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다수의견] 공유물분할의 소송절차 또는 조정절차에서 공유자 사이에 공유토지에 관한 현물분할의 협의가 성립하여 그 합의사항을 조서에 기재함으로써 조정이 성립하였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재판에 의한 공유물분할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그 즉시 공유관계가 소멸하고 각 공유자에게 그 협의에 따른 새로운 법률관계가 창설되는 것은 아니고, 공유자들이 협의한 바에 따라 토지의 분필절차를 마친 후 각 단독소유로 하기로 한 부분에 관하여 다른 공유자의 공유지분을 이전받아 등기를 마침으로써 비로소 그 부분에 대한 대세적 권리로서의 소유권을 취득하게 된다고 보아야 한다.
[대법관 민일영의 반대의견] 공유물분할의 소에서 공유부동산의 특정한 일부씩을 각각의 공유자에게 귀속시키는 것으로 현물분할하는 내용의 조정이 성립하였다면, 그 조정조서는 공유물분할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는 것으로서 민법 제187조 소정의 ‘판결’에 해당하는 것이므로 조정이 성립한 때 물권변동의 효력이 발생한다고 보아야 한다.
◆ 대법원 2013.11.21. 선고 2011두1917 전원합의체 판결 [양도소득세부과처분취소]
♣ 원고, 상고인 / 원고
♣ 피고, 피상고인 / 파주세무서장
♣ 원심판결 / 서울고법 2010.12.16. 선고 2010누22629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가. 민법 제268조제1항은 “공유자는 공유물의 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공유물분할의 자유를 인정하고 있다. 민법 제269조제1항에 의하여 공유물의 분할은 당사자 사이의 협의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 원칙이고, 공유자 사이에 협의가 성립하지 아니한 때에 한하여 공유자는 법원에 공유물의 분할을 청구할 수 있게 되므로, 공유자 사이에 분할에 관한 협의가 성립한 경우에는 이미 제기한 공유물분할의 소를 유지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대법원 1967.11.14. 선고 67다1105 판결, 대법원 1995.1.12. 선고 94다30348, 30355 판결 등 참조].
협의에 의한 공유물분할은 사적 자치와 계약자유의 원칙이 지배하는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당사자는 협의에 의하여 분할의 방법을 임의로 자유로이 선택할 수 있다.
반면 재판에 의한 공유물분할에 있어서는 민법 제269조제2항에 의하여 법원은 현물로 공유물을 분할하여야 하고, 현물로 분할할 수 없거나 현물로 분할하게 되면 현저히 그 가액이 감손될 염려가 있는 때에 한하여 물건의 경매를 명할 수 있다. 또한 재판에 의한 공유물분할, 즉 공유물분할의 소는 당사자 사이에 다툼의 대상이 된 권리관계를 법원이 확정하는 것이 아니고, 협의에 대신하여 법원이 재량에 따라 합리적인 방법으로 공유자 사이의 기존 권리관계, 즉 공유관계를 폐기하고 적절한 장래의 권리관계를 창설하는 것이므로, 당사자는 분할의 방법이나 내용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여 공유물분할을 청구할 필요 없이 단순히 공유물분할을 구하는 취지를 청구하면 충분하고, 비록 당사자가 분할의 방법이나 내용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을 정하여 분할을 청구하더라도 그것은 법원에 대한 당사자의 제안 정도의 의미가 있을 뿐이어서 법원은 그에 구속되지 아니한다(대법원 1969.12.29. 선고 68다2425 판결, 대법원 1991.11.12. 선고 91다27228 판결 등 참조).
나. 조정은 다툼의 대상이 되는 권리관계에 대한 당사자의 처분을 포함하는 것이어서 당사자가 자유롭게 처분할 수 없는 사항을 대상으로 하는 조정은 성립하더라도 효력이 없다(대법원 2007.7.26. 선고 2006므2757, 2764 판결 등 참조). 한편 조정은 소송의 대상이 된 권리 또는 법률관계에 한정되지 아니하는 것이어서, 당사자는 필요한 경우에는 그 외의 권리 또는 법률관계를 조정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대법원 2011.9.29. 선고 2011다48902 판결 등 참조).
