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1] [다수의견] 회생채권과 공익채권은 회생절차에서 인정되는 지위가 달라 어떠한 조세채권이 회생채권과 공익채권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는 채권자·주주·지분권자 등 다른 이해관계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므로, 다수 이해관계인의 법률관계를 조절하는 회생절차의 특성상 회생채권과 공익채권은 객관적이고 명확한 기준에 의하여 구분되어야만 한다. 그럼에도 만일 구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2009.10.21. 법률 제980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채무자회생법’이라 한다) 제179조제9호의 ‘납부기한’을 법정납부기한이 아닌 지정납부기한으로 보게 되면, 과세관청이 회생절차개시 전에 도래하는 날을 납부기한으로 정하여 납세고지를 한 경우에는 회생채권이 되고, 납세고지를 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하지 않거나 회생절차개시 후에 도래하는 날을 납부기한으로 정하여 납세고지를 한 경우에는 공익채권이 될 터인데, 이처럼 회생절차에서 과세관청의 의사에 따라 공익채권 해당 여부가 좌우되는 결과를 가져오는 해석은 집단적 이해관계의 합리적 조절이라는 회생절차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고, 조세채권이 갖는 공공성을 이유로 정당화되기도 어렵다. 따라서 채무자회생법 제179조제9호가 규정하는 납부기한은 원칙적으로 과세관청의 의사에 따라 결정되는 지정납부기한이 아니라 개별 세법이 객관적이고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는 법정납부기한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대법관 박일환, 대법관 안대희, 대법관 민일영, 대법관 박병대, 대법관 김용덕의 반대의견] 신고납세방식의 조세에 관하여 법정납부기한 내에 신고가 있는 경우와 자동확정방식의 조세의 경우에는, 회생절차개시 당시 이미 구체적인 조세채무가 확정되어 있고 법정납부기한도 도래한 이상 별도의 납세고지 없이 강제징수가 가능한 상태에 있으므로 이때 채무자회생법 제179조제9호가 규정하는 납부기한은 법정납부기한을 뜻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지만, 신고납세방식의 조세에 관하여 납세의무자가 법정납부기한 내에 과세표준과 세액을 신고하지 아니하거나 신고내용에 오류 또는 탈루가 있어 과세관청이 결정 또는 경정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회생절차개시 당시 법정납부기한의 도래만으로는 구체적인 조세채무가 확정되어 있다고 할 수 없고 강제징수를 하기 위해 별도로 납부기한을 정한 납세고지가 필요하므로 이때의 납부기한은 지정납부기한을 뜻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다만 과세관청의 자의적인 시기 조정 등으로 인하여 공익채권으로 되는 조세채권의 범위가 부당하게 확장되는 것은 불합리하므로, 위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신의칙 등을 적용하여 과세관청이 당초 지정할 수 있었던 납부기한을 기준으로 공익채권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여야 한다.
[2] 부도가 난 갑 주식회사의 회생절차개시결정 전에 갑 회사로부터 매출채권을 회수할 수 없게 된 공급자들이 매출세액 상당의 대손세액공제를 받았고, 이에 과세관청이 갑 회사의 파산관재인에게 대손세액 상당의 부가가치세를 부과하는 처분을 하였는데, 이후 위 경정부과처분이 당연무효임을 전제로 하는 화해권고결정이 확정되자 과세관청이 다시 갑 회사에 공급자의 대손세액공제에 따른 부가가치세 채권 중 부과제척기간이 도과하지 않은 2003년 제2기분, 2004년 제2기분 및 2005년 제1기분의 부가가치세 부과처분을 한 사안에서, 구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2009.10.21. 법률 제980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79조제9호가 정하는 납부기한이 법정납부기한을 의미한다고 전제한 다음, 2003년 제2기분, 2004년 제2기분 및 2005년 제1기분 각 부가가치세의 법정납부기한은 과세기간 종료 후 25일째가 되는 2004.1.25.과 2005.1.25. 및 2005.7.25.로서 갑 회사에 대한 회생절차개시결정일인 2007.1.9. 이전에 이미 납부기한이 모두 도래하여 경과하였으므로 위 각 부가가치세 채권은 회생채권에 해당하고, 과세관청이 회생절차에서 회생채권으로 신고하지 않아 실권·면책된 이상 갑 회사에 부과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에서 이루어진 부과처분은 위법하다고 본 원심판단을 수긍한 사례.
