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1] 증여받은 금전은 증여와 동시에 본래 수증자가 보유하고 있던 현금자산에 혼입되어 수증자의 재산에서 분리하여 특정할 수 없게 되는 특수성이 있어 현실적으로 ‘당초 증여받은 금전’과 ‘반환하는 금전’의 동일성을 확인할 방법이 없고, 또한 금전은 증여와 반환이 용이하여 증여세의 신고기한 이내에 증여와 반환을 반복하는 방법으로 증여세를 회피하는 데 악용될 우려가 크기 때문에,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2010.1.1. 법률 제991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1조제4항의 ‘(금전을 제외한다)’ 부분(이하 ‘괄호규정’이라 한다)은 과세행정의 능률을 높이고 증여세 회피시도를 차단하기 위하여, 증여세의 신고기한 이내에 반환한 경우 처음부터 증여가 없었던 것으로 보도록 하는 대상에서 금전을 제외하였다.
괄호규정의 문언 내용 및 입법 취지와 아울러, 일단 수증자가 증여자에게서 금전을 증여받은 이상 그 후 합의해제에 의하여 같은 금액 상당의 금전을 반환하더라도 법률적인 측면은 물론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이미 수증자의 재산은 실질적으로 증가되었다고 할 수 있고, 또한 증여계약의 합의해제에 의한 반환은 원래의 증여와 다른 별개의 재산 처분행위에 해당하는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괄호규정이 금전을 증여받은 경우에는 증여세의 신고기한 이내에 같은 금액 상당의 금전을 반환하더라도 증여가 없었던 것으로 보지 않고 증여세의 부과대상으로 삼고 있다 하여도, 재산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거나 과잉금지원칙 또는 평등원칙에 위배되는 위헌·무효의 규정이라고 할 수는 없다.
[2] 구 조세특례제한법(2010.1.1. 법률 제992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6조제3항에 따라 불법정치자금의 기부를 증여로 보아 증여세를 부과하는 경우에, 기부받은 불법정치자금을 반환하는 것을 증여받은 금전을 반환하는 것과 달리 취급할 이유가 없으므로,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2010.1.1. 법률 제991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1조제4항의 ‘(금전을 제외한다)’ 부분은 기부받은 불법정치자금에 대하여 증여세가 부과되는 경우에도 적용된다.
◆ 대법원 2016.2.18. 선고 2013두7384 판결 [증여세부과처분취소]
♣ 원고, 상고인 / ○○희망연대의 소송수계인 ○○리당
♣ 피고, 피상고인 / 영등포세무서장
♣ 원심판결 / 서울고법 2013.3.22. 선고 2012누470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2점 및 제5점에 관하여
법원은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를 참작하여 자유로운 심증으로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라 사실 주장이 진실한지 아닌지를 판단하며(민사소송법 제202조), 원심판결이 이와 같은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지 아니하여 적법하게 확정한 사실은 상고법원을 기속한다(같은 법 제432조).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연대(‘○○연대’는 2010.2.12. ‘○○희망연대’로 당명을 변경하였고, ‘한나라당’은 2012.2.2.경 ‘○○희망연대’를 흡수합당하고 2012.2.14. ‘○○리당’으로 당명을 변경한 후 원심에서 소송절차를 수계하였다)가 2008.3.25.부터 2008.4.9.까지 소외 1, 소외 2 및 소외 3으로부터 정치자금수입용 계좌로 입금받거나 회계책임자를 통하여 받은 합계 32억 1,000만 원(이하 ‘이 사건 금전’이라 한다)은 공직선거에 있어서 특정인을 후보자로 추천하는 일과 관련하여 기부받은 정치자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서, ○○연대가 이 사건 금전을 이자 지급 조건으로 차용하였다가 선거비용을 보전받으면 이를 반환하기로 하는 약정에 따라 이를 반환함으로써 금융기회의 재산상 이익을 얻었을 뿐이라고 다투는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을 다투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실질적으로 사실심 법원의 자유심증에 속하는 증거의 취사선택이나 증거가치의 판단 및 이에 기초한 사실인정을 탓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리고 원심판결 이유를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아도,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증여세 과세요건의 증명책임,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31조제4항의 해석, 약정 해제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판단을 누락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이 없다.
2. 상고이유 제1점, 제3점 및 제4점에 관하여
가. 정치자금법은 정치자금의 적정한 제공을 보장하고 정치자금과 관련한 부정을 방지함으로써 민주정치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정치자금을 기부하거나 받는 방법을 법정하는 한편, 제2조제1항에서 “누구든지 이 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정치자금을 기부하거나 받을 수 없다.”는 기본원칙을 천명하고, 나아가 제32조에서 “누구든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와 관련하여 정치자금을 기부하거나 받을 수 없다.”고 규정함으로써 특정행위와 관련한 기부를 제한하면서 ‘공직선거에 있어서 특정인을 후보자로 추천하는 일(제1호)’을 특정행위의 하나로 들고 있다.