다. 공유물분할의 소가 제기되어 소송 계속 중에 당사자들 사이에 공유물분할의 협의가 성립한 경우에 재판에 의한 공유물분할을 구하는 공유물분할의 소는 소의 이익을 잃게 되는 것이나, 다만 공유물분할의 소와 관계된 실체법상의 권리관계, 즉 지분에 관한 권리관계는 당사자가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는 것이므로, 공유물분할의 소송 계속 중 당사자들 사이에 공유물분할의 협의가 성립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수소법원이 조정회부결정을 하고 직접 또는 조정전담판사나 조정위원회로 하여금 당사자들 사이에 조정이 성립하게 함으로써 해당 분쟁을 종결지을 수 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조정은 공유물분할의 소의 소송물 자체를 대상으로 하여 그 소송에서의 법원의 판단을 갈음하는 것이 아니어서 본질적으로 당사자들 사이에 협의에 의한 공유물분할이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따라서 그 조정이 재판에 의한 공유물분할의 효력, 즉 법원이 당해 사건에 관한 일체의 사정들을 고려하여 정한 현물분할 판결이 확정됨에 따라 바로 기존의 공유관계가 폐기되고 새로운 소유관계가 창설되는 것과 같은 형성적 효력을 가진다고는 볼 수 없다. 일정한 제약 아래 예외적으로 공유물분할의 판결을 통하여 이루어지도록 하고 있는 법률관계의 변동을, 법원의 판단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당사자 사이의 협의에 따라 창설적으로 발생하도록 하는 것은 비록 조정절차에 의하였다고 하더라도 허용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공유물분할의 소송절차 또는 조정절차에서 공유자 사이에 공유토지에 관한 현물분할의 협의가 성립하여 그 합의사항을 조서에 기재함으로써 조정이 성립하였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재판에 의한 공유물분할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그 즉시 공유관계가 소멸하고 각 공유자에게 그 협의에 따른 새로운 법률관계가 창설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고, 공유자들이 협의한 바에 따라 토지의 분필절차를 마친 후 각 단독소유로 하기로 한 부분에 관하여 다른 공유자의 공유지분을 이전받아 등기를 마침으로써 비로소 그 부분에 대한 대세적 권리로서의 소유권을 취득하게 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2. 가. 원심판결의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① 서울 서초구 (주소 1 생략) 답 1,947㎡(이하 ‘분할 전 토지’라 한다)는 원고 외 7인의 공동소유였던 사실, ② 원고, 소외 1, 2는 2003.7.경 나머지 공유자들을 상대로 분할 전 토지에 관하여 공유물분할의 소를 제기한 사실, ③ 공유자들은 2004.7.6. 분할 전 토지를 서울 서초구 (주소 1 생략) 답 973㎡(이하 ‘제1토지’라 한다)와 (주소 2 생략) 답 974㎡(이하 ‘제2토지’라 한다)로 분필한 후, 2004.7.12. 위 공유물분할소송의 조정기일에서 분할 전 토지를 제1토지와 제2토지로 분할하고, 원고, 소외 1, 2가 제2토지를 공유하고, 나머지 공유자들이 제1토지를 공유하며, 공유자들은 각각의 소유부분에 관하여 위 공유물분할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기로 합의하고, 법원이 그 합의사항을 조서에 기재함으로써 조정(이하 ‘이 사건 조정’이라 한다)이 성립한 사실, ④ 원고가 이 사건 조정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지 아니하고 있던 중 2006.10.12. 원고의 채권자인 신용보증기금에 의하여 제1토지에 관한 원고 명의의 지분(이하 ‘이 사건 지분’이라 한다)에 관하여 강제경매개시결정이 내려졌고, 이 사건 지분이 2007.7.13. 강제경매절차에서 90,000,000원에 매각된 사실, ⑤ 피고는 2010.1.7.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지분의 양도에 따른 2007년 귀속분 양도소득세 5,415,220원을 부과·고지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한 사실을 알 수 있다.
나. 원심은, 이 사건 조정이 성립함으로써 자신은 제1토지에 대하여서는 아무런 권리를 가지지 아니한다는 원고의 주장(이에 의하면 결국 위 강제경매는 타인 소유의 지분에 대한 위법한 경매절차가 될 것이다)에 대하여, 분할 전 토지에 관하여 이 사건 조정이 성립하였지만, 원고가 이 사건 조정에서 정한 바에 따라 이 사건 지분을 나머지 공유자들에게 이전하지 아니한 이상 이 사건 지분의 소유자는 여전히 원고이고, 따라서 이 사건 지분이 원고에게 귀속하는 것으로 보고 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다. 앞에서 본 법리 및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공유물분할에 관한 조정이나 그 조정조서의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위법이 없다.
