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1] 쟁의행위로서의 파업이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져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경우에 비로소 그 집단적 노무제공의 거부가 ‘위력’에 해당하여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
[2] 이 사건 사용자는 노조의 파업 사실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고, 실제로 파업에 대비한 대체인력 투입 등 준비를 통해 조업을 계속하였으며, 노조는 사업장에 투입된 대체인력의 업무수행을 방해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할 때, 이 사건 파업의 전격성을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형법 제314조에서 정한 ‘위력’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
◆ 서울고등법원 제6형사부 2016.1.15. 선고 2015노191 판결 [업무방해]
♣ 피고인 / 1. A (65-1), 전국OO노동조합 위원장
2. B (58-1), 전국OO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
3. C (73-1), 전국OO노동조합 사무처장
4. D (66-1), ○○노조 서울지방본부본부장
♣ 항소인 / 검사
♣ 원심판결 / 서울서부지방법원 2014.12.22. 선고 2014고합51 판결
<주 문>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1. 항소 이유의 요지
쟁의행위로서의 파업이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인 ‘위력’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위력’의 주요 표지인 ‘전격성’은 파업 돌입에 관한 ‘사용자의 주관적 인식 여부 내지 사실상 예측가능성’이 아니라 ‘규범적 예측가능성’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따라서 파업의 ‘전격성’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규범적 요소인 파업 목적이나 절차의 불법성을 반드시 고려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이 사건 파업 절차의 불법성에 대한 판단을 누락한 채, 사용자인 ○○○○공사의 사실상 예측가능성 및 대비 가능성만을 기준으로 이 사건 파업의 ‘전격성’을 판단하였다. 또한 원심은 이 사건 파업의 진정한 목적이 ‘철도산업 발전방안 저지’임이 분명함에도 ‘수서발 KTX 법인 설립을 위한 이사회 출자 결의 저지’인 것으로 오인하였고, 전격성을 긍정하는 요소로 고려하여야 할 필수공익사업인 철도사업의 특수성을 오히려 전격성을 부정하는 요소로 고려하였다. 결국,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에는, 목적과 절차에 중대한 불법이 있어 ‘전격성’이 충분히 인정되는 이 사건 파업의 ‘전격성’을 부정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2. 판단
가. ‘위력’의 표지 중 하나인 ‘전격성’의 판단 기준
1) 대법원은, “근로자가 그 주장을 관철할 목적으로 집단적으로 근로의 제공을 거부하여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쟁의행위로서의 파업이 언제나 업무방해죄(형법 제314조제1항)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것은 아니고, 전후 사정과 경위 등에 비추어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져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등으로 사용자의 사업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혼란될 수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 비로소 그 집단적 노무제공의 거부가 위력에 해당하여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1.3.17. 선고 2007도482 전원합의체 판결, 이하 ‘전원합의체 판결’이라고 한다).
2) 위와 같이 전원합의체 판결이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인 ‘위력’의 표지 중 하나로 ‘사용자의 예측 가능성을 고려한 전격성’을 제시한 것은, 헌법상 보장된 근로자의 단체행동권과 사용자의 조업(操業) 계속의 자유를 조화시키려는 것으로 이해된다. 즉, 근로자들이 단체행동권에 근거하여 쟁의행위를 할 수 있는 반면 사용자는 비조합원, 쟁의행위 탈락자 또는 법이 허용하는 대체근로의 사용 등으로 조업을 계속할 자유를 가진다. 따라서 ‘단순한 집단적 노무제공의 거부’라 하더라도, 그것이 사용자에게 전혀 예측할 수 없는 것이어서 사용자로 하여금 파업에 대비하여 조업을 계속할 준비조차 갖추지 못하게 하고, 그로 인하여 사용자의 조업계속의 자유가 부당하게 제한된다면 그 쟁의행위는 형법 제314조제1항의 ‘위력’으로 평가되어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파업의 ‘전격성’을 판단함에 있어서 고려할 ‘사용자의 예측가능 여부’는 단순히 ‘노동조합이 파업을 사전에 예고하여 사용자가 파업 일정을 알 수 있었는지’만을 기준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전후 사정과 경위 등에 비추어 사용자가 객관적으로 파업을 예측하고 이에 대비하여 조업을 계속할 준비를 갖출 수 있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3) 한편 파업 목적이나 절차에 중대한 불법이 있는 경우, 사용자로서는 근로자들이 중대한 불법의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파업을 실제로 강행하리라고는 예측하기 어려울 수 있고, 이 경우 규범적 측면에서 전격성을 긍정할 여지가 더 커진다고 볼 수 있다. 다만 그렇더라도, ① ‘전격성’은 어디까지나 사용자의 조업계속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제시된 표지인 점, ②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인 단체행동권의 행사를 범죄행위의 구성요건으로 포섭하는 것은 최대한 자제되어야 하는 점, ③ 규범적 예측가능성을 지나치게 강조할 경우 과연 어떤 경우를 두고 규범적으로 예측가능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는지 오히려 불명확해 질 수 있는 점, ④ ‘전격’의 사전적 의미는 ‘번개같이 급작스럽게 들이침’으로 ‘현상’을 설명하는 단어인 점 등을 감안하면, ‘전격성’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존재(sein)의 관점, 즉 사용자가 파업을 실제로 예측하고 이에 대비하여 조업을 계속할 준비를 갖출 수 있었는지 여부를 주된 요소로 고려하여야 하고, 당위(sollen)의 관점, 즉 규범적 측면에서의 예측가능성은 부수적 요소로 고려함이 타당하다 할 것이다.
4) 아래에서는 위와 같은 ‘전격성’의 판단 기준을 염두에 두고, ① 이 사건 파업의 목적이나 절차의 불법성 및 그 정도, ② 사용자인 ○○○○공사가 전국OO노동조합(이하 ‘○○노조’라고만 한다)의 파업 돌입을 객관적으로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었는지, ③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고만 한다)의 개정과 전원합의체 판결에 의한 종전 대법원 판결의 변경 등에 따라 사용자의 규범적 예측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평가할 수 있는지 등을 차례로 살펴본 다음, 그러한 판단들을 종합하여 피고인들을 업무방해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를 판단한다.
