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범죄수사에 필요한 때에는 피의자가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는 경우에 판사로부터 발부받은 영장에 의하여 압수·수색을 할 수 있으나, 압수·수색은 영장 발부의 사유로 된 범죄 혐의사실과 관련된 증거에 한하여 할 수 있으므로, 영장 발부의 사유로 된 범죄 혐의사실과 무관한 별개의 증거를 압수하였을 경우 이는 원칙적으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다만 수사기관이 별개의 증거를 피압수자 등에게 환부하고 후에 임의제출받아 다시 압수하였다면 증거를 압수한 최초의 절차 위반행위와 최종적인 증거수집 사이의 인과관계가 단절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으나, 환부 후 다시 제출하는 과정에서 수사기관의 우월적 지위에 의하여 임의제출 명목으로 실질적으로 강제적인 압수가 행하여질 수 있으므로, 제출에 임의성이 있다는 점에 관하여는 검사가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 있을 정도로 증명하여야 하고, 임의로 제출된 것이라고 볼 수 없는 경우에는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
◆ 대법원 2016.3.10. 선고 2013도11233 판결 [조세범처벌법위반]
♣ 피고인 /
♣ 상고인 /
♣ 원심판결 / 서울고법 2013.8.30. 선고 2012노803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검사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공소외 1로부터의 배임수재 부분에 대하여
원심은, 이 부분 공소사실에 관하여 공소외 1, 공소외 2, 공소외 3 등의 진술만으로는 피고인 1이 주식회사 ○○○○○ 또는 공소외 1에게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납품의 대가로 금전을 요구하거나 이들로부터 금품을 수수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려운 점, 피고인 2, 피고인 3이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것이 곧 피고인 1이 수수한 것과 같다고 평가하기 어려운 점 등 그 판시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볼 때, 피고인 2, 피고인 3이 2004.5.7.부터 2006.6.4.까지 주식회사 ○○○○○이나 공소외 1로부터 원심판결의 별지 범죄일람표 2 기재와 같이 35회에 걸쳐 합계 353,358,694원을 지급받았다는 사실만으로는 피고인 1이 주식회사 한국○○○에의 납품과 관련하여 부정한 청탁과 함께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수수하였다고 볼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배임수재죄에서의 신분관계 및 공모관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나. 피고인 3으로부터의 배임수재 부분에 대하여
원심은, 피고인 3이 2004.4.20.경부터 2006.5.23.경까지 원심판결의 별지 범죄일람표 3 기재와 같이 피고인 2에게 지급한 돈은 피고인 2가 피고인 3에게 투자한 자금에 대한 투자이익금이라고 볼 여지가 있는 점, 피고인 3이 피고인 2에게 지급한 돈이 피고인 1에게 전달되었거나 실질적으로 귀속되었다고 볼 아무런 자료가 없는 점, 한국○○○에 돈육을 납품하는 업체를 선정하는 업무는 피고인 1의 업무라고 볼 수 없는 점 등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 1, 피고인 2가 피고인 3으로부터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위와 같은 돈을 지급받은 것이라는 점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이 없다.
다. 축산물가공처리법 위반 부분에 대하여
원심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① 이 사건 미국산 쇠고기가 광우병에 걸렸을 가능성이 있는 등 유해물질 포함 우려가 있는 축산물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고, ② 이 사건 미국산 LA갈비가 2003.8.30. 이전에 포장된 것으로서 2004.6.20.부로 유통기한이 경과하였음에도 피고인 1, 피고인 2가 허위의 유통기한이 적힌 스티커를 새로 만들어 부착하는 방법으로 위 LA갈비를 판매하였다는 점에 대하여 유죄의 증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이 부분 각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이 없다.
라. 사기 부분에 대하여
원심은, 이 부분 공소사실은 피고인 1, 피고인 2에 대한 축산물가공처리법 위반의 공소사실이 유죄로 인정되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인데, 위 피고인들에 대한 축산물가공처리법 위반 부분에 대하여 무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는 이상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은 정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이 없다.