◆ 대법원 2012.3.22. 선고 2010두27523 전원합의체 판결 [부가가치세부과처분취소]
♣ 원고, 피상고인 / ○○건설산업 주식회사
♣ 피고, 상고인 / 성동세무서장 외 2인
♣ 원심판결 / 서울고법 2010.11.11. 선고 2010누18415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들이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가. 구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2009.10.21. 법률 제980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채무자회생법’이라 한다) 제179조제9호는 회생절차개시 당시 아직 납부기한이 도래하지 아니한 원천징수하는 조세(다만 법인세법 제67조의 규정에 의하여 대표자에게 귀속된 것으로 보는 상여에 대한 조세는 원천징수된 것에 한한다), 부가가치세·개별소비세·주세 및 교통·에너지·환경세, 본세의 부과징수의 예에 따라 부과징수하는 교육세 및 농어촌특별세, 특별징수의무자가 징수하여 납부하여야 하는 지방세를 공익채권으로 규정함으로써, 이들 조세의 경우 납부기한의 도래 여부를 공익채권이 되는 기준으로 삼고 있다.
한편 세법이 규정하는 납부기한에는 조세를 자진하여 납부하도록 개별 세법이 신고납세방식의 조세 등에 관하여 미리 정해 둔 법정납부기한과 과세관청이 납세고지를 하면서 고지일부터 30일 내로 지정하는 지정납부기한이 있다. 이러한 납부기한은 국세징수권 소멸시효의 기산일(국세기본법 제27조, 국세기본법 시행령 제12조의4), 납부불성실가산세의 기산일(국세기본법 제47조의4), 가산금의 기산일(국세징수법 제21조), 체납처분의 개시요건(국세징수법 제23조) 등에서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는데, 국세징수권 소멸시효의 기산일에 관한 규정이 문언상 법정신고납부기한과 납세고지에 의한 납부기한으로 명확히 구분하여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데 반하여, 다른 규정은 그 문언에 명확히 법정납부기한과 지정납부기한을 구분하지 않은 채 일률적으로 납부기한이라는 용어만을 사용하고 있을 뿐이어서 납부기한의 의미를 해당 제도의 목적, 납부기한을 기준으로 삼은 취지 등에 비추어 개별적으로 해석하도록 하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채무자회생법 제179조제9호가 규정하는 납부기한도 그 문언 자체만으로는 법정납부기한과 지정납부기한 중 어느 것을 뜻하는지가 분명하지 않으므로, 조세채권이 갖는 공공성과 회생절차의 목적, 이들 조세를 공익채권으로 규정한 취지, 납부기한을 기준으로 구분하도록 한 이유, 회생절차에 관여된 다수 이해관계인의 이익 등을 두루 고려하여 그 의미를 이해하여야 한다.
나. 조세채권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존립을 위한 재정적 기초가 되므로 국세기본법 제35조제1항, 구 지방세법(2010.3.31. 법률 제10221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31조제1항 등은 그 공익목적을 중시하여 조세를 일반채권에 우선하여 징수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회생절차는 재정적 어려움으로 말미암아 파탄에 직면해 있는 채무자의 효율적인 재건을 도모하고자 마련된 제도로서 여기서까지 조세우선권을 강하게 관철하려다 보면 회생의 목적 자체를 달성하기 어렵게 된다. 