나. 이 사건 파업의 목적에 관하여
1) 이 사건 파업의 목적이 무엇인지
가) 원심의 판단
원심은,「○○노조가 내건 대외적·정치적 투쟁목표(slogan)와 쟁의행위의 목적은 구별되어야 하고, ○○노조가 철도민영화 저지를 투쟁목표로 내세웠다고 하여 이를 곧바로 이 사건 파업의 목적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 사건 파업의 경과를 살펴보면 수서발 KTX 법인 설립 방안과 일정이 구체화됨에 따라 파업의 시기와 방법도 구체화 되었다. ○○노조가 수서발 KTX 법인 설립 일정에 맞춰 총파업을 전개하는 방향으로 투쟁계획을 세운 점, 대외적으로 파업 목적을 ‘수서발 KTX 법인 설립을 위한 이사회 출자 결의 저지’라고 분명히 한 점, 파업시기를 ○○○○공사 이사회 개최일에 맞추어 정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파업의 주된 목적은 ‘수서발 KTX 법인 설립을 위한 이사회 출자 결의 저지’임이 분명하다.」고 하여, 이 사건 파업의 목적을 ‘수서발 KTX법인 설립을 위한 이사회 출자 결의 저지’로 보았다.
나) 당심의 판단
(1) 파업의 목적을 판단하는 기준
(가) 기록에 나타난 증거들에 의하면 ○○노조가 지속적으로 ‘철도민영화’를 반대해 온 사실 자체는 인정되며, 원심이나 피고인들도 이를 부인하고 있지 아니하다. 그러나 ○○노조가 ‘철도민영화 반대’를 줄곧 주장하여 왔던 점에 주로 주목하여, 이 사건 파업의 진정한 목적은, ○○노조가 대외적으로 명백하게 표명한 것과 달리 ‘철도산업 발전방안 저지’라는 검사의 주장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 근로자단체와 사용자 사이의 단체교섭이나 쟁의행위는 상대방의 태도와 주변상황의 변화, 쟁의행위 자체가 향후 어떠한 규범적 평가를 받을 것인가에 대한 나름의 검토 결과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진행되는 역동적이고 유동적인 과정이라고 일반적으로 설명되고 있다. 따라서 ○○노조가 정부의 ‘철도민영화 정책’에 대한 반대의 입장과 의견을 갖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노조가 그러한 반대 입장의 관철을 단체교섭이나 쟁의행위의 목적으로 삼을지 여부는 또 다른 국면의 문제라고 보아야 한다. 가령 ○○노조로서는 명백한 정치파업이라는 규범적 평가를 무릅쓰고라도 정부의 ‘철도민영화 정책’에 대한 반대 입장의 관철 자체를 목적으로 쟁의행위를 시도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한 목적의 쟁의행위를 선택하지 않고 이 사건의 경우처럼 근로조건과의 관련성이나 사용자의 처분권을 나름 주장할 수 있는 주제인 ‘수서발 KTX 법인 설립을 위한 이사회 출자 결의 저지’를 쟁의행위의 목적으로 삼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정부의 ‘철도민영화 정책’에 대한 반대 입장이 ‘수서발 KTX 법인 설립을 위한 이사회 출자 결의 저지’를 쟁의행위의 목적으로 삼게 된 배경이 되었다고 평가할 여지는 있을지언정, 그러한 배경이 바로 쟁의행위의 목적 또는 ‘진정한 목적’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나) 따라서 쟁의행위의 목적이 무엇인지는 단체교섭의 내용 및 경과, 쟁의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쟁의행위 전후의 노동조합과 사용자의 상황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그리고 쟁의행위의 목적이 무엇인지는 쟁의행위의 정당성 여부를 가르는 중대한 요건이므로 그 판단에는 신중을 기하여야 하고, 특히 단체교섭 당사자가 실제 사건과 다른 상황에 있었다면 이러저러하게 행동하였으리라는 가정적인 판단을 기초로 목적을 쉽사리 추단하여서는 아니 된다.
(2) 원심의 판단을 지지하는 추가적인 사정들
이 사건 파업의 목적에 관한 원심의 판단은 기본적으로 위와 같은 판단 기준에 따른 것으로 보여 정당하다. 나아가 원심과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원심의 판단을 뒷받침하는 사정들이 추가로 인정된다.
① ○○노조와 ○○○○공사 사이의 본교섭 교섭회의록(증거기록 3권 1207쪽 이하)에 의하면, 양 교섭당사자들이 ‘○○○○공사는 준시장형 공기업으로서 정부의 정책에 반하는 경영상 결정을 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기는 하지만 어느 정도 자율적 운영을 할 수 있다’는 기본적 인식을 공유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노조는 2013.11.6. 제2회 본교섭에서 구체적으로 ‘수서발 KTX 준비단 해체’와 ‘국토교통부와의 합동 T/F 중단’을 요구하였는데(증거기록 3권 1248쪽 이하, 1288쪽 이하), 이는 사용자인 ○○○○공사가 처분권을 가지고 있는 사항들에 대한 요구임이 분명하고, ○○노조가 ○○○○공사에 대하여 정부정책인 ‘철도산업 발전방안’의 철회를 직접 요구한 것으로 보이지는 아니한다.
② 국토교통부가 2013년 6월 말경 ‘철도산업 발전방안’을 확정·발표하자, ○○노조는 2013.6.25. ~ 27. ‘철도민영화 저지를 위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하여 파업을 가결하였으나(증거기록 3권 1104쪽), 곧바로 파업에 돌입하지는 아니하였다. 원심 증인 □□□(○○노조 정책위원)은 그 이유에 관하여, “수서발 KTX의 경우에는 ○○○○공사 내부에서도 좀 더 노력해 보자는 입장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공사에 대한 강한 메시지 전달의 의미가 강했다”고 진술하였다(공판기록 3권 1060쪽).
③ ◇◇◇(○○○○공사 인사노무실 노사협력처 운영소통부장)은 수사기관에서, “2011년 말경 국토해양부에서 KTX 민간개방을 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하자 그때부터 ○○노조가 각종 집회 등에서 ‘철도민영화 반대’를 주장하기 시작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증거기록 2권 455쪽), 위 □□□도 “2011.12. 당시에도 정부가 수서발 KTX 민간개방을 추진하였으나 파업을 하지는 않았다. 2011년에는 ○○○○공사와 ○○노조의 입장 차이가 크지 않았고, ○○○○공사가 수서발 KTX 민간 개방에 적극 반대하고 있었기 때문에 파업할 이유가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공판기록 3권 1062쪽). 이와 같이 정부가 2011년경에도 ‘철도민영화’ 정책을 발표한 사실이 있지만, ○○노조는 ‘철도민영화 반대’ 집회 등을 개최하였을 뿐 그것을 목적으로 하는 파업에 돌입하지는 아니하였다.
(3) 소결론
이상의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노조가 이른바 ‘철도민영화’를 줄곧 반대해 온 것은 분명하지만, 사용자인 ○○○○공사에 대하여 ‘철도민영화 철회’를 직접적인 요구사항으로 내세우지는 않았다고 봄이 상당하다. 이는, 당시의 다른 사정도 고려한 결과이기도 하겠지만, ○○노조가 ‘철도민영화 정책에 대한 반대’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쟁의행위를 의식적으로 피하였다고도 볼 정황이다. 다만 정부의 ‘철도산업 발전방안’이 구체적으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공사가 자회사에 대하여 출자를 하여야 하는데, ○○○○공사는 이사회 결정을 통한 자율적 운영을 보장받는 준시장형 공기업으로 위 출자 여부에 관한 처분권을 가지고 있었고, ○○노조는 바로 위 출자 결의 저지를 목표로 이 사건 파업에 나아갔다고 봄이 상당하다. 같은 취지의 원심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검사의 주장과 같은 위법은 없다.
