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피고가 원고들의 명예퇴직 신청을 거부하자 원고들이 피고를 상대로 명예퇴직 신청을 받아들여 명예퇴직금을 지급하라고 청구한 사안에서,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원고들의 명예퇴직에 관한 합의가 있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고, 피고와 노동조합 사이에 체결된 단체협약 등만으로는 명예퇴직 대상자들이 신청하기만 하면 명예퇴직이 성립된다거나 피고가 명예퇴직 신청에 대한 승인권을 포기하여 근로자가 명예퇴직을 신청하는 경우 피고로서는 이를 무조건 용인해야 한다고 보기 어려우며, 피고가 원고들의 명예퇴직 신청에 대해 심의·결정하는 과정에서 합리적인 범위를 일탈하여 재량을 행사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는 이유로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한 사례.
◆ 울산지방법원 제3민사부 2016.1.13. 선고 2015가합20014 판결 [명예퇴직금 청구의 소]
♣ 원 고 / 1. A, 2. B
♣ 피 고 / C생명보험 주식회사
♣ 변론종결 / 2015.11.25.
<주 문>
1.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 A에게 595,369,576원, 원고 B에게 456,505,338원 및 각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송달일 다음 날부터 2015.9.30.까지는 연 20%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이 유>
1. 기초 사실
가. 원고 A은 1996.8.6., 원고 B는 1997.2.12. 피고에 입사하였는데, 2014.12.경 원고 A은 남울산지역단 신전지점의 지점장, 원고 B는 북울산지점의 지점장으로 각 근무하고 있었다.
나. 원고들은 2014.12. 초경 피고 측 희망퇴직(피고가 명예퇴직을 대신하여 쓰는 용어인데, 이하에서는 원고들이 사용하는 바에 따라 ‘명예퇴직’이라 지칭한다) 절차에 따라 명예퇴직 신청을 하였으나, 피고는 이를 받아들이지 아니하였다.
다. 원고들은 명예퇴직 신청이 거부되자 휴가 및 무단결근으로 출근하지 아니하였고, 이에 피고는 2015.3.17.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여 사규에 따라 원고들에 대한 징계면직 결의를 하였고 그 무렵 이를 원고들에게 통지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5호증의1 내지 3, 갑 제6호증의1, 을 제9, 10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들 주장의 요지
가. 피고는 2014.12.3.자 시행문에 ‘본인이 신청하고 회사가 승인한 직원’이라는 문구를 삽입하여 승인요건을 추가함으로써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 C생명보험 노동조합(이하 ‘이 사건 노동조합’이라 한다)과 사이에 체결한 단체협약을 위반하였고, 승인요건과 관련한 합리적인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다.
나. 원고들은 개인적으로 질병을 이유로 명예퇴직을 희망한 것인데, 피고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명예퇴직의 취지에도 반하고, 현직 지점장이라는 신분을 이유로 원고들을 차별한 것이어서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도 반한다.
다. 피고는 원고들의 명예퇴직 신청을 받아들여 원고들에게 청구취지 기재와 같은 퇴직위로금 및 그 지연손해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3. 판 단
가. 일반적으로 명예퇴직제도란 회사 내의 인사적체를 해소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한편, 오랫동안 회사에 봉직하여 온 장기근속자들의 회사에 대한 기여도를 고려하여 장기근속자들의 조기 퇴직을 도모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이고, 이러한 제도적 취지에 따라 명예퇴직자들에게는 근로기준법이나 회사의 취업규칙 등에 의하여 정하여지는 소정의 퇴직금과는 별도로 상당한 금액의 특별퇴직금이 추가로 지급되게 된다.
또한, 명예퇴직은 근로자가 명예퇴직의 신청(청약)을 하면 사용자가 요건을 심사한 후 이를 승인(승낙)함으로써 합의에 의하여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으로서(대법원 2003.6.27. 선고 2003다1632 판결 등 참조), 그 성질은 사법상 계약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고, 따라서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등에서 명예퇴직대상자들의 신청만으로 명예퇴직이 성립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는 경우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자의 명예퇴직은 사용자의 승인 없이는 성립할 수 없으며, 다만, 사용자의 이러한 명예퇴직 심의·결정 권한은 명예퇴직제도의 도입 경위, 다른 명예퇴직 신청자들과의 형평성, 명예퇴직 신청의 동기 등을 고려하여 합리적인 범위 안에서 적절하게 제한적으로 행사되어야 한다(대법원 1999.12.21. 선고 99다42933 판결 등 참조).
나. 이 사건으로 돌아와 우선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원고들의 명예퇴직에 관한 합의가 있었는지 여부에 관하여 보건대, 피고가 원고들의 명예퇴직 신청을 불허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달리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위와 같은 합의가 있었음을 인정할 증거는 없다.