이에 채무자회생법은 원칙적으로 조세채권을 일반채권과 동등하게 취급하여 회생절차개시 전의 원인으로 생긴 조세채권을 회생채권에 포함시키되(제118조제1호), 회생절차개시 후에 생긴 조세채권은 채무자의 업무 및 재산의 관리와 처분에 관하여 성립한 것과 같이 예외적인 경우에만 공익채권으로 인정하고 있다(제179조 각 호 등). 여기서 회생절차개시 전의 원인으로 생긴 조세채권이란 회생절차개시결정 전에 법률에 따른 과세요건이 충족된 조세채권을 의미하므로(대법원 1994.3.25. 선고 93누14417 판결 등 참조), 어느 조세채권이 회생채권에 해당하는지는 회생절차개시 당시 납세의무가 성립하였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그런데 채무자회생법 제179조제9호는 원천징수·특별징수하는 조세나 간접세의 성격을 가진 조세의 경우 회생절차개시 전에 성립하였더라도 아직 납부기한이 도래하지 아니한 것을 특별히 공익채권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 이유는 이들 조세의 경우 법적인 납세의무자 이외에 실질적인 담세자가 별도로 존재한다는 사정, 즉 본래의 실질적인 담세자와 법적인 납세의무자가 일치하였다면 회생절차에 의한 징수상의 제약을 받지 않았을 것임에도 징수의 편의를 위한 기술적 장치인 원천징수·특별징수나 간접세 제도로 인하여 실질적인 담세자와 법적인 납세의무자가 분리된 결과로 회생절차에 따른 징수상의 제약을 받게 됨으로써 국가의 세수 확보에 지장이 초래되어서는 아니 된다는 공익적인 요청 때문으로 이해된다. 다만 이를 모두 공익채권으로 인정하면 채권자·주주·지분권자 등 회생절차에 관여하는 다른 이해관계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고 채무자의 재건을 도모하려는 회생절차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과도한 제약이 될 수 있으므로, 채무자회생법 제179조제9호는 공익채권으로 인정되는 조세채권의 범위를 합리적으로 제한하여 납부기한을 기준으로 회생채권과 공익채권 여부를 결정하도록 규정한 것이다.
다. 채무자회생법에 의하면 회생채권인 조세채권은 다른 회생채권과 마찬가지로 신고가 필요하고(제156조제1항) 개별적인 권리행사가 금지됨과 아울러 회생계획에 의하여만 변제받을 수 있으며(제131조 본문) 회생계획에서 감면이 이루어질 수도 있음에 반하여(제140조), 공익채권인 조세채권은 회생절차에 의하지 않고 수시로 변제받을 수 있고(제180조제1항) 회생채권과 회생담보권에 우선하여 변제받을 수 있다(제180조제2항). 이처럼 회생채권과 공익채권은 회생절차에서 인정되는 지위가 달라 어떠한 조세채권이 회생채권과 공익채권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는 채권자·주주·지분권자 등 다른 이해관계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므로 다수 이해관계인의 법률관계를 조절하는 회생절차의 특성상 회생채권과 공익채권은 객관적이고 명확한 기준에 의하여 구분되어야만 한다. 그럼에도 만일 채무자회생법 제179조제9호의 납부기한을 법정납부기한이 아닌 지정납부기한으로 보게 되면 과세관청이 회생절차개시 전에 도래하는 날을 납부기한으로 정하여 납세고지를 한 경우에는 회생채권이 되고, 납세고지를 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하지 않거나 회생절차개시 후에 도래하는 날을 납부기한으로 정하여 납세고지를 한 경우에는 공익채권이 될 터인데, 이처럼 회생절차에서 과세관청의 의사에 따라 공익채권 해당 여부가 좌우되는 결과를 가져오는 해석은 집단적 이해관계의 합리적 조절이라는 회생절차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고, 조세채권이 갖는 공공성을 이유로 정당화되기도 어렵다.