2. 피고인 1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 등에 관한 주장에 대하여
(1)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범죄수사에 필요한 때에는 피의자가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는 경우에 판사로부터 발부받은 영장에 의하여 압수·수색을 할 수 있으나, 압수·수색은 영장 발부의 사유로 된 범죄 혐의사실과 관련된 증거에 한하여 할 수 있는 것이므로, 영장 발부의 사유로 된 범죄 혐의사실과 무관한 별개의 증거를 압수하였을 경우 이는 원칙적으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다만 수사기관이 그 별개의 증거를 피압수자 등에게 환부하고 후에 이를 임의제출받아 다시 압수하였다면 그 증거를 압수한 최초의 절차 위반행위와 최종적인 증거수집 사이의 인과관계가 단절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는 사정이 될 수 있으나, 환부 후 다시 제출하는 과정에서 수사기관의 우월적 지위에 의하여 임의제출의 명목으로 실질적으로 강제적인 압수가 행하여질 수 있으므로, 그 제출에 임의성이 있다는 점에 관하여는 검사가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 있을 정도로 증명하여야 하고, 임의로 제출된 것이라고 볼 수 없는 경우에는 그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
(2) 원심은 피고인 1에 대한 조세포탈의 점과 관련하여,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수사관이 서울 강남구 개포동 (주소 생략) 주식회사 △△△△△△, 주식회사 □□□ 사무실에서 공소외 4로부터 ◇◇축협 유통사업단의 영업실적표 등이 저장된 USB를 압수하였고, 담당 검사는 2009.5.1. 공소외 4로부터 압수한 물품 중 2009.2.6.자 압수·수색영장(이하 ‘이 사건 영장’이라 한다)에 기재된 혐의사실과 관련 없는 물품을 환부할 때 위 USB도 박스에 넣어 같이 환부하였는데, 피고인 1의 동생인 공소외 5가 같은 날 동석한 서울지방국세청 세무공무원 공소외 6의 피고인 1에 대한 세무조사 협조를 명목으로 한 제출 요구에 따라 이를 임의제출하였다고 인정한 다음, ① 이 사건 영장 집행 당시 피고인 2로부터 압수한 ‘피고인 1 실질운영 법인관련 서류철(◇◇축협 중부유통사업단 계약서 등)’ 중 축산물 가공 위탁 운영계약서, ○○○ 계약서 주요사항, ○○○ 거래계약서, 직매입 거래계약서 등 조세포탈 증거들은 영장에 기재된 압수대상물이 아님에도 수사기관이 위 증거에 대하여 별도의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지 않은 점, 피압수자인 피고인 2에게 위 증거에 대한 압수목록 교부가 이루어지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영장에 의하여 압수된 위 조세포탈 증거들은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에 의하여 증거능력이 없으나, ② 영업실적표가 저장된 USB는 앞서 본 바와 같이 공소외 5가 이를 세무공무원인 공소외 6에게 임의제출하였고, 공소외 6은 피고인 1의 조세포탈 혐의에 관하여 세무조사를 하던 중 위 USB에서 피고인 2가 작성한 영업실적표를 발견하였으므로, 영업실적표는 적법하게 수집된 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있고, 그에 기초하여 수집된 원심판시 증거들 및 피고인 1이 제1심 및 원심 법정에서 한 진술 역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3) 그러나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①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수사관은 이 사건 영장으로 위 개포동 사무실에서 공소외 4로부터 ‘PC 1대’, ‘□□□ 관련 서류 23박스’, ‘△△△△△△, □□□ 매입·매출 등 전산자료 저장 USB 1개’ 등을 압수하였는데, 위와 같이 압수된 증거들은 그 영장에 기재된 혐의사실과 무관한 증거인 사실, ② 수사기관은 위 개포동 사무실을 압수·수색함에 있어 상세 압수목록을 피압수자 등에게 교부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위 개포동 사무실에서 압수한 증거들에 대하여 압수조서조차 작성하지 아니한 사실, ③ 검사는 위 개포동 사무실에서 압수한 증거들을 피압수자에게 반환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고 보유하고 있다가, 2009.5.1.에 이르러 피고인 1의 동생인 공소외 5를 검사실로 불러 ‘일시 보관 서류 등의 목록’, 압수물건 수령서 및 승낙서를 작성하게 한 다음, 당시 검사실로 오게 한 세무공무원 공소외 6에게 이를 제출하도록 한 사실, ④ 공소외 5가 그때 작성한 압수물건 수령서 및 승낙서에 첨부된 ‘일시 보관 서류 등의 목록’에 위 USB는 기재되어 있지 않은 사실, ⑤ 공소외 5가 위와 같이 압수물건 수령서 및 승낙서를 작성할 당시 피고인 1은 구속상태에서 배임수재 등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었던 사실, ⑥ 공소외 5는 제1심에서부터 ‘당시 검사가 자료 인계를 요청하면서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형인 피고인 1 및 자신의 사업에 대하여도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고 위협하였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였던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실관계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위 USB의 압수 경위, 수사기관이 위 USB를 보유하고 있던 기간, 공소외 5가 압수물건 수령서 및 승낙서를 제출할 당시의 객관적 상황과 그 경위, 공소외 5가 작성한 ‘일시 보관 서류 등의 목록’의 내용 등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과연 공소외 5가 수사기관으로부터 위 USB를 돌려받았다가 다시 세무공무원에게 제출한 것인지 의심스러울 뿐만 아니라, 설령 공소외 5가 위 USB를 세무공무원에게 제출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제출에 임의성이 있는지가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할 수 없으므로, 공소외 5가 위와 같이 압수물건 수령서 및 승낙서를 제출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영장에 기재된 범죄 혐의사실과 무관한 증거인 위 USB가 압수되었다는 절차 위반행위와 최종적인 증거수집 사이의 인과관계가 단절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위 USB 및 그에 저장되어 있던 영업실적표는 증거능력이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이와 달리 원심은, 공소외 5가 위 USB를 환부받아 다시 임의로 제출함으로써 최초의 절차 위반행위와 인과관계가 단절된 것이라는 전제에서 영업실적표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였으므로,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 또는 임의제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증거능력에 관한 판단을 그르친 잘못이 있다.