다. 다음으로 피고와 이 사건 노동조합 사이에 체결된 단체협약 등에서 명예퇴직 대상자들의 신청만으로 명예퇴직이 성립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피건대, 갑 제1 내지 3호증(특별한 언급이 없으면 각 가지번호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의 각 기재만으로는 그와 같은 규정 또는 합의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피고와 이 사건 노동조합 사이에 체결된 단체협약 등에서 명예퇴직 대상자들의 신청만으로 명예퇴직이 성립된다는 취지의 규정이 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오히려 위 거시한 증거에 갑 제20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 즉 위 단체협약 제41조에서는 명예퇴직과 관련하여 피고가 이 사건 노동조합과 합의에 의하여 명예퇴직을 시행할 수 있고, 피고는 명예퇴직의 시행에 있어서 일체의 강박행위를 행하지 아니하며, 명예퇴직의 기준과 대상 및 명예퇴직 시 퇴직위로금은 이 사건 노동조합과 별도로 합의하여 결정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 이에 따른 합의 과정에서 2014.11.24.자 이 사건 노동조합 측 회의자료에는 고용안정과 관련하여 피고가 정리해고는 철회하되, “희망퇴직으로 희망자에 한한다.”라고 기재되어 있고, 2014.12.2.자 고용안정대책회의 회의록에는 “전직지원은 희망자에 한해서 실시하되, 퇴직위로금은 평균임금 36개월분을 지급한다.”라고 기재되어 있는 점, 2014.12. 초경 이 사건 노동조합 게시판에는 “반드시 단 한 명의 우리 조합원도 희망하지 않는 퇴직은 막아낼 것입니다.”, “우리 조합원 중 단 한 명의 비자발적인 퇴직도 없도록 할 것입니다.”라는 내용이 담긴 공지가 게재되어 있던 점, 피고는 2014.12.3. “전직지원(고용지원/희망퇴직) 실시”라는 제목의 시행문을 피고 산하의 전 기관(법인대리점 제외)에 보냈는데, 위 시행문에서 신청대상은 “근속 15년 이상 직원 중 본인이 신청하고 회사가 승인한 직원 - 기준 외 특별한 사유(육아, 건강 등)가 있는 경우 사유서(첨부양식) 제출시 심사 후 예외 승인”이라고 명확히 설명되어 있고, 2014.4.경 시행된 명예퇴직 시행문에서도 대상자는 “…본인이 신청하고 회사가 승인한 자”로 기재되어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희망자에 한한다’는 문구는 명예퇴직을 희망하지 않는 자에게 그 의사에 반하여 명예퇴직을 신청하게 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함이 상당하고, 원고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피고가 명예퇴직 신청에 대한 승인권을 포기하여 근로자가 명예퇴직을 신청하는 경우 피고로서는 이를 무조건 용인해야 한다고 볼 수는 없다 할 것이다.
라. 마지막으로 원고들의 형평성 주장과 관련하여 피고가 원고들의 명예퇴직 신청에 대해 심의·결정하는 과정에서 합리적인 범위를 일탈하여 재량을 행사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 보건대, 갑 제5, 6, 18호증의 각 기재만으로는 피고의 원고들에 대한 명예퇴직 심의·결정이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단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며, 오히려 갑 제11호증,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보면, 근로자의 명예퇴직 신청을 승인할 것인지 여부는 기본적으로 사용자인 피고의 권한에 속하는 점, 피고는 수익성 악화와 인력적체의 문제 등에 대한 해결책으로서 이 사건 노동조합과의 협상을 거쳐 사측의 일방적인 정리해고 방안을 철회하고 명예퇴직 및 고용지원에 관한 합의에 이른 점, 한편 지역단장이나 지점장은 설계사 및 내근직원을 관리하는 지위로서 주요직무자에 해당하는데 갑자기 다수의 지점장들이 퇴직하는 경우 영업력 누수 등 그 공백에 대한 대처가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피고 입장에서는 퇴직자들에 의한 조직 및 영업 관련 정보 등 유출 위험도 고려할 필요가 있는 점, 이에 따라 피고가 원고들의 명예퇴직 신청을 받아들이지 아니한 점, 피고는 질환이 있는 근로자들에 대하여 건강상태 및 그에 따른 근로 가능 여부를 확인하고 당사자의 보직변경 의사 등을 참작하여 인사배치를 한 것으로 보이고, 원고들의 명예퇴직 신청에 대하여 현재 원고들의 건강상태가 명예퇴직 승인 여부에 최우선적 또는 절대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정도로 극히 악화되어 있지는 아니하고 지속적인 관리와 함께 근무가 가능하다는 판단 하에 이를 거부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와 같은 판단에 특별히 위법하거나 부당한 사정이 있다고 보이지는 않는 점을 인정할 수 있는바, 이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마. 따라서 원고들의 명예퇴직 금액에 대한 나머지 주장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도 없이, 피고는 원고들에게 명예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 할 것이다.
4. 결 론
그러므로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오동운(재판장) 문기선 김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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