따라서 채무자회생법 제179조제9호가 규정하는 납부기한은 원칙적으로 과세관청의 의사에 따라 결정되는 지정납부기한이 아니라 개별 세법이 객관적이고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는 법정납부기한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2. 원심판결이 인용한 제1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고는 2000.11.1. 부도가 발생하여 2001.5.11. 파산선고를 받았다가 2007.1.9. 회생절차개시결정을 받았고 2008.3.5. 회생절차종결결정을 받은 사실, 원고의 부도로 말미암아 원고로부터 부가가치세를 포함한 매출채권을 회수할 수 없게 된 공급자들이 대손 확정을 이유로 매출세액 상당의 대손세액공제를 받자, 피고들은 2001.10.경부터 2006.6.경 사이에 원고의 파산관재인에게 원고가 매입세액에서 차감하여 신고하지 아니한 대손세액 상당의 부가가치세를 부과하는 1차 경정부과처분을 하였으며 원고의 파산관재인은 파산재단으로 이를 모두 납부한 사실, 원고의 파산관재인은 공급자의 대손세액공제에 따른 부가가치세 채권이 재단채권이나 파산채권에 해당하지 않아 파산자가 아닌 파산관재인에 대한 1차 경정부과처분은 당연무효라고 주장하면서 2006.9.29. 대한민국을 상대로 납부세액 5,193,262,779원의 반환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는데, 1차 경정부과처분이 당연무효임을 전제로 원고에게 납부세액 및 환급가산금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화해권고결정이 확정되자, 대한민국은 2008.10.31. 원고에게 화해권고결정에 따른 금액을 모두 지급한 사실, 이후 피고들은 2009.1.12.부터 2009.4.8.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원고에게 납부기한을 정하여 공급자의 대손세액공제에 따른 부가가치세 채권 중 부과제척기간이 도과하지 아니한 2003년 제2기분, 2004년 제2기분 및 2005년 제1기분 각 부가가치세 합계 64,348,060원을 부과하는 이 사건 각 부과처분을 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원심은 채무자회생법 제179조제9호가 규정하는 납부기한이 법정납부기한을 의미한다고 전제한 다음, 2003년 제2기분, 2004년 제2기분 및 2005년 제1기분 각 부가가치세의 법정납부기한은 과세기간 종료 후 25일째가 되는 2004.1.25.과 2005.1.25. 및 2005.7.25.로서 원고에 대한 회생절차개시결정일인 2007.1.9. 이전에 이미 그 납부기한이 모두 도래하여 경과하였으므로 위 각 부가가치세 채권은 회생채권에 해당하고, 피고들이 회생절차에서 이를 회생채권으로 신고하지 아니하여 실권·면책된 이상 원고에게 부과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에서 이루어진 이 사건 각 부과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앞서 본 규정과 법리 및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채무자회생법 제179조제9호가 규정하는 납부기한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3.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들이 부담하도록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대법관 박일환, 대법관 안대희, 대법관 민일영, 대법관 박병대, 대법관 김용덕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들의 의견이 일치되었다.
4. 대법관 박일환, 대법관 안대희, 대법관 민일영, 대법관 박병대, 대법관 김용덕의 반대의견
채무자회생법 제179조제9호가 규정하는 조세는 원천징수·특별징수하는 조세나 간접세의 성격을 가진 조세로서 법적인 납세의무자 이외에 실질적인 담세자가 따로 존재하고, 법적인 납세의무자가 납부하여야 할 조세는 이들이 사실상 징수기관으로서 실질적인 담세자로부터 징수하여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를 위해 보관하는 금전으로 볼 수 있으므로 채무자회생법 제179조제9호가 이들 조세를 공익채권으로 규정하였으며, 이를 아무런 제한 없이 모두 공익채권으로 인정할 경우 회생절차에 관련된 다수 이해관계인에게 끼치는 영향이 크고 채무자의 재건이라는 회생절차의 목적에 비추어 적절하지 않기 때문에 채무자회생법 제179조제9호가 공익채권으로 인정되는 조세채권의 범위를 합리적으로 제한하여 회생절차개시 당시 아직 납부기한이 도래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만 공익채권으로 규정하였다고 보는 것은 다수의견이 이해하는 바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다수의견과 같이 채무자회생법 제179조제9호가 규정하는 납부기한을 법정납부기한으로 새기게 되면, 여기에 규정된 조세에 관하여 채무자회생법이 납부기한을 기준으로 공익채권 여부를 결정하도록 한 취지를 제대로 설명하기 곤란하다. 