(4) 다만 피고인 1, 공소외 7, 공소외 8이 공개된 법정에서 진술거부권 또는 증언거부권을 고지받고 한 진술(다만 영업실적표 등 위법수집증거를 제시받고 한 일부 진술은 제외), 공소외 6에 대한 검찰 진술조서, 서울지방국세청이 세무조사 과정에서 ◇◇축협으로부터 임의로 제출받은 ◇◇축협 계산서, 월별집계표 등 영업실적표와는 무관하게 수집되었거나 영업실적표와 인과관계가 단절되어 증거능력이 인정되는 나머지 증거들만으로도 이 부분 공소사실과 관련한 객관적 사실관계를 넉넉히 인정할 수 있으므로, 결과적으로 원심의 위와 같은 잘못이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는 없다.
나. 이 사건의 실제 거래구조에 관한 주장에 대하여
원심은, 피고인 1이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축협 유통사업단이 ◇◇축협의 지점법인인 ◇◇축협 육가공공장과 축산물 가공 위탁 운영계약을 체결하여 실질적으로는 ◇◇축협 유통사업단이 ◇◇축협으로부터 완전 가공되지 않은 정육을 매입하여 이를 임가공 및 포장 과정을 거쳐 한국○○○ 및 주식회사 ○○계 ○마트에 납품한 것이라고 인정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이 없다.
다.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 및 조세포탈의 범의에 관한 주장에 대하여
구 조세범 처벌법(2010.1.1. 법률 제9919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9조제1항에 규정된 조세포탈죄에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란, 조세의 포탈을 가능하게 하는 행위로서 사회통념상 부정이라고 인정되는 행위, 즉 조세의 부과와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위계 기타 부정한 적극적 행위를 말한다. 따라서 다른 행위를 수반함이 없이 단순히 세법상의 신고를 하지 않거나 허위의 신고를 하는 데 그치는 것은 이에 해당하지 않지만, 과세대상의 미신고나 과소신고와 아울러 수입이나 매출 등을 고의로 장부에 기재하지 않는 행위 등 적극적 은닉의도가 나타나는 사정이 덧붙여진 경우에는 조세의 부과와 징수를 불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만든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대법원 2014.2.21. 선고 2013도13829 판결 등 참조).
한편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 조세를 포탈함으로써 성립하는 조세포탈죄에서 범의는 납세의무를 지는 사람이 자기의 행위가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하는 것을 인식하고 그 행위로 인하여 조세포탈의 결과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 부정행위를 감행하거나 하려고 하는 것이다(대법원 2006.6.29. 선고 2004도817 판결 등 참조).
원심은, 피고인 1이 ◇◇축협과는 별도의 업체로서 중간 가공·유통업체인 ◇◇축협 유통사업단을 실질적으로 운영하면서 매년 25억 원 정도의 소득을 올렸음에도 ◇◇축협 앞으로 모든 소득이 발생하는 것과 같은 외관을 형성하여 장기간 소득세신고를 하지 않았으므로, 조세포탈의 범의를 가지고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써 종합소득세를 포탈하였다고 인정하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조세포탈죄에 있어서의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나 범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소영(재판장) 이인복(주심) 이기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