로 약정한 것이고, 중간정산 형식으로 약정한 것이 아니다”라고 진술하기도 하였다.
따라서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다. 제1 상계항변에 관한 판단
근로기준법 제43조제1항 본문에 의하면 ‘임금은 통화로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하여야’ 하므로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하여 가지는 채권으로써 근로자의 임금채권과 상계를 하지 못하는 것이 원칙이고, 이는 경제적・사회적 종속관계에 있는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인바, 근로자가 받을 퇴직금도 임금의 성질을 가지므로 역시 마찬가지라고 할 것이어서(대법원 2011.9.8. 선고 2011다22061 판결 등 참조), 피고의 이 부분 상계 항변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받아들일 수 없다.
라. 제2 상계항변에 관한 판단
1) 퇴직금 분할 약정의 존재
을 제1호증의 1, 2, 을 제9호증의 4 내지 8의 각 기재, 당심 증인 D, E의 각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와 피고가 고용계약을 체결하면서 월 급여를 4,500,000원으로 정하되, 그 중 500,000원을 퇴직금으로 지급하기로 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가) 원고와 피고가 고용계약을 체결할 당시 피고의 사업장이 위치한 음성군 일대의 평균적인 기사 월급은 월 4,000,000원이었고 C크레인의 다른 기사들 역시 퇴직금을 포함한 급여를 지급받고 있었는데, 그와 같은 관행과 달리 원고에게만 특별히 50만 원이라는 적지 않은 돈을 매월 추가로 지급하면서 고용관계를 형성할 동기가 피고에게 없어 보인다.
나) 피고가 운영하는 C크레인과 같은 영세기업이 도산하는 경우 그에 고용된 피용자는 장차 퇴직금을 제대로 지급받지 못할 위험이 존재한다. 피용자인 원고의 입장에서도 퇴직금이 포함된 급여를 받음으로써 위와 같은 위험을 회피할 수 있었다고 보이므로, 원고에게도 퇴직금을 매월 지급받는 것이 불리하다고 보이지 않고, 오히려 퇴직금을 분할로 수령할 동기가 있었다.
2) 퇴직금 분할 지급에 따라 지급한 퇴직금에 관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자동채권으로 한 상계의 가부에 관한 판단
사용자와 근로자가 월급과 함께 퇴직금으로 일정한 금원을 미리 지급하기로 하는 약정은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8조제2항,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시행령 제3조제1항에 따라 주택구입 등 사유로 근로자의 요구에 의하여 퇴직금이 중간정산으로 이루어진 경우가 아닌 한 무효이고 법률상 원인 없이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함으로써 위 금원 상당의 손해를 입은 반면 근로자는 같은 금액 상당의 이익을 얻은 셈이 되므로, 근로자는 수령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부당이득으로 사용자에게 반환하여야 한다. 또한 임금을 초과 지급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용자는 위 초과 지급한 임금의 반환청구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근로자의 임금채권이나 퇴직금채권과 상계할 수 있다(대법원 2010.5.20. 선고 2007다90760 전원합의체 판결).
위 기초사실에 의하면, 피고가 원고에게 퇴직금 명목으로 매월 500,000원을 32개월(2013.6.1. ~ 2016.1.31.) 동안 지급하였으므로, 그 합계는 16,000,000원(= 500,000원 × 32개월)이다. 원고는 피고로부터 위 16,000,000원을 법률상 원인 없이 지급받았으므로, 위 법리에 비추어 피고는 원고에 대한 위와 같은 부당이득반환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원고가 청구하는 임금 및 퇴직금 채권과 상계할 수 있다.
3) 상계의 범위에 관한 판단
민사집행법 제246조제1항제5호는 근로자인 채무자의 생활보장이라는 공익적, 사회 정책적 이유에서 ‘퇴직금 그 밖에 이와 비슷한 성질을 가진 급여채권의 2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을 압류금지채권으로 규정하고 있고, 민법 제497조는 압류금지채권의 채무자는 상계로 채권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으로 지급한 금원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근로자의 퇴직금채권을 상계하는 것은 퇴직금채권의 2분의 1을 초과하는 부분에 해당하는 금액에 관하여만 허용된다(대법원 2010.5.20. 선고 2007다90760 전원합의체 판결). 따라서 원고가 청구하는 임금 및 퇴직금 채권 15,324,566원 중 2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인 7,662,283원을 초과하는 부분에 해당하는 금액에 대해서만 상계가 허용된다.
4) 구체적인 상계 범위의 계산
피고가 위 각 채권을 대등액에서 상계한다는 의사표시가 담긴 피고의 2017.1.10.자 준비서면이 2017.1.16. 원고에게 도달하여 부당이득반환채권의 변제기가 도래하였고, 수동채권인 원고의 임금 및 퇴직금 채권은 앞서 본 바와 같이 2016.3.7. 그 변제기가 도달하였으므로 양 채권은 2017.1.16. 모두 변제기가 도래하여 같은 날 상계적상에 있었다.
위 상계적상일까지 발생한 원고의 채권은 아래 표의 ‘수동채권’란 기재와 같으므로 위 3)항 기재 법리에 따라 원고의 임금 및 퇴직금 채권 중 각 2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인 7,662,283원을 초과하는 부분에 해당하는 금액 및 그에 대한 각 지연손해금은 피고의 위와 같은 상계의 의사표시에 따라 위 상계적상일에 소급하여 피고의 부당이득 반환채권과 각 대등액에서 소멸하였다(다만 민법 제499조, 제479조제1항, 제477조제4호에 따라 각 지연손해금채권의 변제에 먼저 충당하고, 임금 및 퇴직금 채권은 그 채무액에 비례하여 각 변제에 충당한다). <표 생략>
그에 따라 원고의 피고에 대한 임금 및 퇴직금 채권은 7,662,283원(= 15,324,566원 - 7,662,283원) 및 이에 대하여 상계적상 다음 날인 2017.1.17.부터의 지연손해금이 남게 된다. 피고의 상계항변은 위 인정 범위 내에서 받아들인다.
마. 소결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7,662,283원 및 위 상계적상의 다음날인 2017.1.17.부터 다 갚는 날까지 근로기준법이 정한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일부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제1심판결 중 위 인정 금액을 초과하여 지급을 명한 금액에 해당하는 피고 패소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영화(재판장) 최윤영 박형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