2) 이 사건 파업 목적의 불법성 및 그 정도
가) 원심의 판단
(1) 우선 원심은, 수서발 KTX 법인 설립을 위한 이사회 출자 결의 여부는 경영주체인 철도공사의 고도의 경영상 결단에 속하는 사항으로서 원칙적으로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으므로 위와 같은 사항을 반대하기 위한 이 사건 파업은 그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2) 그러면서도 원심은 이 사건 파업의 전격성을 판단함에 있어, 이른바 ‘경영간섭 파업’의 경우 순수한 정치적 목적의 파업과는 달리 근로조건의 변경과 관련이 있는 경우가 많아 이런 경우 사용자로서는 쟁의행위를 예상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하는데, 이 사건 파업의 목적은 ‘수서발 KTX 법인 설립을 위한 이사회 출자 결의 저지’로서 사용자인 ○○○○공사의 처분 권한 범위 내의 사항이고, 이는 철도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의 유지·개선과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이를 이 사건 파업의 ‘전격성’을 부정하는 사정 중 하나로 제시하였다.
나) 당심의 판단
원심과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수서발 KTX 법인 설립 여부’는 근로조건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어서 근로자들에게는 중대한 현안이었고, 따라서 근로자들이 이에 관하여 비상한 관심을 두고 있었음을 인정할 수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자회사에는 이익을 내는 소위 ‘황금노선’의 운영을 맡기고, 반면 ○○○○공사에는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운영할 수밖에 없는 적자노선이 포함된 노선의 운영을 맡긴다면, 결국 ○○○○공사의 재무상태가 나빠지고 그로 인하여 근로조건도 악화될 것임은 누구라도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사용자인 ○○○○공사로서도 ‘자회사, 즉 수서발 KTX 법인 설립을 추진할 경우 ○○노조가 쟁의행위에 돌입할 수 있다’는 예측을 할 수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고, 거기에 실제로 파업을 강행하리라고는 도저히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중대한 목적의 불법이 있다고 하기는 어렵다.
① ○○○○공사는 2011년 12월경 정부가 ‘KTX 민간개방’을 추진하자, 내부적으로 “철도운영부문 경쟁 도입시 고려사항”이라는 제목의 문서를 작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고속철도 민간개방, 무엇이 문제인가?”, “고속철도 민간개방, 국가와 국민 모두 손해입니다“라는 제목의 문서들을 작성하였다(공판기록 2권 711쪽 이하). 위 문서들에는, “철도산업에는 ‘규모·범위의 경제’가 작동하기 때문에 다수의 운영자가 존재할 때는 비용 측면에서 오히려 비효율이 발생한다”, “철도운영자에게는 적자노선을 존속시켜야 할 사회적 책무가 있는데, 민간 기업이 고속철도만을 운영할 때에는 비수익노선의 서비스 유지가 어려워지게 된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이와 같이 사용자인 ○○○○공사 스스로도 수서발 KTX 노선이 분리될 경우 회사의 재무상태가 나빠질 것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다. 구체적으로, ○○○○공사는 수서발 KTX 노선 분리로 인한 매출 감소를 연 3,000~4,000억 원 정도로 예측한 것으로 보인다(공판기록 5권 2274쪽).
② ○○노조와 ○○○○공사의 2013.11.6.자 2차 본교섭에서도 수서발 KTX 법인 설립 문제는 중요 현안으로 논의되었고(증거기록 3권 1248쪽 이하), ○○노조는 “3,000~4,000억 원 영업손실이 발생할 것이고, 당연히 ○○○○공사에 돈이 없으니 구조조정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하여 ○○○○공사의 분명한 입장을 밝혀 달라”는 취지로 발언하여, 수서발 KTX 법인 설립 문제를 가장 절박한 현안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분명히 밝혔다.
③ ○○○○공사 인사노무실 노사협력처 운영소통부장인 ◇◇◇도 수사기관에서, “기존 철도노선을 독점 운영하던 것을 새로운 법인을 통해 분리운영하게 되면 수익창출을 위해서 구조조정을 할 수도 있고, 신규노선과의 경쟁으로 인하여 ○○○○공사의 수익구조가 더 악화될 경우 민간에 매각할 계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철도민영화라고 주장하는 것이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여, 노조 측의 현실 인식 자체는 수긍하는 듯한 진술을 하였다(증거기록 2권 470쪽).
④ 수서발 KTX 운영을 위해서는 ○○○○공사 직원들이 수서발 KTX 법인으로 이직할 필요가 있었고, 실제 ○○○○공사가 직원 이직 등 인력운영계획을 수립하려고 한 사실이 인정된다(공판기록 5권 2274쪽). 이에 ○○○○공사 근로자 약 1만 8,000명이 2013.10.21. ○○○○공사에 ‘전직거부 선언서’를 일괄 전달하기도 하였다(공판기록 5권 2253쪽).
다. 이 사건 파업의 절차에 관하여
1) 이 부분의 쟁점
가) 노동조합법은 쟁의행위의 시기·절차와 관련하여, 조합원의 찬반투표(제41조제1항), 쟁의발생시 상대방에 대한 통보(제45조제1항), 조정전치주의(제45조제2항 본문), 법정조정·중재기간 중 쟁의행위 금지(제45조제2항 단서, 제63조) 등의 규정을 두고 있다.
나) 그런데 원심이 적절하게 인정한 바와 같이, ○○노조는 ① 2013.11.20. ~ 22. ‘2013년 임금투쟁 승리를 위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하여 재적 조합원 20,572명 중 18,780명이 투표하고 15,022명이 찬성함으로써 쟁의행위를 가결하였고[투표율 91.3%, 찬성률 80.0%(재적 대비 73.0%), 이하 ‘이 사건 찬반투표’라고 한다], ② 2013.11.12.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하여 2차례 조정회의를 거쳐 2013.11.27.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조정 종료 결정을 받는 등 노동조합법이 정한 사전 조정 절차도 거쳤다. 그렇다면 이 사건 파업의 절차는 노동조합법이 규정한 절차들을 일응 준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 이에 대하여 검사는, ① ○○노조가 임금교섭 과정에서 임금 안건과 관계없는 ‘수서발 KTX 회사 설립 저지’를 주된 요구사안으로 주장하고 이를 이유로 파업을 강행하여 교섭의 실질이 없었고, 성실교섭의 원칙도 위반하였고, ② 위 파업찬반투표의 안건은 오로지 ‘임금요구안’으로 ○○노조가 파업의 목적이라고 주장한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 저지’ 안건에 대해서는 파업찬반투표를 거친 바 없으며, ③ 파업찬반투표는 노동위원회의 조정안을 수용할 것인지 여부에 대한 조합원의 의사가 반영되어야 하므로 조정절차를 거친 후 실시하여야 함에도 조정절차를 종료하기 전 파업찬반투표를 실시하는 등 이 사건 파업에 중대한 절차적 하자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라) 아래에서는 검사가 주장하는 사정들에 관하여 살펴본다.