3.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대법관 민일영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었다.
4. 대법관 민일영의 반대의견은 다음과 같다.
가. 반대의견을 개진하기에 앞서 먼저 쟁점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한 마디로 공유물분할에 관한 조정이라고 하여도 그 형태는 다양할 수가 있다. 우선 생각할 수 있는 것은 현물분할을 명하는 판결과 완전히 동일한 형태로 ‘공유부동산의 일부는 어느 한 당사자의 소유로, 일부는 다른 당사자의 소유로 분할한다’는 방식이다. 다음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위와 같이 분할하되 당사자 사이의 이해관계 조절 등을 위하여 서로 간에 등기와 정산금 등의 지급을 상환으로 이행할 것을 조건으로 하는 등 공유물분할의 효력발생 시기를 따로 정하여 놓는 방식(이른바 순수한 현물분할과 가격배상의 혼합형태)이다. 후자와 같은 방식으로 조정이 성립할 경우에는 그에 따르면 되며 이런 경우까지 반대의견이 다수의견과 견해를 달리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전자의 경우이다. 다수의견은 이 경우에도 당사자 사이에 합의한 내용대로 분필 및 등기를 하여야만 물권변동의 효력이 생기는 것으로 보고 있는바, 이러한 견해에는 찬성할 수 없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나. 공유물분할의 소는 이른바 형식적 형성의 소로서 일반적인 형성의 소와는 달리 그 조정절차에서 조정의 성립이 가능하고, 그 현물분할을 명하는 형성판결은 민법 제187조 소정의 ‘판결’에 해당한다.
민사조정법 제28조는 “조정은 당사자 사이에 합의된 사항을 조서에 기재함으로써 성립한다.”고 규정하고, 같은 법 제29조는 “조정은 재판상의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있다.”고 규정하고, 민사소송법 제220조는 “화해, 청구의 포기·인낙을 변론조서·변론준비기일조서에 적은 때에는 그 조서는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공유물분할에 관한 조정절차에서 현물분할하는 내용으로 조정이 성립한 경우에 그 조정조서는 위 형성판결과 마찬가지의 효력이 있는 것으로서 민법 제187조 소정의 ‘판결’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논리적으로 자연스러운 해석이다.
다. 민법 제186조는 “부동산에 관한 법률행위로 인한 물권의 득실변경은 등기하여야 그 효력이 생긴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다수의견에 따르면 공유물분할에 관한 조정은 공유자 사이의 합의에 불과하고, 그 합의는 결국 민법 제186조 소정의 ‘법률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민사조정법 제28조, 제29조, 민사소송법 제220조 등의 규정을 종합하여 볼 때, 재판상 화해와 조정은 그 법적 효과가 다르지 않다. 그런데 대법원은 재판상 화해와 관련하여, 1961년경까지는 그 법적 성질을 사법상 규약인 동시에 소송법상 합의라고 보아, 화해조항이 조서에 기재되면 소송법상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있다 하여도 사법상 무효 또는 취소의 사유가 있을 때에는 확정판결과 달라서 소송법상 효력도 당연무효이거나 그 효력을 상실하는 것이고, 이 경우 화해가 성립하여 종료된 소송사건에 대하여 기일지정신청으로 심리판단을 받을 수도 있고 별소로써 무효의 확인 또는 무효 내지 실효를 원인으로 하는 급부소송을 할 수 있다고 보았다(대법원 1955.9.15. 선고 4288민상229 판결, 대법원 1957.12.26. 선고 4290민상638 판결 참조). 그러다가 1961.9.1. 법률 제706호로 민사소송법 제431조(현재 제461조)가 개정되어 화해조서에 대하여도 준재심의 제기가 가능하게 됨에 따라 대법원 1962.2.15. 선고 4294민상914 전원합의체 판결로 위 대법원 4288민상229 판결, 대법원 4290민상638 판결을 변경하면서 준재심에 의하여 취소 또는 변경되지 아니하는 한 그 화해의 취지에 반하는 주장을 할 수 없다고 판시한 이래, 재판상 화해는 순수한 소송행위로서 사법상의 화해와는 달리 사기나 착오를 이유로 취소할 수 없다는 등으로 그 법적 성질이 소송행위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대법원 1962.5.31. 선고 4293민재6 판결, 대법원 1979.5.15. 선고 78다1094 판결 등 참조). 나아가 조정도 재판상 화해와 같은 이유로 그 법적 성질이 소송행위임을 밝히고 있다(대법원 2005.2.17. 선고 2004다55087 판결 등 참조).
