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일반적으로 다국적기업은 국적이 다르고 법적으로 분리된 여러 기업으로 구성된 기업집단으로서의 특성을 지니게 되는데, 기업집단으로서의 다국적기업은 구성기업들의 대등한 연합체가 아니라 지배기업인 모기업이 기업집단의 정점에 위치하여 다국적 기업에 대한 모든 사항을 총괄해서 결정하고, 종속기업은 지배기업인 모기업의 통제하에 놓이게 되어 지배기업인 모기업과 종속기업 사이에 지배종속관계가 존재하게 된다. 이에 따라 지배기업인 모기업의 대표이사 등 임원들과 종속기업의 대표이사 등 업무집행권을 가진 임원들 사이에도 지배기업과 종속기업의 지배종속관계가 투영되어 일정한 수준의 지휘·감독관계가 발생하게 되는데, 이는 하나의 기업내에서의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지배종속관계와 유사한 면이 있으나 어디까지나 지배기업과 종속기업 사이의 기업간 관계에서 발생하는 지배종속관계라는 점에서 구별되어야 하고, 따라서 비록 종속기업의 대표이사 등 업무집행권을 가진 임원들과 모기업 임원들 사이에 일정한 지휘·감독관계가 존재한다고 하여 그러한 사정만으로 종속기업의 업무집행권을 가진 임원들을 종속기업의 근로자라고 볼 수 없다.
◆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1민사부 2014.10.02. 선고 2013가합85764 판결 [해고무효확인등]
♣ 원 고 / A
♣ 피 고 / B 주식회사
♣ 변론종결 / 2014.06.12.
<주 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의 원고에 대한 2013.11.21.자 해고가 무효임을 확인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50,000,000원 및 2013.11.22.부터 원고를 복직시키는 날까지 월 34,585,5이원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각 지급하라.
<이 유>
1. 기초사실
가. 피고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이라 한다)에 의한 금융투자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로서, 프랑스국 파리에 본사를 둔 다국적기업인 C 그룹(C Group, 이하 ‘본사’라고 한다)의 국내 계열회사이다. 원고는 2011.5.23. 피고와 다음과 같은 내용의 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고 피고의 전무로 재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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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직위 : 워런트 세일즈 및 마케팅 부문 해드, 한국 명칭 전무
9. 보수
(a) 급여
귀하의 급여는 연간 한화 400,000,000원입니다. 향후 급여인상 및/또는 변경은 회사의 재량에 따라 이루어집니다.
(b) 재량 보너스
회사의 실적, 12월 31일에 종료한 전년도 개인 실적 등 회사가 적절하게 여기는 요소들에 기초하여 매년 1분기에 현 직원에게 재량 보너스가 지급됩니다. (이하 생략)
(c) Guaranteed 보너스
본 조항에 따라, 2011년 역년에 한하여, 귀하에게 한화 280,000,000원의 Guaranteed보너스를 지급합니다. Guaranteed 보너스는 2011년 역년에 대한 보너스 지급일에 지급될 것이며, 다음 사항을 조건으로 합니다:(이하 생략)
16. 고용의 지속 및 해지
(b) 아래 (c)항을 조건으로 하여 귀하의 고용이 승인되어 정규직이 부여되었을 때, 귀하의 고용은 일방 당사자가 최소한 3개월 이전에 서면 통지하거나 해고예고수당 지급을 함으로써 해지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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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피고는 2013.10.18. 원고에게 ‘2011년 12월 금융당국의 제3차 주식워런트증권(Equity Linked Warrant, 이하 ‘ELW’라고 한다) 관련규제의 발표 및 2012년 3월 시행으로 전체 ELW 시장의 규모가 90% 이상 축소되었고, 향후 호전의 가능성도 없어 (중간생략) 이대로 ELW 마케팅부분을 유지할 경우 ELW 부서의 지속적인 적자가 불가피하여 결국 회사 전체의 경영상태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 예상되므로 회사로서는 ELW마케팅 부분의 인력감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2013년 11월 21일자로 부득이 귀하를 경영상의 이유에 의하여 해고한다’는 취지의 해고 통지를 하였다(이하 ‘이 사건 해고’라고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 9, 11호증, 을 제16 내지 19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의 주장
가. 원고
원고는 피고의 장내파생상품 부문장 D, 본부장 E의 구체적인 지휘·감독 하에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이다. 그럼에도 피고는 근로기준법이 정한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 없이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원고를 정리해고하였으므로 이 사건 해고는 정리해고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서 무효이고, 피고는 원고에게 위자료 50,000,000원과 및 이 사건 해고 다음날인 2013.11.22.부터 원고를 복직시키는 날까지 원고의 급여액인 월 34,585,5이원의 비율로 계산한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
원고는 독자적인 의사결정 권한을 가지고 피고 사업의 경영을 수행한 임원에 해당하므로, 원고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함을 전제로 한 원고의 해고무효확인 및 임금지급 청구는 모두 이유 없다.
설령 원고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해고는 정리해고의 요건을 모두 갖추었으므로 이를 무효로 볼 수 없다.
3. 원고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계약이 민법상의 고용계약이든 또는 도급계약이든 그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여기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업무의 내용이 사용자에 의하여 정하여지고 취업규칙·복무규정·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 과정에 있어서도 사용자로부터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받는지 여부, 사용자에 의하여 근무시간과 근무장소가 지정되고 이에 구속을 받는지 여부, 근로자 스스로가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업무의 대체성 유무, 비품·원자재·작업도구 등의 소유관계, 보수가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을 갖고 있는지 여부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져 있는지 여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의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 등 다른 법령에 의하여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인정받는지 여부, 양 당사자의 경제·사회적 조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2.7.26. 선고 2000다27671 판결 등 참조). 한편, 회사의 업무집행권을 가진 이사 등 임원은 그가 회사의 주주가 아니라 하더라도 회사로부터 일정한 사무처리의 위임을 받고 있는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고 소정의 임금을 받는 고용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어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1992.12.22. 선고 92다28228 판결 참조).