2) 이 사건 파업 절차 불법의 정도
가) ○○노조가 성실교섭의 원칙을 위반하였는지 여부
기록에 나타난 증거들에 의하면, ① ○○노조와 ○○○○공사는 2013.9.12.부터 10.8.까지 총 5차례의 절차협의를, 같은 해 10.14.부터 11.6.까지는 총 6차례의 임금 및 현안 관련 실무교섭과 2차례의 본교섭을 진행한 사실, ② 특히 2013.11.6.자 본교섭에서는 수서발 KTX 법인 설립 문제가 중요 현안으로 논의되었고, ○○○○공사도 위 안건이 중요 현안이라는 점을 부인하거나 위 안건이 임금교섭 사항이 아님을 이유로 교섭 자체를 거부하지는 아니한 사실(증거기록 3권 1248쪽 이하, 공판기록 2권 900쪽, 4권 1716쪽), ③ 수서발 KTX 법인 설립 문제와는 별개로 임금 안건에 관해서도 6.7%의 인상을 주장하는 노조측과 임금 동결을 주장하는 사용자측 사이에 첨예한 의견대립이 있었던 사실(공판기록 2권 903, 941, 960쪽, 증거기록 1권 240쪽, 3권 1313쪽 이하), ④ 노동위원회 조정신청안에도 ‘수서발 KTX 법인 설립 반대’ 안건이 노조측 현안 요구안에 포함되어 있었던 사실(증거기록 3권 1207쪽), ⑤ 조정신청 이후에도 ○○노조의 요구로 2013.12.5. 추가 본교섭이 1회 더 실시되었고, ○○노조가 두 차례의 집중교섭을 추가로 요구하여 12.7.(토)과 8.(일) 집중교섭을 하기로 하였으나 집중교섭도 끝내 무산된 사실 등이 인정된다. 그렇다면 노사 간의 첨예한 의견대립으로 인하여 교섭이 결렬되었다고 평가할 수는 있을지언정, 교섭의 실질이 없었다거나 ○○노조가 성실교섭의 원칙을 위반하여 단체교섭권을 남용하였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나) 조합원 찬반투표의 시기에 관하여
(1) 검사는 대법원 2001.9.14. 선고 2001도53 판결을 들어, 쟁의행위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는 조정절차까지 거친 후 쟁의행위에 돌입하기 직전에 실시되어야 하는데,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종료 결정이 있기 전에 이 사건 찬반투표를 실시함으로써 노동조합법에 규정된 절차를 위반하였다고 주장한다.
(2) 그러나 노동조합이 조정절차가 종료되기 전에 미리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하였다고 하여 그 찬반투표가 위법하다거나 나아가 그 효력이 부인된다고 할 수 는 없다.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이다.
❏ 헌법 제33조제1항은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을 가진다”고 규정하여 근로자와 근로자단체의 단결권을 보장하고 있다. 헌법 제33조제1항의 단결권은 근로자단체의 존속, 유지, 발전, 확장 등을 국가공권력으로부터 보장하고(단체존속의 권리), 근로자단체의 조직 및 의사형성절차에 관하여 규약의 형태로 자주적으로 결정하는 것을 보장하며(단체자치의 권리), 근로조건의 유지와 향상을 위한 근로자단체의 활동, 즉 단체교섭, 단체협약 체결, 단체행동, 단체의 선전 및 단체가입의 권유 등을 보호한다(단체활동의 권리)(헌법재판소 1999.11.25. 선고 95헌마154 결정 참조).
따라서 근로자단체인 노동조합은 조직형태나 내부운영 및 대외적 활동과 관련하여 자주적으로 결정하고 행동하며 그에 대해서 외부로부터의 간섭을 받지 아니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는 노동조합의 조직·운영에 대한 개입을 자제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조합원의 직접·비밀·무기명투표를 거쳐 조합원 과반수가 파업에 찬성한 것으로 확인된 때에는 쟁의행위를 개시하기로 한 조합원들의 민주적 의사결정은 최대한 존중되어야 하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찬반투표의 효력을 부정하여서는 아니 된다.
❏ 찬반투표를 거치지 않은 쟁의행위는 그 절차를 따를 수 없는 객관적인 사정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한 정당성이 상실되고(대법원 2001.10.25. 선고 99도4837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쟁의행위에 참가한 근로자들에게 업무방해죄라는 형사책임을 물을 수도 있게 된다. 그런데 노동조합법은 쟁의행위는 법에 의한 사전조정절차를 거치지 아니하면 이를 행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으나(제45조제2항), 조정절차를 거친 후에 쟁의행위에 대한 찬반투표를 실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는 아니하며, 달리 찬반투표의 시기에 관하여 어떠한 규정도 두고 있지 않다. 노동조합법에 명문으로 규정되어 있지 아니한 ‘조정절차를 종료한 후에 쟁의행위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할 것’이라는 요건을 추출하여 찬반투표의 효력을 부정하고 이를 형사처벌의 기초로 삼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관점에서도 받아들일 수 없다.