만약 채무자회생법 제179조제9호가 없다면 이들 조세도 다른 조세와 마찬가지로 납세의무성립일을 기준으로 하여 회생절차개시 당시 그 전에 성립한 조세채권은 회생채권이 되는데, 채무자회생법 제179조제9호가 규정하는 조세 중 신고납세방식의 조세에 대한 법정납부기한은 부가가치세의 경우 과세기간 종료 후 25일(부가가치세법 제19조), 개별소비세는 판매 또는 반출한 날이 속하는 분기의 다음 달 25일(개별소비세법 제10조, 제9조), 교통·에너지·환경세의 경우 반출한 날이 속하는 달의 다음 달 말일(교통·에너지·환경세법 제8조, 제7조), 주세의 경우 제조장으로부터 출고한 날이 속하는 달의 다음다음 달 말일(주세법 제26조, 제23조)로서 납세의무성립일과 법정납부기한은 고작 수십일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아니하여 이들 조세를 특별히 공익채권으로 규정한 채무자회생법 제179조제9호가 굳이 이러한 정도의 이익을 부여하고자 납세의무성립일이 아닌 법정납부기한을 기준으로 공익채권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는 규정을 두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채무자회생법 제179조제9호가 규정하는 조세는 본래 법적인 납세의무자가 실질적인 담세자로부터 징수하여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를 위해 보관하는 금전의 성질을 지니고 있으므로 실질적으로는 법적인 납세의무자에게 속하지 않는 재산이다. 채무자회생법 제179조제9호가 공익채권이 되는 조세채권의 범위를 제한하는 기준으로 납부기한을 택한 이유는 이들 조세가 가지는 보관금적 성질에 비추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회생절차에 따른 징수상의 제약을 받지 않고 수시로 변제받을 수 있도록 이들 조세를 공익채권으로 취급하되, 다만 회생절차개시 전에 이미 납부기한이 도래하여 강제징수할 수 있었음에도 그 절차에 나아가지 아니한 것까지 공익채권으로 취급할 필요가 없으므로 이를 제외하려 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다수의견과 같이 채무자회생법 제179조제9호가 규정하는 납부기한의 의미를 일률적으로 법정납부기한으로 해석하게 되면 채무자회생법이 보관금적 성질을 중시하여 이들 조세를 특별히 공익채권으로 규정한 근본 취지는 거의 사라지고 말 것이다.
한편 채무자회생법 제179조제9호가 규정하는 조세는 부가가치세 등과 같이 납세의무자 스스로 법정신고기한까지 과세표준과 세액을 신고함으로써 구체적인 조세채무를 확정 짓는 신고납세방식의 조세와 원천징수하는 조세 등과 같이 구체적인 조세채무가 특별한 절차 없이 성립과 동시에 확정되는 자동확정방식의 조세로 분류할 수 있다. 신고납세방식의 조세에 관하여 신고된 세액은 신고와 함께 납부하여야 하므로 법정납부기한은 법정신고기한과 같고, 자동확정방식의 조세에 관하여 개별 세법에 규정된 납부기한은 곧 법정납부기한을 의미한다. 이 중 신고납세방식의 조세에 관하여 법정납부기한 내에 신고가 이루어진 경우 또는 자동확정방식의 조세의 경우에는 법정납부기한이 경과하면 과세관청이 곧바로 조세를 강제징수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지만, 신고납세방식의 조세에 관하여 납세의무자가 법정납부기한 내에 신고하지 아니하거나 신고내용에 오류 또는 탈루가 있는 경우에는 과세관청이 결정 또는 경정하지 않으면 구체적인 조세채무가 확정되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법정납부기한이 경과하더라도 과세관청으로서는 그 즉시 강제징수할 수 없고 과세관청이 납부기한을 정하여 납세고지, 즉 부과고지 및 징수고지를 하여야만 비로소 조세를 강제징수할 수 있게 된다. 세법이 신고납세방식의 조세에 관하여 납세의무자의 미신고·허위신고 등이 있는 경우에 법정납부기한의 경과만으로는 조세채무가 확정되지 아니한다는 점에 근거하여 납세의무자의 신고로 조세채무가 확정된 경우와 달리 취급하는 예는 이것뿐이 아니다. 국세징수권 소멸시효의 기산일을 납부기한의 다음날로 정하고 있는 국세기본법 시행령 제12조의4 제1항제1호도 신고납세방식의 조세에 관하여 납세의무자가 법정납부기한 내에 신고한 경우에는 법정납부기한의 다음날을 국세징수권 소멸시효의 기산일로 규정하고 있지만, 그 제2호는 신고납세방식의 조세에 관하여 납세의무자가 법정납부기한 내에 신고하지 아니하거나 신고내용에 오류 또는 탈루가 있어 과세관청이 결정 또는 경정하는 경우에는 과세관청이 지정한 납부기한의 다음날을 국세징수권 소멸시효의 기산일로 규정함으로써 양자를 달리 취급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더라도 채무자회생법 제179조제9호가 납부기한을 공익채권 여부의 결정 기준으로 삼은 것은 회생절차개시 당시 아직 구체적인 조세채무가 확정되지 아니하여 과세관청이 강제징수할 수 없었던 것을 공익채권으로 규정하고, 회생절차개시 전에 이미 구체적인 조세채무가 확정되어 과세관청이 강제징수할 수 있었음에도 그 절차에 나아가지 않았던 경우를 공익채권에서 제외한 것으로 이해하여야 한다.