일반적으로 이행의무의 존부가 문제되는 이행의 소나 확인의 소에서의 이행판결과 확인판결은 민법 제187조 소정의 ‘판결’에 해당하지 아니하고(대법원 1971.3.23. 선고 71다234 판결 등 참조), 그러한 내용으로 조정이나 재판상 화해가 성립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민법 제187조가 아닌 민법 제186조를 적용하여야 함은 대법원의 확립된 판례이다(대법원 1964.9.8. 선고 64다165 판결, 대법원 1969.10.8.자 69그15 결정, 대법원 2001.3.13. 선고 99다56345 판결 등 참조). 반면 형식적 형성의 소인 공유물분할의 소에서의 현물분할을 명한 형성판결은 이와 달리 민법 제187조 소정의 ‘판결’에 해당하는바, 그와 동일한 내용으로 현물분할하는 조정이 성립한 경우에는 그 조정은 공유자 사이의 사법상의 법률행위가 아닌 소송행위일 뿐이다. 따라서 그 소송행위를 민법 제186조 소정의 ‘법률행위’라고 해석할 수는 없는 것이다.
라. 다수의견은 공유물분할에 관한 재판에서 법원의 판단절차를 거치지 않고 당사자 사이의 협의만으로 법률관계의 변동을 일으키는 조정은 허용될 수 없기 때문에 그에 관하여 조정이 성립하였다고 하더라도 등기를 하여야 물권변동의 효력이 생긴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논거에는 쉽게 찬성하기 어렵다.
민사조정법 제30조, 제32조에 의하여 조정담당판사가 한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은 그에 대하여 당사자가 이의신청을 하지 아니하거나 제기한 이의신청이 취하 또는 각하되어 확정된 때에는 재판상의 화해조서와 같이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있다(같은 법 제34조제4항, 민사소송법 제220조). 이러한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은 그 본질이 어디까지나 당사자 사이에 합의가 성립하지 아니하거나 성립한 합의의 내용이 적당하지 아니한 경우에 조정담당판사가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직권판단으로 하는 재판으로서, 이에 대하여 당사자가 이의신청을 하지 아니하거나 이의신청이 취하 또는 각하되어 확정되면 그 결정이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이 있다는 점에서, 공유물분할소송을 담당한 법관이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분할판결을 한 후 당사자가 상소를 하지 아니하거나 상소가 취하 또는 각하되어 확정된 때 확정판결로서 효력을 발휘하는 것과 동일한 구조를 취하고 있다. 따라서 다수의견의 논리대로라면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은 당사자 사이의 협의가 아니라 법원의 판단절차를 거친 것이므로 그것이 확정되면 공유물분할판결과 마찬가지로 등기 없이도 물권변동의 효력을 인정하여야 한다.
그런데 다수의견은 현물분할하는 내용으로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이 확정된 경우에도 민법 제186조에 따라 등기를 마쳐야 물권변동의 효력이 생기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는 결국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의 본질적 성격이 법원의 판단절차를 거친 재판으로서 공유물분할판결과 같은 구조를 취하고 있음에도 양자를 달리 취급하는 것으로서, 그 합리적인 근거를 찾기 어렵다.
요컨대 이러한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은 법원의 판단절차를 거친 재판으로서 민법 제187조 소정의 ‘판결’에 해당하고, 그것이 확정된 경우에는 등기 없이도 물권취득의 효력이 생긴다고 보는 것이 논리적이며, 나아가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이 ‘조정을 갈음’하도록 함으로써 양자를 동일시하려고 한 조정제도의 입법목적이나,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이 확정되거나 조정이 성립한 경우 양자 모두 재판상 화해의 효력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현물분할하기로 조정이 성립하여 그것을 기재한 조정조서 또한 민법 제187조 소정의 ‘판결’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마. 다수의견은 비록 처음에는 공유물분할의 소가 제기되었다 하더라도 그 소송 계속 중에 당사자 사이에 공유물분할의 협의가 성립할 가능성이 있으면 수소법원이 조정회부결정을 하여 조정절차에서 당사자 사이에 조정이 성립하게 할 수 있고, 그러한 조정은 공유물분할의 소의 소송물 자체를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므로 협의에 의한 공유물분할과 그 효력이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한다.