❏ 노동조합법 제45조의 조정전치에 관한 규정의 취지는 분쟁을 사전 조정하여 쟁의행위 발생을 회피하는 기회를 주려는 데에 있는 것이지 쟁의행위 자체를 금지하려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고(대법원 2000.10.13. 선고 99도4812 판결 등 참조), 쟁의행위를 개시한 이후에도 당사자의 신청에 의하여 조정절차를 개시하는 것이 여전히 가능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찬반투표 실시시기를 반드시 조정절차 종료 후로 제한하여야 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
(3) 검사가 들고 있는 대법원 2001.9.14. 선고 2001도53 판결은, 관련 사실관계가 어떤 것인지와 무관하게, 쟁의행위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가 반드시 노동위원회 조정안이 제시된 이후에 실시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되지는 아니할 뿐만 아니라, 이 사건과는 다른 사실관계를 기초로 법리가 제시된 것으로 보여 이 사건에 그대로 원용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4) 위와 같은 판단에 더하여, 중앙노동위원회는 2013.11.27. 노사 양측 주장의 현격한 차이로 의견조율이 어렵다고 판단하여 조정 종료 결정을 하였으므로, 결국 ○○노조가 수용하거나 찬반투표에 반영할 만한 조정안이 제시된 바 없다는 점까지 고려하여 보면, 이 사건 찬반투표가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종료 결정 전에 실시되었다고 하여 위법하다거나 효력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다) 찬반투표의 안건에 관하여
검사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2013.11.20.부터 같은 달 22. 사이에 실시 된 이 사건 찬반투표의 안건이 ‘2013년 ○○노조 임금 요구안’으로 공고되었음은 분명하다(증거기록 1권 106쪽). 그러나 원심과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 사정들을 종합하면, 조합원 찬반투표 당시 중요한 현안 사항이 ‘수서발 KTX 법인 설립을 위한 이사회 출자 결의 여부’라는 것은 ○○노조의 조합원 대다수가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노조가 위 찬반투표의 안건을 ‘임금 요구안’으로 공고하였다고 하여 거기에 조합원들의 총의가 반영되지 않았다고 평가할 정도의 절차위반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① 우선 쟁의행위의 전제가 되는 단체교섭 과정을 살펴보면, 수서발 KTX 법인 설립 문제는 노조측 현안요구안에 포함되어 있었을 뿐만 아니라 중요 현안으로 논의되었다. ○○○○공사도 위 안건이 중요 현안이라는 점을 부인하거나 위 안건이 임금교섭 사항이 아님을 이유로 교섭 자체를 거부하지는 아니하였으며, 다만 ○○노조 측의 주장에 대해 수용불가 입장을 고수하는 등 노사 간에 첨예한 의견대립이 있었다.
② ○○노조는 2013.11.12.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임금 및 현안관련 쟁의행위 찬반투표의 압도적 가결을 위해 투쟁하자는 취지로 결의하고(증거기록 1권 119쪽), 조정신청안에 ‘수서발 KTX 법인설립 반대’ 안건을 노조측 현안요구안에 포함시켜 쟁의조정신청을 하였다(증거기록 3권 1207쪽).
③ 2013.11.20.부터 22. 사이에 실시 된 이 사건 찬반투표는 같은 해 6.25.부터 27. 사이에 이미 실시 된 바 있는 조합원 찬반투표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는데, 당시 찬반투표의 안건은 ‘철도민영화 저지를 위한 쟁의행위 찬반투표’였으며, 위 안건은 재적조합원 20,724명 중 19,016명 찬성(투표율 91.8%, 찬성율 82.3%)으로 가결되었다(증거기록 3권 1105쪽).
④ ○○○○공사 인사노무실 노사협력처 운영소통부장 ◇◇◇은 원심 법정에서, “위 찬반투표에 관하여 임금을 안건으로 내세우기는 했지만 현안사항이 민영화라는 것은 현장에서도 다 알고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공판기록 2권 969, 973쪽), 노사협력처장 ☆☆☆이 작성한 일일 노사현안보고에도 찬반투표의 안건은 ‘2013년 임금 및 현안 관련 쟁의행위 찬반투표’로 기재되어 있다(증거기록 3권 1188, 1189쪽).
라) 소결론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파업에 사용자인 ○○○○공사로 하여금 ○○노조가 실제로 파업을 강행하리라고는 도저히 예측하지 못하게 할 정도로 중대한 절차의 불법이 있었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
3) 원심이 파업의 절차 불법에 관한 판단을 유탈하였다는 주장에 관하여
가) 원심은, 이 사건 파업은 그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이상 절차의 적법성 등 쟁의행위의 정당성에 대한 다른 요건의 충족 여부에 대하여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정당한 쟁의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정당한 쟁의행위는 어떠한 경우에도 업무방해죄에 해당하지 않지만(노동조합법 제4조), 쟁의행위가 정당하기 위해서는 그 목적·방법 및 절차가 법령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어서는 아니 된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노동조합법 제37조제1항), 원심의 위와 같은 논리구조는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다.
나) 나아가 원심은 이 사건 파업의 전격성에 관한 판단 부분에서, “○○노조가 성실교섭의 원칙을 위반한 것으로 보기 어렵고, 이 사건 파업에 조합원들의 총의가 반영되지 않은 절차 위반이 있었다거나 철도공사가 ○○노조의 요구사항이나 파업시기를 알기 어렵게 할 정도의 절차위반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그렇다면 원심도 파업 절차의 불법성에 관하여 나름대로 필요한 범위 내에서의 판단은 하였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검사의 이 부분 판단유탈 주장은 이유 없다.
라. ○○○○공사가 이 사건 파업을 객관적으로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었는지
1) ○○○○공사가 이 사건 파업을 예측할 수 있었는지 여부
우선 원심과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및 경과들을 종합하여 보면, ○○○○공사는 수서발 KTX 법인 설립을 위한 이사회 개최에 맞추어 ○○노조가 이 사건 파업에 돌입할 것이라는 사실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예측하였음을 인정할 수 있다.
① 앞서 본 바와 같이 ○○노조는 철도민영화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분명하게 밝혀 왔고, ○○○○공사도 2013년 6월경까지는 수서발 KTX의 민간 개방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으므로 노사 간의 의견이 다르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2013.6.26. 철도산업위원회에서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을 주요 골자로 하는「철도산업발전방안」을 확정·발표하자 ○○○○공사도 수서발 KTX 법인 설립에 찬성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하면서 노사 간에 현격한 의견대립이 발생하였으며, 그 무렵부터 수서발 KTX 법인 설립 여부 및 그를 위한 이사회 출자 결의 여부가 노사 간에 최대 현안으로 부각되기에 이르렀다.
② 그리하여 노사 간 교섭의 필요성이 제기되자, ○○노조와 ○○○○공사는 2013.9.12.부터 10.8.까지 총 5차례의 절차협의를, 같은 해 10.14.부터 11.6.까지는 총 6차례의 임금 및 현안 관련 실무교섭과 2차례의 본교섭을 진행하였다. 그러나 교섭과정에서 ○○노조가 임금 6.7% 인상과 수서발 KTX 법인 설립 반대 등을 안건으로 제시하자, 철도공사가 정부 방침을 이유로 임금동결을, 수서발 KTX 법인 설립 문제에 대해서는 수용불가 입장을 고수하는 등 노사 간에 첨예한 의견대립이 있었다.
③ 이에 ○○노조는 2013.11.6. 2차 본교섭에서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같은 달 12. 임시대의원대회를 개최하여 2013년 임금 및 현안요구안 관철을 위한 쟁의 발생을 결의한 다음, 같은 날 ‘임금요구안과 수서발 KTX 법인 설립 반대 등의 현안요구’를 조정신청 대상에 포함시켜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행위 조정신청을 하였다. 중앙노동위원회는 15일의 조정 기간 동안 2차례의 조정회의를 진행하였으나, 2013.11.27. 노사 양측 주장의 현격한 차이로 의견조율이 어렵다고 판단하여 조정 종료 결정을 하였다.