채무자회생법 제179조제9호의 취지를 이처럼 이해하면, 신고납세방식의 조세에 관하여 법정납부기한 내에 신고가 있는 경우와 자동확정방식의 조세의 경우에는 회생절차개시 당시 이미 구체적인 조세채무가 확정되어 있고 법정납부기한도 도래한 이상 별도의 납세고지 없이 강제징수가 가능한 상태에 있으므로 이때 채무자회생법 제179조제9호가 규정하는 납부기한은 법정납부기한을 뜻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지만, 신고납세방식의 조세에 관하여 납세의무자가 법정납부기한 내에 과세표준과 세액을 신고하지 아니하거나 신고내용에 오류 또는 탈루가 있어 과세관청이 결정 또는 경정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회생절차개시 당시 법정납부기한의 도래만으로는 구체적인 조세채무가 확정되어 있다고 할 수 없고 강제징수를 하기 위해 별도로 납부기한을 정한 납세고지가 필요하므로 이때의 납부기한은 지정납부기한을 뜻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다만 과세관청의 자의적인 시기 조정 등으로 인하여 공익채권으로 되는 조세채권의 범위가 부당하게 확장되는 것은 불합리하므로 위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신의칙 등을 적용하여 과세관청이 당초 지정할 수 있었던 납부기한을 기준으로 공익채권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다수의견은 신고납세방식의 조세에 관하여 납세의무자가 법정납부기한 내에 신고하지 아니하거나 신고내용에 오류 또는 탈루가 있어 과세관청이 결정 또는 경정하여야 하는 경우까지 채무자회생법 제179조제9호가 규정하는 납부기한을 법정납부기한으로 해석하고 있다. 다수의견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경우에도 과세관청이 미신고·허위신고 등의 여부를 조사하여 회생채권으로 신고할 수 있으므로 이를 굳이 공익채권으로 취급할 필요가 없다고 이해하는 것으로 보인다. 채무자회생법은 채권자 등이 회생절차개시결정 후에 비로소 회생절차개시의 통지를 받는 것(제51조제2항)과 달리 주식회사인 채무자의 소재지를 관할하는 세무서장은 회생절차개시의 신청이 있는 때에 미리 회생절차개시신청의 통지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제40조제1항), 신고기간 내에 회생채권이나 회생담보권으로 신고하여야 하는 다른 일반채권(제148조, 제149조)과 달리 조세채권은 지체없이, 즉 회생계획안 수립에 장애가 되지 않는 시기로서 늦어도 통상 회생계획안 심리기일 이전인 제2회 관계인 집회일 전까지(대법원 2002.9.4. 선고 2001두7268 판결 등 참조) 신고하면 회생채권자표에 기재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제156조, 제167조제1항) 언뜻 보면 과세관청이 미신고·허위신고 등의 여부를 파악하여 납세고지를 한 후 회생절차에서 회생채권으로 신고하는 것이 크게 어렵지 않거나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각종의 과세자료가 납세의무자의 영역에 편중되어 있는 상황에서 과세관청이 회생절차개시신청일부터 통상 6개월 정도 후에 열리는 제2회 관계인 집회일 전까지 미신고·허위신고 등의 여부와 그 내용을 파악하기란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 다수의견에 따르면 과세관청은 미신고·허위신고 등이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하여 회생절차개시를 신청한 채무자에 대해 언제나 세무조사에 착수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는데, 이는 세무조사가 적정하고 공평한 과세의 실현을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안에서 실시되어야 한다고 규정한 국세기본법 제81조의4 제1항 등의 취지에 어긋난다. 