한편, 일반적으로 다국적기업은 국적이 다르고 법적으로 분리된 여러 기업으로 구성된 기업집단으로서의 특성을 지니게 되는데, 기업집단으로서의 다국적기업은 구성기업들의 대등한 연합체가 아니라 지배기업인 모기업이 기업집단의 정점에 위치하여 다국적 기업에 대한 모든 사항을 총괄해서 결정하고, 종속기업은 지배기업인 모기업의 통제하에 놓이게 되어 지배기업인 모기업과 종속기업 사이에 지배종속관계가 존재하게 된다. 이에 따라 지배기업인 모기업의 대표이사 등 임원들과 종속기업의 대표이사 등 업무집행권을 가진 임원들 사이에도 지배기업과 종속기업의 지배종속관계가 투영되어 일정한 수준의 지휘·감독관계가 발생하게 되는데, 이는 하나의 기업내에서의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지배종속관계와 유사한 면이 있으나 어디까지나 지배기업과 종속기업 사이의 기업간 관계에서 발생하는 지배종속관계라는 점에서 구별되어야 하고, 따라서 비록 종속기업의 대표이사 등 업무집행권을 가진 임원들과 모기업 임원들 사이에 일정한 지휘·감독관계가 존재한다고 하여 그러한 사정만으로 종속기업의 업무집행권을 가진 임원들을 종속기업의 근로자라고 볼 수 없다(서울고등법원 2012.12.21. 선고 2012나52795 판결 참조).
나. 판단
앞서 든 증거에 을 제1, 5, 19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① 원고가 피고에 재직할 당시 피고에는 대표이사 F, 사내이사 G, H, I, J, K, L, 감사 M이 임원으로 등기되어 있었고, 원고는 등기된 임원이 아니었던 사실, ② 이 사건 계약서에는 원고의 업무시간 및 업무장소, 전속의무 등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는 사실, ③ 원고에게도 피고의 취업규칙이 적용되었고 접대비 지출, 언론매체 출연, 휴가 사용 등의 경우 피고의 승인을 받아야 했던 사실, ④ 피고는 원고의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고, 원고에게 건강보험 등 사회보험이 적용되었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한편, 앞서 든 증거에 을 제1, 5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원고는 피고에 입사하기 전 N 주식회사의 ELW 마케팅 및 세일즈 부문 책임자로서 4년간 ELW 마케팅업무를 담당하면서 ELW 투자와 관련된 강의를 하거나 서적을 집필하였고, 이에 피고는 원고의 ELW 마케팅업무에 관한 전문성을 인정하여 2011.5.경 금융위원회로부터 장외파생상품 투자매매업무 예비인가를 취득하면서 원고와 이 사건 계약에 이르게 된 점, ② 원고는 피고 회사에서 워런트세일즈 및 마케팅 부문 책임자(Head of Warrants Sales & Marketing)의 지위에 있으면서 ‘전무’ 또는 ‘본부장’으로 호칭되었고, 피고의 위 대표이사, 사내이사, 감사 등으로부터 업무상 구체적인 지시·감독을 받지 아니한 점, ③ 이에 대하여 원고는 장내파생상품 부문장 D, 본부장 E으로부터 ELW 마케팅업무에 관한 구체적인 지시를 받았고 근태관리도 받았다고 주장하나, 이를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고, 오히려 을 제18호증(E 진술서)에는 ‘D은 장내파생상품 총괄임원으로서 장외 파생상품인 ELW와 관련한 경력이 없고, E 역시 원고와 함께 근무한 기간이 한 달 정도에 불과하여 별다른 업무상 지시를 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기재되어 있는 점, ④ 한편, 원고가 본사에 소속된 파생상품부문 책임자 또는 ELW 업무책임자나, 본사 홍콩영업소에 소속된 아시아·태평양 지역 파생상품부문 책임자의 면접을 통하여 피고와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게 되었고, 그 후로도 위 본사 소속 임원들로부터 담당 업무에 관한 지휘·감독 및 인사평가를 받아 왔음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으나,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이는 원고가 피고에게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에 있어 고려할 만한 사정으로 삼기 어려운 점, ⑤ 피고의 파생상품부문은 ELW 마케팅 업무, ELW 트레이딩 업무, ELS 관리 업무, 장내파생상품업무로 조직되어 있는데, 원고, O, P, D은 각 업무의 총괄책임자로서 담당 업무를 수행하였던 점, ⑥ 피고는 2011.11.경 금융위원회로부터 장외파생상품 투자매매 업무 본인가를 취득하면서 자본시장법 제28조의2 제1항에 따라 상근임원 등을 파생상품업무책임자로 지정하게 되었는데, 당시 원고는 상법 제401조의2제1항제3호에 의한 피고 회사의 업무집행자로서 O, P, D과 함께 피고 회사의 파생상품업무책임자로 지정되었던 점, ⑦ 원고의 보수는 기본급 및 보너스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중 기본급은 연 400,000,000원으로 피고의 임직원 중 대표이사 다음으로 높은 액수였던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는 실질에 있어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가 피고의 근로자에 해당함을 전제로 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창근(재판장) 고종완 강산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