④ 조정신청 이후에도 ○○노조의 요구로 2013.12.5. 추가 본교섭이 1회 더 실시되었으며, 노사는 주말인 같은 달 7.(토)과 8.(일) 집중교섭을 두 차례 더 하기로 합의하였다. 2013.12.7. 16:00경의 집중교섭에서, ○○노조는 같은 달 10.로 예정된 이사회 중단과 수서발 KTX 분리에 관한 사회적 논의기구 구성을 촉구하였고, 이에 대하여 ○○○○공사는 이사회를 개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다시 ○○노조는 ○○○○공사가 이사회를 통해 수서발 KTX 분리를 추진할 경우 12.9. 파업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노사 간에 종전 입장을 재확인하는 것에 그쳤다. 노사는 2013.12.8. 16:00경 다시 집중교섭을 시도하였으나, ○○노조 측이 양측의 모두발언까지는 언론에 공개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공사 측은 회의 사진만 공개하고 발언 내용은 비공개하자고 주장하는 등 언론 공개 범위에 관한 의견 대립이 있었고, ○○○○공사측 교섭위원들이 이를 이유로 회의실에 입장하지 않자 ○○노조 측 교섭위원들도 같은 날 17:00경 회의실을 떠남으로써 12.8.자 집중교섭은 무산되었다(공판기록 2권 907, 934, 964쪽).
⑤ 한편 ○○노조는 2013.11.20.부터 22. 사이에 이 사건 찬반투표를 실시하여 재적조합원 20,572명 중 18,780명이 투표하고 15,022명이 찬성함으로써 쟁의행위를 가결하였다. 위 찬반투표의 투표율은 91.3%, 찬성률은 80.0%(재적대비 73.0%)로서 조합원 대다수가 파업 돌입에 찬성하였다.
⑥ ○○노조는 2013.8.7.경부터 수서발 KTX 법인 설립 일정에 맞춰 총파업을 전개하자는 투쟁방침을 확정하였고, 수서발 KTX 법인 설립 관련 이사회 일정이 구체적으로 확정된 이후에는 위원장 담화문, 기자회견문 등을 통하여 철도공사가 수서발 KTX 법인 설립을 위한 이사회 출자결의를 한다면 파업에 돌입할 것을 예고하였으며, 홈페이지와 소식지 등을 통하여 그 일정을 공개하였다. ○○노조는 2013.12.3. “임시 이사회 개최 전날인 12.9. 총파업에 돌입하겠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였다.
⑦ ○○○○공사도 2013년 2월경부터 2013년 12월경까지 노사협력처(처장 ☆☆☆)를 통해 지속적으로 ○○노조의 동향 및 쟁의관련 정보를 수집하여 왔고, 그에 따라 2013.11.26. ○○노조가 제5차 확대쟁의대책위원회에서 ‘출자를 결정하는 이사회 개최 전날 또는 당일 파업에 돌입한다’는 결의를 한 사실, ○○노조가 이사회 개최 전날인 12.9. 파업에 돌입할 것이라는 사실 등을 알고 있었다(증거기록 3권 1016쪽 이하, 1035쪽 이하, 공판기록 2권 906쪽).
⑧ ○○노조는 필수유지업무 결정문(공판기록 1권 326쪽 이하)에 따라 파업예정일인 2013.12.9.로부터 5일 전인 12.3. ○○○○공사에 필수유지업무 종사자 명단을 통보하였다(공판기록 5권 2186쪽).
⑨ ○○○○공사는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기 전인 2013.12.5. 사장 명의로 파업 철회를 요구하는 담화문을 발표하였고(증거기록 5권 2221쪽), 국토교통부도 같은 달 6. 장관 명의로 같은 취지의 호소문을 발표하였다(증거기록 5권 2253쪽).
2) 이 사건 파업에 대한 ○○○○공사의 대비가능성
한편 위와 같이 ○○○○공사가 이 사건 파업을 예측할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시점에 철도업무의 특성상 이에 대비하여 조업을 계속할 준비를 갖추는 것이 불가능하였다면, 이 사건 파업이 ‘위력’으로 평가될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원심과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 사정들을 종합하면, ○○○○공사는 이 사건 파업에 대비하여 조업을 계속할 준비를 갖추는 것이 가능하였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준비를 갖추어 조업을 계속하였다고 보이므로, 철도사업의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전격성’을 인정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
① [○○○○공사의 비상수송대책 수립] ○○○○공사는 파업대비 대책기구를 구성하고, 일자별 조치사항이 기재된 파업대비 비상수송대책을 마련하였으며, 2013.12.1.에는 ‘대체인력에 대한 사전교육 실시 계획안’을 마련하고, 같은 달 4.에는 국방부에 기관사 경력자 지원을 요청하여 다음날 국방부로부터 전동차 기관사 명단을 통보받는 등 대체인력 투입을 위한 준비를 하였다(공판기록 1권 249쪽 이하, 274쪽 이하). ○○○○공사는 2013.12.6.에는 ‘○○노조가 12.9. 파업 돌입시 즉시 비상수송체제로 전환하여 철도 이용객의 불편을 최소화할 계획이고, 이를 위하여 필수유지 인력과 내·외부의 가용한 모든 인력을 동원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도 발표하였다(공판기록 5권 2207쪽). 위 보도자료에 첨부된 투입인력 및 열차 운행계획은 다음과 같다. <표 생략>
② [필수유지업무의 유지] 한편 ○○○○공사의 비상수송대책은 파업기간 중에도 필수유지업무가 유지된다는 전제 하에 수립된 것인데, 실제로 ○○노조는 필수유지업무 결정문에 따라 철도공사에 필수유지업무 종사자 명단을 통보하였으며, 필수유지업무 종사자 8,600여 명은 파업에 참가하지 않고 근무하였다. ○○노조는 ○○○○공사의 요청에 따라 필수유지업무 인원을 교체 지정하기도 하였다(공판기록 5권 2386쪽).
③ [대체인력의 투입] 필수공익사업장에서는 쟁의행위 기간 중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대체인원의 투입이 허용된다(노동조합법 제43조제3항). 실제로 이 사건 파업에서는 군(軍), 운전기술협회 등 외부에서 대체인력이 투입되었고, ○○노조는 ○○○○공사가 사업장에 투입한 대체인력의 업무수행을 방해하지 아니하였다.
④ [여객 운송] 일정한 자격 내지 경력이 요구되는 운전 분야 승무원의 대체에 어느 정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음은 검사의 주장과 같다. 그러나 ○○○○공사는 2013.12.30. 기준 평상시 사무업무에 종사하던 내부인력 중 4,036명, 외부인력 1,166명 등 합계 5,200명 이상을 현장에 투입할 수 있었는데, 그 중 1,015명 이상이 운전업무에 투입됨으로써(공판기록 3권 1047쪽) KTX와 수도권 전철은 큰 불편이나 혼란 없이 운영되었다(공판기록 1권 282~308쪽).