만약 채무자회생법 제179조제9호가 규정하는 조세를 회생채권으로 취급함으로써 이에 관한 미신고·허위신고 등이 있더라도 과세관청이 이를 제때 파악하여 회생채권으로 신고하지 않은 경우 실권·면책될 수 있다면 이는 법정납부기한 내에 성실하게 세무신고를 한 채무자보다 그렇지 못한 채무자를 우대하는 것이어서 이들 조세에 관한 미신고·허위신고 등을 조장할 우려도 생기게 된다. 결국 신고납세방식의 조세에 관하여 납세의무자가 법정납부기한 내에 신고하지 아니하거나 신고내용에 오류 또는 탈루가 있는 경우 과세관청은 회생채권으로 신고할 기회를 충분히 갖지 못하거나 구체적인 조세채권의 존재를 알지 못한 채 아무런 귀책사유 없이 징수권을 제한받게 될 우려가 있으므로, 채무자회생법 제179조제9호는 이러한 사정도 고려하여 위와 같은 경우 회생절차개시 전에 아직 지정납부기한이 도래하지 아니한 조세채권을 공익채권으로 규정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물론 채무자의 효율적인 재건이라는 회생절차의 목적 등을 고려하면 국세기본법이나 구 지방세법에서 인정되는 조세우선권을 회생절차에서 그대로 관철하기는 어렵겠지만, 채무자회생법은 조세채권이 갖는 공익성을 중시하여 앞서 본 회생절차개시신청의 통지나 채권신고기간에 관한 특례 외에도 조세징수권자의 회생절차 및 중지명령에 관한 의견진술권(제40조제2항제3호, 제3항, 제44조제1항제5호), 회생절차개시결정에 따른 금지·중지 효력의 체납처분에 대한 예외(제58조제1항제3호, 제2항제3호, 제3항), 회생계획에서 정하는 조세채권의 징수유예, 체납처분에 의한 재산의 환가유예, 채무의 승계, 조세의 감면 등에 대한 조세징수권자의 의견진술권 및 동의권(제140조제2항, 제3항), 회생계획에 적용되는 공정하고 형평에 맞는 차등 원칙의 조세채권에 대한 적용 배제(제217조제2항) 등과 같이 회생절차에서 조세채권을 우대하는 여러 조항을 마련하고 있다. 채무자회생법 제179조제9호가 규정한 납부기한의 의미도 채무자회생법이 조세채권에 관하여 취하고 있는 이러한 태도와 조화될 필요가 있다. 다수의견이 신고납세방식의 조세에서 미신고·허위신고 등이 있는 경우까지 그 납부기한의 의미를 일률적으로 법정납부기한으로 이해함으로써 회생절차개시 당시 과세관청이 강제징수할 수 없었던 조세채권마저 공익채권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회생절차의 목적만을 중시한 나머지 공익채권으로 인정되는 조세채권의 범위를 지나치게 축소 해석하는 것이어서 채무자회생법이 조세채권에 관하여 취하고 있는 태도와 어울린다고 할 수 없다.
이 사건에서 원고가 위 각 부가가치세 채권에 관하여 법정납부기한 내에 과세표준과 세액을 신고하지 아니하여 피고들은 이 사건 각 부과처분을 하면서 비로소 납부기한을 정하였고, 그 납부기한이 원고에 대한 회생절차개시 이후에 도래하였으므로 위 각 부가가치세 채권은 공익채권에 해당한다. 한편 피고들은 공급자의 대손세액공제에 따른 부가가치세의 납세의무자를 파산관재인으로 오해하여 제1차 경정부과처분을 하였다가 정당한 납세의무자를 알게 된 이후에 비로소 이 사건 각 부과처분에 이르렀으므로 과세관청의 자의적인 시기 조정 등으로 공익채권으로 되는 조세채권의 범위가 부당하게 확장된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위 각 부가가치세 채권은 공익채권으로서 회생절차에 의하지 않고 수시로 변제받을 수 있으므로 이 사건 각 부과처분은 적법하다.
그럼에도 원심은 신고납세방식의 조세인 부가가치세에 관하여 납세의무자가 법정납부기한 내에 과세표준과 세액을 신고하지 아니하여 과세관청이 결정 또는 경정하여야 하는 경우에도 채무자회생법 제179조제9호의 납부기한이 법정납부기한을 의미한다고 보아 위 각 부가가치세 채권이 회생채권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채무자회생법 제179조제9호가 규정하는 납부기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다수의견의 이유와 결론에 찬성할 수 없음을 밝혀 둔다.
대법원장 양승태(재판장) 대법관 박일환 김능환 전수안 안대희(주심) 양창수 신영철 민일영 이인복 이상훈 박병대 김용덕 박보영