공유자 사이에 분할에 관한 협의가 성립한 경우에 그 분할된 부분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하든가 소유권확인을 구함은 별론으로 하고 기왕의 공유물분할의 소는 이를 계속 유지할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게 된다(대법원 1995.1.12. 선고 94다30348, 30355 판결 등 참조). 따라서 공유물분할의 소송 계속 중 분할에 관한 협의가 성립하였을 경우에는 위와 같이 부적법하게 된 형식적 형성의 소를 그 협의에서 정해진 분할된 부분에 관한 이행의 소나 확인의 소로 소송물을 변경할 수 있고, 그 변경된 소송물에 관하여 조정을 할 수 있음은 당연하다고 할 것이나, 이러한 조정은 이제는 이행의 소나 확인의 소에서의 조정일 뿐 더 이상 형식적 형성의 소에서의 조정은 아니다.
그런데 형식적 형성의 소인 공유물분할의 소송 계속 중 분할에 관한 협의가 성립하였다거나 협의가 성립할 가능성이 있는 상태에서 조정절차에 회부되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곧 그 소송의 소송물이 이행의 소나 확인의 소의 소송물로 변경되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소송물을 변경하기 위하여는 원칙적으로 민사소송법 제262조에 따라 서면에 의한 청구의 변경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유물분할의 소에서 이행의 소 등으로 소송물이 변경되지 않은 상태에서 조정절차에 회부되어 그대로 조정이 성립하였다면 그 조정에서의 소송물과 공유물분할의 소의 소송물이 서로 다르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더구나 조정조항이 공유물분할판결과 완전히 동일한 형태를 취하고 있는 마당이라면 소송물의 차이를 인정하기는 더욱 어려운 것이다.
바. 다수의견은 공유물분할에 관한 조정이 성립한 후 그 조정 내용대로 등기를 마치지 않았음에도 민법 제187조에 따른 물권취득을 인정할 경우에는 등기의 공신력이 인정되지 않는 우리의 법제 아래에서 거래의 안전을 해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점은 공유물분할판결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생긴다. 그러므로 거래의 안전을 중시하려고 한다면, 조정에 의한 물권변동의 효력을 부인할 것이 아니라 차라리 공유물분할판결의 물권변동 효력을 부인하는 것이 근본적인 방책이라고 할 것이다.
사. 결론적으로, 공유물분할의 소에서 공유부동산의 특정한 일부씩을 각각의 공유자에게 귀속시키는 것으로 현물분할하는 내용의 조정이 성립하였다면, 그 조정조서는 공유물분할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는 것으로서 민법 제187조 소정의 ‘판결’에 해당하는 것이므로 조정이 성립한 때 물권변동의 효력이 발생한다고 보아야 한다.
다만 이 사건의 조정조항을 보면, 조정대상인 공유부동산의 특정 일부씩을 원고 등 공유자들 사이에 각각의 소유로 분할하면서 나아가 그 분할로 소유하게 된 부분을 분필 및 소유권이전등기를 하도록 부가하고 있는바, 이러한 분필 및 이전등기 조항은 그것이 없더라도 당사자 간에 당연히 그러한 절차를 이행하여야 하므로 위 조항은 당사자 간의 임의이행을 주의적으로 강조한 무익적 기재사항에 불과할 뿐 물권변동의 효력발생시기를 정한 것으로 볼 것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반대의견의 첫 머리에 설시한 것과 같은 이전등기와 정산금 등의 지급을 상환으로 이행할 것을 요구하는 조항과는 성질이 다른 것이다.
원심은 이와 달리 판단하였는바, 이는 공유물분할에 관한 조정이나 그 조정조서의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단을 그르친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원고의 상고를 인용하여야 한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다수의견에 찬성할 수 없음을 밝힌다.
대법원장 양승태(재판장) 대법관 양창수 신영철 민일영(주심) 이인복 이상훈 박병대 김용덕 박보영 고영한 김창석 김신 김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