⑤ [화물 운송] ○○○○공사는 물류분야 비상수송계획을 수립하여 고객사에게 사전수송을 안내·유도하였고, 대체수송수단 등을 고지하였다(공판기록 1권 260쪽 이하). ○○노조가 2013.12.9. 파업에 돌입하자 국토교통부는 “파업에 대비하여 미리 물량을 확보해 당분간 수급에 차질은 없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하였고(공판기록 1권 283쪽, 3권 1224쪽), 파업 당시 ○○○○공사 물류수송차량실에서 근무하였던 △△△도 원심 법정에서,「“이미 사전수송이 다 이루어진 상황이었다. 수송기간 중에 철도로 가야 할 물량들이 이미 도로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예정된 화물을 운송하지 못해서 손해를 배상해 주거나, 화물운송업체로부터 계약 해지를 당한 경우는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공판기록 3권 1273쪽). 이와 같이 화물 운송에 있어서도 이 사건 파업으로 인한 불편이나 혼란은 예상보다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마. 노동조합법 개정과 대법원 판례변경 등 사정변경에 따른 규범적 예측가능성 제고
1) 노동조합법 개정에 따른 예측가능성 제고
가) 노동조합법의 개정 배경 및 주요 내용
국회는 2006.12.30. 노동조합법 중 일부를 개정하였는데, 주요 골자는 “필수공익사업에 대한 직권중재제도의 폐지와 필수유지업무 도입 및 대체근로 허용”이었다.
노동조합법 개정을 통해 폐지된 직권중재제도는, 업무의 정지 또는 폐지로 공중의 일상생활 또는 국민경제를 현저히 위태롭게 하는 사업을 필수공익사업으로 규정하고 동 사업에 노동쟁의가 발생할 경우 노동위원회가 중재를 통하여 분쟁을 해결하는 제도이다(구 노동조합법 제62조제3호, 제74조, 제75조). 그러나 이러한 직권중재제도에 대하여는 근로자들에게 헌법상 보장된 노동3권을 과도하게 제약하는 것이어서 위헌이라는 문제 제기가 이어졌고[헌법재판소에서 ‘직권중재제도의 근거가 되는 구 노동조합법 제62조제3호 및 제75조는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정하기는 하였으나 4인의 재판관은 위헌의견을 개진하였다(2003.5.15. 선고 2001헌가31 전원재판부 결정)], 국제노동기구(ILO) 등에서도 우리 정부에 지속적으로 개선을 권고하였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직권중재제도를 폐지한 것이다. 다만 직권중재제도 폐지에 따른 문제를 다소나마 보완하기 위해서 필수공익사업의 업무 중 그 업무가 정지 또는 폐지되는 경우 공중의 생명·보건 또는 신체의 안전이나 공중의 일상생활을 현저히 위태롭게 하는 업무를 필수유지업무로 규정하고, 최소한 그러한 업무만은 유지·운영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였는데, 그것이 바로 필수유지업무 도입 및 대체근로 허용이다(노동조합법 제42조의2 내지 제42조의5 및 제43조제3항이 신설되고, 제62조제3호, 제74조 및 제75조는 삭제되었음).
국회는 노동조합법의 개정을 통하여 필수공익사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쟁의권 보장’과 ‘공익의 보호’를 동시에 도모하려 한 것이다.
나) ○○○○공사의 예측가능성 제고
위와 같은 노동조합법의 개정 배경과 경위 등은 고용노동부에서 발간한『필수유지업무제도 운영 매뉴얼』에도 잘 정리되어 있는데, 구체적인 내용은,『① 종전 노동조합법은 필수공익사업에 있어 쟁의권을 사전적으로 제한할 수 있는 직권중재제도를 규정·운영, ② 직권중재제도에 대하여 ILO 등 국내외 노농단체로부터 노동기본권을 과도하게 제약하고 있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 ③ 한편, 공익사업의 쟁의행위는 공중의 일상생활과 국민경제에 큰 영향을 미침에 따라 대체근로 허용 필요성이 제기, ④ 2003년 5월 이후 이러한 문제 제기와 더불어 새로운 경제사회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자 노사관계 선진화 방안을 논의, 2006.9.11. 직권중재제도 폐지 및 필수유지업무제도 도입키로 노사정 합의, ⑤ 노사정 대표자회의 합의, 국회 심의를 거쳐 노동조합법 개정(2006.12.30. 공포), 직권중재제도 폐지 및 이를 대체할 필수유지업무제도 도입(2008.1.1. 시행)』이다.
이처럼 노동조합법이 개정되어 2008.1.1.부터 시행되었고, 그 주요 내용 등이 고용노동부에서 발간한 책자에도 소개되었으므로 ○○○○공사로서도 2008.1.1. 이후부터는 ○○노조 소속 근로자들도 필수유지업무를 유지·운영하는 범위 내에서는 단체행동권을 행사할 수 있으리라는 점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즉, 노동조합법 개정으로 파업 돌입에 대한 규범적 측면에서의 예측가능성도 일정 부분 제고되었을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2)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에 따른 규범적 예측가능성의 제고
가) 앞서 본 바와 같이 대법원은 2011.3.17.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하여 “쟁의행위로서의 파업이 언제나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것은 아니고, 전후 사정과 경위 등에 비추어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져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등으로 사용자의 사업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혼란될 수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 비로소 그 집단적 노무제공의 거부가 위력에 해당하여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하고 나아가 근로자들의 집단적 노무제공 거부행위가 당연히 위력에 해당함을 전제로 하여 노동관계법령에 따른 정당한 쟁의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 경우가 아닌 한 업무방해죄를 구성한다는 취지로 판시한 기존 대법원 판례를 변경하였다.
