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1] 근로자가 타인의 폭력에 의하여 재해를 입은 경우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직장안의 인간관계 또는 직무에 내재하거나 통상 수반하는 위험이 현실화되어 발생한 것으로서 업무와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으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여야 할 것이지만, 가해자의 폭력행위가 피해자와의 사적인 관계에서 기인하였다거나 피해자가 직무의 한도를 넘어 상대방을 자극하거나 도발함으로써 발생한 경우에는 업무기인성을 인정할 수 없어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다.
[2] 원고들의 주장과 같이 가사 망인과 남00이 평소 업무와 관련하여 다투어 왔고 이 사건도 차량관리 문제에서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하더라도, 망인의 위와 같은 폭력행위는 사회적 상당성을 넘어서는 것으로서 사적인 화풀이의 일환이므로 이러한 경우까지 망인의 업무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오히려 망인이 사망에까지 이르게 된 것은 망인의 자의적인 도발에 의하여 촉발된 남00의 폭행행위가 원인이 된 것이라고 볼 것이다. 그래서 망인의 사망이 망인이 수행하던 업무에 내재하거나 이에 통상 수반하는 위험의 현실화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
◆ 서울행정법원 제5부 2016.4.14. 선고 2015구합78083 판결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
♣ 원 고 / 1. A 2. B 3. C 4. D
♣ 피 고 / 근로복지공단
♣ 변론종결 / 2016.03.24.
<주 문>
1.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가 2015.4.15. 원고들에 대하여 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들의 아버지인 망 김○○(1952.5.11.생, 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서울 강동구 천호동 ○○○-2 소재 ○콜택시 주식회사(이하 ‘택시회사’라고만 한다)에서 택시기사로 근무하였다.
나. 망인은 2013.9.3. 03:25경 택시회사 기사대기실 밖에서 동료근로자인 남○○과 다투다가 복부를 발로 가격당하여 뒤로 넘어지면서 그곳 시멘트 바닥에 머리를 부딪쳐 뇌출혈이 발생하였고, 그 후 서울강동성심병원으로 후송되어 치료를 받았으나 2013.9.14. 00:31경 외상성 경막하출혈로 인한 뇌이탈로 사망하였다.
다. 원고들은 피고에게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된다고 주장하면서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2015.4.15. 원고들에게 ‘망인이 전날 남○○과 다툰 것에 대한 앙갚음을 하기 위해 벼르고 있다가 당일 평소보다 일찍 택시회사 기사 대기실에 출근하여 남○○에게 먼저 시비를 걸고 싸우다가 남○○의 폭행에 의하여 부상을 입고 사망에 이르게 되었는바, 이는 망인이 정상적인 직무의 한도를 넘어 상대방을 자극하거나 도발한 경우에 해당하여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다’라는 이유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결정(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갑 제3호증, 갑 제4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들 주장의 요지
택시기사인 망인은 교대근무자 남○○과 차량관리 문제로 다투다가 남○○으로부터 폭행을 당하여 사망하였는바 이는 , 직무의 범위 내에서 발생하는 직장 내 인간관계 또는 직무에 내재하거나 통상 수반하는 위험의 현실화로서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것임에도 이와 다른 취지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나. 인정사실
다음의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5 내지 8호증,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다.
1) 망인은 택시회사에서 남○○과 같은 조가 되어 12시간씩 교대(주야 04:00~16:00, 16:00~4:00)로 택시운전을 하는 기사였다.
2) 그런데 망인은 평소 남○○과 차량관리 문제로 자주 다투었고 2013.9.2. 오후경에는 남○○이 업무시간에 차량브레이크라이닝을 교체하지 아니한 채 택시운전업무를 교대하는 바람에 망인 자신의 영업시간을 이용하여 교체해야 하는 일이 발생하여 남○○과 다투게 되었다.
3) 망인은 그 다음날인 2013.9.3. 03:15경 평소보다 일찍 택시회사 기사대기실에 출근한 후 동료직원들에게 ‘남○○이 사과하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라는 취지의 말을 하면서 남○○에 대하여 앙갚음을 하려고 벼르고 있었고, 그 후 남○○이 택시운전 업무를 끝내고 교대하기 위해 기사대기실로 들어오자 남○○에게 소위 가스 따먹기(택시기사가 자신의 일이 끝나면 다음 교대근무자를 위해 주유를 한 후 손님을 태우지 말아야 하는데 주유를 한 후 손님을 태워 교대근무자의 기름을 빼앗는 행위)와 관련된 얘기를 꺼내면서 시비를 걸고 남○○과 서로 언성을 높이며 말다툼을 하다가 함께 밖으로 나간 후 남○○을 주먹으로 때리고 남○○을 향해 빗자루를 휘두르면서 몸싸움이 시작되었다.
4) 그 후 약 10분 동안 몸싸움이 지속되다가 망인은 남○○과 싸움을 중단한 다음 기사대기실 안으로 들어왔는데 자신의 흰옷에 발자국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화가 나서 남○○에게 다가가 발길질을 하여 다시 싸움이 시작되었고, 그 과정에서 남○○이 망인의 복부 부분을 발로 차 망인이 뒤로 넘어지면서 그곳 시멘트 바닥에 머리를 부딪쳐 뇌출혈이 발생했고 그로 인해 결국 사망에 이르렀다.
다. 판 단
1) 근로자가 타인의 폭력에 의하여 재해를 입은 경우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직장안의 인간관계 또는 직무에 내재하거나 통상 수반하는 위험이 현실화되어 발생한 것으로서 업무와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으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여야 할 것이지만, 가해자의 폭력행위가 피해자와의 사적인 관계에서 기인하였다거나 피해자가 직무의 한도를 넘어 상대방을 자극하거나 도발함으로써 발생한 경우에는 업무기인성을 인정할 수 없어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1995.1.24. 선고 94누8587 판결 등 참조).
2) 망인이 남○○과 차량관리 문제로 다투다가 남○○의 폭행행위에 의하여 사망에 이르게 된 사실은 위에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위 인정사실 및 그로부터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망인과 남○○ 사이의 차량브레이크라이닝 교체 문제는 이 사건 발생 전날 망인이 그 교체를 함으로써 일단락된 점, 그럼에도 망인은 남○○에 대한 나쁜 감정을 누그러뜨리지 못하고 그 화풀이를 하기 위해 남○○에게 먼저 시비를 걸면서 주먹과 발길질을 하고 빗자루 등을 사용하여 남○○을 폭행한 점, 남○○은 망인과 몸싸움을 하기는 하였으나 적극적으로 망인을 공격하지는 않고 주로 방어 자세를 취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해보면, 원고들의 주장과 같이 가사 망인과 남○○이 평소 업무와 관련하여 다투어 왔고 이 사건도 차량관리 문제에서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하더라도, 망인의 위와 같은 폭력행위는 사회적 상당성을 넘어서는 것으로서 사적인 화풀이의 일환이므로 이러한 경우까지 망인의 업무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오히려 망인이 사망에까지 이르게 된 것은 망인의 자의적인 도발에 의하여 촉발된 남○○의 폭행행위가 원인이 된 것이라고 볼 것이다. 그래서 망인의 사망이 망인이 수행하던 업무에 내재하거나 이에 통상 수반하는 위험의 현실화라고 보기 어렵고 달리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같은 취지의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강석규(재판장) 김유정 김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