그리고 구 조세특례제한법(2010.1.1. 법률 제992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76조는 제1항에서 ‘거주자가 정치자금법에 따라 정당에 기부한 정치자금은 세액공제 또는 소득공제하거나 손금에 산입한다’고 규정함과 아울러 제2항에서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기부하는 정치자금에 대하여는 상속세 또는 증여세를 부과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제3항에서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정치자금 외의 정치자금에 대하여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12조제4호·제46조제3호 및 다른 세법의 규정에 불구하고 그 기부받은 자가 상속 또는 증여받은 것으로 보아 상속세 또는 증여세를 부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2010.1.1. 법률 제991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31조제4항은 “증여를 받은 후 그 증여받은 재산(금전을 제외한다)을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따라 제68조의 규정에 의한 신고기한 이내에 반환하는 경우에는 처음부터 증여가 없었던 것으로 본다. 다만 반환하기 전에 제76조의 규정에 의하여 과세표준과 세액의 결정을 받은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나. 증여받은 금전은 증여와 동시에 본래 수증자가 보유하고 있던 현금자산에 혼입되어 수증자의 재산에서 이를 분리하여 특정할 수 없게 되는 특수성이 있어 현실적으로 ‘당초 증여받은 금전’과 ‘반환하는 금전’의 동일성 여부를 확인할 방법이 없고, 또한 금전은 그 증여와 반환이 용이하여 증여세의 신고기한 이내에 증여와 반환을 반복하는 방법으로 증여세를 회피하는 데 악용될 우려가 크기 때문에,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31조제4항의 ‘(금전을 제외한다)’ 부분(이하 ‘이 사건 괄호규정’이라 한다)은 과세행정의 능률을 높이고 증여세 회피시도를 차단하기 위하여, 증여세의 신고기한 이내에 반환한 경우 처음부터 증여가 없었던 것으로 보도록 하는 대상에서 금전을 제외하였다.
이러한 이 사건 괄호규정의 문언 내용 및 입법 취지와 아울러, 일단 수증자가 증여자로부터 금전을 증여받은 이상 그 후 합의해제에 의하여 동액 상당의 금전을 반환하더라도 법률적인 측면은 물론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이미 수증자의 재산은 실질적으로 증가되었다고 할 수 있고, 또한 증여계약의 합의해제에 의한 반환은 원래의 증여와 다른 별개의 재산 처분행위에 해당하는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괄호규정이 금전을 증여받은 경우에는 증여세의 신고기한 이내에 같은 금액 상당의 금전을 반환하더라도 증여가 없었던 것으로 보지 않고 증여세의 부과대상으로 삼고 있다 하여도, 이를 재산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거나 과잉금지원칙 또는 평등원칙에 위배되는 위헌·무효의 규정이라고 할 수는 없다(헌법재판소 2015.12.23. 선고 2013헌바117 결정 참조).
그리고 구 조세특례제한법 제76조제3항에 의하여 불법정치자금의 기부를 증여로 보아 증여세를 부과하는 경우에, 기부받은 불법정치자금을 반환하는 것을 증여받은 금전을 반환하는 것과 달리 취급할 이유가 없으므로, 이 사건 괄호규정은 기부받은 불법정치자금에 대하여 증여세가 부과되는 경우에도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다. 원심판결 이유 및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의하면, ① ○○연대가 2008.3.25.부터 2008.4.9.까지 소외 1로부터 15억 1,000만 원, 2008.3.27. 소외 2로부터 1억 원, 2008.3.28.부터 2008.4.7.까지 소외 2의 어머니 소외 3으로부터 16억 원 등 합계 32억 1,000만 원의 이 사건 금전을 정치자금으로 기부받은 사실, ② ○○연대는 2008.3.26. 소외 1을 제18대 국회의원선거의 비례대표 후보자 3순위로, 소외 2를 같은 후보자 1순위로 추천하여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하였고, 그들은 2008.4.9. 제18대 국회의원선거에서 비례대표로 당선된 사실, ③ ○○연대는 2008.5.13.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지급받을 선거비용보전금 중 1,421,479,452원의 채권을 소외 3의 남편 소외 4에게, 101,380,821원의 채권을 소외 3의 어머니 소외 5에게, 101,726,027원의 채권을 소외 3의 아들 소외 6에게 각 양도하여 그들로 하여금 2008.6.5.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위 각 금액을 지급받도록 하였고, 또한 2008.6.5.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지급받은 선거비용보전금 중 1,532,963,292원을 소외 1과 그의 처 소외 7에게 지급한 사실, ④ 피고는 ○○연대가 정치자금법 제32조제1호를 위반하여 정치자금을 받은 것으로 보아 구 조세특례제한법 제76조제3항을 적용하여 2010.7.19. ○○희망연대에 합계 1,330,711,060원의 증여세를 부과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한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라.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에서 본 규정과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연대가 소외 1 등으로부터 정치자금법 제32조제1호를 위반하여 정치자금으로 기부받은 이 사건 금전은 구 조세특례제한법 제76조제3항에 따라 증여받은 것으로 보아야 하고, 이 사건 금전이 증여세의 신고기한 이내에 반환되었더라도 이 사건 괄호규정에 따라 여전히 증여세의 부과대상이 된다. 그리고 금전을 계좌에 입금하거나 이체하는 것은 금전을 수수하는 방법에 불과하므로, 이 사건 금전을 ○○연대의 계좌로 입금받은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원심이 이와 같은 취지에서 이 사건 금전의 정치자금 기부에 관하여 증여세를 부과한 이 사건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한 것은 앞에서 본 법리에 기초한 것으로서,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구 조세특례제한법 제76조제3항,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31조제4항, 응능과세 원칙, 헌법상의 과잉금지 원칙 및 평등 원칙, 합의해제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위법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신(재판장) 김용덕(주심) 박보영 권순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