나) 그렇다면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된 2011.3.17. 이후부터는 ○○노조로서는 필수유지업무의 유지·운영에 협조하는 등으로 사용자인 ○○○○공사로 하여금 파업을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게 한다면 업무방해죄로 처벌받지 않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하게 되었을 것이고, 반면 사용자인 ○○○○공사로서는 ‘노조에서 업무방해죄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판단하고서 종전보다 더 쉽게 파업에 돌입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을 것이다. 즉,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로 파업 돌입에 대한 규범적 측면에서의 예측가능성도 일정 부분 제고되었을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바. 철도사업의 특수성이 전격성의 긍정적 요소로 고려되어야 하는지에 관한 판단
1) 검사의 주장
필수공익사업장의 경우 쟁의행위로 인하여 사용자의 재산권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 및 국가경제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으므로 위력의 요건인 전격성 등을 판단함에 있어서도 일반 사기업과 달리 조금 더 쉽게 전격성을 인정하여야 한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이 철도사업의 특수성 그 자체를 전격성의 긍정적 요소로 고려할 것인지 아니면 부정적 요소로 고려할 것인지에 관하여 직접적으로 판단한 것은 아니다. 원심은, 이 사건 파업의 전격성을 부정하는 사정으로 7가지를 제시하면서 ① ○○노조가 필수유지업무 결정문에 따라 2013년 11월 말부터 ○○○○공사와 필수유지업무에 대하여 협의하고, 필수유지업무 인원을 통보하였는바, 이로써 파업기간 중 필수유지업무는 정상적으로 수행된 점, ② 다른 사용자와 달리 ○○○○공사는 파업기간 중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대체인원의 투입도 허용는데 ○○○○공사가 대체인력을 투입하는 등으로 비상대책을 마련한 점도 부정적 사정에 포함시킨 것뿐이다. 원심도 이 사건 파업의 전격성을 판단함에 있어서, 철도사업의 특수성, 즉 철도사업의 경우 공중의 생명·건강·신체의 안전 및 공중의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큰 점, 업무의 특성상 대체가 사실상 어렵고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원심은 철도사업의 특수성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법 개정으로 근로자의 쟁의권과 공익을 조화시킬 수 있도록 필수유지업무제도가 도입되고, 사용자의 사업활동을 균형 있게 보호하기 위하여 쟁의행위 기간 중 당해 사업과 관계 없는 대체인력의 투입도 허용되었는데, 실제로 이 사건 파업 당시 새로 도입된 제도에 따라 필수유지업무는 정상적으로 수행되었고, 대체인력을 투입하는 등으로 비상대책도 마련되었으니 전격성을 부정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이해된다.
3) 당심의 판단
앞서 본 바와 같이 국회는 2006.12.30. 필수공익사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쟁의권 보장’과 ‘공익의 보호’를 동시에 도모하려는 취지에서 직권중재제도를 폐지하고 필수유지업무제도를 도입하는 등의 내용으로 노동조합법을 개정하였다. 따라서 필수공익사업에 해당하는 철도사업의 특수성을 전격성의 긍정적 요소로 볼 것인지 아니면 부정적 요소로 볼 것인지는 위와 같은 노동조합법의 개정 취지를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노동조합법 제42조의2 제2항은 “필수유지업무의 정당한 유지·운영을 정지·폐지 또는 방해하는 행위는 쟁의행위로서 이를 행할 수 없다.”고 규정하여 최소한 필수유지업무에 대해서는 쟁의행위 기간 중에도 그 업무가 유지·운영되도록 하였다. 필수유지업무가 정지되거나 폐지되는 경우 공중의 생명이나 건강과 같이 중대한 법익이 침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용자로서는, 노동조합이 필수유지업무가 유지·운영되도록 협조하지 않는 상태에서 파업에 돌입하리라고 예측할 수는 없을 것이다.
반면 노동조합이 쟁의행위 기간 동안 근무하여야 할 조합원 명단을 사용자에게 통보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다면 사용자로서는 근로자들의 파업 돌입을 예측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다고 할 것이다.
이 사건 파업과 관련된 2013.11.28.자 확대 쟁의대책위원회에서는, 이 사건 파업의 방식을 ‘전면 파업’으로 할지 ‘필공파업’(필수유지업무를 유지하는 파업)으로 할지에 관한 치열한 의견 대립이 있었고, 결정권을 위임받은 피고인 A이 ‘필공파업’을 하기로 결단한 것으로 보인다(증거기록 10권 4806쪽). ○○노조는 필수유지업무를 수행할 조합원 명단을 통보하였고, 대체인력을 포함한 필수유지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들의 활동을 방해하지도 않았다. 위에서 본 노동조합법의 개정 취지를 함께 고려한다면 이와 같은 이 사건 파업의 전개 과정은 ‘전격성’을 판단함에 있어서 의미 있게 고려되어야 할 사정이라 할 것이다.
필수유지업무제도가 필수공익사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의 단체행동권도 보장하려는 취지에서 도입된 이상, 철도사업의 특수성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이 필수유지업무에 종사할 조합원 명단을 통보하는 등으로 파업 돌입을 예고한다면 파업의 전격성은 부정될 여지가 그만큼 커진다고 보아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쟁의행위 기간 중에도 필수유지업무가 유지·운영되었다면 적어도 공중의 생명이나 건강, 안전과 같이 중대한 법익이 침해될 위험은 상당 부분 해소되었다고 보아야 하고, 이는 ‘전격성’ 판단에 있어 노동조합에게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되어야 한다는 점에서도 그러하다).
따라서 이 부분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
사. 소결론
이 사건 파업은 ‘경영사항’에 속하는 ‘수서발 KTX 법인 설립을 위한 이사회 출자결의 저지’를 목적으로 한 것이어서 정당성이 인정되는 쟁의행위는 아니지만, 파업 목적 및 절차의 불법성이 사용자인 ○○○○공사로 하여금 ○○노조가 실제로 파업을 강행하리라고는 도저히 예측할 수 없게 할 정도에 이른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사용자인 ○○○○공사는 이 사건 파업을 객관적으로 예측할 수 있었고, 이에 대비하여 준비태세를 갖출 수도 있었다. 나아가 ○○○○공사는 실제로 비상수송대책 등을 세우는 등으로 이 사건 파업을 예측하고 대비하였다. 이러한 경우까지도 파업이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평가하는 것은, 실제와 동떨어진 형식 논리적인 판단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대법원이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하여 “근로자는, 헌법 제37조제2항에 의하여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 등의 공익상의 이유로 제한될 수 있고 그 권리의 행사가 정당한 것이어야 한다는 내재적 한계가 있어 절대적인 권리는 아니지만, 원칙적으로는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으로서 근로조건 향상을 위한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헌법 제33조제1항). 그러므로 쟁의행위로서의 파업이 언제나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것은 아니고, 전후 사정과 경위 등에 비추어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져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등으로 사용자의 사업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혼란될 수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 비로소 그 집단적 노무제공의 거부가 위력에 해당하여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하면서 이에 배치되는 기존 대법원 판례를 변경한 취지를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
결국,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파업이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평가하기에 부족하다. 따라서 이 사건 파업으로 인하여 열차운행이 중단되는 등의 혼란과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파업이 전격적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발생한 결과라고 볼 수 없다. 그러므로 이 사건 파업은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인 사용자의 사업계속에 관한 자유의사를 제압할 정도의 ‘위력’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같은 취지로 피고인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검사가 주장하는 것과 같은 잘못이 없다.
3. 결론
검사의 피고인들에 대한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제4항에 의하여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상환(재판장) 김성수 김상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